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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 서강빈
명의 서강빈
작가: 서인하

제1화

“오늘 난 서강빈에게 솔직히 얘기할 생각이에요. 그와 이혼할 거라고 말이에요. 맞아요, 난 그 사람과 어울리지 않아요. 음, 저녁에 봐요.”

비오 그룹 대표 사무실. 송해인은 의자에 앉아 전화를 끊었다.

그녀는 검은색 정장 치마에 흰색 셔츠를 입고 있었고 긴 머리카락은 펜을 이용해 동그랗게 말아 올렸다. 그녀는 엄청난 미모를 가졌을 뿐만 아니라 분위기도 우아하고 고상했다.

“여보, 이건 내가 사랑을 담아 만든 도시락이야.”

사무실 문이 열리며 서강빈이 안으로 들어왔다. 그가 웃으며 물었다.

“누구랑 통화하고 있었어?”

“서강빈, 우리 이혼하자.”

송해인은 무표정한 얼굴로 조금은 평범해 보이는 눈앞의 남자를 바라보았다.

도시락을 들고 있던 서강빈은 멈칫했다. 그의 눈빛이 살짝 흔들린 듯했지만 이내 웃으며 말했다.

“여보, 농담하지 마.”

눈앞의 말도 안 되게 아름다운 여자는 그와 결혼한 지 3년이 되는 그의 아내였다. 처음에 두 사람은 뜨겁게 불타올랐으나 최근 1년 사이에 부부 사이에 문제가 생겼다.

송해인은 아주 바빴고 서강빈은 매일 그녀를 위해 정성을 담은 도시락을 만들었다. 그러나 매번 돌아온 거라고는 거기에 놔두면 잠시 뒤에 먹을 거라는 대답뿐, 그 외에 다른 교류는 없었다.

“농담하는 거 아니야.”

송해인은 서랍 안에서 이혼합의서를 꺼내며 냉담하게 말했다.

“사인해.”

서강빈은 미간을 좁힌 채로 이혼합의서를 바라봤다.

그는 3년간의 결혼 생활이 어쩌다 이 지경이 된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서강빈은 크게 숨을 들이마신 뒤 송해인의 맞은편에 앉았다. 그는 약간의 노여움이 느껴지는 목소리로 물었다.

“그 사람 때문에 그래?”

“누구?”

송해인의 예쁜 미간이 찡그려졌다. 그녀는 서강빈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알지 못했다.

서강빈은 책상 위 휴대전화를 힐끗 보더니 자조하듯 웃었다.

“저녁에 만나자던 그 사람... 그 사람 때문 아니야?”

“나 통화하는 거 엿들었어?”

송해인은 곧바로 눈살을 찌푸렸다. 그러나 그녀는 굳이 설명하지 않았다.

이 지경까지 되었으니 설명할 필요가 없다고 느낀 것이다.

송해인은 눈앞의 합의서를 서강빈 쪽으로 옮기며 차갑게 말했다.

“이러는 거 당신에게 불공평하다는 건 알아. 그러니까 보상은 해줄 거야. 당신이 사인만 해주면 여울만에 있는 별장이랑 차 다 줄게. 그리고 그 외에 6억도 줄게. 그것만으로는 부족한 것 같으면 내게 조건을 얘기해. 최대한 당신한테 맞춰줄게.”

“당신에게 결혼이란 값을 매길 수 있는 거야?”

서강빈은 깊게 숨을 들이마시면서 최대한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려 했다.

“잊지 마. 비오 그룹은 내가 창립했어. 내가 없었다면 지금 내 앞에 앉아있는, 사람들의 존경을 받는 송해인 대표도 없었을 거야.”

비오 그룹은 서강빈이 창립한 것이었다. 그러나 그는 결국 가정을 선택했고 송해인은 그로 인해 비오 그룹의 대표가 될 수 있었다.

그런데 출세하게 되자 송해인은 그를 버리려 했다.

송해인은 미간을 살짝 구기며 말했다.

“서강빈, 당신도 알지? 우리는 더 이상 서로를 사랑하지 않아. 계속 이렇게 시간 끌어봤자 우리에게 좋을 건 없어. 얼른 사인해. 내가 미안해. 우리 그냥 좋게 헤어지자.”

서강빈은 그 말을 듣더니 웃음을 터뜨렸다.

“그때 당신 집안은 파산 직전에 빚도 산더미처럼 쌓였었어. 난 비오 그룹을 창건해서 당신 집안이 곤경에서 빠져나올 수 있게 도왔고 그 덕분에 지금 송씨 집안이 송주 의약계에서 압도적인 지위를 차지할 수 있었다고. 겨우 3년 사이에 당신 집안은 많이 발전했고 당신은 사람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는 대표님이 되었어. 그런데 이제 와서 날 버리겠다고? 설마 당신에게 난 디딤돌이었던 것뿐이야?”

송해인은 미간을 살짝 찡그리며 매정하게 말했다.

“우리 송씨 집안을 위해 힘써줘서 고마워. 하지만 당신은 영원히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내가 뭘 원하는지 모를 거야.”

송해인 역시 두 사람이 이런 지경에 이르길 바라지 않았다.

그러나 그녀는 더 큰 세상을 원했고, 서강빈은 그걸 이뤄줄 수 없었다.

가장 중요한 건, 예전의 패기 가득하던 서강빈이 이제는 완전히 평범해졌다는 점이었다.

“난 사인 안 할 거야.”

서강빈은 분노했다.

“쿵!”

이때 유능하고 노련한 여비서가 문을 박차고 들어왔다.

“서강빈 씨, 적당히 하세요. 지금의 송해인 대표님은 서강빈 씨 뒤를 따라다니던 그 어린 소녀가 아니에요. 송 대표님은 이젠 송주 의약계에서 아주 잘나가는 분이세요. 몸값만 해도 2,000억이 넘는다고요. 심지어 타임스에도 실렸었어요. 당신 같은 사람이 감히 넘볼 수 있는 분이 아니라고요. 송 대표님은 미모도 재능도 출중하시니 언젠가는 송주를 벗어나 이 세상의 꼭대기에 서서 모든 이들의 존경과 부러움을 한 몸에 받는 존재가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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