요망한 엘프랑 리벤지 리부트(Revenge Reboot: My Seductive Elf)

요망한 엘프랑 리벤지 리부트(Revenge Reboot: My Seductive Elf)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17
By:  silver구슬Updated just now
Language: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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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를 위해 5번째 살고 있다. 그런데 엘프와 사고쳤더니 능력이 폭발했잖아? 이왕 이렇게 되었으니 즐겨볼 수밖에. ==================== 본 작품은 본 작가가 집필한 [폐급 대공과 사고치고 인간계 쌉탈출] 스핀오프 작품입니다. [Image by Power1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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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

#1. [프롤로그]-거짓말처럼 달콤한, 꿈결 같은 밤

20XX년 4월 1일 오전.

네 번째 삶을 살아가는 공군 소령 강철신에게 오늘이라는 날짜는 너무도 익숙했다. 그리고 예상대로, 적국기 등장에 따른 비상 출격 명령이 떨어졌다.

스텔스 전투기에 정밀유도폭탄까지 가득 무장한 채 출격한 지 단 30분. 강철신은 또다시 삶과 죽음의 경계선에 섰다.

저 적국 전투기에 타고 있는 자는 분명 전생의 숙적이자 라이벌, 아쳐 소령일 터였다. 녀석은 이번 생에서도 어김없이 대한민국 영공을 더럽히며 서울 한복판에 미사일을 퍼붓기 위해 북방한계선을 넘어서고 있었다.

“이번에야말로 이 질긴 악연 끝낸다! 내 나라를 망하게 한 이 원흉!”

이번에도 먼저 죽을 수는 없었다.

네 번의 반복된 삶 동안 단 한 번도 빠짐없이 아쳐 때문에 목숨을 잃었던 비운이었다.

하지만 신이 준 유일한 치트키, 바로 전생의 기억이 그에게 있었다. 녀석의 비행 궤적과 독특한 고고도 배면 비행 솜씨는 이미 강철신의 머릿속에 완벽히 새겨져 있었다.

하늘 위에서 교차하는 미사일과 붉은 화염.

날개가 깎여 나가고 전투기 꼬리가 날아가는 처절한 교전 끝에, 강철신은 마침내 인천 앞바다 쪽으로 불을 뿜으며 추락하는 아쳐의 전투기를 눈에 담았다.

‘성공이다.’

다섯 번의 삶을 통틀어 녀석을 먼저 추락시킨 건 이번이 최초였다.

물론 그 대가로 강철신의 기체 역시 엔진이 화염에 휩싸이며 빠르게 추락하고 있었지만, 도심 한가운데로 떨어지는 기체를 어떻게든 바다 쪽으로 돌려놓은 그는 조용히 조종간을 잡은 채 눈을 감았다.

짝사랑하던 이신 대위에게 고백 한 자락 못 해본 게 아주 조금 아쉬웠지만, 그래도 이번엔 자신의 사람들과 조국을 지켜내고 죽는 영광스러운 하직이었다.

‘이 정도면······ 제법 근사하게 눈감는 거겠지.’

귀를 찢는 엔진 폭발음과 함께, 강철신의 서른네 번째 청춘이 뜨거운 바닷속으로 꺼져 들어갔다.

***

······라고 생각했었는데.

원한을 풀었으면 이제 편하게 저승길로 직행해야 정상 아닌가?

“컥! 컥! 앗, 뜨거!”

거짓말처럼 X 같은 하루는 끝나지 않았다.

매캐한 탄내와 함께 온몸을 구워버릴 듯한 뜨거운 열기가 눈, 코, 입을 사정없이 공격해 왔다. 대자로 누워 있다가 비틀거리며 일어난 강철신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하얀 제복 상의에 초록색 망토, 그리고 눈앞에 펼쳐진 활활 타오르는 목재 건물과 날뛰는 말들.

‘이거 레투카 아카데미 제복이잖아? 이번엔 또 이 세계관이야?!’

오른쪽 검지 손가락에 끼워진 검은 대공가의 가주 반지.

황가에게 찍혀 망해버린 가르나르 영지의 비운의 가주, 스틸 반 가드 캔도르.

원래대로라면 으스스하고 낡은 대공가 폐허에서 눈을 떠야 하거늘, 이번 회귀는 이상하게 뒤틀려 불타는 마구간 한가운데에서 시작하고 있었다.

“미치겠네! 회귀하자마자 타 죽으라고?”

전생에 나라도 구하고, 아쳐에게 복수도 했는데.

자신의 원혼은 아직 덜 풀린 건가.

일단 화재의 열기 속에서 불을 끌 수단부터 찾아야 했다. 주변을 헐떡거리며 둘러보던 스틸의 눈에 구유통이 들어왔다.

물이라도 뒤집어쓰려고 달려간 순간, 물웅덩이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보고 그는 억 소리를 내며 제자리에 굳어버렸다.

“어······? 잠깐만, 이 못난이는 뭐야?”

이목구비가 사방으로 자유분방하게 흩어져 있는 지독한 비주얼이었다. 전생이나 전전생은 평범하기라도 했건만, 이 정도로 생태계를 위협하는 얼굴은 아니었다.

심지어 매일 아침 단련했던 근육은 어디 가고 나무젓가락 같은 팔다리만 앙상하게 남아 있다니.

‘환장하겠네, 진짜······.’

절망도 잠시, 불길은 점점 스틸의 턱밑까지 차오르고 있었다.

어떻게든 탈출하려 발을 디디려는데, 잿더미가 된 바닥 구석에서 반짝이는 금빛 무언가가 눈에 들어왔다.

순금 24K의 오라를 뿜어내는 금목걸이. 목걸이 펜던트는 정교하게 세공된 조그마한 기름 램프 모양이었다.

스틸이 흙먼지가 자욱한 램프 펜던트를 손으로 대충 쓱쓱 문질러 털어낸 그 순간.

화아아아!

마구간을 채우던 붉은 불길과 검은 연기가 일순간 멈춰 섰다.

펜던트 끝에서 눈부신 황금빛 연기가 공간을 가르며 피어오르더니, 그 안에서 아스라한 형태의 잔상이 떠올랐다.

“······아, 드디어!”

연기 속에서 흘러나온 것은 꿈결처럼 투명하고 고운 목소리였다.

흩어지는 금빛 연기 사이로 모습을 드러낸 것은, 믿기지 않을 만큼 압도적인 미모를 가진 여인이었다.

눈처럼 깨끗하고 하얀 피부, 햇살을 머금은 듯 찬란하게 휘날리는 금빛 머리카락.

하얀 나신에 완벽한 몸매까지.

그녀의 투명한 갈색 동공이 호기심으로 반짝이며 스틸을 향했다.

“반가워, 나의 새로운 주인님!”

환한 미소와 함께 부드럽게 말을 건네는 여자는 타오르는 화염을 배경으로 스틸을 향해 사뿐히 다가서며 눈부시게 웃고 있었다.

스틸은 멍하니 눈을 벅벅 비볐다.

‘내가 연기를 너무 많이 마셔서 미친 건가?’

망해버린 대공가의 거지 가주, 세상에서 제일 못생긴 얼굴을 한 자신 앞에 빛나는 여인이 주인이라 부르다니.

확실히 자신은 머리가 어떻게 된 것이 분명하다 여기며 바로 몸을 돌려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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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프롤로그]-거짓말처럼 달콤한, 꿈결 같은 밤
20XX년 4월 1일 오전.네 번째 삶을 살아가는 공군 소령 강철신에게 오늘이라는 날짜는 너무도 익숙했다. 그리고 예상대로, 적국기 등장에 따른 비상 출격 명령이 떨어졌다.스텔스 전투기에 정밀유도폭탄까지 가득 무장한 채 출격한 지 단 30분. 강철신은 또다시 삶과 죽음의 경계선에 섰다.저 적국 전투기에 타고 있는 자는 분명 전생의 숙적이자 라이벌, 아쳐 소령일 터였다. 녀석은 이번 생에서도 어김없이 대한민국 영공을 더럽히며 서울 한복판에 미사일을 퍼붓기 위해 북방한계선을 넘어서고 있었다.“이번에야말로 이 질긴 악연 끝낸다! 내 나라를 망하게 한 이 원흉!”이번에도 먼저 죽을 수는 없었다.네 번의 반복된 삶 동안 단 한 번도 빠짐없이 아쳐 때문에 목숨을 잃었던 비운이었다.하지만 신이 준 유일한 치트키, 바로 전생의 기억이 그에게 있었다. 녀석의 비행 궤적과 독특한 고고도 배면 비행 솜씨는 이미 강철신의 머릿속에 완벽히 새겨져 있었다.하늘 위에서 교차하는 미사일과 붉은 화염.날개가 깎여 나가고 전투기 꼬리가 날아가는 처절한 교전 끝에, 강철신은 마침내 인천 앞바다 쪽으로 불을 뿜으며 추락하는 아쳐의 전투기를 눈에 담았다.‘성공이다.’다섯 번의 삶을 통틀어 녀석을 먼저 추락시킨 건 이번이 최초였다.물론 그 대가로 강철신의 기체 역시 엔진이 화염에 휩싸이며 빠르게 추락하고 있었지만, 도심 한가운데로 떨어지는 기체를 어떻게든 바다 쪽으로 돌려놓은 그는 조용히 조종간을 잡은 채 눈을 감았다.짝사랑하던 이신 대위에게 고백 한 자락 못 해본 게 아주 조금 아쉬웠지만, 그래도 이번엔 자신의 사람들과 조국을 지켜내고 죽는 영광스러운 하직이었다.‘이 정도면······ 제법 근사하게 눈감는 거겠지.’귀를 찢는 엔진 폭발음과 함께, 강철신의 서른네 번째 청춘이 뜨거운 바닷속으로 꺼져 들어갔다. *** ······라고 생각했었는데.원한을 풀었으면 이제 편하게 저승길로 직행해야 정상 아닌가?“컥! 컥! 앗, 뜨거!”거짓말처럼 X 같은 하루는 끝나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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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엘프가 주인님이라니!]
주인님은 무슨. 불이 난 연기 때문에 제정신이 아닌 스틸은 우선 잠시 목걸이를 들여다보았다.3초간 잠깐 고민했다. 황금이라 값이 꽤 나가 보였다.하지만 목숨까지 내던지며 대한민국 영공을 지키던 천하의 파일럿 강철신이 이런 목걸이 하나에 군침을 흘릴 위인이 아니었다.게다가 망한 영지이긴 해도 명색이 고위 귀족인 대공 인생에, 길바닥에 떨어진 걸 넙죽 꿀꺽할 수는 없는 법.일단 이 화재부터 진압하고 주인이나 찾아줘야겠다 싶어 주변을 훑었다.강철신은 구유통이 아닌 우물을 찾기 위해 시선을 돌렸다.‘어디 물 없나?’ 바로 그 순간이었다.갑자기 목걸이를 잡아 쥔 강철신의 손에서 물이 콸콸콸 쏟아져 내렸다.“어어! 어?”이게 대체 뭐가 뭔지. 마법을 쓰는 건 이번 생이 처음이었다.그동안 마법 따위는 단 한 번도 발현된 적이 없었는데? 이상했다. 하지만 이리 반가울 수가 없었다.우선 제 손에서 뿜어져 나오는 물을 불길을 향해 퍼부어 보았다.퐈! 쏴아아-!말들을 위협하는 건초에 붙은 불을 제거하고, 화염에 휩싸인 마구간 기둥의 불길도 진압했다.온갖 화재의 잔재들이 강철신의 눈, 코, 입을 공격했지만, 성격상 도망칠 수는 없었다.쏴아아-! 쏴아아-!눈앞의 불길부터 하나하나 잡아 나가니, 놀란 말들도 물세례를 맞은 뒤 잠잠해졌다. 하마터면 전소될 뻔한 헛간은 순식간에 화재가 진압되어 위기를 넘기게 되었다.사람 참 이리 황당할 때가.“어머! 주인님, 대단하다!”나신의 그 여자가 옆으로 다가왔지만, 스틸은 우선 자신이 입은 망토부터 벗어 던져주며 소리쳤다.“빨리 도망치십시오! 그리고 그러고 다니면 큰일 납니다!”순식간에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물이 너무 반가웠고, 불을 끌 수 있어 천만다행이었다.자칫 잘못하면 불쌍한 말들은 어쩔 것이며, 이 마구간이라는 소중한 자산까지 홀랑 날릴 뻔한 것을 막게 된 것이다.다리가 후들거린 스틸은 마구간에서 나오려는데, 그래도 손에 든 목걸이가 신경 쓰여 그것부터 들어 올렸다.“거기 아가씨! 이거 주인이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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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요망한 엘프]
설마 무슨 램프의 요정 같은 소리인지.그럴 리가 없었다. 어서 빨리 이 여인을 전문가에게 보여줘야 할 것 같았다.“어이, 내가 나이가 많아 보이니 말은 좀 편히 할게. 엘프야, 일단 내가 눈 떠보니 다른 세상에 소환되어 환생한 것 같아서 얼른 적응해야 하거든? 그러니 그쪽도 정신 차려.”넋두리하듯 스틸이 말을 내뱉고 몸을 돌리려 하자, 엘프는 그의 두 어깨를 꽉 부여잡더니 환하게 웃음을 터뜨렸다.“어머! 시간과 공간을 넘나든 초월자야? 나 완전 횡재했네! 대단한 인간을 주인님으로 맞이하다니!” “······초월자?” “우리 주인님이 전생에 나라라도 구했나 봐! 하하!”자칭 엘프라 주장하는 그녀는 신이 나서 한껏 들떠 있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스틸은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하긴, 나라를 구하긴 구했다. 이번 생은 무언가 좀 다르려나. 못생긴 외모 빼고는 엄청난 특혜라도 얻은 것인지.아쳐에게 복수하고, 망해가는 영지만 살릴 수 있다면 바랄 게 없었다.그 엘프는 흥분된 얼굴로 그의 어깨를 놓아주지 않은 채, 요리조리 스틸의 코앞까지 다가와 그를 뜯어보았다.모공 하나 보이지 않는 도자기 같은 피부에, 조각품보다 아름답고 우아한 선을 지닌 완벽한 존재. 그 신비로운 눈동자가 스틸의 얼굴을 빤히 담고 있었다.“난 주인님의 소원들을 들어주고 엘프력을 키워서 내 소망을 이루는 게 목표야. 아무래도 주인님은 대단한 마력을 부리게 될 초월자가 틀림없어. 조만간 마법 능력이 개화할 거야!”엘프는 호기심을 잔뜩 품은 미소로 엄청난 말을 아무렇지 않게 건넸다.대단한 마법력을 구현할 초월자가 누구? 나?어쩐지 그래서 조금 전에 손에서 폭포수 같은 물이 뿜어져 나왔던 걸까. 스틸은 얼떨떨한 마음으로 제 손을 내려다보았다.본래 캔도르 대공가는 마법력이 대단한 핏줄이라는 칭송이 자자했다지만, 정작 자신은 단 한 번도 마법을 써본 적이 없었다. 전생에 나라를 구한 덕에 가능해진 일이라면, 한층 흥미진진하게 이 사태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그때, 엘프가 찰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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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아카데미가 난리 난 상황]
레투카 제국 아카데미의 중앙 관통로. 말발굽 소리가 정갈하게 울려 퍼지는 가운데, 기사단을 이끄는 30대 중반의 단장이 말머리를 다잡았다.한쪽 눈에 검은 안대를 착용한 채 매서운 위엄을 뿜어내는 사내, 세도르였다.그가 이끄는 기사단이 교정 외곽을 유유히 순찰하던 중, 은발을 단정하게 빗어 넘긴 젊은 부하 기사 하나가 급박한 기색으로 말을 몰아 다가왔다.“세도르 단장님! 조금 전 이스트 에어리어 마구간에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이버 경, 상황은?” “다행히 진압은 완료되었다고 합니다. 인명 피해도 없으며, 안에 있던 말들도 모두 무사하다니 참으로 다행입니다.” “마구간을 관리하는 자들은 도대체 무얼 하고 있었기에 불이 나도록 방치했단 말이냐!” “그게······ 마구간지기들이 하필 그 시각에 단체로 심한 배탈이 나는 바람에, 모두 자리를 비운 상태였다고 합니다.”세도르의 이마에 짙은 주름이 패었다.레투카 제국의 황족과 고위 귀족 가문의 영식, 영애들이 모여드는 최고의 학당이자 장차 제국을 짊어질 인재들의 요람인 아카데미에서 화재라니. 단 한 치의 오차도 허용되어서는 안 될 곳이었다.마침 그들이 향하던 순찰로가 이스트 에어리어 강의동 근처였기에, 세도르는 망설임 없이 말고삐를 잡아채며 기마대를 돌렸다.“일단 내 눈으로 현장을 직접 확인해 봐야겠다. 전 대원, 나를 따르라!”아카데미 호위 기사단장인 세도르의 머릿속에는 한 가지 생각이 강렬하게 스쳤다. 그 이스트 마구간에는 다른 귀족들의 명마뿐만 아니라, 황태자가 지극히 아끼시는 애마가 계류되어 있었다.만약 불길이 조금만 더 번졌더라면 상상조차 하기 싫은 비극이 벌어졌을 터. 아카데미의 안위를 책임지는 기사단장으로서 결코 유야무야 넘어가서 될 일이 아니었다.세도르는 눈빛을 더욱 차갑게 빛내며 마구간을 향해 말을 내달렸다. *** 같은 시각, 아카데미 중앙 카페테리아는 오후의 나른하고 부드러운 햇살로 눈부시게 물들어 있었다.투명한 유리창을 통해 들어오는 따스한 햇살 아래, 고급스러운 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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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수정)[위험한 황태자의 장난감]
30대 중반의 노련한 호위 기사단장, 세도르는 한쪽 눈을 가린 검은 안대를 거칠게 휘감은 채 말을 달리던 중이었다. 묵직한 말발굽 소리를 뚫고 은발의 젊은 부하 기사가 다급하게 다가와 앞을 가로막자, 그는 인상을 찌푸리며 말고삐를 홱 잡아챘다. “세도르 단장님! 방금 이스트 마구간에 화재가 발생했습니다!”이런 황당할 데가. 세도르는 황망함에 굵은 어깨를 움찔거렸다. 황실의 심장부나 다름없는 아카데미 안에서 화재라니,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이버 경, 지금 뭐라고 했나?” “진화는 방금 완료되었다고 합니다! 다행히 인명 피해도 없고, 고가의 군마들도 모두 무사하다고 합니다.”그나마 천만다행이기는 했으나, 대체 어쩌다 이 엄격한 기사단의 감시망을 피해 불이 나고 구경거리가 되었단 말인지. 세도르의 미간에 깊은 골이 패였다.“마구간지기들은!” “그게······ 마침 그 시간에 단체로 배탈이 나는 바람에, 자리를 비웠다고 합니다.”이토록 기막힌 우연은 대개 조작된 필연이기 마련이었다. 세도르가 가고 있던 방향이 마침 이스트 에어리어 강의동이었기에 화재 현장과 그리 멀지 않았다. “일단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해 봐야겠군! 다들 따라와라!”레투카 제국의 고귀한 황족들을 비롯해 내로라하는 고위 귀족 가문의 영식들과 이 나라를 이끌어갈 천재 인재들이 바글거리는 황립 아카데미였다. 그런 곳에서 일어난 화재는 단순한 사고로 치부할 수 없었다.무엇보다 아카데미 호위 기사단장인 세도르의 신경을 날카롭게 긁은 것은, 제국 황태자의 애마가 바로 그 이스트 마구간에 묶여 있다는 사실이었다. 현장 조사를 비껴갈 수 없었다. 본래 마구간은 마찰이나 인화 물질이 없어 불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곳이었기에, 의구심은 더욱 짙어만 갔다. *** 순찰 부대를 이끌고 한달음에 도착한 이스트 마구간은, 다행히 외관상으로는 크게 무너지지 않은 상태였다. 안에서 새어 나오는 말들의 거친 숨소리와 발구름을 들으니 말들은 무사해 보여 세도르는 간신히 가슴을 쓸어내렸다.말에서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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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사람 돌아버리게]
*************************★ 이름 : 스틸 반 가드 캔도르 (20세) ★ 가문 : 캔도르 대공가의 유일한 생존자 (황위 계승 서열 4위) ★ 주소 : 레투카 아카데미 기숙사 C동 지하 1층 109호 ★ 재산 : 가르나르 영지 소유 (1골드 미만의 재산은 추정 불가) ★ 빚 : 황태자 아쳐에게 2골드를 빌린 상태 (1골드 미만의 빚은 추정 불가) ★ 기타 1 : 전쟁으로 인해 10년 전부터 가신 및 영지민 0명 ★ 기타 2 : 아카데미 입학생 300명 중 300등************************* 비명을 넘어서 저절로 거친 욕설이 튀어나오는 순간이었다.스틸은 자신의 허울뿐인 정체를 똑똑히 확인하고 나자, 희망이라는 단어는 깃털 하나조차 찾아볼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와, 주인님 대단하다! 대공이래, 무려 황위 계승 서열 4위잖아!”아무리 인간의 상식을 초월한 엘프라지만, 어쩜 이렇게 관점이 달어도 다를 수가 있을까. 대단하긴 개뿔이 대단해!“너 다른 수치는 안 보여? 이 몸뚱이는 지금 완벽한 거지에 심지어 아카데미 꼴찌야. 게다가 황태자 아쳐 녀석과는 지독한 원수지간인데 빚까지 지다니.”황당함에 속에서 열불이 솟구쳐 올라 깊은 한숨만 뱉어졌다.“그게 뭐 어때? 어쨌든 지위는 높잖아. 경제력이야 앞으로 차차 극복해 나가면 되는 문제 아닌가? 와, 우리 주인님 진짜 대단하다! 대공 전하라니!”이 대책 없는 초긍정 사고방식을 대체 어쩌면 좋을까. 극복도 상황을 봐가면서 해야지.“대공이라는 타이틀이 밥을 먹여주진 않아.” “인간들도 참 잔혹하네. 명색이 대공 전하인데 함부로 입을 놀리다니 말이야.” “무시당할 만하니까 그렇겠지. 얼굴만 문제인 줄 알았더니 머리까지 나쁜 건가. 진짜 돌아버리겠네.”결국 스틸의 입에서는 깊은 곡소리가 새어 나왔다.고개를 돌려보니 엘프는 눈을 말똥말똥 뜨고는, 성적이 꼴찌인 게 뭐 그리 대수냐는 듯 그의 얼굴을 빤히 들여다보고 있었다.그때, 시야 끝에서 어수선한 기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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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뭔가 조치가 필요할 듯!]
첫 번째 주인이 대체 얼마나 지독한 놈이었기에 이토록 상처를 입은 걸까.하긴, 이리도 곱고 어여쁜 생명체니 나쁜 마음을 품은 사내라면 흉한 짓을 저지르고도 남을 일이었다. 그런 그녀가 제 눈앞에 나타나 이렇게 인연이 닿다니. 아무래도 자신과 이 엘프는 보통 인연이 아닌 게 분명했다.현생에 그 어떤 기대도 품지 않던 스틸이었지만, 주춤거리며 기죽어 있는 그녀를 보니 타인에게 정체를 드러내는 걸 극도로 꺼린다는 사실을 자연스레 눈치채게 되었다.“너, 사람들 앞에서는 차라리 그냥 인간인 척해야 하는 거 맞지?” “······응. 마탑에 끌려가면······ 내 마력을 강제로 뽑아갈 거야. 첫 번째 주인님처럼······. 끔찍한 실험만 당할 것 같아서 그건 정말 싫어······.”그녀의 미려하고 맑은 얼굴이 순식간에 어두워졌고, 스틸의 팔을 잡은 작은 손에 미세한 떨림이 일었다.과거에 지독하게 아픈 기억이 있는 게 분명했다. 비록 램프에서 나온 존재라 해도 인간처럼 따스한 온기를 품고 있었고, 감정도 풍부하며 물리적으로 실체가 존재하는 생명체였다. 스틸에게 거짓말을 해서 얻을 이득도 없어 보였지만, 문득 호기심이 생겨 목에 걸린 목걸이를 내려다보았다.“아라비안나이트라는 이야기 들어봤어? 거기 나오는 램프의 요정은 덩치 큰 파란색 남자에, 거처하는 램프도 이 펜던트보다 훨씬 크던데.” “램프의 형태는 제각각이야. 엘프들도 외형이나 성향이 전부 다르고.”소원을 들어주고 주인을 온전히 따르는 이런 강력한 존재가 내 편이라면. 어쩌면 이번 생의 가장 강력한 치트키는 이 엘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스틸의 가슴 한구석이 묘하게 고동쳤다.“너, 이름은······ 지니라고 하자.”그 순간 엘프의 투명한 갈색 눈동자가 휘둥그레졌다. 이름을 지어준 게 그렇게나 놀랄 일이었을까. 이게 그리 깜짝 놀랄 일인가 싶었지만, 이제는 돌이킬 수 없었다.이번 생에는 자신도 아쳐에게 깔끔하게 복수를 완성하여 원한을 풀고, 제 곁에 선 이 불쌍하고 어여쁜 엘프도 구원해 주겠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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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조치의 결과는?]
극단의 조치라.“지니, 너는 명색이 램프의 요정이잖아? 소원 같은 거 당장 못 들어주나?”슬그머니 사심이 깃든 질문이 스틸의 입에서 흘러나왔다.“당연히 내 마력이 한층 더 높았다면 주인님이 바라는 소원을 얼마든지 많이 들어줄 수 있었지!”옛날이야기나 아라비안나이트 같은 전설 속 이야기들이 아주 터무니없는 허구는 아닌 모양이었다.“지니, 이왕 힘을 써볼 거라면 돈이나 이 볼품없는 외모부터 어떻게 좀 해봐야겠어.”인간 세상에 살아가는 데 있어 그보다 더 간절하고 절실한 게 어디 있겠는가.“어머, 드디어 우리 주인님한테도 기분 좋은 욕망이라는 게 생긴 거야?”지니는 너무나 뜻밖이라는 듯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입가에 상큼한 미소를 머금고 스틸을 향해 의자를 바짝 다가붙였다.“그래. 너와 힘을 합쳐서 이번 생은 제대로 한번 잘 살아보고 싶어. 내 복수도 이루고 널 요정계로도 돌려보내 줄게.”이왕 이세계로 환생하여 삶을 다시 시작한 이상, 화끈하게 끝장을 봐야 하지 않겠는가.“······주인님! 역시 시원시원해서 마음에 쏙 드네!”지니는 뭐가 그리 신나고 기쁜지 꺄르르 웃음을 터뜨리며 벌떡 일어나더니, 스틸의 허벅지 위로 털썩 올라앉아 그의 목덜미를 꼭 끌어안았다.“으윽! 갑자기 왜 이러는 거야?” “잠깐만, 가만히 있어 봐.”지니는 작고 부드러운 몸을 숙여 스틸의 입술을 단숨에 덮쳐 왔다.동시에 그녀의 매끄러운 손길이 가슴골을 슬그머니 스치며 제복의 옷깃을 헤집었고, 순간 찬란한 황금빛 연기가 두 사람의 주변을 몽환적으로 감싸 안았다. 스틸은 지니의 아찔한 체온이 피부에 닿을 때마다 온몸을 관통하는 듯한 전율을 느꼈다.어찌나 손길이 농밀하고 달콤하던지, 이성을 차리고 당장 미쳐버린 귀여운 악마를 떼어내야 마땅했지만 스틸은 도무지 거부하지 못한 채 그 미칠 듯한 자극에 굳어버리고 말았다. 말랑하고 따스한 감촉에, 방금 정갈하게 씻어내어 은은히 퍼지는 비누 향까지. 찌릿한 자극이 척추를 타고 올라오며 순간 온몸에 뜨거운 열기가 확 달아올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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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램프의 연기와 새벽의 숨결]
“음······.”아스라한 새벽의 잔광이 철창 사이로 은은하게 스며들 무렵이었다.지니는 무거운 눈꺼풀을 힘겹게 밀어 올리며 가느다란 신음을 내뱉었다. 몽롱한 정신을 수습하며 주변을 살피는 그녀의 미려한 입술 사이로 깊은 한숨이 새어 나왔다.너무 오랜 세월 동안 램프라는 좁디좁은 감옥에 갇혀 있다가 현신한 탓일까. 넘실거리는 마력을 자유자재로 갈무리하는 감각이 제법 무뎌져 있었다. 마력의 과부하를 견디지 못하고 스르륵 정신을 잃었던 기억이 조각조각 떠올랐다.시선을 슬그머니 옆으로 돌리자, 차갑고 딱딱한 목제 테이블에 불편하게 엎드려 잠든 스틸의 넓은 뒷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대공이라는 고귀한 신분임에도 불구하고, 푹신한 침상을 온전히 제게 내어준 그의 고지식하고도 결벽적인 배려가 못내 안쓰럽고도 기특했다.지니는 홀린 듯 손을 뻗어 그의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조심스레 쓸어내렸다. 손끝에 닿는 서늘하면서도 단단한 온기가 참으로 좋았다.그녀는 입가에 짓궂은 미소를 머금은 채 전신에 마력을 끌어올렸다. 옅은 금빛 연기가 몽환적으로 일렁이더니, 테이블에 머물던 스틸의 큼직한 육신이 허공을 가로질러 침대 위로 부드럽게 내려앉았다.“읏차······!”고작 이 정도의 물리적 간섭에도 폐부가 타들어 가는 듯한 통증이 밀려왔다. 지니는 거칠어진 숨을 내쉬며 철창 너머 복도를 살폈다. 꾸벅꾸벅 졸음에 취한 간수들의 모습이 보였다. 지금 이 순간, 이 고요하고 어두운 감옥 안에서 그를 온전히 독점할 수 있는 건 오직 자신뿐이었다.그녀는 은밀한 사심을 품은 채 그의 곁으로 미끄러지듯 파고들었다. 차가운 공기가 감돌던 침상 위로 지니의 농익은 마력과 금빛 연기가 화사하게 피어올랐다. 그녀는 스틸의 넓은 가슴팍에 작은 손을 얹고, 마치 하나가 되려는 듯 제 몸을 밀착시켰다.그때였다. 깊은 잠에 빠져 있던 스틸이 본능적으로 팔을 뻗어 그녀의 가느다란 허리를 꼭 감싸 안았다. 커다란 손바닥이 지니의 잘록한 허리선을 타고 내려가 은밀한 둔덕 근처에서 멈춰 섰다.“우리 주인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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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나의 외모가 좀 자유분방하지]
판결장으로 향하는 내내 스틸의 마음은 여유로웠다.자신 하나 때문에 고생이 많다며 주변을 호위하는 기사들에게 일일이 눈을 맞추고 정중히 인사를 건넸다. 갑작스러운 대공의 친절에 기사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 채 눈만 끔뻑일 뿐이었다.“지니, 너도 고생 많았어.”스틸은 여전히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고 비틀거리는 지니를 다정하게 부축했다. 어느새 훌쩍 자라난 키 덕분에 이제는 지니의 조그마한 머리통을 여유롭게 내려다볼 수 있게 된 것이다.“아, 우리 주인님. 내가 아주 정성껏 다듬어줬는데······ 느껴져?”지니가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스틸의 턱선을 스르륵 훑더니, 이내 그의 목덜미와 어깨, 그리고 한층 단단해진 가슴팍을 노골적으로 어루만졌다. 그녀의 눈동자에는 만족스러운 탐욕과 장난기가 일렁였다.“지니. 너의 그 기묘한 능력은 아주 높이 평가해. 하지만 남들이 보고 있으니 스킨십은 조금만······.”스틸이 곤혹스러운 듯 문장을 흐리자, 지니가 까치발을 들어 그의 귀밑에 뜨거운 숨결을 내뿜었다.“지금도 내가 살짝살짝 힘을 보태고 있는걸? 뼈는 더 튼튼해지고, 근육도 늘어나라고.”스틸은 짐짓 헛기침을 내뱉었다. 지니의 손길이 스치는 곳마다 정전기가 이는 듯 살갗이 화끈하게 달아올랐다.“뭐? 나는 더 멋져지지 않아도 된다니까? 이 정도만 해도 아주 충분해!”지니의 건강이 염려되어 저도 모르게 크게 말하자, 옆에서 동행하던 기사들은 참 가지가지 한다는 눈빛으로 그들을 황당하게 바라보았다.사실 기사들의 시선에서 보자면, 제국 천하의 망나니이자 못난이 범법자인 자가 고위 귀족이라는 신분을 핑계로 어지간히 깨가 쏟아지게 여인과 붙어 다니는 것으로 보일 터였다.하지만 '내 엘프는 내가 지킨다'는 마인드로 무장한 스틸은 남들의 시선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는 지니가 무너지지 않도록 허리를 온전히 감싸 안은 채 기사들의 걸음에 맞춰 나아갔다.건물 밖으로 나와 아카데미의 또 다른 상급 건물로 향하는 동안에도 귀족 학생들의 수많은 시선이 쏠렸다. 여전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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