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을 현대로?우문호는 혼례식에 처남이 있다는 사실이 원 선생에게 얼마나 큰 의미인지 잘 알고 있었다. 사실 천재일우의 기회인 것도 맞는 게 혼례를 치르고자 마음 먹었을 때 마침 원경주가 왔기 때문이다. 마차에서 그와 얘기를 나눌때 시기 문제는 아예 언급한 적도 없었고 오히려 혼례 때 어떤 신분으로 나서는 게 좋을 지부터 상의했다. 아마 원경주도 혼례가 그렇게 긴 시간이 필요한 줄 몰랐을 것이다. 하지만 우문호는 서두르고 싶지 않았다. 경성에 돌아간 뒤 처리해야 할 일이 산더미고 이번에 북막과의 전쟁에서 완승을 거뒀으니 나라에서 경축행사가 있을 게 분명했다. 예부에서 경축행사 하나 준비하는 대도 시간이 촉박한데 동시에 원경릉과 혼례까지 겸한다면 제대로 해낼 수가 있을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생각하니 급격히 슬퍼졌다.저녁 수라를 마치고 원경릉이 주진을 찾아간 틈에 우문호는 탕양을 불러 묘안이 없는 지 찾아보라고 명했다.하지만 탕양은 우문호의 말을 듣고는 엄숙한 목소리로 충언을 올렸다. “전하, 소인은 전하와 태자비 마마께서 다시 혼인을 하시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하옵니다.”탕양은 분명 자기 편을 들어 찬성할 줄 알았는데 우문호는 의아했다. “왜 그러냐?”탕양이 자세를 고쳐 앉아 정색하며 입을 열었다. “전하와 태자비 마마께서는 혼례를 이미 치르신 적이 있기에 이번 혼례를 보충 형식이라 치부할 수 없을 뿐더러 전하께서는 다음 보위를 이으실 적통 태자시옵니다. 태자는 등극하실 때만 혼례의식을 치를 수 있으므로 전하께서 혼례를 치르신다고 하면 큰 불경을 저지르는 것이 될 뿐더러……”탕양이 잠시 머뭇거리다가 목소리를 낮추어 말했다. “황제 폐하를 저주하고 폐하의 퇴위를 강요한다는 의심을 살 수 있사옵니다. 전하, 전쟁에서 이겨 개선하는 마당에 전하를 드러내는 것은 가장 조심해야 할 일이옵니다.”우문호는 이번에 구사일생으로 죽다가 살아났고 더불어 전장에서 한동안 시간을 보내다 보니 사고의 중심이 자연히 전쟁에 있었던 지라, 황실 권력 구도
여전히 타오르는 사랑주진은 원경릉의 제안에 당연히 찬성했다. 경호에 일단 길만 뚫리면 가고 싶을 때 언제든지 갈 수 있기에 경호를 통해 여기저기 다니고 싶기 때문이다. 원경릉이 주진과 얘기를 마치고 방으로 돌아왔더니 우문호가 얼굴을 잔뜩 구기고 있었다. “왜 그래?”우문호가 원경릉을 끌어 자기 앞에 앉히고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탕양이 우리 혼례를 당분간 하지 않는 게 좋겠대..”원경릉은 고개를 끄덕이며, “응, 그러지 뭐!”원경릉은 이유를 묻지 않았다. 탕양이 그랬다는 건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 테니까.우문호는 원경릉의 따스한 눈매를 보자 한층 울적한 마음이 들었다. 원경릉에게 멋진 혼례식을 치러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결과적으로 그것마저 해내질 못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문호는 문득 깨달았다. 원 선생이 바란 것을 하나도 지금까지 해주지 못했다는 사실을 말이다.원경릉은 우문호가 울적한 것을 보고는 그의 짙은 눈썹을 손으로 쓸어주며 다독였다. “사실 혼례는 하던 안 하던 상관없어. 오빠랑 주진이 오래 머무를 수 없어서 결혼식에 참석할 수 없으니, 어차피 완벽한 결혼식이 아닌 걸? 경호의 비밀을 푼 뒤 친정에 갔을 때 거기서 결혼식 올리는 게 더 좋지 않을까?”우문호가 원경릉을 그윽하게 바라봤다. 형언할 수 없는 행운을 거머쥐었다는 기쁨과 행복감이 벅차 올라, “당신 내 마음속에 다녀간 거야? 원 선생은 정말 최고야. 내가 전생에 나라를 구한 게 틀림없어! 그러지 않고서야 어떻게 당신같이 좋은 사람을 만나겠어?”원경릉이 달달한 미소를 지었다. “어, 나랑 똑같은 생각을 했네.”두 부부는 활짝 웃으며 서로를 끌어안았다.우문호는 고개를 숙여 원경릉과 입을 맞추며 손으로 원경릉의 배를 더듬었는데 뱃속에서 아이가 기지개를 피는 듯한 소리에 후끈 달아오르다가 말았다.“원 선생.” 우문호는 천천히 원경릉을 품에서 내려놓고 그녀의 눈을 바라봤다.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불구하고 원경릉과 키스만 하면 그녀를 품에서 놓고 싶지 않았다. “
태자 일행의 귀환원경릉 오빠 원경주는 당분간 혼례를 치르지 않겠다는 소식을 듣고 다소 실망했으나 결혼식이라는 게 며칠 만에 뚝딱 되는 것도 아니고 자기도 시간이 충분하지 않기에 정작 참석 못하면 너무 아쉬울 것 같았는데 마침 다행이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원경주가 오히려 우문호를 위로하며 말했다. “괜찮네. 뭐, 둘이 우리 쪽으로 돌아갈 때 다시 성대한 결혼식을 올리면 되니까.”이제 전란도 끝났기에 우문호가 간절히 바라는 유일한 일은 혼례를 치르는 것 뿐이다.잠시 후 일행이 경성으로 돌아오자 성문 입구에 만조백관들이 마중으로 나온 데다가 백성들도 태자가 개선하는 모습을 서로 먼저 보겠다고 앞 다투어 싸우는 바람에 성문은 입추의 여지 없이 사람들로 꽉 들어찼다. 백성들의 격앙된 환호소리가 연달아 울려 퍼지는 가운데 마차 안에 사람들은 가리개를 젖히고 미소로 답례를 하느라 얼굴 근육이 다 마비될 지경이었다. 미색은 귀를 막고 옆에 앉은 회왕에게 소리쳤다. “귀가 다 먹을 지경이야!”회왕은 눈을 비비고 다시 밖을 내다봤다. 이 나이가 되도록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기뻐서 환호하는 걸 보는건 처음이었다. 자신이 주된 공신은 아니지만 이번 전쟁에 참여한 덕에 같이 영광을 누리게 된 것에 기뻤다. 원경주도 기뻐서 주진에게 말했다. “우문호는 정말 영웅이야, 동생이 당신과 결혼한 건 정말 큰 행운이네.”“서로한테 그렇죠. 태자에게 오늘이 있는 건 원 박사의 공이 크니까요.” 원경주는 동생과 우문호가 얼마나 많은 일을 겪어왔는지 잘 모르지만 주진을 통해 들은 한두 사건만 해도 동생 부부의 인생 역정이 진짜 만만치 않았을 거라고 감이 왔다. 만조백관들과 백성들에 둘러 쌓여 성으로 들어가며 원경주는 감격스럽고 또 감격스러웠다. 곧 할머니를 만날 생각 때문이였다. 사식이와 녹주, 그리고 기라가 사람들의 틈에서 겨우 빠져나와 있는 힘을 다해 마차에 대고 소리쳤다. 서일이 사식이의 목소리를 알아듣고 일어나 사방을 둘러보다가 사람들 틈에 오매불망 그리워했던 아내를
재회원경주는 엉덩방아 찧은 걸 아파할 겨를도 없이 고개를 들자마자 할머니께서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그러자 코끝이 찡해지며 얼른 일어나 할머니에게 갔다. 할머니는 오랫동안 헤어졌던 손자를 보고 기쁨의 눈물을 주르륵 흘렸고, 원경주도 할머니를 와락 끌어안고 울먹였다. “할머니, 드디어 할머니를 뵙네요. 잘 지내셨죠? 몸은 어떠세요? 기분은 괜찮으시고요? 이곳이 낯설 지는 않으세요?”손자의 꼬리를 무는 질문에 할머니는 기쁘기도 하고 찡하기도 했다.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는 말처럼 손자 손녀도 그녀에겐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이곳으로 와서 손녀는 만날 수 있었지만 손자는 두고 와야 했기에 더 마음이 아팠다. 둘은 서로를 오래오래 품에 안고 있다가 할머니가 원경주의 얼굴을 만지며 뒤늦게 질문에 답했다. “할미는 여기서 잘 지내고 있댄다. 다 익숙해졌고 몸도 건강하니 걱정할 필요 없다. 너희 엄마 아빠한테도 걱정하지 말라고 전해주렴. 엄마 아빠는? 잘 지내니? 엄마는 좀 어때? 병이 재발하지는 않았고?”할머니는 떡들을 통해 원경릉 부모의 상황을 대략 들어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손자 입으로 직접 듣고 싶었다.원경주는 눈가가 발개지며 더욱 목이 메어왔다. “다들 잘 지내세요. 엄마 병은 재발 안 한지 오래됐고, 지금 매일 즐겁게 지내시고 계세요. 늘 할머니와 이쪽 가족들을 그리워하면서요..”할머니가 작게 한숨을 쉬었다. 멀쩡히 잘 살던 일가족이 두 시공으로 나눠지게 될 줄이야.그나마 감사한 건 다들 잘 살고 있다는 점이였다.할머니와 자신의 손자를 물끄러미 바라만 봐도 다 알 수 있었다.오히려 떡들과 쌍둥이가 난리법석을 떨며 ‘아빠는 왜 안 오셨냐’고 물어 대자 원경릉이 열심히 설명해주었는데 이번엔 또 ‘할아버지는 왜 안 오셨냐’고 묻더니 또 희상궁을 오라고 붙잡더니 희상궁 대신 재상의 상황을 물어댔다.그 중 경단이는 역시 상황 판단이 빨랐다. “희상궁이 얼마나 재상을 그리워했는데요, 눈물로 밤을 지새며 꿈속에서도 재상 나으리 하고 불렀다고
아버지와 아들, 황제와 태자우문호는 아바마마의 귀밑머리가 희끗희끗 센 것을 보고는 자기도 모르게 가슴이 시큰 거렸다. 아바마마께서 직접 친정을 나선 것은 아니나 이번 전쟁이 그에게 주는 압박감은 전장에 있던 우문호보다 결코 가볍지 않았을 것이며, 아니 오히려 더 무거웠을 것이다.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한달의 시간동안 명원제의 귀밑머리가 부쩍 센 것이 한달 전보다 서너 살은 더 들어 보였다.부자가 자리에 앉아 서로의 소식을 묻고 이번 전쟁의 무시무시함에 명원제는 더욱 진중한 표정이 되었다.명원제는 또 우문호의 상처가 어떤 지 물었는데 상의를 벗고 상처를 직접 보여달라고까지 했다.우문호는 별로 내키지는 않았지만 자신의 아버지가 꼭 보겠다하니 옷을 벗고 상처와 흉터로 얼룩진 몸을 드러내 보여주었다. 그 상처들을 보자 명원제는 말할 수 없이 마음이 복잡하고 괴로웠다. 상처 대부분은 전장에서 생긴 것이지만 암살하려는 자에게서 입은 자상도 있었으며, 가장 가슴이 미어지는 건 다름 아닌 가슴에 새로 난 상처였다. 이 상처는 아직 아물지도 않아서 봉합한 흔적이 지네처럼 꿈틀거리는듯 해 보엿다. 물론 전에 몇 군데 상처에도 이런 봉합 흔적이 있었지만 오래 돼서 이렇게 보기만 해도 몸서리가 쳐질 정도는 아니었다.명원제는 태상황이 병환 중이던 해에 우문호가 자객에게 당했던 것을 떠올렸다. 당시 자객이 자백하기로 우문호 본인이 첫째를 모함하기 위해 자객을 고용해 일부러 연극을 벌인 것이라고 했다. 당시 명원제는 의심하지 않고 바로 그 말을 믿었으나 지금 돌아보니 가슴을 칠 일이었다. 자기 아들이 어릴 때부터 어떤 성격인지 아비라는 작자가 제일 잘 알면서 어떻게 그런 짓을 했을 거라고 생각했을까?이번 전쟁을 치르며 명원제는 마음 속으로 다섯째의 능력을 한 단계 더 인정하며 더이상 의심하지 않았다. 명원제는 수라를 들이라 하고 태자와 같이 밥을 먹었다.우문호는 아바마마께서 다른 사람과 함께 밥을 드시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걸 잘 알고 있었다. 따라서 이건 절대적인
승전의 연회우문호가 웃으며 입을 열었다. “어찌 보위를 논하시옵니까? 몇 십년이나 뒤에 일어날 일인데요.”명원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뭔가 깊이 생각하는 눈빛이었다.우문호는 자연스레 혼사 얘기는 더 이상 언급하지 않았다. 탕양의 대꾸가 일리가 있었던 게 지금 우문호가 공을 세우고 개선한 상황에 혼례를 논한다는 건 어떻게 변명해도 사람들의 의심을 사기 쉬웠기 때문이다. 궁을 나오니 이미 날이 저물었고, 느릿느릿 말을 몰아 청란 대가를 지났다. 명원제는 우문호에게 초왕부로 돌아가는 길에 의장대를 붙어주려 했으나 우문호가 싫다며 사양했다. 경성으로 돌아오는 길에 이미 과분할 정도로 많은 환영을 받았기에 다소 피곤한 것도 사실이었다.그리고 이렇게 잠잠히 고요속에 번화한 경성의 거리와 착실히 살아가는 백성들의 일상 속에 스며든 태평성대의 따스함과 평온함도 보고 싶었다. 우문호는 이것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때론 생명을 기꺼이 내놓을 수 있다고 생각이 들었다.초왕부로 돌아오니 이미 수라가 준비되어 있었다.검마 남변객이 냉정언을 데리고 와서 냉정언이 자신의 제자라고 진중하게 소개했다.냉 대인이 검마를 스승으로 모시고 절하는 것을 보고, 그 자리에 있던 무림 인사들은 검마가 조정이 임명한 관리를 제자로 거두었다는 사실에 적잖이 놀라했다.때로 살아간다는 건 그렇게 매사 칼같이 잴 필요가 없을지도 모른다.잠시 후 서일이 좋은 술을 잔뜩 준비하고 주방에서도 산해진미를 상 다리 부러질 정도로 차려 내왔다. 태자를 호송했던 무림 인사들은 초왕부에서 긴장을 풀 수 없어 어색해 하였는데, 서일과 탕양이 느긋하게 여유를 부리는 것을 보고는 곧이어 너도나도 긴장을 풀었다. 이윽고 초왕부는 웃음소리와 얘기 소리로 왁자지껄해졌다.우문호도 한 잔 들이키고 모두에게 술을 권하며 힘든 여정을 무사히 해내 주었음에 감사했다. 원경릉도 우문호를 말리지 않았다. 오늘밤 우문호는 분명 전과 달리 신중하고 더욱 겸손해 졌다.주연을 마치고 부부는 손을 잡고 마당을 거닐었다. 원경주는
달라진 우문호우문호는 반쯤 쪼그리고 앉아서 원경릉의 배에 귀를 대고 아이가 움직이는 소리를 들으며 조용히 말했다. “난 아이가 태어나는 걸 간절히 기다리고 있어. 그리고 딸이라면 정말 더는 바랄 게 없을 거야.”아이가 뱃속에서 몇 번 꼼지락거렸는데 마치 우문호의 말에 대답하는 것 같아서 우문호가 웃으며 고개를 들었다. “여자아이가 틀림없어, 딸이 그렇데.”“응, 나도 얘가 자기의 꼬마 행복이 같아.” 원경릉이 웃으며 말했다.우문호가 바로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지금 생각해 보니 꼬마 행복이란 이름이 별로 안 좋은 거 같아. 공주님한테 안 어울려.”“어? 이제서?” 원경릉이 웃음을 터트리며 눈을 반짝였다.“아이가 태어난 후 이름 지을 때는 할머니께 맡기는 게 어때?” 우문호가 제안했다.원경릉도 마침 그렇게 생각하던 참이였는데 우문호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니 정말 딱이였다.밤바람이 아직 좀 차서 두 사람은 잠시 얘기하다가 바로 소월각으로 돌아갔다.기라가 방에 붉은 초를 밝혀 두어 방안은 희끄무레했고, 따끈따끈하게 데워진 우문호의 약이 탁자에 놓여 있었다. 이 약은 할머니가 제조하신 것으로 특별히 기라에게 달이도록 해 우문호에게 먹고 자라고 했다.이 약은 상처를 치료하는 약이 아닌 보약으로 숙면에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할머니께서 고심해서 만들어 주신 약이지만 쓴 걸 못 먹는 우문호는 코를 막고 먹었다. 다 마신 후 흠칫 놀라며 원경릉에게 말했다. “좀 다네, 이거.”“자기가 쓴 걸 못 먹는 걸 아시고 처방에 신경 써 주신 거야.” 원경릉이 손수건으로 우문호의 입가를 닦아주었다.“할머니께서 날 예뻐 하시네.” 우문호가 으쓱했다.“자기를 안 예뻐 하면 누굴 예뻐 해? 손자 사위라고는 자기 하난데!” 원경릉이 웃으며 핀잔을 줬다.“그럼 나도 당신한테 더 잘하고 할머니께도 더 잘해야 이렇게 잘해 주신 것에 보답이 되겠는 걸.” 우문호가 원경릉을 마주봤다. 죽음의 문턱에서 살아난 뒤로 원경릉과 같이 있는 매순간이 너무나도 소중했다. 아무 말
경호로출발하기 전에 아이들의 능력을 한번 살펴본 주진이 원경릉에게 말했다. “아이들의 이런 능력이 어디서 오는지 이제 시시콜콜 따지지 마세요. 이 망망한 우주에 못 할 게 뭐가 있어요?”원경릉이 웃으며 말했다. “뭘 우주까지 끌어다 붙여?”주진은 오히려 웃음기 없이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끌어다 붙이긴요. 그럼 제가 질문 하나 할게요. 우주에 대체 뭐가 있나요?”원경릉이 당황하며 답했다. “우주에? 행성, 물질, 그리고 에너지가 있지.”“맞아요, 에너지! 우주의 에너지도 사람에 의해 가져다 쓸 수 있다는 게 제 관점이에요. 소위 사람들이 알고 있는 신학이란 건, 초능력을 가진 신선 같지만 사실 그들은 단지 우주의 에너지를 가져다 쓸 뿐이에요.”우문호는 옆에서 듣다가 둘이 무슨 얘기를 하는지 이해가 안 가 출타 준비나 하러 나갔다.이번 출타는 경호를 분석하고 이해하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떡들과 쌍둥이를 데려가야 했다. 온가족이 여행을 떠나지만 관아 일이 바쁘고 진료도 가야 해서 하루라도 환자들을 떠날 수 없기에 할머니는 함께 하지 못한다. 보무는 함께 경호로 출발했다.요즘 눈부신 햇살과 잔잔한 바람이 불어 날씨가 꽤 좋아 그들의 기분은 덩달이 좋아졌다. 원경주도 가는 길에 고대의 생활을 체험해야 해 처음에는 마음에 근심으로 가득찼지만 지금은 모든 것에 호기심이 가득했다.“역사를 읽은 것이랑 역사 속으로 들어간느 것은 정말 천지 차이구나!” 원경주가 원경릉에게 감탄의 말을 내뱉었다. 원경릉처럼 이렇게 긍정적인 성격이나 이곳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지, 자기 같은 사람은 전자제품이 하나라도 없으면 바로 돌아버릴 게 틀림없었다.원경주는 의사가 되어야 한다는 압박감이 심한 편이라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게임을 하기 시작했고 게임과 원경주의 전공은 전혀 맞지 않는 듯 싶지만 오히려 사람은 이렇게 전혀 상반된 체험이 필요했다. “공기가 진짜 좋네!” 원경릉이 웃으며 외쳤다.“맞아, 정말 좋아.” 원경주는 왼손에 경단이를 잡고 오른손으로는 만두를 잡
우문호 일행은 강북부로 향하는 내내 북방의 풍경과 풍속을 경험했다. 그로 인해 속도는 매우 느리긴 했지만 말이다.그날 밤, 우문호는 갑자기 악몽에서 깨어나 온몸에 땀을 흘리며 거칠게 숨을 내쉬었다. 그의 얼굴에는 공포가 가득했다.그러자 원경릉이 벌떡 일어나 그를 껴안으며 물었다.“무슨 일이오? 악몽을 꾼 것이오?”우문호는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았다. 아직 날씨가 덥지 않은 데다가 북방에 있어 오히려 날씨까지 쌀쌀했기에, 그는 아직도 악몽이 생각나는 듯, 창백한 표정을 지은 채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꿈에서 셋째 형님이 피투성이인 채 죽어가고 있었소…”원경릉은 그저 꿈이라 생각하고 위로해 주려 했지만, 이내 우문호의 강한 감응 능력을 떠올렸다. 갑자기 나타난 이 꿈이 형제간의 영적 감응일지도 몰랐기 때문이다.우문호도 점점 불안한 생각에 빠졌다.“강북부가 비록 평온해 보여도 사실 북당에서 가장 복잡한 곳이오. 온갖 사람들이 섞여 있고, 북막도 호시탐탐 노리고 있네. 게다가 셋째 형님도 무모한 사람이니, 진짜 무슨 일이 생긴 게 아닐지 걱정되오. 원 선생, 어서 빨리 가야겠소.”원경릉이 서둘러 옷을 입으며 말했다.“아니, 내가 먼저 가겠소. 정말 상처를 입었다면, 내가 가야지 도움이 되지 않겠소? 게다가 난 빨리 갈 수 있잖소.”“좋소. 그럼 먼저 가시오. 우리도 곧 출발하겠소.”우문호는 너무 생생한 꿈 탓에, 더 이상 천천히 갈 수 없었다.“사람을 불러야겠소.”원경릉은 재빨리 옷을 입은 후, 우문호에게 포옹하고 이마에 입을 맞췄다.“먼저 가겠소.”“조심하시오.”우문호가 말을 다 끝내기도 전, 원경릉은 어둠 속으로 모습을 감추었다.원경릉이 사라지자마자 우문호는 방 문을 두드리며, 출발하자고 소리쳤다.우문호의 소리에 모두가 깜짝 놀랐다. 이 밤중에 출발이라니, 무슨 큰 일이 생긴 걸까?이때 수보가 겉옷을 걸치고 나오며, 우문호의 팔을 잡고 물었다.“무슨 일입니까?”우문호가 답했다.“나도 모르네. 하지만 셋째 형님에게 무슨 일
스무 명이 넘는 자 중 단 한 명만 생포하고 나머지는 전부 섬멸되었다.안왕은 재빨리 위왕의 혈을 눌러 지혈한 후, 중상을 입은 위왕을 데리고 저택으로 돌아왔다. 먼저 의원을 찾으러 간 사람이 있었기에, 의원은 이미 저택에 도착해 있었다. 이때 안왕이 피투성이가 된 채, 의원의 옷깃을 움켜잡았다.“살리시게, 살려야 하네. 꼭 살아야 하네.”의원이 바로 약상자를 내려놓으며 말했다.“진정하십시오.”의원이 위왕의 옷을 가위로 자르자마자, 상처가 바로 드러났다. 다행히도 먼저 지혈한 덕분에 저택까지 돌아올 수 있었다.하지만 심각한 부상 상태와, 깊은 복부의 자상 때문에 장기를 다친 것으로 판단한 의원은 간단한 처리를 마친 후, 안왕에게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소인의 의술이 부족한 탓에, 치료를 감당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경성에서 다치셨다면, 희망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강북부는 의료가 낙후된 지역이다. 비록 혜민서를 설립한 이후 의사를 집중적으로 양성하긴 했지만, 경성에 비하면 여전히 많이 부족했다.안왕이 숨을 헐떡이며 눈에 핏줄을 세우고 소리쳤다.“중상을 입었는데 어찌 도성으로 돌아가란 말인가? 긴 여정을 견딜 수 있을 것 같은가?”의원이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쉬었다.“그것도 참 문제입니다. 황실 친왕이 자금단을 가지고 계신다고 들었는데, 혹시 저택에 있습니까?”“없네!”안왕은 위왕의 호흡이 점점 미약해지는 모습을 보며 절망감에 휩싸여 털썩 주저앉았다.“내가 갖고 있던 자금단은 이미 먹은 지 오래된 것이네.”“경성… 경성으로…”의식을 잃은 위왕은 그저 경성이라는 말만 중얼거렸다.안왕은 눈물을 닦으며 무릎을 꿇었다.“형님, 조금만 더 버티십시오. 의원이 약을 썼으니, 황후가 오실 때까지 며칠만 버티십시오.”심각한 상황이니, 경성으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 돌아가려면 최소 일주일 이상은 걸리지만, 황후는 아마 사흘 안에 도착할 수 있었다. “경성으로……”위왕은 의식을 잃기 전까지 계속해서 경성을 찾았다. 그곳은 그가 너무
위왕은 마음속에 또 하나의 걱정이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다섯째가 곧 강북부에 오는 것이었다. 비록 이 일은 소문내지 않았지만 이렇게 오랫동안 순행했으니, 소문이 새어나가게 마련이다.설령 그가 강북부에 온다고 밝히지 않다고 하더라도 그의 최종 목적지가 강북부라는 것은 바로 짐작할 수 있었다. 그래서 그는 북막인들이 다섯째에게 해를 가하려는 것은 아닐지 걱정되었다.아무래도 단 한 순간도 북막인의 야심은 멈춘 적 없었기 때문이다.그래서 그는 방심하지 않고, 허점을 찾아내겠다는 결심을 다지며 이들을 감시했다. 확실한 증거가 없는 어디까지나 본인의 추측일 뿐이기에, 그는 이 일을 아직 넷째에게 말하지 않았다. 섣불리 말을 꺼냈다가, 그들이 진짜 금나라 상인이라는 것이 밝혀지기라도 한다면, 두 나라의 사이만 영향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비록 무장이지만, 외교적인 문제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아주 작은 불씨라도, 마음먹은 자가 부추기면 걷잡을 수 없는 큰불이 될 수 있는 법이기에, 섣불리 행동해서는 안 되었다. 그리고 감시 끝에 마침내 이상한 점을 포착했다. 처음엔 열댓 명 정도였던 이들 무리는 이틀 사이 스무 명 이상으로 늘어났다. 새로 온 자들은 앞선 사람들과는 다르게, 군인이라기보다는 강호 인사의 분위기를 풍겼으며, 무공 또한 약하지 않아 보였다.위왕은 경계심을 품고, 밤새 직접 사람들을 이끌어 조사에 나섰다.앞서 만났던 금나라 사람들은 여전히 질문에 순순히 응했지만, 새로 온 강호인들은 거만한 태도를 보였다. 위왕의 질문에도 그저 시큰둥한 태도만 보이며 북당인이라는 것을 증명했다. 위왕은 건방진 그들의 태도에, 몇 마디 호통을 쳤고, 그 모습에 강호인들은 참지 못하고 바로 위왕에게 손을 쓰려고 했다.위왕은 조사하기 위해 온 터라, 데리고 온 부하도 단 몇 명 뿐이었기에, 상대가 일반적인 조사에도 이렇게 쉽게 공격하려 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앞서 온 금나라인들이 말리려 했지만, 그들이 손을 쓰자, 사태가 수습되지 않을 것을 알았다. 그리고
남강에 며칠 머무는 동안, 아홉째와 함께 남강의 풍경을 둘러보고, 북강에도 다녀왔다.지금 북강 백성들은 조정에 대한 소속감이 아주 강했다. 지난 몇 년 동안 남강을 다스린 정책이 정말 훌륭했기에, 백성들 모두 좋은 날을 보낼 수 있었기에, 자연스레 황제에 대한 존경심도 깊어진 것이었다.황제와 황후가 지나가는 곳마다 백성들은 길가에 모여서 열렬히 환영했다.그들은 이번 순행 내내 오계부에서 신분을 밝힌 것 외에는 항상 미복으로 다녔다. 하지만 남강에서 우문호는 황제의 신분을 드러냈다.우문호는 백성들의 신뢰와 경외심에서 큰 성취감을 느꼈고, 매우 기뻤다. 그는 줄곧 원경릉의 손을 잡고 얼굴에 웃음을 띠고 있었다.과거 북강은 방어를 위해 무술 함정이 많았지만, 이제는 모두 제거되었다. 그리고 많은 백성이 산 아래 평원으로 이주하여, 새로운 마을을 이루었다. 정화를 구하러 왔을 때와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기쁜 마음과 함께 우문호는 감사함도 느꼈다. 이것은 결코 그 혼자만의 공로가 아니기 때문이었다.남강을 떠나야 하는 날이 다가오자, 원경릉은 만아와 여덟째를 떠나는 것이 못내 아쉬웠다. 하지만 곧 변성으로 가야 했기에, 아쉬움을 느낄 수 있는 것도 잠시였다. 남강을 벗어나자마자, 그녀는 아이들과 만날 생각에 들뜨기 시작했다."원 선생, 그들에게 말했소?"길에서 우문호가 물었다."아니, 몰래 가는 것이오."원경릉은 웃으며 말했다."교활하구먼. 그래도 만두가 이미 알려줬을 수도 있을 텐데."지금은 경단과 찰떡, 그리고 계란이 셋만 그곳에 있었다."셋이 다섯 개 성을 다스린다니, 분명히 힘들 것이오."원경릉이 안타까운 표정으로 말했다."그렇소. 그래도 예전보다는 나아졌네. 이제는 태평해 보이니."우문호도 아이들이 안쓰러웠다."이번에 가서는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며 충분히 쉬게 해줘야 하오."사실 성하나를 다스리는 것과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본질적으로 다른 점 없이, 매우 힘든 일이었다.한편, 강북부에서는 최근 강북부 무구산 주변에 신비한 상단
그러자 홍엽이 그를 바라보며 멈칫했다."자네가 중매를 서겠다고?""안 되오?""말도 안 되는 소리 말게. 자기 혼사도 해결 못 하는데 중매는 무슨. 난 못 믿네!"냉정언이 어깨를 으쓱였다."못 믿으면 말고. 이래 봬도 내가 명문가 아가씨나 협녀를 많이 알고 있소."홍엽은 손으로 그의 목을 움켜잡으며 소리쳤다."알고 있는 아가씨가 있으면 진작 말했어야지! 경성으로 돌아가자마자, 당장 소개해 주시게!"냉정언은 웃으며 그의 손목을 옆으로 밀어냈다."중매 값이 워낙 비싸서. 십만 냥 아니면 쉽게 안 나서오.""돈이 대수요?"홍엽이 교활하게 웃으며 말했다."우린 지금 한집에 살고 있소. 그러니 자네가 돈을 어디에 숨겼는지, 다 알고 있네. 그동안 꽤 많이 챙겼으니, 돌아가서 돈은 두둑이 주겠네."그 말에 냉정언이 깜짝 놀랐다."내 돈을 노리고 있었소? 진짜 도둑을 집에 들였군! 늙어서 쓸 돈이네, 그 돈을 혼사에 쓸 생각은 하지 마시오!""명여가 우리를 챙길 테니, 그렇게 쩨쩨하게 굴지 마시오."홍엽이 새침하게 말했다."나도 돈이 많소. 다만 남의 돈을 쓰는 게 훨씬 재밌을 뿐이네."냉정언이 숨을 들이쉬었다."안 되겠네. 경성에 돌아가자마자 자네를 쫓아내야겠소."홍엽이 말했다."쫓아낼 수 있으면 쫓아내 보시게. 게다가 자네가 나를 청할 때, 뭐라고 했는가? 얼마든지 살아도 된다고 했잖소. 이제 와서 후회하는 것이오?""이야, 홍엽, 어찌 이리 뻔뻔스러워진 것이오?""뻔뻔하지 않으면, 어찌 당신 집에서 이렇게 공으로 먹고살 수 있겠나?"홍엽은 크게 웃으며 그의 어깨에 팔을 얹었다."수보, 신을 모시는 건 쉬워도 보내는 건 어렵다고 하잖소. 이미 집안에 들어갔으니, 쫓아내기는 힘드네. 후회해도 소용없소. 수보의 등골 빼먹다 죽을 것이오. 관에 수의까지 얻어 쓸 생각이라, 죽으면 자네가 장례식까지 마련해줘야 하네."수보는 그를 한참 바라보다가, 애써 이를 악물며 말했다."진짜 뻔뻔하오!"홍엽은 박장대소했다.멀리 복도 끝에
“예, 그립습니다. 하지만 이곳에서 놀고 싶기도 합니다.”그는 말하다가, 갑자기 신이 난듯 몸을 들썩이며 말을 이어갔다.“여긴 정말 재미있습니다. 아홉째와 나가면 큰 산도 있고, 꽃도, 나무도 많습니다. 물고기도 많고, 사람도 많고, 뭐든지 엄청 많았습니다.”우문호는 웃으며, 못내 안쓰러움을 느꼈다. 예전에 그를 궁 안에 가두고, 거의 밖으로 데리고 나가지 않았다. 게다가 다른 사람이 그를 데리고 나가는 것도 신경 쓰였다.“이곳이 마음에 들면, 좀 더 오래 있어도 된다.”우문호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예, 정말 좋습니다. 다만, 형님과 형수님이 그리웠습니다. 이렇게 오셔서 정말 다행입니다.”여덟째는 흥이 오른 상태로 그의 팔짱을 끼며 말했다.“어서 들어가시지요! 아홉째가 형님이 내일 오신다고 맛있는 음식을 많이 준비했습니다.” 그는 뒤돌아 원경릉에게 외쳤다.“형수님, 빨리 따라오십시오. 맛있는 거 많습니다.”미색은 웃으며 꾸짖었다.“이 무심한 녀석, 다섯째 형수님만 챙기고, 여섯 형수가 배고픈지는 묻지도 않는 것이냐?” 여덟째는 그제야 미색을 본 듯, 놀라서 눈을 크게 뜨고 말했다.“여섯째 형수님도 오셨습니까? 여섯째 형님도 오신 것입니까? 와, 너무 좋습니다!”“질투하다니?”원경릉은 미색의 어깨를 가볍게 토닥이며 미소를 지었다.“여덟째는 너보다 나를 더 좋아하는 것이다.”“아유, 참!”미색은 일부러 그렇게 말했다.여덟째는 바로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항상 그림과 책자를 선물하는 여섯째 형수님도 좋아했기 때문이다.그는 말을 더듬으며 말했다.“그... 그럼 같이 드시지요. 음식 많습니다.”“장난이다. 난 질투 안 해.”미색은 기쁘게 말했다.여덟째는 그제야 마음을 놓았고, 다들 웃으며 안으로 들어갔다.원경릉이 만아에게 말했다.“정말 이곳에서 즐겁게 지내고 있구나. 예전보다 훨씬 활발해졌고, 말도 많이 하네. 이 모든 게 아홉째 덕분이다.”만아는 웃으며 말했다.“예, 둘이 시간이 날 때마다 밖으로 나가, 더
원경릉은 발끝을 들어 그의 뺨에 입을 맞추고는, 환한 미소를 지었다.우문호는 그런 그녀를 와락 끌어안으며 말했다.“원 선생, 행복하오?”“행복하오.”“하하하. 지금이 아닌, 나와 함께했던 모든 날이 행복했냐고 물어보는 것이오.”“모든 순간이 당연히 행복하고, 기쁘오!”원경릉은 스스로를 자조하듯 웃었다.“나 같은 집순이가 이렇게 결혼생활이 행복할 줄 누가 알았겠소?”한때 그녀는 자신이 평생 결혼하지 못할 거라 생각했고, 사랑 없는 삶도 부족함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그녀는 사랑을 중요하지 않다고 여겼었지만, 사랑은 사실 정말로 중요했다.산꼭대기에 앉아, 차가운 바람을 맞고 있었지만, 추위는 느껴지지 않았다. 그녀는 지금의 풍경을 눈에, 그리고 마음에 깊이 새기고 싶었다.그리고 함께 늙어간 후, 다시 천천히 되새기고 싶었다.영산에서 내려온 후, 그들은 다시 여정을 이어나갔다. 이번 목적지는 바로 남강이었다.명절이 지난 뒤, 아홉째는 여덟째를 데리고 먼저 남강으로 돌아갔다. 다들 그가 그곳에서 잘 지내고 있는지 궁금했다.남강 땅은 오랜만이었다. 마지막으로 발을 디딘 건, 정화를 구하러 갔을 때였다.남강으로 가는 내내 홍엽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냉정언이 물었다.“남강에 가면, 못난이를 만날 것이오?”“만나야지.”홍엽이 답했다.“물론 만나야지!”못난이는 오랜 시간 그와 함께했던 사람이니, 만나야 했다. 못난이가 종종 편지를 보내오긴 했지만, 자기 상황은 거의 말하지 않았다.반면 아홉째는 편지에서 북강의 소식을 자주 전해주었다.지금의 남강은 어느 정도 통일되어 있었고, 북강과 남강도 평화롭게 공존하고 있었다. 그동안 이익 문제로 양측의 왕래가 더욱 빈번해졌다.아홉째는 편지에서 못난이가 북강의 민심을 얻었고, 성격도 예전보다 훨씬 밝아져, 마치 다른 사람이 된 듯하다고 전했다.홍엽의 마음엔 기대와 기쁨이 섞여 있었다. 그도 지금 잘 지내고 있으니, 못난이도 잘 지내길 바랐다.우문호는 남강에서 돌아온 후, 변방으로 갈
그 일을 떠올리자, 꿈에서 본 일이라 그런지 마치 얼마 전에 있었던 일처럼 느껴졌다.그때 그들은 죽을 만큼 힘든 소년들이었는데, 지금은 한없이 한가한 노인이 되었다.세월은 덧없이 흘러갔고, 그동안 그들은 많은 사람들을 잃었다.무상황은 자신의 황후였던 소봉을 떠올렸다.그들은 줄곧 전형적인 황제와 황후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는 나라를 다스렸고, 그녀는 후궁을 다스렸다. 비록 그가 그녀를 괴롭히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많은 애정을 주지도 않았다.그렇게 평범하게 평생을 함께했지만, 그녀가 떠나는 날, 그는 마음속 한 조각이 떨어져 나간 듯한 슬픔을 느꼈다.평생 함께했던 사람이 자신보다 먼저 떠날 거라 생각하지 못했기에 더욱 아팠다.세 사람은 한참 동안 넋을 잃고 있다, 다시 길을 나섰다.유아독존과 관련된 일이 생각보다 커졌지만, 모든 소란은 결국 가라앉게 될 것이다. 모든 소문도 점점 사그라들기 마련이니, 그들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하지만 세 사람이 여행하는 영상이 점점 유명해지면서, 유아독존은 더 심하게 비난을 받았다.현실에서 함부로 욕설을 내뱉으면 얻어맞을 수도 있지만, 인터넷에서는 당당한 명분이 있었기에 악성 댓글을 다는 자들은 마음껏 욕을 퍼부었다.그리고 어느 날, 추 어르신이 오래도록 인터넷의 댓글을 훑어보면서 잠시 생각에 잠긴 듯했다. 그는 이내 해가 지는 장면을 찍어 짧은 영상을 올렸다. 그리고 영상에 한마디만 덧붙였다.“분쟁 없이, 오직 평화만 있기를.”그는 모든 다툼이 끝나길 바랐고, 누군가를 벼랑 끝으로 몰지 않기를 바랐다. 단지 말로만 승부를 겨루는 사람은 그들의 적이 아니기 때문이다.음... 무엇보다 적이 될 자격도 없었다!영상이 올라간 지 이틀 뒤, 유아독존은 마침내 사과 영상을 올렸다. 그는 질투와 시기로 무술을 모독한 것을 사죄했고, 은퇴를 선언했다. 그리고 직접 그들의 계정을 태그해 진심으로 사과했다.진심 어린 사과는 항상 용서를 가져오는 법이다. 그리고 악성 댓글을 달던 사람들도 마침내 욕설을 멈췄다.
삼대 거두는 늦은 시각이 되어서야 일어났고, 숙취에서 깨어나니, 이미 날이 밝아져 있었다. 그들은 아직 잠에서 깨지 않아, 눈앞의 모든 것이 몽롱해 오늘이 무슨 날인지조차 모를 정도였다.태양이 서서히 떠오르며 하늘에 떠 있는 주황빛 구름은 점점 짙은 금빛으로 변했고, 금빛 가장자리에는 붉은색이 덧씌워져, 눈부시게 아름다웠다.소요공이 눈을 비비며 말했다."꿈을 꿨네."추 어르신과 무상황은 동시에 그를 바라보며 이구동성으로 물었다."무슨 꿈을 꿨는가?""꿈에서 숭이가 사내에게 속았는데, 우리가 직접 나서서 복수를 해줬다네."추 어르신과 무상황은 놀라서 동시에 숨을 들이켜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귀신이 곡할 노릇이네."말이 끝나자,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깜짝 놀라 외쳤다."자네도 꾼 것인가?""그렇네!""그렇네!""설마 우리 셋이 똑같은 꿈을 꾼 것이오?"소요공도 깜짝 놀랐다.그 일은 그렇게 중요한 일도 아니었고, 어떻게 된 일인지 가물가물할 정도로, 그저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만 어렴풋이 기억할 정도였는데, 꿈에서는 그 장면 장면이 또렷하게 떠올랐다.그리고, 이 꿈은 당시 엄청난 부담을 받고 있던 그들에게 정말 훌륭한 감정 해소가 되었다. 그들은 모든 고통과 억울함, 스트레스를 주먹질로 시원하게 풀어냈다.한편, 무상황은 자신이 황후를 소홀히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그때 무슨 상황이었는지 기억하는가?"추 어르신이 흥분한 듯 말했다."물론 기억은 나네. 당시엔 소봉이가 궁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적성루 사람들을 많이 그리워했네. 게다가 나도 자네들과 어울리느라 바빠서 황후를 소홀히 했네. 그래서 적성루 상궁과 숭이를 궁으로 불러, 이야기를 나누게 했지."사실 기억이 가물가물했지만, 꿈속에서 다시 겪은 덕분에 자세히 생각났다.그때 어서방의 회의가 끝나고, 소복이 무심히 물었다."폐하, 황후 마마를 오랫동안 못 뵙지 않으셨습니까?"그는 소복의 말이 소봉을 보러 가자는 암시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