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진의 대답저녁이 되자 모두 같이 횟불 앞에 앉아 이야기 꽃을 피웠다. 전장에서 일어난 여러 일을 얘기하자 처음에는 다들 흥겨워했으나 이번 전쟁의 승리의 댓가로 희생된 전우들의 이야기가 나오자 모두 침묵에 빠졌다. 결과적으로는 이겼지만 원래 그들은 원래 싸울 필요가 없었다. 북막 사람의 야심이 얼마나 많은 전우와 백성의 목숨을 앗아갔단 말인가?평화 교섭이란, 기본적으로 일진일퇴 시소게임이지만 패전국과 승전국의 교섭은 아주 간단했다. 패전국은 거의 아무 조건도 제시할 수 없었기에 북당이 조건을 제시하면 북막은 어쩔 수 없이 들어야만 했다.이번 협상은 안풍친왕이 삼대 거두를 데리고 일선에 나섰는데 그들이 남을 지나치게 업신여기는 사람들은 아니였지만 북막이 이번에 병사를 일으켜 도발한 것에 대해서는 반드시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할 것임이 틀림 없었다. 그래야만 그들이 두려움을 품고 다시는 야심을 품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북막 사람은 영원히 침략하지 않을 것을 약속하고 5개 도시를 배상으로 할양했지만 북당에 조공하는 것은 거절했다. 안풍친왕은 더욱 강력히 조공을 요구하지 않았다. 오히려 도시를 빼앗고 정전협의서에 서명해 변경에서 50년간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 것을 보장하는 것이야 말로 이미 죽은 장수와 병사들에게 최고의 대우라고 생각했다.협상이 끝나자 우문호의 상처도 상당히 좋아져서 조정으로 돌아가는 귀로에 올랐다.북당의 대승으로 명원제는 천하에 대사면을 실시하고 성지를 내려 대군이 조정으로 돌아오는 것을 기다리며 경축 행사를 거행하고는 온 나라가 함께 경축하도록 했다.우문호 등 사람들이 경성으로 돌아가자 백성들의 열렬한 환호를 받았다. 백성들은 소리 높여 ‘태자전하 천세천세 천천세’를 외치며 극도로 열광했다.원경주는 이 상황을 보자 감탄을 금할 수가 없었다. 그들은 아이돌을 쫓아다니는 현대인에 조금도 뒤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그리고 그는 이제 매부를 상당히 만족스러워했는데 그것도 아주 만족스러워져서 매부에 대한 태도가 점점 좋아졌다. 주진은
해동 문제주진은 원경릉이 침묵하는 것을 보고 물었다. “제 말을 안 믿으시나요? 선배는 줄곧 신학이 허황된 거라고 생각하세요?”그러자 원경릉이 고개를 젓고 쓴 웃음을 지었다. “이렇게나 많은 일을 겪고, 용태후도 알게 됐는데 어떻게 내 관점을 고집할 수가 있겠어? 우리 인류는 세상이 크다는 걸 알아. 하지만 실질적으로 아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모르는 게 없다고 우기는 거야. 말로 지식을 답보 하게 만들 뿐이라고”“그렇게 생각하시다니 멋져요!” 주진이 원경릉을 주시했다. 원경릉은 여전히 미간을 찌푸리고 마치 뭔가 이해가 안된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나한테 또 뭐 묻고 싶은 거 있어?”곧이어 경릉이 주진에게 차분히 말했다. “사실 처음부터 얘기 했는데, 애들에게 자가치유 능력이 있어. 신체의 어떤 병도 고칠 수 있다는 거 말이야. 쟤들이 그렇다는 건 장생불사할 수 있다는 거잖아? 그럼 적어도 질병으로 죽을 리는 없고 외상도 급속하게 치유되니까 만약 나라면…… 그리고 네가 전에 얘기한 대로면 내가 해동됐을 때도 아이들처럼 불로불사 한다는 거 아냐?”주진이 웃으며 말했다. “그러면 좋은 일 아닌가요? 불사신이 되는 거잖아요!”원경릉이 미간을 찡그렸다. “하지만 우문호는 반드시 죽는다고.”주진이 원경릉을 보고 반쯤 농담으로 얼버무렸다. “그러니까 우리가 연구를 다시 시작하는 걸 진지하게 고민하는게 어때요? 선배도 알잖아요, 지금의 뇌로 현대로 돌아가서 계속 연구할 경우엔 성과가 클 거라는 걸, 선배는 상상도 못 할 걸요.”원경릉은 시큰둥하게 대답했다. “농담하지 마. 내가 끝이라면 끝이야.”주진이 웃으며 다시 설명했다. “네, 선배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는 거 알겠어요. 강요 안 해요. 하지만 선배가 걱정하는 게 확실히 존재하기도 해요. 단지 선배가 당장 그걸 걱정하는 건 좀 이른 감이 드는게, 지금 걱정할 건 해동한 뒤 마주해야 할 선택보다……”주진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다시 말했다. “진짜 걱정해야 할 건 해동자체의 성공 여부예요. 어쨌든 지
원경릉과 우문호의 결혼식“스카이 다이빙을 또 한다고? 나 안 해.” 원경릉이 손을 내저었다. 아직도 생각만 하면 가슴이 쿵쾅거렸고 우문호의 말을 곱씹어 생각해보니 좀 의아한 구석이 있었다. “자기 지금, 경성에 돌아가서 혼례를 치르겠다고 한 거야?”우문호가 원경릉의 어깨를 주무르며 볼에 입을 맞췄다. 그리고 쌍꺼풀 없는 눈을 가늘게 뜨고 신비하고도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맞아, 경성에 돌아간 후에 부모님께 말씀드려 우리 혼례를 치를 거야.”원경릉이 다소 믿기지 않는다는 듯 작게 내뱉었다. “왜..?”우문호가 안으로 들어가 원경릉의 어깨를 감싸고 진지하게 말했다. “즉흥적으로 떠오른 생각이 아니고 이전부터 마음 먹었던 거야. 전에 얘기했던 거 기억하지? 우리 아직 혼례를 치르지 않았잖아. 그게 늘 마음에 걸렸어. 당신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내 자신을 위해서이기도 해. 물론 우린 이미 행복하지만 행복은 다다익선 아니겠어? 정정당당하게 당신을 아내로 맞이하고 싶어.”원경릉은 더할 나위 없이 감동했다. 확실히 전에 결혼식 얘기를 하긴 했지만 너무 황당했었다. 둘은 이미 결혼한 사이로 그녀가 원래 몸 주인인 원경릉이 아니라는 걸 아는 사람이 누가 있겠나? 한번 결혼한 사람이 또 결혼하는 게 어디 있을까? 그리고 원래 얘기한 바로는 우문호가 보위에 오른 뒤 황후를 책봉하는 대례가 있고, 그것도 일종의 정통 혼례이므로 원경릉은 줄곧 그걸 얘기하는 줄만 알았다.그래서 그때도 그냥 웃어넘겼다. 우문호가 보위에 오르는 게 몇 십년 뒤 일수도 있기 때문에 그땐 둘 다 호호백발인데 결혼식은 무슨 결혼식이냐며 백발이 성성해서 혼례복을 입다니 사람들에게 웃음거리가 될 게 뻔할거라고 가볍게 생각했다. 원경릉은 그 뒤로 자신을 타일렀다. 결혼식 같은 건 그저 의식일 뿐으로 전혀 중요하지 않다고, 자기들은 충분히 행복하고 결혼식은 옵션일 뿐 굳이 필요 없다고 말이다.하지만 행복한 일이 더 생긴다고 나쁜 사람 누가 있을까? 결혼식은 자신이 우문호에게 정식으로 시집가는 절차
아이들을 현대로?우문호는 혼례식에 처남이 있다는 사실이 원 선생에게 얼마나 큰 의미인지 잘 알고 있었다. 사실 천재일우의 기회인 것도 맞는 게 혼례를 치르고자 마음 먹었을 때 마침 원경주가 왔기 때문이다. 마차에서 그와 얘기를 나눌때 시기 문제는 아예 언급한 적도 없었고 오히려 혼례 때 어떤 신분으로 나서는 게 좋을 지부터 상의했다. 아마 원경주도 혼례가 그렇게 긴 시간이 필요한 줄 몰랐을 것이다. 하지만 우문호는 서두르고 싶지 않았다. 경성에 돌아간 뒤 처리해야 할 일이 산더미고 이번에 북막과의 전쟁에서 완승을 거뒀으니 나라에서 경축행사가 있을 게 분명했다. 예부에서 경축행사 하나 준비하는 대도 시간이 촉박한데 동시에 원경릉과 혼례까지 겸한다면 제대로 해낼 수가 있을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생각하니 급격히 슬퍼졌다.저녁 수라를 마치고 원경릉이 주진을 찾아간 틈에 우문호는 탕양을 불러 묘안이 없는 지 찾아보라고 명했다.하지만 탕양은 우문호의 말을 듣고는 엄숙한 목소리로 충언을 올렸다. “전하, 소인은 전하와 태자비 마마께서 다시 혼인을 하시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하옵니다.”탕양은 분명 자기 편을 들어 찬성할 줄 알았는데 우문호는 의아했다. “왜 그러냐?”탕양이 자세를 고쳐 앉아 정색하며 입을 열었다. “전하와 태자비 마마께서는 혼례를 이미 치르신 적이 있기에 이번 혼례를 보충 형식이라 치부할 수 없을 뿐더러 전하께서는 다음 보위를 이으실 적통 태자시옵니다. 태자는 등극하실 때만 혼례의식을 치를 수 있으므로 전하께서 혼례를 치르신다고 하면 큰 불경을 저지르는 것이 될 뿐더러……”탕양이 잠시 머뭇거리다가 목소리를 낮추어 말했다. “황제 폐하를 저주하고 폐하의 퇴위를 강요한다는 의심을 살 수 있사옵니다. 전하, 전쟁에서 이겨 개선하는 마당에 전하를 드러내는 것은 가장 조심해야 할 일이옵니다.”우문호는 이번에 구사일생으로 죽다가 살아났고 더불어 전장에서 한동안 시간을 보내다 보니 사고의 중심이 자연히 전쟁에 있었던 지라, 황실 권력 구도
여전히 타오르는 사랑주진은 원경릉의 제안에 당연히 찬성했다. 경호에 일단 길만 뚫리면 가고 싶을 때 언제든지 갈 수 있기에 경호를 통해 여기저기 다니고 싶기 때문이다. 원경릉이 주진과 얘기를 마치고 방으로 돌아왔더니 우문호가 얼굴을 잔뜩 구기고 있었다. “왜 그래?”우문호가 원경릉을 끌어 자기 앞에 앉히고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탕양이 우리 혼례를 당분간 하지 않는 게 좋겠대..”원경릉은 고개를 끄덕이며, “응, 그러지 뭐!”원경릉은 이유를 묻지 않았다. 탕양이 그랬다는 건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 테니까.우문호는 원경릉의 따스한 눈매를 보자 한층 울적한 마음이 들었다. 원경릉에게 멋진 혼례식을 치러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결과적으로 그것마저 해내질 못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문호는 문득 깨달았다. 원 선생이 바란 것을 하나도 지금까지 해주지 못했다는 사실을 말이다.원경릉은 우문호가 울적한 것을 보고는 그의 짙은 눈썹을 손으로 쓸어주며 다독였다. “사실 혼례는 하던 안 하던 상관없어. 오빠랑 주진이 오래 머무를 수 없어서 결혼식에 참석할 수 없으니, 어차피 완벽한 결혼식이 아닌 걸? 경호의 비밀을 푼 뒤 친정에 갔을 때 거기서 결혼식 올리는 게 더 좋지 않을까?”우문호가 원경릉을 그윽하게 바라봤다. 형언할 수 없는 행운을 거머쥐었다는 기쁨과 행복감이 벅차 올라, “당신 내 마음속에 다녀간 거야? 원 선생은 정말 최고야. 내가 전생에 나라를 구한 게 틀림없어! 그러지 않고서야 어떻게 당신같이 좋은 사람을 만나겠어?”원경릉이 달달한 미소를 지었다. “어, 나랑 똑같은 생각을 했네.”두 부부는 활짝 웃으며 서로를 끌어안았다.우문호는 고개를 숙여 원경릉과 입을 맞추며 손으로 원경릉의 배를 더듬었는데 뱃속에서 아이가 기지개를 피는 듯한 소리에 후끈 달아오르다가 말았다.“원 선생.” 우문호는 천천히 원경릉을 품에서 내려놓고 그녀의 눈을 바라봤다.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불구하고 원경릉과 키스만 하면 그녀를 품에서 놓고 싶지 않았다. “
태자 일행의 귀환원경릉 오빠 원경주는 당분간 혼례를 치르지 않겠다는 소식을 듣고 다소 실망했으나 결혼식이라는 게 며칠 만에 뚝딱 되는 것도 아니고 자기도 시간이 충분하지 않기에 정작 참석 못하면 너무 아쉬울 것 같았는데 마침 다행이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원경주가 오히려 우문호를 위로하며 말했다. “괜찮네. 뭐, 둘이 우리 쪽으로 돌아갈 때 다시 성대한 결혼식을 올리면 되니까.”이제 전란도 끝났기에 우문호가 간절히 바라는 유일한 일은 혼례를 치르는 것 뿐이다.잠시 후 일행이 경성으로 돌아오자 성문 입구에 만조백관들이 마중으로 나온 데다가 백성들도 태자가 개선하는 모습을 서로 먼저 보겠다고 앞 다투어 싸우는 바람에 성문은 입추의 여지 없이 사람들로 꽉 들어찼다. 백성들의 격앙된 환호소리가 연달아 울려 퍼지는 가운데 마차 안에 사람들은 가리개를 젖히고 미소로 답례를 하느라 얼굴 근육이 다 마비될 지경이었다. 미색은 귀를 막고 옆에 앉은 회왕에게 소리쳤다. “귀가 다 먹을 지경이야!”회왕은 눈을 비비고 다시 밖을 내다봤다. 이 나이가 되도록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기뻐서 환호하는 걸 보는건 처음이었다. 자신이 주된 공신은 아니지만 이번 전쟁에 참여한 덕에 같이 영광을 누리게 된 것에 기뻤다. 원경주도 기뻐서 주진에게 말했다. “우문호는 정말 영웅이야, 동생이 당신과 결혼한 건 정말 큰 행운이네.”“서로한테 그렇죠. 태자에게 오늘이 있는 건 원 박사의 공이 크니까요.” 원경주는 동생과 우문호가 얼마나 많은 일을 겪어왔는지 잘 모르지만 주진을 통해 들은 한두 사건만 해도 동생 부부의 인생 역정이 진짜 만만치 않았을 거라고 감이 왔다. 만조백관들과 백성들에 둘러 쌓여 성으로 들어가며 원경주는 감격스럽고 또 감격스러웠다. 곧 할머니를 만날 생각 때문이였다. 사식이와 녹주, 그리고 기라가 사람들의 틈에서 겨우 빠져나와 있는 힘을 다해 마차에 대고 소리쳤다. 서일이 사식이의 목소리를 알아듣고 일어나 사방을 둘러보다가 사람들 틈에 오매불망 그리워했던 아내를
재회원경주는 엉덩방아 찧은 걸 아파할 겨를도 없이 고개를 들자마자 할머니께서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그러자 코끝이 찡해지며 얼른 일어나 할머니에게 갔다. 할머니는 오랫동안 헤어졌던 손자를 보고 기쁨의 눈물을 주르륵 흘렸고, 원경주도 할머니를 와락 끌어안고 울먹였다. “할머니, 드디어 할머니를 뵙네요. 잘 지내셨죠? 몸은 어떠세요? 기분은 괜찮으시고요? 이곳이 낯설 지는 않으세요?”손자의 꼬리를 무는 질문에 할머니는 기쁘기도 하고 찡하기도 했다.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는 말처럼 손자 손녀도 그녀에겐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이곳으로 와서 손녀는 만날 수 있었지만 손자는 두고 와야 했기에 더 마음이 아팠다. 둘은 서로를 오래오래 품에 안고 있다가 할머니가 원경주의 얼굴을 만지며 뒤늦게 질문에 답했다. “할미는 여기서 잘 지내고 있댄다. 다 익숙해졌고 몸도 건강하니 걱정할 필요 없다. 너희 엄마 아빠한테도 걱정하지 말라고 전해주렴. 엄마 아빠는? 잘 지내니? 엄마는 좀 어때? 병이 재발하지는 않았고?”할머니는 떡들을 통해 원경릉 부모의 상황을 대략 들어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손자 입으로 직접 듣고 싶었다.원경주는 눈가가 발개지며 더욱 목이 메어왔다. “다들 잘 지내세요. 엄마 병은 재발 안 한지 오래됐고, 지금 매일 즐겁게 지내시고 계세요. 늘 할머니와 이쪽 가족들을 그리워하면서요..”할머니가 작게 한숨을 쉬었다. 멀쩡히 잘 살던 일가족이 두 시공으로 나눠지게 될 줄이야.그나마 감사한 건 다들 잘 살고 있다는 점이였다.할머니와 자신의 손자를 물끄러미 바라만 봐도 다 알 수 있었다.오히려 떡들과 쌍둥이가 난리법석을 떨며 ‘아빠는 왜 안 오셨냐’고 물어 대자 원경릉이 열심히 설명해주었는데 이번엔 또 ‘할아버지는 왜 안 오셨냐’고 묻더니 또 희상궁을 오라고 붙잡더니 희상궁 대신 재상의 상황을 물어댔다.그 중 경단이는 역시 상황 판단이 빨랐다. “희상궁이 얼마나 재상을 그리워했는데요, 눈물로 밤을 지새며 꿈속에서도 재상 나으리 하고 불렀다고
아버지와 아들, 황제와 태자우문호는 아바마마의 귀밑머리가 희끗희끗 센 것을 보고는 자기도 모르게 가슴이 시큰 거렸다. 아바마마께서 직접 친정을 나선 것은 아니나 이번 전쟁이 그에게 주는 압박감은 전장에 있던 우문호보다 결코 가볍지 않았을 것이며, 아니 오히려 더 무거웠을 것이다.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한달의 시간동안 명원제의 귀밑머리가 부쩍 센 것이 한달 전보다 서너 살은 더 들어 보였다.부자가 자리에 앉아 서로의 소식을 묻고 이번 전쟁의 무시무시함에 명원제는 더욱 진중한 표정이 되었다.명원제는 또 우문호의 상처가 어떤 지 물었는데 상의를 벗고 상처를 직접 보여달라고까지 했다.우문호는 별로 내키지는 않았지만 자신의 아버지가 꼭 보겠다하니 옷을 벗고 상처와 흉터로 얼룩진 몸을 드러내 보여주었다. 그 상처들을 보자 명원제는 말할 수 없이 마음이 복잡하고 괴로웠다. 상처 대부분은 전장에서 생긴 것이지만 암살하려는 자에게서 입은 자상도 있었으며, 가장 가슴이 미어지는 건 다름 아닌 가슴에 새로 난 상처였다. 이 상처는 아직 아물지도 않아서 봉합한 흔적이 지네처럼 꿈틀거리는듯 해 보엿다. 물론 전에 몇 군데 상처에도 이런 봉합 흔적이 있었지만 오래 돼서 이렇게 보기만 해도 몸서리가 쳐질 정도는 아니었다.명원제는 태상황이 병환 중이던 해에 우문호가 자객에게 당했던 것을 떠올렸다. 당시 자객이 자백하기로 우문호 본인이 첫째를 모함하기 위해 자객을 고용해 일부러 연극을 벌인 것이라고 했다. 당시 명원제는 의심하지 않고 바로 그 말을 믿었으나 지금 돌아보니 가슴을 칠 일이었다. 자기 아들이 어릴 때부터 어떤 성격인지 아비라는 작자가 제일 잘 알면서 어떻게 그런 짓을 했을 거라고 생각했을까?이번 전쟁을 치르며 명원제는 마음 속으로 다섯째의 능력을 한 단계 더 인정하며 더이상 의심하지 않았다. 명원제는 수라를 들이라 하고 태자와 같이 밥을 먹었다.우문호는 아바마마께서 다른 사람과 함께 밥을 드시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걸 잘 알고 있었다. 따라서 이건 절대적인
남강에 며칠 머무는 동안, 아홉째와 함께 남강의 풍경을 둘러보고, 북강에도 다녀왔다.지금 북강 백성들은 조정에 대한 소속감이 아주 강했다. 지난 몇 년 동안 남강을 다스린 정책이 정말 훌륭했기에, 백성들 모두 좋은 날을 보낼 수 있었기에, 자연스레 황제에 대한 존경심도 깊어진 것이었다.황제와 황후가 지나가는 곳마다 백성들은 길가에 모여서 열렬히 환영했다.그들은 이번 순행 내내 오계부에서 신분을 밝힌 것 외에는 항상 미복으로 다녔다. 하지만 남강에서 우문호는 황제의 신분을 드러냈다.우문호는 백성들의 신뢰와 경외심에서 큰 성취감을 느꼈고, 매우 기뻤다. 그는 줄곧 원경릉의 손을 잡고 얼굴에 웃음을 띠고 있었다.과거 북강은 방어를 위해 무술 함정이 많았지만, 이제는 모두 제거되었다. 그리고 많은 백성이 산 아래 평원으로 이주하여, 새로운 마을을 이루었다. 정화를 구하러 왔을 때와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기쁜 마음과 함께 우문호는 감사함도 느꼈다. 이것은 결코 그 혼자만의 공로가 아니기 때문이었다.남강을 떠나야 하는 날이 다가오자, 원경릉은 만아와 여덟째를 떠나는 것이 못내 아쉬웠다. 하지만 곧 변성으로 가야 했기에, 아쉬움을 느낄 수 있는 것도 잠시였다. 남강을 벗어나자마자, 그녀는 아이들과 만날 생각에 들뜨기 시작했다."원 선생, 그들에게 말했소?"길에서 우문호가 물었다."아니, 몰래 가는 것이오."원경릉은 웃으며 말했다."교활하구먼. 그래도 만두가 이미 알려줬을 수도 있을 텐데."지금은 경단과 찰떡, 그리고 계란이 셋만 그곳에 있었다."셋이 다섯 개 성을 다스린다니, 분명히 힘들 것이오."원경릉이 안타까운 표정으로 말했다."그렇소. 그래도 예전보다는 나아졌네. 이제는 태평해 보이니."우문호도 아이들이 안쓰러웠다."이번에 가서는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며 충분히 쉬게 해줘야 하오."사실 성하나를 다스리는 것과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본질적으로 다른 점 없이, 매우 힘든 일이었다.한편, 강북부에서는 최근 강북부 무구산 주변에 신비한 상단
그러자 홍엽이 그를 바라보며 멈칫했다."자네가 중매를 서겠다고?""안 되오?""말도 안 되는 소리 말게. 자기 혼사도 해결 못 하는데 중매는 무슨. 난 못 믿네!"냉정언이 어깨를 으쓱였다."못 믿으면 말고. 이래 봬도 내가 명문가 아가씨나 협녀를 많이 알고 있소."홍엽은 손으로 그의 목을 움켜잡으며 소리쳤다."알고 있는 아가씨가 있으면 진작 말했어야지! 경성으로 돌아가자마자, 당장 소개해 주시게!"냉정언은 웃으며 그의 손목을 옆으로 밀어냈다."중매 값이 워낙 비싸서. 십만 냥 아니면 쉽게 안 나서오.""돈이 대수요?"홍엽이 교활하게 웃으며 말했다."우린 지금 한집에 살고 있소. 그러니 자네가 돈을 어디에 숨겼는지, 다 알고 있네. 그동안 꽤 많이 챙겼으니, 돌아가서 돈은 두둑이 주겠네."그 말에 냉정언이 깜짝 놀랐다."내 돈을 노리고 있었소? 진짜 도둑을 집에 들였군! 늙어서 쓸 돈이네, 그 돈을 혼사에 쓸 생각은 하지 마시오!""명여가 우리를 챙길 테니, 그렇게 쩨쩨하게 굴지 마시오."홍엽이 새침하게 말했다."나도 돈이 많소. 다만 남의 돈을 쓰는 게 훨씬 재밌을 뿐이네."냉정언이 숨을 들이쉬었다."안 되겠네. 경성에 돌아가자마자 자네를 쫓아내야겠소."홍엽이 말했다."쫓아낼 수 있으면 쫓아내 보시게. 게다가 자네가 나를 청할 때, 뭐라고 했는가? 얼마든지 살아도 된다고 했잖소. 이제 와서 후회하는 것이오?""이야, 홍엽, 어찌 이리 뻔뻔스러워진 것이오?""뻔뻔하지 않으면, 어찌 당신 집에서 이렇게 공으로 먹고살 수 있겠나?"홍엽은 크게 웃으며 그의 어깨에 팔을 얹었다."수보, 신을 모시는 건 쉬워도 보내는 건 어렵다고 하잖소. 이미 집안에 들어갔으니, 쫓아내기는 힘드네. 후회해도 소용없소. 수보의 등골 빼먹다 죽을 것이오. 관에 수의까지 얻어 쓸 생각이라, 죽으면 자네가 장례식까지 마련해줘야 하네."수보는 그를 한참 바라보다가, 애써 이를 악물며 말했다."진짜 뻔뻔하오!"홍엽은 박장대소했다.멀리 복도 끝에
“예, 그립습니다. 하지만 이곳에서 놀고 싶기도 합니다.”그는 말하다가, 갑자기 신이 난듯 몸을 들썩이며 말을 이어갔다.“여긴 정말 재미있습니다. 아홉째와 나가면 큰 산도 있고, 꽃도, 나무도 많습니다. 물고기도 많고, 사람도 많고, 뭐든지 엄청 많았습니다.”우문호는 웃으며, 못내 안쓰러움을 느꼈다. 예전에 그를 궁 안에 가두고, 거의 밖으로 데리고 나가지 않았다. 게다가 다른 사람이 그를 데리고 나가는 것도 신경 쓰였다.“이곳이 마음에 들면, 좀 더 오래 있어도 된다.”우문호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예, 정말 좋습니다. 다만, 형님과 형수님이 그리웠습니다. 이렇게 오셔서 정말 다행입니다.”여덟째는 흥이 오른 상태로 그의 팔짱을 끼며 말했다.“어서 들어가시지요! 아홉째가 형님이 내일 오신다고 맛있는 음식을 많이 준비했습니다.” 그는 뒤돌아 원경릉에게 외쳤다.“형수님, 빨리 따라오십시오. 맛있는 거 많습니다.”미색은 웃으며 꾸짖었다.“이 무심한 녀석, 다섯째 형수님만 챙기고, 여섯 형수가 배고픈지는 묻지도 않는 것이냐?” 여덟째는 그제야 미색을 본 듯, 놀라서 눈을 크게 뜨고 말했다.“여섯째 형수님도 오셨습니까? 여섯째 형님도 오신 것입니까? 와, 너무 좋습니다!”“질투하다니?”원경릉은 미색의 어깨를 가볍게 토닥이며 미소를 지었다.“여덟째는 너보다 나를 더 좋아하는 것이다.”“아유, 참!”미색은 일부러 그렇게 말했다.여덟째는 바로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항상 그림과 책자를 선물하는 여섯째 형수님도 좋아했기 때문이다.그는 말을 더듬으며 말했다.“그... 그럼 같이 드시지요. 음식 많습니다.”“장난이다. 난 질투 안 해.”미색은 기쁘게 말했다.여덟째는 그제야 마음을 놓았고, 다들 웃으며 안으로 들어갔다.원경릉이 만아에게 말했다.“정말 이곳에서 즐겁게 지내고 있구나. 예전보다 훨씬 활발해졌고, 말도 많이 하네. 이 모든 게 아홉째 덕분이다.”만아는 웃으며 말했다.“예, 둘이 시간이 날 때마다 밖으로 나가, 더
원경릉은 발끝을 들어 그의 뺨에 입을 맞추고는, 환한 미소를 지었다.우문호는 그런 그녀를 와락 끌어안으며 말했다.“원 선생, 행복하오?”“행복하오.”“하하하. 지금이 아닌, 나와 함께했던 모든 날이 행복했냐고 물어보는 것이오.”“모든 순간이 당연히 행복하고, 기쁘오!”원경릉은 스스로를 자조하듯 웃었다.“나 같은 집순이가 이렇게 결혼생활이 행복할 줄 누가 알았겠소?”한때 그녀는 자신이 평생 결혼하지 못할 거라 생각했고, 사랑 없는 삶도 부족함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그녀는 사랑을 중요하지 않다고 여겼었지만, 사랑은 사실 정말로 중요했다.산꼭대기에 앉아, 차가운 바람을 맞고 있었지만, 추위는 느껴지지 않았다. 그녀는 지금의 풍경을 눈에, 그리고 마음에 깊이 새기고 싶었다.그리고 함께 늙어간 후, 다시 천천히 되새기고 싶었다.영산에서 내려온 후, 그들은 다시 여정을 이어나갔다. 이번 목적지는 바로 남강이었다.명절이 지난 뒤, 아홉째는 여덟째를 데리고 먼저 남강으로 돌아갔다. 다들 그가 그곳에서 잘 지내고 있는지 궁금했다.남강 땅은 오랜만이었다. 마지막으로 발을 디딘 건, 정화를 구하러 갔을 때였다.남강으로 가는 내내 홍엽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냉정언이 물었다.“남강에 가면, 못난이를 만날 것이오?”“만나야지.”홍엽이 답했다.“물론 만나야지!”못난이는 오랜 시간 그와 함께했던 사람이니, 만나야 했다. 못난이가 종종 편지를 보내오긴 했지만, 자기 상황은 거의 말하지 않았다.반면 아홉째는 편지에서 북강의 소식을 자주 전해주었다.지금의 남강은 어느 정도 통일되어 있었고, 북강과 남강도 평화롭게 공존하고 있었다. 그동안 이익 문제로 양측의 왕래가 더욱 빈번해졌다.아홉째는 편지에서 못난이가 북강의 민심을 얻었고, 성격도 예전보다 훨씬 밝아져, 마치 다른 사람이 된 듯하다고 전했다.홍엽의 마음엔 기대와 기쁨이 섞여 있었다. 그도 지금 잘 지내고 있으니, 못난이도 잘 지내길 바랐다.우문호는 남강에서 돌아온 후, 변방으로 갈
그 일을 떠올리자, 꿈에서 본 일이라 그런지 마치 얼마 전에 있었던 일처럼 느껴졌다.그때 그들은 죽을 만큼 힘든 소년들이었는데, 지금은 한없이 한가한 노인이 되었다.세월은 덧없이 흘러갔고, 그동안 그들은 많은 사람들을 잃었다.무상황은 자신의 황후였던 소봉을 떠올렸다.그들은 줄곧 전형적인 황제와 황후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는 나라를 다스렸고, 그녀는 후궁을 다스렸다. 비록 그가 그녀를 괴롭히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많은 애정을 주지도 않았다.그렇게 평범하게 평생을 함께했지만, 그녀가 떠나는 날, 그는 마음속 한 조각이 떨어져 나간 듯한 슬픔을 느꼈다.평생 함께했던 사람이 자신보다 먼저 떠날 거라 생각하지 못했기에 더욱 아팠다.세 사람은 한참 동안 넋을 잃고 있다, 다시 길을 나섰다.유아독존과 관련된 일이 생각보다 커졌지만, 모든 소란은 결국 가라앉게 될 것이다. 모든 소문도 점점 사그라들기 마련이니, 그들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하지만 세 사람이 여행하는 영상이 점점 유명해지면서, 유아독존은 더 심하게 비난을 받았다.현실에서 함부로 욕설을 내뱉으면 얻어맞을 수도 있지만, 인터넷에서는 당당한 명분이 있었기에 악성 댓글을 다는 자들은 마음껏 욕을 퍼부었다.그리고 어느 날, 추 어르신이 오래도록 인터넷의 댓글을 훑어보면서 잠시 생각에 잠긴 듯했다. 그는 이내 해가 지는 장면을 찍어 짧은 영상을 올렸다. 그리고 영상에 한마디만 덧붙였다.“분쟁 없이, 오직 평화만 있기를.”그는 모든 다툼이 끝나길 바랐고, 누군가를 벼랑 끝으로 몰지 않기를 바랐다. 단지 말로만 승부를 겨루는 사람은 그들의 적이 아니기 때문이다.음... 무엇보다 적이 될 자격도 없었다!영상이 올라간 지 이틀 뒤, 유아독존은 마침내 사과 영상을 올렸다. 그는 질투와 시기로 무술을 모독한 것을 사죄했고, 은퇴를 선언했다. 그리고 직접 그들의 계정을 태그해 진심으로 사과했다.진심 어린 사과는 항상 용서를 가져오는 법이다. 그리고 악성 댓글을 달던 사람들도 마침내 욕설을 멈췄다.
삼대 거두는 늦은 시각이 되어서야 일어났고, 숙취에서 깨어나니, 이미 날이 밝아져 있었다. 그들은 아직 잠에서 깨지 않아, 눈앞의 모든 것이 몽롱해 오늘이 무슨 날인지조차 모를 정도였다.태양이 서서히 떠오르며 하늘에 떠 있는 주황빛 구름은 점점 짙은 금빛으로 변했고, 금빛 가장자리에는 붉은색이 덧씌워져, 눈부시게 아름다웠다.소요공이 눈을 비비며 말했다."꿈을 꿨네."추 어르신과 무상황은 동시에 그를 바라보며 이구동성으로 물었다."무슨 꿈을 꿨는가?""꿈에서 숭이가 사내에게 속았는데, 우리가 직접 나서서 복수를 해줬다네."추 어르신과 무상황은 놀라서 동시에 숨을 들이켜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귀신이 곡할 노릇이네."말이 끝나자,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깜짝 놀라 외쳤다."자네도 꾼 것인가?""그렇네!""그렇네!""설마 우리 셋이 똑같은 꿈을 꾼 것이오?"소요공도 깜짝 놀랐다.그 일은 그렇게 중요한 일도 아니었고, 어떻게 된 일인지 가물가물할 정도로, 그저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만 어렴풋이 기억할 정도였는데, 꿈에서는 그 장면 장면이 또렷하게 떠올랐다.그리고, 이 꿈은 당시 엄청난 부담을 받고 있던 그들에게 정말 훌륭한 감정 해소가 되었다. 그들은 모든 고통과 억울함, 스트레스를 주먹질로 시원하게 풀어냈다.한편, 무상황은 자신이 황후를 소홀히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그때 무슨 상황이었는지 기억하는가?"추 어르신이 흥분한 듯 말했다."물론 기억은 나네. 당시엔 소봉이가 궁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적성루 사람들을 많이 그리워했네. 게다가 나도 자네들과 어울리느라 바빠서 황후를 소홀히 했네. 그래서 적성루 상궁과 숭이를 궁으로 불러, 이야기를 나누게 했지."사실 기억이 가물가물했지만, 꿈속에서 다시 겪은 덕분에 자세히 생각났다.그때 어서방의 회의가 끝나고, 소복이 무심히 물었다."폐하, 황후 마마를 오랫동안 못 뵙지 않으셨습니까?"그는 소복의 말이 소봉을 보러 가자는 암시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차렸다.
개혁은 가장 어려운 일이었다. 특히 나라가 이미 망가진 뒤라, 보수파들은 북당이 더는 흔들림을 견딜 수 없다고 여겨, 더 이상 변화를 원하지 않았다. 그러자 소국공은 소복을 부상으로 임명했고, 소복은 부상이 된 후, 온갖 수단으로 보수파를 하나 하나씩 무너뜨렸다.그는 협박, 욕설, 생떼, 무례, 끈질긴 설득 등 다양한 방식으로 보수파를 공략했고, 심지어 마지막에는 돗자리를 말아, 상대의 대문 앞에 깔고는, 저녁엔 문 앞에서 잠을 청하고, 낮에는 문 앞에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북당의 발전을 가로막는 자라고 비난까지 했다.그렇게 보수파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2년이 지나, 휘 형과 형수가 대주에서 돌아왔다. 그는 드디어 애써 노력한 끝에, 그들에게 기대에 부응할 만한 모습을 보여 줄 수 있었다. 하지만 성공의 길은 여전히 멀었다. 가난 때문에 발생한 난장판은 아직도 평정되지 않았다.휘 형과 형수는 사실 그의 혼례를 치르기 위해 돌아온 것이었다.그는 이제 황후를 책봉해야 할 시기였고, 황후 후보는 일찌감치 정해져 있었다. 바로 숙왕부에서 지낸 적 있는 소복의 딸이었다.소복의 딸이 원래 무슨 이름이었는지, 그는 이미 기억나지 않았다. 왜냐하면 소복이 부상 자리에 오른 뒤, 딸의 이름을 소봉으로 새로 지었기 때문이다.소복의 꿈은 언제나 직설적이었다. 소봉의 이름은 '소가에서 나온 봉황'이라는 단도직입적인 뜻을 담고 있었다.소봉은 아버지 소복과는 달리 성격이 반듯하고 강직했다. 당시 그는 온갖 일로 정신이 없어 남녀 간의 감정 따위는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사모의 감정보다 그에게 나라가 더욱 중요했었다.하지만 황제로서, 그도 후사를 마련하는 것이 북당 안정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그에게 사모의 정에 대해 조금 느낀 적 있는지 묻는다면, 아마도 소가의 셋째 딸, 소낙연의 이름을 들었을 때이다.다만 그도 그녀의 이름만 알고 있었을 뿐, 나중에야 소낙연이라고 자칭했던 여인이, 사실 그의 형수인 라만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그 시절
그렇게 그들은 만취해 하늘을 이불 삼고 땅을 침대 삼으며, 마치 처음 전장에 나섰던 그 시절로 돌아간 기뿐을 느꼈다.그 시절에는 전쟁이 치열해, 종종 땅바닥에 몸을 웅크린 채 잠을 청하곤 했다. 여섯째는 당시에 항상 설사를 했었다. 셋이 몰래 전장에 나가려 했기에, 선생과 형수를 속이기 위해, 스스로 배탈을 자초한 후, 돈을 조금 챙기고는 전장으로 향했었다. 전쟁터에서 정말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다들 마음속으로 두려움이 가득했었다. 가난을 제외하고, 죽음보다 무서운 것은 없었다.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그들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을 거의 본 적이 없었다.하지만 시간이 지나, 그러지 않는 사람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적군이 승전가를 부르며 전우를 죽이고, 나라를 침탈할 때, 그들은 한 번도 죽음을 생각해 본 적 없었다.죽음에 관해 생각한다고 해도, 죽더라도 이 땅을 지켜야 한다는 마음뿐이었다.그들은 그렇게 잠에 들었고, 꿈속에서 막 즉위하던 시절로 시간여행을 떠났다.숙왕부도 여전히 그대로였고, 적성루는 인파로 붐볐으며, 전쟁으로 인해 찢어지게 가난했다. 휘 형과 형수는 대주로 빚을 갚으러 갔다. 북막과의 전쟁을 위해 대주의 30만 대군을 빌려왔지만, 갚을 돈이 없어 휘 형을 인질로 넘겼다.휘 형이 떠난 후, 조정은 서출의 어린 새 황제를 신경 쓰지 않았다.그들은 조정에서 대신들과 첨예하게 대립해야 했고, 매번 언쟁 후에는 식은땀으로 흠뻑 젖은 채, 어서방에 돌아가 주저앉곤 했다.즉위할 때 휘 형은 최선을 다하면 좋은 황제가 될 수 있다고 격려해 주었다.그래서 그도 그렇게 믿었지만, 막상 황위에 올라보니 전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때로는 있는 힘껏 버텨도 소용없었다.하지만 퇴로 또한 없었다. 휘 형이 말했듯이, 퇴로가 없는 것이 오히려 가장 좋은 길이었다. 두 눈 질끈 감고 힘껏 돌진하다 보면, 결국 승리하게 된다.다행히 조정에 그들을 도와주는 이들도 있었다. 장 대인과 소복이 큰 도움을
그들은 사생활을 모조리 보여주는 것 같아, 팬들이 따라오는 것을 막았다.하지만 팬들은 놀랄 만큼 열렬한 애정을 보이며 기어코 그들 뒤를 따랐다.그 모습에 다들 처음엔 못마땅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결국 이해하기로 했다. 모두 예전에 많은 사람이 따르고, 시중을 받으며 전성기를 가졌던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익숙하기도 했다.어쨌든, 그들은 지금 행복하게 차를 몰며 독고 도로를 달리며 아름다운 풍경을 마음껏 만끽할 수 있었다. 팬들도 그들의 모습을 기록했다. 다투기도 하고, 술을 마시며 농담을 주고받고, 무술을 연습하는 모습 등, 그들의 사소한 순간들 모두 영상으로 편집되어 올라갔다 .그리고 곧 사람들은 퇴직 여행 계정에 한 명이 아닌, 세 명이 함께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영상에 등장한 사람은 '십팔매'라 불렸는데, 많은 네티즌이 그 이름을 듣자마자 웃음을 터뜨렸다.얼굴에 약간의 여드름 자국이 있고, 항상 무표정으로 자기를 과인이라고 부르는 노인은 '여섯째'라 불렸다. 비록 엄숙해 보이지만, 실은 장난기가 많아 두 사람을 몰래 놀리고는 입을 막고 웃기도 했다.항상 핸드폰으로 독서하는 노인은 '주대'라고 불렸다. 박학다식하며, 말할 때마다 고사성어를 인용해, 십팔매와 여섯째가 싸울 때 몇 마디로 갈등을 풀어낼 정도로 인품이 뛰어났다.팬들은 이들의 이름만 들어도 웃음이 터질 지경이었다.그리고 그들의 대화를 듣고, 어릴 때부터 함께해왔고, 나이가 들어서도 여전히 함께 여행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많은 사람들이 깊이 감동하였다.그렇게 어느 날 밤, 그들은 야외에서 술을 마시고 반쯤 취한 채, 바닥에 누운 채로 별이 가득한 하늘을 바라보며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이 장면 역시 팬들에게 촬영되었다.늘 털털한 십팔매는 두 손을 머리 뒤에 괴고 은하수를 바라보다가 갑자기 감탄하며 말했다."우리 정말 많이 늙었네. 앞으로 몇 년이나 더 살 수 있을까?"여섯째가 그의 머리를 한 대 가볍게 쳤다."길 위에서는 불길한 말 금지네."십팔매가 입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