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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장

作者: 하늘
강희주는 부르르 떨리는 손으로 첫 번째 신호탄을 꺼내 힘껏 당겼다!

슈우웅!

날카로운 파공음과 함께 은빛 줄기 하나가 사당의 높은 환기창을 뚫고 솟구치더니 밤하늘에 자그마한 은빛 불꽃을 피워냈다.

그러나 사방은 쥐 죽은 듯 고요할 뿐이었다.

그때, 맹수가 한 걸음씩 좁혀왔다.

비린내를 풍기는 호랑이의 뜨거운 숨결이 강희주의 얼굴에 노골적으로 닿았다.

두 번째 신호탄이었다.

쉬익!

밖은 여전히 고요했다.

저 멀리서 풍악 소리와 가무 소리만이 아렴풋이 들려올 뿐이었다. 마치 어디선가 성대한 연회라도 열린 것처럼.

신호탄의 불빛에 자극을 받았는지 호랑이가 불만스러운 듯 나직하게 으르렁거리더니 순식간에 덮쳐왔다!

강희주는 바닥을 뒹굴며 가까스로 피했다. 그러나 날카로운 발톱이 어깨를 스쳐 지나가며 살점이 처참하게 찢겨 나갔다!

극심한 고통에 눈앞이 아찔해졌다.

세 번째 신호탄, 이제 마지막 발이었다.

강희주는 온 힘을 쥐어짜 내 그것마저 쏘아 올렸다.

슈우웅!

밤하늘에서 마지막 은빛 불꽃이 반짝이더니 이내 쓸쓸하게 사그라들었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호랑이의 더욱 사나운 포효뿐이었다.

이번에는 피할 틈도 없이 맹수에게 세차게 깔려 바닥에 처박히고 말았다. 날카로운 송곳니가 어깨를 파고들었으며 발톱은 팔과 허리, 배를 사정없이 찢어발겼다!

“아아악!”

뜨거운 선혈이 울컥울컥 쏟아지며 바닥의 청벽돌을 붉게 물들였다.

아팠다.

끝이 보이지 않는 고통이었다.

고통과 과다출혈로 의식이 점차 흐려졌다.

죽음의 문턱에서 대체 어디서 그런 힘이 솟구친 걸까.

강희주는 마지막 남은 이성을 쥐어짜냈다.

호랑이가 다시 제 목덜미를 물어뜯으려 고개를 숙인 찰나였다.

그녀는 품고 있던 단검을 맹수의 목 아래에 위치한 가장 치명적인 곳에 깊숙이 찔러 넣었다!

“크아아아악!”

호랑이가 찢어지는 듯한 비명을 지르며 거대한 몸집을 격렬하게 뒤틀더니 이내 서서히 움직임을 멈추었다.

피비린내가 진동하는 바닥, 호랑이의 거구 밑에 깔린 채 강희주의 숨결은 촛불처럼 잦아들었다.

시야가 완벽한 암흑 속으로 침잠했다.

다시 눈을 떴을 때는 제 처소의 익숙한 침상 위였다.

소도윤, 서태경, 최이현 세 사람이 침상가를 지키고 서 있었다.

그들의 얼굴에는 난생처음 보는 극도의 두려움과 후회가 서려 있었다.

“희주야! 드디어 정신이 들었구나!”

서태경이 목이 메어 울먹였다.

“어의! 어서 어의를 들라 하라!”

소도윤이 다급하게 소리쳤다.

최이현은 그녀의 손을 꽉 쥐었다.

그의 손가락 끝은 얼음장처럼 차갑게 떨리고 있었다.

“희주야... 미안하다... 우린 정말 몰랐다. 사당에 호랑이가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단 말이다. 그때 도희가 갑자기 심한 현기증을 일으켜서 간호하느라 바빴다. 그래서... 신호탄을 보지 못했다.”

강희주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그들을 바라보았다.

텅 빈 눈동자에는 그 어떤 감정의 동요도 일지 않았다.

“어떻게든 보상하마! 네가 원하는 건 뭐든지 다 들어주마!”

소도윤이 애원하듯 말했다.

“원하는 게 있다면 말만 하거라!”

‘보상?’

강희주는 바스라질 듯한 입꼬리를 틀어 올리며, 희미하지만 또렷한 음성으로 대꾸했다.

“정말... 보상하고 싶단 말이냐?”

세 사람은 약속이라도 한 듯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강희주가 그들을 빤히 응시하며 한 자 한 자 내뱉었다.

“강도희를 처단해. 그 호랑이... 도희가 풀어놓은 거다.”

방 안의 공기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세 사람의 안색이 동시에 굳어졌다.

서태경이 믿을 수 없다는 듯 가장 먼저 입을 열었다.

“희주야, 네가 도희를 미워하는 건 알지만 이건 말이 안 돼! 그 나약한 도희가 어떻게 호랑이를 구해 오며, 사당에 풀어놓기까지 한단 말이냐? 그건 너무 터무니없는 억지다!”

최이현 역시 미간을 찌푸렸다.

“희주야, 몸을 너무 심하게 다쳐서 헛것을 본 거 아니냐? 아니면... 필시 오해가 있었거나.”

소도윤은 그녀의 창백하면서도 담담한 안색을 보며 가슴속에 일말의 의구심이 스쳤다. 하지만 늘 가련하게 울던 강도희의 모습이 떠오르자 그 의심은 이내 사그라들었다.

이윽고 그가 무거운 목소리로 타이르듯 말했다.

“희주야, 도희는 네 친동생이다. 조금 철이 없고 제멋대로 굴기는 해도 그렇게 독한 짓을 벌일 애는 아니다. 마음속에 원망이 가득 차 있다고 해서 함부로 동생을 모함해선 안 돼.”

‘모함이라...’

또 모함이란다.

강희주는 소리 없이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미소는 이내 슬픔으로 번졌고, 눈가에서 흘러내린 눈물이 머리칼을 차갑게 적셨다.

“내가 대체...”

그녀의 목소리는 깃털처럼 가볍고, 끝없는 피로와 절망으로 가득 차 있었다.

“무슨 헛된 기대를 한 걸까.”

그녀는 조용히 눈을 감아버렸다.

더는 그들을 바라보고 싶지 않았다.

“됐다.”

강희주가 나직하게 중얼거렸다.

“제때 구하러 오지 못한다면 내 처분대로 따르겠고 약속했었지?”

세 사람은 흠칫 놀랐다.

절벽 끝에서 호언장담했던 약조가 떠오른 탓에 순식간에 얼굴에서 핏기가 가셨다.

“더는 너희를 보고 싶지 않다.”

강희주의 목소리는 평온했지만, 모든 인연을 끊어내겠다는 단호함이 깃들어 있었다.

“영원히 내 눈앞에서 사라지거라. 보기 거슬리니.”

세 남자는 청천벽력을 맞은 듯 사색이 되었다.

“강희주!”

서태경이 당혹감과 분노가 뒤섞인 목소리로 외쳤다.

“네가 지금 무슨 말을 지껄이는지 알고나 있느냐?”

“총애에 눈이 멀어 오만방자하군.”

소도윤이 차갑게 읊조렸다.

실망과 분노가 뒤섞인 복잡한 눈빛이 그녀를 향했다.

“도희의 말이 맞았다. 우리가 널 너무 오냐오냐해주니까 갈수록 분수를 모르는구나. 우리의 애정을 빌미로 이렇게 제멋대로 굴다니!”

최이현 역시 싸늘한 표정을 지었다.

“이런 어깃장으로 우리를 이겨 먹으려 하지 말거라! 강희주! 정 그렇게 나오겠다면 우리도 당분간 네 처소를 찾지 않겠다! 네가 도희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다시는 모함하지 않겠다고 약속할 때까지 말이다!”

그렇게 세 사람은 마지막으로 그녀를 한번 노려본 뒤 매정하게 방을 나섰다.

강희주는 침상에 누워 침묵 속에서 천장을 가만히 응시했다.

그녀의 눈동자에는 그 어떤 물결도 일지 않았다.

그 후, 강희주는 세상만사에 관심을 끊고 오직 상처를 치료하는 데만 전념했다.

그리고 마침내 월말이 도래했을 때, 황궁으로부터 황릉으로 즉시 출궁하라는 어지가 당도했다.

길을 떠나는 날, 그녀는 부모의 거처를 향해 마지막 배례를 올린 뒤 미련 없이 마차에 몸을 실었다.

마차가 붉은 가문의 대문을 지나 저잣거리 초입에 들어섰을 때, 세 마리의 준마가 정면에서 가로막았다.

말 위에는 다름 아닌 소도윤, 서태경, 최이현이 타고 있었다.

마차를 발견한 그들은 고삐를 잡아당겨 말을 멈추어 세웠다.

그때, 소도윤이 차가운 목소리로 먼저 말을 건넸다.

“강희주, 이제야 생각이 정리가 되었느냐? 지금이라도 도희에게 고개를 숙이고 다시는 괴롭히지 않겠다 약조한다면, 지난 과오는 내 없던 일로 해주지.”

서태경도 말을 보탰다.

“사과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했던 경고는 여전히 유효할 줄 알거라.”

최이현은 아무런 감정도 드러나지 않는 그녀의 담담한 안색을 보며 다시금 가슴 한구석이 서늘해졌다. 하지만 이미 뱉은 말을 주워 담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강희주는 천천히 마차의 휘장을 걷어 올렸다.

그리고 눈부신 햇살 아래 서 있는 세 사내를 바라보며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여전히 수려하고 찬란하지만 이제는 남보다도 못한 이들이었다.

“난 절대로 사과하지 않아.”

세 사람의 안색이 동시에 일그러졌다.

그들은 한목소리로 으름장을 놓았다.

“끝까지 가보겠다는 거군. 언제까지 고집을 피우나 두고 보자!”

말을 마친 그들은 강희주가 조만간 후회하며 매달릴 것이라 굳게 믿는 듯, 뒤도 돌아보지 않고 말을 몰아 강씨 가문 쪽으로 향했다.

“도희가 많이 놀랐을 텐데, 일품재에 들러 새로 나온 다과라도 좀 사다 주지.”

“그래, 도희가 거기 약과를 정말 좋아하잖아.”

“마음을 가라앉히는 데 좋은 약재도 좀 골라보고...”

강희주는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언제까지 고집을 피우겠냐고? 아마 평생이겠지.’

그녀가 손을 놓자 화려한 비단 주렴이 소리 없이 내려앉았다. 그렇게 마지막 햇살 한 줌과 저 멀리 멀어져 가는 세 사람의 뒷모습을 완전히 차단해 버렸다.

“가자.”

“예, 큰아가씨!”

마차는 그들을 무심히 지나쳐 성문 밖으로 나아갔다.

저 지긋지긋한 도성의 시비와 은원이 미치지 못하는 황릉의 적막 속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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