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문호의 막강 멤버우문호가 탄식하며, “사실 나중에 비자금 금고가 있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진정정이 곧 올 거잖아? 내가 너무 궁상맞게 있을 수는 없다고.”“그건, 그렇지요.” 탕양이 태자와 태자비 사이에서 아슬아슬 줄타기를 하고 있다.초왕부는 내일 큰 일을 앞두고 일정대로 예행 연습을 시작했다.우선 새벽 자시 전후에 아이들의 배냇머리를 밀어주는데 이것을 ‘한달 축하’라 한다. 그 다음으로 우문호가 원경릉과 우리 떡들을 데리고 황실 종묘에서 향을 올리고 절을 한 뒤, 태상황, 태후, 황제, 황후에게 절을 한다.이 모든 것을 끝내고 정후부로 돌아가 인사를 올리는데 이것을 ‘한달 근친’이라 한다. 갔다고 치고 축하금과 축하물품을 받아서 폭죽을 터트리며 초왕부로 돌아와 각양 각처에서 온 손님들을 맞이 한다.정후부에도 주연 자리를 마련해 정후부의 친인척과 친구를 초대하는데 이 일은 원경릉이 일찌감치 사람을 보내 할머니와 상의했고 돈은 원경릉이 냈다.할머니가 가지고 있던 돈은 정후가 다 탕진해서, 체면이 설 만큼의 연회를 베풀 자금이 없다는 것을 원경릉은 알고 있었다.노마님은 거동이 불편하시지만 원경릉이 전에 출산용으로 준비했던 휠체어를 할머니께 드리고, 만 한달 산후조리가 끝나기만 하면 정성껏 물리치료는 물론, 어떤 수단을 쓰던 정후를 쫓아내서 정후부를 서서히 회복하시킬 것이다.초왕부의 인력이 부족해서 원래는 손왕부나 제왕부에서 사람을 빌려오려고 했으나 명원제가 허락하지 않고, 이틀 전에 궁중 사무를 담당하는 총책임자와 몇 십 명을 파견해 일을 돕게 했다.그리고 날짜 안에 일을 마쳐야 하고, 반드시 궁중의 법도에 따라야 했다.이렇게 하는 것이 정식이다.원경병은 하루 전에 와서 원경릉 곁에 있는데 왜냐면 내일 존재감이 큰 원경릉의 곁에서 말벗이라는 주요 역할을 담당하기 위해서다.말벗을 무시해서는 안되는 것이, 원경릉은 궁중의 법도를 잘 모르는 태자비인 데다 내일은 매우 격식을 차린 연회로 공주와 귀부인들이 모두 올 것이 분명하다. 말벗이 손
한달 연회를 향해태자는 태자비가 회임했다는 사실을 안 이후로 향락 생활을 누리지 못해 몇 번이나 조어의를 찾아가 귀찮게 했는데, 조어의 고생도이 말이 아닌 게 솔직히 조어의라고 무슨 방법이 있을까? 아니 손바닥도 부딪혀야 소리가 나지? 조어의는 손바닥도 아니고 말이다.해시(밤9시~11시) 전후에 구사가 백명의 금군을 데리고 왔다. 병력을 배치하고 순찰을 진행하는데 금군과 초왕부 병사가 힘을 합하여 진행했다.당연히 이번에 처음이 아니고 전에도 합동 작전을 한 적이 있어 빠른 속도로 협동작전을 시작했다.새벽, 이발사가 우리 떡들 머리를 깎아주었다.한달간 열심히 젖을 먹은 덕분에 떡들 사이 차이는 점점 작아져서 적어도 얼굴은 거의 차이가 없다.하지만 만두 몸이 줄곧 가장 건장하고 두번째가 경단이, 찰떡이는 비교적 말랐지만 얼굴은 조금씩 살이 올라서 얼른 보면 바로 구별하기 어렵다.머리를 깎고 머리로 숨쉬는 곳에만 약간 머리카락을 남겨둬서 대천문이 뛰는 걸 볼 수 있는데 동글동글 꿀떡 같은 도련님들이 어찌나 귀여운지, 손발을 꼼지락거릴 땐 아가들을 가슴에 꽉 끌어안고 쪽쪽 빨아먹고 싶어 미칠 지경이다.심지어 우문호조차 넋을 잃고 보면서: “정말 귀엽다.”우문호는 말하면서 원경릉을 바라보고 참지 못하고 달려와 끌어 안으며, “원, 넌 진짜 대단해, 조각한 것 같은 아가를 셋이나 낳다니.”원경릉도 행복하게 웃었다. 귀엽던 아니던 각자 보고싶은 대로 보겠지만 엄마가 보기엔 언제나 자기 아이가 제일 예쁘다.사식이는 찰떡이를 안고 내려놓기 싫어서 계속 희상궁에게: “희상궁, 봐요, 이 눈매가 얼마나 이쁜가, 이 코는 또 얼마나 귀여운지, 이 입은 또 얼마나 고와요, 이 귀 좀 봐. 커다란 게 정말 보배에요.”희상궁이 웃으며: “그래요, 얼마나 예쁜 지요. 하지만 그만 보세요. 출발 준비 해야 하니 유모에게 데려가라고 하지요.”아이가 입궁하면 반드시 유모를 데리고 가야해서 희상궁이 미리 법도를 가르쳤다.원경릉은 오늘 태자비의 관복을 입는다. 관복은 붉
세 쌍둥이의 궁전 나들이입궁해서 일단 세 쌍둥이 먼저 동궁으로 보냈다.궁에 들어서자 목여태감이 예부상서(禮部尚書)를 대동하고 태후를 모시는 호상궁도 함께 있다.그리고 갈아입을 수 있도록 세 쌍둥이 옷이 준비되어 있었다.만두는 황태손으로 막 한달이 되었기에 발톱이 4개짜리 비룡이 수놓아진 붉은 보라색 옷을 입고 빨간 테를 두른 황금색 모자를 썼다.경단이와 찰떡이도 황손이므로 나는 매와 신수가 수놓아진 붉은 보라색 옷과 동그란 머리통에 쫑긋한 귀가 오히려 위풍당당하다.우문호가 아이들을 보니 가슴이 벅차다. 세상에 어떻게 이렇게 예쁜 아가들이 있을 수 있지?원경릉도 상당히 기뻐서 한 명씩 뽀뽀해 주었다. 만두는 입을 활짝 벌리고 웃고, 경단이는 차분하고, 찰떡이는 멍하다.옷 매무새를 가다듬은 후에 신명전(神明殿)으로 갔다.태상황, 태후, 명원제와 황후가 모두 거기 있고 당연히 각 후궁의 마마들도 모두 왔다.태후를 비롯해 모두 다소 긴장했다. 아가들이 어렵사리 온다는 말에 우문호와 원경릉이 손잡고 들어와 예를 취하기도 전에 태후가 얼른 가서, “아이고, 이 할미가 기다리다가 목 빠지겠다.”세 쌍둥이의 빼어나고 당당한 모습을 보더니 할머니는 더욱 기뻐하며 하나씩 어찌나 사랑스럽게 이름을 부르시는지 우문호와 원경릉은 몇 번이고 예를 올릴 기회를 놓쳤다.태상황이 조심스럽게, “됐네, 쟤들도 아가들 데리고 절 올리러 가야지, 조금 있으면 당신과 아가들 시간이니.”태상황은 기분이 나빴다.‘자기가 얼마나 할망구인지 모르나, 늙은 주둥이를 우리 ‘귀욤이’들 얼굴에 부비다니, 더러운 거 몰라?’우문호와 세 아가들이 안으로 들어가 열조에게 절을 올리는 예식을 한 후에, 안고 나와 태상황에게 절을 하는데 이때, 태상황이 어디선가 손수건을 꺼내 세 아가들의 얼굴을 닦고 또 닦아 주었다.태후가 보고는 자기가 뽀뽀한 게 싫어서 그런 걸 알고 기분이 나빴지만 원래 감히 영감한테 싫은 내색을 못하는지라 겸연쩍은 듯: “찹쌀로 만든 꿀떡 같네, 귀여워하지 않을 사람
신명전에서 무엄하다?태상황이 이 소리를 듣고: “네 손자가 네 말에 방귀 뿡이라는데?”하고 놀린다.명원제가 웃으며: “괜찮습니다. 괜찮아요, 그런데 정말 한마음이구나.”우문호가 옆에서 웃으며: “맞아요, 세 쌍둥이가 정신 감응이라도 하는지 동작이나 표정을 자세히 보면 똑같다니까요.”사람들이 얼른 시선을 집중시켜 보는데 과연 셋의 표정이 비슷한 게 하나가 입을 동그랗게 하면 나머지 둘도 입을 동그랗게 말고 하나가 하품하면 나머지 둘도 하품을 하는 것이 기가 막히게 호흡이 착착 맞는다.호비가 다가오더니 기쁜 듯이: “폐하, 쟤들 정말 너무 귀여워요, 신첩도 하나 낳고 싶습니다.”호비는 젊고 활발한 데다 열렬한 성격에 말투는 ‘돌직구’라 다른 사람이 이 말을 했으면 부끄러운 줄도 모른다고 하겠지만, 호비가 해맑게 얘기하면 참 예쁜 꿈이구나 하고 생각하게 된다.명원제가 고개를 들고 사랑의 눈으로 호비를 보더니 눈을 내리까는데 입꼬리가 살짝 치켜 올라간 것이 내심 좋아 죽겠다.현비가 줄곧 입을 다물고 옆에 앉아 있는데 이런 왁자지껄함이 자신과는 무관하다는 듯 아무도 현비에게 상황을 전하지 않았다. 현비는 아이들의 할머니지만 앞으로 나와 아이들을 볼 수조차 없었다.호비의 한마디에 현비의 참을성이 깨졌다. 특히 황제가 호비를 보는 그 시선을 보는 순간 현비는 울분을 참지 못해 차갑게: “법도를 모르는 것이냐? 오늘이 무슨 날인데 이 자리가 어디라고 네가 감히 아이를 낳겠다는 뻔뻔한 소리를 해? 그런 복이 아무한테나 있는 줄 알아?”현비의 이 말은 전혀 도리에 맞지 않았다.특히 이 신명전이라는 곳은 안에 우문씨 집안 열조의 신위를 모셔 놓았다.호비가 여기서 아이를 낳겠다고 한 것은 비록 대담하긴 하지만 장소에 맞는 적절한 말이었다.게다가 호비는 젊고 소녀의 마음이 아닌가, 그렇게 장중하지 않아도 아무도 호비를 탓하지 않는다.하지만 현비는 달랐다.현비는 현 태자의 생모이고 총애를 받는 비빈으로 법도로 보나 진중함으로 보나 궁에서 3위 안에 들것이다
한달 축하현비는 이성을 잃은 게 아니여서, 이번에 진짜 기절을 했어도 아무도 자신한테 신경 쓰지 않았을 것을 알고 있다.황제가 현비를 싫어하고 고모인 태후도 현비를 돕지 않을 뿐 아니라 제일 가증스러운 건, 다섯째도 현비를 위해 나서지 않았다는 사실이다.반 평생을 계획한 일이 성공이 코앞인데 고작 이정도가 모자라다니 현비가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현비는 천천히 일어나 차갑게: “내가 실언했구나, 다음에 자연 태후마마께 죄를 청할 것이나 지금은 내 손자의 만 한달 경사로, 내가 손자를 위해 준비한 선물도 아직 못 줬으니 여기서 석고대죄 하고 있을 수는 없다.”말을 마치고 현비를 이를 악물고 밖으로 갔다.호상궁은 현비의 성격을 알아서 말리지 않고 단지 고개를 흔들며: “마마 또 왜 그러십니까? 이번에 태후마마와 황제 폐하께서 화가 머리 꼭대기까지 나셨는데 어찌 석고대죄를 안 하려고 하세요? 석고대죄하시면 태후마마께서도 여지를 봐서 마마를 용서하실 겁니다.”현비는 호상궁의 말을 듣지 않고, 곧바로 밖으로 나갔다.현비는 밖으로 나갔지만 차마 건곤전으로 들어가진 못했다.건곤전은 태상황이 사는 곳으로 태상황의 윤허 없이 감히 누가 현비를 안으로 들여보낼까? 현비는 밖에서 서성거리다가 사람들이 우리 떡들에게 축하선물 보따리를 주고 나올 때를 기다렸다가 가서 세개의 금 자물쇠 목걸이를 우리 떡들 목에 걸어주었다.떡들의 몸엔 이미 각종 장수 목걸이며 여의주 목걸이가 걸려 있고 빛나는 금은장식모자가 몇 개나 있어 이미 걸칠 수가 없는 상태로, 각종 축하선물은 우리 떡들 몸에 놓아 두었다가 잠시 후 희상궁이 거두어 갔다.호비가 준 건 금 목걸이로 ‘뜻대로 평안하게, 오래오래 백살까지’가 새겨져 있었다.현비의 금 자물쇠는 마침 호비가 둔 금 목걸이 위에 놓여졌는데 눈에 띄게 쩨쩨해 보였다.현비는 열 받았지만 이번엔 경솔하게 굴지 않은 게 오늘 더 소란을 피웠다간 만회할 여지도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내시관(內侍官)이 우리 떡들이 출궁하는 것을 배웅할 때
사라진 찰떡이하지만 희상궁은 생각이 달라서 사람들을 순서대로 가서 먹게 하고, 희상궁은 먼저 세 유모가 부인들과 아이를 보는 방으로 가서 부인들, 유모와 사식이, 만아가 탕병을 먹고 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그들이 돌아와서는 교대했다.희상궁이 귀에 못이 박히도록 신신당부하길 우리 떡들한테서 시선을 떼지 말라는 것이었다.하지만 밖에는 구사와 서일의 사람이 있고 설사 누가 아가를 안고 나가더라도 마당을 나가지 못한다.이렇게 순서대로 탕병을 먹고 돌아오는 동안 우문호 쪽도 향탁자를 사당에 넣어두는 걸 마지막으로 해야 할 모든 과정을 다 마친 셈이었다.이때, 원경릉도 노마님을 검사한 후 나가서 약을 처방했다. 노마님 상황이 비록 엄중하지만 불행 중 다행으로 지금 모두 안정적이라 2차발작의 전조는 없고 앞으로 재활이 더욱 중요하다.이렇게 격식대로 다 치른 후에 유모는 우리 떡들을 안고 정후부를 나갔다.일행이 마차에 오르고 아이들이 시끌벅적한 상황에 있다가 조용한 마차에 타니 전부 잠이 들었고, 얼굴에 노랑 빨강 물을 묻혀서 얼굴을 알아볼 수 없지만 상당히 재미있다.우문호가 말을 타고 나가려고 하는데 귀영위 나장군이 나타났다.“전하, 정후가 아이 하나를 데리고 후문으로 나가고 있습니다. 소신 이미 귀영위에게 따라가게 했습니다.” 나장군이 말했다.우문호가 고개를 끄덕이며, 준엄한 눈빛으로, “응, 좋아, 몰래 따라붙도록, 그가 누구랑 접촉하는지, 기억하게, 위험한 상황이 발생하면 아무것도 따지지 말고 일단 아이를 구해오게.”나장군이 예를 취하며, “예, 전하!”우문호는 말을 달려 마차를 따라가는데 천천히 초왕부로 돌아갔다.초왕부로 돌아와서도 계속 손님들이 계속 들이닥쳤다.유모가 우리 떡들을 안고 소월각으로 돌아가서 아이들 얼굴의 주사와 붉은 물을 깨끗이 다 씻기자 찰떡이의 유모가 놀라서 비명을 질렀다.희상궁이 밖에 있다가 비명을 듣고 무슨 일이 생긴 줄 알고 얼른 들어왔다.“웬 소란이냐?” 희상궁이 화를 내며, “밖에 손님들이 계시지 않느냐.”
찰뗙이는 무사히?“안왕?” 원경릉이 어찌할 바를 몰랐으나 우문호가 모든 것을 간파하고 있는 듯한 모습을 보고 겨우 냉정을 되찾으며,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당신은 또 어떻게 알았어?”우문호가 원경릉을 데려다 앉히고: “그날 정후가 날 찾아와서 나한테 관직을 내놓으라고 하더군. 내가 동의하지 않았는데 정후가 마차를 내리길래 사람을 붙였더니 정후가 넷째와 만나는 것을 발견했지. 그리고는 넷째 저택에 들어가버려서 비록 그들이 무슨 꿍꿍이를 꾸몄는지는 모르겠지만 신중을 기해서 계속 사람을 시켜 정후를 지켜봤는데 어제 정후부에 아이 하나를 안고 돌아와 정후부에 숨기는 것이 때가 되면 바꿔 치기 할 거라고 추측 하고, 물 들어올 때 노 젓게 정후가 움직이게 내버려뒀지. 이 일은 나와 나장군이 상의했고 만약 정말 넷째가 아이를 데려가려고 하면 그때 바로 잡을 거야.”원경릉이 격노하며, “기어이 찰떡이를 미끼로 썼다는 거야 지금? 만약 무슨 일이 생기면 어떻게 할 건데?”우문호는 원경릉이 화낼 것을 알고 미리 변명을 준비했다, “넷째가 만약 계속 우리 아이들을 해칠 생각이면 막으려 해야 막을 수 없어. 이번에 못하면 다음번에 또 계속 할 거야. 그러니 일을 크게 터트려서 아바마마께서 아시게 하는 수밖에 없어. 그러면 넷째와 관계를 완전히 끊는 한이 있어도 감히 다시는 아이들에게 손을 대지 못할 테니까. 어쨌든 아바마마께서 넷째의 속셈을 아시면 앞으로 아이들에게 무슨 일이 생기든 전부 넷째 탓으로 돌아가게 되지.”원경릉이 너무도 초조한 나머지, “정후가 찰떡이를 데려가서 도대체 뭘 하려는 거지?”우문호의 말투가 냉랭한 게: “뭘 할 수 있냐고? 아들 셋을 낳는 건 복이잖아? 하나를 데려가면 당연히 복이 아니게 되지. 다시 말해 우리 아들을 약점으로 삼아 손에 쥐고 우리 부부의 숨통을 쥐겠다는 거지.”원경릉이 이해가 안돼서, “안왕이 우리 약점을 손에 쥐겠다고? 아바마마께서 안왕을 가만 두시겠어?”우문호가 원경릉의 어깨를 부축하며, “만약 아이가 정말
찰떡이는 납치중하지만, 찰떡이가 아직 한번도 원경릉 곁을 떠난 적이 없는데 지금 정후가 안고 갔으니 얼마나 무서울지 상상도 되지 않았다.찰떡이는 소심해서 자기가 낀 방귀에도 놀라 울음을 터트릴 정도다.우문호는 원경릉의 손발이 차가운 것을 보고 극도로 두려워하고 있음을 느끼고 그녀를 안고 몇 번이고 맹세하며 반드시 아무 일도 없을 것이라고 했다.원경릉이 억지로 마음을 가라앉히고: “그럼 무슨 소식이 있으면 반드시 바로 나한테 알려줘, 날 속이면 안돼.”“그럴 게, 소식이 있다면 반드시 좋은 소식일 테니 날 믿어.” 우문호가 원경릉의 이마에 입을 맞추고 원경릉의 얼굴색이 심각하게 창백한 것을 보고 가슴 아파하며, “좀 쉬고 있어, 오늘 손님 응대하지 말고, 희상궁에게 너 오늘 머리 아프다고 할 게.”원경릉이 정신줄을 놓은 상태로 고개를 끄덕이며, “알았어.”우문호가 원경릉의 얼굴을 받쳐 들어보니 그녀의 걱정과 압박감이 느껴졌다. 비록 우문호가 만전을 기해 준비했다고 하지만 우문호의 마음도 사실 차분하지 않고 계속 반쯤 허공에 걸려 있는 것 같기 때문이다.하지만 우문호는 원경릉 앞에서는 그런 표현을 할 수 없는 게 그러면 원경릉은 정말 놀라서 죽을 지도 모른다.우문호가 난해한 표정으로: “원, 미안해, 나랑같이 이렇게 오래 있었는데 하루도 온전히 편한 날을 보내게 해주지 못해서.”원경릉의 눈가가 붉게 물들며 목이 메여서: “난 괜찮아, 하지만 앞으로 어떤 사람을 만나고 어떤 일을 겪어도 당신은 언제나 반드시 우리 떡들을 보호하는 걸 전제로 해야 해, 다시는 걔들을 위험에 처하게 하지 마.”“맹세 할 게.” 우문호는 다시 원경릉을 품에 안고 낮게 숨을 내뱉았다. 조각 같은 얼굴이 침울함에 휩싸이고 눈에선 차가운 빛이 번뜩이고 지나갔다.이때 정후는 목적을 달성한 후 찰떡이를 데리고 후문을 나갔다.방안에 정후는 미리 아가 한 명을 큰 침대에 놓아서 준비해 두고 중간에 포개 져 있는 이불이 마침 시선을 가려주어 둘째 노마님이 황씨, 주씨, 난씨를
우문호 일행은 강북부로 향하는 내내 북방의 풍경과 풍속을 경험했다. 그로 인해 속도는 매우 느리긴 했지만 말이다.그날 밤, 우문호는 갑자기 악몽에서 깨어나 온몸에 땀을 흘리며 거칠게 숨을 내쉬었다. 그의 얼굴에는 공포가 가득했다.그러자 원경릉이 벌떡 일어나 그를 껴안으며 물었다.“무슨 일이오? 악몽을 꾼 것이오?”우문호는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았다. 아직 날씨가 덥지 않은 데다가 북방에 있어 오히려 날씨까지 쌀쌀했기에, 그는 아직도 악몽이 생각나는 듯, 창백한 표정을 지은 채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꿈에서 셋째 형님이 피투성이인 채 죽어가고 있었소…”원경릉은 그저 꿈이라 생각하고 위로해 주려 했지만, 이내 우문호의 강한 감응 능력을 떠올렸다. 갑자기 나타난 이 꿈이 형제간의 영적 감응일지도 몰랐기 때문이다.우문호도 점점 불안한 생각에 빠졌다.“강북부가 비록 평온해 보여도 사실 북당에서 가장 복잡한 곳이오. 온갖 사람들이 섞여 있고, 북막도 호시탐탐 노리고 있네. 게다가 셋째 형님도 무모한 사람이니, 진짜 무슨 일이 생긴 게 아닐지 걱정되오. 원 선생, 어서 빨리 가야겠소.”원경릉이 서둘러 옷을 입으며 말했다.“아니, 내가 먼저 가겠소. 정말 상처를 입었다면, 내가 가야지 도움이 되지 않겠소? 게다가 난 빨리 갈 수 있잖소.”“좋소. 그럼 먼저 가시오. 우리도 곧 출발하겠소.”우문호는 너무 생생한 꿈 탓에, 더 이상 천천히 갈 수 없었다.“사람을 불러야겠소.”원경릉은 재빨리 옷을 입은 후, 우문호에게 포옹하고 이마에 입을 맞췄다.“먼저 가겠소.”“조심하시오.”우문호가 말을 다 끝내기도 전, 원경릉은 어둠 속으로 모습을 감추었다.원경릉이 사라지자마자 우문호는 방 문을 두드리며, 출발하자고 소리쳤다.우문호의 소리에 모두가 깜짝 놀랐다. 이 밤중에 출발이라니, 무슨 큰 일이 생긴 걸까?이때 수보가 겉옷을 걸치고 나오며, 우문호의 팔을 잡고 물었다.“무슨 일입니까?”우문호가 답했다.“나도 모르네. 하지만 셋째 형님에게 무슨 일
스무 명이 넘는 자 중 단 한 명만 생포하고 나머지는 전부 섬멸되었다.안왕은 재빨리 위왕의 혈을 눌러 지혈한 후, 중상을 입은 위왕을 데리고 저택으로 돌아왔다. 먼저 의원을 찾으러 간 사람이 있었기에, 의원은 이미 저택에 도착해 있었다. 이때 안왕이 피투성이가 된 채, 의원의 옷깃을 움켜잡았다.“살리시게, 살려야 하네. 꼭 살아야 하네.”의원이 바로 약상자를 내려놓으며 말했다.“진정하십시오.”의원이 위왕의 옷을 가위로 자르자마자, 상처가 바로 드러났다. 다행히도 먼저 지혈한 덕분에 저택까지 돌아올 수 있었다.하지만 심각한 부상 상태와, 깊은 복부의 자상 때문에 장기를 다친 것으로 판단한 의원은 간단한 처리를 마친 후, 안왕에게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소인의 의술이 부족한 탓에, 치료를 감당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경성에서 다치셨다면, 희망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강북부는 의료가 낙후된 지역이다. 비록 혜민서를 설립한 이후 의사를 집중적으로 양성하긴 했지만, 경성에 비하면 여전히 많이 부족했다.안왕이 숨을 헐떡이며 눈에 핏줄을 세우고 소리쳤다.“중상을 입었는데 어찌 도성으로 돌아가란 말인가? 긴 여정을 견딜 수 있을 것 같은가?”의원이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쉬었다.“그것도 참 문제입니다. 황실 친왕이 자금단을 가지고 계신다고 들었는데, 혹시 저택에 있습니까?”“없네!”안왕은 위왕의 호흡이 점점 미약해지는 모습을 보며 절망감에 휩싸여 털썩 주저앉았다.“내가 갖고 있던 자금단은 이미 먹은 지 오래된 것이네.”“경성… 경성으로…”의식을 잃은 위왕은 그저 경성이라는 말만 중얼거렸다.안왕은 눈물을 닦으며 무릎을 꿇었다.“형님, 조금만 더 버티십시오. 의원이 약을 썼으니, 황후가 오실 때까지 며칠만 버티십시오.”심각한 상황이니, 경성으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 돌아가려면 최소 일주일 이상은 걸리지만, 황후는 아마 사흘 안에 도착할 수 있었다. “경성으로……”위왕은 의식을 잃기 전까지 계속해서 경성을 찾았다. 그곳은 그가 너무
위왕은 마음속에 또 하나의 걱정이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다섯째가 곧 강북부에 오는 것이었다. 비록 이 일은 소문내지 않았지만 이렇게 오랫동안 순행했으니, 소문이 새어나가게 마련이다.설령 그가 강북부에 온다고 밝히지 않다고 하더라도 그의 최종 목적지가 강북부라는 것은 바로 짐작할 수 있었다. 그래서 그는 북막인들이 다섯째에게 해를 가하려는 것은 아닐지 걱정되었다.아무래도 단 한 순간도 북막인의 야심은 멈춘 적 없었기 때문이다.그래서 그는 방심하지 않고, 허점을 찾아내겠다는 결심을 다지며 이들을 감시했다. 확실한 증거가 없는 어디까지나 본인의 추측일 뿐이기에, 그는 이 일을 아직 넷째에게 말하지 않았다. 섣불리 말을 꺼냈다가, 그들이 진짜 금나라 상인이라는 것이 밝혀지기라도 한다면, 두 나라의 사이만 영향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비록 무장이지만, 외교적인 문제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아주 작은 불씨라도, 마음먹은 자가 부추기면 걷잡을 수 없는 큰불이 될 수 있는 법이기에, 섣불리 행동해서는 안 되었다. 그리고 감시 끝에 마침내 이상한 점을 포착했다. 처음엔 열댓 명 정도였던 이들 무리는 이틀 사이 스무 명 이상으로 늘어났다. 새로 온 자들은 앞선 사람들과는 다르게, 군인이라기보다는 강호 인사의 분위기를 풍겼으며, 무공 또한 약하지 않아 보였다.위왕은 경계심을 품고, 밤새 직접 사람들을 이끌어 조사에 나섰다.앞서 만났던 금나라 사람들은 여전히 질문에 순순히 응했지만, 새로 온 강호인들은 거만한 태도를 보였다. 위왕의 질문에도 그저 시큰둥한 태도만 보이며 북당인이라는 것을 증명했다. 위왕은 건방진 그들의 태도에, 몇 마디 호통을 쳤고, 그 모습에 강호인들은 참지 못하고 바로 위왕에게 손을 쓰려고 했다.위왕은 조사하기 위해 온 터라, 데리고 온 부하도 단 몇 명 뿐이었기에, 상대가 일반적인 조사에도 이렇게 쉽게 공격하려 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앞서 온 금나라인들이 말리려 했지만, 그들이 손을 쓰자, 사태가 수습되지 않을 것을 알았다. 그리고
남강에 며칠 머무는 동안, 아홉째와 함께 남강의 풍경을 둘러보고, 북강에도 다녀왔다.지금 북강 백성들은 조정에 대한 소속감이 아주 강했다. 지난 몇 년 동안 남강을 다스린 정책이 정말 훌륭했기에, 백성들 모두 좋은 날을 보낼 수 있었기에, 자연스레 황제에 대한 존경심도 깊어진 것이었다.황제와 황후가 지나가는 곳마다 백성들은 길가에 모여서 열렬히 환영했다.그들은 이번 순행 내내 오계부에서 신분을 밝힌 것 외에는 항상 미복으로 다녔다. 하지만 남강에서 우문호는 황제의 신분을 드러냈다.우문호는 백성들의 신뢰와 경외심에서 큰 성취감을 느꼈고, 매우 기뻤다. 그는 줄곧 원경릉의 손을 잡고 얼굴에 웃음을 띠고 있었다.과거 북강은 방어를 위해 무술 함정이 많았지만, 이제는 모두 제거되었다. 그리고 많은 백성이 산 아래 평원으로 이주하여, 새로운 마을을 이루었다. 정화를 구하러 왔을 때와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기쁜 마음과 함께 우문호는 감사함도 느꼈다. 이것은 결코 그 혼자만의 공로가 아니기 때문이었다.남강을 떠나야 하는 날이 다가오자, 원경릉은 만아와 여덟째를 떠나는 것이 못내 아쉬웠다. 하지만 곧 변성으로 가야 했기에, 아쉬움을 느낄 수 있는 것도 잠시였다. 남강을 벗어나자마자, 그녀는 아이들과 만날 생각에 들뜨기 시작했다."원 선생, 그들에게 말했소?"길에서 우문호가 물었다."아니, 몰래 가는 것이오."원경릉은 웃으며 말했다."교활하구먼. 그래도 만두가 이미 알려줬을 수도 있을 텐데."지금은 경단과 찰떡, 그리고 계란이 셋만 그곳에 있었다."셋이 다섯 개 성을 다스린다니, 분명히 힘들 것이오."원경릉이 안타까운 표정으로 말했다."그렇소. 그래도 예전보다는 나아졌네. 이제는 태평해 보이니."우문호도 아이들이 안쓰러웠다."이번에 가서는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며 충분히 쉬게 해줘야 하오."사실 성하나를 다스리는 것과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본질적으로 다른 점 없이, 매우 힘든 일이었다.한편, 강북부에서는 최근 강북부 무구산 주변에 신비한 상단
그러자 홍엽이 그를 바라보며 멈칫했다."자네가 중매를 서겠다고?""안 되오?""말도 안 되는 소리 말게. 자기 혼사도 해결 못 하는데 중매는 무슨. 난 못 믿네!"냉정언이 어깨를 으쓱였다."못 믿으면 말고. 이래 봬도 내가 명문가 아가씨나 협녀를 많이 알고 있소."홍엽은 손으로 그의 목을 움켜잡으며 소리쳤다."알고 있는 아가씨가 있으면 진작 말했어야지! 경성으로 돌아가자마자, 당장 소개해 주시게!"냉정언은 웃으며 그의 손목을 옆으로 밀어냈다."중매 값이 워낙 비싸서. 십만 냥 아니면 쉽게 안 나서오.""돈이 대수요?"홍엽이 교활하게 웃으며 말했다."우린 지금 한집에 살고 있소. 그러니 자네가 돈을 어디에 숨겼는지, 다 알고 있네. 그동안 꽤 많이 챙겼으니, 돌아가서 돈은 두둑이 주겠네."그 말에 냉정언이 깜짝 놀랐다."내 돈을 노리고 있었소? 진짜 도둑을 집에 들였군! 늙어서 쓸 돈이네, 그 돈을 혼사에 쓸 생각은 하지 마시오!""명여가 우리를 챙길 테니, 그렇게 쩨쩨하게 굴지 마시오."홍엽이 새침하게 말했다."나도 돈이 많소. 다만 남의 돈을 쓰는 게 훨씬 재밌을 뿐이네."냉정언이 숨을 들이쉬었다."안 되겠네. 경성에 돌아가자마자 자네를 쫓아내야겠소."홍엽이 말했다."쫓아낼 수 있으면 쫓아내 보시게. 게다가 자네가 나를 청할 때, 뭐라고 했는가? 얼마든지 살아도 된다고 했잖소. 이제 와서 후회하는 것이오?""이야, 홍엽, 어찌 이리 뻔뻔스러워진 것이오?""뻔뻔하지 않으면, 어찌 당신 집에서 이렇게 공으로 먹고살 수 있겠나?"홍엽은 크게 웃으며 그의 어깨에 팔을 얹었다."수보, 신을 모시는 건 쉬워도 보내는 건 어렵다고 하잖소. 이미 집안에 들어갔으니, 쫓아내기는 힘드네. 후회해도 소용없소. 수보의 등골 빼먹다 죽을 것이오. 관에 수의까지 얻어 쓸 생각이라, 죽으면 자네가 장례식까지 마련해줘야 하네."수보는 그를 한참 바라보다가, 애써 이를 악물며 말했다."진짜 뻔뻔하오!"홍엽은 박장대소했다.멀리 복도 끝에
“예, 그립습니다. 하지만 이곳에서 놀고 싶기도 합니다.”그는 말하다가, 갑자기 신이 난듯 몸을 들썩이며 말을 이어갔다.“여긴 정말 재미있습니다. 아홉째와 나가면 큰 산도 있고, 꽃도, 나무도 많습니다. 물고기도 많고, 사람도 많고, 뭐든지 엄청 많았습니다.”우문호는 웃으며, 못내 안쓰러움을 느꼈다. 예전에 그를 궁 안에 가두고, 거의 밖으로 데리고 나가지 않았다. 게다가 다른 사람이 그를 데리고 나가는 것도 신경 쓰였다.“이곳이 마음에 들면, 좀 더 오래 있어도 된다.”우문호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예, 정말 좋습니다. 다만, 형님과 형수님이 그리웠습니다. 이렇게 오셔서 정말 다행입니다.”여덟째는 흥이 오른 상태로 그의 팔짱을 끼며 말했다.“어서 들어가시지요! 아홉째가 형님이 내일 오신다고 맛있는 음식을 많이 준비했습니다.” 그는 뒤돌아 원경릉에게 외쳤다.“형수님, 빨리 따라오십시오. 맛있는 거 많습니다.”미색은 웃으며 꾸짖었다.“이 무심한 녀석, 다섯째 형수님만 챙기고, 여섯 형수가 배고픈지는 묻지도 않는 것이냐?” 여덟째는 그제야 미색을 본 듯, 놀라서 눈을 크게 뜨고 말했다.“여섯째 형수님도 오셨습니까? 여섯째 형님도 오신 것입니까? 와, 너무 좋습니다!”“질투하다니?”원경릉은 미색의 어깨를 가볍게 토닥이며 미소를 지었다.“여덟째는 너보다 나를 더 좋아하는 것이다.”“아유, 참!”미색은 일부러 그렇게 말했다.여덟째는 바로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항상 그림과 책자를 선물하는 여섯째 형수님도 좋아했기 때문이다.그는 말을 더듬으며 말했다.“그... 그럼 같이 드시지요. 음식 많습니다.”“장난이다. 난 질투 안 해.”미색은 기쁘게 말했다.여덟째는 그제야 마음을 놓았고, 다들 웃으며 안으로 들어갔다.원경릉이 만아에게 말했다.“정말 이곳에서 즐겁게 지내고 있구나. 예전보다 훨씬 활발해졌고, 말도 많이 하네. 이 모든 게 아홉째 덕분이다.”만아는 웃으며 말했다.“예, 둘이 시간이 날 때마다 밖으로 나가, 더
원경릉은 발끝을 들어 그의 뺨에 입을 맞추고는, 환한 미소를 지었다.우문호는 그런 그녀를 와락 끌어안으며 말했다.“원 선생, 행복하오?”“행복하오.”“하하하. 지금이 아닌, 나와 함께했던 모든 날이 행복했냐고 물어보는 것이오.”“모든 순간이 당연히 행복하고, 기쁘오!”원경릉은 스스로를 자조하듯 웃었다.“나 같은 집순이가 이렇게 결혼생활이 행복할 줄 누가 알았겠소?”한때 그녀는 자신이 평생 결혼하지 못할 거라 생각했고, 사랑 없는 삶도 부족함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그녀는 사랑을 중요하지 않다고 여겼었지만, 사랑은 사실 정말로 중요했다.산꼭대기에 앉아, 차가운 바람을 맞고 있었지만, 추위는 느껴지지 않았다. 그녀는 지금의 풍경을 눈에, 그리고 마음에 깊이 새기고 싶었다.그리고 함께 늙어간 후, 다시 천천히 되새기고 싶었다.영산에서 내려온 후, 그들은 다시 여정을 이어나갔다. 이번 목적지는 바로 남강이었다.명절이 지난 뒤, 아홉째는 여덟째를 데리고 먼저 남강으로 돌아갔다. 다들 그가 그곳에서 잘 지내고 있는지 궁금했다.남강 땅은 오랜만이었다. 마지막으로 발을 디딘 건, 정화를 구하러 갔을 때였다.남강으로 가는 내내 홍엽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냉정언이 물었다.“남강에 가면, 못난이를 만날 것이오?”“만나야지.”홍엽이 답했다.“물론 만나야지!”못난이는 오랜 시간 그와 함께했던 사람이니, 만나야 했다. 못난이가 종종 편지를 보내오긴 했지만, 자기 상황은 거의 말하지 않았다.반면 아홉째는 편지에서 북강의 소식을 자주 전해주었다.지금의 남강은 어느 정도 통일되어 있었고, 북강과 남강도 평화롭게 공존하고 있었다. 그동안 이익 문제로 양측의 왕래가 더욱 빈번해졌다.아홉째는 편지에서 못난이가 북강의 민심을 얻었고, 성격도 예전보다 훨씬 밝아져, 마치 다른 사람이 된 듯하다고 전했다.홍엽의 마음엔 기대와 기쁨이 섞여 있었다. 그도 지금 잘 지내고 있으니, 못난이도 잘 지내길 바랐다.우문호는 남강에서 돌아온 후, 변방으로 갈
그 일을 떠올리자, 꿈에서 본 일이라 그런지 마치 얼마 전에 있었던 일처럼 느껴졌다.그때 그들은 죽을 만큼 힘든 소년들이었는데, 지금은 한없이 한가한 노인이 되었다.세월은 덧없이 흘러갔고, 그동안 그들은 많은 사람들을 잃었다.무상황은 자신의 황후였던 소봉을 떠올렸다.그들은 줄곧 전형적인 황제와 황후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는 나라를 다스렸고, 그녀는 후궁을 다스렸다. 비록 그가 그녀를 괴롭히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많은 애정을 주지도 않았다.그렇게 평범하게 평생을 함께했지만, 그녀가 떠나는 날, 그는 마음속 한 조각이 떨어져 나간 듯한 슬픔을 느꼈다.평생 함께했던 사람이 자신보다 먼저 떠날 거라 생각하지 못했기에 더욱 아팠다.세 사람은 한참 동안 넋을 잃고 있다, 다시 길을 나섰다.유아독존과 관련된 일이 생각보다 커졌지만, 모든 소란은 결국 가라앉게 될 것이다. 모든 소문도 점점 사그라들기 마련이니, 그들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하지만 세 사람이 여행하는 영상이 점점 유명해지면서, 유아독존은 더 심하게 비난을 받았다.현실에서 함부로 욕설을 내뱉으면 얻어맞을 수도 있지만, 인터넷에서는 당당한 명분이 있었기에 악성 댓글을 다는 자들은 마음껏 욕을 퍼부었다.그리고 어느 날, 추 어르신이 오래도록 인터넷의 댓글을 훑어보면서 잠시 생각에 잠긴 듯했다. 그는 이내 해가 지는 장면을 찍어 짧은 영상을 올렸다. 그리고 영상에 한마디만 덧붙였다.“분쟁 없이, 오직 평화만 있기를.”그는 모든 다툼이 끝나길 바랐고, 누군가를 벼랑 끝으로 몰지 않기를 바랐다. 단지 말로만 승부를 겨루는 사람은 그들의 적이 아니기 때문이다.음... 무엇보다 적이 될 자격도 없었다!영상이 올라간 지 이틀 뒤, 유아독존은 마침내 사과 영상을 올렸다. 그는 질투와 시기로 무술을 모독한 것을 사죄했고, 은퇴를 선언했다. 그리고 직접 그들의 계정을 태그해 진심으로 사과했다.진심 어린 사과는 항상 용서를 가져오는 법이다. 그리고 악성 댓글을 달던 사람들도 마침내 욕설을 멈췄다.
삼대 거두는 늦은 시각이 되어서야 일어났고, 숙취에서 깨어나니, 이미 날이 밝아져 있었다. 그들은 아직 잠에서 깨지 않아, 눈앞의 모든 것이 몽롱해 오늘이 무슨 날인지조차 모를 정도였다.태양이 서서히 떠오르며 하늘에 떠 있는 주황빛 구름은 점점 짙은 금빛으로 변했고, 금빛 가장자리에는 붉은색이 덧씌워져, 눈부시게 아름다웠다.소요공이 눈을 비비며 말했다."꿈을 꿨네."추 어르신과 무상황은 동시에 그를 바라보며 이구동성으로 물었다."무슨 꿈을 꿨는가?""꿈에서 숭이가 사내에게 속았는데, 우리가 직접 나서서 복수를 해줬다네."추 어르신과 무상황은 놀라서 동시에 숨을 들이켜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귀신이 곡할 노릇이네."말이 끝나자,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깜짝 놀라 외쳤다."자네도 꾼 것인가?""그렇네!""그렇네!""설마 우리 셋이 똑같은 꿈을 꾼 것이오?"소요공도 깜짝 놀랐다.그 일은 그렇게 중요한 일도 아니었고, 어떻게 된 일인지 가물가물할 정도로, 그저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만 어렴풋이 기억할 정도였는데, 꿈에서는 그 장면 장면이 또렷하게 떠올랐다.그리고, 이 꿈은 당시 엄청난 부담을 받고 있던 그들에게 정말 훌륭한 감정 해소가 되었다. 그들은 모든 고통과 억울함, 스트레스를 주먹질로 시원하게 풀어냈다.한편, 무상황은 자신이 황후를 소홀히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그때 무슨 상황이었는지 기억하는가?"추 어르신이 흥분한 듯 말했다."물론 기억은 나네. 당시엔 소봉이가 궁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적성루 사람들을 많이 그리워했네. 게다가 나도 자네들과 어울리느라 바빠서 황후를 소홀히 했네. 그래서 적성루 상궁과 숭이를 궁으로 불러, 이야기를 나누게 했지."사실 기억이 가물가물했지만, 꿈속에서 다시 겪은 덕분에 자세히 생각났다.그때 어서방의 회의가 끝나고, 소복이 무심히 물었다."폐하, 황후 마마를 오랫동안 못 뵙지 않으셨습니까?"그는 소복의 말이 소봉을 보러 가자는 암시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