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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884화

Author: 유애
말을 마치고 원경릉에게는 인사도 없이 계속 사람들을 데리고 안으로 짐을 옮겼다.

그 모습을 보자 원경릉은 속으로 생각이 들었다. ‘힘든 임무는 무슨? 벌써 이사올 심산이었구만.’ 입궁해서 할부로 매화장을 다시 사겠다는 것도 그저 말한 것 뿐으로, 안풍친왕과 잔꾀 대결에서 태상황이 진 게 확연했다.

권하는 말을 한 마디도 안했는데 와서 쓱 보기만 하고도 이사오겠다고 바로 동의한 건, 원래부터 그럴 심산이었을 것이 분명했다.

원경릉은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났다. 어쨌든 잘된 셈이잖아? 태상황의 소원대로 만년에 동지들과 시끌벅적하게 자유롭고 즐거운 날을 보내게 되었으니 말이다.

초왕부로 돌아가며 원경릉은 우문호에게 이 얘기를 했다.

우문호가 잠시 생각한 뒤 말했다. “아마도 돈이 없고 살 곳이 없어 돌아온 것만은 아닐지도 몰라. 어쩌면 내가 보위에 오른 뒤에 어떻게 하는지 지켜보시려는 걸꺼야. 물론 돈이 없는 게 가장 큰 이유겠지만.”

원경릉이 말했다. “안풍친왕 부부는 왜 그렇게 가난해? 돌아오신 뒤에 분봉 안 받으셨어?”

“돌아오신 뒤로 바로 숨었는데 분봉을 어떻게 받아?”

“왜 숨으신 건데?”

우문호가 설명했다. “어쨌든 민간에도 조정에도 두 분이 황위를 찬탈하려 한다는 사람이 있으니깐. 전에 그런 일도 있었으니 사람들이 오해할 만도 하지. 하지만 두분도 굳이 변명하지 않으셨어. 됐어, 내가 보위에 오른 뒤에 두 분을 마땅하게 모셔드릴 테니까. 남은 시간 더 잘 지내시도록.”

막 이 말을 하는데 경호에서 봤던 검은 옷의 사람들이 떠올랐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을 먹여살리려면 확실히 힘이 들거다. 아니다. 역시 이리율에게 생활비를 보내라고 하자. 그런데 그동안 이리율은 왜 생활비를 안 보냈지?’

이 문제는 잘 기억했다가 나중에 이리 나리를 만나면 똑바로 물어봐야겠다.

“아, 이리 나리하니까 생각났는데, 어제 일곱째가 이리 나리 아내가 임신했다고 했어.” 우문호가 말했다.

“….” 원경릉은 완전 어이가 없어서 화가 나 물었다. “이리 나리 아내면 자기 동생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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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ugnay na kabanata

  • 명의 왕비   제 2885화

    희상궁 의견은 일단 다른 왕비들이 요부인 혼수로 뭘 해주는지 보고, 격식보다 실용적인 걸 주는 게 제일 낫겠다고 했다. 요부인이 금은보석을 별로 귀히 여기지 않을뿐더러, 관건은 초왕부에 금은보석 자체가 없기 때문이었다. 다음날 원경릉은 왕비들을 전부 이리 나리 저택으로 불러들여 혼수를 어떻게 준비할까 상의했다. 그러나 원래 혼수란 것이 연장자가 손아랫사람에게 장만해 주는 것으로, 다들 요부인보다 어렸기 때문에 혼수란 이름으로 해 줄 수 없지만 성의란 게 있으니 못 할 것도 없었다. 그렇기에 혼수라는 명분이 아닌 그저 공주 쪽에서 적당히 챙겨 주는 것으로 했다.동서들이 이리 나리 저택에서 모인 이유는 시누이인 공주가 회임해 이동이 불편하므로 회합 장소를 옮겨 겸사겸사 공주도 보기로 한 것이었다.어린 시누이에게 다들 애착이 상당했지만 의외로 우문령이 회임한 사실을 원용의 외에 다른 왕비들은 전혀 몰랐다. 전에 시누이가 그렇게 이리 나리와 합방을 원해도 오래 걸려 힘들게 이루어졌으니, 임신도 금방 될 리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매사에 느긋하고 합방도 몇 년이나 미루던 이리 나리 부부이니 애를 갖는데도 몇 년은 걸려야 정상인데 이렇게 덜컥 회임하리라곤 아무도 생각 못 해 모두 화들짝 놀랐다.원경릉이 우문령을 진찰하고 초기 임신 반응을 묻자 부끄러워하며 잠이 계속 쏟아지는 것만 제외하면 별다른 반응은 없다고 했다. 하지만 입맛은 좀 변해서 신 것도 매운 것도 다 좋고 먹을 수 없으면 견디기 힘들다고 했다.“그래서 그이가 저에게 먹을 걸 장만해 주느라 늑대파 사람들을 다 달달 볶는 바람에 힘들어 하세요.” 우문령이 행복하게 웃었다.“이리 나리께서 전혀 이리 나리답지 않으시네요.” 미색이 말했다.“애처가인 거지.” 원용의가 웃으며 말했다. 원용의는 우문령과 이리 나리의 순수한 사랑을 좋아했다. 그리고 이리 나리는 걸핏하면 돈을 팍팍 들인 선물을 사서 령이에게 주는데 이 호탕함이 또 쉽게 볼 수 있는 게 아니었다.손 왕비가 한숨을 내쉬었다. “우리 집 그분이

  • 명의 왕비   제 2886화

    명원제도 통 크게 요 부인에게 땅과 저택을 하사해 실질적으로 그들의 생활을 보장해 주었다. 이렇듯 명원제가 딸 시집보내듯 챙겨주는 행동들이 진심으로 첫째 며느리를 아낀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어쨌든 요 부인은 여전히 군주의 어머니이다.혼례 전날 밤 원경릉과 동서들은 요 부인의 저택에 모여 신부를 도와주며 혼례 의식에 따라 진행했다.요 부인의 친정은 요 부인이 본가로 돌아와서 출가하기를 원했지만, 요 부인은 자신의 집에서 조금도 꿈적이지 않기에 그녀가 하자는 대로 하기로 했다.요 부인이 혼례복을 입자 아름다움이 조금도 없어지지 않고 얼굴은 행복으로 가득한 것이 모두가 기쁘기 그지 없었다.호명파를 불러 요 부인의 머리를 빗기게 한 뒤 모두 경단을 먹으러 나가서 원경릉과 요 부인만 방 안에 남았다.요 부인이 일어나 원경릉에게 정중하게 절을 하고 감격한 눈빛으로 고마움을 전했다. “감사하다는 말 한마디로 태자비에 대한 고마움을 다 표현할 길이 없습니다. 이 절 받으세요.”원경릉이 요 부인에게 손을 뻗어 팔목을 잡았다. “그런 말 말고 앉으시오. 우리 얘기 좀 합시다.”요 부인이 앉아서 부드러운 얼굴로 물었다. “태자비, 제 감사 인사는 진심입니다. 태자비가 아니었으면 난 벌써 죽었을 테니 오늘의 행복이 어디 있기나 하겠습니까?”“예전 일을 들먹여서 뭐해요? 앞으로가 새로운 시작인걸요.” 원경릉이 미소를 짓자 요 부인이 살짝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뇨, 예전 일도 얘기해야죠. 이렇게 좋은 날이 있을 거라고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없어요. 솔직히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아요. 사혼 성지가 내린 뒤로 실감이 나지 않아 결국 안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좋은 일은 항상 저와 인연이 없었으니까요..”“앞으로는 행복한 날만 있을 겁니다. 훼천은 요 부인을 사랑하니까, 앞으로 무슨 일이 있든 훼천은 늘 요 부인 곁을 지키며 사랑할 게 틀림없어요.”요 부인이 감동받아 눈물을 글썽였다. “누군가에게 보호받는다는 느낌은 정말 좋군요. 하늘이 무너져도 두려워할 필요

  • 명의 왕비   제 2887화

    원경릉이 미색에게 정화 군주를 불러오라고 했다. “이런 경사에는 다 같이 있어야지.”“그래요, 제가 직접 다녀오죠. 안 온다고 하면 꽁꽁 묶어서라도 데려올게요!”항상 못 하는 일이 없는 미색이 말을 타고 금방 정화 군주를 데리고 돌아왔다.미색이 캄캄한 집에 정화 군주의 손목을 잡고 들어서자, 모두가 문 앞에서 서서 기쁜 표정으로 정화 군주를 맞이했다. 그러자 정화 공주는 마음이 따듯해지며 얼굴에 드리웠던 그림자가 사라지고 기쁜 웃음으로 미색과 들어갔다.두 군주도 마침 화장을 마친 참이라 때가 되면 같이 나갈 생각이였다.군주들은 지금 응어리 하나 없이 심지어 아주 기쁜 표정인 것이 훼천을 정말 좋아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훼천은 두 군주의 신임과 존경을 얻어낸 것과 다름 없었다.다음날 영친례가 시작되고 훼천이 있는 늑대파 형제들이 호탕한 걸음으로 풍악을 울리며 오는데 영친 대열이 어림잡아 못 되도 백 명은 넘는 것이 진용이 정말 대단했다.동서들은 손을 잡고 복도에 서 있었고, 요 부인은 수모의 부축을 받고 천천히 걸어 나갔다.햇살 좋은 날, 훼천은 신랑 예복을 입고 준마 위에 앉았다. 기쁨과 감격에 찬 훼천이 마침내 학수고대하던 오늘을 맞은 것이다. 사혼 성지가 내린 그날부터 모두 오직 이날만을 기다려 왔다.훼천은 가장 사랑하는 여인을 아내로 맞아 평생 기쁨과 슬픔도 함께 하며 생사를 같이 하겠다며맹세했다.요 부인은 붉은 면사포로 얼굴을 가려 붉은 비단신만 보였으나, 훼천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이글이글한 시선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가마에 오르려는 찰나, 갑자기 훼천의 발소리가 들렸고, 눈앞에 강력한 존재감이 느껴지며 훼천의 손이 요 부인의 손목을 딱 잡았다. “내가 아내를 가마에 태워 주겠소!”그러자 요 부인은 콧날이 시큰했다. 결국 가마를 타는 순간 눈물이 면사포 아래로 떨어지며 훼천의 손등을 타고 흘러 내렸다.훼천이 요 부인의 손을 잡고 담담한 목소리로 다짐했다. “앞으로 다시는 눈물 흘릴 일 없을 거야.”이 한마디 말이

  • 명의 왕비   제 2888화

    원경릉이 우문호를 부축하며 퉁명스럽게 말했다. “신랑은 술을 주고 당신은 아주 목숨을 준 것같네, 하여간 말려도 듣지를 않아.”“하하하. 좋아서 그래, 내가 너무 좋아서!” 우문호의 팔이 원경릉의 어깨에 걸쳐 있었는데 마차가 흔들리니 속이 울렁거려 또 토하고 싶어졌다. 그래서 몽롱한 눈으로 원경릉을 보며 아양을 떨었다. “원 선생, 나 지금 당신 입덧 때 느낀 고통을 느끼느 있는 것 같애.”원경릉은 약상자에서 약을 한 알 꺼내 우문호 입에 넣어주며, “꿀떡 삼켜!”우문호가 목을 길게 늘이고 약을 삼키더니 하하 웃으며 말했다. “천재 의원 아내를 두니까 진짜 좋네. 어떤 병에 걸려도 걱정할 필요가 없어!”원경릉이 우문호를 일으켜 앉히며 말했다. “훼천이 혼인한 게 그렇게 좋아?”원경릉은 우문호와 훼천이 이렇게 관계가 좋은 줄은 몰랐다.우문호가 이마를 받치고 말했다. “요 부인 혼례라 그래. 훼천 때문에 행복해서가 아니라. 요 부인 때문에 기분이 좋은 거라고. 자칫하면 평생을 우문군 때문에 망가질 뻔했잖아. 이제 행복해졌으니 안심이야.”원경릉은 다소 의외였다. 매사에 대충대충인 우문호가 갑자기 이렇게 섬세해지다니 말이다.“그래, 나도 안심이네.” 원경릉이 속삭였다.우문호가 일어나 원경릉을 덜썩 끌어안았다. “원 선생, 우리도 고진감래인 셈이야.”원경릉이 고개를 끄덕이려는 찰나 우문호가 크게 웃기 시작했다. “훼천 이 바보, 어쩌면 첫날밤까지 동정일지도 몰라. 이리 나리에게 들었는데 훼천은 전에 여인을 가까이 한 적이 없데.”원경릉도 따라 웃었다. “별걱정을 다 하네.”‘그 일을 할 줄 알고 모르고가 어딨어? 배우지 않아도 다 알아서 할 수 있는 거 아닌가?’한편 신방은 갓난아기 팔뚝만한 용봉화촉이 불을 밝히고 있었다. 훼천은 요 부인의 면사포를 걷어내더니 한없이 바라만 보고 있었다.반쯤 취한 훼천의 가슴은 기쁨으로 출렁였고 촛불은 바람에 일렁였다. 불빛이 막 타오르는 가운데 요 부인이 화난 얼굴이 슬그머니 보였다. “뭘 봐요?!”훼천

  • 명의 왕비   제 2889화

    원경릉은 안 왕비 안색이 좋은 것을 보고 강북부 생활이 꽤 괜찮았구나 싶어 마음이 상당히 가벼워져 안왕의 근황은 어떤지부터 물었다.그에게 관심이 있어서가 아니라 안왕에 대해 불신이 가득했기 때문에 안왕에게 대체 어떤 변화가 생겼는지 알고 싶었다.안 왕비가 말했다. “강북부의 나날은 정말 한가했어요. 남편도 할 일이 없었는데 어쩌다가 셋째 아주버님과 만나 황무지 일대를 개간해서 작물 재배에 관해 상의나 했어요.”“그거 좋네요!” 원경릉이 말했다.“확실히 그렇긴 하죠. 하루종일 무료하긴 했지만 안왕 전하가 이전보다 집에 있는 걸 더 좋아했던 건 어쩌면 안지의 공로일지도 모르겠네요.” 안 왕비가 부드럽게 안지를 바라봤다.안지는 귀엽고 예쁘게 자랐다. 우문씨 집안 특유의 긴 속눈썹으로 눈을 감고 잘 때 특히나 평안하고 고요해 보였다.안지는 정말 정말 침착하고 조용했으며 계란이와는 달랐다. 계란이는 겉으로는 차분하고 부드럽게 보이지만 눈을 뜨는 순간 고요한 작은 얼굴에 뜨거운 불길과 교활함을 숨기고 있는 것 같다는 착각마저 들게 했다.그래서 고요한 모습은 약간 위장이란 느낌이 들었다. 물론 그건 원경릉 생각일 뿐이고 우문호는 원경릉의 이런 생각에 완전 반대했다. 우문호에게 자신의 딸은 천하에서 제일 착한 아이로 울지도 않고 떼도 안 쓰고 심지어 쌍둥이보다 더 차분했기 때문이었다.‘맞아.” 안 왕비가 순간 뭐가 떠올랐는지 급히 말했다. “셋째 아주버님이 어쩌면 거기서 가정을 꾸릴지도 모르겠네요.”“뭐라고요?!” 원경릉이 놀라서 안 왕비를 노려 보았다. “혼인할 거란 말인가요?”안 왕비가 안지를 안고 살살 흔들어 주며 말했다. “왕야가 하시는 말을 들은 건데 강북부의 주 지부 딸이 셋째 아주버님한테 반해서 종일 쫓아다녔고 둘이 산에서 함께 이틀이나 보낸 적도 있어요. 젊은 남녀다 보니 주 지부는 이미 셋째 아주버님을 사위로 대하고 있고, 셋째 아주버님의 태도가 어떤지는 저도 잘 몰라요. 셋째 아주버님도 경성으로 돌아오시는 중인데 일이 있어 좀 지체된다고

  • 명의 왕비   제 2890화

    안 왕비가 답했다. “확실한 건 아니고 집안의 가신이 하는 얘기를 들은 거예요. 셋째 아주버님께서 주 아가씨를 데리고 경성으로 오시면 정화 군주가 자신의 진짜 속마음은 사실 함께하고 싶다고 알아채실지도….”원경릉이 놀라 안 왕비 말을 끊었다. “셋째 아주버님이 만약 그런 생각을 하고 계신다면 머리가 어떻게 된 게 분명해요!”안 왕비가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 “그럼, 아주버님이 정말 아가씨를 데리고 왔다면 태자비는 어떻게 할 거예요? 그 아가씨가 죽자 살자 매달리면 사람을 시켜 주 아가씨를 돌려보내야 하는 거 아닌가요?”“아주버님께서 상대에게 기회를 주지 않는 이상 상대도 쉽게 매달릴 수 없어요. 주 아가씨와 상관없으면 자기가 알아서 의심받을 일을 피하기 마련….” 원경릉이 말을 그만두고 잠시 생각해 보더니 안 왕비 말이 일리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일은 그들이 간여할 수 있는 게 아니며 그저 감정적으로 정화 군주가 안타까울 뿐이었다. 사실 위왕이 재혼을 하려고 한다는 건 지극히 정상적인 일이었다.동서 둘은 마주 보고 하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저녁에 우문호가 돌아오자마자 원경릉이 이 얘기를 했고 우문호가 듣더니 미간을 찌푸렸다. “셋째 형 머리가 진짜 어떻게 된 것인가? 여자를 데리고 와서 뭘 어쩌자는 거지? 안돼 절대, 안 된다!”우문호는 바로 문을 열고 서일을 찾아 사람을 보내 위왕이 주 아가씨를 데리고 경성으로 오고 있는지 물어보게 했고, 서일은 곧바로 귀영위를 보냈다.서일처럼 건성건성 사는 사람도 위왕이 여자를 데리고 오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원경릉이 우문호에게 제안했다. “이 일은 안 왕비도 확실한 게 아니라고 했으니 안왕에게 물어보는 게 어때? 안왕은 위왕이랑 있었던 시간이 많았으니까, 형제지간에 비밀을 숨기거나 하지 않았을 거야. 위왕이 정말 주 아가씨한테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좀 물어봐 줄래? 마음이 있는 거면 강북부에서 우리 모르게 혼인하면 되니까 정화 군주에게도 얘기하지 말라고 해.”“위왕이 다른 여자를 아

  • 명의 왕비   제 2891화

    우문호가 열 받아서 소리쳤다. “그게 무슨 헛소리야! 내가 왜 셋째 형 생각을 안 해? 하지만 그 일이 있은 지 얼마나 됐다고. 셋째 형이 앞으로 혼인하고 첩을 다섯을 두든 일곱을 두든 내 알 바 아니지만 지금은 안 돼. 이 일이 조용히 그냥 지나갈 거 같아?”“어쨌든 이 일은 내가 관여할 수 있는 일이 아니야. 네가 직접 형이랑 얘기해. 난 물어볼 일 없으니까.”“가운데서 나쁜 짓 꾸미고 있는 거 아니지?” 우문호가 의심가는 표정으로 묻자 안왕이 불쾌한 듯 대답했다. “내가 무는 짓을 꾸미긴 뭘 꾸며! 왜? 내가 주 아가씨를 형 침상에 보낼까 봐? 넌 네가 뭐라도 되는 줄 아나 봐? 넌 태자지만 아직 황제가 아냐. 이렇게 남일에 참견하는 게 좋으면 초왕부나 잘 관리하셔. 다른 사람 일에 감 놔라 배 놔라 하지 말고.”우문호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지금 그 말은 두 사람이 이미 엎어진 물이란 소리야?”안왕이 뒷짐을 지더니 모르는척 했다. “난 몰라,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셋째 형과 주 아가씨 일에 관해 내가 알고 있는 건 주 아가씨가 도망치는 형을 쫓아다니며 형이 아니면 혼인하지 않겠다고 한 것 뿐이야. 아, 주 지부도 나한테 중간에서 중매를 설 생각 없냐고 물어본 적이 있어. 한 번 그래 봤는데 그것 때문에 위왕한테 쫓겨났다고 했지.”“쫓겨났다고? 그럼 셋째 형은 그런 뜻이 아니라는 거네?” 우문호는 그제서야 마음이 좀 놓였다. 하지만 곧 눈살을 찌푸리며 이해가 안 간다는 듯 물었다. “근데 본인한테 그럴 마음이 없으면 경성에는 왜 데리고 오는 건데?”“아마 주 아가씨가 쫓아올 거야. 셋째 형은 너도 알다시피 거절을 잘 못하잖아. 고작해야 거들떠보지 않는 정도지. 게다가 상경 길은 아가씨는 아가씨대로 형은 형대로라 쫓아 보내기 쉽지 않았을 거야. 그리고 이 일에 네가 뭘 그렇게 서둘러? 게다가 열까지 받을 필요가 있는 거야?” 안왕이 우문호의 말투가 누그러진 것을 듣고 태도를 약간 바뀌었다. 우문호가 안왕을 흘끔 보았다. “원 선생이

  • 명의 왕비   제 2892화

    “알았으니까, 중간에서 선동이나 하지 마.” 셋째 형이 주 아가씨에게 마음이 없다는 것을 안 우문호는 상당히 안심하고 안왕과 더는 말을 섞지 않은 채 일어나 나왔다.그러자 안왕이 입을 삐죽거렸다. 우문호 입에서 뭔가를 좀 캐내려고 할 생각이였는데 이렇게 되버리니 상심이 컸다.안왕은 솔직히 불안했다. 아바마마께서 뒤늦게 잘잘못을 따질 가능성이 그렇게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쨌든 지난 난국을 거치며 안왕도 나라를 위해 힘을 보탰고 한 쪽 팔도 잃었으니, 아바마마께서도 과거의 일을 다시 들출 일은 없을 것이다.물론 안왕도 다른 상황은 일어나지 않길 바랬다. 빠르든 늦든 언젠가는 일어나긴하겠지만 아직 아바마마는 젊으시니까 괜찮을 것이다. 하지만 이내 역시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다시금 들었다. ‘장년의 황제가 스스로 퇴위하는 경우가 어딨어? 예전에 태상황 폐하도 병환이 중해서 아바마마께 선위를 하신 거잖아.’마음속이 번잡했다. 역시 경성은 강북부처럼 편하지 않다. 귀영위가 열심히 말을 달려 사정을 알아보고 이틀이 못 돼서 금방 소식을 가지고 왔다.“태자 전하께 아룁니다. 위왕 전하는 혼자 경성으로 돌아오고 계시나 뒤에 멀지 않은 곳에 확실히 여자가 말을 타고 따라오고 있으며 대략 400m정도 거리를 두고 있사옵니다.”“위왕께는 물어봤느냐?” 우문호가 물었다. 귀영위가 대답했다. “여쭤보았습니다. 위왕 전하께서 그 여자의 성은 주 씨라 하고 강북부 지부의 딸로 자신을 따라 경성으로 가는 길이라고 했사옵니다.”“그런데도 쫓아내지 않았다고?”“쫓아냈었다고는 합니다. 하지만 주 아가씨께서 경성에 친척을 만나러 간다고 해서 어쩔 수 없으셨다고 합니다.” 그러자 우문호가 살짝 눈쌀을 찌푸렸다. ‘셋째 형은 어쩌자고 이렇게나 바람둥이가 된거야? 나도 안 그런데 말이야.’“위왕이 경성에 도착하려면 아직 얼마나 남았지?” 우문호가 물었다.“곧 도착하십니다. 그저 반나절 차이라 밤에는 경성에 도착하실 겁니다.”우문호는 귀영위를 내보내고 소월각으로 가서 원 선생

Pinakabagong kabanata

  • 명의 왕비   제3397화

    우문호 일행은 강북부로 향하는 내내 북방의 풍경과 풍속을 경험했다. 그로 인해 속도는 매우 느리긴 했지만 말이다.그날 밤, 우문호는 갑자기 악몽에서 깨어나 온몸에 땀을 흘리며 거칠게 숨을 내쉬었다. 그의 얼굴에는 공포가 가득했다.그러자 원경릉이 벌떡 일어나 그를 껴안으며 물었다.“무슨 일이오? 악몽을 꾼 것이오?”우문호는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았다. 아직 날씨가 덥지 않은 데다가 북방에 있어 오히려 날씨까지 쌀쌀했기에, 그는 아직도 악몽이 생각나는 듯, 창백한 표정을 지은 채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꿈에서 셋째 형님이 피투성이인 채 죽어가고 있었소…”원경릉은 그저 꿈이라 생각하고 위로해 주려 했지만, 이내 우문호의 강한 감응 능력을 떠올렸다. 갑자기 나타난 이 꿈이 형제간의 영적 감응일지도 몰랐기 때문이다.우문호도 점점 불안한 생각에 빠졌다.“강북부가 비록 평온해 보여도 사실 북당에서 가장 복잡한 곳이오. 온갖 사람들이 섞여 있고, 북막도 호시탐탐 노리고 있네. 게다가 셋째 형님도 무모한 사람이니, 진짜 무슨 일이 생긴 게 아닐지 걱정되오. 원 선생, 어서 빨리 가야겠소.”원경릉이 서둘러 옷을 입으며 말했다.“아니, 내가 먼저 가겠소. 정말 상처를 입었다면, 내가 가야지 도움이 되지 않겠소? 게다가 난 빨리 갈 수 있잖소.”“좋소. 그럼 먼저 가시오. 우리도 곧 출발하겠소.”우문호는 너무 생생한 꿈 탓에, 더 이상 천천히 갈 수 없었다.“사람을 불러야겠소.”원경릉은 재빨리 옷을 입은 후, 우문호에게 포옹하고 이마에 입을 맞췄다.“먼저 가겠소.”“조심하시오.”우문호가 말을 다 끝내기도 전, 원경릉은 어둠 속으로 모습을 감추었다.원경릉이 사라지자마자 우문호는 방 문을 두드리며, 출발하자고 소리쳤다.우문호의 소리에 모두가 깜짝 놀랐다. 이 밤중에 출발이라니, 무슨 큰 일이 생긴 걸까?이때 수보가 겉옷을 걸치고 나오며, 우문호의 팔을 잡고 물었다.“무슨 일입니까?”우문호가 답했다.“나도 모르네. 하지만 셋째 형님에게 무슨 일

  • 명의 왕비   제3396화

    스무 명이 넘는 자 중 단 한 명만 생포하고 나머지는 전부 섬멸되었다.안왕은 재빨리 위왕의 혈을 눌러 지혈한 후, 중상을 입은 위왕을 데리고 저택으로 돌아왔다. 먼저 의원을 찾으러 간 사람이 있었기에, 의원은 이미 저택에 도착해 있었다. 이때 안왕이 피투성이가 된 채, 의원의 옷깃을 움켜잡았다.“살리시게, 살려야 하네. 꼭 살아야 하네.”의원이 바로 약상자를 내려놓으며 말했다.“진정하십시오.”의원이 위왕의 옷을 가위로 자르자마자, 상처가 바로 드러났다. 다행히도 먼저 지혈한 덕분에 저택까지 돌아올 수 있었다.하지만 심각한 부상 상태와, 깊은 복부의 자상 때문에 장기를 다친 것으로 판단한 의원은 간단한 처리를 마친 후, 안왕에게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소인의 의술이 부족한 탓에, 치료를 감당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경성에서 다치셨다면, 희망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강북부는 의료가 낙후된 지역이다. 비록 혜민서를 설립한 이후 의사를 집중적으로 양성하긴 했지만, 경성에 비하면 여전히 많이 부족했다.안왕이 숨을 헐떡이며 눈에 핏줄을 세우고 소리쳤다.“중상을 입었는데 어찌 도성으로 돌아가란 말인가? 긴 여정을 견딜 수 있을 것 같은가?”의원이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쉬었다.“그것도 참 문제입니다. 황실 친왕이 자금단을 가지고 계신다고 들었는데, 혹시 저택에 있습니까?”“없네!”안왕은 위왕의 호흡이 점점 미약해지는 모습을 보며 절망감에 휩싸여 털썩 주저앉았다.“내가 갖고 있던 자금단은 이미 먹은 지 오래된 것이네.”“경성… 경성으로…”의식을 잃은 위왕은 그저 경성이라는 말만 중얼거렸다.안왕은 눈물을 닦으며 무릎을 꿇었다.“형님, 조금만 더 버티십시오. 의원이 약을 썼으니, 황후가 오실 때까지 며칠만 버티십시오.”심각한 상황이니, 경성으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 돌아가려면 최소 일주일 이상은 걸리지만, 황후는 아마 사흘 안에 도착할 수 있었다. “경성으로……”위왕은 의식을 잃기 전까지 계속해서 경성을 찾았다. 그곳은 그가 너무

  • 명의 왕비   제3395화

    위왕은 마음속에 또 하나의 걱정이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다섯째가 곧 강북부에 오는 것이었다. 비록 이 일은 소문내지 않았지만 이렇게 오랫동안 순행했으니, 소문이 새어나가게 마련이다.설령 그가 강북부에 온다고 밝히지 않다고 하더라도 그의 최종 목적지가 강북부라는 것은 바로 짐작할 수 있었다. 그래서 그는 북막인들이 다섯째에게 해를 가하려는 것은 아닐지 걱정되었다.아무래도 단 한 순간도 북막인의 야심은 멈춘 적 없었기 때문이다.그래서 그는 방심하지 않고, 허점을 찾아내겠다는 결심을 다지며 이들을 감시했다. 확실한 증거가 없는 어디까지나 본인의 추측일 뿐이기에, 그는 이 일을 아직 넷째에게 말하지 않았다. 섣불리 말을 꺼냈다가, 그들이 진짜 금나라 상인이라는 것이 밝혀지기라도 한다면, 두 나라의 사이만 영향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비록 무장이지만, 외교적인 문제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아주 작은 불씨라도, 마음먹은 자가 부추기면 걷잡을 수 없는 큰불이 될 수 있는 법이기에, 섣불리 행동해서는 안 되었다. 그리고 감시 끝에 마침내 이상한 점을 포착했다. 처음엔 열댓 명 정도였던 이들 무리는 이틀 사이 스무 명 이상으로 늘어났다. 새로 온 자들은 앞선 사람들과는 다르게, 군인이라기보다는 강호 인사의 분위기를 풍겼으며, 무공 또한 약하지 않아 보였다.위왕은 경계심을 품고, 밤새 직접 사람들을 이끌어 조사에 나섰다.앞서 만났던 금나라 사람들은 여전히 질문에 순순히 응했지만, 새로 온 강호인들은 거만한 태도를 보였다. 위왕의 질문에도 그저 시큰둥한 태도만 보이며 북당인이라는 것을 증명했다. 위왕은 건방진 그들의 태도에, 몇 마디 호통을 쳤고, 그 모습에 강호인들은 참지 못하고 바로 위왕에게 손을 쓰려고 했다.위왕은 조사하기 위해 온 터라, 데리고 온 부하도 단 몇 명 뿐이었기에, 상대가 일반적인 조사에도 이렇게 쉽게 공격하려 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앞서 온 금나라인들이 말리려 했지만, 그들이 손을 쓰자, 사태가 수습되지 않을 것을 알았다. 그리고

  • 명의 왕비   제3394화

    남강에 며칠 머무는 동안, 아홉째와 함께 남강의 풍경을 둘러보고, 북강에도 다녀왔다.지금 북강 백성들은 조정에 대한 소속감이 아주 강했다. 지난 몇 년 동안 남강을 다스린 정책이 정말 훌륭했기에, 백성들 모두 좋은 날을 보낼 수 있었기에, 자연스레 황제에 대한 존경심도 깊어진 것이었다.황제와 황후가 지나가는 곳마다 백성들은 길가에 모여서 열렬히 환영했다.그들은 이번 순행 내내 오계부에서 신분을 밝힌 것 외에는 항상 미복으로 다녔다. 하지만 남강에서 우문호는 황제의 신분을 드러냈다.우문호는 백성들의 신뢰와 경외심에서 큰 성취감을 느꼈고, 매우 기뻤다. 그는 줄곧 원경릉의 손을 잡고 얼굴에 웃음을 띠고 있었다.과거 북강은 방어를 위해 무술 함정이 많았지만, 이제는 모두 제거되었다. 그리고 많은 백성이 산 아래 평원으로 이주하여, 새로운 마을을 이루었다. 정화를 구하러 왔을 때와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기쁜 마음과 함께 우문호는 감사함도 느꼈다. 이것은 결코 그 혼자만의 공로가 아니기 때문이었다.남강을 떠나야 하는 날이 다가오자, 원경릉은 만아와 여덟째를 떠나는 것이 못내 아쉬웠다. 하지만 곧 변성으로 가야 했기에, 아쉬움을 느낄 수 있는 것도 잠시였다. 남강을 벗어나자마자, 그녀는 아이들과 만날 생각에 들뜨기 시작했다."원 선생, 그들에게 말했소?"길에서 우문호가 물었다."아니, 몰래 가는 것이오."원경릉은 웃으며 말했다."교활하구먼. 그래도 만두가 이미 알려줬을 수도 있을 텐데."지금은 경단과 찰떡, 그리고 계란이 셋만 그곳에 있었다."셋이 다섯 개 성을 다스린다니, 분명히 힘들 것이오."원경릉이 안타까운 표정으로 말했다."그렇소. 그래도 예전보다는 나아졌네. 이제는 태평해 보이니."우문호도 아이들이 안쓰러웠다."이번에 가서는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며 충분히 쉬게 해줘야 하오."사실 성하나를 다스리는 것과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본질적으로 다른 점 없이, 매우 힘든 일이었다.한편, 강북부에서는 최근 강북부 무구산 주변에 신비한 상단

  • 명의 왕비   제3393화

    그러자 홍엽이 그를 바라보며 멈칫했다."자네가 중매를 서겠다고?""안 되오?""말도 안 되는 소리 말게. 자기 혼사도 해결 못 하는데 중매는 무슨. 난 못 믿네!"냉정언이 어깨를 으쓱였다."못 믿으면 말고. 이래 봬도 내가 명문가 아가씨나 협녀를 많이 알고 있소."홍엽은 손으로 그의 목을 움켜잡으며 소리쳤다."알고 있는 아가씨가 있으면 진작 말했어야지! 경성으로 돌아가자마자, 당장 소개해 주시게!"냉정언은 웃으며 그의 손목을 옆으로 밀어냈다."중매 값이 워낙 비싸서. 십만 냥 아니면 쉽게 안 나서오.""돈이 대수요?"홍엽이 교활하게 웃으며 말했다."우린 지금 한집에 살고 있소. 그러니 자네가 돈을 어디에 숨겼는지, 다 알고 있네. 그동안 꽤 많이 챙겼으니, 돌아가서 돈은 두둑이 주겠네."그 말에 냉정언이 깜짝 놀랐다."내 돈을 노리고 있었소? 진짜 도둑을 집에 들였군! 늙어서 쓸 돈이네, 그 돈을 혼사에 쓸 생각은 하지 마시오!""명여가 우리를 챙길 테니, 그렇게 쩨쩨하게 굴지 마시오."홍엽이 새침하게 말했다."나도 돈이 많소. 다만 남의 돈을 쓰는 게 훨씬 재밌을 뿐이네."냉정언이 숨을 들이쉬었다."안 되겠네. 경성에 돌아가자마자 자네를 쫓아내야겠소."홍엽이 말했다."쫓아낼 수 있으면 쫓아내 보시게. 게다가 자네가 나를 청할 때, 뭐라고 했는가? 얼마든지 살아도 된다고 했잖소. 이제 와서 후회하는 것이오?""이야, 홍엽, 어찌 이리 뻔뻔스러워진 것이오?""뻔뻔하지 않으면, 어찌 당신 집에서 이렇게 공으로 먹고살 수 있겠나?"홍엽은 크게 웃으며 그의 어깨에 팔을 얹었다."수보, 신을 모시는 건 쉬워도 보내는 건 어렵다고 하잖소. 이미 집안에 들어갔으니, 쫓아내기는 힘드네. 후회해도 소용없소. 수보의 등골 빼먹다 죽을 것이오. 관에 수의까지 얻어 쓸 생각이라, 죽으면 자네가 장례식까지 마련해줘야 하네."수보는 그를 한참 바라보다가, 애써 이를 악물며 말했다."진짜 뻔뻔하오!"홍엽은 박장대소했다.멀리 복도 끝에

  • 명의 왕비   제3392화

    “예, 그립습니다. 하지만 이곳에서 놀고 싶기도 합니다.”그는 말하다가, 갑자기 신이 난듯 몸을 들썩이며 말을 이어갔다.“여긴 정말 재미있습니다. 아홉째와 나가면 큰 산도 있고, 꽃도, 나무도 많습니다. 물고기도 많고, 사람도 많고, 뭐든지 엄청 많았습니다.”우문호는 웃으며, 못내 안쓰러움을 느꼈다. 예전에 그를 궁 안에 가두고, 거의 밖으로 데리고 나가지 않았다. 게다가 다른 사람이 그를 데리고 나가는 것도 신경 쓰였다.“이곳이 마음에 들면, 좀 더 오래 있어도 된다.”우문호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예, 정말 좋습니다. 다만, 형님과 형수님이 그리웠습니다. 이렇게 오셔서 정말 다행입니다.”여덟째는 흥이 오른 상태로 그의 팔짱을 끼며 말했다.“어서 들어가시지요! 아홉째가 형님이 내일 오신다고 맛있는 음식을 많이 준비했습니다.” 그는 뒤돌아 원경릉에게 외쳤다.“형수님, 빨리 따라오십시오. 맛있는 거 많습니다.”미색은 웃으며 꾸짖었다.“이 무심한 녀석, 다섯째 형수님만 챙기고, 여섯 형수가 배고픈지는 묻지도 않는 것이냐?” 여덟째는 그제야 미색을 본 듯, 놀라서 눈을 크게 뜨고 말했다.“여섯째 형수님도 오셨습니까? 여섯째 형님도 오신 것입니까? 와, 너무 좋습니다!”“질투하다니?”원경릉은 미색의 어깨를 가볍게 토닥이며 미소를 지었다.“여덟째는 너보다 나를 더 좋아하는 것이다.”“아유, 참!”미색은 일부러 그렇게 말했다.여덟째는 바로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항상 그림과 책자를 선물하는 여섯째 형수님도 좋아했기 때문이다.그는 말을 더듬으며 말했다.“그... 그럼 같이 드시지요. 음식 많습니다.”“장난이다. 난 질투 안 해.”미색은 기쁘게 말했다.여덟째는 그제야 마음을 놓았고, 다들 웃으며 안으로 들어갔다.원경릉이 만아에게 말했다.“정말 이곳에서 즐겁게 지내고 있구나. 예전보다 훨씬 활발해졌고, 말도 많이 하네. 이 모든 게 아홉째 덕분이다.”만아는 웃으며 말했다.“예, 둘이 시간이 날 때마다 밖으로 나가, 더

  • 명의 왕비   제3391화

    원경릉은 발끝을 들어 그의 뺨에 입을 맞추고는, 환한 미소를 지었다.우문호는 그런 그녀를 와락 끌어안으며 말했다.“원 선생, 행복하오?”“행복하오.”“하하하. 지금이 아닌, 나와 함께했던 모든 날이 행복했냐고 물어보는 것이오.”“모든 순간이 당연히 행복하고, 기쁘오!”원경릉은 스스로를 자조하듯 웃었다.“나 같은 집순이가 이렇게 결혼생활이 행복할 줄 누가 알았겠소?”한때 그녀는 자신이 평생 결혼하지 못할 거라 생각했고, 사랑 없는 삶도 부족함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그녀는 사랑을 중요하지 않다고 여겼었지만, 사랑은 사실 정말로 중요했다.산꼭대기에 앉아, 차가운 바람을 맞고 있었지만, 추위는 느껴지지 않았다. 그녀는 지금의 풍경을 눈에, 그리고 마음에 깊이 새기고 싶었다.그리고 함께 늙어간 후, 다시 천천히 되새기고 싶었다.영산에서 내려온 후, 그들은 다시 여정을 이어나갔다. 이번 목적지는 바로 남강이었다.명절이 지난 뒤, 아홉째는 여덟째를 데리고 먼저 남강으로 돌아갔다. 다들 그가 그곳에서 잘 지내고 있는지 궁금했다.남강 땅은 오랜만이었다. 마지막으로 발을 디딘 건, 정화를 구하러 갔을 때였다.남강으로 가는 내내 홍엽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냉정언이 물었다.“남강에 가면, 못난이를 만날 것이오?”“만나야지.”홍엽이 답했다.“물론 만나야지!”못난이는 오랜 시간 그와 함께했던 사람이니, 만나야 했다. 못난이가 종종 편지를 보내오긴 했지만, 자기 상황은 거의 말하지 않았다.반면 아홉째는 편지에서 북강의 소식을 자주 전해주었다.지금의 남강은 어느 정도 통일되어 있었고, 북강과 남강도 평화롭게 공존하고 있었다. 그동안 이익 문제로 양측의 왕래가 더욱 빈번해졌다.아홉째는 편지에서 못난이가 북강의 민심을 얻었고, 성격도 예전보다 훨씬 밝아져, 마치 다른 사람이 된 듯하다고 전했다.홍엽의 마음엔 기대와 기쁨이 섞여 있었다. 그도 지금 잘 지내고 있으니, 못난이도 잘 지내길 바랐다.우문호는 남강에서 돌아온 후, 변방으로 갈

  • 명의 왕비   제3390화

    그 일을 떠올리자, 꿈에서 본 일이라 그런지 마치 얼마 전에 있었던 일처럼 느껴졌다.그때 그들은 죽을 만큼 힘든 소년들이었는데, 지금은 한없이 한가한 노인이 되었다.세월은 덧없이 흘러갔고, 그동안 그들은 많은 사람들을 잃었다.무상황은 자신의 황후였던 소봉을 떠올렸다.그들은 줄곧 전형적인 황제와 황후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는 나라를 다스렸고, 그녀는 후궁을 다스렸다. 비록 그가 그녀를 괴롭히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많은 애정을 주지도 않았다.그렇게 평범하게 평생을 함께했지만, 그녀가 떠나는 날, 그는 마음속 한 조각이 떨어져 나간 듯한 슬픔을 느꼈다.평생 함께했던 사람이 자신보다 먼저 떠날 거라 생각하지 못했기에 더욱 아팠다.세 사람은 한참 동안 넋을 잃고 있다, 다시 길을 나섰다.유아독존과 관련된 일이 생각보다 커졌지만, 모든 소란은 결국 가라앉게 될 것이다. 모든 소문도 점점 사그라들기 마련이니, 그들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하지만 세 사람이 여행하는 영상이 점점 유명해지면서, 유아독존은 더 심하게 비난을 받았다.현실에서 함부로 욕설을 내뱉으면 얻어맞을 수도 있지만, 인터넷에서는 당당한 명분이 있었기에 악성 댓글을 다는 자들은 마음껏 욕을 퍼부었다.그리고 어느 날, 추 어르신이 오래도록 인터넷의 댓글을 훑어보면서 잠시 생각에 잠긴 듯했다. 그는 이내 해가 지는 장면을 찍어 짧은 영상을 올렸다. 그리고 영상에 한마디만 덧붙였다.“분쟁 없이, 오직 평화만 있기를.”그는 모든 다툼이 끝나길 바랐고, 누군가를 벼랑 끝으로 몰지 않기를 바랐다. 단지 말로만 승부를 겨루는 사람은 그들의 적이 아니기 때문이다.음... 무엇보다 적이 될 자격도 없었다!영상이 올라간 지 이틀 뒤, 유아독존은 마침내 사과 영상을 올렸다. 그는 질투와 시기로 무술을 모독한 것을 사죄했고, 은퇴를 선언했다. 그리고 직접 그들의 계정을 태그해 진심으로 사과했다.진심 어린 사과는 항상 용서를 가져오는 법이다. 그리고 악성 댓글을 달던 사람들도 마침내 욕설을 멈췄다.

  • 명의 왕비   제3389화

    삼대 거두는 늦은 시각이 되어서야 일어났고, 숙취에서 깨어나니, 이미 날이 밝아져 있었다. 그들은 아직 잠에서 깨지 않아, 눈앞의 모든 것이 몽롱해 오늘이 무슨 날인지조차 모를 정도였다.태양이 서서히 떠오르며 하늘에 떠 있는 주황빛 구름은 점점 짙은 금빛으로 변했고, 금빛 가장자리에는 붉은색이 덧씌워져, 눈부시게 아름다웠다.소요공이 눈을 비비며 말했다."꿈을 꿨네."추 어르신과 무상황은 동시에 그를 바라보며 이구동성으로 물었다."무슨 꿈을 꿨는가?""꿈에서 숭이가 사내에게 속았는데, 우리가 직접 나서서 복수를 해줬다네."추 어르신과 무상황은 놀라서 동시에 숨을 들이켜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귀신이 곡할 노릇이네."말이 끝나자,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깜짝 놀라 외쳤다."자네도 꾼 것인가?""그렇네!""그렇네!""설마 우리 셋이 똑같은 꿈을 꾼 것이오?"소요공도 깜짝 놀랐다.그 일은 그렇게 중요한 일도 아니었고, 어떻게 된 일인지 가물가물할 정도로, 그저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만 어렴풋이 기억할 정도였는데, 꿈에서는 그 장면 장면이 또렷하게 떠올랐다.그리고, 이 꿈은 당시 엄청난 부담을 받고 있던 그들에게 정말 훌륭한 감정 해소가 되었다. 그들은 모든 고통과 억울함, 스트레스를 주먹질로 시원하게 풀어냈다.한편, 무상황은 자신이 황후를 소홀히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그때 무슨 상황이었는지 기억하는가?"추 어르신이 흥분한 듯 말했다."물론 기억은 나네. 당시엔 소봉이가 궁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적성루 사람들을 많이 그리워했네. 게다가 나도 자네들과 어울리느라 바빠서 황후를 소홀히 했네. 그래서 적성루 상궁과 숭이를 궁으로 불러, 이야기를 나누게 했지."사실 기억이 가물가물했지만, 꿈속에서 다시 겪은 덕분에 자세히 생각났다.그때 어서방의 회의가 끝나고, 소복이 무심히 물었다."폐하, 황후 마마를 오랫동안 못 뵙지 않으셨습니까?"그는 소복의 말이 소봉을 보러 가자는 암시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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