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남왕과 남강왕주명양이 300만냥이나 빌릴 수 있다는 사실에 우문호는 상당히 충격을 받고 말았다.소홍천마저 주명양에게 탄복하며, “경성에서 추문이 자자하다더니 어떻게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주명양을 믿을 수가 있죠? 그건 쳐주는 이자가 높다는 것 밖에 생각할 수 없어요. 재물을 탐하니 주명양에게 속는 거죠. 손전무가 빌려갔다고 인정하지 않는 한 주명양이 이렇게 엄청난 돈 못 갚죠. 그리고 손전무와 임소는 본래 암암리에 결탁하고 있었으니 이건 일종의 짜고 하는 연극에 불과해요.”우문호가 임소를 언급하는 소홍천을 살펴봤다. 비록 이를 악 물긴 했지만 미움만 있을 뿐 상처는 없는 것이 배신의 아픔에서 빠져 나온 모양이다. “계속 지켜보는데 주의를 끌어서는 안돼. 그들이 도대체 뭘 하려는 건지 보자.”“목적이 주재상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탕양이 옆에서, “그리고 임소는 평남왕부를 들락거렸으니 평남왕부를 조사할까요? 평남왕 전하 신분이면 헌제 왕조의 황태손으로 만약 제위에 미련을 가지고 계신다면 역모의 행동을 취하시지 못할 것도 없습니다.”우문호가 고개를 젓고, “평남왕 전하는 그러실 리 없어, 오히려 임소가 평남왕부에 간 속셈이 있을 거야. 평남왕께서 직접 태상황폐하께 편지를 쓰셨어 임소가 출입한다고……”우문호가 말하다가 잠시 머뭇거리더니 천천히 눈살을 찌푸리며, “그런데 이것도 말이 안돼.”“어떻게요?” “평남왕이 사람을 보내 임소를 따라잡아 잡아 두겠다고 했는데 내가 보기 분명 쫓아가지도 않았어. 나중에 임소가 다시 왔는데 임소는 평남왕이 자신을 잡으려는 걸 알고도 과연 왔을까? 그리고 두번째는 독 안에 든 쥐인데 평남왕부 안에 있는 임소를 못 잡았다고?”“임소는 똑똑해서 분명 알았을 거라, 그 말대로라면 두번째는 절대로 갈 리 없어요.”“임소가 일부러?” 탕양이 우문호를 보고, “평남왕이 선비사람을 몇을 집에 들였다고 냉대인이 전에 말씀하셨는데 이 일이 전에 있었으면 별 지장이 없었겠지만 어쨌든 지금 전란이 그쳐 양국이 왕래를 회복
둘째 부인을 떠보다주명양이 구씨 둘째 부인에게 퍼트린 낭설에 우문호는 계속 신경이 쓰였다. 원 선생과 냉정언의 명성에 해를 입힘과 동시에 지금은 밖에 새나가지 않았지만 앞으로도 그러리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특히 냉씨 집안이 혼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구씨 둘째 부인과 구정민의 성격에 반드시 이 일을 천지사방에 떠들고 다닐 것이다.그래서 우문호는 구사에게 돌아가서 처리하도록 했는데 이 일을 깔끔하게 밝히는 제일 좋은 방법은 주명양의 상황을 심각하게 만들고 사태를 더욱 악화시켜 이 사람들의 최종 목적이 무엇인지 보는 것이다.구사는 이런 일을 잘 못해서 원경병에게 전부 맡겼다.원경병에겐 식은 죽 먹기다. 원경병은 어느 날 둘째 부인과 구정민을 불러 수다를 떨다가 무심코, “맞아요, 작은 어머니. 어머니께 말씀 드릴 일이 하나 있는데 조심하셔야 돼요.”둘째 부인이, “무슨 일인데?”원경병이 두 손으로 배를 만지며 느긋하게, “며칠 전에 제왕비 마마께서 경조부에서 지금 사기 사전을 조사중인데 자칭 강남의 거상이라고 사람이 사업 자금을 회전시키려고 경성에서 사기를 친다고 해요. 많은 사람들의 돈을 빌려서 처음에는 이자를 주더니 한참 지나자 그자가 돈을 들고 튀어서 원금도 돌려받지 못하고, 피 같은 본전이 날아갔다며 제왕비 마마께서 저더러 주의하라고 했어요. 이자들의 사기에 당하면 안된다고. 작은 어머니도 주의하세요. 친한 부인들께도 설명해 주시고요. 사기 당하지 마시라고.”둘째 부인과 구정민이 이 말을 듣고 안색이 새하얘지더니 서로 마주봤다.둘째 부인이 원경병에게 약간 목소리가 꺾이며, “강남의 거부?”“맞아요, 어쨌든 조심하는 게 좋아요. 은자를 모으는 게 쉬운 일이 아니잖아요.”“그 사람들 전부 잡혔나?”원경병이 고개를 흔들고, “그건 몰라요. 어쨌든 지금도 신고하는 사람이 있는데 자기가 빌려준 돈을 못 받았다고 제일 큰 금액은 몇 십만 냥이래요.”원경병은 찻잔을 내려놓고 둘째 부인의 당황한 얼굴을 보고 놀라며, “작은 어머니, 설마 은
약은 자들의 대결원경병이 놀라서, “아가씨, 그게 무슨 뜻이예요?”구정민이 정색했으나 눈에 분노가 사그라들 지 않고, “아뇨. 이건 너무했다 싶어서요.”“확실히 너무 했죠. 우리 언니가 첫째 황자비 마마께 잘못한 것도 없는데 사랑에 눈 멀어서 증오심을 가진 거니까, 그만하죠. 그 사람들 얘기는 하지 않기로 해요. 저도 딸을 데리러 돌아가야 해서요 이제 잘 시간이라.” 원경병의 목적이 달성되었으니 더 이상 묻지 않고 일어섰다.원경병이 나가자 구정민이 흥분해서, “어머니, 마마께서 너무 하셨어요. 냉대인을 어떻게 그렇게 말할 수가 있어요? 제가 반드시 똑똑히 물어볼 거예요.”둘째 부인이 천천히 일어나, “만나야겠어. 하지만 냉대인 일은 급하지 않아. 관건은 은자를 얼른 가져오는 거야. 지난번에 이자를 연기했을 때 좀 이상했어. 부유한 상인이라면 어떻게 신용을 따지지 않을 수가 있어? 스스로 퇴로를 끊어버린 거 아냐?”“그럼 얼른 사람을 보내서 오라고 하세요.” 구정민도 마음이 급한 게 그 돈은 자신의 혼수로 앞으로 남편 집에서 대접을 받는 건 전부 혼수를 얼마나 해가는지에 달렸다.둘째 부인도 약은 사람이라 딸에게 경고하기를, “주명양이 오거든 절대로 질문을 퍼부어서는 안돼. 은자가 지금 걔 수중에 있으니 걔와 잘 상의해서 은자를 내놓게 한 다음 앞으로 다시는 왕래를 안 하면 돼.”“알았어요 어머니.” 구정민은 열 받아서 눈에서 김이 날 지경이다. 자신은 원래 고결한 인간인데 지금 은자때문에 주명양과 잠시 타협해야 하는게 속으로 더 열 받게 했다.둘째 부인은 주명양에게 사람을 보내 비취를 하나 구했는데 와서 감정 좀 해달라고 했다.무턱대고 주명양을 오라고 하면 분명 의심할 것이고, 안 오면 골치 아프기 때문에 일부러 핑계를 만든 것으로 주명양은 비취 골동품 보석 장신구를 좋아해서 이렇게 말하면 반드시 올 것이다.과연 점심이 되자 주명양이 왔다.은색 망토를 입고 있는데 목둘레 밍크 털이 약간 누렇게 된 게 이 밍크 망토가 귀한 것이긴 한데 옛날
주명양의 흑심둘째 부인이 이 말을 듣고 앞뒤가 꿰 맞춰지면서 어쩐지 계속 냉대인 얘기를 조작하 더라니 태자비의 얼굴에 먹칠을 하려던 것만이 아니라 냉정언과 혼사를 막으려던 거였구나. 혼사가 정해지지 않으면 은자를 돌려 달라고 하지 않을 테니까. 그날 은자를 돌려 달라고 해서 냉대인과 태자비 일을 말했군. 진짜 계략이 심해도 너무 심했다.둘째 부인은 당장 은자를 돌려받지 않았으니 주명양의 심기를 거스를 수 없어 미소를 지으며, “사람을 시켜 물어보니 전에 그들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 방법이 없었지만 최근 2년간 왕래가 전혀 없었 다니 그만 하려고. 나쁜 마음 품어보지 않은 남자가 어디 있나? 결국 마음을 돌렸으면 됐지. 그리고 민이 성격을 너도 알지. 고집을 부리면 바꿀 수가 없어.”주명양은 마음 속으로 ‘구정민 이 남자에 빠진 병신’하고 욕을 하면서도 겉으로는 유감스럽다는 듯, “그리 되었으니 사촌 언니인 제가 더 할 말은 없네요. 축복해요. 이모 안심하세요. 손 주인장에게 얘기해서 얼른 은자를 받아올 게요.”둘째 부인이 이 말을 듣고 마음이 다소 안정돼서, “명양이가 고생 좀 해줘, 걱정하지 마, 나중에 원금을 받으면 이모가 널 섭섭하게 하지 않을 테니.”“고마워요 이모!” 주명양이 건성으로 대답했다.“언제 돌려 받을 수 있을까? 내일 아니면 모레는 받을 수 있나?”주명양의 표정이 별로 좋지 않고 냉랭하게, “왜요? 이모는 절 못 믿으세요? 가서 손 주인장에게 얘기해도 돈이 돌고 있으니 당장 되는 건 아니죠.”“그럼 구체적으로 언제? 할 일이 많이 있어서 미리 알아야 준비하기 좋아서 그래, 절대 널 못 믿어 서가 아니야. 왜 걸핏하면 그런 얘기를 해? 이모가 널 못 믿으면 몇 십만 냥을 너한테 줄 수 있겠어?” 둘째 부인이 주명양의 낯빛이 좋지 않고 내켜 하지 않는 것을 보고 확답을 해주지 않으면 본인도 안심이 안되는 것이 만약 은자를 돌려받지 못하면 정말 죽을 수밖에 없다.“3~5일정도, 일단 가서 물어볼 게요. 손 주인장에게 준비
임소를 찾은 주명양“그야 그렇지. 늙은 구렁이라니까.” 원경릉이 웃었다.원경병이 깊이 탄복하며, “그럼 이제 우리는 어떻게 해요?”원경릉이 느릿느릿, “아무 것도 할 필요 없어, 떡이나 먹고 굿이나 보면 돼. 당연히 둘째 부인께 한두마디 일깨워 줘도 되지, 구정민의 명성을 다치게 하지 않으려면.”원경병의 손가락이 도자기로 만든 잔을 쥐고 담담하게, “불쌍하지 않아요. 걔가 다른 사람의 명성을 상하게 한 게 한둘 이예요? 주명양이 이 일을 날조했지만 다른 남자였으면 구정민이 분명 떠들고 다녔을 거예요. 그런데 냉대인은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이니까 조용히 입다물고 있는 거잖아요.”원경릉은 동생이 지금 비록 둘째 부인과 화목하지만 원래 시집 갔을 때 그 모녀에게 얼마나 괴롭힘을 당했는지 생각했다.경병이는 그렇게 만만한 사람이 아니고 둘째 부인도 그렇다. 둘 다 집안의 안녕을 위해 태평한 척 가장하고 있지만 정말 심각한 고비를 맞닥뜨리면 넘어진 사람에게 손 내밀 사이는 아니지 안 그래?맞아, 원한이 있는데 언제나 부처님 가운데 토막처럼 그들을 상대할 수 없는 거다.주명양이 구후부에서 나간 뒤 바로 임소를 찾아갔다.임소의 만 냥을 받은 날 당장 우문군 앞에 고비는 넘겼지만, 그 뒤로 우문군이 그녀를 철저하게 원수로 여겨서 집에 가도 좋은 낯으로 맞아줄 리 없으니, 둘째 부인 일이 아니어도 주명양은 임소를 찾아가야 했다.임소 집 앞에서 한숨을 쉬고 문을 두드렸다. 어찌 됐든 해결방안을 찾아야 하는데 당장 찾아갈 사람이 없다. 임소는 은자 만 냥을 기꺼이 줬으니 분명 그녀를 더 도와주고 싶을 것이다.주명양은 임소가 자신을 돕고 싶어하는 건 자신을 좋아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문이 열리고 임소가 직접 나와서 맞았다. 이렇게 중시해주자 주명양의 마음도 으쓱해진 것이 그간 모든 사람에 업신여김을 당하며 이런 존중을 누려본 지 오래됐기 때문이다.주명양은 처음에 임소가 자신을 속인 것이 싫었지만 지금 그가 유일하게 자신을 중시해주는 사람이라 억울함을 누르며,
임소의 계책주명양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는데 지금 냉정하게 말 하게 생겼어?’ 하지만 임소의 거동이 잔잔한 것을 보고 마음이 조금 누그러진 데다 물 한 잔을 받아 마시고, “구씨 집에서 이모가 구정민 혼수 준비하게 얼른 은자를 돌려 달래요.”“구씨 집안이 어느 집과 혼담이 오갔지?”“냉씨 집안 냉정언!” 주명양이 초조해 죽겠는지, “이 혼사는 이루어져서는 안돼요. 냉정언은 고결한 사람이 아니라고 내가 그렇게 얘기했는데 어떻게 여전히 바보같이 딸을 시집 보낸다는 거죠? 진짜 허영덩어리예요.”“냉정언이 왜?” 임소가 어조의 변화없이 물었다.주명양이 임소를 흘끔 보더니 임소 앞에서 자신의 비열한 마음을 감추지 않기로 했다. 어쨌든 임소도 광명정대한 인간은 아니므로, “이유가 있는 건 아니고, 그냥 내가 추문을 꾸며낸 거예요.”임소가 약간 실망하며 차가운 눈으로, “간단하네. 혼사가 이루어지지 않게 하려면 계속 추문을 꾸며내면 되지.”“소용없어요. 원래부터 엄청 안 좋게 얘기했는데 한사코 시집을 가겠다고 하잖아요.”임소가 미소를 지으며, “그럼 이번엔 온 경성에 퍼트리는 거지. 구씨 집안 아가씨는 부도덕하고 품행이 단정하지 못하다고. 냉씨 집안은 하늘같은 명문세가로 특히 냉정언은 냉씨 집안의 장자에 국자감 학장으로 절대 품행이 바르지 못한 여자를 아내로 맞지 않을 거야. 혼사가 틀어지면 물론 너에게 급하게 은자를 돌려 달라고 할 리 없고.”주명양이 듣고 놀라며 자기는 이런 생각까지는 못했는데 깊이 따져보니, 구정민이 예전에 자기와 사이가 좋은 편으로 자기가 나서서 도와준 적도 있는데 지금은 자기 신세가 영락했다고 이번에 몇 번 찾아가니 구정민의 태도가 오만함을 넘어서서 교만한데다 고귀한 티를 어찌나 내는지 자신과 구정민이 다른 차원이라는 듯 일부러 거리를 두려고 했다.“왜? 친척이라 안 내켜? 생각해 봐. 저들은 당신 신경 안 쓸 거 같은데, 사람이 너무 자비롭고 인자하면 안되는 법이야. 전에는 일하는 게 아주 칼 같더니 어쩌다 이렇게 됐어?”
구정민에 대한 소문따지고 보면 그와 처음도 아닌 게 전에 살을 맞대고 뜨겁게 나누던 사랑이 가슴에 되살아나며 그날의 광란의 몸부림이 다시 느껴졌다.그러자 주명양은 일어나 이용이든 위로든 상관없다. 잃은 것도 없으니까.임소를 바라보며 달아오른 눈빛으로 서서히 옷고름을 푸르는데 임소의 눈이 어두워지며 손을 대지 않고 가만히 주명양을 바라봤다.옷을 다 벗고 살포시 걸어오는 자태가 기가 막힌 게 손짓하나 발걸음 하나까지 전부 유혹 아닌 게 없다. 두 손을 임소의 목에 걸치고 눈을 가늘게 뜬 채 요염하게 숨을 토하는데, “하고 싶다고 한 거 아니었어요?”임소가 주명양을 안고 그녀의 입술을 깨물며 비바람처럼 사납게 몰아쳐 가슴아래로 완전히 싸 안아버렸다.주명양은 원래 억지로 였으나 진짜 임소와 몸을 섞자 눈 앞이 아득해 지고 모든 걸 손에 쥔 기분이 들었다. 사실 모든 건 임소의 수중에 들어가 있다는 걸 알 리가 없지만.모든 것이 원경릉의 예상대로 이틀이 못되어 경성 구석구석에 구정민이 2년전 회주에 갔을 때 한 남자와 몸을 섞고 평생을 약속했는데 그 남자는 기혼자였다는 것이다.이 말이 전해지자 경성이 들썩거리며 호사가들은 구씨 집안 하인들에게 물어보니 분명 2년전에 구정민이 유민 현주와 같이 회주에 갔었고 당시 유민 현주는 태자를 쫓아간 건데 구정민이 왜 따라갔는지 모르겠다는 것이다.구씨 집안의 계집 종이나 시동도 바깥 소문에 부화뇌동 하니 믿지 않는 사람이 없다.둘째 부인과 구정민이 이 일을 듣고 기가 막혀서 뒷골 잡고 쓰러질 지경인데 구정민 성격이 예민하고 혼자 고고한 척은 다하는데 이렇게 명성이 짓밟히고 어떻게 참겠어? 울고불고 목을 맨다고 난리를 피우니 둘째 부인은 가슴이 미어지고 분노가 치밀어 구사에게 경조부에 신고해 명예를 더럽히고 모독한 근원을 조사해 달라고 했다.제왕이 사건을 수리하고 사람을 보내 조사 시켰다.어느 전기수가 구정민 대본을 읽었는지 조사하는 건 조금도 어렵지 않았다. 주명양은 구씨 집안이 이 일을 조용히 넘어가지 않고
깊어지는 음모임소가 돕겠다는 말을 듣고 주명양은 비로소 의심을 눌렀다. 방금 임소의 눈빛은 상당히 무정해서 주명양은 깜짝 놀랐다.“하지만,” 임소는 주명양의 목덜미를 놓더니 눈을 바라보며, “요부인 말이야, 당신이랑 왕래가 있어?”주명양이 순간 화들짝 정신이 들며 임소를 밀치더니, “왜요? 나만으로는 부족해요? 그 아줌마한테도 가고 싶어요?”임소가 주명양의 귓바퀴에 키스하며, “당신, 무슨 생각하는 거야? 난 그 사람 인맥을 쓰려는 건데. 당신을 위해 이 일을 해결할 수 있는 사람, 그리고 당신을 위해 돈 놀이 건을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이 있어. 당신 예전에 요부인과 기왕의 처첩으로 같이 지냈으니 틀림없이 요부인이 아는 사람이 많다는 걸 알 거야. 그리고 그들의 약점을 쥐고 있지. 우리가 그 관원들의 약점을 쥐면 만약 그 관원들의 부인이 당신에게 돈을 빌려줬을 경우 그걸 가지고 자칫하면 당신들 재산도 몰수당하고 관직에서도 쫓겨난다고 협박할 수 있어.”주명양이 눈을 감고, “손전무를 찾을 수 있다고 하지 않았어요? 왜 이런 방법을 써야 하죠?”“”손전무가 돈을 가져갔으니 헤프게 절반이상 썼을 지도 몰라. 찾아냈다고 해도 그렇게 많은 은자를 토해내지 않으면 헛일이라고 결국 당신이 채워 넣어야 해. 그런데 빚쟁이 중에 당신에게 약점이 잡힌 사람이 있으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지 않겠어?”주명양이 화도 나고 급하기도 해서, “손전무가 감히 돈을 헤프게 써요? 보기만 하면 아주 죽여버리겠어.”“손전무가 돈을 토해낸 다음 내가 당신을 위해 그를 죽여버리겠지만 지금은 당장 이 일부터 해결해야 해. 요부인 옆집에 훼천이라는 자가 사는데 홍매문 사람으로 명을 받고 요부인을 감시하고 있어. 당신에게 단약을 하나 줄 테니, 들어가기 전에 당신이 먹으면 온통 기이한 향을 풍기게 될 거야. 훼천을 미혹해 정신을 잃게 만들어. 와서 막지 못하게 만들기만 하면 돼. 내가 요부인을 협박해서 관원들의 약점을 내놓도록 만들지.”주명양은 훼천을 아는데 끔찍하고 무서웠으나 자기가
남강에 며칠 머무는 동안, 아홉째와 함께 남강의 풍경을 둘러보고, 북강에도 다녀왔다.지금 북강 백성들은 조정에 대한 소속감이 아주 강했다. 지난 몇 년 동안 남강을 다스린 정책이 정말 훌륭했기에, 백성들 모두 좋은 날을 보낼 수 있었기에, 자연스레 황제에 대한 존경심도 깊어진 것이었다.황제와 황후가 지나가는 곳마다 백성들은 길가에 모여서 열렬히 환영했다.그들은 이번 순행 내내 오계부에서 신분을 밝힌 것 외에는 항상 미복으로 다녔다. 하지만 남강에서 우문호는 황제의 신분을 드러냈다.우문호는 백성들의 신뢰와 경외심에서 큰 성취감을 느꼈고, 매우 기뻤다. 그는 줄곧 원경릉의 손을 잡고 얼굴에 웃음을 띠고 있었다.과거 북강은 방어를 위해 무술 함정이 많았지만, 이제는 모두 제거되었다. 그리고 많은 백성이 산 아래 평원으로 이주하여, 새로운 마을을 이루었다. 정화를 구하러 왔을 때와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기쁜 마음과 함께 우문호는 감사함도 느꼈다. 이것은 결코 그 혼자만의 공로가 아니기 때문이었다.남강을 떠나야 하는 날이 다가오자, 원경릉은 만아와 여덟째를 떠나는 것이 못내 아쉬웠다. 하지만 곧 변성으로 가야 했기에, 아쉬움을 느낄 수 있는 것도 잠시였다. 남강을 벗어나자마자, 그녀는 아이들과 만날 생각에 들뜨기 시작했다."원 선생, 그들에게 말했소?"길에서 우문호가 물었다."아니, 몰래 가는 것이오."원경릉은 웃으며 말했다."교활하구먼. 그래도 만두가 이미 알려줬을 수도 있을 텐데."지금은 경단과 찰떡, 그리고 계란이 셋만 그곳에 있었다."셋이 다섯 개 성을 다스린다니, 분명히 힘들 것이오."원경릉이 안타까운 표정으로 말했다."그렇소. 그래도 예전보다는 나아졌네. 이제는 태평해 보이니."우문호도 아이들이 안쓰러웠다."이번에 가서는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며 충분히 쉬게 해줘야 하오."사실 성하나를 다스리는 것과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본질적으로 다른 점 없이, 매우 힘든 일이었다.한편, 강북부에서는 최근 강북부 무구산 주변에 신비한 상단
그러자 홍엽이 그를 바라보며 멈칫했다."자네가 중매를 서겠다고?""안 되오?""말도 안 되는 소리 말게. 자기 혼사도 해결 못 하는데 중매는 무슨. 난 못 믿네!"냉정언이 어깨를 으쓱였다."못 믿으면 말고. 이래 봬도 내가 명문가 아가씨나 협녀를 많이 알고 있소."홍엽은 손으로 그의 목을 움켜잡으며 소리쳤다."알고 있는 아가씨가 있으면 진작 말했어야지! 경성으로 돌아가자마자, 당장 소개해 주시게!"냉정언은 웃으며 그의 손목을 옆으로 밀어냈다."중매 값이 워낙 비싸서. 십만 냥 아니면 쉽게 안 나서오.""돈이 대수요?"홍엽이 교활하게 웃으며 말했다."우린 지금 한집에 살고 있소. 그러니 자네가 돈을 어디에 숨겼는지, 다 알고 있네. 그동안 꽤 많이 챙겼으니, 돌아가서 돈은 두둑이 주겠네."그 말에 냉정언이 깜짝 놀랐다."내 돈을 노리고 있었소? 진짜 도둑을 집에 들였군! 늙어서 쓸 돈이네, 그 돈을 혼사에 쓸 생각은 하지 마시오!""명여가 우리를 챙길 테니, 그렇게 쩨쩨하게 굴지 마시오."홍엽이 새침하게 말했다."나도 돈이 많소. 다만 남의 돈을 쓰는 게 훨씬 재밌을 뿐이네."냉정언이 숨을 들이쉬었다."안 되겠네. 경성에 돌아가자마자 자네를 쫓아내야겠소."홍엽이 말했다."쫓아낼 수 있으면 쫓아내 보시게. 게다가 자네가 나를 청할 때, 뭐라고 했는가? 얼마든지 살아도 된다고 했잖소. 이제 와서 후회하는 것이오?""이야, 홍엽, 어찌 이리 뻔뻔스러워진 것이오?""뻔뻔하지 않으면, 어찌 당신 집에서 이렇게 공으로 먹고살 수 있겠나?"홍엽은 크게 웃으며 그의 어깨에 팔을 얹었다."수보, 신을 모시는 건 쉬워도 보내는 건 어렵다고 하잖소. 이미 집안에 들어갔으니, 쫓아내기는 힘드네. 후회해도 소용없소. 수보의 등골 빼먹다 죽을 것이오. 관에 수의까지 얻어 쓸 생각이라, 죽으면 자네가 장례식까지 마련해줘야 하네."수보는 그를 한참 바라보다가, 애써 이를 악물며 말했다."진짜 뻔뻔하오!"홍엽은 박장대소했다.멀리 복도 끝에
“예, 그립습니다. 하지만 이곳에서 놀고 싶기도 합니다.”그는 말하다가, 갑자기 신이 난듯 몸을 들썩이며 말을 이어갔다.“여긴 정말 재미있습니다. 아홉째와 나가면 큰 산도 있고, 꽃도, 나무도 많습니다. 물고기도 많고, 사람도 많고, 뭐든지 엄청 많았습니다.”우문호는 웃으며, 못내 안쓰러움을 느꼈다. 예전에 그를 궁 안에 가두고, 거의 밖으로 데리고 나가지 않았다. 게다가 다른 사람이 그를 데리고 나가는 것도 신경 쓰였다.“이곳이 마음에 들면, 좀 더 오래 있어도 된다.”우문호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예, 정말 좋습니다. 다만, 형님과 형수님이 그리웠습니다. 이렇게 오셔서 정말 다행입니다.”여덟째는 흥이 오른 상태로 그의 팔짱을 끼며 말했다.“어서 들어가시지요! 아홉째가 형님이 내일 오신다고 맛있는 음식을 많이 준비했습니다.” 그는 뒤돌아 원경릉에게 외쳤다.“형수님, 빨리 따라오십시오. 맛있는 거 많습니다.”미색은 웃으며 꾸짖었다.“이 무심한 녀석, 다섯째 형수님만 챙기고, 여섯 형수가 배고픈지는 묻지도 않는 것이냐?” 여덟째는 그제야 미색을 본 듯, 놀라서 눈을 크게 뜨고 말했다.“여섯째 형수님도 오셨습니까? 여섯째 형님도 오신 것입니까? 와, 너무 좋습니다!”“질투하다니?”원경릉은 미색의 어깨를 가볍게 토닥이며 미소를 지었다.“여덟째는 너보다 나를 더 좋아하는 것이다.”“아유, 참!”미색은 일부러 그렇게 말했다.여덟째는 바로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항상 그림과 책자를 선물하는 여섯째 형수님도 좋아했기 때문이다.그는 말을 더듬으며 말했다.“그... 그럼 같이 드시지요. 음식 많습니다.”“장난이다. 난 질투 안 해.”미색은 기쁘게 말했다.여덟째는 그제야 마음을 놓았고, 다들 웃으며 안으로 들어갔다.원경릉이 만아에게 말했다.“정말 이곳에서 즐겁게 지내고 있구나. 예전보다 훨씬 활발해졌고, 말도 많이 하네. 이 모든 게 아홉째 덕분이다.”만아는 웃으며 말했다.“예, 둘이 시간이 날 때마다 밖으로 나가, 더
원경릉은 발끝을 들어 그의 뺨에 입을 맞추고는, 환한 미소를 지었다.우문호는 그런 그녀를 와락 끌어안으며 말했다.“원 선생, 행복하오?”“행복하오.”“하하하. 지금이 아닌, 나와 함께했던 모든 날이 행복했냐고 물어보는 것이오.”“모든 순간이 당연히 행복하고, 기쁘오!”원경릉은 스스로를 자조하듯 웃었다.“나 같은 집순이가 이렇게 결혼생활이 행복할 줄 누가 알았겠소?”한때 그녀는 자신이 평생 결혼하지 못할 거라 생각했고, 사랑 없는 삶도 부족함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그녀는 사랑을 중요하지 않다고 여겼었지만, 사랑은 사실 정말로 중요했다.산꼭대기에 앉아, 차가운 바람을 맞고 있었지만, 추위는 느껴지지 않았다. 그녀는 지금의 풍경을 눈에, 그리고 마음에 깊이 새기고 싶었다.그리고 함께 늙어간 후, 다시 천천히 되새기고 싶었다.영산에서 내려온 후, 그들은 다시 여정을 이어나갔다. 이번 목적지는 바로 남강이었다.명절이 지난 뒤, 아홉째는 여덟째를 데리고 먼저 남강으로 돌아갔다. 다들 그가 그곳에서 잘 지내고 있는지 궁금했다.남강 땅은 오랜만이었다. 마지막으로 발을 디딘 건, 정화를 구하러 갔을 때였다.남강으로 가는 내내 홍엽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냉정언이 물었다.“남강에 가면, 못난이를 만날 것이오?”“만나야지.”홍엽이 답했다.“물론 만나야지!”못난이는 오랜 시간 그와 함께했던 사람이니, 만나야 했다. 못난이가 종종 편지를 보내오긴 했지만, 자기 상황은 거의 말하지 않았다.반면 아홉째는 편지에서 북강의 소식을 자주 전해주었다.지금의 남강은 어느 정도 통일되어 있었고, 북강과 남강도 평화롭게 공존하고 있었다. 그동안 이익 문제로 양측의 왕래가 더욱 빈번해졌다.아홉째는 편지에서 못난이가 북강의 민심을 얻었고, 성격도 예전보다 훨씬 밝아져, 마치 다른 사람이 된 듯하다고 전했다.홍엽의 마음엔 기대와 기쁨이 섞여 있었다. 그도 지금 잘 지내고 있으니, 못난이도 잘 지내길 바랐다.우문호는 남강에서 돌아온 후, 변방으로 갈
그 일을 떠올리자, 꿈에서 본 일이라 그런지 마치 얼마 전에 있었던 일처럼 느껴졌다.그때 그들은 죽을 만큼 힘든 소년들이었는데, 지금은 한없이 한가한 노인이 되었다.세월은 덧없이 흘러갔고, 그동안 그들은 많은 사람들을 잃었다.무상황은 자신의 황후였던 소봉을 떠올렸다.그들은 줄곧 전형적인 황제와 황후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는 나라를 다스렸고, 그녀는 후궁을 다스렸다. 비록 그가 그녀를 괴롭히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많은 애정을 주지도 않았다.그렇게 평범하게 평생을 함께했지만, 그녀가 떠나는 날, 그는 마음속 한 조각이 떨어져 나간 듯한 슬픔을 느꼈다.평생 함께했던 사람이 자신보다 먼저 떠날 거라 생각하지 못했기에 더욱 아팠다.세 사람은 한참 동안 넋을 잃고 있다, 다시 길을 나섰다.유아독존과 관련된 일이 생각보다 커졌지만, 모든 소란은 결국 가라앉게 될 것이다. 모든 소문도 점점 사그라들기 마련이니, 그들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하지만 세 사람이 여행하는 영상이 점점 유명해지면서, 유아독존은 더 심하게 비난을 받았다.현실에서 함부로 욕설을 내뱉으면 얻어맞을 수도 있지만, 인터넷에서는 당당한 명분이 있었기에 악성 댓글을 다는 자들은 마음껏 욕을 퍼부었다.그리고 어느 날, 추 어르신이 오래도록 인터넷의 댓글을 훑어보면서 잠시 생각에 잠긴 듯했다. 그는 이내 해가 지는 장면을 찍어 짧은 영상을 올렸다. 그리고 영상에 한마디만 덧붙였다.“분쟁 없이, 오직 평화만 있기를.”그는 모든 다툼이 끝나길 바랐고, 누군가를 벼랑 끝으로 몰지 않기를 바랐다. 단지 말로만 승부를 겨루는 사람은 그들의 적이 아니기 때문이다.음... 무엇보다 적이 될 자격도 없었다!영상이 올라간 지 이틀 뒤, 유아독존은 마침내 사과 영상을 올렸다. 그는 질투와 시기로 무술을 모독한 것을 사죄했고, 은퇴를 선언했다. 그리고 직접 그들의 계정을 태그해 진심으로 사과했다.진심 어린 사과는 항상 용서를 가져오는 법이다. 그리고 악성 댓글을 달던 사람들도 마침내 욕설을 멈췄다.
삼대 거두는 늦은 시각이 되어서야 일어났고, 숙취에서 깨어나니, 이미 날이 밝아져 있었다. 그들은 아직 잠에서 깨지 않아, 눈앞의 모든 것이 몽롱해 오늘이 무슨 날인지조차 모를 정도였다.태양이 서서히 떠오르며 하늘에 떠 있는 주황빛 구름은 점점 짙은 금빛으로 변했고, 금빛 가장자리에는 붉은색이 덧씌워져, 눈부시게 아름다웠다.소요공이 눈을 비비며 말했다."꿈을 꿨네."추 어르신과 무상황은 동시에 그를 바라보며 이구동성으로 물었다."무슨 꿈을 꿨는가?""꿈에서 숭이가 사내에게 속았는데, 우리가 직접 나서서 복수를 해줬다네."추 어르신과 무상황은 놀라서 동시에 숨을 들이켜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귀신이 곡할 노릇이네."말이 끝나자,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깜짝 놀라 외쳤다."자네도 꾼 것인가?""그렇네!""그렇네!""설마 우리 셋이 똑같은 꿈을 꾼 것이오?"소요공도 깜짝 놀랐다.그 일은 그렇게 중요한 일도 아니었고, 어떻게 된 일인지 가물가물할 정도로, 그저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만 어렴풋이 기억할 정도였는데, 꿈에서는 그 장면 장면이 또렷하게 떠올랐다.그리고, 이 꿈은 당시 엄청난 부담을 받고 있던 그들에게 정말 훌륭한 감정 해소가 되었다. 그들은 모든 고통과 억울함, 스트레스를 주먹질로 시원하게 풀어냈다.한편, 무상황은 자신이 황후를 소홀히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그때 무슨 상황이었는지 기억하는가?"추 어르신이 흥분한 듯 말했다."물론 기억은 나네. 당시엔 소봉이가 궁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적성루 사람들을 많이 그리워했네. 게다가 나도 자네들과 어울리느라 바빠서 황후를 소홀히 했네. 그래서 적성루 상궁과 숭이를 궁으로 불러, 이야기를 나누게 했지."사실 기억이 가물가물했지만, 꿈속에서 다시 겪은 덕분에 자세히 생각났다.그때 어서방의 회의가 끝나고, 소복이 무심히 물었다."폐하, 황후 마마를 오랫동안 못 뵙지 않으셨습니까?"그는 소복의 말이 소봉을 보러 가자는 암시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차렸다.
개혁은 가장 어려운 일이었다. 특히 나라가 이미 망가진 뒤라, 보수파들은 북당이 더는 흔들림을 견딜 수 없다고 여겨, 더 이상 변화를 원하지 않았다. 그러자 소국공은 소복을 부상으로 임명했고, 소복은 부상이 된 후, 온갖 수단으로 보수파를 하나 하나씩 무너뜨렸다.그는 협박, 욕설, 생떼, 무례, 끈질긴 설득 등 다양한 방식으로 보수파를 공략했고, 심지어 마지막에는 돗자리를 말아, 상대의 대문 앞에 깔고는, 저녁엔 문 앞에서 잠을 청하고, 낮에는 문 앞에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북당의 발전을 가로막는 자라고 비난까지 했다.그렇게 보수파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2년이 지나, 휘 형과 형수가 대주에서 돌아왔다. 그는 드디어 애써 노력한 끝에, 그들에게 기대에 부응할 만한 모습을 보여 줄 수 있었다. 하지만 성공의 길은 여전히 멀었다. 가난 때문에 발생한 난장판은 아직도 평정되지 않았다.휘 형과 형수는 사실 그의 혼례를 치르기 위해 돌아온 것이었다.그는 이제 황후를 책봉해야 할 시기였고, 황후 후보는 일찌감치 정해져 있었다. 바로 숙왕부에서 지낸 적 있는 소복의 딸이었다.소복의 딸이 원래 무슨 이름이었는지, 그는 이미 기억나지 않았다. 왜냐하면 소복이 부상 자리에 오른 뒤, 딸의 이름을 소봉으로 새로 지었기 때문이다.소복의 꿈은 언제나 직설적이었다. 소봉의 이름은 '소가에서 나온 봉황'이라는 단도직입적인 뜻을 담고 있었다.소봉은 아버지 소복과는 달리 성격이 반듯하고 강직했다. 당시 그는 온갖 일로 정신이 없어 남녀 간의 감정 따위는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사모의 감정보다 그에게 나라가 더욱 중요했었다.하지만 황제로서, 그도 후사를 마련하는 것이 북당 안정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그에게 사모의 정에 대해 조금 느낀 적 있는지 묻는다면, 아마도 소가의 셋째 딸, 소낙연의 이름을 들었을 때이다.다만 그도 그녀의 이름만 알고 있었을 뿐, 나중에야 소낙연이라고 자칭했던 여인이, 사실 그의 형수인 라만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그 시절
그렇게 그들은 만취해 하늘을 이불 삼고 땅을 침대 삼으며, 마치 처음 전장에 나섰던 그 시절로 돌아간 기뿐을 느꼈다.그 시절에는 전쟁이 치열해, 종종 땅바닥에 몸을 웅크린 채 잠을 청하곤 했다. 여섯째는 당시에 항상 설사를 했었다. 셋이 몰래 전장에 나가려 했기에, 선생과 형수를 속이기 위해, 스스로 배탈을 자초한 후, 돈을 조금 챙기고는 전장으로 향했었다. 전쟁터에서 정말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다들 마음속으로 두려움이 가득했었다. 가난을 제외하고, 죽음보다 무서운 것은 없었다.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그들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을 거의 본 적이 없었다.하지만 시간이 지나, 그러지 않는 사람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적군이 승전가를 부르며 전우를 죽이고, 나라를 침탈할 때, 그들은 한 번도 죽음을 생각해 본 적 없었다.죽음에 관해 생각한다고 해도, 죽더라도 이 땅을 지켜야 한다는 마음뿐이었다.그들은 그렇게 잠에 들었고, 꿈속에서 막 즉위하던 시절로 시간여행을 떠났다.숙왕부도 여전히 그대로였고, 적성루는 인파로 붐볐으며, 전쟁으로 인해 찢어지게 가난했다. 휘 형과 형수는 대주로 빚을 갚으러 갔다. 북막과의 전쟁을 위해 대주의 30만 대군을 빌려왔지만, 갚을 돈이 없어 휘 형을 인질로 넘겼다.휘 형이 떠난 후, 조정은 서출의 어린 새 황제를 신경 쓰지 않았다.그들은 조정에서 대신들과 첨예하게 대립해야 했고, 매번 언쟁 후에는 식은땀으로 흠뻑 젖은 채, 어서방에 돌아가 주저앉곤 했다.즉위할 때 휘 형은 최선을 다하면 좋은 황제가 될 수 있다고 격려해 주었다.그래서 그도 그렇게 믿었지만, 막상 황위에 올라보니 전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때로는 있는 힘껏 버텨도 소용없었다.하지만 퇴로 또한 없었다. 휘 형이 말했듯이, 퇴로가 없는 것이 오히려 가장 좋은 길이었다. 두 눈 질끈 감고 힘껏 돌진하다 보면, 결국 승리하게 된다.다행히 조정에 그들을 도와주는 이들도 있었다. 장 대인과 소복이 큰 도움을
그들은 사생활을 모조리 보여주는 것 같아, 팬들이 따라오는 것을 막았다.하지만 팬들은 놀랄 만큼 열렬한 애정을 보이며 기어코 그들 뒤를 따랐다.그 모습에 다들 처음엔 못마땅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결국 이해하기로 했다. 모두 예전에 많은 사람이 따르고, 시중을 받으며 전성기를 가졌던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익숙하기도 했다.어쨌든, 그들은 지금 행복하게 차를 몰며 독고 도로를 달리며 아름다운 풍경을 마음껏 만끽할 수 있었다. 팬들도 그들의 모습을 기록했다. 다투기도 하고, 술을 마시며 농담을 주고받고, 무술을 연습하는 모습 등, 그들의 사소한 순간들 모두 영상으로 편집되어 올라갔다 .그리고 곧 사람들은 퇴직 여행 계정에 한 명이 아닌, 세 명이 함께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영상에 등장한 사람은 '십팔매'라 불렸는데, 많은 네티즌이 그 이름을 듣자마자 웃음을 터뜨렸다.얼굴에 약간의 여드름 자국이 있고, 항상 무표정으로 자기를 과인이라고 부르는 노인은 '여섯째'라 불렸다. 비록 엄숙해 보이지만, 실은 장난기가 많아 두 사람을 몰래 놀리고는 입을 막고 웃기도 했다.항상 핸드폰으로 독서하는 노인은 '주대'라고 불렸다. 박학다식하며, 말할 때마다 고사성어를 인용해, 십팔매와 여섯째가 싸울 때 몇 마디로 갈등을 풀어낼 정도로 인품이 뛰어났다.팬들은 이들의 이름만 들어도 웃음이 터질 지경이었다.그리고 그들의 대화를 듣고, 어릴 때부터 함께해왔고, 나이가 들어서도 여전히 함께 여행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많은 사람들이 깊이 감동하였다.그렇게 어느 날 밤, 그들은 야외에서 술을 마시고 반쯤 취한 채, 바닥에 누운 채로 별이 가득한 하늘을 바라보며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이 장면 역시 팬들에게 촬영되었다.늘 털털한 십팔매는 두 손을 머리 뒤에 괴고 은하수를 바라보다가 갑자기 감탄하며 말했다."우리 정말 많이 늙었네. 앞으로 몇 년이나 더 살 수 있을까?"여섯째가 그의 머리를 한 대 가볍게 쳤다."길 위에서는 불길한 말 금지네."십팔매가 입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