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고의 목적평남왕 세자 얼굴 근육이 경련을 일으키며 이리 나리를 노려보면서 물었다.“우문호는 지금 어디에 있어?”“그건 대장군이 뭘 원하시는지에 달렸어요. 대장군이 원하는 걸 태자 전하께서는 반드시 약속을 지키실 테니까.” 이리 나리가 미소를 지었다.평남왕 세자가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그래? 그럴려면 태자가 제대로 짚어야 할 텐데.”“어때요, 그럼, 제가 맞춰 볼까요?”“그러든지 말든지!” 평남왕 세자가 담담하게 말했다.이리 나리가 잔을 들고 평남왕 세자를 노려보며 말했다. “대장군께서 큰 공을 들여 이런 상황을 꾸민 것은 좋아요. 안왕을 위해 세력을 몰아주고 백성들의 신망을 만들어내고 안왕의 아내와 딸을 납치해 궁으로 쳐들어가게 하고. 마치 대장군이 정권을 탈취하려는 듯 보이지만 사실 정권 탈취는 아무런 의미도 없어요. 안왕 자체가 불안정한 사람이기 때문에 대장군은 안왕을 완전히 통제할 수 없죠. 자연스럽게 안왕을 통해서 하는 건 진정한 목적이 아니란 뜻이죠. 그래서 제가 방금 안왕 전하는 당신들의 허울에 불과하다고 한 겁니다. 하지만 당신들이 만들어 놓은 허울이 어디 하나뿐인가요. 안왕 전하는 전에 북군영을 통솔하셨는데 북군영은 병기고를 지키고 있고 그 안에는 우리 북당의 정예 무기와 전차가 있죠. 안왕이 궁으로 쳐들어가게 해 북군영 병사를 그쪽으로 쏠리게 만들어 무기고의 빈틈이 노출하는 것이 두 번째 허울이죠. 당신들이 무기고의 전차를 노린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거예요.”평남왕 세자의 눈빛이 점점 가라앉았으나 입꼬리를 씰룩거리며 냉소를 지었다.“그래? 상상력 좋은데. 하지만 당신 아직 대장군의 진짜 목적은 얘기하지 않았어.”이리 나리가 웃으며 말했다. “서두르지 마시고, 자, 일단 목 좀 축이시고!”이리 나리가 찻주전자를 따르며 말을 이어갔다. “북막과 북당의 이번 전쟁은 피치 못할 전쟁이기 때문에 신속하게 이겨야만 병력을 이동해 대주를 상대할 수 있죠. 그러려면 반드시 대주의 원군이 북당에 도착하기 전에 속전속결로 끝내
이리 나리의 반격이리 나리가 말했다. “이 정도 가지고 뭘요? 어디 당신들만큼 대단할까요? 독고 대장군이나 당신들까지도 여러 번 허울만 번드르르하지 않았습니까? 한번은 세자 당신, 한번은 적위명, 별장에 있는 적위명 말고 진짜 적위명 말입니다.”평남왕 세자가 눈을 부릅뜨고 외쳤다.“그날 홍엽이 직접 날 보고 똑똑하게 내가 바로 대장군이라고 하지 않았나, 왜 당신들은 믿지 않지?”“홍엽은 당신들이 도청하고 있다는 걸 알고 일부러 그렇게 말한 겁니다. 홍엽은 한눈에 허점을 알아차렸거든요.”“허점?” 평남왕 세자는 약간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물었다. “내 일거수일투족은 거의 매일 같이 똑같은데 허점이 어디 있다는 거지?”“그래요, 독고 대장군은 변덕이 심하고 잔혹한 성정이지만 홍엽 공자의 말에 따르면 독고가 정말 진노했을 때는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심지어 눈빛조차 달라지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세자도 잘 배웠어요. 대장군이 홍엽 공자를 봤을 때 평온한 얼굴에 다른 표정이 없었으니까. 그런데 적위명 말이죠, 적중양이 정말 돈 때문에 태자를 죽이려 했다고 생각합니까? 적위명의 뜻을 이어받은 게 아니라면, 적중양은 아무리 안왕이란 피붙이에 정이 깊어도 온 가족이 몰살당할지도 모르는데 그런 위험을 무릅쓰면서까지 태자를 죽이려 할 리 없어요. 적중양이 실패한 뒤 우리 의심선상에는 적위명이 놓이게 되었죠. 게다가 제왕 전하도 순진해서는 계속 적위명한테 시체를 수습해 가라고 귀찮게 했어요. 이에 적위명은 어쩔 수 없이 나타나야 했고 또 일부러 의심을 사는 행동까지 했어요. 태자 전하께서 사람을 보내 감시하도록 했는데 실상은 시체를 수습하고 이미 집을 떠났죠. 집안에 남아 있는 게 진짜 적위명이고요. 태자 전하께서 더 감시해도 소용없죠. 하지만 태자 전하께서 벌써 다 알아채고 계셨다는 거 몰랐죠? 지금 태자 전하는 이미 독고를 막으러 가셨어요.”평남왕 세자 얼굴이 잿빛이 되며 항복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여전히 집요하게 고집을 부렸다.“우문호가 직접
위기 일발의 국고이리 나리가 가고 탕양이 천천히 걸어와 이리 나리 자리를 대신해 앉아 평남왕 세자를 바라봤다.평남왕 세자가 차갑게 탕양을 향해 외쳤다. “어설픈 연극으로 독약을 타는 계략이나 쓰다니. 난 또 네가 아주 고명한 줄 알았네? 고작 이 정도밖에 안 되는 주제에.”탕양이 말했다. “쓸모만 있으면 됩니다!”“이건 임무란 말이야!” 평남왕 세자가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읊조렸다.“너희는 전혀 준비가 돼 있지 않아, 그래봤자 고작 국고와 병여도를 향해 달려갈 뿐이라고, 너흰 반드시 대패하게 돼 있어!”“그건 두고 보기로 하죠.”우문호와 홍엽은 청란대가 부근에 있다가 이리 나리가 정보를 알아내 전하자 바로 사람들을 이끌고 국고로 달려갔다.이와 동시에 한 무리의 무림인들이 황실 별궁으로 달려갔는데 첩자들이 가져온 정보에 의하면 병여도는 태상황이 가지고 출궁했다는 것이었다. 독고는 미리 남겨둔 일련의 정예를 보내 병여도를 가져오게 했다.국고 쪽은 독고가 도착했으나, 회왕이 내탕고를 담당하는 관계로 회왕의 안전이 위협받는 걸 절대 두고 보지 못하는 미색이 미리 독고가 도착하기 전에 늑대파의 무공이 가장 높은 사람들을 국고 안에 매복시켜 두었다. 독고와 독고의 선발대가 도착하자 바로 맞서 싸우는 순간 여기저기서 칼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안왕비가 무사히 구출되었다는 소식이 빠르게 전해져 안왕이 매우 기뻐하며 황궁을 더이상 공격하지 않았지만 평남왕 세자 말 대로 그가 데리고 있던 사람들 중 2할만 자신 사람이고 나머지 북군영의 대 부대는 여전히 독고의 계획대로 황궁을 공격하고 금군을 제압해 금군이 국고 쪽을 돕지 못하게 했다.북군영의 대 부대를 이끈 몇몇 장수가 바로 모반한 자들로 전부 나이든 장수들이라 군에서 명망이 높고 그들을 따르는 병사들도 많았다. 이번 전쟁에서 그들은 독고 편을 들지 않으면 그들 자신과 가족의 생명을 지킬 수 없었다.그래서 북군영의 장수들과 병사들이 안왕의 처지를 상당히 위험하게 만들었다. 안왕은 공을 세
독고와의 일전우문호가 말을 달리며 외쳤다.“그래, 은자를 빼앗아 봤자 가져가지도 못하는 거 국고를 망가뜨리면 우리 북당은 단시간 내에 싸울 능력이 없어지지.”두 사람이 타오르는 불길을 밟으며 국고 문 앞에 도착해 날아오르더니 독고를 향해 검을 겨눴다. 독고는 귓가에 검기가 공기를 가르는 것을 듣고, 심지어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장검을 뻗어 막는데 두 검이 서로 부딪히더니 독고의 검이 우문호를 위험한 지경까지 몰아붙였고 우문호는 기혈이 뒤틀리며 급히 뒤로 물러섰다.독고는 말 위에 앉아 우문호를 멸시하듯 내려다봤다. 이미 본 모습으로 돌아와서 더 이상 적위명으로 분장하지 않았는데 외모는 홍엽과 상당히 닮아 있었다. 눈썹이 어지럽게 나 있고 눈 밑에 한기가 서려 있었는데 마치 꽁꽁 언 얼음장 같아서 한 번만 슬쩍 눈길을 줘도 심장이 얼어붙을 지경이다.우문호와 독고는 처음 얼굴을 마주친 셈 치고 시선이 마주치자, 비로소 그날 대주의 병력과 성에서 마주친 자는 진짜 독고가 아니란 것을 알게 되었다.우문호는 그의 눈을 감히 응시할 수 없었다. 그 눈동자는 마치 소용돌이 같았는데 소용돌이 안은 온통 칼싸움 흔적뿐이었다.홍엽도 말을 타고 달려왔지만 그저 말 위에 앉아 가만히 증오의 눈빛으로 독고를 쳐다봤다.독고가 홍엽을 힐끔 보더니 별거 아니란 듯 극도로 멸시했다. 눈동자를 돌려 우문호를 보고 미미하게 눈살을 찌푸렸다. “어떻게 본좌가 국고를 공격할 걸 예상했지?”솔직히 독고가 국고에 데려온 사람들은 국고가 아주 쉽게 함락될 거로 예상했는데 이렇게 대비하고 있을 줄은 몰랐다.독고의 계획대로라면 우문호는 사람들을 데리고 병기고나 궁중으로 가서 독고의 바람 잡이로 자기들끼리 치고받고 싸우는 게 정상이었다. 북군영을 죽여도 좋고, 강호에서 모아온 사람을 죽여도 좋다. 어차피 전부 북당 사람이니 독고는 가만히 앉아 어부지리로 얻으면 되는 것이었다. “대장군의 계획이 깊고 민첩했으나 세밀하게 따져보니 자연스럽게 하나둘씩 알아차릴 수 있었습니다.” 우
국고에 무슨 짓을?검을 뽑자마자 가볍게 홍엽의 머리카락을 떨어뜨리는 것을 보고 우문호도 놀랐다. ‘독고의 무공은 도대체 얼마나 대단한 거지? 과연 독고가 직접 북당 경성에 와서 이 일련의 계획을 기획할 만 했구나.’우문호는 독고가 단지 지모 믿고 첩자를 잠복시켜 모반을 조장하고 차도살인(借刀殺人, 남의 칼을 빌려 사람을 죽인다)을 일삼는 줄로만 알았는데 무공이 이렇게 강력할 줄 상상도 못했다.홍엽도 가슴이 철렁한 것이 독고 곁에 그렇게 오래 있었지만, 그가 무공을 진짜 드러내는 걸 본 적이 없었다. 독고 신변에 고수가 많아서 무슨 일이 있어도 본인이 손을 쓸 일이 없었기 때문이었다.순위로 따지면 독고는 독고 곁에 100여 명의 순위 안에 들지 못하는 줄 알았는데 어디 생각이나 해봤을지 독고가 그들 고수보다 심지어 한참 위라는 것을 말이다.두 사람은 쌍검을 들어 올리자, 태양빛 아래 검기가 차가운 빛으로 응집돼 그물처럼 펼쳐지고 검기가 닿는 곳마다 베어져 나갔다.2대1로 여전히 낭패였으나 독고의 검은 현철로 만들어져 더할 나위 없이 강하고 견고했다. 병장기가 부딪히는 소리만 끊임없이 들려오는 것이 이번 전투도 치열할 운명이었다.이때 국고에서 엄청난 굉음이 울려 퍼졌는데 먼지가 순간 날아오르면서 우문호가 급히 뒤돌아보고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이리 나기가 막 도착해 권법과 장풍을 쏘는데 우문호가 외쳤다.“이리 나리, 어서 들어가세요. 땅굴을 뚫은 거 같아요. 저들이 지하로 금을 옮기고 국고에 불을 지르려고 하는 것 같아요.”아무리 추측해 봐도 독고가 대체 뭘 하려는 건지 도무지 감을 잡을 수가 없었으나, 우문호는 국고 안에는 은 외에도 황금이 대량으로 있었고, 황금은 불에 탈 걱정이 없으므로 독고는 철저하게 국면을 장악하기 위해서는 분명 북당에 황금을 남겨 놔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독고에게 있어 이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왜냐면 원래 이번 전쟁은 북당 사람끼리 서로 싸우게 하려는 작전이라 독고 자체도 자기 사람이 많지
위풍당당원경릉은 정오부터 전투 소리가 들리자, 심장이 벌렁거리는데 사식이가 옆에서 달래주었다. “걱정하지 마세요. 안풍친왕 부부께서 이미 준비하고 계세요!”“하지만 별궁은 시위가 많지 않아.” 원경릉이 긴장해서 말했다.“안풍친왕비께 여쭤봤는데 섬전위인가 뭔가도 있고 저들이 들어와 공격하기 힘든 게 섬전위 중에 기이한 인사가 있어 무슨 진법을 설치했다고 하더라고요.”사식이는 겉으로는 침착해 보였으나 눈빛이 흔들렸는데 방금 나가서 보고 왔기 때문이었다. 밖에는 적어도 천명은 족히 넘게 있었으나 별궁 안은 다해도 200명이 되지 않았다.게다가 바깥에 그들은 하나하나 전부 무공이 강력한 자들이었다.“”태상황 폐하는? 내가 가서 같이 있어야겠어.” 원경릉은 도무지 안심이 안 됐다. 아이들은 자신을 보호할 능력이 있지만 태상황은 없었다.“갈 필요 없어요. 태상황 폐하께서는 갑옷을 입으셨어요!” 사식이가 말했다.원경릉이 눈이 휘둥그레 해졌다.“뭐?”원경릉이 뛰쳐나가 정전에 도작하자 과연 삼대 거두가 모두 갑옷을 입고 있었고 안풍친왕 부부도 똑같이 금색의 갑옷에 장검을 들고 있으니 출정하는 모습은 한 폭의 그림 같았다.“황조부!” 원경릉이 다급하게 달려가 외쳤다.“나가시려고요? 가시면 안 됩니다.”태상황이 청황검(青芒劍)을 쥐었는데 검신이 무거워 쥐고 있는 것 만해도 힘에 부쳐 보였고, 나가서 싸우는 건 말할 필요도 없었다.하지만 눈빛이 형형하게 불타올라 지난날 무료해하던 분위기는 하나도 없고 손을 뻗어 검을 휘두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과인은 무장 출신으로 오늘 전투가 두려울 게 뭐가 있겠어? 만약 전장에서 죽는다 해도 장수에겐 마땅한 것을!”안풍친왕비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태자비, 긴장하지 말게, 나가서 좀 놀게 해 드려. 괜찮으니까!”원경릉이 흠칫 놀랐다.‘논다고요? 이게 장난인가요? 이건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일이에요.’갑옷을 단단히 여민 왕비의 모습은 늠름하고 씩씩한 것이 얼굴에 세월의 흔적 따위 없는 것
휘몰아치는 전황원경릉은 밖에 나가지 않고 방으로 돌아와 아이들과 함께 있었는데 오히려 눈 늑대가 한곳에 가만히 있지를 못하며 밖으로 나가고 싶어 안달이 나 있었다. 만두는 이참에 황태손의 위엄을 차리려고 늑대들을 죄다 별궁 밖으로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게 했다.쌍둥이는 보통은 이 시간 때면 잠들 시간이었지만 오늘은 웬일인지 자지 않고 나한상에 차분하게 앉아 있는 모습이 마치 꼬마 미륵보살 같았다. 하지만 쌍둥이가 그 날카로운 눈빛으로 뭘 보는지는 모르겠지만 꼼짝하지 않고 전장을 관전하는 듯한 모습이었다.아기 호랑이는 쌍둥이 곁에 엎드려 밖을 내다보며 언제 달려 나갈까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원경릉은 우문호가 걱정되지만, 새끼 호랑이가 엎드려 움직이지 않는 것을 보고 우문호 쪽은 별일 없다고 생각했다.국고 밖.우문호 쪽 상황은 결코 가벼운 상황이 아니었다.홍엽과 두 사람 모두 다친 상황이라 대처하기 여간 힘들었다.하지만 독고는 털끝 하나 건드리지 못했다. 독고는 싸울수록 용맹해지는 듯 피로한 기색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고 눈에 뵈는 거 없이 사납게 공격했다.이것은 독고의 마지막 기회로 오늘 대패하면 북막은 다시 그와 연합하지 않을 것이며 독고도 북막 진씨 가문을 설득할 만한 충분한 돈을 얻지 못하게 될 것이다.그 전에 도망치며 독고가 데리고 간 병마는 사실 고작 8만 명으로 이 8만 명중 2만 명은 대주와 대월국의 장사치로 위장해 경성에 있고, 나머지 6만 명은 수도권에서 경성으로 들어가는 선상에 있어 금을 옮기는 역할을 담당할 것이었다. 그래서 독고는 경성에 자신에게 속한 사람이 2~3만 명 있고 그 나머지는 전부 모반을 꾀한 북군영 병사였다.우문호 말이 딱 들어맞았다. 이 계획은 물샐틈없어 보이지만 사실 급조되었음을 가리기 위해 나눠서 공격하는 것으로 우문호의 시선을 분산해 진정한 의도를 파악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였다.하지만 독고도 국고에서 성공할 가능성이 없어 보이자 유일한 희망은 병여도를 빼앗아 북막과의 연합을 얻어
홍엽을 공격한 독고우문호가 소식을 듣고 크게 고무되었다. 과연 외곽을 셋째에게 맡긴 것은 잘한 일로 셋째가 전장을 통제하고 황실 별궁과 병기고 쪽 상황을 여유롭게 기다릴 수 있었다.박원과 전진 장군은 병기고 쪽으로 역시 비교적 힘이 들었는데 탕양이 평남왕 세자를 제압한 뒤 신속하게 사람을 보냈고 일부분은 귀영위를 지원하러 갔다.경성 안팎으로 여기저기 전쟁의 불길이 치솟았으나 경조부의 병사들이 호들갑을 떨며 백성들에게 문을 걸어 잠그고 들어가 있게 해 백성들에 영향은 크지 않았다. 전에 이렇게 호들갑을 떤 일이 없었기 때문에 백성들도 놀라서 너나 할 것 없이 피난을 갈 정도였다.독고의 분산 공격은 우문호의 각개 전투로 전부 궤멸하었다.독고는 몹시 열 받고 초조했다. 황실 별궁 쪽에서 승기를 잡았다는 소식이 들려오기는커녕 오히려 누군가 우문호에게 보고하길 별궁의 적은 이미 격퇴됐다는 소식이었다.그 말에 독고는 더욱 열 받아 더는 희망이 없으므로 황궁을 쳐들어가 명원제를 주살하고 우문호를 죽여 북당에 머리가 없는 상태로 만들어야 한다며 북막을 위해 공을 세운 셈 칠 수 있고 북막도 이 혼란을 틈타 공격해 들어올 수 있다고 했다.궁문 밖.명원제는 명덕전에서 모든 비빈과 모여 있었는데 얼굴에 당황한 기색이 없는 것이 이번 전투에서 우문호에 대한 상당한 믿음이 있었다. 모든 계획과 배치는 독고의 군대가 모두 경성에 집결하게 하는 것으로 명원제도 동의한 일이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단기간 내 독고를 찾아내지 못했을 것이다.기회를 만들면 독고가 기회에 편승해 일망타진할 수 있을 것이다.그러나 이것은 양쪽 다에게 모험으로 만약 지게 되면 정말 끝장나고 말 것이었다.호비는 명원제 곁에 앉아 있었는데 복숭아색 옷을 입고 있는 모습이 흰 눈 같았고 오늘따라 유난히 흰 피부가 돋보였다. 하지만 눈에서는 살기가 뿜어져 나와 혹여나 독고 쪽 사람이 침입해 들어오면 힘차게 방어할 태세였다.목여 태감이 300명을 데리고 명덕전 입구를 지키고 있는 와중에 해는 점점
우문호 일행은 강북부로 향하는 내내 북방의 풍경과 풍속을 경험했다. 그로 인해 속도는 매우 느리긴 했지만 말이다.그날 밤, 우문호는 갑자기 악몽에서 깨어나 온몸에 땀을 흘리며 거칠게 숨을 내쉬었다. 그의 얼굴에는 공포가 가득했다.그러자 원경릉이 벌떡 일어나 그를 껴안으며 물었다.“무슨 일이오? 악몽을 꾼 것이오?”우문호는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았다. 아직 날씨가 덥지 않은 데다가 북방에 있어 오히려 날씨까지 쌀쌀했기에, 그는 아직도 악몽이 생각나는 듯, 창백한 표정을 지은 채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꿈에서 셋째 형님이 피투성이인 채 죽어가고 있었소…”원경릉은 그저 꿈이라 생각하고 위로해 주려 했지만, 이내 우문호의 강한 감응 능력을 떠올렸다. 갑자기 나타난 이 꿈이 형제간의 영적 감응일지도 몰랐기 때문이다.우문호도 점점 불안한 생각에 빠졌다.“강북부가 비록 평온해 보여도 사실 북당에서 가장 복잡한 곳이오. 온갖 사람들이 섞여 있고, 북막도 호시탐탐 노리고 있네. 게다가 셋째 형님도 무모한 사람이니, 진짜 무슨 일이 생긴 게 아닐지 걱정되오. 원 선생, 어서 빨리 가야겠소.”원경릉이 서둘러 옷을 입으며 말했다.“아니, 내가 먼저 가겠소. 정말 상처를 입었다면, 내가 가야지 도움이 되지 않겠소? 게다가 난 빨리 갈 수 있잖소.”“좋소. 그럼 먼저 가시오. 우리도 곧 출발하겠소.”우문호는 너무 생생한 꿈 탓에, 더 이상 천천히 갈 수 없었다.“사람을 불러야겠소.”원경릉은 재빨리 옷을 입은 후, 우문호에게 포옹하고 이마에 입을 맞췄다.“먼저 가겠소.”“조심하시오.”우문호가 말을 다 끝내기도 전, 원경릉은 어둠 속으로 모습을 감추었다.원경릉이 사라지자마자 우문호는 방 문을 두드리며, 출발하자고 소리쳤다.우문호의 소리에 모두가 깜짝 놀랐다. 이 밤중에 출발이라니, 무슨 큰 일이 생긴 걸까?이때 수보가 겉옷을 걸치고 나오며, 우문호의 팔을 잡고 물었다.“무슨 일입니까?”우문호가 답했다.“나도 모르네. 하지만 셋째 형님에게 무슨 일
스무 명이 넘는 자 중 단 한 명만 생포하고 나머지는 전부 섬멸되었다.안왕은 재빨리 위왕의 혈을 눌러 지혈한 후, 중상을 입은 위왕을 데리고 저택으로 돌아왔다. 먼저 의원을 찾으러 간 사람이 있었기에, 의원은 이미 저택에 도착해 있었다. 이때 안왕이 피투성이가 된 채, 의원의 옷깃을 움켜잡았다.“살리시게, 살려야 하네. 꼭 살아야 하네.”의원이 바로 약상자를 내려놓으며 말했다.“진정하십시오.”의원이 위왕의 옷을 가위로 자르자마자, 상처가 바로 드러났다. 다행히도 먼저 지혈한 덕분에 저택까지 돌아올 수 있었다.하지만 심각한 부상 상태와, 깊은 복부의 자상 때문에 장기를 다친 것으로 판단한 의원은 간단한 처리를 마친 후, 안왕에게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소인의 의술이 부족한 탓에, 치료를 감당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경성에서 다치셨다면, 희망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강북부는 의료가 낙후된 지역이다. 비록 혜민서를 설립한 이후 의사를 집중적으로 양성하긴 했지만, 경성에 비하면 여전히 많이 부족했다.안왕이 숨을 헐떡이며 눈에 핏줄을 세우고 소리쳤다.“중상을 입었는데 어찌 도성으로 돌아가란 말인가? 긴 여정을 견딜 수 있을 것 같은가?”의원이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쉬었다.“그것도 참 문제입니다. 황실 친왕이 자금단을 가지고 계신다고 들었는데, 혹시 저택에 있습니까?”“없네!”안왕은 위왕의 호흡이 점점 미약해지는 모습을 보며 절망감에 휩싸여 털썩 주저앉았다.“내가 갖고 있던 자금단은 이미 먹은 지 오래된 것이네.”“경성… 경성으로…”의식을 잃은 위왕은 그저 경성이라는 말만 중얼거렸다.안왕은 눈물을 닦으며 무릎을 꿇었다.“형님, 조금만 더 버티십시오. 의원이 약을 썼으니, 황후가 오실 때까지 며칠만 버티십시오.”심각한 상황이니, 경성으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 돌아가려면 최소 일주일 이상은 걸리지만, 황후는 아마 사흘 안에 도착할 수 있었다. “경성으로……”위왕은 의식을 잃기 전까지 계속해서 경성을 찾았다. 그곳은 그가 너무
위왕은 마음속에 또 하나의 걱정이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다섯째가 곧 강북부에 오는 것이었다. 비록 이 일은 소문내지 않았지만 이렇게 오랫동안 순행했으니, 소문이 새어나가게 마련이다.설령 그가 강북부에 온다고 밝히지 않다고 하더라도 그의 최종 목적지가 강북부라는 것은 바로 짐작할 수 있었다. 그래서 그는 북막인들이 다섯째에게 해를 가하려는 것은 아닐지 걱정되었다.아무래도 단 한 순간도 북막인의 야심은 멈춘 적 없었기 때문이다.그래서 그는 방심하지 않고, 허점을 찾아내겠다는 결심을 다지며 이들을 감시했다. 확실한 증거가 없는 어디까지나 본인의 추측일 뿐이기에, 그는 이 일을 아직 넷째에게 말하지 않았다. 섣불리 말을 꺼냈다가, 그들이 진짜 금나라 상인이라는 것이 밝혀지기라도 한다면, 두 나라의 사이만 영향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비록 무장이지만, 외교적인 문제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아주 작은 불씨라도, 마음먹은 자가 부추기면 걷잡을 수 없는 큰불이 될 수 있는 법이기에, 섣불리 행동해서는 안 되었다. 그리고 감시 끝에 마침내 이상한 점을 포착했다. 처음엔 열댓 명 정도였던 이들 무리는 이틀 사이 스무 명 이상으로 늘어났다. 새로 온 자들은 앞선 사람들과는 다르게, 군인이라기보다는 강호 인사의 분위기를 풍겼으며, 무공 또한 약하지 않아 보였다.위왕은 경계심을 품고, 밤새 직접 사람들을 이끌어 조사에 나섰다.앞서 만났던 금나라 사람들은 여전히 질문에 순순히 응했지만, 새로 온 강호인들은 거만한 태도를 보였다. 위왕의 질문에도 그저 시큰둥한 태도만 보이며 북당인이라는 것을 증명했다. 위왕은 건방진 그들의 태도에, 몇 마디 호통을 쳤고, 그 모습에 강호인들은 참지 못하고 바로 위왕에게 손을 쓰려고 했다.위왕은 조사하기 위해 온 터라, 데리고 온 부하도 단 몇 명 뿐이었기에, 상대가 일반적인 조사에도 이렇게 쉽게 공격하려 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앞서 온 금나라인들이 말리려 했지만, 그들이 손을 쓰자, 사태가 수습되지 않을 것을 알았다. 그리고
남강에 며칠 머무는 동안, 아홉째와 함께 남강의 풍경을 둘러보고, 북강에도 다녀왔다.지금 북강 백성들은 조정에 대한 소속감이 아주 강했다. 지난 몇 년 동안 남강을 다스린 정책이 정말 훌륭했기에, 백성들 모두 좋은 날을 보낼 수 있었기에, 자연스레 황제에 대한 존경심도 깊어진 것이었다.황제와 황후가 지나가는 곳마다 백성들은 길가에 모여서 열렬히 환영했다.그들은 이번 순행 내내 오계부에서 신분을 밝힌 것 외에는 항상 미복으로 다녔다. 하지만 남강에서 우문호는 황제의 신분을 드러냈다.우문호는 백성들의 신뢰와 경외심에서 큰 성취감을 느꼈고, 매우 기뻤다. 그는 줄곧 원경릉의 손을 잡고 얼굴에 웃음을 띠고 있었다.과거 북강은 방어를 위해 무술 함정이 많았지만, 이제는 모두 제거되었다. 그리고 많은 백성이 산 아래 평원으로 이주하여, 새로운 마을을 이루었다. 정화를 구하러 왔을 때와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기쁜 마음과 함께 우문호는 감사함도 느꼈다. 이것은 결코 그 혼자만의 공로가 아니기 때문이었다.남강을 떠나야 하는 날이 다가오자, 원경릉은 만아와 여덟째를 떠나는 것이 못내 아쉬웠다. 하지만 곧 변성으로 가야 했기에, 아쉬움을 느낄 수 있는 것도 잠시였다. 남강을 벗어나자마자, 그녀는 아이들과 만날 생각에 들뜨기 시작했다."원 선생, 그들에게 말했소?"길에서 우문호가 물었다."아니, 몰래 가는 것이오."원경릉은 웃으며 말했다."교활하구먼. 그래도 만두가 이미 알려줬을 수도 있을 텐데."지금은 경단과 찰떡, 그리고 계란이 셋만 그곳에 있었다."셋이 다섯 개 성을 다스린다니, 분명히 힘들 것이오."원경릉이 안타까운 표정으로 말했다."그렇소. 그래도 예전보다는 나아졌네. 이제는 태평해 보이니."우문호도 아이들이 안쓰러웠다."이번에 가서는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며 충분히 쉬게 해줘야 하오."사실 성하나를 다스리는 것과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본질적으로 다른 점 없이, 매우 힘든 일이었다.한편, 강북부에서는 최근 강북부 무구산 주변에 신비한 상단
그러자 홍엽이 그를 바라보며 멈칫했다."자네가 중매를 서겠다고?""안 되오?""말도 안 되는 소리 말게. 자기 혼사도 해결 못 하는데 중매는 무슨. 난 못 믿네!"냉정언이 어깨를 으쓱였다."못 믿으면 말고. 이래 봬도 내가 명문가 아가씨나 협녀를 많이 알고 있소."홍엽은 손으로 그의 목을 움켜잡으며 소리쳤다."알고 있는 아가씨가 있으면 진작 말했어야지! 경성으로 돌아가자마자, 당장 소개해 주시게!"냉정언은 웃으며 그의 손목을 옆으로 밀어냈다."중매 값이 워낙 비싸서. 십만 냥 아니면 쉽게 안 나서오.""돈이 대수요?"홍엽이 교활하게 웃으며 말했다."우린 지금 한집에 살고 있소. 그러니 자네가 돈을 어디에 숨겼는지, 다 알고 있네. 그동안 꽤 많이 챙겼으니, 돌아가서 돈은 두둑이 주겠네."그 말에 냉정언이 깜짝 놀랐다."내 돈을 노리고 있었소? 진짜 도둑을 집에 들였군! 늙어서 쓸 돈이네, 그 돈을 혼사에 쓸 생각은 하지 마시오!""명여가 우리를 챙길 테니, 그렇게 쩨쩨하게 굴지 마시오."홍엽이 새침하게 말했다."나도 돈이 많소. 다만 남의 돈을 쓰는 게 훨씬 재밌을 뿐이네."냉정언이 숨을 들이쉬었다."안 되겠네. 경성에 돌아가자마자 자네를 쫓아내야겠소."홍엽이 말했다."쫓아낼 수 있으면 쫓아내 보시게. 게다가 자네가 나를 청할 때, 뭐라고 했는가? 얼마든지 살아도 된다고 했잖소. 이제 와서 후회하는 것이오?""이야, 홍엽, 어찌 이리 뻔뻔스러워진 것이오?""뻔뻔하지 않으면, 어찌 당신 집에서 이렇게 공으로 먹고살 수 있겠나?"홍엽은 크게 웃으며 그의 어깨에 팔을 얹었다."수보, 신을 모시는 건 쉬워도 보내는 건 어렵다고 하잖소. 이미 집안에 들어갔으니, 쫓아내기는 힘드네. 후회해도 소용없소. 수보의 등골 빼먹다 죽을 것이오. 관에 수의까지 얻어 쓸 생각이라, 죽으면 자네가 장례식까지 마련해줘야 하네."수보는 그를 한참 바라보다가, 애써 이를 악물며 말했다."진짜 뻔뻔하오!"홍엽은 박장대소했다.멀리 복도 끝에
“예, 그립습니다. 하지만 이곳에서 놀고 싶기도 합니다.”그는 말하다가, 갑자기 신이 난듯 몸을 들썩이며 말을 이어갔다.“여긴 정말 재미있습니다. 아홉째와 나가면 큰 산도 있고, 꽃도, 나무도 많습니다. 물고기도 많고, 사람도 많고, 뭐든지 엄청 많았습니다.”우문호는 웃으며, 못내 안쓰러움을 느꼈다. 예전에 그를 궁 안에 가두고, 거의 밖으로 데리고 나가지 않았다. 게다가 다른 사람이 그를 데리고 나가는 것도 신경 쓰였다.“이곳이 마음에 들면, 좀 더 오래 있어도 된다.”우문호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예, 정말 좋습니다. 다만, 형님과 형수님이 그리웠습니다. 이렇게 오셔서 정말 다행입니다.”여덟째는 흥이 오른 상태로 그의 팔짱을 끼며 말했다.“어서 들어가시지요! 아홉째가 형님이 내일 오신다고 맛있는 음식을 많이 준비했습니다.” 그는 뒤돌아 원경릉에게 외쳤다.“형수님, 빨리 따라오십시오. 맛있는 거 많습니다.”미색은 웃으며 꾸짖었다.“이 무심한 녀석, 다섯째 형수님만 챙기고, 여섯 형수가 배고픈지는 묻지도 않는 것이냐?” 여덟째는 그제야 미색을 본 듯, 놀라서 눈을 크게 뜨고 말했다.“여섯째 형수님도 오셨습니까? 여섯째 형님도 오신 것입니까? 와, 너무 좋습니다!”“질투하다니?”원경릉은 미색의 어깨를 가볍게 토닥이며 미소를 지었다.“여덟째는 너보다 나를 더 좋아하는 것이다.”“아유, 참!”미색은 일부러 그렇게 말했다.여덟째는 바로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항상 그림과 책자를 선물하는 여섯째 형수님도 좋아했기 때문이다.그는 말을 더듬으며 말했다.“그... 그럼 같이 드시지요. 음식 많습니다.”“장난이다. 난 질투 안 해.”미색은 기쁘게 말했다.여덟째는 그제야 마음을 놓았고, 다들 웃으며 안으로 들어갔다.원경릉이 만아에게 말했다.“정말 이곳에서 즐겁게 지내고 있구나. 예전보다 훨씬 활발해졌고, 말도 많이 하네. 이 모든 게 아홉째 덕분이다.”만아는 웃으며 말했다.“예, 둘이 시간이 날 때마다 밖으로 나가, 더
원경릉은 발끝을 들어 그의 뺨에 입을 맞추고는, 환한 미소를 지었다.우문호는 그런 그녀를 와락 끌어안으며 말했다.“원 선생, 행복하오?”“행복하오.”“하하하. 지금이 아닌, 나와 함께했던 모든 날이 행복했냐고 물어보는 것이오.”“모든 순간이 당연히 행복하고, 기쁘오!”원경릉은 스스로를 자조하듯 웃었다.“나 같은 집순이가 이렇게 결혼생활이 행복할 줄 누가 알았겠소?”한때 그녀는 자신이 평생 결혼하지 못할 거라 생각했고, 사랑 없는 삶도 부족함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그녀는 사랑을 중요하지 않다고 여겼었지만, 사랑은 사실 정말로 중요했다.산꼭대기에 앉아, 차가운 바람을 맞고 있었지만, 추위는 느껴지지 않았다. 그녀는 지금의 풍경을 눈에, 그리고 마음에 깊이 새기고 싶었다.그리고 함께 늙어간 후, 다시 천천히 되새기고 싶었다.영산에서 내려온 후, 그들은 다시 여정을 이어나갔다. 이번 목적지는 바로 남강이었다.명절이 지난 뒤, 아홉째는 여덟째를 데리고 먼저 남강으로 돌아갔다. 다들 그가 그곳에서 잘 지내고 있는지 궁금했다.남강 땅은 오랜만이었다. 마지막으로 발을 디딘 건, 정화를 구하러 갔을 때였다.남강으로 가는 내내 홍엽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냉정언이 물었다.“남강에 가면, 못난이를 만날 것이오?”“만나야지.”홍엽이 답했다.“물론 만나야지!”못난이는 오랜 시간 그와 함께했던 사람이니, 만나야 했다. 못난이가 종종 편지를 보내오긴 했지만, 자기 상황은 거의 말하지 않았다.반면 아홉째는 편지에서 북강의 소식을 자주 전해주었다.지금의 남강은 어느 정도 통일되어 있었고, 북강과 남강도 평화롭게 공존하고 있었다. 그동안 이익 문제로 양측의 왕래가 더욱 빈번해졌다.아홉째는 편지에서 못난이가 북강의 민심을 얻었고, 성격도 예전보다 훨씬 밝아져, 마치 다른 사람이 된 듯하다고 전했다.홍엽의 마음엔 기대와 기쁨이 섞여 있었다. 그도 지금 잘 지내고 있으니, 못난이도 잘 지내길 바랐다.우문호는 남강에서 돌아온 후, 변방으로 갈
그 일을 떠올리자, 꿈에서 본 일이라 그런지 마치 얼마 전에 있었던 일처럼 느껴졌다.그때 그들은 죽을 만큼 힘든 소년들이었는데, 지금은 한없이 한가한 노인이 되었다.세월은 덧없이 흘러갔고, 그동안 그들은 많은 사람들을 잃었다.무상황은 자신의 황후였던 소봉을 떠올렸다.그들은 줄곧 전형적인 황제와 황후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는 나라를 다스렸고, 그녀는 후궁을 다스렸다. 비록 그가 그녀를 괴롭히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많은 애정을 주지도 않았다.그렇게 평범하게 평생을 함께했지만, 그녀가 떠나는 날, 그는 마음속 한 조각이 떨어져 나간 듯한 슬픔을 느꼈다.평생 함께했던 사람이 자신보다 먼저 떠날 거라 생각하지 못했기에 더욱 아팠다.세 사람은 한참 동안 넋을 잃고 있다, 다시 길을 나섰다.유아독존과 관련된 일이 생각보다 커졌지만, 모든 소란은 결국 가라앉게 될 것이다. 모든 소문도 점점 사그라들기 마련이니, 그들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하지만 세 사람이 여행하는 영상이 점점 유명해지면서, 유아독존은 더 심하게 비난을 받았다.현실에서 함부로 욕설을 내뱉으면 얻어맞을 수도 있지만, 인터넷에서는 당당한 명분이 있었기에 악성 댓글을 다는 자들은 마음껏 욕을 퍼부었다.그리고 어느 날, 추 어르신이 오래도록 인터넷의 댓글을 훑어보면서 잠시 생각에 잠긴 듯했다. 그는 이내 해가 지는 장면을 찍어 짧은 영상을 올렸다. 그리고 영상에 한마디만 덧붙였다.“분쟁 없이, 오직 평화만 있기를.”그는 모든 다툼이 끝나길 바랐고, 누군가를 벼랑 끝으로 몰지 않기를 바랐다. 단지 말로만 승부를 겨루는 사람은 그들의 적이 아니기 때문이다.음... 무엇보다 적이 될 자격도 없었다!영상이 올라간 지 이틀 뒤, 유아독존은 마침내 사과 영상을 올렸다. 그는 질투와 시기로 무술을 모독한 것을 사죄했고, 은퇴를 선언했다. 그리고 직접 그들의 계정을 태그해 진심으로 사과했다.진심 어린 사과는 항상 용서를 가져오는 법이다. 그리고 악성 댓글을 달던 사람들도 마침내 욕설을 멈췄다.
삼대 거두는 늦은 시각이 되어서야 일어났고, 숙취에서 깨어나니, 이미 날이 밝아져 있었다. 그들은 아직 잠에서 깨지 않아, 눈앞의 모든 것이 몽롱해 오늘이 무슨 날인지조차 모를 정도였다.태양이 서서히 떠오르며 하늘에 떠 있는 주황빛 구름은 점점 짙은 금빛으로 변했고, 금빛 가장자리에는 붉은색이 덧씌워져, 눈부시게 아름다웠다.소요공이 눈을 비비며 말했다."꿈을 꿨네."추 어르신과 무상황은 동시에 그를 바라보며 이구동성으로 물었다."무슨 꿈을 꿨는가?""꿈에서 숭이가 사내에게 속았는데, 우리가 직접 나서서 복수를 해줬다네."추 어르신과 무상황은 놀라서 동시에 숨을 들이켜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귀신이 곡할 노릇이네."말이 끝나자,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깜짝 놀라 외쳤다."자네도 꾼 것인가?""그렇네!""그렇네!""설마 우리 셋이 똑같은 꿈을 꾼 것이오?"소요공도 깜짝 놀랐다.그 일은 그렇게 중요한 일도 아니었고, 어떻게 된 일인지 가물가물할 정도로, 그저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만 어렴풋이 기억할 정도였는데, 꿈에서는 그 장면 장면이 또렷하게 떠올랐다.그리고, 이 꿈은 당시 엄청난 부담을 받고 있던 그들에게 정말 훌륭한 감정 해소가 되었다. 그들은 모든 고통과 억울함, 스트레스를 주먹질로 시원하게 풀어냈다.한편, 무상황은 자신이 황후를 소홀히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그때 무슨 상황이었는지 기억하는가?"추 어르신이 흥분한 듯 말했다."물론 기억은 나네. 당시엔 소봉이가 궁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적성루 사람들을 많이 그리워했네. 게다가 나도 자네들과 어울리느라 바빠서 황후를 소홀히 했네. 그래서 적성루 상궁과 숭이를 궁으로 불러, 이야기를 나누게 했지."사실 기억이 가물가물했지만, 꿈속에서 다시 겪은 덕분에 자세히 생각났다.그때 어서방의 회의가 끝나고, 소복이 무심히 물었다."폐하, 황후 마마를 오랫동안 못 뵙지 않으셨습니까?"그는 소복의 말이 소봉을 보러 가자는 암시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