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황께서는 걱정하지 마십시오. 지금 경조부에서 경중을 샅샅이 뒤지고 있습니다.”우문호가 말했다.“넌 여기서 무얼 하느냐? 가서 자객을 잡아오든지, 증거를 찾든지 해야 할 것 아니냐!”우문호는 원경릉이 별채로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지만 부황의 불호령에 군말 없이 탕양을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 *서일이 초왕부에 도착하자 만아가 원경릉을 깨우러 들어갔다. 곯아떨어진 원경릉은 제왕의 암살 소식을 듣고 놀라서 벌떡 일어났다. 그제야 그녀는 우문호가 이미 나갔다는 것을 알았다. 그녀는 둔한 몸으로 일어나 손에 잡히는 대로 옷을 꺼내 입고 약상자를 열어 약품과 기구들을 살폈다. 원경릉은 약상자를 만아에게 건네고 마차에 올라탔다. 새벽 공기는 차가웠고 해가 뜨지 않은 거리는 푸르스름했다. 심상치 않음을 느낀 건지 다바오는 왕부의 대문 앞까지 나와서 마차를 향해 짖었다. 원경릉은 그런 다바오가 신경이 쓰여 다바오를 데리고 제왕의 별채로 향했다.마차의 앞에는 서일이 뒤에는 만아가 마차 안에는 희상궁이 다바오를 잡고 있었다. 금군과 부병들도 원경릉의 안위를 위해 마차 양 옆에 바짝 붙어 그녀를 호위했다. 마음이 조급해진 원경릉은 장막을 걷고 서일에게 물었다.“제왕이 얼마나 다쳤느냐.”“여덟 번이나 찔렸다고 합니다. 조어의가 말하길 상처가 매우 깊고 출혈이 심하다고 해요. 제가 별채에서 출발할 때는 제왕의 호흡과 맥박이 희미해지고 있었습니다.”서일의 말에 원경릉은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제발 심장과 대동맥은 다치지 않았길……’원경릉이 약상자를 열자 평소에는 볼 수 없었던 지혈제, 마취약, 구급약, 산소마스크, 수술용 칼이 보였다. 그녀는 약상자가 수술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무균실도 아니고, 수술을 어떻게 하지?’원경릉은 약상자가 자신에게 경고를 하고 있다고 느꼈다. 원경릉은 제왕의 상태도 걱정이 됐지만, 더 걱정스러운 것은 자신의 체력이 뒷받침해줄 수 있을지였다. 수술조건이 갖춰진다고 하더라도 며칠 내내 휴식을 취하지 못한 그녀
‘어쩜 이 곳은 한시도 방심할 수 없는 걸까.’원경릉은 약상자 안에 무기가 될만한 것이 있나 뒤적였다. 상자 저 구석에 후추스프레이가 보이자 원경릉은 그것을 꺼내 손에 꽉 쥐었다. 바깥 상황이 위험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녀는 몰래 장막을 열고 밖을 내다보았다. 마차에 달린 풍등 불빛에 금군들이 화살과 검을 방어하는 모습이 보였다. 장막이 걷힌 것을 본 검은 옷을 입은 자객들이 휘어진 칼을 들고 공중을 가르며 날아왔다. “왕비를 보호하라!” 금군이 소리를 질렀다.이 소리를 듣고 만아와 금군들이 우르르 달려와 마차를 에워쌌다. 자객들은 칼을 휘둘렀고 사방에는 피가 튀었다. 주변이 어두워서 누가 다쳤는지 판단도 되지 않았다. 그 순간 자객 하나가 마차 앞으로 다가와 만아를 찌르려고 했다. 만아는 날아오는 칼을 피하더니 주머니에서 가루를 꺼내 한 줌 뿌렸다. 놀란 자객은 주춤하며 뒤로 물러나 얼굴에 묻은 가루를 털었다.그 모습을 보고 있던 다른 자객이 합세해 만아에게 달려들었다. 원경릉을 호위하던 두 명의 금군은 원경릉을 보호해야 하기에 만아에게 달려갈 수 없었다. 자객의 수는 점점 많아졌고, 그에 따라 날아오는 화살의 개수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날카로운 화살 하나가 장막을 뚫고 날아들어와 마차를 관통했다. 놀란 희상궁은 원경릉을 보호하기 위해 그녀를 꼭 껴안고 눈을 질끈 감았다.원경릉은 배가 눌리는 느낌을 받고 희상궁을 밀어냈지만, 희상궁의 힘이 어찌나 센지 그녀는 조금도 움직이지 않고 입으로 아미타불만 되뇌었다. 만아는 격렬한 몸싸움 끝에 부상을 입고 마차에서 굴러 떨어졌다.자객이 장막을 열어젖히고 들어서자 다바오가 달려들어 자객의 목덜미를 물고는 놓지 않았다. 자객은 끝내 피를 흘리며 그 자리에서 사망했다.“왕비, 빨리 달아나십시오! 더 이상 버틸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금군이 소리쳤다. 희상궁이 서둘러 원경릉을 부축했고 약상자를 든 원경릉은 뒤뚱거리며 도망쳤다. 빗발치는 화살을 가까스로 피하며 도망치던 원경릉의 머리 위로
원경릉은 숨을 헐떡이며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희상궁을 보았다.“희상궁, 저 배가 너무 아픕니다.”“왕비, 갑자기 배가 아프다니요?”“하…… 저는 더 못 걷겠습니다. 희상궁 먼저 가세요.” 원경릉이 벽에 기대 천천히 심호흡을 했다.그 순간에도 칼끼리 부딪히는 소리가 쩌렁쩌렁하게 들리고 사방에는 피 비린내가 진동했다. 희상궁은 원경릉을 업으려고 허리를 굽혔다가, 그녀가 임신을 했다는 것을 깨닫고 이도저도 못하고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만아가 다친 몸을 이끌고 두 사람에게 달려왔다. 만아는 이를 악물고 희상궁과 힘을 합쳐 원경릉을 부축했다. 그 순간 멀리서 말발굽 소리가 들렸다. 다바오는 아군인지 적군인지 몰라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냈고, 만아도 칼을 꺼내 원경릉을 지켰다. 십여 명의 횃불을 든 기병이 그들 앞에 멈추었다. 앞에 나와있는 우두머리 세 사람은 망토를 걸치고 있었으며 얼굴에는 살이 하나도 없었다. 그들은 두 손으로 고삐를 잡고 말을 진정시켰다.원경릉은 배를 부여잡고 위를 올려다보았다.‘기왕비……?’맨 앞에 있는 사람은 기왕비였다. 그녀의 뒤에는 십여 명의 사람들이 있었는데 다들 장검을 메고 눈이 이글거렸다.기왕비는 말에서 내리더니 원경릉의 팔을 잡아 자신의 어깨 위에 올렸다.“먼저 가마에 타세요.”희상궁이 기왕비의 뒤를 보니 하인들이 가마를 메고 오는 것이 보였다.원경릉은 자초지종을 묻지도 않고 급히 가마에 탔다. 기왕비는 그녀를 데리고 제왕이 있는 별채로 향했다.*명원제는 원경릉이 자객들에게 습격받았다는 소식을 듣고 크게 노하여 즉시 금군을 소집하고 온 성을 포위했다. 별채에 들어온 원경릉은 유산 방지 주사를 맞고 뱃속의 통증이 사라지기만 기다렸다. 잠시 후 그녀가 눈을 뜨자 눈앞에 명원제가 보였다.“제왕은 어떱니까?” 원경릉이 기진맥진한 목소리로 물었다.“상황이 좋지 않아. 아픈 걸 참을 수 있다면, 지금 가서 제왕을 살펴보거라.” 명원제가 말했다.그녀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지만 머리가 핑글핑
제왕의 배에서는 아직도 피가 흐르고 있었다. 원경릉은 자금단의 효과가 아직 남아있을 때 그에게 수혈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의 체력은 이미 바닥이 난 상태여서 손 하나 까딱하기 힘들었다. 제왕의 복부에 있는 상처는 처치하기가 어려운 부위였고, 원경릉은 내장의 손상 여부를 일일이 확인하고 봉합하기 시작했다. 바늘로 봉합을 시작하려고 하자 그녀의 눈앞이 새까매졌다. 원경릉은 감기는 눈을 억지로 뜨며 명원제를 보았다.“부황, 지금 당장 호국사의 주지스님을 불러주세요.”“그 사람을 믿어도 되느냐? 그도 너처럼 의술을 아느냐?” 명원제는 안쓰러운 표정으로 원경릉을 보았다.“적어도 상처를 봉합하는 건 할 수 있을 겁니다.”그녀의 몸 상태로는 이미 쓰러져야 마땅하다. 하지만 그녀는 제왕을 살려야 한다는 정신력으로 지금까지 버티고 있었다. 명원제는 한참 원경릉을 지켜보더니 조심스럽게 원경릉을 보며 입을 뗐다.“제왕이…… 죽을 수도 있느냐?”“그럴 수도 있습니다.” 원경릉이 대답했다.그녀의 단호한 대답에 황후가 꺼이꺼이 울기 시작했다. 명원제는 한숨을 내쉬며 원경릉을 보았다.“가서 좀 쉬거라.”원경릉이 의자에 앉아 눈을 붙이자 만아가 와서 제왕의 상처 부근을 닦았다.희상궁은 안팎을 오가며 원경릉의 시중을 들었고 기왕비도 곁에서 원경릉을 돌봤다.“근데 기왕비님은 제가 위험한 지 어떻게 아셨습니까?” 원경릉이 고개를 들어 기왕비를 보았다.용감하게 말을 타고 오던 기왕비는 어디 갔는지, 그녀는 입을 우물쭈물하며 원경릉의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실은 제가 항상 사람을 시켜 초왕비를 보호했습니다.”“보호?”원경릉의 미간이 찌푸려졌다.“그게…… 초왕비가 잘못되기라도 하면 안 되니까……”“기왕비님, 설마 저를 감시한 겁니까?” 원경릉이 물었다.기왕비는 난처한 표정으로 원경릉을 보았다. “어쩔 수 없었습니다. 전에 주명취 일도 겪었고! 초왕비가 나를 치료해줘야 하는데 나를 이렇게 두고 가버리면 안 되잖아요! 그리고 궁보다 기왕부가 더 초왕부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어렵게 받아낸 자백이다. 자백을 바탕으로 두 사람이 잠시 묵었던 여인숙을 뒤진 결과. 그 안에서는 서신 한 통과 일만 냥의 어음이 발견되었다. 서신의 필적은 대학사의 감정을 통해 기왕의 친필로 밝혀졌다.금군은 조사한 내용 모두 명원제에게 보고했고, 명원제는 기왕의 자필 편지를 보고 억장이 무너졌다. 분노한 그는 구사에게 명령을 내려 기왕을 잡아 옥에 가두고 처벌을 기다리게 했다.우문호도 원경릉이 자객의 습격을 받았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원경릉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러나 명원제가 그를 돌려보내 혹시 잠복해 있을지도 모르는 다른 자객들의 행방을 추적하라고 했다.우문호는 알겠다고 하더니 순찰을 돌기 전 목이 마르다는 핑계를 대고 원경릉을 보러 안으로 들어왔다. 그는 그녀를 보더니 한달음에 달려와 그녀를 끌어안고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이만하니 다행이다.”우문호는 애써 담담한 척했지만, 그의 목소리는 분노로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난 괜찮으니까 빨리 가 봐.” 원경릉이 조용히 말했다.우문호는 밖으로 나가면서 그녀를 한번 더 돌아보더니 자리를 떴다.그는 밤새 금군들과 부병을 데리고 다리가 부서져라 뛰어다녔다. 그에 반해 기왕은 구사가 어명을 받고 방에 쳐들어갔을 때에도 술에 진탕 취해 주명양을 품에 안고 곤히 자고 있었다.그는 잠에서 깨 구사를 보고 상황 파악이 안 되는 듯 그에게 성질을 부렸다. “기왕. 자 여기, 제왕과 초왕비가 자객의 습격을 받았다는 성지입니다.” 구사의 말을 듣고 기왕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기왕이 끌려나가자 주명양은 어쩔 줄 몰라하며 발만 동동 굴렀다. 황제의 성지를 어찌 그녀가 거역할 수 있겠는가? 그녀는 잡히는대로 겉옷을 챙겨 입고 조부를 찾아갔다. 주씨 집안에서도 제왕이 피살될 뻔 한 사실을 알게 됐다. 제왕은 재상의 외손주이기에 그도 깜짝 놀라 바로 제왕에게 달려갔다. 그래서 주명양이 친정에 왔을 때 재상은 부중에 없었다. *수도의 백성들은 새해맞이 폭죽을 몇 개 터뜨리지도
원경릉은 편채에 있었고, 손왕비와 기왕비가 그녀를 곁을 지키고 있었다. 안왕 내외가 들어가니 많은 사람들이 그들에게 인사를 했다. “초왕비께서도 자객에게 습격을 받으셨다는데 괜찮으십니까?”안왕이 물었다.원경릉은 안왕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습니다. 걱정해 주셔서 고맙습니다.”“새해부터 이게 무슨 일입니까. 이런 끔찍한 일이 일어날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어요! 세상에 어떤 정신 나간 사람이 자객을 보내 황실 사람을 죽이려고 합니까? 그것도 친왕과 임신한 친왕비를 말입니다!”손왕비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안왕을 보았다. “안왕, 소식 못 들었습니까? 조사 결과 이 모든 게 기왕의 소행이라고 밝혀졌잖아요. 그래서 황상께서 기왕을 옥에 넣으라고 명을 내리셨고요.” “뭐라고요? 범인이 큰 형님이라고요? 어떻게 큰 형님께서 그럴 수 있죠?” 안왕은 입이 떡 벌어졌다. 그는 설명이 필요한 눈빛으로 기왕비를 바라보았다. 기왕비도 그를 바라보며 면목이 없다는 듯 말없이 고개를 숙이고 바닥만 보았다.“저도 기왕이 한 게 아니었음 하네요. 황실 가족끼리 이게 말이 됩니까? 정말 믿을 수 없는 일입니다.”손왕비가 말했다.“형님일 리가 없어요. 그렇게 끔찍한 짓을 큰 형님께서 했을 리 없습니다!”원경릉은 안왕의 떨리는 목소리를 듣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형제끼리 이런 끔찍한 짓을 하다니 믿기 힘들겠지.’원경릉은 시선을 옮겨 안왕비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조용히 앉아 기왕비처럼 바닥만 보고 있었다. 안왕은 기왕이 저지른 게 아닐 거라며 머리를 쥐어뜯으며 밖으로 나갔고 안왕비는 그 자리에 가만히 앉아 있었다.원경릉은 기왕비가 의미심장한 눈으로 안왕의 뒷모습을 보고 있는 걸 보고 멍해졌다. 그녀는 그 둘의 관계를 애써 짐작하지 않으려고 했다.“액땜을 너무 크게 하는 것 같습니다. 새해 초부터 이런 일이 일어나다니!” 손왕비가 한숨을 내쉬었다.“손왕비님, 이제 우리도 그만 갑시다. 초왕비도 쉬어야죠.” 기왕비가 말했다.기왕비의 말에 별채에
화장실에서 안왕을“초왕비마마 조심하세요!” 안왕도 놀란 듯하나 얼른 손을 뻗어 원경릉을 부축하며 사과하길: “죄송해요, 화장실을 가려고 했는데 잠깐 딴생각을 하다가 누가 안에 있는 줄 모르고,”원경릉은 안왕의 얼굴이 창백하고 여전히 슬픔에 찬 눈을 보고, 제왕이 다쳤기 때문이란 생각에 바로: “괜찮아요, 가세요.” 원경릉은 안왕이 여전히 자신의 팔꿈치를 잡고 있는 것을 보고 일부러 물러서는데, 안왕은 원경릉이 넘어지는 건 줄 알고 얼른 끌어안으며, “초왕비마마 조심하세요.”원경릉의 전신이 안왕 품에 안겼는데 그의 몸에 침향 냄새가 코를 찌른다. 얼른 안왕을 밀쳐내며 날카로운 목소리로: “넷째 아주버님, 뭐하시는 거예요?”안왕이 한걸음 물러나서 난감한 얼굴로, “미안해요, 전 마마께서 넘어질 까봐, 아이고, 오늘 내가 왜 이러지? 정신이 나갔나 봐요. 초왕비마마 어서 가세요.”원경릉은 찝찝한 기분이 들었지만 안왕의 이 이상한 행동이 더 그녀의 주의를 끌었다.안왕이 아무리 정신이 나갔어도, 원경릉이 방금 넘어질 뻔한 상황이 아닌 걸 딱 보면 알겠고, 넘어질 뻔 했어도 한손으로 잡으면 되는데 왜 안았지?그리고 안왕이 잽싸게 손을 뻗어 안는데 원경릉을 안왕의 가슴팍에 일부러 확 누르는 것에 원경릉은 심한 반감을 느꼈다.원경릉이 눈을 내리깔고 :”넷째 아주버님, 저 먼저 가요.”말을 마치고 바로 떠났다.“초왕비마마!” 안왕이 갑자기 뒤에서 불렀다.원경릉이 고개를 돌려보니 안왕이 여의방(如意房)문 앞에 서 있는데 손에 손수건을 쥐고 살짝 흔들며 건방진 눈초리로 원경릉에게, “마마 건가요?”입꼬리가 살짝 들리고 복숭아꽃 무늬 주름이 지게 눈웃음을 치며 손수건을 들어올리는데, 손수건은 그의 코 끝과 입술 사이를 쓸고 지나갔다.“제 거 아니에요!” 원경릉은 돌아서서 바로 가다가 거의 기둥에 부딪힐 뻔 했다.뒤에 안왕의 웃음소리가 들렸는데 그 웃음소리는 더럽고, 악의에 가득 차 있었다.원경릉이 비틀비틀 방으로 돌아와 대야에 미친듯이 토했다.그녀는
주지스님과 원경릉제왕쪽은 원용의와 황후가 여전히 지키고 있으며 사식이도 있다.주지스님은 이미 차를 마시자고 초대받아 가서 어의 몇 명이 곁에서 시중을 들고 있었다.“원 언니, 전하 깨어날 수 있어요?” 원용의는 울어서 눈이 퉁퉁 부은 채로 원경릉을 손을 잡아 끌고 물었다.황후가 이 말을 듣고 귀를 쫑긋하고 한없이 원경릉을 쳐다본다.원경릉은 억지로 웃으며 위로하길, “착한 사람은 하늘이 돕는다고 하잖아요. 괜찮을 거예요.” 이 말은 가장 가망 없어 보이는 위로의 말이지만 원경릉이 하니 원용의는 왠지 모르지만 안심이 되는 것이다.“어마마마, 우선 가서 좀 쉬세요.” 원경릉은 황후가 앉아서도 무너질 듯 후들거리는 게, 당장 혼절한다고 해도 이상할 것 없는 모습이라 그렇게 얘기했다.연속으로 두 번 아들이 생사의 기로에 서 있는 것 치고는 황후는 그래도 의연한 편이다.황위도 좋지만 목숨이 없으면 무슨 소용이야?그래서 황후는 원경릉에게 일종의 새로운 태도가 생겨났다. 적어도 여덟째와 이번 일에 원경릉은 앞뒤 가리지 않고 나서서 심지어 암살까지 겪었다.황후는 원경릉에게: “어의가 여기서 지키고 있으니 초왕비는 가서 좀 쉬게나, 몸도 불편한데.”원경릉도 지금 지키고 앉았어도 소용없는 것이, 전신마취를 했기 때문에 제왕이 그렇게 빨리 깨어나지 못할 것이다.원경릉은 돌아가도 잠이 올 것 같지 않고, 우문호도 언제 돌아올지 알 수 없을 뿐더러 돌아가서 차분히 마음을 가라앉히면 구역질 나는 장면이 떠오를 게 뻔하니 차라리, 후배인 주지스님을 찾아가 얘기하는 게 낫겠다.주지는 여전히 정신이 생생하다. 주지 모습은 마치 선풍도골 노인이 불교의 자비까지 갖추고 태극권을 창시한 장삼풍(張三豐) 느낌이다.“선배님 안색이 안 좋아 보이는 군요.” 주지가 일어나 두 손을 합장하고 원경릉에게 예를 표하는데, 사식이가 어리둥절해 하자 사식이에게 웃음을 보이며: “아가씨, 가시지요, 아마도 왕비마마께서 소승에게 볼 일이 있나 봅니다.”사식이가 ‘어’하더니 이상하다는 듯
남강에 며칠 머무는 동안, 아홉째와 함께 남강의 풍경을 둘러보고, 북강에도 다녀왔다.지금 북강 백성들은 조정에 대한 소속감이 아주 강했다. 지난 몇 년 동안 남강을 다스린 정책이 정말 훌륭했기에, 백성들 모두 좋은 날을 보낼 수 있었기에, 자연스레 황제에 대한 존경심도 깊어진 것이었다.황제와 황후가 지나가는 곳마다 백성들은 길가에 모여서 열렬히 환영했다.그들은 이번 순행 내내 오계부에서 신분을 밝힌 것 외에는 항상 미복으로 다녔다. 하지만 남강에서 우문호는 황제의 신분을 드러냈다.우문호는 백성들의 신뢰와 경외심에서 큰 성취감을 느꼈고, 매우 기뻤다. 그는 줄곧 원경릉의 손을 잡고 얼굴에 웃음을 띠고 있었다.과거 북강은 방어를 위해 무술 함정이 많았지만, 이제는 모두 제거되었다. 그리고 많은 백성이 산 아래 평원으로 이주하여, 새로운 마을을 이루었다. 정화를 구하러 왔을 때와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기쁜 마음과 함께 우문호는 감사함도 느꼈다. 이것은 결코 그 혼자만의 공로가 아니기 때문이었다.남강을 떠나야 하는 날이 다가오자, 원경릉은 만아와 여덟째를 떠나는 것이 못내 아쉬웠다. 하지만 곧 변성으로 가야 했기에, 아쉬움을 느낄 수 있는 것도 잠시였다. 남강을 벗어나자마자, 그녀는 아이들과 만날 생각에 들뜨기 시작했다."원 선생, 그들에게 말했소?"길에서 우문호가 물었다."아니, 몰래 가는 것이오."원경릉은 웃으며 말했다."교활하구먼. 그래도 만두가 이미 알려줬을 수도 있을 텐데."지금은 경단과 찰떡, 그리고 계란이 셋만 그곳에 있었다."셋이 다섯 개 성을 다스린다니, 분명히 힘들 것이오."원경릉이 안타까운 표정으로 말했다."그렇소. 그래도 예전보다는 나아졌네. 이제는 태평해 보이니."우문호도 아이들이 안쓰러웠다."이번에 가서는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며 충분히 쉬게 해줘야 하오."사실 성하나를 다스리는 것과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본질적으로 다른 점 없이, 매우 힘든 일이었다.한편, 강북부에서는 최근 강북부 무구산 주변에 신비한 상단
그러자 홍엽이 그를 바라보며 멈칫했다."자네가 중매를 서겠다고?""안 되오?""말도 안 되는 소리 말게. 자기 혼사도 해결 못 하는데 중매는 무슨. 난 못 믿네!"냉정언이 어깨를 으쓱였다."못 믿으면 말고. 이래 봬도 내가 명문가 아가씨나 협녀를 많이 알고 있소."홍엽은 손으로 그의 목을 움켜잡으며 소리쳤다."알고 있는 아가씨가 있으면 진작 말했어야지! 경성으로 돌아가자마자, 당장 소개해 주시게!"냉정언은 웃으며 그의 손목을 옆으로 밀어냈다."중매 값이 워낙 비싸서. 십만 냥 아니면 쉽게 안 나서오.""돈이 대수요?"홍엽이 교활하게 웃으며 말했다."우린 지금 한집에 살고 있소. 그러니 자네가 돈을 어디에 숨겼는지, 다 알고 있네. 그동안 꽤 많이 챙겼으니, 돌아가서 돈은 두둑이 주겠네."그 말에 냉정언이 깜짝 놀랐다."내 돈을 노리고 있었소? 진짜 도둑을 집에 들였군! 늙어서 쓸 돈이네, 그 돈을 혼사에 쓸 생각은 하지 마시오!""명여가 우리를 챙길 테니, 그렇게 쩨쩨하게 굴지 마시오."홍엽이 새침하게 말했다."나도 돈이 많소. 다만 남의 돈을 쓰는 게 훨씬 재밌을 뿐이네."냉정언이 숨을 들이쉬었다."안 되겠네. 경성에 돌아가자마자 자네를 쫓아내야겠소."홍엽이 말했다."쫓아낼 수 있으면 쫓아내 보시게. 게다가 자네가 나를 청할 때, 뭐라고 했는가? 얼마든지 살아도 된다고 했잖소. 이제 와서 후회하는 것이오?""이야, 홍엽, 어찌 이리 뻔뻔스러워진 것이오?""뻔뻔하지 않으면, 어찌 당신 집에서 이렇게 공으로 먹고살 수 있겠나?"홍엽은 크게 웃으며 그의 어깨에 팔을 얹었다."수보, 신을 모시는 건 쉬워도 보내는 건 어렵다고 하잖소. 이미 집안에 들어갔으니, 쫓아내기는 힘드네. 후회해도 소용없소. 수보의 등골 빼먹다 죽을 것이오. 관에 수의까지 얻어 쓸 생각이라, 죽으면 자네가 장례식까지 마련해줘야 하네."수보는 그를 한참 바라보다가, 애써 이를 악물며 말했다."진짜 뻔뻔하오!"홍엽은 박장대소했다.멀리 복도 끝에
“예, 그립습니다. 하지만 이곳에서 놀고 싶기도 합니다.”그는 말하다가, 갑자기 신이 난듯 몸을 들썩이며 말을 이어갔다.“여긴 정말 재미있습니다. 아홉째와 나가면 큰 산도 있고, 꽃도, 나무도 많습니다. 물고기도 많고, 사람도 많고, 뭐든지 엄청 많았습니다.”우문호는 웃으며, 못내 안쓰러움을 느꼈다. 예전에 그를 궁 안에 가두고, 거의 밖으로 데리고 나가지 않았다. 게다가 다른 사람이 그를 데리고 나가는 것도 신경 쓰였다.“이곳이 마음에 들면, 좀 더 오래 있어도 된다.”우문호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예, 정말 좋습니다. 다만, 형님과 형수님이 그리웠습니다. 이렇게 오셔서 정말 다행입니다.”여덟째는 흥이 오른 상태로 그의 팔짱을 끼며 말했다.“어서 들어가시지요! 아홉째가 형님이 내일 오신다고 맛있는 음식을 많이 준비했습니다.” 그는 뒤돌아 원경릉에게 외쳤다.“형수님, 빨리 따라오십시오. 맛있는 거 많습니다.”미색은 웃으며 꾸짖었다.“이 무심한 녀석, 다섯째 형수님만 챙기고, 여섯 형수가 배고픈지는 묻지도 않는 것이냐?” 여덟째는 그제야 미색을 본 듯, 놀라서 눈을 크게 뜨고 말했다.“여섯째 형수님도 오셨습니까? 여섯째 형님도 오신 것입니까? 와, 너무 좋습니다!”“질투하다니?”원경릉은 미색의 어깨를 가볍게 토닥이며 미소를 지었다.“여덟째는 너보다 나를 더 좋아하는 것이다.”“아유, 참!”미색은 일부러 그렇게 말했다.여덟째는 바로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항상 그림과 책자를 선물하는 여섯째 형수님도 좋아했기 때문이다.그는 말을 더듬으며 말했다.“그... 그럼 같이 드시지요. 음식 많습니다.”“장난이다. 난 질투 안 해.”미색은 기쁘게 말했다.여덟째는 그제야 마음을 놓았고, 다들 웃으며 안으로 들어갔다.원경릉이 만아에게 말했다.“정말 이곳에서 즐겁게 지내고 있구나. 예전보다 훨씬 활발해졌고, 말도 많이 하네. 이 모든 게 아홉째 덕분이다.”만아는 웃으며 말했다.“예, 둘이 시간이 날 때마다 밖으로 나가, 더
원경릉은 발끝을 들어 그의 뺨에 입을 맞추고는, 환한 미소를 지었다.우문호는 그런 그녀를 와락 끌어안으며 말했다.“원 선생, 행복하오?”“행복하오.”“하하하. 지금이 아닌, 나와 함께했던 모든 날이 행복했냐고 물어보는 것이오.”“모든 순간이 당연히 행복하고, 기쁘오!”원경릉은 스스로를 자조하듯 웃었다.“나 같은 집순이가 이렇게 결혼생활이 행복할 줄 누가 알았겠소?”한때 그녀는 자신이 평생 결혼하지 못할 거라 생각했고, 사랑 없는 삶도 부족함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그녀는 사랑을 중요하지 않다고 여겼었지만, 사랑은 사실 정말로 중요했다.산꼭대기에 앉아, 차가운 바람을 맞고 있었지만, 추위는 느껴지지 않았다. 그녀는 지금의 풍경을 눈에, 그리고 마음에 깊이 새기고 싶었다.그리고 함께 늙어간 후, 다시 천천히 되새기고 싶었다.영산에서 내려온 후, 그들은 다시 여정을 이어나갔다. 이번 목적지는 바로 남강이었다.명절이 지난 뒤, 아홉째는 여덟째를 데리고 먼저 남강으로 돌아갔다. 다들 그가 그곳에서 잘 지내고 있는지 궁금했다.남강 땅은 오랜만이었다. 마지막으로 발을 디딘 건, 정화를 구하러 갔을 때였다.남강으로 가는 내내 홍엽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냉정언이 물었다.“남강에 가면, 못난이를 만날 것이오?”“만나야지.”홍엽이 답했다.“물론 만나야지!”못난이는 오랜 시간 그와 함께했던 사람이니, 만나야 했다. 못난이가 종종 편지를 보내오긴 했지만, 자기 상황은 거의 말하지 않았다.반면 아홉째는 편지에서 북강의 소식을 자주 전해주었다.지금의 남강은 어느 정도 통일되어 있었고, 북강과 남강도 평화롭게 공존하고 있었다. 그동안 이익 문제로 양측의 왕래가 더욱 빈번해졌다.아홉째는 편지에서 못난이가 북강의 민심을 얻었고, 성격도 예전보다 훨씬 밝아져, 마치 다른 사람이 된 듯하다고 전했다.홍엽의 마음엔 기대와 기쁨이 섞여 있었다. 그도 지금 잘 지내고 있으니, 못난이도 잘 지내길 바랐다.우문호는 남강에서 돌아온 후, 변방으로 갈
그 일을 떠올리자, 꿈에서 본 일이라 그런지 마치 얼마 전에 있었던 일처럼 느껴졌다.그때 그들은 죽을 만큼 힘든 소년들이었는데, 지금은 한없이 한가한 노인이 되었다.세월은 덧없이 흘러갔고, 그동안 그들은 많은 사람들을 잃었다.무상황은 자신의 황후였던 소봉을 떠올렸다.그들은 줄곧 전형적인 황제와 황후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는 나라를 다스렸고, 그녀는 후궁을 다스렸다. 비록 그가 그녀를 괴롭히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많은 애정을 주지도 않았다.그렇게 평범하게 평생을 함께했지만, 그녀가 떠나는 날, 그는 마음속 한 조각이 떨어져 나간 듯한 슬픔을 느꼈다.평생 함께했던 사람이 자신보다 먼저 떠날 거라 생각하지 못했기에 더욱 아팠다.세 사람은 한참 동안 넋을 잃고 있다, 다시 길을 나섰다.유아독존과 관련된 일이 생각보다 커졌지만, 모든 소란은 결국 가라앉게 될 것이다. 모든 소문도 점점 사그라들기 마련이니, 그들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하지만 세 사람이 여행하는 영상이 점점 유명해지면서, 유아독존은 더 심하게 비난을 받았다.현실에서 함부로 욕설을 내뱉으면 얻어맞을 수도 있지만, 인터넷에서는 당당한 명분이 있었기에 악성 댓글을 다는 자들은 마음껏 욕을 퍼부었다.그리고 어느 날, 추 어르신이 오래도록 인터넷의 댓글을 훑어보면서 잠시 생각에 잠긴 듯했다. 그는 이내 해가 지는 장면을 찍어 짧은 영상을 올렸다. 그리고 영상에 한마디만 덧붙였다.“분쟁 없이, 오직 평화만 있기를.”그는 모든 다툼이 끝나길 바랐고, 누군가를 벼랑 끝으로 몰지 않기를 바랐다. 단지 말로만 승부를 겨루는 사람은 그들의 적이 아니기 때문이다.음... 무엇보다 적이 될 자격도 없었다!영상이 올라간 지 이틀 뒤, 유아독존은 마침내 사과 영상을 올렸다. 그는 질투와 시기로 무술을 모독한 것을 사죄했고, 은퇴를 선언했다. 그리고 직접 그들의 계정을 태그해 진심으로 사과했다.진심 어린 사과는 항상 용서를 가져오는 법이다. 그리고 악성 댓글을 달던 사람들도 마침내 욕설을 멈췄다.
삼대 거두는 늦은 시각이 되어서야 일어났고, 숙취에서 깨어나니, 이미 날이 밝아져 있었다. 그들은 아직 잠에서 깨지 않아, 눈앞의 모든 것이 몽롱해 오늘이 무슨 날인지조차 모를 정도였다.태양이 서서히 떠오르며 하늘에 떠 있는 주황빛 구름은 점점 짙은 금빛으로 변했고, 금빛 가장자리에는 붉은색이 덧씌워져, 눈부시게 아름다웠다.소요공이 눈을 비비며 말했다."꿈을 꿨네."추 어르신과 무상황은 동시에 그를 바라보며 이구동성으로 물었다."무슨 꿈을 꿨는가?""꿈에서 숭이가 사내에게 속았는데, 우리가 직접 나서서 복수를 해줬다네."추 어르신과 무상황은 놀라서 동시에 숨을 들이켜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귀신이 곡할 노릇이네."말이 끝나자,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깜짝 놀라 외쳤다."자네도 꾼 것인가?""그렇네!""그렇네!""설마 우리 셋이 똑같은 꿈을 꾼 것이오?"소요공도 깜짝 놀랐다.그 일은 그렇게 중요한 일도 아니었고, 어떻게 된 일인지 가물가물할 정도로, 그저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만 어렴풋이 기억할 정도였는데, 꿈에서는 그 장면 장면이 또렷하게 떠올랐다.그리고, 이 꿈은 당시 엄청난 부담을 받고 있던 그들에게 정말 훌륭한 감정 해소가 되었다. 그들은 모든 고통과 억울함, 스트레스를 주먹질로 시원하게 풀어냈다.한편, 무상황은 자신이 황후를 소홀히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그때 무슨 상황이었는지 기억하는가?"추 어르신이 흥분한 듯 말했다."물론 기억은 나네. 당시엔 소봉이가 궁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적성루 사람들을 많이 그리워했네. 게다가 나도 자네들과 어울리느라 바빠서 황후를 소홀히 했네. 그래서 적성루 상궁과 숭이를 궁으로 불러, 이야기를 나누게 했지."사실 기억이 가물가물했지만, 꿈속에서 다시 겪은 덕분에 자세히 생각났다.그때 어서방의 회의가 끝나고, 소복이 무심히 물었다."폐하, 황후 마마를 오랫동안 못 뵙지 않으셨습니까?"그는 소복의 말이 소봉을 보러 가자는 암시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차렸다.
개혁은 가장 어려운 일이었다. 특히 나라가 이미 망가진 뒤라, 보수파들은 북당이 더는 흔들림을 견딜 수 없다고 여겨, 더 이상 변화를 원하지 않았다. 그러자 소국공은 소복을 부상으로 임명했고, 소복은 부상이 된 후, 온갖 수단으로 보수파를 하나 하나씩 무너뜨렸다.그는 협박, 욕설, 생떼, 무례, 끈질긴 설득 등 다양한 방식으로 보수파를 공략했고, 심지어 마지막에는 돗자리를 말아, 상대의 대문 앞에 깔고는, 저녁엔 문 앞에서 잠을 청하고, 낮에는 문 앞에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북당의 발전을 가로막는 자라고 비난까지 했다.그렇게 보수파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2년이 지나, 휘 형과 형수가 대주에서 돌아왔다. 그는 드디어 애써 노력한 끝에, 그들에게 기대에 부응할 만한 모습을 보여 줄 수 있었다. 하지만 성공의 길은 여전히 멀었다. 가난 때문에 발생한 난장판은 아직도 평정되지 않았다.휘 형과 형수는 사실 그의 혼례를 치르기 위해 돌아온 것이었다.그는 이제 황후를 책봉해야 할 시기였고, 황후 후보는 일찌감치 정해져 있었다. 바로 숙왕부에서 지낸 적 있는 소복의 딸이었다.소복의 딸이 원래 무슨 이름이었는지, 그는 이미 기억나지 않았다. 왜냐하면 소복이 부상 자리에 오른 뒤, 딸의 이름을 소봉으로 새로 지었기 때문이다.소복의 꿈은 언제나 직설적이었다. 소봉의 이름은 '소가에서 나온 봉황'이라는 단도직입적인 뜻을 담고 있었다.소봉은 아버지 소복과는 달리 성격이 반듯하고 강직했다. 당시 그는 온갖 일로 정신이 없어 남녀 간의 감정 따위는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사모의 감정보다 그에게 나라가 더욱 중요했었다.하지만 황제로서, 그도 후사를 마련하는 것이 북당 안정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그에게 사모의 정에 대해 조금 느낀 적 있는지 묻는다면, 아마도 소가의 셋째 딸, 소낙연의 이름을 들었을 때이다.다만 그도 그녀의 이름만 알고 있었을 뿐, 나중에야 소낙연이라고 자칭했던 여인이, 사실 그의 형수인 라만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그 시절
그렇게 그들은 만취해 하늘을 이불 삼고 땅을 침대 삼으며, 마치 처음 전장에 나섰던 그 시절로 돌아간 기뿐을 느꼈다.그 시절에는 전쟁이 치열해, 종종 땅바닥에 몸을 웅크린 채 잠을 청하곤 했다. 여섯째는 당시에 항상 설사를 했었다. 셋이 몰래 전장에 나가려 했기에, 선생과 형수를 속이기 위해, 스스로 배탈을 자초한 후, 돈을 조금 챙기고는 전장으로 향했었다. 전쟁터에서 정말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다들 마음속으로 두려움이 가득했었다. 가난을 제외하고, 죽음보다 무서운 것은 없었다.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그들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을 거의 본 적이 없었다.하지만 시간이 지나, 그러지 않는 사람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적군이 승전가를 부르며 전우를 죽이고, 나라를 침탈할 때, 그들은 한 번도 죽음을 생각해 본 적 없었다.죽음에 관해 생각한다고 해도, 죽더라도 이 땅을 지켜야 한다는 마음뿐이었다.그들은 그렇게 잠에 들었고, 꿈속에서 막 즉위하던 시절로 시간여행을 떠났다.숙왕부도 여전히 그대로였고, 적성루는 인파로 붐볐으며, 전쟁으로 인해 찢어지게 가난했다. 휘 형과 형수는 대주로 빚을 갚으러 갔다. 북막과의 전쟁을 위해 대주의 30만 대군을 빌려왔지만, 갚을 돈이 없어 휘 형을 인질로 넘겼다.휘 형이 떠난 후, 조정은 서출의 어린 새 황제를 신경 쓰지 않았다.그들은 조정에서 대신들과 첨예하게 대립해야 했고, 매번 언쟁 후에는 식은땀으로 흠뻑 젖은 채, 어서방에 돌아가 주저앉곤 했다.즉위할 때 휘 형은 최선을 다하면 좋은 황제가 될 수 있다고 격려해 주었다.그래서 그도 그렇게 믿었지만, 막상 황위에 올라보니 전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때로는 있는 힘껏 버텨도 소용없었다.하지만 퇴로 또한 없었다. 휘 형이 말했듯이, 퇴로가 없는 것이 오히려 가장 좋은 길이었다. 두 눈 질끈 감고 힘껏 돌진하다 보면, 결국 승리하게 된다.다행히 조정에 그들을 도와주는 이들도 있었다. 장 대인과 소복이 큰 도움을
그들은 사생활을 모조리 보여주는 것 같아, 팬들이 따라오는 것을 막았다.하지만 팬들은 놀랄 만큼 열렬한 애정을 보이며 기어코 그들 뒤를 따랐다.그 모습에 다들 처음엔 못마땅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결국 이해하기로 했다. 모두 예전에 많은 사람이 따르고, 시중을 받으며 전성기를 가졌던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익숙하기도 했다.어쨌든, 그들은 지금 행복하게 차를 몰며 독고 도로를 달리며 아름다운 풍경을 마음껏 만끽할 수 있었다. 팬들도 그들의 모습을 기록했다. 다투기도 하고, 술을 마시며 농담을 주고받고, 무술을 연습하는 모습 등, 그들의 사소한 순간들 모두 영상으로 편집되어 올라갔다 .그리고 곧 사람들은 퇴직 여행 계정에 한 명이 아닌, 세 명이 함께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영상에 등장한 사람은 '십팔매'라 불렸는데, 많은 네티즌이 그 이름을 듣자마자 웃음을 터뜨렸다.얼굴에 약간의 여드름 자국이 있고, 항상 무표정으로 자기를 과인이라고 부르는 노인은 '여섯째'라 불렸다. 비록 엄숙해 보이지만, 실은 장난기가 많아 두 사람을 몰래 놀리고는 입을 막고 웃기도 했다.항상 핸드폰으로 독서하는 노인은 '주대'라고 불렸다. 박학다식하며, 말할 때마다 고사성어를 인용해, 십팔매와 여섯째가 싸울 때 몇 마디로 갈등을 풀어낼 정도로 인품이 뛰어났다.팬들은 이들의 이름만 들어도 웃음이 터질 지경이었다.그리고 그들의 대화를 듣고, 어릴 때부터 함께해왔고, 나이가 들어서도 여전히 함께 여행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많은 사람들이 깊이 감동하였다.그렇게 어느 날 밤, 그들은 야외에서 술을 마시고 반쯤 취한 채, 바닥에 누운 채로 별이 가득한 하늘을 바라보며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이 장면 역시 팬들에게 촬영되었다.늘 털털한 십팔매는 두 손을 머리 뒤에 괴고 은하수를 바라보다가 갑자기 감탄하며 말했다."우리 정말 많이 늙었네. 앞으로 몇 년이나 더 살 수 있을까?"여섯째가 그의 머리를 한 대 가볍게 쳤다."길 위에서는 불길한 말 금지네."십팔매가 입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