탕 부인의 비밀사실 원경릉 마음속에 살짝 의문이 드는 게 탕 대인은 상당히 신중한 성격이고, 사람을 아주 치밀하게 관찰하는데 어째서 전혀 느끼지 못했을까?탕양의 얼굴에 드러난 반응으로 볼 때 탕양은 아마 상상조차 해 본 적이 없다.밤낮을 함께 하는 부부가…… 원경릉은 순간 우문호가 한 말이 떠올랐다. 탕 대인이 원래 좋아하는 사람이 있었으나 나중에 왜 그 사람과 결혼하지 않고 이 사람과 결혼했는지 모르겠다며, 그리고 그들은 정말로 같이 자는 듯한 게 침대에 이불이 두 장이었다.“알았습니다. 유념하겠습니다.” 탕양이 어두운 눈으로 말했다.원경릉은 탕양의 근심스러운 빛을 보고 바로, “탕 대인과 부인의 일을…… 제가 얘기해도 괜찮을지 모르겠지만 정말 소년 시절 그녀의 눈을 다치게 한 것에 대한 양심의 가책 때문인가요? 아니면 부인이 탕 대인을 그렇게 오랜 시간을 묵묵히 기다렸기 때문인가요?”탕양이 뭔가 말하고 싶지만 하지 못하고 한숨을 쉬며, “제가 아내와 혼인한 건 단순히 양심의 가책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그날 밤 그녀와 술을 마시고 완전 취하는 바람에 큰 실수를 저질렀죠. 거기다가 일이 일어난 뒤 그녀는 날 오래 기다렸다고 했어요. 눈 때문에 혼담이 없다는데 어쨌든 어릴 때 알던 사람으로 이런 사람을 매정하게 떨쳐버릴 수 있는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래서 제가 그녀와 혼인하겠다고 승낙하고 그녀의 반평생을 돌보기로 한 겁니다.”“뜻밖에도 그렇게 된 것이로군요? 그럼 그 뒤로 그녀에 대해 조사해 보지 않았나요? 결국 두 분이 그렇게 오래 떨어져 있었으니 그녀가 어떤 일을 겪었는지 알고 싶잖아요?” 원경릉은 여전히 탕양이 그렇게 경솔한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특히 당시 우문호의 말에 따르면 탕양은 이미 좋아하는 사람이 있었으므로, 여러가지로 증명해 본 뒤에 힘들게 결정을 내렸을 것이다.“당연히 조사했습니다. 그녀는 그동안 상당히 힘들게 지냈고, 눈 때문에 계속 사람들에게 모욕과 업신여김을 당했습니다. 궁핍하고 어려운 나날을 조사해 보지 않았
탕양의 대세 판단원경릉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탕양이 혼자 조용히 생각하게 놔뒀다.탕양이 한참 후 생각을 정리하고, “홍엽이 아닌 것이 홍엽의 첩자는 거의 우리에게 들켰고 홍엽 자신이 북당에 있어서 더 이상 첩자를 잠복시킬 필요가 없습니다. 잠복한다고 치더라도 본인이 초왕부와 접촉할 수 있는데 굳이 초왕부에 사람을 안배한다는 건 눈에 띌 수 있고 일단 발각되면 오히려 좋지 않습니다. 하지만 태자비 마마께서 홍엽을 말씀하시다니, 당시 태자 전하께서 책봉되실 때 북막의 진대장군이 왔을 때를 아직 기억하시나 봅니다. 당시 우리 쪽 사람들은 진대장군과 홍엽이 모두 안왕 전하와 사적으로 접촉하고 있다고 봤습니다. 지금 우리는 선비의 첩자 중 일부는 안왕의 후궁 아라가 깔아 놓은 것으로 아라는 독고 세자 사람이라는 걸 압니다. 즉 당시 안왕을 찾은 두 사람, 홍엽과 진대장군에서 안왕 전하께서는 홍엽을 돕는 쪽을 택하지 않고 진대장군을 택했던 거죠. 지금 우리가 다시 한발 물러나서, 북막과 선비가 동맹을 맺도록 촉진한 건 홍엽이나 마지막에 등장한 건 독고 세자였죠. 그래서 아라는 도대체 독고 세자 사람인지 아니면 진대장군 사람인지 이제 알 수 없지만요. 하지만 중간의 복잡다단한 관계는 전부 북막의 진대장군과 얽혀있습니다.”탕양의 얘기가 약간 꼬였으나 원경릉은 잘 알아듣고 조용히 탕양이 계속 말을 이어가기를 기다렸다.탕양이 자신의 생각의 흐름에 따라 계속 분석하며, “당시 북막과 선비의 동맹은 연합하여 대주를 공격하는 것이었으나, 북막은 오히려 대주의 진근영에게 호된 공격을 당했고 선비는 북막을 지원하지 않았죠. 선비는 적당히 늙고 병든 병사를 골라 보내 중간에 섬멸당했으며 이런 전술은 홍엽 공자가 준비한 것입니다. 북막과 선비를 분열시켜 선비가 사면초가 상태에 빠지도록 한 뒤 독고가 지고 숙나라가 멸망했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태자비 마마께서 자세히 살피실 것이 독고 장군은 줄곧 진정으로 북막과 서로 미워한 적이 없다는 사실입니다. 우리는 계속 북막 사람이 계략을
불안한 원경릉독고라는 이름은 수도 없이 들었고 수많은 사람들이 독고에 대해 평하는 걸 들어서 그의 잔학함과 포악, 냉혈함을 안다. 더욱이 그가 홍엽에게 한 일을 알고 이 사람에 대해 더욱 공포스럽다고 생각했다.하지만 다행히 그가 죽었으니 다시는 화를 입을 리 없다고 생각했다.그런데 지금 탕양의 분석을 듣고 있자니 이 나쁜 놈은 정말 천 년간 재앙을 미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탕양이 일어나며, “어쨌든 얼른 태자 전하께서 돌아오시게 하고 계책을 만들어야겠습니다. 우리가 처음에 너무 가볍게 생각한 듯하네요. 만약 배후의 인물이 정말 독고라면, 태자 전하께서 이번에 는 어쩌면 정말 험한 경우도 만나실 수 있을겁니다!”원경릉이 이 말을 듣고 안색이 크게 변해서, “그럼 어서 사람을 보내 돌아오라고 해요.”“태자비 마마 안심하세요. 제가 우선 야행복으로 갈아입고 직접 다녀오겠습니다.” 탕양이 말을 마치고 예를 취한 뒤 물러났다.탕양의 말에 원경릉은 있어 몸서리를 쳤다. 독고는 이미 죽은 사람인데 이제 와서 갑자기 그 이름을 다시 들으니 시체가 벌떡 일어나는 느낌이 들었다.자신이 습격당한 게 독고가 보낸 사람일 가능성이 있어 원경릉은 자기도 모르게 소름 끼쳤다.그리고 만약 독고가 죽지 않았고 정말 북당과 맞서려 한다면 그는 지금 어디 있을까?북당 경성에 있지 않을까?거의 밤새 불안으로 잠을 이루지 못하고 날이 밝아올 때 겨우 어슴푸레 잠이 들었다.일어난 뒤 눈 밑이 계속 뛰는데 당연히 원경릉은 미신을 믿지 않지만 눈꺼풀이 떨리는 건 뭔가가 생길 징조라고 했다. 어젯밤 제대로 잠을 못 자서 눈꺼풀이 떨리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지만 고작 잠 좀 못 잤다고 눈꺼풀이 또 계속 떨리다니 어쨌든 마음이 싱숭생숭했다.원경릉이 약 상자를 들고 만아 약을 갈아주러 갔는데 아홉째도 있었다. 아내를 너무 아껴서 다친 아내 곁에서 내내 지키고 있었다.그러자, 원경릉이 온 것을 보고 얼른 약 상자를 대신 들며, “형수님, 만아가 어젯밤 열이 있었는데, 지금은 심각
어디로 갔지?원경릉이, “잘 못 잤지만 괜찮아. 나중에 더 자면 되니까. 넌 어때? 상처는 안 아파?”만아가 순왕에게 짜증을 내며, “전 괜찮아요. 이런 작은 상처는 신경 쓰이지도 않는데 저이는 어찌나 쓸데없이 긴장 하는지.”순왕은 원경릉이 만아의 상처를 열자 상처에 피와 살이 덩어리진 것이 상당히 끔찍한데 가슴이 너무 아픈 나머지, “어떻게 쓸데없는 긴장이야. 상처가 조금만 더 깊었어도 뼈가 잘렸을 거라고.”만아가, “그러니까 뼈가 잘린게 아니잖아요? 쓸데없이 긴장한다니까 인정을 안 해요.”원경릉은 두 사람이 치고받는 걸 듣고 아주 사랑이 넘치는구나 싶어서 마음이 저절로 느긋해졌다.상처 처리를 마치고 사식이도 와서 원경릉은 사식이에게 경단이를 데리고 전장 일을 처리하게 하고 이리 나리가 준 지폐는 하나도 건드리지 않고 그대로 돌려 주되 함부로 다른 사람의 물건을 특히 은자는 받아서는 안된다고 경단이에게 단단히 한 번 더 단속했다.경단이는 마음이 아팠지만 엄마가 이렇게 엄격하게 경고했으므로 감히 반항할 수 없어서 사식이를 따라가서 지폐를 물렸다.이리 나리는 담담하게 사식이에게, “걔는 작은 일에 크게 놀란다니까. 옹색하기는. 고작 은자 약간을 가지고. 애한테 장난감이나 사주고 싶었던 건데 뭘 사야 할지 몰라서 은자로 준 거지.”사식이가 웃으며, “이리 나리, 보통 우리가 아이들에게 장난감을 사줄 때는 100문 이하예요. 걸핏하면 만 냥짜리 지폐를 꺼내시면, 우리의 퇴로가 차단시키시는거나 마찬가지입니다. 저희가 앞으로 또 뭘 줄 수나 있겠어요?”이리 나리가 느릿느릿하게 지폐를 다시 받고 고개를 흔들며, “가난뱅이 녀석들!”“이리 나리와 비교하면 북당에서 가난뱅이가 아닌 사람이 누가 있나요?”“어릴 때부터 부유해서 앞으로 은자로 쉽게 움직이지 않는 이런 식의 교육방침을 원경릉은 이해를 못해.”“원 언니 아이니, 어떻게 가르치던 언니가 알아서 하라 하세요.”사식이가 경단이를 데리고 돌아갔고 만두 늑대도 따라가서 이리 나리는 매우 마음이 갑
붉은 갈기는 성문을 지났나원경릉은 갈수록 불길한 예감이 들어, 순왕이 아직 집에 있으므로 바로 성문에 다녀오라고 하고 어젯밤 탕양이 성문을 지나간 적이 있는지 물어보게 했다.탕양이 어젯밤 서재에서 나갈 때가 해시가 지났을 때로 성문은 이미 닫혀 있었기에 밤중에 성문을 열어야 했다면, 반드시 수문장이 행했을 것으로 성문쪽에 반드시 기록이 남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순왕은 원경릉이 급한 것을 보고는 이유를 묻지 않고 재빨리 말을 달려 성문으로 갔다.어젯밤 당직했던 수문장이 아직 오지 않아 순왕이 직접 수문장 집으로 찾아갔는데 수문장이 지난밤 추위로 감기에 걸려 의식이 몽롱한 채로 탕 대인에 대해 묻는 걸 듣고 고개를 끄덕이며 탕 대인이 분명 나갔었다고 직접 성문을 열었다고 했다.순왕은 이제 일처리가 세심해서 몇 시에 나갔는지 어떤 색 옷을 입었는지 어떤 색 말을 탔는지 물었다. 수문장도 물 흐르듯 답을 하는데 자시 정도에 성을 나갔고 푸른 옷에 위에는 검은 망토를 둘렀으며 갈기가 붉은 말을 탔다고 했다.갈기가 붉은 말은 전에 우문호가 탕양에게 준 것으로 최근 탕양이 외부로 일을 보러 나갈 때는 늘 붉은 갈기 말을 탔다. 순왕도 알고 있어 돌아와 원경릉에게 수문장이 확실히 탕 대인이 성을 나갔었다고 말했고, 어젯밤 자시였다고 했다.원경릉이 이 말을 듣고, 그제서야 비로소 안심했지만, 신중을 가하기 위해 미색에게 오라고 해서 몰래 탕 부인을 감시하며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초왕부에 원래 일손이 충분하고 눈늑대와 호랑이는 기본적으로 위협이 되지 않아서 태자가 나가면서 초왕부의 귀영위가 전부 따라갔다. 늑대파와 홍매문도 상당수가 매복을 하고 있어 정말 사람이 필요할 때 별로 없어서 결국 왕부 사람을 쓰는데 그래도 절대적으로 믿을 수 있어야 했다.순왕은 초왕부 상황을 잘 이해해서 특히 전에 만아와 원경릉이 습격을 당했으므로, 자객이 다시 오지 않을까 걱정된 나머지 본인이 초왕부에 남기로 했다. 순왕이 지금 집에 있는 시위들을 데리고 순시하며 각 대문이 다
탕양이 없어졌다순왕이 생각해 보더니, “붉은 갈기가 어젯밤 갑자기 발광해서 탕양을 따라가지 않았을 수는 없었나요? 그리고 탕 대인은 급하게 성문을 나가야 하니 다른 말을 끌고 간 거라든지?”“그래도 말은 돼요. 하지만 성문 수문장이 붉은 갈기 말이 나가는 걸 봤다면서요. 그건 앞뒤가 맞지 않잖아요?”“그건 어쩌면 수문장이 잘못 봤거나, 잘못 기억한 게 아닐까요? 필경 심야에 성문을 나갔을 테니 사람은 알아봐도 말은 못 알아볼 수 있죠. 거기다 전에 탕 대인은 계속 붉은 갈기 말을 타고 성을 나가서 수문장 인상에 깊게 남아 오늘 제가 물어볼 때 자연스럽게 붉은 갈기 말을 타고 나갔다고 느꼈을 겁니다.”원경릉은 순왕의 분석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으나 너무 기이하게 느껴졌다. 붉은 갈기 말은 탕양을 따르지 않을 리가 없고 탕양도 절대로 천리를 달리지 못하는 말을 타고 우문호를 쫓아갔을 리가 없기 때문이다. 순왕은 상황이 얼마나 위태로운지, 우문호가 만약 독고의 자객을 만난다면 얼마든지 사고가 날 가능성이 있다는 것들을 알고 있었다.원경릉은 순왕에게 그 수문장은 더이상 묻지 말고 어젯밤 성문을 지킨 수위들을 자세히 심문해 각자의 진술을 세밀하게 비교하면 반드시 탕양이 정말 성문을 나갔는지 여부를 조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순왕이 다시 다서 어젯밤 성문을 지킨 수위들을 모으는 것도 쉽지 않은 게 낮근무와 밤근무가 나뉘어져 있어 명단을 달라고 해서 차례로 방문한 결과 수위들이 전부 어젯밤에 탕 대인이 나가는 것을 본 적이 없다고 했다.바꿔 말해 수문장을 제외하고 아무도 탕 대인이 나간 것을 본 적이 없으므로 수문장이 거짓말을 한 것이 거나 수위들이 거짓말을 하는 것이다. 원경릉에게 보고 하고 원경릉이 너무 수상하다고 느끼고 수문장이 거짓말을 했다고 거의 단정할 수 있는 게 탕 대인은 아예 성문을 나간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순왕이 바로 제왕을 찾아가 수문장을 데려다 질문하게 하니, 수문장이 처음엔 분명 탕양이 성문을 나가는 것을 봤다고 하더니 나중
쌍둥이의 대성통곡원경릉은 안색이 창백해져서 거의 바닥에 주저앉았다. 쌍둥이는 태어나서 지금까지 목 놓아 운 적이 없고 이렇게 심하게 운 적은 더군다나 없다.유모들도 아이들을 안고 나와 계속 흔들어주는데 쌍둥이 울음소리는 엄청 날카롭게 하늘을 찔러 날던 새도 놀라서 떨어질 지경이다.사식이도 달려와서 원경릉을 부축하는데 안색이 이상하게 창백하자, “어떻게 이렇게 된 거예요? 쌍둥이는 왜 이렇게 심하게 우는 거죠?”원경릉과 사식이가 하나씩 안고 쌍둥이 얼굴을 보니 울어서 얼굴이 보랏빛으로 눈물을 뚝뚝 떨구고 있다.원경릉은 손발이 차가워지며 정말 얘들이 이렇게 우는 걸 본 적이 없어서 정신이 나가버렸는데, “왜 그래? 칠성이 착하지, 울지 마. 울지 마라...”“어디 불편한 거 아녜요?” 사식이가 어쩔 줄 몰라 했다.원경릉이 얼른 쌍둥이를 데리고 들어가 침대에 뉘고 이마를 쓰다듬고 배를 쓰다듬었다. 배가 차가운데 손발도 만져보니 상당히 얼음장 같다.“오늘 뭐 먹었어?” 원경릉이 유모에게 물었다.쌍둥이가 배가 아파 보여 원경릉이 약 상자를 꺼냈다. 유모도 놀라서 원경릉의 질문을 듣고 둘 다 고개를 흔들며 넋이 나간 채, “늘 먹던 대로 입니다. 노마님께서 이유식을 섞어도 된다고 하셔서 매일 죽을 약간씩 주고, 그 외에는 젖을 먹여서 다른 건 없습니다.”원경릉이 프로바이오틱스를 물에 타서 아이들에게 먹이고 따듯한 물수건으로 배를 문질러줬다.하지만 아이들은 여전히 심하게 울었고 갈수록 울음이 심해져서 울음소리가 높고 예리한데 마치 가슴속에서 나오는 소리 같았다.원경릉이 두 손을 벌벌 떨며 속수무책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데 머릿속은 복잡하고 호랑이들은 나갔고 쌍둥이들은 이렇게 울어대다니 우문호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사식이도 당황해서, “노마님을 불러올게요. 노마님은 방법이 있으실 거예요. 지난번에 우리 떡들이 울고불고할 때도 노마님이 오셔서 달래셨어요.”사식이가 막 나가다가 노마님이 아직 의대에 계시다는 게 생각나서 다시 돌아왔다.
운부성우문호는 서쪽으로 가면서 오늘까지 가는 길에 매복을 만난 적도 심지어 의심스런 사람을 발견한 적도 없다.서일이 이상하다고 생각하며, 상대가 어쩌면 움찔해서 감히 덤비지 못하는 게 아닐까, 되돌아가는 게 낫지 않을까 생각했다.하지만 운부성에 들어가자 우문호는 여기가 손을 쓰기 최고의 장소인 것을 알았다.운부성은 삼면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고 한쪽 면은 강을 접해 운부성에 들어간다는 건 궁지에 몰린 짐승과 같아서 만약 상대가 공격하려면 바로 거기였기 때문이다. 만약 운부성을 지나도 공격하지 않으면 이번 이동은 실패한 것으로 봐야 한다.그리고 운부성은 자객에게 있어서 굉장한 이점을 가진 게 여러 바위 산에 풀 한 포기 나지 않는데 반해 곳곳에 밀림이 우거져 있고 심지어 돌을 채석을 할 때 벌목부터 해야 할 정도였다.밀림이 많아 자객이 쉽게 몸을 숨길 수 있고 잘 드러나지 않을 뿐 아니라 손을 쓴 뒤 물길을 따라 도망칠 수 있어 만약 우문호의 경로를 미리 추측했다면, 운부성에 매복하고 있는 게 최적일 것이다.우문호는 떵떵거리며 역관에 들어갔는데 운부성 지부가 와서 맞으러 온 것을 쫓아 보내며 운부성 산 일대에서 경치를 감상할 테니 수행할 필요 없다고 했다.지부가 듣고 얼른 경고하기를, “이 계절에 전하께서 만약 산에 들어가시려거든 수행하는 자와 같이 가셔야 합니다. 이 바위산 일대에는 큰 구렁이와 야수가 상당히 많고 심지어 날씨가 따듯해진 뒤 동면했던 구렁이와 야수가 출몰해 상당히 위험합니다.”“알았으니 가 봐.”우문호는 산에 가지 않는 대신 적을 유인하기 위해 편벽한 곳을 걸어야 해서 밥을 먹고 일행을 데리고 산 쪽으로 갔다.운부성에 들어간 뒤 모두 마음속으로 일종의 감이 오는 게 살해의 위협을 감지했다. 무공을 수련한 사람이 위험을 감지하는데 매우 예민해서 공기 중에 자객의 기운이 가득 느껴졌다.몇 명이 문을 나선 뒤 산으로 가는데 하늘이 점점 어두워지더니 뇌성 벼락이 울리고 초여름 장대비가 내리는데 딱 봐도 미친듯이 쏟아져야 그칠 것
우문호 일행은 강북부로 향하는 내내 북방의 풍경과 풍속을 경험했다. 그로 인해 속도는 매우 느리긴 했지만 말이다.그날 밤, 우문호는 갑자기 악몽에서 깨어나 온몸에 땀을 흘리며 거칠게 숨을 내쉬었다. 그의 얼굴에는 공포가 가득했다.그러자 원경릉이 벌떡 일어나 그를 껴안으며 물었다.“무슨 일이오? 악몽을 꾼 것이오?”우문호는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았다. 아직 날씨가 덥지 않은 데다가 북방에 있어 오히려 날씨까지 쌀쌀했기에, 그는 아직도 악몽이 생각나는 듯, 창백한 표정을 지은 채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꿈에서 셋째 형님이 피투성이인 채 죽어가고 있었소…”원경릉은 그저 꿈이라 생각하고 위로해 주려 했지만, 이내 우문호의 강한 감응 능력을 떠올렸다. 갑자기 나타난 이 꿈이 형제간의 영적 감응일지도 몰랐기 때문이다.우문호도 점점 불안한 생각에 빠졌다.“강북부가 비록 평온해 보여도 사실 북당에서 가장 복잡한 곳이오. 온갖 사람들이 섞여 있고, 북막도 호시탐탐 노리고 있네. 게다가 셋째 형님도 무모한 사람이니, 진짜 무슨 일이 생긴 게 아닐지 걱정되오. 원 선생, 어서 빨리 가야겠소.”원경릉이 서둘러 옷을 입으며 말했다.“아니, 내가 먼저 가겠소. 정말 상처를 입었다면, 내가 가야지 도움이 되지 않겠소? 게다가 난 빨리 갈 수 있잖소.”“좋소. 그럼 먼저 가시오. 우리도 곧 출발하겠소.”우문호는 너무 생생한 꿈 탓에, 더 이상 천천히 갈 수 없었다.“사람을 불러야겠소.”원경릉은 재빨리 옷을 입은 후, 우문호에게 포옹하고 이마에 입을 맞췄다.“먼저 가겠소.”“조심하시오.”우문호가 말을 다 끝내기도 전, 원경릉은 어둠 속으로 모습을 감추었다.원경릉이 사라지자마자 우문호는 방 문을 두드리며, 출발하자고 소리쳤다.우문호의 소리에 모두가 깜짝 놀랐다. 이 밤중에 출발이라니, 무슨 큰 일이 생긴 걸까?이때 수보가 겉옷을 걸치고 나오며, 우문호의 팔을 잡고 물었다.“무슨 일입니까?”우문호가 답했다.“나도 모르네. 하지만 셋째 형님에게 무슨 일
스무 명이 넘는 자 중 단 한 명만 생포하고 나머지는 전부 섬멸되었다.안왕은 재빨리 위왕의 혈을 눌러 지혈한 후, 중상을 입은 위왕을 데리고 저택으로 돌아왔다. 먼저 의원을 찾으러 간 사람이 있었기에, 의원은 이미 저택에 도착해 있었다. 이때 안왕이 피투성이가 된 채, 의원의 옷깃을 움켜잡았다.“살리시게, 살려야 하네. 꼭 살아야 하네.”의원이 바로 약상자를 내려놓으며 말했다.“진정하십시오.”의원이 위왕의 옷을 가위로 자르자마자, 상처가 바로 드러났다. 다행히도 먼저 지혈한 덕분에 저택까지 돌아올 수 있었다.하지만 심각한 부상 상태와, 깊은 복부의 자상 때문에 장기를 다친 것으로 판단한 의원은 간단한 처리를 마친 후, 안왕에게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소인의 의술이 부족한 탓에, 치료를 감당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경성에서 다치셨다면, 희망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강북부는 의료가 낙후된 지역이다. 비록 혜민서를 설립한 이후 의사를 집중적으로 양성하긴 했지만, 경성에 비하면 여전히 많이 부족했다.안왕이 숨을 헐떡이며 눈에 핏줄을 세우고 소리쳤다.“중상을 입었는데 어찌 도성으로 돌아가란 말인가? 긴 여정을 견딜 수 있을 것 같은가?”의원이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쉬었다.“그것도 참 문제입니다. 황실 친왕이 자금단을 가지고 계신다고 들었는데, 혹시 저택에 있습니까?”“없네!”안왕은 위왕의 호흡이 점점 미약해지는 모습을 보며 절망감에 휩싸여 털썩 주저앉았다.“내가 갖고 있던 자금단은 이미 먹은 지 오래된 것이네.”“경성… 경성으로…”의식을 잃은 위왕은 그저 경성이라는 말만 중얼거렸다.안왕은 눈물을 닦으며 무릎을 꿇었다.“형님, 조금만 더 버티십시오. 의원이 약을 썼으니, 황후가 오실 때까지 며칠만 버티십시오.”심각한 상황이니, 경성으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 돌아가려면 최소 일주일 이상은 걸리지만, 황후는 아마 사흘 안에 도착할 수 있었다. “경성으로……”위왕은 의식을 잃기 전까지 계속해서 경성을 찾았다. 그곳은 그가 너무
위왕은 마음속에 또 하나의 걱정이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다섯째가 곧 강북부에 오는 것이었다. 비록 이 일은 소문내지 않았지만 이렇게 오랫동안 순행했으니, 소문이 새어나가게 마련이다.설령 그가 강북부에 온다고 밝히지 않다고 하더라도 그의 최종 목적지가 강북부라는 것은 바로 짐작할 수 있었다. 그래서 그는 북막인들이 다섯째에게 해를 가하려는 것은 아닐지 걱정되었다.아무래도 단 한 순간도 북막인의 야심은 멈춘 적 없었기 때문이다.그래서 그는 방심하지 않고, 허점을 찾아내겠다는 결심을 다지며 이들을 감시했다. 확실한 증거가 없는 어디까지나 본인의 추측일 뿐이기에, 그는 이 일을 아직 넷째에게 말하지 않았다. 섣불리 말을 꺼냈다가, 그들이 진짜 금나라 상인이라는 것이 밝혀지기라도 한다면, 두 나라의 사이만 영향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비록 무장이지만, 외교적인 문제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아주 작은 불씨라도, 마음먹은 자가 부추기면 걷잡을 수 없는 큰불이 될 수 있는 법이기에, 섣불리 행동해서는 안 되었다. 그리고 감시 끝에 마침내 이상한 점을 포착했다. 처음엔 열댓 명 정도였던 이들 무리는 이틀 사이 스무 명 이상으로 늘어났다. 새로 온 자들은 앞선 사람들과는 다르게, 군인이라기보다는 강호 인사의 분위기를 풍겼으며, 무공 또한 약하지 않아 보였다.위왕은 경계심을 품고, 밤새 직접 사람들을 이끌어 조사에 나섰다.앞서 만났던 금나라 사람들은 여전히 질문에 순순히 응했지만, 새로 온 강호인들은 거만한 태도를 보였다. 위왕의 질문에도 그저 시큰둥한 태도만 보이며 북당인이라는 것을 증명했다. 위왕은 건방진 그들의 태도에, 몇 마디 호통을 쳤고, 그 모습에 강호인들은 참지 못하고 바로 위왕에게 손을 쓰려고 했다.위왕은 조사하기 위해 온 터라, 데리고 온 부하도 단 몇 명 뿐이었기에, 상대가 일반적인 조사에도 이렇게 쉽게 공격하려 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앞서 온 금나라인들이 말리려 했지만, 그들이 손을 쓰자, 사태가 수습되지 않을 것을 알았다. 그리고
남강에 며칠 머무는 동안, 아홉째와 함께 남강의 풍경을 둘러보고, 북강에도 다녀왔다.지금 북강 백성들은 조정에 대한 소속감이 아주 강했다. 지난 몇 년 동안 남강을 다스린 정책이 정말 훌륭했기에, 백성들 모두 좋은 날을 보낼 수 있었기에, 자연스레 황제에 대한 존경심도 깊어진 것이었다.황제와 황후가 지나가는 곳마다 백성들은 길가에 모여서 열렬히 환영했다.그들은 이번 순행 내내 오계부에서 신분을 밝힌 것 외에는 항상 미복으로 다녔다. 하지만 남강에서 우문호는 황제의 신분을 드러냈다.우문호는 백성들의 신뢰와 경외심에서 큰 성취감을 느꼈고, 매우 기뻤다. 그는 줄곧 원경릉의 손을 잡고 얼굴에 웃음을 띠고 있었다.과거 북강은 방어를 위해 무술 함정이 많았지만, 이제는 모두 제거되었다. 그리고 많은 백성이 산 아래 평원으로 이주하여, 새로운 마을을 이루었다. 정화를 구하러 왔을 때와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기쁜 마음과 함께 우문호는 감사함도 느꼈다. 이것은 결코 그 혼자만의 공로가 아니기 때문이었다.남강을 떠나야 하는 날이 다가오자, 원경릉은 만아와 여덟째를 떠나는 것이 못내 아쉬웠다. 하지만 곧 변성으로 가야 했기에, 아쉬움을 느낄 수 있는 것도 잠시였다. 남강을 벗어나자마자, 그녀는 아이들과 만날 생각에 들뜨기 시작했다."원 선생, 그들에게 말했소?"길에서 우문호가 물었다."아니, 몰래 가는 것이오."원경릉은 웃으며 말했다."교활하구먼. 그래도 만두가 이미 알려줬을 수도 있을 텐데."지금은 경단과 찰떡, 그리고 계란이 셋만 그곳에 있었다."셋이 다섯 개 성을 다스린다니, 분명히 힘들 것이오."원경릉이 안타까운 표정으로 말했다."그렇소. 그래도 예전보다는 나아졌네. 이제는 태평해 보이니."우문호도 아이들이 안쓰러웠다."이번에 가서는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며 충분히 쉬게 해줘야 하오."사실 성하나를 다스리는 것과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본질적으로 다른 점 없이, 매우 힘든 일이었다.한편, 강북부에서는 최근 강북부 무구산 주변에 신비한 상단
그러자 홍엽이 그를 바라보며 멈칫했다."자네가 중매를 서겠다고?""안 되오?""말도 안 되는 소리 말게. 자기 혼사도 해결 못 하는데 중매는 무슨. 난 못 믿네!"냉정언이 어깨를 으쓱였다."못 믿으면 말고. 이래 봬도 내가 명문가 아가씨나 협녀를 많이 알고 있소."홍엽은 손으로 그의 목을 움켜잡으며 소리쳤다."알고 있는 아가씨가 있으면 진작 말했어야지! 경성으로 돌아가자마자, 당장 소개해 주시게!"냉정언은 웃으며 그의 손목을 옆으로 밀어냈다."중매 값이 워낙 비싸서. 십만 냥 아니면 쉽게 안 나서오.""돈이 대수요?"홍엽이 교활하게 웃으며 말했다."우린 지금 한집에 살고 있소. 그러니 자네가 돈을 어디에 숨겼는지, 다 알고 있네. 그동안 꽤 많이 챙겼으니, 돌아가서 돈은 두둑이 주겠네."그 말에 냉정언이 깜짝 놀랐다."내 돈을 노리고 있었소? 진짜 도둑을 집에 들였군! 늙어서 쓸 돈이네, 그 돈을 혼사에 쓸 생각은 하지 마시오!""명여가 우리를 챙길 테니, 그렇게 쩨쩨하게 굴지 마시오."홍엽이 새침하게 말했다."나도 돈이 많소. 다만 남의 돈을 쓰는 게 훨씬 재밌을 뿐이네."냉정언이 숨을 들이쉬었다."안 되겠네. 경성에 돌아가자마자 자네를 쫓아내야겠소."홍엽이 말했다."쫓아낼 수 있으면 쫓아내 보시게. 게다가 자네가 나를 청할 때, 뭐라고 했는가? 얼마든지 살아도 된다고 했잖소. 이제 와서 후회하는 것이오?""이야, 홍엽, 어찌 이리 뻔뻔스러워진 것이오?""뻔뻔하지 않으면, 어찌 당신 집에서 이렇게 공으로 먹고살 수 있겠나?"홍엽은 크게 웃으며 그의 어깨에 팔을 얹었다."수보, 신을 모시는 건 쉬워도 보내는 건 어렵다고 하잖소. 이미 집안에 들어갔으니, 쫓아내기는 힘드네. 후회해도 소용없소. 수보의 등골 빼먹다 죽을 것이오. 관에 수의까지 얻어 쓸 생각이라, 죽으면 자네가 장례식까지 마련해줘야 하네."수보는 그를 한참 바라보다가, 애써 이를 악물며 말했다."진짜 뻔뻔하오!"홍엽은 박장대소했다.멀리 복도 끝에
“예, 그립습니다. 하지만 이곳에서 놀고 싶기도 합니다.”그는 말하다가, 갑자기 신이 난듯 몸을 들썩이며 말을 이어갔다.“여긴 정말 재미있습니다. 아홉째와 나가면 큰 산도 있고, 꽃도, 나무도 많습니다. 물고기도 많고, 사람도 많고, 뭐든지 엄청 많았습니다.”우문호는 웃으며, 못내 안쓰러움을 느꼈다. 예전에 그를 궁 안에 가두고, 거의 밖으로 데리고 나가지 않았다. 게다가 다른 사람이 그를 데리고 나가는 것도 신경 쓰였다.“이곳이 마음에 들면, 좀 더 오래 있어도 된다.”우문호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예, 정말 좋습니다. 다만, 형님과 형수님이 그리웠습니다. 이렇게 오셔서 정말 다행입니다.”여덟째는 흥이 오른 상태로 그의 팔짱을 끼며 말했다.“어서 들어가시지요! 아홉째가 형님이 내일 오신다고 맛있는 음식을 많이 준비했습니다.” 그는 뒤돌아 원경릉에게 외쳤다.“형수님, 빨리 따라오십시오. 맛있는 거 많습니다.”미색은 웃으며 꾸짖었다.“이 무심한 녀석, 다섯째 형수님만 챙기고, 여섯 형수가 배고픈지는 묻지도 않는 것이냐?” 여덟째는 그제야 미색을 본 듯, 놀라서 눈을 크게 뜨고 말했다.“여섯째 형수님도 오셨습니까? 여섯째 형님도 오신 것입니까? 와, 너무 좋습니다!”“질투하다니?”원경릉은 미색의 어깨를 가볍게 토닥이며 미소를 지었다.“여덟째는 너보다 나를 더 좋아하는 것이다.”“아유, 참!”미색은 일부러 그렇게 말했다.여덟째는 바로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항상 그림과 책자를 선물하는 여섯째 형수님도 좋아했기 때문이다.그는 말을 더듬으며 말했다.“그... 그럼 같이 드시지요. 음식 많습니다.”“장난이다. 난 질투 안 해.”미색은 기쁘게 말했다.여덟째는 그제야 마음을 놓았고, 다들 웃으며 안으로 들어갔다.원경릉이 만아에게 말했다.“정말 이곳에서 즐겁게 지내고 있구나. 예전보다 훨씬 활발해졌고, 말도 많이 하네. 이 모든 게 아홉째 덕분이다.”만아는 웃으며 말했다.“예, 둘이 시간이 날 때마다 밖으로 나가, 더
원경릉은 발끝을 들어 그의 뺨에 입을 맞추고는, 환한 미소를 지었다.우문호는 그런 그녀를 와락 끌어안으며 말했다.“원 선생, 행복하오?”“행복하오.”“하하하. 지금이 아닌, 나와 함께했던 모든 날이 행복했냐고 물어보는 것이오.”“모든 순간이 당연히 행복하고, 기쁘오!”원경릉은 스스로를 자조하듯 웃었다.“나 같은 집순이가 이렇게 결혼생활이 행복할 줄 누가 알았겠소?”한때 그녀는 자신이 평생 결혼하지 못할 거라 생각했고, 사랑 없는 삶도 부족함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그녀는 사랑을 중요하지 않다고 여겼었지만, 사랑은 사실 정말로 중요했다.산꼭대기에 앉아, 차가운 바람을 맞고 있었지만, 추위는 느껴지지 않았다. 그녀는 지금의 풍경을 눈에, 그리고 마음에 깊이 새기고 싶었다.그리고 함께 늙어간 후, 다시 천천히 되새기고 싶었다.영산에서 내려온 후, 그들은 다시 여정을 이어나갔다. 이번 목적지는 바로 남강이었다.명절이 지난 뒤, 아홉째는 여덟째를 데리고 먼저 남강으로 돌아갔다. 다들 그가 그곳에서 잘 지내고 있는지 궁금했다.남강 땅은 오랜만이었다. 마지막으로 발을 디딘 건, 정화를 구하러 갔을 때였다.남강으로 가는 내내 홍엽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냉정언이 물었다.“남강에 가면, 못난이를 만날 것이오?”“만나야지.”홍엽이 답했다.“물론 만나야지!”못난이는 오랜 시간 그와 함께했던 사람이니, 만나야 했다. 못난이가 종종 편지를 보내오긴 했지만, 자기 상황은 거의 말하지 않았다.반면 아홉째는 편지에서 북강의 소식을 자주 전해주었다.지금의 남강은 어느 정도 통일되어 있었고, 북강과 남강도 평화롭게 공존하고 있었다. 그동안 이익 문제로 양측의 왕래가 더욱 빈번해졌다.아홉째는 편지에서 못난이가 북강의 민심을 얻었고, 성격도 예전보다 훨씬 밝아져, 마치 다른 사람이 된 듯하다고 전했다.홍엽의 마음엔 기대와 기쁨이 섞여 있었다. 그도 지금 잘 지내고 있으니, 못난이도 잘 지내길 바랐다.우문호는 남강에서 돌아온 후, 변방으로 갈
그 일을 떠올리자, 꿈에서 본 일이라 그런지 마치 얼마 전에 있었던 일처럼 느껴졌다.그때 그들은 죽을 만큼 힘든 소년들이었는데, 지금은 한없이 한가한 노인이 되었다.세월은 덧없이 흘러갔고, 그동안 그들은 많은 사람들을 잃었다.무상황은 자신의 황후였던 소봉을 떠올렸다.그들은 줄곧 전형적인 황제와 황후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는 나라를 다스렸고, 그녀는 후궁을 다스렸다. 비록 그가 그녀를 괴롭히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많은 애정을 주지도 않았다.그렇게 평범하게 평생을 함께했지만, 그녀가 떠나는 날, 그는 마음속 한 조각이 떨어져 나간 듯한 슬픔을 느꼈다.평생 함께했던 사람이 자신보다 먼저 떠날 거라 생각하지 못했기에 더욱 아팠다.세 사람은 한참 동안 넋을 잃고 있다, 다시 길을 나섰다.유아독존과 관련된 일이 생각보다 커졌지만, 모든 소란은 결국 가라앉게 될 것이다. 모든 소문도 점점 사그라들기 마련이니, 그들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하지만 세 사람이 여행하는 영상이 점점 유명해지면서, 유아독존은 더 심하게 비난을 받았다.현실에서 함부로 욕설을 내뱉으면 얻어맞을 수도 있지만, 인터넷에서는 당당한 명분이 있었기에 악성 댓글을 다는 자들은 마음껏 욕을 퍼부었다.그리고 어느 날, 추 어르신이 오래도록 인터넷의 댓글을 훑어보면서 잠시 생각에 잠긴 듯했다. 그는 이내 해가 지는 장면을 찍어 짧은 영상을 올렸다. 그리고 영상에 한마디만 덧붙였다.“분쟁 없이, 오직 평화만 있기를.”그는 모든 다툼이 끝나길 바랐고, 누군가를 벼랑 끝으로 몰지 않기를 바랐다. 단지 말로만 승부를 겨루는 사람은 그들의 적이 아니기 때문이다.음... 무엇보다 적이 될 자격도 없었다!영상이 올라간 지 이틀 뒤, 유아독존은 마침내 사과 영상을 올렸다. 그는 질투와 시기로 무술을 모독한 것을 사죄했고, 은퇴를 선언했다. 그리고 직접 그들의 계정을 태그해 진심으로 사과했다.진심 어린 사과는 항상 용서를 가져오는 법이다. 그리고 악성 댓글을 달던 사람들도 마침내 욕설을 멈췄다.
삼대 거두는 늦은 시각이 되어서야 일어났고, 숙취에서 깨어나니, 이미 날이 밝아져 있었다. 그들은 아직 잠에서 깨지 않아, 눈앞의 모든 것이 몽롱해 오늘이 무슨 날인지조차 모를 정도였다.태양이 서서히 떠오르며 하늘에 떠 있는 주황빛 구름은 점점 짙은 금빛으로 변했고, 금빛 가장자리에는 붉은색이 덧씌워져, 눈부시게 아름다웠다.소요공이 눈을 비비며 말했다."꿈을 꿨네."추 어르신과 무상황은 동시에 그를 바라보며 이구동성으로 물었다."무슨 꿈을 꿨는가?""꿈에서 숭이가 사내에게 속았는데, 우리가 직접 나서서 복수를 해줬다네."추 어르신과 무상황은 놀라서 동시에 숨을 들이켜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귀신이 곡할 노릇이네."말이 끝나자,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깜짝 놀라 외쳤다."자네도 꾼 것인가?""그렇네!""그렇네!""설마 우리 셋이 똑같은 꿈을 꾼 것이오?"소요공도 깜짝 놀랐다.그 일은 그렇게 중요한 일도 아니었고, 어떻게 된 일인지 가물가물할 정도로, 그저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만 어렴풋이 기억할 정도였는데, 꿈에서는 그 장면 장면이 또렷하게 떠올랐다.그리고, 이 꿈은 당시 엄청난 부담을 받고 있던 그들에게 정말 훌륭한 감정 해소가 되었다. 그들은 모든 고통과 억울함, 스트레스를 주먹질로 시원하게 풀어냈다.한편, 무상황은 자신이 황후를 소홀히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그때 무슨 상황이었는지 기억하는가?"추 어르신이 흥분한 듯 말했다."물론 기억은 나네. 당시엔 소봉이가 궁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적성루 사람들을 많이 그리워했네. 게다가 나도 자네들과 어울리느라 바빠서 황후를 소홀히 했네. 그래서 적성루 상궁과 숭이를 궁으로 불러, 이야기를 나누게 했지."사실 기억이 가물가물했지만, 꿈속에서 다시 겪은 덕분에 자세히 생각났다.그때 어서방의 회의가 끝나고, 소복이 무심히 물었다."폐하, 황후 마마를 오랫동안 못 뵙지 않으셨습니까?"그는 소복의 말이 소봉을 보러 가자는 암시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