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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654화

Author: 유애
위왕비는 강단 있고 매사에 적극적인 사람이다. 하지만 지금 그녀의 곁에서 그녀를 지지해줄 사람이 없고, 가장 가까운 배우자마저 그녀에게 등을 돌린 상황이다.

그녀의 우울증의 원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대체로 사람들은 외유내강인 위왕비같은 사람이 우울증에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사람이 큰 충격을 받으면 갑자기 없던 우울증이 생기기도 한다. 그러나 위왕비는 자신의 병이 진행되도록 내버려 두지 않고 애를 썼고 그녀의 노력을 원경릉이 느꼈다.

“내일 왕부에서 눈놀이 연회를 열 텐데, 그때 와주세요.”

갑작스러운 초왕비의 초대에 당황한 위왕비가 손왕비를 쳐다보자 손왕비가 고개를 끄덕이며 가겠다고 했다.

위왕비가 은은하게 웃으며 “네 알겠습니다. 꼭 갈게요.”라고 말했다.

원경릉이 떠난 후 사람을 사람을 시켜 손왕비에게 편지를 전했다.

[손왕비, 내일 말고 다음에 왕부에 와주세요. 내일은 제가 개인적으로 위왕비와 이야기를 나눠야 할 게 있습니다.]

손왕비는 눈치가 있는 사람이기에 이 편지를 보고 알겠다고 답장을 보냈다.

*

우문호는 원경릉이 셋째 위왕부의 일에 참견하는 것이 못마땅했다.

“남의 집안일에 관여하는 거 아니다. 물론 본왕이 위왕을 옹호하는 건 아니지만…… 위왕이 그렇게 하겠다는데 뭐 어쩌겠어.”

“난 그 집안일에 관여하겠다는 게 아니야. 그저 위왕비랑 단둘이 이야기를 하고 싶을 뿐이야.”

“약속을 잡았으니 어쩔 수 없지. 셋째와 넷째는 왕래가 잦고 사이가 좋으니 앞으로는 최대한 엮이지 마.”

“셋째랑 넷째가 친하게 지내는 게 뭐 어때서?” 원경릉이 의아했다.

우문호는 가볍게 그녀의 어깨를 감싸며 “셋째와 넷째가 많이 가까워졌어. 우리가 그들과 가까워진다면 부황께서는 형제끼리 작당모의를 한다고 생각하실 거야.”라고 말했다.

원경릉은 그의 말에 수긍하고 더 이상 꼬치꼬치 캐묻지 않았다.

*

오후에 태상황제가 초왕부로 유산 방지약을 보내왔다.

원경릉이 보니 그중 많은 처방이 기왕비가 보내온 것과 겹쳤다.

우문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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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의 왕비   제 655화

    위왕비는 구름무늬를 수놓은 새하얀 솜 옷으로 가냘픈 몸을 두툼하게 감싸고 있었다. 그녀는 쪽진 머리에 백옥 비녀를 꽂았고, 목에 걸린 붉은 산호 목걸이가 반짝거렸다. 왕부로 들어오는 우아한 자태가 어찌나 아름다운지 하인들도 넋을 놓고 위왕비가 가는 길을 눈으로 쫓았으며, 위왕비 때문에 초왕부가 밝아진 기분까지 들었다.위왕비는 몸종을 한 명밖에 거느리지 않았는데, 몸종마저도 그녀와 닮아 교양이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원경릉이 일어서서 위왕비를 맞이하자 위왕비는 은은한 미소로 “형님께서는 아직 오지 않았습니까?”라고 물었다.“방금 몸이 좀 불편하다고 서신을 보내셨습니다. 오늘은 못 오실 것 같다네요.”위왕비는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 앉았다.“혹시 형님께서 감기에 걸리신건 아니겠죠? 어제 불을 조금밖에 안 때웠는지 좀 추운 것 같았습니다.”원경릉은 안색이 더 안 좋아진 위왕비를 보고 “어젯밤에 또 잠을 못 주무셨습니까?”라고 물었다.“머리가 아파서 한숨도 못 잤습니다. 날이 밝고 조금 눈 붙인 게 다입니다.”그 순간 원경릉은 상처가 난 그녀의 손목을 보고 “혹시 어젯밤에도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라고 물었다.“아무 일 없습니다.”위왕비는 손목을 가리며 억지웃음을 지었다.“위왕비…… 손목을 또 다치셨네요.”위왕비는 옷소매를 당겨 올리며 한숨을 쉬었다.“요즘 들어 더 자제가 안됩니다. 살아야지 살아야지 하는데 자꾸 머릿속에서 쓸데없는 생각이 듭니다. 요즘 제 주변의 하인들이 저를 예의 주시하는 것 같습니다.”“어제 제가 물어봤던 질문들 생각나십니까? 제가 물어본 것 말고 또 다른 증상이 있으십니까?”“제가 그걸 말하면…… 저를 놀리실 것 같아서 말 못 하겠습니다.”위왕비는 눈을 번뜩이며 그녀를 쳐다봤다.원경릉이 고개를 저으며 “절대 그럴 일 없습니다. 말씀해주세요.”라고 말했다.위왕비는 입가에 조용히 미소를 지으며 “아닙니다. 초왕비 걱정은 감사합니다만 정말로 잠을 못 잤을 뿐입니다.”라고 말했다.원경릉은 위왕비가

  • 명의 왕비   제 656화

    원경릉은 그 말을 듣고 시간이 참 빠르다는 생각이 들었다.주명취라는 이름에서 뿜어나오는 악의 기운은 여전히 원경릉에게는 공포스러운 그림자를 드리운다. 사람이 죽으면 등불이 꺼지듯 살아있을 때에 있었던 원한들이 연기처럼 깨끗하게 사라져야 한다.*주명취의 장례식은 매우 단출했다. 원래 이 장례식도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이혼절차가 깨끗하게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라 황상이 주씨 집안의 체면을 차려주기 위해 장례식을 할 수 있도록 묵인해주었다.주씨 집안의 백발노인들이 검은 머리의 주명취의 장례를 준비한다.우문호는 왕부에만 있는 원경릉이 답답해하는 것 같았다. 우문호가 그녀를 데리고 밖으로 나오자 사식이와 만아 그리고 서일이 그들의 뒤를 따라 나왔다.제법 쌀쌀해진 날씨에 겨울 특유의 바람 냄새가 코 속으로 들어왔다. “오늘은 어찌 밖에 돌아다니는 사람이 없는 것 같습니다?” 사식이가 물었다.“주씨 집안에서 출관을 한다고 하니 모두 귀신 씔까 봐 모두 돌아다니지 않는 거겠지.”서일이 말했다.“주명취를 어디에 묻는다고 합니까?”“어디에 묻으려는지는 모르겠지만 가족묘가 있는 선산에는 못 들어갈 것이야.”우문호는 주명취라는 이름이 귀에 거슬리는 듯 인상을 썼다. “경릉아 배 안 고파? 어디 들어가자.” 우문호는 혹시나 원경릉이 장례 행렬을 마주칠까 어디론가 들어가고 싶었다. 마침 길 옆에 찻집이 있었는데 그는 원경릉과 함께 찻집 2층으로 올라가 대추차와 다과를 주문했다.그녀는 대추차를 한 입 마시고 몸을 부르르 떨며 “부황께서는 뭐라고 하셔?”라고 물었다.우문호가 정직 처분을 받은 지 꽤 됐는데 아직도 복직하라는 소식이 없자 원경릉은 불안했다.우문호는 의자에 비스듬히 앉아 팔걸이에 팔을 올리고 다과를 먹으며 “아직 별말씀 없으시다. 조급할 것 없어. 나도 이런 생활이 싫지만은 않다. 이틈에 너랑 같이 있을 수 있어 오히려 좋다.”라고 말했다.“너무 오래 쉬는 것도 좋지 않아. 그리고 부부간에도 서로 공간이 필요해.”원경릉이 웃으며 말했다.“무

  • 명의 왕비   제 657화

    ’주명취의 자결, 만약 우문호가 주명취를 죽인 것이라면? 아니면 그녀의 자결을 도왔다면?’온갖 추측이 머릿속의 휘젓자 원경릉의 마음이 널뛰듯 뛰었고 불길한 예감에 손이 떨렸다.마침 밖에서는 슬픈 태평소 소리가 들려왔고, 그 소리를 듣고 사식이가 난간에 매달려 밖을 보았다.“아이씨! 재수 없게 왜 이쪽으로 오는 겁니까! 성 밖으로 도는 것 아니었습니까?”사식이의 말에 우문호가 벌떡 일어나 원경릉을 잡아당겼다.원경릉은 그의 품에 안겨 그를 올려다보며 “괜찮아. 이왕 이렇게 된 거 그녀의 마지막을 배웅해 주자.”라고 말했다.“속 편한 소리 하고 있네. 저 여자가 너를 저승길로 배웅하려고 했어. 그걸 잊은 거야?”우문호가 화를 냈다.“그래, 인생이라는 게 참 신기해. 나를 죽이려던 여자가 나보다 먼저 죽다니 말이야.”원경릉은 난간으로 걸어가 장의 행렬을 보았다. 주씨 가문의 사람이라고 생각도 할 수 없이 행렬은 초라했고 뒤를 따르는 하인들도 적었다. 얇디얇은 붉은 관 안에 누워있는 사람이 제왕비라고 누가 생각이나 하겠는가.“어? 저 사람은 제왕 아닙니까?” 사식이가 놀라서 큰 소리로 말했다.원경릉이 사식이가 가리키는 곳을 보니 적막한 거리 끝에 한줄기의 그림자가 보였다. 얇은 옷차림을 한 그는 세찬 바람에 옷깃이 젖혀지고 두 소매가 바람에 불룩해져 소매 안으로 뼈가 앙상하게 보였다. 그의 뒤에는 원용의가 보였는데 그녀는 말을 끌고 멀리서 그런 제왕을 지켜보며 가까이 가지 않았다. 제왕이 행렬을 따라 가까이 다가오자 그의 표정이 보였다. 쓸쓸함과 슬픔 그리고 원한이 섞여있는 복잡한 얼굴에 원경릉의 마음도 좋지 않았다.장례 행렬이 찻집 아래에 멈추자 제왕도 다섯 걸음 정도 떨어진 곳에 멈췄다.태평소 소리가 멈추자 종이를 흩뿌리던 젊은이가 앞으로 나왔다. 사식이는 작은 소리로 원경릉에 귀에 대고 “저 젊은 남자가 주명취의 이복동생으로 주복이라고 합니다.”라고 말했다.주복은 제왕의 앞에 멈춰 그의 두 손을 맞잡고 인사를 했다.“제왕을 뵙습

  • 명의 왕비   제 658화

    제왕은 잠시 침묵하더니 자리에 앉아 술주전자와 작은 술잔 그리고 향을 꺼냈다.찬합 안에는 제사 음식이 가득했고 제왕은 차갑게 식은 음식들은 하나하나 꺼내 그릇에 담았다.주복은 옆에서 향을 피워 관 위에 두었다. 바람이 불자 다 타버린 향이 떨어져 제왕의 발등이 검게 변했다. 제사를 준비하고 제왕은 관 앞에 서서 조용히 관을 바라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네가 뭘 좋아하는지 몰라서 이것저것 맛있는 거로 챙겨봤는데 마음에 들지 모르겠다. 제비집은 늘 즐겨 마시는 것 같기에 필히 챙겼으니 가는 길에도 꼭 먹고 가. 부부로 지낸 일 년 동안 아름다운 사랑은 아니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좋았던 일들도 많았던 것 같네. 꽃처럼 아름답던 너. 가끔은 원망스럽기도 하지만 가끔은 내가 너를 그렇게 만든 것은 아닌가 자책하기도 해…… 내가 도통 모르겠는 게 있는데…… 왜 날 그렇게 미워했어? 난 정말 모르겠어. 왜 넌 나를 죽이려고 했을까. 난 요즘에도 화염에 휩싸여 허덕이는 꿈을 꾸고, 비녀로 찌르려고 했던 장면이 생생하게 꿈에 나와. 곱고 나긋나긋했던 네가 갑자기 그렇게 변한 이유가 뭐야? 만약 이 해답을 나에게 주려거든 꿈에 한 번 나와줘.”원용의는 슬픔에 잠긴 제왕을 보고 그럴 가치가 없다는 듯 혀를 찼다.“자 이만하면 됐습니다. 그만 슬퍼하세요.” 원용의가 제왕의 어깨를 감쌌다.제왕은 고개를 저으며 야윈 얼굴로 원용의를 보았다.“나는 주명취 때문에 슬픈 게 아니야. 본왕은 그저 지난날의 내가… 내가 너무 안타깝고 주명취도…… 만약 나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우리가 혼인을 하지 않았더라면…… 이렇게 허망하게 가지 않았을 텐데.”바람이 불어 낙엽이 우수수 떨어지는 소리가 마치 사람이 우는 것 같이 들렸다.제왕의 말을 찻잔 2층에서 들은 원경릉은 마음이 매우 아팠다. 제왕은 주명취를 사랑했다.그런 험한 꼴을 겪고도 정성스럽게 그녀가 생전 좋아했던 음식들을 준비해 제사를 지내주었다. 주명취는 왜 한결같은 제왕을 두고도 왜 끝이 보이는 선택을 했던 것일

  • 명의 왕비   제 659화

    서일은 의자를 두 개 가져와 그들이 앉을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했다.제왕은 우문호를 보고 정신을 차리려고 안간힘을 썼다.“다섯째 형님도 계셨네요.”“응.”“초왕비께서도 계셨군요.” 제왕이 당황한 표정으로 원경릉을 보았다. 제왕은 왠지 모르게 원경릉을 보면 죄책감이 느껴졌다. 원경릉은 제왕의 슬픈 얼굴을 보며 “지나간 일은 잊어버리고 미래만 생각합시다.”라고 말했다.“예. 이제는 잊어보려고요.”제왕은 기침을 하며 어색하다는 듯 원경릉을 보았다.“뭐 안 먹었죠? 식사부터 하세요.” 원경릉이 원용의를 보며 물었다.원용의는 배가 고팠기에 원경릉의 말에 알겠다고 고맙다고 말했다.그녀는 젓가락을 들면서 우문호를 조심스럽게 한번 쳐다보고 그가 아무 반응이 없자 탁자 위의 다과를 먹기 시작했다. 제왕은 다과는 먹지 않고 차만 마셨다. 날씨가 추워서 그런 건지 넋이 나가서 그런 건지 제왕의 손이 미세하게 덜덜 떨렸다. 그는 갑자기 고개를 들어 우문호를 보며 “형님, 명취가 정말 자결을 한 게 맞습니까?”라고 물었다.“그럼 뭔데?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우문호는 그를 쳐다보았다. 제왕은 당황한 표정으로 “전 그저…… 그녀가 어떻게 죽었는지 알고 싶었을 뿐입니다.”라고 말했다.“그게 뭐가 중요해? 죽고 난 뒤에 그게 뭐가 중요하냐고.” 우문호가 차를 마시며 제왕을 노려보았다.강한 겨울바람에 난간이 흔들리고 창호지 사이로 찬 기운이 방안에 퍼졌다. 난간이 달칵거리며 흔들리자 어딘가 모르게 스산한 기분도 들었다.“전 그저 명취가 자결을 할만한 사람은 아닌 것 같아서 여쭌 겁니다.”제왕이 말했다.“네가 그 여자를 이해한다고?” 우문호가 물었다.두 사람의 목소리가 격양되는 것 같자 옆에 있던 서일이 두 사람 사이를 비집고 입을 열었다.“제왕 전하, 이미 죽은 사람을 자꾸 입에 올리는 것도 좋지 않습니다.”제왕은 서일을 쳐다보며 “본왕은 명명백백하게 진실을 알고 싶다.”라고 말했다.그는 사람들의 말에 휘둘리는 자신에게 환멸이 났다.

  • 명의 왕비   제 660화

    제왕은 우문호를 올려다보며 혼란스러운 눈빛으로 “다섯째 형님, 한 가지만 묻겠습니다. 왜 그녀를 죽였습니까? 이해가 안 됩니다. 어떻게…… 그녀를 죽입니까. 두 사람은 전에……”라고 흐느꼈다.제왕은 원경릉을 보며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그는 주명취를 위해서 억울함을 호소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저 다섯째인 우문호가 주명취를 죽였다는 것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했다. 죗값도 치르지 못하게 하고 죽게 하다니. 제왕은 마음속으로 주명취를 증오하고 있다. 하지만 그는 그녀를 죽일 용기가 나지 않았다. 하늘이 허락한다면 주명취를 알기 전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었다. 그는 오늘 주명취의 장례에서 그녀에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을 하고 작별을 하면 마음이 안정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마음속에 있던 해결되지 않은 물음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고 그의 마음은 전보다 더 답답해졌다. 우문호는 제왕의 물음에 답하지 않고 원경릉의 손목을 잡고 찻집을 나왔다.“다섯 형님……” 제왕이 우문호를 따라나서더니 “주명취를 죽였다고 형님을 탓하는 건 아닙니다. 전 그저 형님이 어떻게 사람을 빨리 잊을 수 있는지 알고 싶습니다. 저도 저 여자를 잊고 싶다고요!”라고 말했다.우문호는 관자놀이를 주무르며 원경릉의 손을 잡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걸어 나왔다. 마차에 오르자 우문호의 숨결이 전과 다르게 거세졌다. “화내지 마. 갑작스러운 일로 제왕이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을 뿐이야.” 원경릉은 그의 등을 어루만지며 위로했다.우문호는 원경릉의 손을 잡고 피곤하다는 듯 그녀의 어깨에 기댔다.“너도 내가 그 여자를 죽여서…… 옛정은 다 잊고 사람을 죽인 잔인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아니야. 내가 그 여자 손에 죽을 뻔했잖아. 네가 만약에 다시 그 여자에게 친절을 베풀었으면 또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몰라.”원경릉은 그를 보며 조용히 말했다.그 말을 들은 우문호는 원경릉의 손을 꼭 잡았다.“이번이 두 번째야. 그 여자가 네 생명을 위협한 두 번째. 하지만 그건 내가 그녀를 죽일

  • 명의 왕비   제 661화

    원용의의 결별 선언과 시한부 인생원용의가 말했다 “이렇게 됐으니 저도 더이상 숨기지 않을 게요, 원래 당신에게 후궁으로 시집오는 걸 별로 원하지 않았어요. 그래요 누군가에게 시집가고 싶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할머니가 주명취는 사람을 해칠 마음을 품고 있으니 당신에게 무슨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고, 저더러 제왕부에서 주명취를 지켜보라고 하셨어요. 이제 주명취가 죽었으니 제 임무도 이것으로 끝입니다.”제왕은 원용의가 이럴 줄 상상도 못해서 당황하고, “모든 사람이 전부 주명취가 날 해치려던 의도를 알고 있었어? 나만 몰랐구나.”원용의가 웃으며, “당신은 단순한 마음을 가졌으니까요, 그건 좋은 거예요.”사실 원용의는 할머니가 당시에 권했던 말을 기억한다. 주명취가 야심이 있다는 말은 사실이지만, 할머니는 역시 원용의가 제왕과 혼인하길 진심으로 바랬다.제왕은 분명 따스하고 단순한 사람이다.하지만 주명취의 일을 겪고 원용의는 황실이란 파란만장한 곳에 발을 담그고 싶지 않게 되었다.원용의는 남자는 하늘이라고 여길 생각은 조금도 없으며, 해야 할 자신의 일이 있다.제왕은 낙심이 되고 허전한 것이 주명취가 죽은 것보다 더 힘이 드는데, “친정에 가서 어떻게 할 생각이야? 또 시집 갈 거야?”원용의는 어깨를 으쓱하며, “아뇨, 여전히 결혼은 싫으니까 여기 저기 다녀보고 싶어요, 우리 북당의 아름다운 금수강산을 보고 싶고, 가다가 지쳐서 더 못 가겠으면 돌아오죠.”“경성을 떠나려고?” 제왕이 엄청 충격을 받았다.“네, 그게 제 어릴 적 꿈이거든요.” 원용의가 말했다.제왕의 마음이 단번에 쓸쓸함에 파묻혔다.원용의의 어릴 적 꿈이었구나, 그녀의 어릴 적은 당연히 제왕이 왈가왈부할 수 없는 것이다.제왕은 원용의에게 피도 눈물도 없는 잔인한 인간이라고, 이런 시기에 자신을 두고 간다며 꾸짖고 싶었다.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원용의가 시집온 뒤로 그녀에게 한 가닥 따스한 온기라도 준 적이 있었던가?오히려 원용의가 계속 제왕을 보호해왔다.하지만 제왕의

  • 명의 왕비   제 662화

    원용의를 잡는 제왕제왕이 ‘힘겹게 겨우’ 진정되어 천천히 앉으며 입가의 피를 닦고 눈을 들어 슬픈 기색으로 원용의에게, “이건 희귀한 병으로 지금은 아바마마와 어마마마만 알고 계셔, 계속 비밀을 지켜왔고 너도 모르게 했는데, 네 앞에서 발병하고 말았으니 더이상 숨길 수가 없구나.”원용의가 제왕을 일으켜 의자에 앉히고 눈살을 찌푸리며: “어의가 치료할 방법이 없다고 해요?”“없다는 군.” 제왕이 고개를 젓고 쓴 웃음을 지으며, “네가 방금 그랬지, 금수강산을 돌아다니고 싶다고, 진짜 좋겠구나, 나도 가고 싶……지만 몸이, 됐다 앞으로 네가 만약 경성으로 돌아오면 내 위패도 같이 데려가 줘. 나도 아름다운 북당의 금수강산을 실컷 볼 수 있게.”원용의는 제왕의 이런 슬픈 모습을 보니 가슴이 아파와서 달래며, “어쩌면 아직 희망이 있을 거예요, 포기하지 마요, 천하에 명의가 이렇게 많은데 분명 방법이 있을 거예요.”“아바마마께서도 몇년간 명의를 수소문 하셨지만 아쉽게도 찾아내지 못했지, 됐어 이 얘기는 그만하자. 네가 떠나기 전에 괜히 아픔을 남길 순 없으니까.” 제왕이 진심 어린 눈빛으로 원용의를 바라봤다.원용의가 약간 망설이며 작은 목소리로: “제왕 사람들은 전부 당신이 병에 걸린 걸 알아요?”“아무도 몰라, 아바마마께서 말하지 못하게 하셨지, 알잖아.” 제왕이 어깨를 으쓱하며 전혀 신경 쓰지 않는 척하지만 일부러 나약한 눈빛을 슬며시 드러내며, “난 황제의 적자니 만약 내가 죽으면 수많은 사람이 큰 형을 지지할 거야, 적자가 없으면 장자를 세우는 법이니까.”원용의는 이해가 됐다. 비록 그녀는 이 일에 관심이 없지만 할머니는 그렇게 말하실 것이다.지금은 장자냐 적자냐의 싸움이다.이 적장자 싸움은 어떤 사람의 한결같은 의지에 따른, 표면적인 이유에 불과하지만 말이다.바로 이 표면적 이유를 계획한 사람이 주재상이다.주재상이 손녀를 자기 외손자인 제왕에게 시집을 보내고, 사람들로 하여금 주재상이 제왕을 미는 것처럼 생각하도록 했다.이 때문에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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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의 왕비   제3397화

    우문호 일행은 강북부로 향하는 내내 북방의 풍경과 풍속을 경험했다. 그로 인해 속도는 매우 느리긴 했지만 말이다.그날 밤, 우문호는 갑자기 악몽에서 깨어나 온몸에 땀을 흘리며 거칠게 숨을 내쉬었다. 그의 얼굴에는 공포가 가득했다.그러자 원경릉이 벌떡 일어나 그를 껴안으며 물었다.“무슨 일이오? 악몽을 꾼 것이오?”우문호는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았다. 아직 날씨가 덥지 않은 데다가 북방에 있어 오히려 날씨까지 쌀쌀했기에, 그는 아직도 악몽이 생각나는 듯, 창백한 표정을 지은 채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꿈에서 셋째 형님이 피투성이인 채 죽어가고 있었소…”원경릉은 그저 꿈이라 생각하고 위로해 주려 했지만, 이내 우문호의 강한 감응 능력을 떠올렸다. 갑자기 나타난 이 꿈이 형제간의 영적 감응일지도 몰랐기 때문이다.우문호도 점점 불안한 생각에 빠졌다.“강북부가 비록 평온해 보여도 사실 북당에서 가장 복잡한 곳이오. 온갖 사람들이 섞여 있고, 북막도 호시탐탐 노리고 있네. 게다가 셋째 형님도 무모한 사람이니, 진짜 무슨 일이 생긴 게 아닐지 걱정되오. 원 선생, 어서 빨리 가야겠소.”원경릉이 서둘러 옷을 입으며 말했다.“아니, 내가 먼저 가겠소. 정말 상처를 입었다면, 내가 가야지 도움이 되지 않겠소? 게다가 난 빨리 갈 수 있잖소.”“좋소. 그럼 먼저 가시오. 우리도 곧 출발하겠소.”우문호는 너무 생생한 꿈 탓에, 더 이상 천천히 갈 수 없었다.“사람을 불러야겠소.”원경릉은 재빨리 옷을 입은 후, 우문호에게 포옹하고 이마에 입을 맞췄다.“먼저 가겠소.”“조심하시오.”우문호가 말을 다 끝내기도 전, 원경릉은 어둠 속으로 모습을 감추었다.원경릉이 사라지자마자 우문호는 방 문을 두드리며, 출발하자고 소리쳤다.우문호의 소리에 모두가 깜짝 놀랐다. 이 밤중에 출발이라니, 무슨 큰 일이 생긴 걸까?이때 수보가 겉옷을 걸치고 나오며, 우문호의 팔을 잡고 물었다.“무슨 일입니까?”우문호가 답했다.“나도 모르네. 하지만 셋째 형님에게 무슨 일

  • 명의 왕비   제3396화

    스무 명이 넘는 자 중 단 한 명만 생포하고 나머지는 전부 섬멸되었다.안왕은 재빨리 위왕의 혈을 눌러 지혈한 후, 중상을 입은 위왕을 데리고 저택으로 돌아왔다. 먼저 의원을 찾으러 간 사람이 있었기에, 의원은 이미 저택에 도착해 있었다. 이때 안왕이 피투성이가 된 채, 의원의 옷깃을 움켜잡았다.“살리시게, 살려야 하네. 꼭 살아야 하네.”의원이 바로 약상자를 내려놓으며 말했다.“진정하십시오.”의원이 위왕의 옷을 가위로 자르자마자, 상처가 바로 드러났다. 다행히도 먼저 지혈한 덕분에 저택까지 돌아올 수 있었다.하지만 심각한 부상 상태와, 깊은 복부의 자상 때문에 장기를 다친 것으로 판단한 의원은 간단한 처리를 마친 후, 안왕에게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소인의 의술이 부족한 탓에, 치료를 감당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경성에서 다치셨다면, 희망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강북부는 의료가 낙후된 지역이다. 비록 혜민서를 설립한 이후 의사를 집중적으로 양성하긴 했지만, 경성에 비하면 여전히 많이 부족했다.안왕이 숨을 헐떡이며 눈에 핏줄을 세우고 소리쳤다.“중상을 입었는데 어찌 도성으로 돌아가란 말인가? 긴 여정을 견딜 수 있을 것 같은가?”의원이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쉬었다.“그것도 참 문제입니다. 황실 친왕이 자금단을 가지고 계신다고 들었는데, 혹시 저택에 있습니까?”“없네!”안왕은 위왕의 호흡이 점점 미약해지는 모습을 보며 절망감에 휩싸여 털썩 주저앉았다.“내가 갖고 있던 자금단은 이미 먹은 지 오래된 것이네.”“경성… 경성으로…”의식을 잃은 위왕은 그저 경성이라는 말만 중얼거렸다.안왕은 눈물을 닦으며 무릎을 꿇었다.“형님, 조금만 더 버티십시오. 의원이 약을 썼으니, 황후가 오실 때까지 며칠만 버티십시오.”심각한 상황이니, 경성으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 돌아가려면 최소 일주일 이상은 걸리지만, 황후는 아마 사흘 안에 도착할 수 있었다. “경성으로……”위왕은 의식을 잃기 전까지 계속해서 경성을 찾았다. 그곳은 그가 너무

  • 명의 왕비   제3395화

    위왕은 마음속에 또 하나의 걱정이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다섯째가 곧 강북부에 오는 것이었다. 비록 이 일은 소문내지 않았지만 이렇게 오랫동안 순행했으니, 소문이 새어나가게 마련이다.설령 그가 강북부에 온다고 밝히지 않다고 하더라도 그의 최종 목적지가 강북부라는 것은 바로 짐작할 수 있었다. 그래서 그는 북막인들이 다섯째에게 해를 가하려는 것은 아닐지 걱정되었다.아무래도 단 한 순간도 북막인의 야심은 멈춘 적 없었기 때문이다.그래서 그는 방심하지 않고, 허점을 찾아내겠다는 결심을 다지며 이들을 감시했다. 확실한 증거가 없는 어디까지나 본인의 추측일 뿐이기에, 그는 이 일을 아직 넷째에게 말하지 않았다. 섣불리 말을 꺼냈다가, 그들이 진짜 금나라 상인이라는 것이 밝혀지기라도 한다면, 두 나라의 사이만 영향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비록 무장이지만, 외교적인 문제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아주 작은 불씨라도, 마음먹은 자가 부추기면 걷잡을 수 없는 큰불이 될 수 있는 법이기에, 섣불리 행동해서는 안 되었다. 그리고 감시 끝에 마침내 이상한 점을 포착했다. 처음엔 열댓 명 정도였던 이들 무리는 이틀 사이 스무 명 이상으로 늘어났다. 새로 온 자들은 앞선 사람들과는 다르게, 군인이라기보다는 강호 인사의 분위기를 풍겼으며, 무공 또한 약하지 않아 보였다.위왕은 경계심을 품고, 밤새 직접 사람들을 이끌어 조사에 나섰다.앞서 만났던 금나라 사람들은 여전히 질문에 순순히 응했지만, 새로 온 강호인들은 거만한 태도를 보였다. 위왕의 질문에도 그저 시큰둥한 태도만 보이며 북당인이라는 것을 증명했다. 위왕은 건방진 그들의 태도에, 몇 마디 호통을 쳤고, 그 모습에 강호인들은 참지 못하고 바로 위왕에게 손을 쓰려고 했다.위왕은 조사하기 위해 온 터라, 데리고 온 부하도 단 몇 명 뿐이었기에, 상대가 일반적인 조사에도 이렇게 쉽게 공격하려 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앞서 온 금나라인들이 말리려 했지만, 그들이 손을 쓰자, 사태가 수습되지 않을 것을 알았다. 그리고

  • 명의 왕비   제3394화

    남강에 며칠 머무는 동안, 아홉째와 함께 남강의 풍경을 둘러보고, 북강에도 다녀왔다.지금 북강 백성들은 조정에 대한 소속감이 아주 강했다. 지난 몇 년 동안 남강을 다스린 정책이 정말 훌륭했기에, 백성들 모두 좋은 날을 보낼 수 있었기에, 자연스레 황제에 대한 존경심도 깊어진 것이었다.황제와 황후가 지나가는 곳마다 백성들은 길가에 모여서 열렬히 환영했다.그들은 이번 순행 내내 오계부에서 신분을 밝힌 것 외에는 항상 미복으로 다녔다. 하지만 남강에서 우문호는 황제의 신분을 드러냈다.우문호는 백성들의 신뢰와 경외심에서 큰 성취감을 느꼈고, 매우 기뻤다. 그는 줄곧 원경릉의 손을 잡고 얼굴에 웃음을 띠고 있었다.과거 북강은 방어를 위해 무술 함정이 많았지만, 이제는 모두 제거되었다. 그리고 많은 백성이 산 아래 평원으로 이주하여, 새로운 마을을 이루었다. 정화를 구하러 왔을 때와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기쁜 마음과 함께 우문호는 감사함도 느꼈다. 이것은 결코 그 혼자만의 공로가 아니기 때문이었다.남강을 떠나야 하는 날이 다가오자, 원경릉은 만아와 여덟째를 떠나는 것이 못내 아쉬웠다. 하지만 곧 변성으로 가야 했기에, 아쉬움을 느낄 수 있는 것도 잠시였다. 남강을 벗어나자마자, 그녀는 아이들과 만날 생각에 들뜨기 시작했다."원 선생, 그들에게 말했소?"길에서 우문호가 물었다."아니, 몰래 가는 것이오."원경릉은 웃으며 말했다."교활하구먼. 그래도 만두가 이미 알려줬을 수도 있을 텐데."지금은 경단과 찰떡, 그리고 계란이 셋만 그곳에 있었다."셋이 다섯 개 성을 다스린다니, 분명히 힘들 것이오."원경릉이 안타까운 표정으로 말했다."그렇소. 그래도 예전보다는 나아졌네. 이제는 태평해 보이니."우문호도 아이들이 안쓰러웠다."이번에 가서는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며 충분히 쉬게 해줘야 하오."사실 성하나를 다스리는 것과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본질적으로 다른 점 없이, 매우 힘든 일이었다.한편, 강북부에서는 최근 강북부 무구산 주변에 신비한 상단

  • 명의 왕비   제3393화

    그러자 홍엽이 그를 바라보며 멈칫했다."자네가 중매를 서겠다고?""안 되오?""말도 안 되는 소리 말게. 자기 혼사도 해결 못 하는데 중매는 무슨. 난 못 믿네!"냉정언이 어깨를 으쓱였다."못 믿으면 말고. 이래 봬도 내가 명문가 아가씨나 협녀를 많이 알고 있소."홍엽은 손으로 그의 목을 움켜잡으며 소리쳤다."알고 있는 아가씨가 있으면 진작 말했어야지! 경성으로 돌아가자마자, 당장 소개해 주시게!"냉정언은 웃으며 그의 손목을 옆으로 밀어냈다."중매 값이 워낙 비싸서. 십만 냥 아니면 쉽게 안 나서오.""돈이 대수요?"홍엽이 교활하게 웃으며 말했다."우린 지금 한집에 살고 있소. 그러니 자네가 돈을 어디에 숨겼는지, 다 알고 있네. 그동안 꽤 많이 챙겼으니, 돌아가서 돈은 두둑이 주겠네."그 말에 냉정언이 깜짝 놀랐다."내 돈을 노리고 있었소? 진짜 도둑을 집에 들였군! 늙어서 쓸 돈이네, 그 돈을 혼사에 쓸 생각은 하지 마시오!""명여가 우리를 챙길 테니, 그렇게 쩨쩨하게 굴지 마시오."홍엽이 새침하게 말했다."나도 돈이 많소. 다만 남의 돈을 쓰는 게 훨씬 재밌을 뿐이네."냉정언이 숨을 들이쉬었다."안 되겠네. 경성에 돌아가자마자 자네를 쫓아내야겠소."홍엽이 말했다."쫓아낼 수 있으면 쫓아내 보시게. 게다가 자네가 나를 청할 때, 뭐라고 했는가? 얼마든지 살아도 된다고 했잖소. 이제 와서 후회하는 것이오?""이야, 홍엽, 어찌 이리 뻔뻔스러워진 것이오?""뻔뻔하지 않으면, 어찌 당신 집에서 이렇게 공으로 먹고살 수 있겠나?"홍엽은 크게 웃으며 그의 어깨에 팔을 얹었다."수보, 신을 모시는 건 쉬워도 보내는 건 어렵다고 하잖소. 이미 집안에 들어갔으니, 쫓아내기는 힘드네. 후회해도 소용없소. 수보의 등골 빼먹다 죽을 것이오. 관에 수의까지 얻어 쓸 생각이라, 죽으면 자네가 장례식까지 마련해줘야 하네."수보는 그를 한참 바라보다가, 애써 이를 악물며 말했다."진짜 뻔뻔하오!"홍엽은 박장대소했다.멀리 복도 끝에

  • 명의 왕비   제3392화

    “예, 그립습니다. 하지만 이곳에서 놀고 싶기도 합니다.”그는 말하다가, 갑자기 신이 난듯 몸을 들썩이며 말을 이어갔다.“여긴 정말 재미있습니다. 아홉째와 나가면 큰 산도 있고, 꽃도, 나무도 많습니다. 물고기도 많고, 사람도 많고, 뭐든지 엄청 많았습니다.”우문호는 웃으며, 못내 안쓰러움을 느꼈다. 예전에 그를 궁 안에 가두고, 거의 밖으로 데리고 나가지 않았다. 게다가 다른 사람이 그를 데리고 나가는 것도 신경 쓰였다.“이곳이 마음에 들면, 좀 더 오래 있어도 된다.”우문호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예, 정말 좋습니다. 다만, 형님과 형수님이 그리웠습니다. 이렇게 오셔서 정말 다행입니다.”여덟째는 흥이 오른 상태로 그의 팔짱을 끼며 말했다.“어서 들어가시지요! 아홉째가 형님이 내일 오신다고 맛있는 음식을 많이 준비했습니다.” 그는 뒤돌아 원경릉에게 외쳤다.“형수님, 빨리 따라오십시오. 맛있는 거 많습니다.”미색은 웃으며 꾸짖었다.“이 무심한 녀석, 다섯째 형수님만 챙기고, 여섯 형수가 배고픈지는 묻지도 않는 것이냐?” 여덟째는 그제야 미색을 본 듯, 놀라서 눈을 크게 뜨고 말했다.“여섯째 형수님도 오셨습니까? 여섯째 형님도 오신 것입니까? 와, 너무 좋습니다!”“질투하다니?”원경릉은 미색의 어깨를 가볍게 토닥이며 미소를 지었다.“여덟째는 너보다 나를 더 좋아하는 것이다.”“아유, 참!”미색은 일부러 그렇게 말했다.여덟째는 바로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항상 그림과 책자를 선물하는 여섯째 형수님도 좋아했기 때문이다.그는 말을 더듬으며 말했다.“그... 그럼 같이 드시지요. 음식 많습니다.”“장난이다. 난 질투 안 해.”미색은 기쁘게 말했다.여덟째는 그제야 마음을 놓았고, 다들 웃으며 안으로 들어갔다.원경릉이 만아에게 말했다.“정말 이곳에서 즐겁게 지내고 있구나. 예전보다 훨씬 활발해졌고, 말도 많이 하네. 이 모든 게 아홉째 덕분이다.”만아는 웃으며 말했다.“예, 둘이 시간이 날 때마다 밖으로 나가, 더

  • 명의 왕비   제3391화

    원경릉은 발끝을 들어 그의 뺨에 입을 맞추고는, 환한 미소를 지었다.우문호는 그런 그녀를 와락 끌어안으며 말했다.“원 선생, 행복하오?”“행복하오.”“하하하. 지금이 아닌, 나와 함께했던 모든 날이 행복했냐고 물어보는 것이오.”“모든 순간이 당연히 행복하고, 기쁘오!”원경릉은 스스로를 자조하듯 웃었다.“나 같은 집순이가 이렇게 결혼생활이 행복할 줄 누가 알았겠소?”한때 그녀는 자신이 평생 결혼하지 못할 거라 생각했고, 사랑 없는 삶도 부족함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그녀는 사랑을 중요하지 않다고 여겼었지만, 사랑은 사실 정말로 중요했다.산꼭대기에 앉아, 차가운 바람을 맞고 있었지만, 추위는 느껴지지 않았다. 그녀는 지금의 풍경을 눈에, 그리고 마음에 깊이 새기고 싶었다.그리고 함께 늙어간 후, 다시 천천히 되새기고 싶었다.영산에서 내려온 후, 그들은 다시 여정을 이어나갔다. 이번 목적지는 바로 남강이었다.명절이 지난 뒤, 아홉째는 여덟째를 데리고 먼저 남강으로 돌아갔다. 다들 그가 그곳에서 잘 지내고 있는지 궁금했다.남강 땅은 오랜만이었다. 마지막으로 발을 디딘 건, 정화를 구하러 갔을 때였다.남강으로 가는 내내 홍엽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냉정언이 물었다.“남강에 가면, 못난이를 만날 것이오?”“만나야지.”홍엽이 답했다.“물론 만나야지!”못난이는 오랜 시간 그와 함께했던 사람이니, 만나야 했다. 못난이가 종종 편지를 보내오긴 했지만, 자기 상황은 거의 말하지 않았다.반면 아홉째는 편지에서 북강의 소식을 자주 전해주었다.지금의 남강은 어느 정도 통일되어 있었고, 북강과 남강도 평화롭게 공존하고 있었다. 그동안 이익 문제로 양측의 왕래가 더욱 빈번해졌다.아홉째는 편지에서 못난이가 북강의 민심을 얻었고, 성격도 예전보다 훨씬 밝아져, 마치 다른 사람이 된 듯하다고 전했다.홍엽의 마음엔 기대와 기쁨이 섞여 있었다. 그도 지금 잘 지내고 있으니, 못난이도 잘 지내길 바랐다.우문호는 남강에서 돌아온 후, 변방으로 갈

  • 명의 왕비   제3390화

    그 일을 떠올리자, 꿈에서 본 일이라 그런지 마치 얼마 전에 있었던 일처럼 느껴졌다.그때 그들은 죽을 만큼 힘든 소년들이었는데, 지금은 한없이 한가한 노인이 되었다.세월은 덧없이 흘러갔고, 그동안 그들은 많은 사람들을 잃었다.무상황은 자신의 황후였던 소봉을 떠올렸다.그들은 줄곧 전형적인 황제와 황후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는 나라를 다스렸고, 그녀는 후궁을 다스렸다. 비록 그가 그녀를 괴롭히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많은 애정을 주지도 않았다.그렇게 평범하게 평생을 함께했지만, 그녀가 떠나는 날, 그는 마음속 한 조각이 떨어져 나간 듯한 슬픔을 느꼈다.평생 함께했던 사람이 자신보다 먼저 떠날 거라 생각하지 못했기에 더욱 아팠다.세 사람은 한참 동안 넋을 잃고 있다, 다시 길을 나섰다.유아독존과 관련된 일이 생각보다 커졌지만, 모든 소란은 결국 가라앉게 될 것이다. 모든 소문도 점점 사그라들기 마련이니, 그들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하지만 세 사람이 여행하는 영상이 점점 유명해지면서, 유아독존은 더 심하게 비난을 받았다.현실에서 함부로 욕설을 내뱉으면 얻어맞을 수도 있지만, 인터넷에서는 당당한 명분이 있었기에 악성 댓글을 다는 자들은 마음껏 욕을 퍼부었다.그리고 어느 날, 추 어르신이 오래도록 인터넷의 댓글을 훑어보면서 잠시 생각에 잠긴 듯했다. 그는 이내 해가 지는 장면을 찍어 짧은 영상을 올렸다. 그리고 영상에 한마디만 덧붙였다.“분쟁 없이, 오직 평화만 있기를.”그는 모든 다툼이 끝나길 바랐고, 누군가를 벼랑 끝으로 몰지 않기를 바랐다. 단지 말로만 승부를 겨루는 사람은 그들의 적이 아니기 때문이다.음... 무엇보다 적이 될 자격도 없었다!영상이 올라간 지 이틀 뒤, 유아독존은 마침내 사과 영상을 올렸다. 그는 질투와 시기로 무술을 모독한 것을 사죄했고, 은퇴를 선언했다. 그리고 직접 그들의 계정을 태그해 진심으로 사과했다.진심 어린 사과는 항상 용서를 가져오는 법이다. 그리고 악성 댓글을 달던 사람들도 마침내 욕설을 멈췄다.

  • 명의 왕비   제3389화

    삼대 거두는 늦은 시각이 되어서야 일어났고, 숙취에서 깨어나니, 이미 날이 밝아져 있었다. 그들은 아직 잠에서 깨지 않아, 눈앞의 모든 것이 몽롱해 오늘이 무슨 날인지조차 모를 정도였다.태양이 서서히 떠오르며 하늘에 떠 있는 주황빛 구름은 점점 짙은 금빛으로 변했고, 금빛 가장자리에는 붉은색이 덧씌워져, 눈부시게 아름다웠다.소요공이 눈을 비비며 말했다."꿈을 꿨네."추 어르신과 무상황은 동시에 그를 바라보며 이구동성으로 물었다."무슨 꿈을 꿨는가?""꿈에서 숭이가 사내에게 속았는데, 우리가 직접 나서서 복수를 해줬다네."추 어르신과 무상황은 놀라서 동시에 숨을 들이켜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귀신이 곡할 노릇이네."말이 끝나자,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깜짝 놀라 외쳤다."자네도 꾼 것인가?""그렇네!""그렇네!""설마 우리 셋이 똑같은 꿈을 꾼 것이오?"소요공도 깜짝 놀랐다.그 일은 그렇게 중요한 일도 아니었고, 어떻게 된 일인지 가물가물할 정도로, 그저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만 어렴풋이 기억할 정도였는데, 꿈에서는 그 장면 장면이 또렷하게 떠올랐다.그리고, 이 꿈은 당시 엄청난 부담을 받고 있던 그들에게 정말 훌륭한 감정 해소가 되었다. 그들은 모든 고통과 억울함, 스트레스를 주먹질로 시원하게 풀어냈다.한편, 무상황은 자신이 황후를 소홀히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그때 무슨 상황이었는지 기억하는가?"추 어르신이 흥분한 듯 말했다."물론 기억은 나네. 당시엔 소봉이가 궁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적성루 사람들을 많이 그리워했네. 게다가 나도 자네들과 어울리느라 바빠서 황후를 소홀히 했네. 그래서 적성루 상궁과 숭이를 궁으로 불러, 이야기를 나누게 했지."사실 기억이 가물가물했지만, 꿈속에서 다시 겪은 덕분에 자세히 생각났다.그때 어서방의 회의가 끝나고, 소복이 무심히 물었다."폐하, 황후 마마를 오랫동안 못 뵙지 않으셨습니까?"그는 소복의 말이 소봉을 보러 가자는 암시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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