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 1572화

Author: 유애
안왕과 홍엽

안왕이 그제서야, “당초에 홍엽이 사적으로 나를 찾은 건 사실 중요한 뭔가를 얘기하지 않고 그냥 나와 교제하자는 것 같았어. 당시 대주와 북당이 동맹을 맺기 시작한 시점으로 홍엽은 동맹에 대해 털끝만치도 걱정하지 않더군. 심지어 동맹이 성사된 것에 낙관적인 느낌까지 줬다니까.”

“그게 어떻게 가능하죠?” 우문호가 경악했다.

안왕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사실 나도 내가 잘못 느낀 건가 하는 생각마저 들어. 홍엽과 한 대화를 아직도 아주 분명하게 기억하는데 그대로 말해 줄 테니 들어봐. 당시에 두 나라가 동맹을 맺는 얘기는 내가 먼저 꺼냈어. 내가 그에게 상당히 적의가 있어서 일단 이 말로 그의 퇴로를 차단할 생각이었는데, 홍엽이 웃으면서 두 나라가 동맹을 맺는 건 좋은 일이다. 적어도 북당과 대주는 잠깐 동안 확고한 위치를 점유할거라고 하다니. 지금 다시 생각해 보니 홍엽 말 대로 확고부동한 위치를 점유한다는 건 맞는 말이었어. 대주의 무기가 있으면 북당은 선비족을 침략할 수도 있을 정도니까. 당신네 독고(獨孤)가문도 와해 시킬 수 있다고 내가 얘기했지. 왜냐면 당시 홍엽이 날 아주 경멸의 찬 시선으로 봐서 일부러 심각한 말로 홍엽을 위협했던 거야. 그런데 그자가 나한테 뭐라고 대답 했는 줄 알아?”

“어떻게 대답했습니까?”

안왕이 콧방귀를 뀌며, “그 놈이 뜻밖에 미소를 띠고 그 날이 오기를 학수고대하고 있으며, 한시도 지체할 여유가 없다는 거야. 그 놈이 반어법으로 한 말이 아니면 미친 거지.”

우문호가 의아해 하며, “홍엽이 그날을 학수고대 하고 있다고요? 반어법이겠죠?”

“문제가 바로 그 점이야. 그 말을 하는 홍엽 눈이 진짜 기대로 충만하더라고. 이 인간 진짜 종잡을 수가 없네. 가늠할 수가 없으니 사귈 수 없지. 나중에 뒤통수를 맞을 수도 있으니까”

안왕은 상당히 영리하고 신중하다.

“홍엽이 형을 찾아 온 의도는 말했나요?”

안왕이 고개를 흔들며, “아니, 하지만 대주가 병장기를 개발하는 건에 대해 두어 마디 물어보는 게 거기에 상당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ocked Chapter

Related chapters

  • 명의 왕비   제 1573화

    보친왕을 찾아온 안풍친왕안왕의 얼굴이 구겨졌다. 방금 우문호가 알아 맞춘 것이다. 홍엽 사람이 침투해 들어왔고 보친왕의 이번 일도 홍엽이 했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안왕은 우문호에게 이 일을 절대로 말할 수 없는 게 일단 얘기하게 되면 아바마마께 안왕이 홍엽과 거래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고, 이는 황자가 적과 내통한 것이니 죽을 죄에 해당한다.그리고 이 일에 피치 못하게 안왕이 엮일 수밖에 없는 것이, 보친왕 같은 광적인 집착은 남강과 뗄 수 없는 관계가 있는 게 분명하고, 만약 남강까지 조사하고 들면 전에 고지와 짜고 셋째를 해친 사건이……여기까지 생각하고 안왕은 순간 후환이 두렵기 시작했다.안풍친왕은 이틀 후 보친왕부에 갔다.이틀간 보친왕부는 고요했다. 조정과 경조부 어디서도 사람이 찾아와서 괴롭히는 일이 없었다.보친왕은 집에서 안풍친왕이 오길 기다렸다.안풍친왕은 홀몸으로 왔는데 자신의 표식인 호랑이도 없이 푸른 옷을 입고 냉정한 얼굴이다.보친왕은 몸을 꼿꼿하게 하고 안풍친왕을 보는데 눈에 복수심이 가득했다.안풍친왕이 옷을 떨치고 앉아서 보친왕에게 “나를 보자고?”보친왕이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여전히 복수심에 불타는 눈으로 안풍친왕을 노려보다가 손바닥을 세번 치자, 정돈된 발걸음 소리가 울리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온 마당에 병사들이 가득 찼는데, 전부 손에 장검을 들고 늠름한 자세로 보친왕의 명을 기다렸다.안풍친왕은 담담하게 흘끔 보더니, “나와 맞서는 건가?”보친왕의 얼굴근육이 팽팽해 진 것이 긴장했다. 어쨌든 눈앞의 이 사람이 형이라고는 하나 큰형으로 아버지와 같은 존재기 때문이다. 하지만 복수의 불길이 모든 걸 삼켜버리고 그의 입에서, “감히 진짜 왔단 말이냐? 오늘 우리 일가족의 목숨을 전부 돌려놓아라!”안풍친왕은 밖에 보친왕부의 군사를 가리키며 약간 경멸의 빛을 띠고, “너는 저들을 써서 소위 네가 말하는 정의를 회복하겠다는 거냐?”보친왕이 냉소를 지으며, “허세는 그만 넣어둬. 당연히 네 능력은 알아, 이들이

  • 명의 왕비   제 1574화

    보친왕의 외침안풍친왕은 바로 평소 표정으로 돌아와, “바꿔 말해 내가 지금 너에게 하는 말을 너는 전혀 믿지 않겠구나?”“내가 속았다고 말하고 싶은 거지?” 보친왕이 냉소를 지었다.“홍엽이 널 속였어. 홍엽이 널 찾아 온 걸 알아, 그는 선비족 독고 가문의 아들이니 그 사람 말은 믿을 게 못 돼.”“그 사람 말은 믿을 게 못되면 당신들 말은 믿을 수 있나? 하늘에 맹세코 그때 나에게 한 말이 전부 사실이었어?”안풍친왕이 침묵하며, “너에게 한 말은 분명 숨긴 게 있지만 속이진 않았어.”보친왕이 안풍친왕을 노려보며 이를 갈고, “그래, 숨기기만 했다고. 당신이 숨긴 게, 당시 네가 휘종제와 같이 우리 아버지를 해치고 너희 부자가 한 마음으로 힘을 합쳐 우리 부자를 해치려 했다는 건가. 나에게 은혜를 베푸는 척 아버지의 누명을 벗겨주고 날 친왕으로 봉해서 당신들에게 평생 감사하며 살게 만든 거?”안풍친왕은 보친왕의 표정이 다시 경솔하게 광증을 일으키는 것을 보고 미간을 찌푸리며, “홍엽의 말을 진짜 깊이 믿고 의심하지 않는 구만. 솔직히 난 잘 모르겠어, 넌 어릴 때부터 총명하고 시비를 분명히 가렸는데 왜 홍엽이 너에게 몇 마디 했다고 홀딱 빠져들어서 믿는 거지? 내 말은 전부 궤변을 늘어놓는 걸로 치부하는 건가? 나는 오늘 네가 증거를 찾기 위해 날 만나자고 하는 줄 알았어.”“당신을 죽이기 위해서 일 뿐이야! 그게 내 아버지의 바램이기도 해!” 보친왕은 증오의 빛을 띠고 심지어 안풍친왕이 홍엽공자를 언급한 것에 대해 반박도 하지 않았다. 안풍친왕은 아무렇지도 않게 웃더니 일이 어떻게 된 것인지 모두 알겠다는 듯, “넌 정말 여기서 나와 죽고 싶으냐? 아니면 다른 요구가 더 있는 거냐? 휘종제의 시신을 훔쳐가고 병여도를 가져간 건 그저 내 목숨을 위해서만은 아니잖아?”보친왕의 얼굴이 불쾌해지며 천천히 일어나더니 자신의 옷깃과 얼굴 표정을 가다듬고 방금의 광증을 열심히 떨쳐버리려고 체면을 잔뜩 차렸다.확고한 눈빛으로 안풍친왕을 보며, "그래,

  • 명의 왕비   제 1575화

    초왕부로 돌아온 안풍친왕보친왕의 이어지는 질문에 분노와 비통함이 묻어 있어, 눈동자는 핏빛처럼 붉은 것이 마치 눈 앞에 멸문지화의 그날이 펼쳐진 듯 하다.안풍친왕이 그를 한참 보더니 천천히, “그때 내가 성지를 받아 이 사건을 처리하러 간 건 분명해. 하지만 성지는 휘종제 폐하가 아니라 헌제 폐하께서 내리신 거야. 다시 말해 유친왕부는 헌제께서 제위에 있던 시기에 멸문지화를 당한 것이지.”“거짓말은 그만 해!” 보친왕은 의자 팔걸이를 움켜쥐고 마치 안풍친왕이란 거짓말쟁이의 감언이설을 꿰뚫어 보듯, 비꼬고 멸시하며, “당신이 모든 걸 헌제에게 미룰 거라는 걸 알고 있어. 안됐네. 이 거짓말은 너무 형편없어서 3살짜리도 못 속여. 내 아바마마는 헌제의 친아들인데 아들이 제 아무리 엄청난 잘못을 했어도 절대로 멸문하지 않아. 유친왕부에는 자신의 친아들 외에도 손자 손녀가 있었어. 호랑이도 자식은 잡아먹지 않고 천하에 어떤 아버지도 그런 짓은 못하는 거야.”보친왕의 눈에서 눈물이 터져 나오고 복수심이 불타올라 얼굴을 온통 일그러졌다.안풍친왕이 보친왕의 이런 모습을 보고 그때가 생각나 잠시 침묵에 빠졌다가, “네 첫번째 조건은 내가 어쩔 수 있는 게 아니라 태상황과 황제 폐하와 상의 해야 하니 이틀 후 다시 오도록 하지.”보친왕이 고개를 들고 냉랭하게, “서둘지 마, 천천히 상의하라고. 난 기다릴 수 있으니.”안풍친왕이 보친왕을 한 번 쳐다보고 뒷짐을 지고 밖으로 나가려 막 문지방을 넘는데 뒤에서 갑자기 보친왕이 쉰 목소리로, “당신은 조금도 부끄럽지 않은가?”안풍친왕은 걸음을 지체하지 않고 이 말을 못들을 것처럼 쭉 밖으로 걸어가자 병사가 막아 서는데, 강력한 어조로, “물러나라!”물러나라는 한 마디는 마치 천군마마(千軍萬馬)가 뛰어올라 내달리는 기세인지라, 앞을 막아 선 병사의 다리에 힘이 풀리며 바로 무릎을 꿇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병사들이 양쪽으로 비켜 서서 나가는 길을 열고, 안풍친왕은 옷자락을 휘날리며 성큼성큼 나갔다.우문호는 보친왕 저

  • 명의 왕비   제 1576화

    홍엽에 이어 남강까지안풍친왕이, “보친왕은 감정이 통제 되지 않아, 전에는 한번도 이런 적을 본 적이 없네. 내가 갔을 때는 옛 정을 생각해 한 두 마디 들어주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전혀 안 됐어. 보친왕은 지금 우리가 자신을 속였다고 단정하고 다른 쪽 얘기를 완전히 믿어버려서 분별력을 잃었어. 따라서 난 누가 뒤에서 보친왕을 통제하고 있다고 의심이 되네. 아니면…… 무슨 사술이나 술법이겠지. 어쨌든 전부 말할 수 없이 사악했어.”“어떻게 사술이나 술법일 수가?” 우문호가 당황했다.원경릉은 문득 한 사람이 떠올라 우문호를 보고, “위왕 전하 기억나? 위왕 전하가 고지에게 마음을 미혹 당했었잖아?”“남강의 환술?” 우문호가 흠칫 놀랐다.“고지? 셋째의 첩이 아니냐?” 안풍친왕도 그 일을 알고, “그 고지가 남강 사람이라고?”“그렇습니다. 남강의 무슨 흑마술을 하는 무녀의 계승자라고, 이 일은 만아에게 물어보면 만아가 주술 때문인지 식별해 낼 수 있을 게 확실합니다.”우문호가 눈살을 찌푸리며, “남강사람과 이 일이 관련이 있다면 쉽게 수습될 것 같지 않은데요.”고지가 죽은 후 우문호는 남강 사람이 이렇게 쉽게 포기할 거라 생각하지 않았다. 어쨌든 고지는 무녀의 계승자였고 그들은 전승을 굉장히 중요시 해서 무녀의 잘못도 두둔하니까 말이다.하지만 이런 식으로 그들이 다시 덤빌 줄은 몰랐다.고지 한명이 위왕부 전체를 흔들어 놓고 위왕 부부를 헤어지게 한 것처럼, 만약 이게 남강 사람의 복수라면 이 정도로 그칠 리 없다.그리고 당시 원경릉이 고지와 위왕의 일에 끼어들어서 남강사람의 또 다른 목표가 원경릉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걱정이 태산 같아서 원경릉을 쳐다봤다.원경릉은 오히려 담대하게 올 게 왔구나 하는 마음으로 피하지 않았다.위왕이 고지의 환술에 당했던 적이 있으므로 다음날 위왕에게 초왕부에 오도록 청했다.위왕은 남강이란 두 글자를 듣자 뼈 속 깊이 복수심을 느꼈다. 그는 고지를 몹시 원망하며 남강사람까지 매우 증오하

  • 명의 왕비   제 1577화

    위왕에 대한 마음그래서 병여도를 훔치고 휘종제의 시신을 가져간 건 전체 큰 음모 중에 작은 부분에 지나지 않으며 이 작은 부분을 벌리면 그 안은 피바람이 불고 피바다에 폭풍우가 몰아칠까 두렵다.이때 대주에 또 다시 일이 생겨 7국의 큰 그림이 혼란스러워지는 듯 했다.위왕이 안왕을 언급할 때 여전히 침착하지 못함을 느끼며, “왕릉에서 그를 한 방 때리고 싶은 걸 참을 수 없었지만 어쩌겠습니까 왕릉인데, 열조가 다 보고 계시니. 그가 헤아릴 수 없는 악행을 일삼은 데다 지금 진짜 그만 두고 싶어하는 게 아닐 수 있으니, 태자 부부는 역시 그를 방비해야 합니다.”우문호가 답답한 듯, “이것도 방비하고 저것도 방비하고 지금 온 데가 다 적 입니다.”이 말이 거짓말이 아닌 게 지금 태자 지지세력이 많은 만큼 뒤에서 음해하는 사람도 많다.위왕이, “전 도울 방법이 없네요. 황조모의 삼칠일을 지내고 전 북군으로 돌아가야 해요, 아바마마께서 절 경성에 오래 머물도록 허락하지 않으실 겁니다.”“그건……” 우문호는 위왕의 까무잡잡한 얼굴을 보고, “일년 남짓 잘 지냈습니까?” 위왕이 경성으로 돌아온 건 황조모 일 때문이었는데 위왕이 경성으로 돌아온 뒤 황조모 일에 왕릉에 도난 사건이 일어나는 바람에 형제는 제대로 말을 나눌 틈도 없었다.지금도 적당한 때가 아니라 급한 안부만 물었다.위왕은 문 밖에 땅으로 넓게 깔리는 햇살을 바라봤다. 늦가을 태양은 눈부시다. 위왕은 눈가가 젖어 드는 것을 느꼈다. 속세의 햇살은 진작에 그와는 관계 없는 것, 위왕은 그늘로 몸을 피하며, “좋고 말고 할 것도 없어요. 그냥 사는 거죠.”위왕은 갑자기 고개를 들어 원경릉을 유심히 쳐다보며, “그녀한테는 소식이 없나요?”원경릉이 고개를 흔들며, “없어요.” 위왕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며, “만약 그녀한테 소식이 오면 저한테 알려주세요. 고맙습니다.”“그게…… 답변 드리기 어려워요. 그녀가 동의한다면 몰라도.”비록 지금의 위왕은 아무런 해도 없어 보이지만 원경릉은 그의 잔인함

  • 명의 왕비   제 1578화

    전면에 나선 태자안풍친왕은 오늘 입궁해 건곤전을 찾아 갔다.태상황의 상처는 이미 별 문제 없었지만 아내가 떠난 게 그에게 상당한 충격이 된 데다 넘어진 상처로 피를 많이 흘려 피곤하고 초췌해 보였다.안풍친왕은 명원제도 불러 세 사람이 건곤전에서 보친왕의 요구사항을 얘기했다.명원제는 아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태상황이 쌀쌀맞게, “난신적자(亂臣賊子)를 어떻게 황제로 추존할 수가 있나? 아바마마께서 그의 명예를 되살려 주셨을 때 이미 헌제 폐하의 성지를 거역 했어. 이제 결단코 그의 위협을 받아 들일 수 없네.”명원제는 태상황의 말에 동의했으나 걱정스럽게, “하지만 지금 병여도와 휘종제의 시신이 전부 그의 수중에 있습니다. 큰 아버지, 아바마마, 두 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어떻게 해야 할까요?”태상황이 흥분해서, “우문씨 집안 자손은 절대 협박을 받아들이지 않아. 시신은 말할 것도 없고 그자가 과인의 목에 칼을 겨눠 과인의 목숨을 가져가는 한이 있어도 절대로 동의할 수 없어. 이 일은 불효야. 잘 따져봐도 결단코 불효야. 어떻게 그자의 뜻대로 이뤄줄 수가 있어?”“그러면…… 첫번째 조건을 수락하지 않으면 두번째는 자연히 성립하지 않습니다.” 명원제는 몰래 안풍친왕을 흘끔 보고, “큰 아버지는 그자의 원망과 분노를 가라앉힐 방법이 없으십니까?”“어떻게? 황제는 내가 사죄하며 용서를 구하길 바라는 건가?” 안풍친왕이 명원제를 한번 쳐다보더니 얼굴이 엄숙해 졌다.“짐은 그런 뜻이 아니었습니다.”태상황이, “태자 쪽은 조사결과가 어떻지?”명원제가, “태자가 이미 사람을 서절로 보냈으나 서절에 도착한 대부분은 노마님을 구해오는 사람으로 병여도와 휘종제의 시신은 분명 서절에 없을 것입니다.”태상황이 엄격하게, “노마님은 반드시 구조해서 돌아와야 하네, 일단 노마님에게 문제가 생기면 대흥을 볼 낯이 없고, 우문군이 병여도를 훔쳤다는 누명을 벗겨 주기 위해, 노마님이 대주의 병장기 제조에 참여한 것으로 황제가 대외적으로 선포하는 바람에 적들의 주목

  • 명의 왕비   제 1579화

    안풍친왕비와 만아우문호가 모든 인력과 임무 배치를 마친 후 안풍친왕비가 만아를 데리고 보친왕부로 갔다.보친왕부도 누군가 몰래 지키고 있었으나 많은 수가 파견되어 있지 않아서 그저 지켜 보기만 할 뿐이었다.안풍친왕비가 보친왕부에 갔을 때 보친왕의 뒷모습이 날쌔게 후원으로 달려가는 것이 거의 삼십육계 줄행랑을 치는 꼴이다.보친왕은 안풍친왕비를 만나지 않았다.늙은 집사가 나오더니 예를 취하고 왕비에게, “주인마님 돌아오셨습니까? 안으로 드시지요.”“걔는 어디로 갔나?” 안풍친왕비가 복도 쪽을 보며 물었다.늙은 집사가 웃으며, “잘못 보셨습니다. 왕야는 집에 안 계십니다.”“숨어봐 어디!” 안풍친왕비가 만아를 데리고 들어가며 차갑게, “걔한테 말해. 어디 한번 숨어보라고. 며칠이나 숨나 보지. 나한테 방 하나 치워줘. 가서 며칠 묵을 테니.”늙은 집사가 근심 어린 표정으로, “마……마님 왜 갑자기 돌아와서 묵으시는지요?”“왜? 보친왕부에 내가 묵으면 안돼?” 안풍친왕비가 얼굴을 차갑게 굳혔다.“그야 당연히 가능하지요.” 늙은 집사는 원래 왕비 측근 사람으로, 보친왕이 왕에 봉해졌을 때 집을 받자 안풍친왕비가 그를 보내 보친왕의 모시고 집안 일을 하도록 했다.“그럼 됐어, 차 가져와!” 안풍친왕비가 본관에 앉아 집사를 내보냈다.“예!” 늙은 집사가 망설이더니 돌아서 나갈 수밖에 없었다.안풍친왕비가 만아에게, “냄새를 좀 맡아 봐, 환술 약을 푼 것 같으냐?”만아는 사실 문을 들어서면서 바로 냄새를 맡고 예를 취하며, “왕비마마께 아룁니다. 회혼향(回魂香) 냄새가 납니다. 회혼향은 흑마술에서 쓰는 은밀한 향으로 사람에게 환각을 느끼게 하고 환각을 마치 직접 보고 경험한 것처럼 만들어 의심없이 믿게 합니다. 이 향은 예전에 고지가 위왕 전하의 몸에 사용한 것과 만드는 방식은 다르지만 효과는 같은 것입니다.”“해독약이 있느냐?”만아가 고개를 흔들고, “쇤네는 해독약을 만들 줄 모릅니다. 흑마술을 쓰는 무녀에게만 해독약이 있는데 이 향은 흔하지

  • 명의 왕비   제 1580화

    회혼향만아가 다가와 목소리를 낮춰, “왕비마마, 쇤네 비록 이런 회혼향을 해독하는 법은 모르지만, 흑마술 무녀는 상당히 많은 환술을 흑무녀(黑巫女)의 피로 해독한다고 들었습니다.”“흑무녀의 피라고?” 안풍친왕비가 미간을 찌푸리며, “흑무녀는 남강에 있지 않느냐? 그녀를 찾아오려면 한달반은 걸려야 할 텐데.”만아가 다시 목소리를 낮춰, “고지는 흑무녀의 계승자였습니다. 고지가 계승 예를 치렀을 때 특효약을 복용했을 겁니다. 비록 죽었지만 고지에게 아이가 하나 있으니 아이와 엄마는 혈맥이 서로 통할 테니 시험해 볼 수 있지 않을까요.”안풍친왕비도 이 일에 대해서는 약간 아는 바가 있어, “확실히 가능 하겠느냐?”만아가 장담하지 못하고, “이것도 쇤네의 할머니에게 들은 것으로 회혼향이 맞는지, 혹은 그 아이의 피로 효과를 볼 수 있는지 쇤네는 몰라서 시험해 볼 수밖에 없습니다.”안풍친왕비가, “이리 된 마당에 뭐든 다 해 봐야지. 너는 돌아가서 이 일을 태자비에게 알리면 알아서 준비할 게다.”“예!” 만아가 예를 취하고 마당에 줄 서있는 병사들을 한번 돌아보더니 약간 걱정이 되는지, “혼자 꼭 계셔야 하나요?”안풍친왕비가 냉소를 지으며, “날 죽일 수 있으면 다행이고.”만아가, “왕비마마, 흑마술에 당한 사람입니다. 심성이 이전과 다르고 자신의 집념에 빠져들어 해독하지 않으면 빠져나오지 못합니다. 마마의 정을 반드시 기억한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가봐, 나도 생각이 있으니.” 안풍친왕비가 만아를 보며 이 아이는 믿음직하구나, 밖에 저렇게 많은 병사들이 지키고 있는데 이렇게 말할 수 있다니 말이야.만아가 예를 취하고 물러났다.늙은 집사가 와서 차와 간식을 내왔다. 보친왕부의 주방장은 전국 각지에서 불러온 사람으로 각종 미식을 잘하기로 유명한데 보친왕은 평소 새장을 들고 산책하는 것과 골동품을 감상하는 것 그리고 미식을 좋아했다. 특히 간식을 엄청 좋아하는 등 천하의 부귀 한량의 삶을 마음껏 누렸다.만약 이런 일이 터지지 않았으면 그런 생활이

Latest chapter

  • 명의 왕비   제3392화

    “예, 그립습니다. 하지만 이곳에서 놀고 싶기도 합니다.”그는 말하다가, 갑자기 신이 난듯 몸을 들썩이며 말을 이어갔다.“여긴 정말 재미있습니다. 아홉째와 나가면 큰 산도 있고, 꽃도, 나무도 많습니다. 물고기도 많고, 사람도 많고, 뭐든지 엄청 많았습니다.”우문호는 웃으며, 못내 안쓰러움을 느꼈다. 예전에 그를 궁 안에 가두고, 거의 밖으로 데리고 나가지 않았다. 게다가 다른 사람이 그를 데리고 나가는 것도 신경 쓰였다.“이곳이 마음에 들면, 좀 더 오래 있어도 된다.”우문호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예, 정말 좋습니다. 다만, 형님과 형수님이 그리웠습니다. 이렇게 오셔서 정말 다행입니다.”여덟째는 흥이 오른 상태로 그의 팔짱을 끼며 말했다.“어서 들어가시지요! 아홉째가 형님이 내일 오신다고 맛있는 음식을 많이 준비했습니다.” 그는 뒤돌아 원경릉에게 외쳤다.“형수님, 빨리 따라오십시오. 맛있는 거 많습니다.”미색은 웃으며 꾸짖었다.“이 무심한 녀석, 다섯째 형수님만 챙기고, 여섯 형수가 배고픈지는 묻지도 않는 것이냐?” 여덟째는 그제야 미색을 본 듯, 놀라서 눈을 크게 뜨고 말했다.“여섯째 형수님도 오셨습니까? 여섯째 형님도 오신 것입니까? 와, 너무 좋습니다!”“질투하다니?”원경릉은 미색의 어깨를 가볍게 토닥이며 미소를 지었다.“여덟째는 너보다 나를 더 좋아하는 것이다.”“아유, 참!”미색은 일부러 그렇게 말했다.여덟째는 바로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항상 그림과 책자를 선물하는 여섯째 형수님도 좋아했기 때문이다.그는 말을 더듬으며 말했다.“그... 그럼 같이 드시지요. 음식 많습니다.”“장난이다. 난 질투 안 해.”미색은 기쁘게 말했다.여덟째는 그제야 마음을 놓았고, 다들 웃으며 안으로 들어갔다.원경릉이 만아에게 말했다.“정말 이곳에서 즐겁게 지내고 있구나. 예전보다 훨씬 활발해졌고, 말도 많이 하네. 이 모든 게 아홉째 덕분이다.”만아는 웃으며 말했다.“예, 둘이 시간이 날 때마다 밖으로 나가, 더

  • 명의 왕비   제3391화

    원경릉은 발끝을 들어 그의 뺨에 입을 맞추고는, 환한 미소를 지었다.우문호는 그런 그녀를 와락 끌어안으며 말했다.“원 선생, 행복하오?”“행복하오.”“하하하. 지금이 아닌, 나와 함께했던 모든 날이 행복했냐고 물어보는 것이오.”“모든 순간이 당연히 행복하고, 기쁘오!”원경릉은 스스로를 자조하듯 웃었다.“나 같은 집순이가 이렇게 결혼생활이 행복할 줄 누가 알았겠소?”한때 그녀는 자신이 평생 결혼하지 못할 거라 생각했고, 사랑 없는 삶도 부족함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그녀는 사랑을 중요하지 않다고 여겼었지만, 사랑은 사실 정말로 중요했다.산꼭대기에 앉아, 차가운 바람을 맞고 있었지만, 추위는 느껴지지 않았다. 그녀는 지금의 풍경을 눈에, 그리고 마음에 깊이 새기고 싶었다.그리고 함께 늙어간 후, 다시 천천히 되새기고 싶었다.영산에서 내려온 후, 그들은 다시 여정을 이어나갔다. 이번 목적지는 바로 남강이었다.명절이 지난 뒤, 아홉째는 여덟째를 데리고 먼저 남강으로 돌아갔다. 다들 그가 그곳에서 잘 지내고 있는지 궁금했다.남강 땅은 오랜만이었다. 마지막으로 발을 디딘 건, 정화를 구하러 갔을 때였다.남강으로 가는 내내 홍엽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냉정언이 물었다.“남강에 가면, 못난이를 만날 것이오?”“만나야지.”홍엽이 답했다.“물론 만나야지!”못난이는 오랜 시간 그와 함께했던 사람이니, 만나야 했다. 못난이가 종종 편지를 보내오긴 했지만, 자기 상황은 거의 말하지 않았다.반면 아홉째는 편지에서 북강의 소식을 자주 전해주었다.지금의 남강은 어느 정도 통일되어 있었고, 북강과 남강도 평화롭게 공존하고 있었다. 그동안 이익 문제로 양측의 왕래가 더욱 빈번해졌다.아홉째는 편지에서 못난이가 북강의 민심을 얻었고, 성격도 예전보다 훨씬 밝아져, 마치 다른 사람이 된 듯하다고 전했다.홍엽의 마음엔 기대와 기쁨이 섞여 있었다. 그도 지금 잘 지내고 있으니, 못난이도 잘 지내길 바랐다.우문호는 남강에서 돌아온 후, 변방으로 갈

  • 명의 왕비   제3390화

    그 일을 떠올리자, 꿈에서 본 일이라 그런지 마치 얼마 전에 있었던 일처럼 느껴졌다.그때 그들은 죽을 만큼 힘든 소년들이었는데, 지금은 한없이 한가한 노인이 되었다.세월은 덧없이 흘러갔고, 그동안 그들은 많은 사람들을 잃었다.무상황은 자신의 황후였던 소봉을 떠올렸다.그들은 줄곧 전형적인 황제와 황후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는 나라를 다스렸고, 그녀는 후궁을 다스렸다. 비록 그가 그녀를 괴롭히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많은 애정을 주지도 않았다.그렇게 평범하게 평생을 함께했지만, 그녀가 떠나는 날, 그는 마음속 한 조각이 떨어져 나간 듯한 슬픔을 느꼈다.평생 함께했던 사람이 자신보다 먼저 떠날 거라 생각하지 못했기에 더욱 아팠다.세 사람은 한참 동안 넋을 잃고 있다, 다시 길을 나섰다.유아독존과 관련된 일이 생각보다 커졌지만, 모든 소란은 결국 가라앉게 될 것이다. 모든 소문도 점점 사그라들기 마련이니, 그들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하지만 세 사람이 여행하는 영상이 점점 유명해지면서, 유아독존은 더 심하게 비난을 받았다.현실에서 함부로 욕설을 내뱉으면 얻어맞을 수도 있지만, 인터넷에서는 당당한 명분이 있었기에 악성 댓글을 다는 자들은 마음껏 욕을 퍼부었다.그리고 어느 날, 추 어르신이 오래도록 인터넷의 댓글을 훑어보면서 잠시 생각에 잠긴 듯했다. 그는 이내 해가 지는 장면을 찍어 짧은 영상을 올렸다. 그리고 영상에 한마디만 덧붙였다.“분쟁 없이, 오직 평화만 있기를.”그는 모든 다툼이 끝나길 바랐고, 누군가를 벼랑 끝으로 몰지 않기를 바랐다. 단지 말로만 승부를 겨루는 사람은 그들의 적이 아니기 때문이다.음... 무엇보다 적이 될 자격도 없었다!영상이 올라간 지 이틀 뒤, 유아독존은 마침내 사과 영상을 올렸다. 그는 질투와 시기로 무술을 모독한 것을 사죄했고, 은퇴를 선언했다. 그리고 직접 그들의 계정을 태그해 진심으로 사과했다.진심 어린 사과는 항상 용서를 가져오는 법이다. 그리고 악성 댓글을 달던 사람들도 마침내 욕설을 멈췄다.

  • 명의 왕비   제3389화

    삼대 거두는 늦은 시각이 되어서야 일어났고, 숙취에서 깨어나니, 이미 날이 밝아져 있었다. 그들은 아직 잠에서 깨지 않아, 눈앞의 모든 것이 몽롱해 오늘이 무슨 날인지조차 모를 정도였다.태양이 서서히 떠오르며 하늘에 떠 있는 주황빛 구름은 점점 짙은 금빛으로 변했고, 금빛 가장자리에는 붉은색이 덧씌워져, 눈부시게 아름다웠다.소요공이 눈을 비비며 말했다."꿈을 꿨네."추 어르신과 무상황은 동시에 그를 바라보며 이구동성으로 물었다."무슨 꿈을 꿨는가?""꿈에서 숭이가 사내에게 속았는데, 우리가 직접 나서서 복수를 해줬다네."추 어르신과 무상황은 놀라서 동시에 숨을 들이켜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귀신이 곡할 노릇이네."말이 끝나자,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깜짝 놀라 외쳤다."자네도 꾼 것인가?""그렇네!""그렇네!""설마 우리 셋이 똑같은 꿈을 꾼 것이오?"소요공도 깜짝 놀랐다.그 일은 그렇게 중요한 일도 아니었고, 어떻게 된 일인지 가물가물할 정도로, 그저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만 어렴풋이 기억할 정도였는데, 꿈에서는 그 장면 장면이 또렷하게 떠올랐다.그리고, 이 꿈은 당시 엄청난 부담을 받고 있던 그들에게 정말 훌륭한 감정 해소가 되었다. 그들은 모든 고통과 억울함, 스트레스를 주먹질로 시원하게 풀어냈다.한편, 무상황은 자신이 황후를 소홀히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그때 무슨 상황이었는지 기억하는가?"추 어르신이 흥분한 듯 말했다."물론 기억은 나네. 당시엔 소봉이가 궁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적성루 사람들을 많이 그리워했네. 게다가 나도 자네들과 어울리느라 바빠서 황후를 소홀히 했네. 그래서 적성루 상궁과 숭이를 궁으로 불러, 이야기를 나누게 했지."사실 기억이 가물가물했지만, 꿈속에서 다시 겪은 덕분에 자세히 생각났다.그때 어서방의 회의가 끝나고, 소복이 무심히 물었다."폐하, 황후 마마를 오랫동안 못 뵙지 않으셨습니까?"그는 소복의 말이 소봉을 보러 가자는 암시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차렸다.

  • 명의 왕비   제3388화

    개혁은 가장 어려운 일이었다. 특히 나라가 이미 망가진 뒤라, 보수파들은 북당이 더는 흔들림을 견딜 수 없다고 여겨, 더 이상 변화를 원하지 않았다. 그러자 소국공은 소복을 부상으로 임명했고, 소복은 부상이 된 후, 온갖 수단으로 보수파를 하나 하나씩 무너뜨렸다.그는 협박, 욕설, 생떼, 무례, 끈질긴 설득 등 다양한 방식으로 보수파를 공략했고, 심지어 마지막에는 돗자리를 말아, 상대의 대문 앞에 깔고는, 저녁엔 문 앞에서 잠을 청하고, 낮에는 문 앞에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북당의 발전을 가로막는 자라고 비난까지 했다.그렇게 보수파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2년이 지나, 휘 형과 형수가 대주에서 돌아왔다. 그는 드디어 애써 노력한 끝에, 그들에게 기대에 부응할 만한 모습을 보여 줄 수 있었다. 하지만 성공의 길은 여전히 멀었다. 가난 때문에 발생한 난장판은 아직도 평정되지 않았다.휘 형과 형수는 사실 그의 혼례를 치르기 위해 돌아온 것이었다.그는 이제 황후를 책봉해야 할 시기였고, 황후 후보는 일찌감치 정해져 있었다. 바로 숙왕부에서 지낸 적 있는 소복의 딸이었다.소복의 딸이 원래 무슨 이름이었는지, 그는 이미 기억나지 않았다. 왜냐하면 소복이 부상 자리에 오른 뒤, 딸의 이름을 소봉으로 새로 지었기 때문이다.소복의 꿈은 언제나 직설적이었다. 소봉의 이름은 '소가에서 나온 봉황'이라는 단도직입적인 뜻을 담고 있었다.소봉은 아버지 소복과는 달리 성격이 반듯하고 강직했다. 당시 그는 온갖 일로 정신이 없어 남녀 간의 감정 따위는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사모의 감정보다 그에게 나라가 더욱 중요했었다.하지만 황제로서, 그도 후사를 마련하는 것이 북당 안정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그에게 사모의 정에 대해 조금 느낀 적 있는지 묻는다면, 아마도 소가의 셋째 딸, 소낙연의 이름을 들었을 때이다.다만 그도 그녀의 이름만 알고 있었을 뿐, 나중에야 소낙연이라고 자칭했던 여인이, 사실 그의 형수인 라만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그 시절

  • 명의 왕비   제3387화

    그렇게 그들은 만취해 하늘을 이불 삼고 땅을 침대 삼으며, 마치 처음 전장에 나섰던 그 시절로 돌아간 기뿐을 느꼈다.그 시절에는 전쟁이 치열해, 종종 땅바닥에 몸을 웅크린 채 잠을 청하곤 했다. 여섯째는 당시에 항상 설사를 했었다. 셋이 몰래 전장에 나가려 했기에, 선생과 형수를 속이기 위해, 스스로 배탈을 자초한 후, 돈을 조금 챙기고는 전장으로 향했었다. 전쟁터에서 정말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다들 마음속으로 두려움이 가득했었다. 가난을 제외하고, 죽음보다 무서운 것은 없었다.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그들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을 거의 본 적이 없었다.하지만 시간이 지나, 그러지 않는 사람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적군이 승전가를 부르며 전우를 죽이고, 나라를 침탈할 때, 그들은 한 번도 죽음을 생각해 본 적 없었다.죽음에 관해 생각한다고 해도, 죽더라도 이 땅을 지켜야 한다는 마음뿐이었다.그들은 그렇게 잠에 들었고, 꿈속에서 막 즉위하던 시절로 시간여행을 떠났다.숙왕부도 여전히 그대로였고, 적성루는 인파로 붐볐으며, 전쟁으로 인해 찢어지게 가난했다. 휘 형과 형수는 대주로 빚을 갚으러 갔다. 북막과의 전쟁을 위해 대주의 30만 대군을 빌려왔지만, 갚을 돈이 없어 휘 형을 인질로 넘겼다.휘 형이 떠난 후, 조정은 서출의 어린 새 황제를 신경 쓰지 않았다.그들은 조정에서 대신들과 첨예하게 대립해야 했고, 매번 언쟁 후에는 식은땀으로 흠뻑 젖은 채, 어서방에 돌아가 주저앉곤 했다.즉위할 때 휘 형은 최선을 다하면 좋은 황제가 될 수 있다고 격려해 주었다.그래서 그도 그렇게 믿었지만, 막상 황위에 올라보니 전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때로는 있는 힘껏 버텨도 소용없었다.하지만 퇴로 또한 없었다. 휘 형이 말했듯이, 퇴로가 없는 것이 오히려 가장 좋은 길이었다. 두 눈 질끈 감고 힘껏 돌진하다 보면, 결국 승리하게 된다.다행히 조정에 그들을 도와주는 이들도 있었다. 장 대인과 소복이 큰 도움을

  • 명의 왕비   제3386화

    그들은 사생활을 모조리 보여주는 것 같아, 팬들이 따라오는 것을 막았다.하지만 팬들은 놀랄 만큼 열렬한 애정을 보이며 기어코 그들 뒤를 따랐다.그 모습에 다들 처음엔 못마땅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결국 이해하기로 했다. 모두 예전에 많은 사람이 따르고, 시중을 받으며 전성기를 가졌던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익숙하기도 했다.어쨌든, 그들은 지금 행복하게 차를 몰며 독고 도로를 달리며 아름다운 풍경을 마음껏 만끽할 수 있었다. 팬들도 그들의 모습을 기록했다. 다투기도 하고, 술을 마시며 농담을 주고받고, 무술을 연습하는 모습 등, 그들의 사소한 순간들 모두 영상으로 편집되어 올라갔다 .그리고 곧 사람들은 퇴직 여행 계정에 한 명이 아닌, 세 명이 함께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영상에 등장한 사람은 '십팔매'라 불렸는데, 많은 네티즌이 그 이름을 듣자마자 웃음을 터뜨렸다.얼굴에 약간의 여드름 자국이 있고, 항상 무표정으로 자기를 과인이라고 부르는 노인은 '여섯째'라 불렸다. 비록 엄숙해 보이지만, 실은 장난기가 많아 두 사람을 몰래 놀리고는 입을 막고 웃기도 했다.항상 핸드폰으로 독서하는 노인은 '주대'라고 불렸다. 박학다식하며, 말할 때마다 고사성어를 인용해, 십팔매와 여섯째가 싸울 때 몇 마디로 갈등을 풀어낼 정도로 인품이 뛰어났다.팬들은 이들의 이름만 들어도 웃음이 터질 지경이었다.그리고 그들의 대화를 듣고, 어릴 때부터 함께해왔고, 나이가 들어서도 여전히 함께 여행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많은 사람들이 깊이 감동하였다.그렇게 어느 날 밤, 그들은 야외에서 술을 마시고 반쯤 취한 채, 바닥에 누운 채로 별이 가득한 하늘을 바라보며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이 장면 역시 팬들에게 촬영되었다.늘 털털한 십팔매는 두 손을 머리 뒤에 괴고 은하수를 바라보다가 갑자기 감탄하며 말했다."우리 정말 많이 늙었네. 앞으로 몇 년이나 더 살 수 있을까?"여섯째가 그의 머리를 한 대 가볍게 쳤다."길 위에서는 불길한 말 금지네."십팔매가 입을 열었다."

  • 명의 왕비   제3385화

    사건은 결국 크게 번져지고 말았다. 의도가 불순한 사람들이 소요공 일행에게 해명하라고 했지만, 그들은 이미 신시의 유명한 목호에 도착한 뒤였다. 목호의 아름다움에 빠져서 댓글이나 메시지를 볼 시간조차 없었다.지금 추 어르신은 노인이 시를 읊고 글을 짓는 데만 정신이 팔려, 어디를 가든 꼭 한 편의 시를 남긴 후, 돌아가서 희 상궁에게 보여주려고 했다.그들에게 있어 인생은 이미 반 이상 지나온 것이었다. 과거에 300년을 살겠다고 다짐한 만큼, 수많은 일을 겪고 수많은 적을 마주했기에, 이번에 만난 유아독존은 그냥 한 번 겨루었을 뿐이기에 바로 잊혀졌다.목호 여행을 마친 뒤, 그들은 차로 독고 도로로 향했다.그들은 캠핑카를 타고 북쪽으로 쭉 올라가며 길가의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했다. 영상도 많이 찍었지만, 편집할 시간이 없어 업로드는 하지 못 했다. 편집으로 추 어르신의 시간을 많이 빼앗었다 보니, 그가 그동안 풍경을 놓치는 일도 많았었다. 눈도, 손도 한 쌍뿐인 데다, 다른 두사람은 편집을 전혀 몰랐기에 북당의 수보인 추 어르신 혼자 애써야 했다.그래서 영상 업데이트는 잠시 미루고, 길가의 풍경을 잘 감상하기로 한 것이었다. 그들은 짧은 영상 제작에 정신을 빼앗겨 소중한 순간을 놓치고 싶지 않았고 초심을 잃고 싶지도 않았다.하지만, 그들을 진심으로 좋아하는 팬들과 여행 중인 배낭 여행객, 캠핑카 족들이 줄줄이 따라붙으며 영상을 빨리 올리라며 재촉했다.댓글을 작성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쫓아와서 소리치며 재촉하는 모습에 추 어르신은 그만 깜짝 놀라고 말았다. 그리고 내심 이렇게 자신들을 좋아해 주는 팬들의 기대를 저버릴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날 저녁, 추 어르신은 무상황과 십팔매에게 대결을 시켰다. 그리고 편집 없이 원테이크로 촬영해, ‘사나이로 태어나서’라는 배경음악과 함께 바로 영상을 올렸다.영상에 무상황이 처음 등장하기는 했지만, 대부분 등을 돌리고 있었다. 무상황의 무공은 소요공만큼 뛰어나지는 않았지만, 기술이 다양해서

  • 명의 왕비   제3384화

    유아독존은 깜짝 놀라 기절할 뻔했다.그는 링 위에서 인생을 마감할 것 같은 공포를 느꼈고, 평생 이렇게 큰 공포를 느낀 적 없었다. 눈앞의 이 노인은 공격할 때, 눈빛에 살기가 서려 있었던 데다가, 전장에서 수많은 사람을 죽인 장군과도 같은 위압감을 뿜어내고 있어, 그저 한 번 눈만 마주쳤을 뿐인데 온몸이 얼어붙을 정도였다.그는 다시는 이런 공포를 겪고 싶지 않아졌다.끊임없이 터져 나오는 박수 소리 속에서 그는 자신의 거만함과 어리석음, 그리고 비열함 때문에 앞으로 모두의 조롱거리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때 소요공이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살려달라고 빌지 않겠다면, 그냥 일어나거라. 난 어린애랑 진지하게 겨룰 생각이 없으니."처음에는 소요공도 유아독존이 꽤 대단한 인물이라 생각했었는데, 알고 보니 그저 밥이나 축내는 무능한 자였다. 이런 사람이 수백만 팔로워를 가지고 있다는 게 어이없을 정도였다. 자신의 팔로워 수가 그보다 적다는 사실을 떠올리자, 괜히 기분까지 상했다.유아독존은 수치와 분노가 치밀어 올랐지만, 소요공의 표정에 갑자기 불쾌한 기색이 드러나자, 다시 겁에 질리고 말았다. 그는 파랗게 질린 얼굴로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터벅터벅 무대를 내려갈 뿐이었다.소요공은 이번 대결로 엄청난 스타가 된 반면, 유아독존은 몰아치는 욕설에 정신을 차릴 수 없었고, 더 이상 아무런 영상도 올리지 않았다. 팬들은 그의 이전 영상이나 D을 통해 사과를 요구했다. 유아독존은 과거 소요공의 영상에 댓글로 욕설을 퍼부었지만, 그는 이 점에 대해서 사과하지 않았고, 마치 죽은 사람처럼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며칠 동안 여러 매체가 어르신들에게 연락을 보내 방송 출연을 요청했지만, 그들은 DM도 보지 않고, 어떤 연락에도 응하지 않았다. 그들은 철저하게 신비주의를 유지하며 인기를 이용하지 않았다.게다가, 이 일로 일정을 늦추지도 않았다. 새로 올라온 영상을 보고 나서야, 팬들은 그들이 이미 새로운 도시로 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영상에는 그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