탕양과 그녀탕양이 바로 길을 떠나야 했고, 원경릉과 우문호도 경호를 가야 해서 기상궁과 탕양의 결연식은 최대한 빨리 거행됐다.크게 차릴 필요없이 초왕부에서 모두 하하 웃는 주연을 마련하기만 하면 됐다.최근 연달아 주연이 열려 한껏 들떠 있어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앞으로 나가는 분위기다.모두 눈물을 글썽이는 가운데 탕양이 기상궁 앞에 무릎을 꿇고 절을 올리고, 열이와 호명이가 또 무릎을 꿇고 탕양에게 절을 올렸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증인을 서며 넷은 한가족이 되었다.탕양 저택 기존 설계가 영 엉망이라 방 하나로 이루어져 있는데 지금 넷이 들어가 살아야 해서 적어도 방을 넷으로 꾸미기 위해 재시공을 할 필요가 있었다.마침 서일의 상처도 점점 호전되어 이 일은 서일이 맡아 공사감독을 진행하기로 했다.공사를 시작하기 전에 서일이 원경릉에게 전에 탕 부인 물건이 아직 몇 개 방에 있는데 버리거나 태워야 하는지 물었다.원경릉은 자신이 결정하기가 그래서 서일에게 탕양이 내일 출발하니 일단 정확하게 해두라고 했다.서일이 우물쭈물하며 말했다.“하지만 묻기가 좀. 다른 사람이 그 얘기를 꺼내는 걸 싫어하는 거 같던데요.”원경릉이 말했다.“그럼 내가 가서 물어볼게, 서일은 인부들과 우선 도면부터 치고 있어.”원경릉도 본인이 묻기 그래서 우문호에게 물어보라고 했다. 남자들 일은 남자들끼리 소통하는 게 아무래도 낫지 싶어서다.우문호는 세심함이라고는 없는 사람이라, 별일 아니므로 저녁 먹은 뒤 탕양과 서재로 돌아가면서 말했다. “그 부인 물건 아직 필요해? 아니면 보고 태워버리든가 버리든가?”“버리든 태우든 상관없습니다.”“추억으로 남길 건?” 우문호가 문을 밀고 들어서며 물었다.“추억할 것도 없어요.”“이미 죽은 사람이니 미워하지 말고.”탕양이 우문호의 서탁을 정리해 주며 공문 몇 개를 뽑아서 말했다. “이건 경조부에서 온 건데 제왕 전하께서 보내신 것으로 태자 전하께서 직접 보시라고 하셨습니다.”“여기 둬, 있다가 볼게. 앉아 봐. 얘
경호로 가는 길공문을 들고 보다가 우문호가 말했다.“그동안 그 부인이랑 같이 지냈는데 정말 건드린 적 없어?”“항상 예의를 지켰습니다.” 탕양이 조금 허탈한 눈빛으로 말했다.“전하는 도대체 뭘 묻고 싶으신 겁니까?”“그냥 호기심일 뿐이야, 그녀에 대한 감정이 어떤 거였어?”탕양이 의자를 잡아끌더니 우문호에게 말했다. “두 가지였죠, 하나는 그녀가 독고의 첩자가 된 전 제가 그렇게 만들었다는 미안함, 두 번째는 그녀가 제 사랑하는 사람을 저버리도록 하였다는 거. 제 곁에 매복해서 저를 이용해 정보를 캐낸 게 증오스럽죠. 그게 답니다.”우문호는 탕양이 갑자기 이렇게 진지해지자 코를 만지며 말했다. “그래, 그 여자 얘기 안 할게.”탕양이 약간 불안해하며 말했다.“전하를 해친 그자가 만약 살아있었다면 전하께서는 그녀를 증오하실 수 있지만 그자가 죽었으니 전하는 증오할 데조차 없어요. 마치 주명취에 대해 그러셨던 것과 같습니다.”우문호는 공문을 넘기던 손을 멈추고 약간 어리둥절했다. “주명취가 누군지 한참 생각했어.”탕양이 웃으며 말했다.“잊으셨으니 다행입니다.”우문호가 따분하다 못해 마침내 말했다. “그때 아무것도 변하지 않고 내가 주명취를 아내로 맞았으면 지금 어떤 상황일까?”탕양이 웃으며 말했다.“전하는 이렇게 상상력이 뛰어나지 않으시니 태자비 마마께 오셔서 상상의 나래를 펼쳐 보시라고 하는 건 어떻습니까?”우문호가 한가롭게 말했다. “됐어, 분명 비참하게 지내고 있을 테니까.”탕양은 엄처시하에서 살겠다는 생존의 일념이 가득한 우문호를 보고 웃음이 나왔다.다음날 탕양이 한 달간 휴가를 내서 출타하자 사람들이 부러워했다.홍엽 쪽도 상처가 거의 좋아져 같이 출발하기로 했다. 우문호가 공무를 인수인계하고 마차는 보무도 당당하게 만불산 경호를 향해 갔다.이번 여정은 가족들을 거느리고 갈 뿐 아니라 눈 늑대와 호랑이, 시중을 드는 유모와 하녀까지 마차가 몇 대나 갔다.원경릉이 몰래 우문호에게 말했다. “다음번엔 우리
산상 일출우문호와 원경릉 가족은 위풍당당하게 만불산에 도착해 경호까지 등산했다. 만두와 아이들은 교외 나들이가 드물어서 흥분한 나머지 산꼭대기를 뱅뱅 돌며 노느라 여념이 없다.원경릉은 아이들을 데리고 경호에 가려고 마음이 급한데 날은 벌써 저물어 가고, 경호 쪽은 바람이 불어서 뛰며 노느라 땀이 흠뻑 난 아이들이 바람을 맞아 감기에 걸릴까 봐 하는 수없이 오늘 밤은 묵고 내일 일찍 가기로 했다.도장에서는 원경릉 일행의 신분을 알아서 도사가 최고의 예의를 갖춰 접대하고 말린 나물에 야채로 식사도 한사코 산해진미로 차려냈다.저녁에 일찍 잠자리에 들었는데 이 적막한 산중에서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잠자는 것뿐이라 도사가 차를 대접했으나 산을 오르느라 피곤해서 우문호도 몇 마디 건성으로 맞춰주고 돌아와 원 선생과 같이 꿈나라로 갔다.다음날 아직 날이 밝기 저에 우문호가 흥분한 표정으로 원경릉을 흔들어 깨우더니 나가서 일출을 보자고 했다. 어렵사리 등산을 했으니 모처럼 일출 보는 것도 좋은데? 의관을 정제하고 부부는 몰래 빠져나갔다.우문호가 원경릉을 산 정상으로 데리고 갔다. 사실 도장 자체가 이미 거의 꼭대기에 위치하고 있지만 우문호는 정상에서 일출을 보는 게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했다.정상은 운무가 짙었는데 우문호는 그럴 줄 알고 미리 옷을 하나 더 입고 와서 벗어서 풀밭에 깔고 하늘이 푸르스름해지는 것을 지켜봤다.원경릉이 고개를 우문호 어깨에 기대자 우문호는 원경릉의 허리를 감싸고 차가운 얼굴에 키스하는데 감동이 밀려왔다. “원 선생, 우리 여기서 일출 본 적이 없는 거 같아.”원경릉이 웃으며 말했다. “우리 같이 못 해 본 일이 산처럼 많을걸.”“당신 돌아가면 목록 만들어줘. 우리 하나씩 해치우자.” 우문호의 짙은 눈썹 아래 사랑의 눈짓을 하며 말했다.원경릉이 미소 지으며 말했다.“그래!”하늘에 옅은 오렌지빛이 번져가고 아직 태양이 보이지 않는데 우문호는 벌써 흥분해서 아이처럼 소리쳤다. “빨리 좀 봐!”오렌지빛이 점점
소용돌이뒤이어 쌍둥이도 되똥되똥 걸어오는 게 보여 안으려고 두 손을 벌렸다.원경릉이 이걸 보고 웃으며 말했다. “자기 말이 맞네, 눈 늑대랑 호랑이로도 바빠 죽겠어. 봉황은 무슨 봉황?”방으로 돌아가 아침을 먹고 일행은 씩씩하게 경호로 갔다.날이 덥고 오래 비가 오지 않아 대부분 호수가 말랐는데, 경호 물은 예전 모습 그대로 깊이를 알 수 없는 신비감을 자아냈다.소용돌이도 여전히 있었다. 하나 하나가 마치 아래에 보이지 않는 물결이 있는 듯 원경릉이 뚫어지게 보니 눈이 뱅뱅 돌아서 오래 응시할 수가 없고 고개를 돌려 우리 떡들에게 말했다.“너희들 좀 봐줘, 이 소용돌이 안에 뭐가 있니?”홍엽이 얼른 다가와 기대하는 눈빛으로 우리 떡들을 봤다.우리 떡들이 기슭에 쪼그리고 앉아 가장 가까운 소용돌이를 자세히 들여다보는데 한참 보고 만두가 외쳤다. “엄마, 이 소용돌이 안에 길이 있어요.”“길?” 원경릉이 약간 의문스러워서 말했다.“길이야? 사람은 없고?”“없어요. 사람이 있는지 안 보여요.” 만두가 말했다.원경릉이 경단이와 찰떡이를 보자 둘 다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사람은 없어요,. 그냥 길이에요.”“어떤 길이니?” 우문호가 열심히 봐도 소용돌이는 소용돌이일 뿐 어디 길이 있다는 거지?“큰 길이에요.” 만두가 손으로 흉내 내며 말했다.“이렇게 커요.” “이게 큰 거야?” 만두가 두 손을 펼친 걸 보고 우문호가 이게 큰 길이라고?“어쨌든 엄청 큰길이에요. 제가 손을 편 거보다 훨씬 크단 말이에요.” 만두가 길을 봐도 딱히 예쁜 게 없어서 옆으로 자리를 옮겼다. 기슭에 엎드려 다른 소용돌이를 한참을 주목하더니 깜짝 놀라며 말했다.“세상에, 여기 기린이 엄청 많아요.”“기린? 무슨 기린?” 우문호도 같이 봤지만 소용돌이는 기슭에 붙어있어 썩은 잎이 말려 올라가 있고 여전히 시커먼 덩어리일 뿐이다.“외할머니 집에 있을 때 우리 데리고 갔던 그, 게임하는데 옆에 동물원이요.” 만두가 또 뚫어지게 보고 작은 얼
집으로 가는 길이날 경호에서 거의 해질 무렵까지 있다가 돌아갔는데 밥도 도중에 사람을 시켜 가져오라고 했다. 목적은 우리 떡들이 소용돌이 속 환상이 변하는 장면을 확실히 보게 하려는 것이었다.원경릉은 대략 어떻게 된 일인지 이해했다. 이 소용돌이는 시간 터널이지만 계속 바뀌어서 원경릉이 있는 세계화 정확하게 동기화하려면 규칙을 분명하게 탐색해야만 했다.그래서 우리 떡들이 보면서 얘기하면 원경릉이 바로 받아 적었다. 이런 어지러운 데이터 속에서라도 일정한 규칙을 찾아내고 싶었다.원경릉이 진지하게 집중한 것을 보고 우문호는 감히 방해 못 하고, 홍엽도 다른 세상에 대한 간절한 염원 때문에 원경릉이 규칙을 밝혀내기를 바랬다. 홍엽은 날고 기는 인재지만 이쪽 분야는 몰라서 아무것도 도울 수 있는 게 없었다.우리 떡들은 처음엔 귀찮아하며 몇 개 보고 그만 보려 했는데, 많이 보면 볼수록 환상이 빠르게 변하는 것에 빠져들었다. 소용돌이 속에서 볼 수 있는 건 아이들이 본 적도 없고 접촉해 본 적도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찰떡이는 전에 없던 주의력과 관심을 가지고 피곤함도 잊고 소용돌이를 하나하나 자세히 들여다봤다.일련의 규칙을 더듬어 내는데 하루만 보는 걸로는 부족해서 그들은 경호에서 열흘이고 아니면 그보다 더 길게 묵었다.우문호는 눈에 띄게 심심했다. 우문호는 사실 관광하고 즐기러 온 건데 결과적으로 모자 넷이 매일 기슭에 엎드려 소용돌이를 관찰하는 것이다. 하루면 그나마 괜찮은데 연속으로 사나흘을 그러니 우문호는 눈이 다 짓무를 지경이다.한쪽에서 열심히 딴생각에 빠져 있는 원경릉에게 우문호가 말을 걸었다. “쌍둥이를 데리고 뒷산에 다녀올까?”“응, 가봐!” 원경릉이 노트에 적으며 고개도 들지 않고 말했다.우문호는 서러운지 코를 만지작거리며 말했다.“너무 무리하지 말고, 눈 피로하지 않게 해. 다들 이렇게 뚫어지게 보면 순간 뭐가 뭔지 구분 안 되니까 좀 쉬면서……”원경릉이 이 말을 듣고 갑자기 고개를 들어 우문호를 보는데 눈알
기쁜 원경릉“맞아, 이 소용돌이는 시진과 방위에 따라 변하는 거지, 그래서 우리는 이 교점을 골라야 하는 거야.” 원경릉이 말을 마치고 신나서 걸어갔다.우문호가 뒤를 돌아 홍엽을 보고 이번엔 정말 1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말했다.“도대체 무슨 소리야?”홍엽도 더는 아는 척할 수 없어서 말했다. “모르겠어요!”우문호는 홍엽에게 기대해 봤자 소용없다는 걸 깨닫고 마당으로 가서 되똥되똥 걸어오는 쌍둥이를 안고 말했다. “가자, 형아들 마중 가야지, 형아들 아직 경호에 있어.”경호에 도착하자 못난이가 아이들과 같이 여기 있고 만두와 경단이는 돌아가고 싶어했다. 하지만 찰떡이는 완전 빠져들어서 기슭에 엎드려 소용돌이를 바라보고 있는데, 우문호가 부르는 소리가 들리지도 않는 모양이다.우문호가 쌍둥이를 내려놓고 다가가서 찰떡이 등을 들어 올리자 그제야 깨어난 듯 한참 놀라더니 말했다. “아빠, 저 뛰어들어가서 좀 볼게요.”“안돼!” 우문호가 듣자마자 화들짝 놀라서 찰떡이를 잡아채더니 데리고 갔다. 있다가 원 선생에게 집으로 돌아가자고 해야지 안 그러면 찰떡이 정말 뛰어내리겠다.“저 어떻게 돌아오는지 알아요.” 찰떡이가 툴툴거렸다.“그래도 안돼!” 우문호가 혼을 냈다.찰떡이는 아빠가 화난 걸 보고 더는 아무 말도 못하고 미련이 철철 흐르지만 아빠를 따라갔다.도장으로 돌아오는 도중에 우문호는 원경릉에게 집으로 돌아가자고 제안하자 원경릉이 그러자고 했다. “그럼 우리 내일 돌아가자, 대충 어떻게 되는지 알았으니까.”“응, 그럼 됐네!” 우문호가 원경릉에게 뽀뽀하고 말했다.“우리 사람들한테 짐 꾸리라고 하고 내일 일찍 가자.”원경릉이 일어나 우문호를 안더니 말했다. “자기야, 지금도 나랑 같이 돌아가고 싶어?”“당신이 가고 싶으면 난 꼭 당신과 같이 갈 거야. 하지만 돌아간 다음에 반드시 다시 돌아와야 해.” 우문호 말했다.원경릉이 웃으며 말했다. “만약 못 돌아오면 우리 거기서 살지 뭐.”우문호가 화들짝 놀라서 말했다.
호비의 둘째 임신짐을 꾸려 경성으로 돌아왔다.경성은 점점 정상을 되찾았고 제왕은 정식으로 경조부 부윤 직을 맡았으며, 여섯째 회왕도 안일하게 지낼 수만은 없는지 전에 일곱째가 담당했던 경조부 보좌관에 임명됐다.조정은 독고가 난을 일으키기 전에 이미 한차례 피바람이 불었던지라 이상적인 새 사람을 발탁했다. 우문호는 이 신인 발탁을 통해 북당은 생명력이 왕성해질 거라고 확신했다.그리고 우문호가 경조부를 떠난 뒤 동궁 작은 조정도 정식으로 설립되어 우문호가 여전히 병부 상서를 역임하며 병권을 장악했다.변경에서 상소가 올라왔는데 북막이 꿈틀꿈틀 움직이려 하고 있으나 북당은 이미 준비에 만전을 기해서 만약 북막이 감히 국경을 쳐들어오면 정면으로 강력하게 공격할 것이라고 했다.며칠 전 우문호는 대주에 서신을 보내 대주의 진정정 장군이 직접 전차와 무기를 변경으로 호송해 위왕에게 인수인계해달라고 했다.이와 동시에 호 대장군이 남강으로 가서 순왕과 남강왕을 도와 내란을 평정하게 해 남강 통일이 실현되는 순간이 그리 멀지 않았다.안왕은 상처가 나은 뒤 경성을 떠나겠다는 성지를 청했다. 경성을 떠나기 전에 안왕비는 안왕부에서 연회를 열어 모두를 집으로 초대해 석별의 정을 나눴다. 그래도 다행히 평화로운 마음으로 다시 만날 것을 기약했다.정화 군주는 경성을 떠나지 않았으나 최씨 집안에 머무르지 않고 밖에 방을 구해 시녀 둘과 혼자 살았다.그리고 궁중에서 좋은 소식이 전해졌다. 호비가 회임을 했다는 것이다.명원제는 좋아서 어쩔 줄 몰라 했다. 전에는 열째가 제일 아이라고 생각했는데 호비가 자신을 위해 하나 더 가질 줄이야.명원제는 호비의 이번 임신에 상당히 긴장해 며느리 원경릉에게 시간을 내 입궁해 호비를 보도록 했다.원경릉은 당연히 부르면 반드시 왔는데 분명 큰 경사일 게 틀림없다.호비의 태아는 상당히 안정적이라 어쩌면 또 아들이 아닐까 했다. 호비는 울적해하며 원경릉에게 딸은 엄마랑 마음도 잘 맞는다던데 딸을 낳고 싶다고 했다. 제왕비와 안
황귀비의 충격적인 소식원경릉이 고개를 끄덕이며 문진한 뒤 심박을 듣고 물었다. “배 아프세요?”“약간, 설사를 이렇게 많이 했는데 어떻게 안 아파?” 황귀비가 따질 힘도 없는지 말했다. “어지러워 죽겠네.”“만약 아직 설사가 나면 금식하셔야 해요.” 원경릉이 명을 내리고 처방전을 쓰며 물었다. “월경은 언제 있었나요?”“요 1년 동안 두세 달 만에 한 번씩 금방 끝났어. 최근 한번 한 게 두 달 전일 거야.” 황귀비가 부끄러워하며 말했다.원경릉이 갑자기 뭔가 생각이 났는지 황귀비에게 말했다.“임신일 리는 없으세요?”황귀비는 이 말을 듣고 ‘풉’하고 웃으며 원경릉에게 말했다. “놀리지 마, 아주 날 홀랑 가지고 놀고 말이야.”원경릉은 침착하게 임신 테스트기를 꺼냈다. 최근 이게 아주 대 활약을 펼치고 있는데 북당이 좋은 일이 연달아 있는 김에 미색도 얼른 쓸 일이 생겼으면 좋겠다.황귀비는 별로 검사해보고 싶지 않았지만 원경릉이 겸사를 하지 않으면 약을 쓰기 어렵다고 고집을 부렸다.황귀비는 거스를 수 없어 구시렁거렸다. “그건 불가능해, 내가 올해로 사십이 넘었고 만약 정말 그런 복이 있으면 지금은 손주도 있는 데다 일 년에 폐하 시중을 한두 번밖에 못 들겠어? 지난번 시중도 두세 달 전이었어.”이렇게 말하면서도 풍집사의 부축을 받아 화장실에 갔다.원경릉은 사실 별 가능성은 없다고 생각했다. 전에 우문호가 말하는 걸 들었는데 지금 아바마마께서 호비를 총애하고 궁중의 다른 비빈들은 나이가 많아서 아들과 손자가 있으니 마음이 아예 그쪽으로는 없는지 가끔 폐하께서 가셔도 그렇게 기쁘게 맞이하지 않는다는 것이다.황귀비는 슬하에 자식이 없어 우문호가 양자가 된 뒤로, 우리 떡들과 쌍둥이가 자주 궁에 드나들고 황귀비 본인도 방대한 후궁을 관리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폐하의 시중을 들 정력은 남아있지 않았다. 거기다 폐경 전후라 황귀비가 방금 말한 대로 1년에 한두 번 하는 건 부부 사이 의무방어전 정도 의미다.잠시 후 풍 집사가 임신
우문호 일행은 강북부로 향하는 내내 북방의 풍경과 풍속을 경험했다. 그로 인해 속도는 매우 느리긴 했지만 말이다.그날 밤, 우문호는 갑자기 악몽에서 깨어나 온몸에 땀을 흘리며 거칠게 숨을 내쉬었다. 그의 얼굴에는 공포가 가득했다.그러자 원경릉이 벌떡 일어나 그를 껴안으며 물었다.“무슨 일이오? 악몽을 꾼 것이오?”우문호는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았다. 아직 날씨가 덥지 않은 데다가 북방에 있어 오히려 날씨까지 쌀쌀했기에, 그는 아직도 악몽이 생각나는 듯, 창백한 표정을 지은 채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꿈에서 셋째 형님이 피투성이인 채 죽어가고 있었소…”원경릉은 그저 꿈이라 생각하고 위로해 주려 했지만, 이내 우문호의 강한 감응 능력을 떠올렸다. 갑자기 나타난 이 꿈이 형제간의 영적 감응일지도 몰랐기 때문이다.우문호도 점점 불안한 생각에 빠졌다.“강북부가 비록 평온해 보여도 사실 북당에서 가장 복잡한 곳이오. 온갖 사람들이 섞여 있고, 북막도 호시탐탐 노리고 있네. 게다가 셋째 형님도 무모한 사람이니, 진짜 무슨 일이 생긴 게 아닐지 걱정되오. 원 선생, 어서 빨리 가야겠소.”원경릉이 서둘러 옷을 입으며 말했다.“아니, 내가 먼저 가겠소. 정말 상처를 입었다면, 내가 가야지 도움이 되지 않겠소? 게다가 난 빨리 갈 수 있잖소.”“좋소. 그럼 먼저 가시오. 우리도 곧 출발하겠소.”우문호는 너무 생생한 꿈 탓에, 더 이상 천천히 갈 수 없었다.“사람을 불러야겠소.”원경릉은 재빨리 옷을 입은 후, 우문호에게 포옹하고 이마에 입을 맞췄다.“먼저 가겠소.”“조심하시오.”우문호가 말을 다 끝내기도 전, 원경릉은 어둠 속으로 모습을 감추었다.원경릉이 사라지자마자 우문호는 방 문을 두드리며, 출발하자고 소리쳤다.우문호의 소리에 모두가 깜짝 놀랐다. 이 밤중에 출발이라니, 무슨 큰 일이 생긴 걸까?이때 수보가 겉옷을 걸치고 나오며, 우문호의 팔을 잡고 물었다.“무슨 일입니까?”우문호가 답했다.“나도 모르네. 하지만 셋째 형님에게 무슨 일
스무 명이 넘는 자 중 단 한 명만 생포하고 나머지는 전부 섬멸되었다.안왕은 재빨리 위왕의 혈을 눌러 지혈한 후, 중상을 입은 위왕을 데리고 저택으로 돌아왔다. 먼저 의원을 찾으러 간 사람이 있었기에, 의원은 이미 저택에 도착해 있었다. 이때 안왕이 피투성이가 된 채, 의원의 옷깃을 움켜잡았다.“살리시게, 살려야 하네. 꼭 살아야 하네.”의원이 바로 약상자를 내려놓으며 말했다.“진정하십시오.”의원이 위왕의 옷을 가위로 자르자마자, 상처가 바로 드러났다. 다행히도 먼저 지혈한 덕분에 저택까지 돌아올 수 있었다.하지만 심각한 부상 상태와, 깊은 복부의 자상 때문에 장기를 다친 것으로 판단한 의원은 간단한 처리를 마친 후, 안왕에게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소인의 의술이 부족한 탓에, 치료를 감당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경성에서 다치셨다면, 희망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강북부는 의료가 낙후된 지역이다. 비록 혜민서를 설립한 이후 의사를 집중적으로 양성하긴 했지만, 경성에 비하면 여전히 많이 부족했다.안왕이 숨을 헐떡이며 눈에 핏줄을 세우고 소리쳤다.“중상을 입었는데 어찌 도성으로 돌아가란 말인가? 긴 여정을 견딜 수 있을 것 같은가?”의원이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쉬었다.“그것도 참 문제입니다. 황실 친왕이 자금단을 가지고 계신다고 들었는데, 혹시 저택에 있습니까?”“없네!”안왕은 위왕의 호흡이 점점 미약해지는 모습을 보며 절망감에 휩싸여 털썩 주저앉았다.“내가 갖고 있던 자금단은 이미 먹은 지 오래된 것이네.”“경성… 경성으로…”의식을 잃은 위왕은 그저 경성이라는 말만 중얼거렸다.안왕은 눈물을 닦으며 무릎을 꿇었다.“형님, 조금만 더 버티십시오. 의원이 약을 썼으니, 황후가 오실 때까지 며칠만 버티십시오.”심각한 상황이니, 경성으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 돌아가려면 최소 일주일 이상은 걸리지만, 황후는 아마 사흘 안에 도착할 수 있었다. “경성으로……”위왕은 의식을 잃기 전까지 계속해서 경성을 찾았다. 그곳은 그가 너무
위왕은 마음속에 또 하나의 걱정이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다섯째가 곧 강북부에 오는 것이었다. 비록 이 일은 소문내지 않았지만 이렇게 오랫동안 순행했으니, 소문이 새어나가게 마련이다.설령 그가 강북부에 온다고 밝히지 않다고 하더라도 그의 최종 목적지가 강북부라는 것은 바로 짐작할 수 있었다. 그래서 그는 북막인들이 다섯째에게 해를 가하려는 것은 아닐지 걱정되었다.아무래도 단 한 순간도 북막인의 야심은 멈춘 적 없었기 때문이다.그래서 그는 방심하지 않고, 허점을 찾아내겠다는 결심을 다지며 이들을 감시했다. 확실한 증거가 없는 어디까지나 본인의 추측일 뿐이기에, 그는 이 일을 아직 넷째에게 말하지 않았다. 섣불리 말을 꺼냈다가, 그들이 진짜 금나라 상인이라는 것이 밝혀지기라도 한다면, 두 나라의 사이만 영향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비록 무장이지만, 외교적인 문제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아주 작은 불씨라도, 마음먹은 자가 부추기면 걷잡을 수 없는 큰불이 될 수 있는 법이기에, 섣불리 행동해서는 안 되었다. 그리고 감시 끝에 마침내 이상한 점을 포착했다. 처음엔 열댓 명 정도였던 이들 무리는 이틀 사이 스무 명 이상으로 늘어났다. 새로 온 자들은 앞선 사람들과는 다르게, 군인이라기보다는 강호 인사의 분위기를 풍겼으며, 무공 또한 약하지 않아 보였다.위왕은 경계심을 품고, 밤새 직접 사람들을 이끌어 조사에 나섰다.앞서 만났던 금나라 사람들은 여전히 질문에 순순히 응했지만, 새로 온 강호인들은 거만한 태도를 보였다. 위왕의 질문에도 그저 시큰둥한 태도만 보이며 북당인이라는 것을 증명했다. 위왕은 건방진 그들의 태도에, 몇 마디 호통을 쳤고, 그 모습에 강호인들은 참지 못하고 바로 위왕에게 손을 쓰려고 했다.위왕은 조사하기 위해 온 터라, 데리고 온 부하도 단 몇 명 뿐이었기에, 상대가 일반적인 조사에도 이렇게 쉽게 공격하려 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앞서 온 금나라인들이 말리려 했지만, 그들이 손을 쓰자, 사태가 수습되지 않을 것을 알았다. 그리고
남강에 며칠 머무는 동안, 아홉째와 함께 남강의 풍경을 둘러보고, 북강에도 다녀왔다.지금 북강 백성들은 조정에 대한 소속감이 아주 강했다. 지난 몇 년 동안 남강을 다스린 정책이 정말 훌륭했기에, 백성들 모두 좋은 날을 보낼 수 있었기에, 자연스레 황제에 대한 존경심도 깊어진 것이었다.황제와 황후가 지나가는 곳마다 백성들은 길가에 모여서 열렬히 환영했다.그들은 이번 순행 내내 오계부에서 신분을 밝힌 것 외에는 항상 미복으로 다녔다. 하지만 남강에서 우문호는 황제의 신분을 드러냈다.우문호는 백성들의 신뢰와 경외심에서 큰 성취감을 느꼈고, 매우 기뻤다. 그는 줄곧 원경릉의 손을 잡고 얼굴에 웃음을 띠고 있었다.과거 북강은 방어를 위해 무술 함정이 많았지만, 이제는 모두 제거되었다. 그리고 많은 백성이 산 아래 평원으로 이주하여, 새로운 마을을 이루었다. 정화를 구하러 왔을 때와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기쁜 마음과 함께 우문호는 감사함도 느꼈다. 이것은 결코 그 혼자만의 공로가 아니기 때문이었다.남강을 떠나야 하는 날이 다가오자, 원경릉은 만아와 여덟째를 떠나는 것이 못내 아쉬웠다. 하지만 곧 변성으로 가야 했기에, 아쉬움을 느낄 수 있는 것도 잠시였다. 남강을 벗어나자마자, 그녀는 아이들과 만날 생각에 들뜨기 시작했다."원 선생, 그들에게 말했소?"길에서 우문호가 물었다."아니, 몰래 가는 것이오."원경릉은 웃으며 말했다."교활하구먼. 그래도 만두가 이미 알려줬을 수도 있을 텐데."지금은 경단과 찰떡, 그리고 계란이 셋만 그곳에 있었다."셋이 다섯 개 성을 다스린다니, 분명히 힘들 것이오."원경릉이 안타까운 표정으로 말했다."그렇소. 그래도 예전보다는 나아졌네. 이제는 태평해 보이니."우문호도 아이들이 안쓰러웠다."이번에 가서는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며 충분히 쉬게 해줘야 하오."사실 성하나를 다스리는 것과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본질적으로 다른 점 없이, 매우 힘든 일이었다.한편, 강북부에서는 최근 강북부 무구산 주변에 신비한 상단
그러자 홍엽이 그를 바라보며 멈칫했다."자네가 중매를 서겠다고?""안 되오?""말도 안 되는 소리 말게. 자기 혼사도 해결 못 하는데 중매는 무슨. 난 못 믿네!"냉정언이 어깨를 으쓱였다."못 믿으면 말고. 이래 봬도 내가 명문가 아가씨나 협녀를 많이 알고 있소."홍엽은 손으로 그의 목을 움켜잡으며 소리쳤다."알고 있는 아가씨가 있으면 진작 말했어야지! 경성으로 돌아가자마자, 당장 소개해 주시게!"냉정언은 웃으며 그의 손목을 옆으로 밀어냈다."중매 값이 워낙 비싸서. 십만 냥 아니면 쉽게 안 나서오.""돈이 대수요?"홍엽이 교활하게 웃으며 말했다."우린 지금 한집에 살고 있소. 그러니 자네가 돈을 어디에 숨겼는지, 다 알고 있네. 그동안 꽤 많이 챙겼으니, 돌아가서 돈은 두둑이 주겠네."그 말에 냉정언이 깜짝 놀랐다."내 돈을 노리고 있었소? 진짜 도둑을 집에 들였군! 늙어서 쓸 돈이네, 그 돈을 혼사에 쓸 생각은 하지 마시오!""명여가 우리를 챙길 테니, 그렇게 쩨쩨하게 굴지 마시오."홍엽이 새침하게 말했다."나도 돈이 많소. 다만 남의 돈을 쓰는 게 훨씬 재밌을 뿐이네."냉정언이 숨을 들이쉬었다."안 되겠네. 경성에 돌아가자마자 자네를 쫓아내야겠소."홍엽이 말했다."쫓아낼 수 있으면 쫓아내 보시게. 게다가 자네가 나를 청할 때, 뭐라고 했는가? 얼마든지 살아도 된다고 했잖소. 이제 와서 후회하는 것이오?""이야, 홍엽, 어찌 이리 뻔뻔스러워진 것이오?""뻔뻔하지 않으면, 어찌 당신 집에서 이렇게 공으로 먹고살 수 있겠나?"홍엽은 크게 웃으며 그의 어깨에 팔을 얹었다."수보, 신을 모시는 건 쉬워도 보내는 건 어렵다고 하잖소. 이미 집안에 들어갔으니, 쫓아내기는 힘드네. 후회해도 소용없소. 수보의 등골 빼먹다 죽을 것이오. 관에 수의까지 얻어 쓸 생각이라, 죽으면 자네가 장례식까지 마련해줘야 하네."수보는 그를 한참 바라보다가, 애써 이를 악물며 말했다."진짜 뻔뻔하오!"홍엽은 박장대소했다.멀리 복도 끝에
“예, 그립습니다. 하지만 이곳에서 놀고 싶기도 합니다.”그는 말하다가, 갑자기 신이 난듯 몸을 들썩이며 말을 이어갔다.“여긴 정말 재미있습니다. 아홉째와 나가면 큰 산도 있고, 꽃도, 나무도 많습니다. 물고기도 많고, 사람도 많고, 뭐든지 엄청 많았습니다.”우문호는 웃으며, 못내 안쓰러움을 느꼈다. 예전에 그를 궁 안에 가두고, 거의 밖으로 데리고 나가지 않았다. 게다가 다른 사람이 그를 데리고 나가는 것도 신경 쓰였다.“이곳이 마음에 들면, 좀 더 오래 있어도 된다.”우문호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예, 정말 좋습니다. 다만, 형님과 형수님이 그리웠습니다. 이렇게 오셔서 정말 다행입니다.”여덟째는 흥이 오른 상태로 그의 팔짱을 끼며 말했다.“어서 들어가시지요! 아홉째가 형님이 내일 오신다고 맛있는 음식을 많이 준비했습니다.” 그는 뒤돌아 원경릉에게 외쳤다.“형수님, 빨리 따라오십시오. 맛있는 거 많습니다.”미색은 웃으며 꾸짖었다.“이 무심한 녀석, 다섯째 형수님만 챙기고, 여섯 형수가 배고픈지는 묻지도 않는 것이냐?” 여덟째는 그제야 미색을 본 듯, 놀라서 눈을 크게 뜨고 말했다.“여섯째 형수님도 오셨습니까? 여섯째 형님도 오신 것입니까? 와, 너무 좋습니다!”“질투하다니?”원경릉은 미색의 어깨를 가볍게 토닥이며 미소를 지었다.“여덟째는 너보다 나를 더 좋아하는 것이다.”“아유, 참!”미색은 일부러 그렇게 말했다.여덟째는 바로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항상 그림과 책자를 선물하는 여섯째 형수님도 좋아했기 때문이다.그는 말을 더듬으며 말했다.“그... 그럼 같이 드시지요. 음식 많습니다.”“장난이다. 난 질투 안 해.”미색은 기쁘게 말했다.여덟째는 그제야 마음을 놓았고, 다들 웃으며 안으로 들어갔다.원경릉이 만아에게 말했다.“정말 이곳에서 즐겁게 지내고 있구나. 예전보다 훨씬 활발해졌고, 말도 많이 하네. 이 모든 게 아홉째 덕분이다.”만아는 웃으며 말했다.“예, 둘이 시간이 날 때마다 밖으로 나가, 더
원경릉은 발끝을 들어 그의 뺨에 입을 맞추고는, 환한 미소를 지었다.우문호는 그런 그녀를 와락 끌어안으며 말했다.“원 선생, 행복하오?”“행복하오.”“하하하. 지금이 아닌, 나와 함께했던 모든 날이 행복했냐고 물어보는 것이오.”“모든 순간이 당연히 행복하고, 기쁘오!”원경릉은 스스로를 자조하듯 웃었다.“나 같은 집순이가 이렇게 결혼생활이 행복할 줄 누가 알았겠소?”한때 그녀는 자신이 평생 결혼하지 못할 거라 생각했고, 사랑 없는 삶도 부족함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그녀는 사랑을 중요하지 않다고 여겼었지만, 사랑은 사실 정말로 중요했다.산꼭대기에 앉아, 차가운 바람을 맞고 있었지만, 추위는 느껴지지 않았다. 그녀는 지금의 풍경을 눈에, 그리고 마음에 깊이 새기고 싶었다.그리고 함께 늙어간 후, 다시 천천히 되새기고 싶었다.영산에서 내려온 후, 그들은 다시 여정을 이어나갔다. 이번 목적지는 바로 남강이었다.명절이 지난 뒤, 아홉째는 여덟째를 데리고 먼저 남강으로 돌아갔다. 다들 그가 그곳에서 잘 지내고 있는지 궁금했다.남강 땅은 오랜만이었다. 마지막으로 발을 디딘 건, 정화를 구하러 갔을 때였다.남강으로 가는 내내 홍엽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냉정언이 물었다.“남강에 가면, 못난이를 만날 것이오?”“만나야지.”홍엽이 답했다.“물론 만나야지!”못난이는 오랜 시간 그와 함께했던 사람이니, 만나야 했다. 못난이가 종종 편지를 보내오긴 했지만, 자기 상황은 거의 말하지 않았다.반면 아홉째는 편지에서 북강의 소식을 자주 전해주었다.지금의 남강은 어느 정도 통일되어 있었고, 북강과 남강도 평화롭게 공존하고 있었다. 그동안 이익 문제로 양측의 왕래가 더욱 빈번해졌다.아홉째는 편지에서 못난이가 북강의 민심을 얻었고, 성격도 예전보다 훨씬 밝아져, 마치 다른 사람이 된 듯하다고 전했다.홍엽의 마음엔 기대와 기쁨이 섞여 있었다. 그도 지금 잘 지내고 있으니, 못난이도 잘 지내길 바랐다.우문호는 남강에서 돌아온 후, 변방으로 갈
그 일을 떠올리자, 꿈에서 본 일이라 그런지 마치 얼마 전에 있었던 일처럼 느껴졌다.그때 그들은 죽을 만큼 힘든 소년들이었는데, 지금은 한없이 한가한 노인이 되었다.세월은 덧없이 흘러갔고, 그동안 그들은 많은 사람들을 잃었다.무상황은 자신의 황후였던 소봉을 떠올렸다.그들은 줄곧 전형적인 황제와 황후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는 나라를 다스렸고, 그녀는 후궁을 다스렸다. 비록 그가 그녀를 괴롭히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많은 애정을 주지도 않았다.그렇게 평범하게 평생을 함께했지만, 그녀가 떠나는 날, 그는 마음속 한 조각이 떨어져 나간 듯한 슬픔을 느꼈다.평생 함께했던 사람이 자신보다 먼저 떠날 거라 생각하지 못했기에 더욱 아팠다.세 사람은 한참 동안 넋을 잃고 있다, 다시 길을 나섰다.유아독존과 관련된 일이 생각보다 커졌지만, 모든 소란은 결국 가라앉게 될 것이다. 모든 소문도 점점 사그라들기 마련이니, 그들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하지만 세 사람이 여행하는 영상이 점점 유명해지면서, 유아독존은 더 심하게 비난을 받았다.현실에서 함부로 욕설을 내뱉으면 얻어맞을 수도 있지만, 인터넷에서는 당당한 명분이 있었기에 악성 댓글을 다는 자들은 마음껏 욕을 퍼부었다.그리고 어느 날, 추 어르신이 오래도록 인터넷의 댓글을 훑어보면서 잠시 생각에 잠긴 듯했다. 그는 이내 해가 지는 장면을 찍어 짧은 영상을 올렸다. 그리고 영상에 한마디만 덧붙였다.“분쟁 없이, 오직 평화만 있기를.”그는 모든 다툼이 끝나길 바랐고, 누군가를 벼랑 끝으로 몰지 않기를 바랐다. 단지 말로만 승부를 겨루는 사람은 그들의 적이 아니기 때문이다.음... 무엇보다 적이 될 자격도 없었다!영상이 올라간 지 이틀 뒤, 유아독존은 마침내 사과 영상을 올렸다. 그는 질투와 시기로 무술을 모독한 것을 사죄했고, 은퇴를 선언했다. 그리고 직접 그들의 계정을 태그해 진심으로 사과했다.진심 어린 사과는 항상 용서를 가져오는 법이다. 그리고 악성 댓글을 달던 사람들도 마침내 욕설을 멈췄다.
삼대 거두는 늦은 시각이 되어서야 일어났고, 숙취에서 깨어나니, 이미 날이 밝아져 있었다. 그들은 아직 잠에서 깨지 않아, 눈앞의 모든 것이 몽롱해 오늘이 무슨 날인지조차 모를 정도였다.태양이 서서히 떠오르며 하늘에 떠 있는 주황빛 구름은 점점 짙은 금빛으로 변했고, 금빛 가장자리에는 붉은색이 덧씌워져, 눈부시게 아름다웠다.소요공이 눈을 비비며 말했다."꿈을 꿨네."추 어르신과 무상황은 동시에 그를 바라보며 이구동성으로 물었다."무슨 꿈을 꿨는가?""꿈에서 숭이가 사내에게 속았는데, 우리가 직접 나서서 복수를 해줬다네."추 어르신과 무상황은 놀라서 동시에 숨을 들이켜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귀신이 곡할 노릇이네."말이 끝나자,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깜짝 놀라 외쳤다."자네도 꾼 것인가?""그렇네!""그렇네!""설마 우리 셋이 똑같은 꿈을 꾼 것이오?"소요공도 깜짝 놀랐다.그 일은 그렇게 중요한 일도 아니었고, 어떻게 된 일인지 가물가물할 정도로, 그저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만 어렴풋이 기억할 정도였는데, 꿈에서는 그 장면 장면이 또렷하게 떠올랐다.그리고, 이 꿈은 당시 엄청난 부담을 받고 있던 그들에게 정말 훌륭한 감정 해소가 되었다. 그들은 모든 고통과 억울함, 스트레스를 주먹질로 시원하게 풀어냈다.한편, 무상황은 자신이 황후를 소홀히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그때 무슨 상황이었는지 기억하는가?"추 어르신이 흥분한 듯 말했다."물론 기억은 나네. 당시엔 소봉이가 궁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적성루 사람들을 많이 그리워했네. 게다가 나도 자네들과 어울리느라 바빠서 황후를 소홀히 했네. 그래서 적성루 상궁과 숭이를 궁으로 불러, 이야기를 나누게 했지."사실 기억이 가물가물했지만, 꿈속에서 다시 겪은 덕분에 자세히 생각났다.그때 어서방의 회의가 끝나고, 소복이 무심히 물었다."폐하, 황후 마마를 오랫동안 못 뵙지 않으셨습니까?"그는 소복의 말이 소봉을 보러 가자는 암시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