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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장

作者: 하늘
“으아아악!”

경혈에 찔려 목소리가 막혔음에도 극에 달한 고통은 찢어진 비명이 되어 흘러나왔다.

살가죽이 타들어 가는 매캐한 냄새가 순식간에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한 걸음, 두 걸음, 세 걸음...

발을 내딛을 때마다 뼛속까지 사무치는 작열통이 밀려왔고, 눈앞이 핑핑 돌며 캄캄해지더니 식은땀이 순식간에 온몸을 적셨다.

주변은 죽은 듯한 침묵에 휩싸였다.

오직 숯불에 살가죽이 타들어 가는 치이익 소리와 그녀가 억누르지 못한 흐느낌만이 흘러나올 뿐이었다.

소도윤, 서태경, 최이현 세 사람은 제자리에 무릎을 꿇은 채 차마 고개를 들지 못했다.

꽉 움켜쥔 주먹은 핏기가 가셔 하얗게 질려 있었다.

강도희는 힘없이 시녀에게 몸을 기댄 채 소맷자락으로 얼굴을 가렸는데 미세하게 들썩이는 어깨가 두려움 때문인지 아니면 비웃음을 참고 있는 것인지 분간할 수 없었다.

마침내 길고 잔인했던 형벌이 끝났다.

처참하게 끌려 내려온 강희주의 두 발은 이미 검게 타들어 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만큼 피범벅이었다. 신음조차 내지 못한 그녀는 그대로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하지만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궁의 법도에 따라 이 형벌을 받은 죄인은 다른 이들에게 경각심을 주기 위해 일주야 동안 궁문 성루에 하루 동안 매달려 수치를 당해야 했다.

혼절한 강희주의 두 발이 거친 천으로 대충 감싸졌다.

줄에 묶인 손목은 그대로 허공으로 끌어 올려졌다.

발밑으로는 불빛이 화려하게 수놓아진 황성이 내려다보였다.

낮이고 밤이고 성문을 오가는 궁인들과 대관들은 똑똑히 목도했다. 한때 도성 제일의 미색이라 칭송받으며 고고하게 빛나던 여인이 부서진 인형처럼 매달려, 온갖 추잡한 조롱과 손가락질을 받아 내는 모습을.

“보게, 저기 매달린 게 강씨 가문의 큰아가씨라지? 듣자 하니 황자 전하를 밀쳐 해하려 했다더군.”

“평소엔 그리도 고결한 척을 떨더니, 속내가 저리 독할 줄 누가 알았겠나.”

“믿는 구석이 있으니 기고만장했던 게지. 세 전하께서 상왕처럼 버티고 계시니 무서울 게 있었겠나? 허나 이번엔 임자를 아주 잘못 만난 모양이야.”

“자업자득이군.”

웅성거리는 수군거림, 조롱 섞인 웃음소리, 그리고 멸시 가득한 눈빛들이 마치 수천 개의 바늘이 되어 그녀의 마비된 심장을 사정없이 찔러댔다.

하루 동안 물 한 모금 마시지 못한 채 차가운 바람을 맞을 때마다 발의 상처가 욱신거리며 타올랐다.

그녀는 기절했다 깨어나기를 반복하다 마침내 희미한 의식의 끈마저 완전히 끊겨 나갔다.

다시 눈을 떴을 때 마주한 것은 익숙한 침상의 천장이었다.

두 발은 붕대로 두껍게 감겨 있었는데 펄펄 끓는 불덩이를 얹어 놓은 듯한 극통이 밀려왔다.

침상가에는 소도윤, 서태경, 최이현 세 사람이 앉아 있었다.

그녀가 눈을 뜨자마자 소도윤이 즉시 몸을 숙였다.

쩍 갈라진 목소리엔 초조함이 가득했다.

“희주야, 정신이 드냐? 좀 어떠냐? 발이 많이 아픈게냐? 어의가 가장 좋은 약을 지어 왔으니...”

강희주는 고개를 돌려 그들을 외면했다.

그들의 얼굴을 단 일 초도 마주하고 싶지 않았다.

그때, 서태경이 초조해하며 안달복달했다.

“희주야, 이번 일은 정말 우리가 잘못했다! 우리도... 우리도 어쩔 수 없었다! 약조하마. 정말로 이번이 마지막이다! 다음부턴 절대 이런 억울한 일을 겪지 않게 해 주마!”

최이현이 미지근한 물을 한 잔 따라 그녀에게 먹이려 했으나, 강희주는 고개를 홱 돌려 피해 버렸다.

그가 한숨을 내쉬었다.

“희주야, 네가 우리를 원망하는 건 안다. 하지만 그때 상황이 너무 급박했어. 도희는 네 여동생이잖아. 우리는 온통 저 아이를 구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미처 생각이 미치지 못해 어리석은 짓을 저지른 것이니... 너무 우리를 탓하지 말아 다오.”

“저 아이를 구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라...”

강희주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너희는 단 한 번이라도 생각해 본 적이 있느냐? 지금 너희가 나를 내몰아 저 아이의 죄를 짊어지게 만들었으니, 훗날 저 아이가 더 큰 잘못을 저지르면 어쩌려고 그러느냐? 그때도 평생 저 애를 지켜 줄 수 있단 말이야?”

거칠게 쉰 목소리였다.

소도윤, 서태경, 최이현 세 사람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동시에 대답했다.

“당연히 지켜 줘야지!”

그 단호하고도 거침없는 대답은 얼음물에 담금질한 송곳이 되어, 이미 갈가리 찢겨 나간 강희주의 심장을 사정없이 뚫고 들어갔다.

그녀는 허탈하게 웃음을 터뜨렸다.

한참을 웃다 보니, 눈물이 뺨을 타고 소리 없이 흘러내렸다.

아주 오랜 옛날, 그들 역시 그녀에게 똑같은 목소리로 맹세했었다.

‘희주야, 우리가 네 평생을 지켜 줄게.’

“참으로 가당치도 않은 당연함이구나.’

그녀가 자조 섞인 슬픔을 담아 나직하게 중얼거렸다.

강희주의 웃음 짓는 모습에 소도윤 일행은 오히려 가슴이 미어지는 듯 초조해졌다.

“희주야, 제발 그러지 마라... 우리가 도희를 아끼는 건 전부 네 여동생이기 때문이야, 벌써 잊은 거냐? 예전에 네가 직접 말했잖아. 우리가 도희를 홀대하면 다신 우릴 보지 않겠다고 말이야!”

서태경이 다급하게 변명을 늘어놓았다.

강희주는 눈을 감고 지친 듯 고개를 가로저었다.

“너희가 저 애를 어떻게 대하든 내 알 바 아니니, 더는 나를 핑계 삼지 마.”

“그게 무슨 소리야?”

소도윤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그는 곧바로 그녀의 손목을 덥석 움켜잡았다.

“희주야, 너 대체 왜 이러는 것이냐?”

강희주는 차갑게 그의 손을 뿌리쳤다.

그런 그녀의 목소리는 흔들림 없이 고요했다.

“지쳤으니 그만 쉬고 싶다. 다들 나가 줘.”

세 사람은 그녀의 서슬 퍼런 냉담함에 압도당한 데다 상처 입은 몸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안정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기에 무거운 몸을 일으킬 수밖에 없었다.

“그럼 편히 쉬어라. 내일 다시 오마.”

최이현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다독였다.

“다시는 오지 말거라.”

강희주는 차갑게 등 돌려 누웠다.

세 남자의 발걸음이 우뚝 멈췄다. 하지만 이내 쓸쓸히 방을 빠져나갔다.

그 후 며칠 동안 그들은 하루도 빠짐없이 찾아왔다. 갖가지 귀한 약재와 보약, 희귀한 물건들을 잔뜩 들고 와 그녀의 환심을 사려 애썼다.

하지만 강희주는 늘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그들을 바라보는 그녀의 맑고 고요한 눈동자는 오히려 세 사람의 마음속 불안을 더욱 가중시킬 뿐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

강희주는 시녀 다은을 통해 강도희가 또다시 큰 사고를 쳤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궁 안에서 불장난을 하던 강도희가 실수로 공물이 보관되어 있던 편전에 불을 지른 것이었다.

비록 화재는 크게 번지지 않았으나 황제의 귀에 들어가고 말았다.

황제는 대노하여 강도희를 옥에 가두고 엄벌에 처하라 명했다고 했다.

소도윤, 서태경, 최이현 세 사람은 이번에도 어김없이 그녀를 살리기 위해 사방으로 뛰었다.

소도윤은 어서방 앞에서 무릎을 꿇고 장기간 버티며 자신의 혁혁한 군공을 바쳐 용서를 구했다.

서태경은 황제에게 하사받은 면사금패(免死金牌)를 내놓았다. 그리고 최이현은 강도희 대신 곤장 쉰 대를 맞겠노라 자처했다.

결국 강도희는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 무사히 풀려나게 되었다.

하지만 소도윤은 황제에게 책망을 들었고 서태경의 면사금패는 회수되었으며 최이현은 곤장 쉰 대를 호되게 맞아 부상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다은은 잔뜩 흥분하여 분통을 터뜨렸다.

“아가씨, 세 분은 정말... 미친 게 분명해요!”

하지만 강희주는 그저 묵묵히 들을 뿐이었다.

속으로 그들이 참으로 그 ‘평생을 지켜 주겠다’는 약속을 엉뚱한 곳에서 완벽하게 실천하고 있다고 비웃으면서.

그녀는 더 이상 듣고 싶지 않아 다은을 방 밖으로 물러가게 한 뒤 눈을 감았다.

쾅!

막 스르륵 잠 기운이 밀려오던 바로 그때, 거친 파열음과 함께 처소의 문짝이 부서지듯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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