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왕과 우문호포도대장은 우문호가 화를 내자 웅얼거리며, “식사하시라고 권하는 게 아니라, 그게……계속 대인이 자신을 모함했다고 떠들고, 전하께서 병여도를 훔치고, 박원을 다치게 했으면서 자신에게 누명을 씌웠다고. 이렇게 황제 폐하께 보고 드리겠다고.”우문호는 완전 미쳐 돌아버릴 지경이었지만 가만 앉아서 화를 가라앉힌 후 일어나, “됐다. 내가 보러 가지.”사실 물어봐야 할 말도 있으니까.옥문 밖에 도착하기도 전에 쉰 목소리로 외치는 게 들리는데 비록 쉰 소리지만 상당히 기력이 있어, “이 몸이 폐하를 만나 뵈야 겠다. 이 종놈들이 뭣 하는 게야, 어서 옥문을 열지 않고. 누명을 탄원할 것이다. 폐하께 탄원할 때…… 우문호 그 개 자식을 오라고 해서 따지고 말고. 현 황실의 친왕을 모함하는 것이 어떤 죄인지……”우문호가 한 발로 감옥 문을 박차자 바람이 안으로 들이치는데, 기왕의 말이 아직 끝나기도 전에 마치 벽을 하나 더 마주한 것처럼 놀라서 뒤로 몸을 숨겼다가 자세히 보니 우문호라는 것을 알고 바로 다시 소리를 질러 대며, “좋아, 네가 감히 왔단 말이지. 병여도도 네가 밀실에 가져다 두고 날 모함한 거 아냐?”땅바닥에 드러누워 억지를 부리는 아이처럼 부끄럽다 못해 부아가 치미는 상판때기를 보니 정말 주먹이 울었다.우문호는 옥졸에게 문을 열라고 하고 꼿꼿하게 안으로 들어가자 기왕이 우문호의 멱살을 잡고, “네가 이 몸을 모함해?”우문호는 예리한 눈빛으로 아무 말 없이 기왕이 속에서부터 두려움이 피어나도록 노려보았다.기왕은 분노가 공포로 바뀌어 겉으로는 강한 척 하지만 속으론 약해져서, “너……너 아냐? 네가 이 몸을 모함했잖아? 아바마마께서는 추호의 여지도 없이 감찰하실 것이고 절대로 네 말을 믿지 않으실 거다. 두고 보라고!”우문호는 기왕을 손을 떨쳐버리고 차갑게, “모함? 그 밀실에 저주는 누가 했습니까?”“그건 내가 인정해. 악의는 없었고, 그냥 분풀이였어, 분풀이……” 기왕은 침을 삼키더니 내키지 않는 얼굴로, “하지만 병여도는
정신 차려 큰 아들기왕이 몸을 앞뒤로 흔들며 깔깔 웃는데 목이 다 쉬어서 웃음 소리가 마치 거위 떼가 꽥꽥거리는 것 같다.너무 웃어서 생긴 눈물을 닦으며 우문호에게 비꼬듯이, “왜? 너네 경조부에는 대책이 없나 보지? 공갈도 다 쳤으니, 이 몸에게 고문이라도 해보지 그래? 일가의 재산을 압수하고 참수한다고 네 입으로 떠드는 걸 보니, 병여도를 내가 훔친 거로 한 모양인데, 설사 내가 역심이 있었다고 해도 아바마마께서는 날 죽이실 리가 없어, 왜 인지 알아?”흔들리는 버드나무처럼 휘청거리며 우문호 앞으로 오더니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우문호는 아무 표정 없이, “왜?”기왕이 몸을 곧게 펴고 거만하게, “왜냐면 내가 황제의 장자인 것 외에 북당의 공신이기도 하거든. 내가 돌궐에 맞서 싸워 개선하던 날 친왕의 지위에 봉하시고 아바마마께서 광명전에서 직접 말씀 하셨지. 나에게 두터운 기대를 품고 있고 내가 과감하게 아바마마를 위해 군사 일을 정리하도록 하시겠다고. 그래서 큰 실수를 범한다고 해도 날 용서 하시겠다고 말이야. 아바마마께서는 일찍부터 나를 다음 황제로 점 찍으셨는데 황조부에게 알랑거리며 비위나 맞추는 너 같은 놈이 있을 줄 알았나, 게다가 원경릉은 또 아들을 셋이나 낳아서 아바마마께서 마음을 바꾸셨지. 더러운 애미가 낳은 자식이 아들은 낳을 줄 알아가지고, 아들 아니었으면 네가 태자 자리에 앉았을 것 같아?”말을 마치고 우문호를 위아래로 흘겨보더니 피식 웃으며, “형이 충고하는데 아들이 네 친아들 맞나 확인해 봐라. 넌 필요 없다고 생각하지만 다들 알고 있어. 너한테 그런 복이 어디 있어서 아들을 셋이나 낳아? 원경릉이 다른 사람 애를 네 아들인 척 낳았을 걸. 그 여우 같은 눈빛을 보라고 십중팔구다.”말을 마치고 또 낄낄 웃었다.우문호는 가만히 기왕이 웃는 모습을 보고 천천히 두 손으로 기왕의 머리를 누르고 무릎으로 한대 먹이니 웃음소리가 딱 그쳤다.우문호가 기왕을 풀어주자 똑바로 못 서고 바닥에 엎어지며 입에서 선혈이 나왔다.우문호가
만두를 때렸어“조용해!” 우문호는 화가 나서 소리쳤다. 만두는 아빠가 이렇게 무서운 모습을 본 적이 없어 놀라 울음을 뚝 그치고 뒤로 숨는데 얼굴이 온통 두려움과 눈물로 얼룩졌다. 조그만 뺨이 붉게 물들어 두 줄기 눈물 자국이 나 있는 모습이 말할 수없이 불쌍하고 억울해 보였다.원경릉이 와서 만두를 안고 작은 목소리로, “네가 동생을 괴롭히니까 아빠가 널 때린 거야, 앞으론 안 그럴 거야 그렇지?”만두는 맞은 데다 아빠의 무서운 얼굴을 보고 울상을 짓고 고개를 끄덕이며, “안 그럴 거에요!”찰떡이와 경단이는 큰형이 맞는 걸 보고 뒤뚱뒤뚱 걸어와 큰 형을 보호하며, 또랑또랑한 눈망울엔 우문호에 대한 적의가 가득하고 가까이 오지 못하게 했다.우문호는 마음이 찡하고 눈가가 붉어졌다. 세 아들을 보니 목이 메이고 가슴이 아파 한 마디도 할 수 없었다.원경릉은 희상궁과 유모를 불러 아이들을 데려가도록 했다.만두는 많이 놀란 나머지 어리벙벙한데 원경릉이 사과 같은 볼에 몇 번이고 뽀뽀해주자 그제서야 눈물을 멈추고 흐느끼며, “아빠 나쁜 사람!”원경릉이 만두를 안고 이치를 얘기해 주는데 아이가 알던 모르던 손을 움직여가며 명확하게 설명했다, “아빠는 나쁜 사람이 아니야, 만두가 잘못하면 아빠가 만두를 훈육하는 건 당연한 거야. 알았어? 만두가 방금 동생을 밀었는데 동생은 너보다 작아, 키도 작고 약하지. 작고 약한 동생을 괴롭히는 큰 형은 영웅일까? 만두는 동생들을 보호해 야지. 방금 아빠가 널 때린 다음 동생들이 와서 널 보호해줬었지? 형제사이는 그렇게 서로 의좋게 지내는 거야.”아이들은 이해할 수 없을지 몰라도, 이 순간 우문호에게 하고 싶은 얘기였다.희상궁은 사탕을 가지고 왔는데 아이들은 먹는 건 기억해도 맞은 건 기억을 못하니 먹을 게 있으니 방금 억울했던 심정을 잊고 즐겁게 먹기 시작했다.희상궁이 원경릉을 보고 걱정하며, “어서 태자 전하를 보러 가세요.”원경릉이 고개를 끄덕이며 아이들을 보고, “수고스럽지만 애들 좀 부탁할 게요.”“있다
만두 사건의 결말원경릉이 이 말을 듣고 아바마마께서 우문호에게 이런 말씀을 하시는 게 아니었다고 생각하면서도 화를 낼 수가 없는 것이, 아바마마의 마음이 얼마나 괴롭고 힘들었으면 이런 얘기를 했을까 싶어서다.높은 자리에 앉은 사람의 고통을 누가 알아 줄까? 누구에게 얘기할 수 있을까?원경릉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우문호를 안아주었다.한참 뒤 우문호가 살짝 원경릉을 밀치며, “얘들 자고 있을까? 보러 가고 싶은데, 방금 내가 너무 심했어. 지금 생각해 보니 내가 진짜 미쳤었 나봐.”아이를 때린 아버지가 다 그렇듯이 냉정해진 뒤 아이가 울던 불쌍한 얼굴이 떠올라 후회로 마음이 아팠다.우문호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걱정하는 표정이자 원경릉이, “안심해, 희상궁이 사탕 주면서 달랬어. 아이들은 잊음이 빨라서 맞았던 건 돌아서면 금방 잊어버려.”“그래도 가서 봐야겠어. 안 보면 마음이 안 놓일 것 같아.” 우문호가 원경릉을 끌고 나가며, “당신은 나랑 같이 가야 돼, 안 그러면 애들 운단 말이야.”애들은 전부 봉의각으로 가서 할머니에게 옛날 얘기를 듣고 있다.할머니는 지혜로운 노인으로 원경릉 오누이가 얼마나 잘 자랐는지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아이들을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할머니는 애들이 방금 맞은 걸 모르고 희상궁도 얘기하지 않았는데 노마님이 아이들을 너무 사랑하시기 때문에 방금 서로 가지겠다고 싸웠다고만 얘기했다.부부가 갔을 때는 마침 할머니가 막 빨간 모자 얘기를 하고 계셨고, 세 꼬맹이는 모두 긴장하고 할머니 얘기를 듣고 있었다.“…… 큰 회색 늑대가 빨간 모자의 외할머니를 잡아 먹고 빨란 모자의 집 밖에 와서는 할머니 목소리를 흉내내서 빨간 모자에게 문을 열어 달라고 하는데, 이 때……”만두가 갑자기 소리를 지르며, “열면 안돼, 아빠야, 아빠가 사람을 잡아 먹어.”말을 마치고 울기 시작했다.아까는 사탕을 먹느라 맞은 일을 까먹었는데 할머니의 얘기가 긴장감을 형성하자 다시 생각난 것이다.할머니가 놀라서 얼른
재산 몰수를 앞두고우문호는 아이들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자기들이 어릴 때, 아바마마도 이렇게 몰래 자기들이 자는 모습을 보고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가슴이 뭉클해지며 천천히 물러나왔다.우문호는 원경릉과 방에서 오래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두 사람은 사실 몸은 너무 피곤했지만 머리는 이상할 정도로 더없이 맑았다. “아바마마께서 사실 큰 형을 편애 하셨어, 큰 아들이잖아. 자연스럽게 거는 기대가 두터웠지. 오늘 감옥에서 아바마마께서 원래 자신을 다음 황제로 생각하고 키우셨다는 말, 지금 자세히 생각해 보니 아바마마께서는 분명 그러셨던 것 같아. 어쩌면 그런 생각 뿐만이 아니고 그런 행동도 있었을 거야. 그러니 어릴 때부터 그렇게 길러졌겠지. 하지만 다음 황제 자리를 정하는 것을 계속 늦춰지고 큰형은 마음이 조급해 졌지. 이번에 저지른 많은 실수가 아바마마를 실망시켰어, 만약 형이 예전의 그때처럼 오직 국사와 군대의 일에 전력을 다하고, 아바마마의 근심을 덜어드렸다면 큰형이 태자의 자리를 맡았을지도 몰라.”원경릉이 우문호의 손을 잡고 당연히 그렇지 않았겠어? 30여년 황제의 장자로 사는 생애를 통틀어 본인이 화를 자초하지 않는 한 기본적으로 쭉 승승장구했을 것이다.자신을 파멸시키는 것은 적이 아니라 자신의 잘못과 어리석음이다.“내일 기왕부에 가봐.” 우문호가 원경릉에게 이렇게 말했다.원경릉이 작게, “그래!”시키지 않아도 원경릉은 갈 것이다. 기왕비는 강인한 사람으로 혼자 많은 것을 버텨왔지만 어쨌든 그녀도 한 명의 여인으로 지칠 때가 있다.원경릉은 다음날 일찍 만아와 사식이를 데리고 기왕부로 갔다.어젯밤 서일이 와서 사전에 귀띔해 주었지만 딱히 챙길 물건도 없는 것이 재산을 몰수한다는 것은 재물이 전부 국유화한다는 뜻이다.명원제의 성지에 만약 역모죄가 밝혀지면 온 집안의 재산을 몰수하고 참수한다고 했으니 이러나 저러나 재산 몰수는 정해진 일이다. 사람은 달아날 수 없고 자신의 개인 물품을 챙길 수 있을 뿐 계속 기왕부 내에 살아야 하며
기왕부 재산 몰수의 날기왕비는 간단한 요기거리를 먹으면서도 아무 맛도 느끼지 못하고 그저 하나라도 씹어 삼키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눈가가 살짝 붉어지며, “쟤들이 태자비를 따라가면 고생하지 않을 거 알아요, 분명 억울한 일도 안 당하겠지만 태자비를 고생시켜서.”“이 상황에 그런 말 하지 마요. 낙관적으로 보자고요.” 원경릉은 기왕비의 이런 모습을 보고 마음이 괴로웠다.“낙관적이라!” 기왕비가 손을 닦고, “난 낙관적이예요, 적어도 이 순간까지는. 아직도 두 딸을 잘 돌봐줄 수 있는 사람에게 쟤들을 시집 보내는 걸 지켜볼 수 있을 거란 희망을 품고 있죠. 부모가 살아가는 힘은 아이에요. 마지막 순간이 오지 않았으니 희망의 불도 꺼질 수 없죠.”기왕비의 눈엔 안개가 깔리듯 눈물이 스며들면서도 웃으며, “사실 이게 최고의 결말은 아닐지 모르겠지만 만약 기왕이 하는 대로 내버려 뒀다간 여전히 딸을 팔아 영화를 구할 게 틀림없고, 이 기왕부도 조만간 못 버티고 무너지겠죠. 그러니 날 위로할 필요 없어요. 지금 생긴 이 모든 일을 전 받아들일 수 있어요.”원경릉이 진심으로 감탄하며, “진짜 강인해요. 희열이도 희성이도 다 당신을 본보기로 삼았을 거라고 확신해요.”기왕비가 웃으며, “아뇨, 역시 태자비를 본보기로 삼는게 좋겠어요. 사실 전에 저는 특히 당신 같은 사람을 무시했죠. 어질고 정의로운 마음이란 바보 같다고. 자기가 알아서 챙기지 않으면 세상이 가만두지 않는다는 말을 신봉했죠. 하지만 이렇게 많은 일을 겪고 나니, 당신에게 벌어진 일들 하나하나가 인과의 순환이고 매번 흉한 일을 만나도 길하게 바꿨는데, 그건 전부 태자비가 심어 놓은 은혜의 씨앗 때문이었어요. 그래서 생각해 봤어요. 사람 답게 사는 건 역시 열심을 가지고 큰 뜻을 품는 게 제일이란 걸 말이죠. 사실 저만 봐도 그래요. 만약 계속 태자비랑 적으로 지냈으면 오늘 두 딸을 맡길 곳이 없었겠죠.”원경릉이 쓴 웃음을 지으며, “그런 말 마요. 뭐 챙길 거 없어요? 기념할 가치가 있으면 가져갈
황실여인들의 술 자리손왕비의 기왕비에 대한 미움을 기왕비는 잘 알고 있다.그래서 지금 손왕비가 이런 애기를 하며 기왕비를 위해 눈물을 흘리는 모습에 기왕비는 황실에 시집에 간 것도 허탕은 아니었구나 싶은 것이다.미색이, “우리 왜 여기 서있어요? 술은요? 이렇게 추운 날 어떻게 술을 안 마셔요? 그리고 재산 몰수가 몇 번이나 돼요? 이 기회가 아니면 언제 마셔요?”“있어요, 있어!” 기왕비가 웃으며 말했다.원경릉도 웃으며, “맞아요, 한 잔 하러 가요.”네 명의 동서가 일제히, “거긴 안돼!”우문호가 사람을 데리고 올 때는 여인들이 이미 한창 마시고 있을 때였다.우문호는 자기가 왔을 때 침울한 분위기에 조카들이 놀라서 울고불고 할 것을 보게 될 거라고 예상했으나 여인들은 탁자에 둘러앉아 신나게 술을 마시고 있었다.제일 놀라운 것은 원경릉이 옆에서 주모처럼 동서들에게 술을 따르고 시중을 들고 있는 것으로,기왕비도 반쯤 취기가 올라 우문호가 온 것을 보고도 입가에 웃음을 거두지 않고, “다섯째 도련님, 하실 일 하세요, 저희 술 마시는 것만 방해하지 마시고요.”우문호가 원경릉을 흘끔 보자 원경릉이 우문호를 끌고 나와 작은 소리로, “최대한 움직임을 최소로 해줘. 안에 있는 분들이 놀라지 않게. 안에도 몰수하는 장면을 봐도 못 본 척 하라고 할 테니까.”“너도 마셨어?” 우문호가 원경릉에게서 킁킁 냄새를 맡는데 술 냄새가 약간 나는 것도 같다.“안 마셨어, 못 마시게 해!” 원경릉이 토라졌다.손왕비가 고함을 치며, “태자비, 어디 갔어? 얼른 술 따라야지. 안왕비가 또 졌다니까. 벌칙 놀이를 이렇게 못해서야. 술에 푹 절여버리자고.”원경릉이 대답하며, “갑니다 가요!”원경릉이 우문호를 밀치며, “가봐, 걱정하지 말고, 여긴 우리가 같이 있을 거야. 최대한 덜 괴롭게.”우문호가, “그럼 다행이다. 난 갈게. 넌 마시면 안돼.”“알았어, 알았다고.” 원경릉이 우문호를 쫓아내고 자기는 안으로 돌아가 계속 주모 역할을 했다.기왕비는 손에
안쪽 분위기는 비장하고 장렬하다. 바깥에서 재산 몰수 중인 우문호도 조용조용 진행하고 있는데 절대로 큰 소리를 내지 말고 값 나가는 물건만 밖으로 들어내 마당에 모은 뒤 점검하여 장부에 기록하기로 했다.우문호가 경조부를 지휘한 이래 처음으로 재산 몰수하는 일이 생긴 것으로, 설마 처음으로 재산을 몰수하게 되는 게 자기 큰 형의 집일 거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본관에는 웃음소리가 들리고 전부 떠들썩한데 일부러 저렇게 크게 웃고 떠드는 건 바깥에 어떤 소리도 들리는 것을 막고 싶은 의도다.원래 침울하고 처참한 장면일 텐데 여인들이 와서 유쾌하게 만들어 준 덕에 우문호 마음 속의 어두운 안개가 적지 않게 사라졌다.유쾌한 듯한 건 겉모습일 뿐 참담한 마음은 모두의 마음 안쪽에 눌려 있다.이제 마지막으로 본관 안에 있는 골동품과 서화, 그리고 값나가는 가구 전부 들어내야 한다.다른 곳은 전부 다 들어내 앞마당에 쌓아 두고 정리가 끝나길 기다리고 있었다.보좌관과 포도대장은 감히 안으로 들어갈 생각도 못하고 우문호의 지시를 기다리고 있었다.우문호가 담담하게, “일단 마당의 것들부터 점검하고 남은 건 저분들이 다 드신 후에 다시 얘기하도록 하지.”“예!” 보좌관이 대답했다.기왕부의 하인은 전부 후원에 갇혀 당분간 나갈 수 없으며, 재산 점검을 마치면 나가서 몸수색을 받고 개인적으로 숨긴 물건이 없는지 확인한다.점검 과정은 신속하고 조용했다.원경릉이 밖을 보니 점검 중이라 본관도 비워줘야 한다는 걸 알고 미색에게 눈짓을 보내며, “맞아, 미색, 이리 나리께서 경성에 장신구 가게를 여셨다면서? 우리 구경하러 가자.”“조치라!” 미색은 영리한 사람이라 단박에 응수하며, “그럼 언니가 나가서 아주버님께 우리가 큰 형님 모시고 가서 해질녘에는 딱 모셔다 드린다고 전해 주세요.”“알겠으!” 원경릉이 얼른 일어나 우문호를 찾아 얘기했는데 안 그래도 어떻게 본관에서 물건을 정리할지 막막했던 차라 얼른 동의했다.마차가 밖에 대기하고 있어 원경릉과 동서들이 기왕
안왕은 깜짝 놀랐다.“그가 꿈을 꿨다고? 셋째 형님이 사고를 당하는 꿈을?”“예!”“언제 꾼 꿈이더냐?”원경릉은 많이 지친탓에 깊이 생각할 겨를도 없이 말했다.“아마 저녁 해시쯤 인 것 같습니다.”안왕이 물었다.“저녁 해시? 강북부에 있던 것이냐? 해시에 꿈을 꿨는데, 어떻게 자시가 되어 도착한 것이냐?”원경릉은 멈칫하다가, 그제야 무심코 자신이 말을 잘못했다는 걸 깨달았다. 하지만 이제 와서 며칠 전에 꾼 꿈이라고 수습하려 해도 방법이 없었다. 다섯째와 함께 온 것이 아니라, 홀로 왔기 때문이다.안왕은 여전히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사실 그는 황후에게 무슨 능력이 있다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 다만 황후에 관한 일은 늘 완전히 드러나지 않아, 무슨 상황인지 제대로 알 수 없었다.안왕은 셋째 형님의 일로 마음이 무거운 터라, 더 캐묻지도 않았다. 사실, 더 캐묻는다고 해도 소용이 없었다. 아무리 황후가 대단하다 해도, 그를 해치지 않기 때문이다. 정말 그를 해칠 사람이었다면, 진작 그를 죽였을 것이다.그는 다만 셋째가 위험에 빠진 것을 다섯째가 꿈에서 알았다는 것이 놀라왔다. 게다가 그 꿈 하나로 황후를 먼저 급히 보내왔다는 것도 놀라웠다.꿈을 꾸는 건 어쩌면 이상하지 않을 수도 있었다. 형제끼리는 어느 정도 교감을 하니 말이다. 하지만 꿈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황후를 심야에 먼저 보낸다는 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그는 예전에도 다섯째를 대단하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이번에는 단순한 존경을 넘어, 그들의 형제애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원경릉은 더 이상 말하지 않고 방으로 들어갔다.그리고 수술이 끝나자마자, 그에게 산소를 공급하고 주사를 놓았다.큰 상처들은 처리했지만, 얼굴과 손에 있는 작은 상처들은 아직 손도 못 댄 상태였다. 원경릉은 생리식염수를 꺼내 천천히 상처를 닦아주었다.얼굴에는 작은 상처들이 여러 군데 있었고, 손에 특히 많았다. 그녀는 예전에 그가 강북부에서 병사들과 함께 산을 오르고 밭을 일구며 텃
수술실은 즉시 가장 빠른 속도로 준비되었고, 원경릉은 직접 소독했다. 소독이 끝난 후에는 아무도 들어올 수 없었다.그 후 위왕을 이송했는데, 이송하는 사람들도 전부 소독을 마쳤다.문이 닫히는 순간, 본격적인 대수술이 시작되었다.원경릉은 마음이 몹시 아팠다.과거 사생활은 그렇다 해도, 그는 정말 훌륭한 신하였고, 뛰어난 장군이자 좋은 형제였다.수년간 그가 얼마나 고생했는지도 모두가 알 수 있을 정도였다. 다들 그가 속죄를 위해 스스로 고통을 택했다고 말하지만, 원경릉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양심의 가책이 없는 사람은 속죄조차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양심이 있는 사람이라도 속죄의 방법은 다양하다. 1년, 2년 정도 고생하면 본인과 타인에게도 속죄한 것을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었다.하지만 그는 십여 년 동안 매일 이 춥고 황량한 변경에서 모진 세월을 견디며 고통 속에서 살아왔다. 속죄하려는 마음도 있긴 하겠지만, 원경릉은 북당의 변방을 지키고자 하는 마음이 가장 컸다. 비록 예전엔 그에게 화가 난 적이 있긴 했지만, 지금은 오로지 존경과 가족으로서의 따뜻한 감정만이 남아 있었다.그래서 수술 중 그의 옛 상처와 새로운 상처를 볼 때마다 그녀의 마음은 찢어질 듯 아팠다.조금만 늦었더라도 그는 목숨을 잃었을지도 모른다.이 모든 것은 안왕의 도움도 컸다. 변경의 바람과 모래가 그들 형제가 진정한 화해를 할 수 있게 이끌었다.그때 태상황이 그를 변경으로 보낸 것은 그에게 새로운 삶을 주는 기회였고, 북당에도 십 수년의 안정을 가져다 준 일이었다.위왕의 복부 상처는 너무 깊었고, 어깨와 등에도 칼에 찔린 자국이 있었다. 부상 당시 출혈도 심각해 생명이 위태로웠다.수술이 끝났을 땐, 이미 날이 밝아 있었다.원경릉은 혼자 수술을 집도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라, 이미 익숙해지긴 했지만, 이번 수술은 유난히 위험했다. 그녀는 행여나 너무 늦게 도착한 것은 아닌지, 마음이 조마조마했다.위왕은 언제나 강한 사람이었기에, 그녀는 그가 이번에도 버텨내길 바
위왕의 병사들이 저택 문 앞에 모여 무릎을 꿇고 있었다.위왕은 오랜 세월 병사를 이끈 뛰어난 장군이었기에, 병사들의 모든 선망을 받고 있었다. 그가 사고를 당한 일만으로도 그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의원들이 하나둘 고개를 저으며 떠나는 모습과 안왕비가 하늘에 기도를 올리려 무릎을 꿇은 것을 보고 병사들도 애타는 마음에 함께 무릎을 꿇었다.주변의 백성들 역시 사정을 듣고 자발적으로 찾아와, 저택 밖에 몰려들었다. 위왕은 평소 허세를 부리지 않았으며, 이웃들과도 농담을 주고받는 친근하며, 모두에게 사랑받는 왕이었다. 사실은 뛰어난 능력을 갖추고 있지만, 일부러 몰락한 왕인 척했고, 그런 모습 덕에 백성들과 가까워질 수 있었다.한편, 저택 안에서는 안왕이 위왕에게 내공을 주입하며 심맥을 지키고 있었는데, 곧바로 의술이 뛰어난 의원을 기다리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모두 함께 무릎을 꿇고 기도했다.원경릉은 도착하자마자 이 광경을 목격했고, 다섯째의 꿈이 사실인 것에 깜짝 놀랐다. 누군가가 큰일을 당한 것이 분명했다.그녀는 곧 사람들의 기도 속에서 위왕의 이름을 들었고, 사고를 당한 이가 정말 셋째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그리고 이렇게나 많은 사람이 함께 기도하는 모습에 감격을 금치 못했다. 그녀는 위왕이 북당을 위해 얼마나 많은 것을 바쳤는지도 절실히 느꼈다.그녀는 워낙 빠르게 달려온 터라, 출발해서 도착까지 한 시진도 걸리지 않았다. 그녀는 길가에 말을 세우고, 서둘러 가려고 했지만 가득 찬 인파에 가로막힌 탓에, 어쩔 수 없이 큰 소리로 외쳤다.“의원입니다, 비켜주세요!”그 외침에 사람들은 바로 길을 내주었고, 원경릉은 재빨리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문 앞에 서 있던 집사는 안왕과 함께 경성에서 온 사람이라 원경릉을 알아보았다. 집사는 기쁨에 복받쳐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황후마마께서 오셨다니…! 위왕은 무탈할 것입니다.”병사들과 백성들은 그 말을 듣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황후가 직접 뛰어오셨다니? 그리고 다들 그제야 마음을
우문호 일행은 강북부로 향하는 내내 북방의 풍경과 풍속을 경험했다. 그로 인해 속도는 매우 느리긴 했지만 말이다.그날 밤, 우문호는 갑자기 악몽에서 깨어나 온몸에 땀을 흘리며 거칠게 숨을 내쉬었다. 그의 얼굴에는 공포가 가득했다.그러자 원경릉이 벌떡 일어나 그를 껴안으며 물었다.“무슨 일이오? 악몽을 꾼 것이오?”우문호는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았다. 아직 날씨가 덥지 않은 데다가 북방에 있어 오히려 날씨까지 쌀쌀했기에, 그는 아직도 악몽이 생각나는 듯, 창백한 표정을 지은 채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꿈에서 셋째 형님이 피투성이인 채 죽어가고 있었소…”원경릉은 그저 꿈이라 생각하고 위로해 주려 했지만, 이내 우문호의 강한 감응 능력을 떠올렸다. 갑자기 나타난 이 꿈이 형제간의 영적 감응일지도 몰랐기 때문이다.우문호도 점점 불안한 생각에 빠졌다.“강북부가 비록 평온해 보여도 사실 북당에서 가장 복잡한 곳이오. 온갖 사람들이 섞여 있고, 북막도 호시탐탐 노리고 있네. 게다가 셋째 형님도 무모한 사람이니, 진짜 무슨 일이 생긴 게 아닐지 걱정되오. 원 선생, 어서 빨리 가야겠소.”원경릉이 서둘러 옷을 입으며 말했다.“아니, 내가 먼저 가겠소. 정말 상처를 입었다면, 내가 가야지 도움이 되지 않겠소? 게다가 난 빨리 갈 수 있잖소.”“좋소. 그럼 먼저 가시오. 우리도 곧 출발하겠소.”우문호는 너무 생생한 꿈 탓에, 더 이상 천천히 갈 수 없었다.“사람을 불러야겠소.”원경릉은 재빨리 옷을 입은 후, 우문호에게 포옹하고 이마에 입을 맞췄다.“먼저 가겠소.”“조심하시오.”우문호가 말을 다 끝내기도 전, 원경릉은 어둠 속으로 모습을 감추었다.원경릉이 사라지자마자 우문호는 방 문을 두드리며, 출발하자고 소리쳤다.우문호의 소리에 모두가 깜짝 놀랐다. 이 밤중에 출발이라니, 무슨 큰 일이 생긴 걸까?이때 수보가 겉옷을 걸치고 나오며, 우문호의 팔을 잡고 물었다.“무슨 일입니까?”우문호가 답했다.“나도 모르네. 하지만 셋째 형님에게 무슨 일
스무 명이 넘는 자 중 단 한 명만 생포하고 나머지는 전부 섬멸되었다.안왕은 재빨리 위왕의 혈을 눌러 지혈한 후, 중상을 입은 위왕을 데리고 저택으로 돌아왔다. 먼저 의원을 찾으러 간 사람이 있었기에, 의원은 이미 저택에 도착해 있었다. 이때 안왕이 피투성이가 된 채, 의원의 옷깃을 움켜잡았다.“살리시게, 살려야 하네. 꼭 살아야 하네.”의원이 바로 약상자를 내려놓으며 말했다.“진정하십시오.”의원이 위왕의 옷을 가위로 자르자마자, 상처가 바로 드러났다. 다행히도 먼저 지혈한 덕분에 저택까지 돌아올 수 있었다.하지만 심각한 부상 상태와, 깊은 복부의 자상 때문에 장기를 다친 것으로 판단한 의원은 간단한 처리를 마친 후, 안왕에게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소인의 의술이 부족한 탓에, 치료를 감당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경성에서 다치셨다면, 희망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강북부는 의료가 낙후된 지역이다. 비록 혜민서를 설립한 이후 의사를 집중적으로 양성하긴 했지만, 경성에 비하면 여전히 많이 부족했다.안왕이 숨을 헐떡이며 눈에 핏줄을 세우고 소리쳤다.“중상을 입었는데 어찌 도성으로 돌아가란 말인가? 긴 여정을 견딜 수 있을 것 같은가?”의원이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쉬었다.“그것도 참 문제입니다. 황실 친왕이 자금단을 가지고 계신다고 들었는데, 혹시 저택에 있습니까?”“없네!”안왕은 위왕의 호흡이 점점 미약해지는 모습을 보며 절망감에 휩싸여 털썩 주저앉았다.“내가 갖고 있던 자금단은 이미 먹은 지 오래된 것이네.”“경성… 경성으로…”의식을 잃은 위왕은 그저 경성이라는 말만 중얼거렸다.안왕은 눈물을 닦으며 무릎을 꿇었다.“형님, 조금만 더 버티십시오. 의원이 약을 썼으니, 황후가 오실 때까지 며칠만 버티십시오.”심각한 상황이니, 경성으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 돌아가려면 최소 일주일 이상은 걸리지만, 황후는 아마 사흘 안에 도착할 수 있었다. “경성으로……”위왕은 의식을 잃기 전까지 계속해서 경성을 찾았다. 그곳은 그가 너무
위왕은 마음속에 또 하나의 걱정이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다섯째가 곧 강북부에 오는 것이었다. 비록 이 일은 소문내지 않았지만 이렇게 오랫동안 순행했으니, 소문이 새어나가게 마련이다.설령 그가 강북부에 온다고 밝히지 않다고 하더라도 그의 최종 목적지가 강북부라는 것은 바로 짐작할 수 있었다. 그래서 그는 북막인들이 다섯째에게 해를 가하려는 것은 아닐지 걱정되었다.아무래도 단 한 순간도 북막인의 야심은 멈춘 적 없었기 때문이다.그래서 그는 방심하지 않고, 허점을 찾아내겠다는 결심을 다지며 이들을 감시했다. 확실한 증거가 없는 어디까지나 본인의 추측일 뿐이기에, 그는 이 일을 아직 넷째에게 말하지 않았다. 섣불리 말을 꺼냈다가, 그들이 진짜 금나라 상인이라는 것이 밝혀지기라도 한다면, 두 나라의 사이만 영향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비록 무장이지만, 외교적인 문제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아주 작은 불씨라도, 마음먹은 자가 부추기면 걷잡을 수 없는 큰불이 될 수 있는 법이기에, 섣불리 행동해서는 안 되었다. 그리고 감시 끝에 마침내 이상한 점을 포착했다. 처음엔 열댓 명 정도였던 이들 무리는 이틀 사이 스무 명 이상으로 늘어났다. 새로 온 자들은 앞선 사람들과는 다르게, 군인이라기보다는 강호 인사의 분위기를 풍겼으며, 무공 또한 약하지 않아 보였다.위왕은 경계심을 품고, 밤새 직접 사람들을 이끌어 조사에 나섰다.앞서 만났던 금나라 사람들은 여전히 질문에 순순히 응했지만, 새로 온 강호인들은 거만한 태도를 보였다. 위왕의 질문에도 그저 시큰둥한 태도만 보이며 북당인이라는 것을 증명했다. 위왕은 건방진 그들의 태도에, 몇 마디 호통을 쳤고, 그 모습에 강호인들은 참지 못하고 바로 위왕에게 손을 쓰려고 했다.위왕은 조사하기 위해 온 터라, 데리고 온 부하도 단 몇 명 뿐이었기에, 상대가 일반적인 조사에도 이렇게 쉽게 공격하려 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앞서 온 금나라인들이 말리려 했지만, 그들이 손을 쓰자, 사태가 수습되지 않을 것을 알았다. 그리고
남강에 며칠 머무는 동안, 아홉째와 함께 남강의 풍경을 둘러보고, 북강에도 다녀왔다.지금 북강 백성들은 조정에 대한 소속감이 아주 강했다. 지난 몇 년 동안 남강을 다스린 정책이 정말 훌륭했기에, 백성들 모두 좋은 날을 보낼 수 있었기에, 자연스레 황제에 대한 존경심도 깊어진 것이었다.황제와 황후가 지나가는 곳마다 백성들은 길가에 모여서 열렬히 환영했다.그들은 이번 순행 내내 오계부에서 신분을 밝힌 것 외에는 항상 미복으로 다녔다. 하지만 남강에서 우문호는 황제의 신분을 드러냈다.우문호는 백성들의 신뢰와 경외심에서 큰 성취감을 느꼈고, 매우 기뻤다. 그는 줄곧 원경릉의 손을 잡고 얼굴에 웃음을 띠고 있었다.과거 북강은 방어를 위해 무술 함정이 많았지만, 이제는 모두 제거되었다. 그리고 많은 백성이 산 아래 평원으로 이주하여, 새로운 마을을 이루었다. 정화를 구하러 왔을 때와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기쁜 마음과 함께 우문호는 감사함도 느꼈다. 이것은 결코 그 혼자만의 공로가 아니기 때문이었다.남강을 떠나야 하는 날이 다가오자, 원경릉은 만아와 여덟째를 떠나는 것이 못내 아쉬웠다. 하지만 곧 변성으로 가야 했기에, 아쉬움을 느낄 수 있는 것도 잠시였다. 남강을 벗어나자마자, 그녀는 아이들과 만날 생각에 들뜨기 시작했다."원 선생, 그들에게 말했소?"길에서 우문호가 물었다."아니, 몰래 가는 것이오."원경릉은 웃으며 말했다."교활하구먼. 그래도 만두가 이미 알려줬을 수도 있을 텐데."지금은 경단과 찰떡, 그리고 계란이 셋만 그곳에 있었다."셋이 다섯 개 성을 다스린다니, 분명히 힘들 것이오."원경릉이 안타까운 표정으로 말했다."그렇소. 그래도 예전보다는 나아졌네. 이제는 태평해 보이니."우문호도 아이들이 안쓰러웠다."이번에 가서는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며 충분히 쉬게 해줘야 하오."사실 성하나를 다스리는 것과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본질적으로 다른 점 없이, 매우 힘든 일이었다.한편, 강북부에서는 최근 강북부 무구산 주변에 신비한 상단
그러자 홍엽이 그를 바라보며 멈칫했다."자네가 중매를 서겠다고?""안 되오?""말도 안 되는 소리 말게. 자기 혼사도 해결 못 하는데 중매는 무슨. 난 못 믿네!"냉정언이 어깨를 으쓱였다."못 믿으면 말고. 이래 봬도 내가 명문가 아가씨나 협녀를 많이 알고 있소."홍엽은 손으로 그의 목을 움켜잡으며 소리쳤다."알고 있는 아가씨가 있으면 진작 말했어야지! 경성으로 돌아가자마자, 당장 소개해 주시게!"냉정언은 웃으며 그의 손목을 옆으로 밀어냈다."중매 값이 워낙 비싸서. 십만 냥 아니면 쉽게 안 나서오.""돈이 대수요?"홍엽이 교활하게 웃으며 말했다."우린 지금 한집에 살고 있소. 그러니 자네가 돈을 어디에 숨겼는지, 다 알고 있네. 그동안 꽤 많이 챙겼으니, 돌아가서 돈은 두둑이 주겠네."그 말에 냉정언이 깜짝 놀랐다."내 돈을 노리고 있었소? 진짜 도둑을 집에 들였군! 늙어서 쓸 돈이네, 그 돈을 혼사에 쓸 생각은 하지 마시오!""명여가 우리를 챙길 테니, 그렇게 쩨쩨하게 굴지 마시오."홍엽이 새침하게 말했다."나도 돈이 많소. 다만 남의 돈을 쓰는 게 훨씬 재밌을 뿐이네."냉정언이 숨을 들이쉬었다."안 되겠네. 경성에 돌아가자마자 자네를 쫓아내야겠소."홍엽이 말했다."쫓아낼 수 있으면 쫓아내 보시게. 게다가 자네가 나를 청할 때, 뭐라고 했는가? 얼마든지 살아도 된다고 했잖소. 이제 와서 후회하는 것이오?""이야, 홍엽, 어찌 이리 뻔뻔스러워진 것이오?""뻔뻔하지 않으면, 어찌 당신 집에서 이렇게 공으로 먹고살 수 있겠나?"홍엽은 크게 웃으며 그의 어깨에 팔을 얹었다."수보, 신을 모시는 건 쉬워도 보내는 건 어렵다고 하잖소. 이미 집안에 들어갔으니, 쫓아내기는 힘드네. 후회해도 소용없소. 수보의 등골 빼먹다 죽을 것이오. 관에 수의까지 얻어 쓸 생각이라, 죽으면 자네가 장례식까지 마련해줘야 하네."수보는 그를 한참 바라보다가, 애써 이를 악물며 말했다."진짜 뻔뻔하오!"홍엽은 박장대소했다.멀리 복도 끝에
“예, 그립습니다. 하지만 이곳에서 놀고 싶기도 합니다.”그는 말하다가, 갑자기 신이 난듯 몸을 들썩이며 말을 이어갔다.“여긴 정말 재미있습니다. 아홉째와 나가면 큰 산도 있고, 꽃도, 나무도 많습니다. 물고기도 많고, 사람도 많고, 뭐든지 엄청 많았습니다.”우문호는 웃으며, 못내 안쓰러움을 느꼈다. 예전에 그를 궁 안에 가두고, 거의 밖으로 데리고 나가지 않았다. 게다가 다른 사람이 그를 데리고 나가는 것도 신경 쓰였다.“이곳이 마음에 들면, 좀 더 오래 있어도 된다.”우문호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예, 정말 좋습니다. 다만, 형님과 형수님이 그리웠습니다. 이렇게 오셔서 정말 다행입니다.”여덟째는 흥이 오른 상태로 그의 팔짱을 끼며 말했다.“어서 들어가시지요! 아홉째가 형님이 내일 오신다고 맛있는 음식을 많이 준비했습니다.” 그는 뒤돌아 원경릉에게 외쳤다.“형수님, 빨리 따라오십시오. 맛있는 거 많습니다.”미색은 웃으며 꾸짖었다.“이 무심한 녀석, 다섯째 형수님만 챙기고, 여섯 형수가 배고픈지는 묻지도 않는 것이냐?” 여덟째는 그제야 미색을 본 듯, 놀라서 눈을 크게 뜨고 말했다.“여섯째 형수님도 오셨습니까? 여섯째 형님도 오신 것입니까? 와, 너무 좋습니다!”“질투하다니?”원경릉은 미색의 어깨를 가볍게 토닥이며 미소를 지었다.“여덟째는 너보다 나를 더 좋아하는 것이다.”“아유, 참!”미색은 일부러 그렇게 말했다.여덟째는 바로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항상 그림과 책자를 선물하는 여섯째 형수님도 좋아했기 때문이다.그는 말을 더듬으며 말했다.“그... 그럼 같이 드시지요. 음식 많습니다.”“장난이다. 난 질투 안 해.”미색은 기쁘게 말했다.여덟째는 그제야 마음을 놓았고, 다들 웃으며 안으로 들어갔다.원경릉이 만아에게 말했다.“정말 이곳에서 즐겁게 지내고 있구나. 예전보다 훨씬 활발해졌고, 말도 많이 하네. 이 모든 게 아홉째 덕분이다.”만아는 웃으며 말했다.“예, 둘이 시간이 날 때마다 밖으로 나가, 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