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후와 노마님원경릉이 미소를 지으며, “좋아.”황실에서 이름을 지을 땐 의미와 뜻에 각별히 신경을 쓴다.원경릉은 셋째의 화(和)자가 제일 좋았다.마음이 온화하고 어우러져 사는 일생을 보낼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리고 화(和)자는 인동과도 참으로 어울린다.우문호는 효(孝)자가 좋다.원 선생이 아이들을 낳느라 고생이 심한 것을 직접 두 눈으로 확인해서 앞으로 아이들이 반드시 원 선생에게 효도하길 원했다.고지가 명월암으로 내쳐진 후 원경릉이 기상궁을 그쪽으로 보내 무우산을 쥐어 주고 보살피게 했다.정후는 최근 간교한 모략을 꾸미는 대신 그저 일심으로 정후부에서 노모를 모셨다.지금 노모가 유일한 그의 구세주로 죽어서도 안 되지만 완전 살려 놔도 곤란하다.첩인 주씨는 정후가 고생스럽게 노마님을 보살피는 것을 보고, 몰래 정후에게: “나리, 힘들게 고생하지 마세요, 하인에게 시중 들게 하시면 될 것을, 노마님 아무래도 안 될 것 같은데.”정후가 이 말을 듣고 한 대 갈기며 성을 내는데: “뭐가 아무래도 안 돼? 다시 한번만 더 그딴 소리 해봐, 아주 주둥이를 찢어버릴 테니까.”정후는 주씨를 한결같이 사랑만 해 와서 화 한번 내본 적 없고 손찌검은 말할 것도 없다.주씨가 얼굴을 움켜쥐고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해서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나리, 이게 도대체 무슨 뜻입니까?”“꺼져!” 정후가 짜증을 냈다.주씨가 울면서 나갔다.정후가 씩씩거리며 앉아서 물을 한 모금 마셨지만 마음은 황망하고 어지럽기만 하다.정후는 이번에 정말 후회하고 있다.어머니가 갑자기 풍 발작을 일으킨 게 바로 자신이 부인들과 일을 얘기했기 때문으로 어머니가 좀 도와 주길 바랬을 뿐인데, 충격을 받고 한 손을 들어 정후를 때리려 다가 때리기도 전에 쓰러지셨다.정후는 전에 어머니가 자신에게 지나치게 엄격하다고 생각해서 인정이 없다며 멀리했고, 어떨 때는 정말 심하게 박정했다.하지만 정후는 마음속으로 알고 있었다. 어머니가 계시기에, 믿을 구석이 있고, 뿌리
할머니의 반신마비정후가 이 말을 듣고 크게 실망한 나머지 분노해서: “원경릉, 너는 애비가 안중에도 없는 것이냐?”원경릉이 그와 말도 섞고 싶지 않고 보면 화가 치밀었다. 할머니 상태도 묻지 않은 건 정후가 괜히 역정이 나서 할머니에 대한 저주의 말을 뱉을까 싶어서다.눈 하나 꿈쩍 안하고 자식을 죽이고 내다 팔 수 있는 사람이 어머니 저주하는 것쯤 어려울까.그래서 원경릉은 바로 돌아서서 나왔다.정후가 원경릉에게 소리치며: “네가 만약 얘기하지 않으면 내가 직접 사위를 찾아 갈 것이다.”원경릉이 고개도 돌리지 않고 차갑게 내뱉으며: “왕야에게 얘기할 겁니다. 멀리 숨어 있으라고 건드릴 수 없게 말입니다.”정후가 이 말을 듣고 자신이 온갖 마음 고생을 하며 원경릉을 지금 이자리까지 올려 놨더니, 원경릉이 불효 막심하고 박정하기 이를 데 없음에 불같이 화를 내며 물건을 깨부수고 싶었지만 자신이 배상할 만한 수준의 물건이 아님을 알고 씩씩거리며 돌아가는 수밖에 없었다.원경릉은 열 받아서 위가 따끔거렸지만, 할머니가 너무 걱정된 나머지 만아를 시켜 조어의에게 정후부에 한번 왕진을 가서 할머니 상태를 좀 봐 달라고 했다.조어의는 땅거미가 지고서야 돌아와서 원경릉에게 보고하길: “노마님이 깨어 나긴 하셨으나, 말씀을 못하십니다. 몸 왼쪽을 움직이시지 못하셔서 침을 놔 드렸고 개선되기를 바라지만 침이란 것이 시간이 필요한 지라 상당기간 노마님이 더이상 자극을 받는 일이 없어야 할 텐데요.”“할머니께서는 여전히 위험하신 가요?” 원경릉이 물었다.“말씀 드리기 어렵습니다. 상태가 여전히 좋지는 않으십니다.” 조어의가 말했다.원경릉이 마음이 초조해서 가서 보고 싶은데 희상궁이 권하길: “지금 노마님은 와병 중이시고 마마는 산후조리 기간입니다. 아직 몸에 피기운이 있으니 가시면 두 기운이 상충해서 금기를 범할까 싶으니 가시지 마세요.”원경릉은 미신을 믿지 않지만 만약 터부라면 로마에선 로마법을 따라야 한다. 조어의가 매일 가서 노부인에게 시침을 하는 수밖에
현비와 호비, 정후와 태자원경릉이 이 말을 듣고 웃음을 참지 못하고, “여자들 중에 당신처럼 이렇게 시원시원하게 얘기하는 사람 정말 몇 없어요.”기왕비가 아무렇지도 않게:”다 궁지에 몰리며 살아와서 그래요, 부부서가 서로 사랑하며 알콩달콩 보내고 싶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어요? 하지만 그렇지 않다고 억지로 강요할 순 없죠. 인생을 반을 보냈는데 안 누려본 게 있겠어요? 지금은 그저 아이를 위한 것만 생각해요. 그 아이를 위해서 해 줄 수 있는 게 있다면 뭐든 해주고 싶고, 딸이 좋다고 하면 안심이 돼요.”이미 엄마가 된 원경릉은 이 말에 격하게 동의했다.“맞다.” 기왕비가 갑자기 어떤 일이 생각나서 원경릉에게: “알아요? 현비마마께서 궁에서 한바탕 소란을 피우신 거. 상당히 심하게 난리를 쳤다고.”“무슨 난리를 쳐요?” 원경릉이 현비 얘기를 하니 산실에서 들었던 그 말이 생각나 섬뜩했다.기왕비가: “어디서 소란을 피워요? 그럴 자격이나 있어요, 지금 다섯째가 태자이니 정상적이라면 현비는 황귀비여야 하는데 아바마마께서 책봉을 늦추시는 게 기분 나쁘다고 차마 황제 폐하 앞에서는 못하고 태후 앞에서 울고불고 어제 태후도 더이상 못 참겠는지 현비를 질책하자 순간 열 받은 현비가 태후를 들이 받았는데, 마침 호비가 태후에게 문안하러 왔다가 태후가 기가 막혀서 뒷목 잡는 걸 보고 현비에게 몇 마디 했는데, 현비가 호비의 따귀를 때렸지 뭐예요. 그런데 그게 호비도 만만한 사람이 아니라 그 자리에서 바로 따귀를 되갚아 주니 현비가 바닥에 쓰러지고 이빨까지 하나 빠져서 지금 말이 샌 데요.”원경릉이 이 말을 듣고 할말을 잃고, “결국 어떻게 수습됐어요?”기왕비가 웃으며, “수습이 될 리가 있나요? 현비는 강한 자 앞에서는 약하고 약자 앞에서는 강한 사람이니 막 입궁했다고 얕봤다가 호비가 세게 나오니까 현비도 어쩌질 못하고 그저 태후 앞에서 울면서 하소연하는 걸로 그냥 끝이죠 뭐.”원경릉이 고개를 흔들며: “후궁의 마마님들이 각자 속내가 있다고는 해도 최근까지
일을 만드는 정후정후가 마차에서 내려 혼자 동대로를 걸어가는데 오가는 사람들이 흥청거리는 모습에 정후는 더욱 적막하고 절망적이 되었다.정후는 작은 술집을 혼자 찾아 들어가 술 한 병을 시키고 자작하며 고금의 시인묵객처럼 가슴에 넘쳐 나는 슬픔을 시로 달래려 하나 문학에 소홀한지 오래 되었고, 그동안 명예와 이득을 위해 꼬리치며 권세 빌붙어 관직을 할 생각만 했지 문학이고 나발이고 할 엄두나 내봤나?마음은 답답해져만 가고 꿀꺽꿀꺽 반 병이나 마셨더니 술기운이 올라 머리가 어지럽고 눈 앞이 흐릿하다.“어, 이거 원시랑(元侍郎)이 아닌가?” 갑자기 어디선가 비웃는 듯한 목소리가 들렸다.천천히 고개를 들어 보니 청색 비단 도포를 입은 중년 남자가 시종을 데리고 걸어 들어오는데 자세히 보니 뜻밖에 이부의 오시랑(吳侍郎)이다. 정후는 순간 머리가 텅 비고 황당했다. 왜냐면 이 오시랑 부인과 전에 밀애를 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오시랑은 올해 53세로 원래 부인은 그가 승진할 즈음 질투를 이유로 소박을 놓고 다시 지금의 부인과 결혼했는데 그 뒤로 계속 첩을 맞이해 지금 첩만 3명이고 첩지를 받지 못한 사람도 일고 여덟은 된다고 한다.첫 고과 평가할 때 잘못을 저지른 게 있어 시랑으로 승진하고 싶어서 뒷문으로 쪼르르 간 뒤로 계속 고과를 통과하지 못한 게 걱정돼서 오시랑에게 청탁하면서 선물도 적지 않게 보냈지만 오시랑의 탐심이 만족을 못했는지 은자 삼천 냥을 더 가져오라고 했다. 갑자기 마련할 방법이 없어 뇌물을 못 줘서 오시랑에게 밉보이는 바람에 원래 그 해에 통과를 못하는 거였는데 다행히 뒤에 외삼촌이 나서 줘서 겨우 일이 해결되었다.오시랑이 지나간 뒤 조롱하며: “아차 잊을 뻔 했군, 지금은 원시랑이 아니지, 나리라고 불러야 하는데 말이야, 병을 이유로 관직을 사직했다고, 병은 좀 좋아졌나?”정후는 이 사람에게 습관적으로 아부하다 보니 무의식적으로 비굴하게 굴어, 말에 멸시와 조롱이 감겨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감히 반박하지 못하고, 웃는 얼굴로: “오
정후의 꿈정후가 아첨하는 미소를 짓는데 이 미소는 습관성이라 자신도 모르게 흘러나오고 만다.웃고 나니 비로소 고지 일을 안왕이 계획한 것이 생각나서 자신도 모르게 화가 치밀었다.하지만 술집 점원이 술잔을 가져와서 탁자에 두자 정후가 바로 공손하게 일어나 술을 따르며, “왕야, 한잔 하시지요.”안왕은 정후의 비굴한 태도를 보고 만족스러운지 잔을 받아 들고 한 모금하더니, “이 술은 별로군요, 만약 싫은 게 아니면 안왕부에서 한잔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습니다.”“싫다니요, 사양하지 않고 당연히 가지요!” 정후가 과분한 대우에 기뻐하면서도 한편 불안한 마음으로 바로 대답했다.안왕이 일어나 의미심장하게: “가시지요!”정후가 예를 취하며, “왕야 그럼.”안왕부에 와서 안왕이 좋은 술을 올리라고 하고 주거니 받거니 하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정후는 7~80% 취했다.정후는 주량이 상당히 좋은데 몇년간 접대를 많이 하다 보니 주량도 당연히 늘었다.하지만 지금은 마음에 근심이 있고, 상당히 센 술이라 버티질 못하겠다.정후가 거진 취한 것을 보고 안왕이 술잔을 내려놓고 정후를 보며, “올해 고작 마흔을 좀 넘기지 않았습니까? 한창 일할 나이라 조정을 위해 힘을 다해야 마땅한 시기에 어째서 은퇴하여 관직을 물러나신 겁니까?”정후는 술이 거나한 상태로 이 얘기를 듣고 안왕의 의미심장한 얼굴을 보니, 이 일은 우문호와 원경릉에게 퇴짜를 맞았기 때문이란 생각이 들어서, 울분이 치밀며 무릎을 꿇고, “왕야, 만약 저를 도우실 수 있으면 왕야를 위해 견마지로를 아끼지 않겠습니다.”안왕이 꼿꼿하게 앉더니 입에 엷은 미소를 띠고 눈을 빛내며 정후를 천천히 부축해 일으키며, “이럴 필요 없습니다. 만약 정말 다시 관직에 복귀하고 싶으시면 마침 적합한 기회가 하나 있습니다.”정후가 안왕부를 떠날 때 발걸음이 갈지자로 흔들리고 머리도 상당히 어지러웠다.안왕이 사람을 시켜 정후를 배웅한 뒤 정후는 마차에 올라 잠이 들었고 정후부에 도착해서야 부축을 받고 첩 주씨 방으로 들
정후와 노마님의 눈물주씨는 정후가 갑자기 눈을 뜨는 걸 보고 놀라서 얼른 뒤로 물러나 바로 퉁명스럽게: “이게 무슨 짓이에요? 갑자기 눈을 번쩍 뜨고. 시체가 일어나는 줄 알았잖아요.”정후가 이 말을 듣고 성질을 부리며: “입 닥쳐, 네 입에서 좋은 소리가 나올 리가 없지, 시체가 뭐야? 내가 죽었어?”주씨는 정후가 소리를 지르니 깜짝 놀랐는데 요즘 정후는 화를 심하게 내서 건드리지 못하겠다. 해장국을 가져와서: “일단 해장국 좀 드세요.”정후는 목이 말라서 받아 들고 한 입에 쭉 들이켜더니: “어머니는 오늘 저녁식사 하셨어?”주씨가 입을 삐죽거리며, “누가 알아요? 부인이 거기서 시중을 들고 있는데.”정후가 이불을 걷어차고 침대에서 내려가려 하자 주씨가 말리며, “당신 뭐하는 거예요? 밤이 늦었는데 가시려 거든 내일 아침에 가세요. 노마님도 주무세요.”정후가 갈지자로 비틀비틀 문을 나가며 욕을 하는데, “뭘 안다고 그래, 중풍에 걸린 사람은 잠에 빠졌는데 밤낮을 가릴 거 같아? 낮에 많이 자면 밤에 깨 있는 거야.”주씨가 씩씩거리며: “전에도 이렇게 효도한 적이 없더니 무슨 꿍꿍인가 몰라, 이제서야 만회할 생각인 거 보니, 당신이 노마님을 열 받게 한 거 아니예요?”정후가 확 뒤를 돌아 흉폭하게: “헛소리하지 마, 죽여버릴 줄 알아.”주씨는 정후가 살인자 같은 얼굴을 하는 것을 보고 놀라서 그 자리에서 입이 딱 굳었다.노마님은 확실히 깨 있었다. 조어의가 침을 놔서 경락과 혈맥이 통하면서 상황이 상당히 호전되었으나 여전히 말을 하시지는 못했다. 정후는 비틀비틀 침대로 오는데 술냄새가 전신에 풀풀 나 노마님에게 훅 끼쳤다.정후가 침대에 앉았다가 노마님이 화가 나서 눈을 부릅뜨는 것을 보고 놀라 덜덜 떨며 바닥에 떨어졌다.“어머니, 어머니, 깨어나셨나요?” 정후는 천천히 기어올라 반듯하게 앉아서 감히 고개를 들지 못했다. 노마님이 정후를 보고 중풍이 온 이후 말을 할 수 없지만 머리속으로 정후의 어린 시절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겨우
안왕의 협박정후가 당황해서 고개를 돌리며, “누가? 무슨 말을?”안왕이 눈을 게슴츠레하게 뜨고, “상부인(尚夫人)이 정후 나리에게 한가지 묻고 싶다며, 왜 이렇게 오랫동안 자신을 보러 오지 않냐고.”정후의 얼굴에 핏기가 싹 가시며, 두 다리에 힘이 풀려 털썩 바닥에 꿇어앉아 몸을 채로 치는듯 탈탈거렸다.안왕이 오만하고 냉담한 모습으로 정후를 보고, “정후, 사람은 다 이기적인 법이네, 반편생을 골육간의 정 따위 신경 쓰지 않고 살았는데 관직과 앞날을 위해 모든 걸 희생할 수 있는 거 아닌가. 지금 눈 앞에 큰 기회를 두고 정말 포기할 수 있나? 당신이 이렇게 태자비를 감싼다고 당신한테 일이 터지면 태자비가 감싸 줄까 과연?”정후는 땅에 꿇어 앉아 여전히 몸을 떨며 곧 울음이라도 터트릴 것만 같다.“왕야, 어떻게 알게 된 거죠?”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정후는 스스로 철저하게 비밀을 지켰다고 생각했고 상부인은 절대 다른 사람에게 얘기할 사람이 아닌데 안왕은 어떻게 안 거지?안왕이 차갑게 웃으며, “자신이 저지른 일을 속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모양이군. 상부인 뿐 아니라 정후가 벌인 일을 난 다 알고 있어. 이제 정후에게 두가지 선택만 있지, 어제 계획대로 일을 진행하느냐, 아니면 내가 이 일을 천하에 공개하느냐, 정후가 직접 결정하지.”정후는 무릎걸음으로 나오며 애원하길, “안됩니다, 왕야, 상의한 대로 해요, 왕야 제발 비밀을 지켜주세요.”“그럼 내가 말한 대로 해.” 안왕이 차갑게 말했다.정후는 울상을 지으며, “왕야, 만약 이 일이 발각되면 사형을 면치 못합니다. 왕야 저는 정말 할 수 없어요, 왕야 제발 저를 용서해 주세요, 이거 말고 다른 일은 뭐든 시키는 대로 하겠습니다.”안왕이 아래로 내려다보며 화조차 내지 않고, “정후 당신에게 안타깝게도 내게 도움이 될 만한 다른 능력은 없어, 이 일이 만약 발각될 경우 분명 사형감이지만, 나도 절대 당신이 발각되게 하지 않을 거야. 당신이 발각되면 내가 발각되니까. 내 목숨이 아깝지
인생에 대한 태상황의 생각주지스님이 정말 힘을 써 주신 게 현실로 증명됐다. 명원제는 초왕 가족이 잠시 초왕부에 살도록 윤허했기 때문이다.게다가 초왕의 전에 봉호로 회수하지 않았기 때문에 여전히 초왕부라고 불러도 예법에 저촉되거나 타당하지 못한 면이 없었다.세 아가의 만 한달 축하연이 어떤 격식으로 거행되어야 하는지 황제는 언급하지 않았으나 태상황이 일률적으로 황제의 적장자의 규례에 따라 거행할 것이라고 발언했다.그동안 태상황은 건곤전에서도 안정 하지를 못하고 종일 뒷짐을 지고 왔다 갔다 하며 뭔가 상당히 애타는 듯한 모습이었다.상선이 태상황에게, “이게 대체 어찌 된 일입니까? 술이 고프신 건 아닌지요? 만약 드시고 싶으시면 제가 가서 주재상과 소요공에게 입궁하여 폐하를 모시라 전하겠습니다.”태상황이 뒤를 돌아 상선에게, “부르지 마, 됐어, 걔들은 귀찮아.”“그럼 왜 그러십니까?” 상선이 물었다.태상황이 말없이 여전히 뱅글뱅글 맴을 돌고 자리에 앉아 다바오를 오라고 하더니 개를 훈련시키다가, 상선이 멍하니 한쪽에 서 있는 것을 보고 아무 생각없이: “괜찮으면 초왕부에 좀 보러 가.”“뭘 볼까요?” 상선은 태상황이 증손자를 생각하고 있다는 걸 알면서 짐짓 모르는 척, “초왕부에 볼 게 뭐가 있습니까? 궁에 볼 게 많지요.”태상황이 성질을 내며, “가라면 갈 것이지, 뭘 보든 상관없으니 그냥 가.”상선이 웃으며: “예, 그럼 다녀오겠습니다.”태상황이: “창고에 태자비가 몸보신에 쓸 만한 물건이 있는지 보고 가져다 줘라.”상선이: “태상황 폐하, 최근 궁에서 나간 인삼(人參)과 녹용(鹿茸)이 아마도 태자비께서 매일 드셔도 1년동안 다 못 드실 양입니다.”“뭘 안다고 그래? 해산한 여인은 몸조리를 잘 해야 하고 말고? 몸조리를 잘해야 계속 낳을 수 있지.” 태상황이 역정을 냈다.상선이 ‘아!’하더니, “일년 육개월은 아마도 낳지 못하실 겁니다. 얼마나 위험한지 모르시겠지만 세 도련님은 배를 가르고 낳으신 겁니다.”“일년 육개월후에 낳
“예, 그립습니다. 하지만 이곳에서 놀고 싶기도 합니다.”그는 말하다가, 갑자기 신이 난듯 몸을 들썩이며 말을 이어갔다.“여긴 정말 재미있습니다. 아홉째와 나가면 큰 산도 있고, 꽃도, 나무도 많습니다. 물고기도 많고, 사람도 많고, 뭐든지 엄청 많았습니다.”우문호는 웃으며, 못내 안쓰러움을 느꼈다. 예전에 그를 궁 안에 가두고, 거의 밖으로 데리고 나가지 않았다. 게다가 다른 사람이 그를 데리고 나가는 것도 신경 쓰였다.“이곳이 마음에 들면, 좀 더 오래 있어도 된다.”우문호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예, 정말 좋습니다. 다만, 형님과 형수님이 그리웠습니다. 이렇게 오셔서 정말 다행입니다.”여덟째는 흥이 오른 상태로 그의 팔짱을 끼며 말했다.“어서 들어가시지요! 아홉째가 형님이 내일 오신다고 맛있는 음식을 많이 준비했습니다.” 그는 뒤돌아 원경릉에게 외쳤다.“형수님, 빨리 따라오십시오. 맛있는 거 많습니다.”미색은 웃으며 꾸짖었다.“이 무심한 녀석, 다섯째 형수님만 챙기고, 여섯 형수가 배고픈지는 묻지도 않는 것이냐?” 여덟째는 그제야 미색을 본 듯, 놀라서 눈을 크게 뜨고 말했다.“여섯째 형수님도 오셨습니까? 여섯째 형님도 오신 것입니까? 와, 너무 좋습니다!”“질투하다니?”원경릉은 미색의 어깨를 가볍게 토닥이며 미소를 지었다.“여덟째는 너보다 나를 더 좋아하는 것이다.”“아유, 참!”미색은 일부러 그렇게 말했다.여덟째는 바로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항상 그림과 책자를 선물하는 여섯째 형수님도 좋아했기 때문이다.그는 말을 더듬으며 말했다.“그... 그럼 같이 드시지요. 음식 많습니다.”“장난이다. 난 질투 안 해.”미색은 기쁘게 말했다.여덟째는 그제야 마음을 놓았고, 다들 웃으며 안으로 들어갔다.원경릉이 만아에게 말했다.“정말 이곳에서 즐겁게 지내고 있구나. 예전보다 훨씬 활발해졌고, 말도 많이 하네. 이 모든 게 아홉째 덕분이다.”만아는 웃으며 말했다.“예, 둘이 시간이 날 때마다 밖으로 나가, 더
원경릉은 발끝을 들어 그의 뺨에 입을 맞추고는, 환한 미소를 지었다.우문호는 그런 그녀를 와락 끌어안으며 말했다.“원 선생, 행복하오?”“행복하오.”“하하하. 지금이 아닌, 나와 함께했던 모든 날이 행복했냐고 물어보는 것이오.”“모든 순간이 당연히 행복하고, 기쁘오!”원경릉은 스스로를 자조하듯 웃었다.“나 같은 집순이가 이렇게 결혼생활이 행복할 줄 누가 알았겠소?”한때 그녀는 자신이 평생 결혼하지 못할 거라 생각했고, 사랑 없는 삶도 부족함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그녀는 사랑을 중요하지 않다고 여겼었지만, 사랑은 사실 정말로 중요했다.산꼭대기에 앉아, 차가운 바람을 맞고 있었지만, 추위는 느껴지지 않았다. 그녀는 지금의 풍경을 눈에, 그리고 마음에 깊이 새기고 싶었다.그리고 함께 늙어간 후, 다시 천천히 되새기고 싶었다.영산에서 내려온 후, 그들은 다시 여정을 이어나갔다. 이번 목적지는 바로 남강이었다.명절이 지난 뒤, 아홉째는 여덟째를 데리고 먼저 남강으로 돌아갔다. 다들 그가 그곳에서 잘 지내고 있는지 궁금했다.남강 땅은 오랜만이었다. 마지막으로 발을 디딘 건, 정화를 구하러 갔을 때였다.남강으로 가는 내내 홍엽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냉정언이 물었다.“남강에 가면, 못난이를 만날 것이오?”“만나야지.”홍엽이 답했다.“물론 만나야지!”못난이는 오랜 시간 그와 함께했던 사람이니, 만나야 했다. 못난이가 종종 편지를 보내오긴 했지만, 자기 상황은 거의 말하지 않았다.반면 아홉째는 편지에서 북강의 소식을 자주 전해주었다.지금의 남강은 어느 정도 통일되어 있었고, 북강과 남강도 평화롭게 공존하고 있었다. 그동안 이익 문제로 양측의 왕래가 더욱 빈번해졌다.아홉째는 편지에서 못난이가 북강의 민심을 얻었고, 성격도 예전보다 훨씬 밝아져, 마치 다른 사람이 된 듯하다고 전했다.홍엽의 마음엔 기대와 기쁨이 섞여 있었다. 그도 지금 잘 지내고 있으니, 못난이도 잘 지내길 바랐다.우문호는 남강에서 돌아온 후, 변방으로 갈
그 일을 떠올리자, 꿈에서 본 일이라 그런지 마치 얼마 전에 있었던 일처럼 느껴졌다.그때 그들은 죽을 만큼 힘든 소년들이었는데, 지금은 한없이 한가한 노인이 되었다.세월은 덧없이 흘러갔고, 그동안 그들은 많은 사람들을 잃었다.무상황은 자신의 황후였던 소봉을 떠올렸다.그들은 줄곧 전형적인 황제와 황후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는 나라를 다스렸고, 그녀는 후궁을 다스렸다. 비록 그가 그녀를 괴롭히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많은 애정을 주지도 않았다.그렇게 평범하게 평생을 함께했지만, 그녀가 떠나는 날, 그는 마음속 한 조각이 떨어져 나간 듯한 슬픔을 느꼈다.평생 함께했던 사람이 자신보다 먼저 떠날 거라 생각하지 못했기에 더욱 아팠다.세 사람은 한참 동안 넋을 잃고 있다, 다시 길을 나섰다.유아독존과 관련된 일이 생각보다 커졌지만, 모든 소란은 결국 가라앉게 될 것이다. 모든 소문도 점점 사그라들기 마련이니, 그들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하지만 세 사람이 여행하는 영상이 점점 유명해지면서, 유아독존은 더 심하게 비난을 받았다.현실에서 함부로 욕설을 내뱉으면 얻어맞을 수도 있지만, 인터넷에서는 당당한 명분이 있었기에 악성 댓글을 다는 자들은 마음껏 욕을 퍼부었다.그리고 어느 날, 추 어르신이 오래도록 인터넷의 댓글을 훑어보면서 잠시 생각에 잠긴 듯했다. 그는 이내 해가 지는 장면을 찍어 짧은 영상을 올렸다. 그리고 영상에 한마디만 덧붙였다.“분쟁 없이, 오직 평화만 있기를.”그는 모든 다툼이 끝나길 바랐고, 누군가를 벼랑 끝으로 몰지 않기를 바랐다. 단지 말로만 승부를 겨루는 사람은 그들의 적이 아니기 때문이다.음... 무엇보다 적이 될 자격도 없었다!영상이 올라간 지 이틀 뒤, 유아독존은 마침내 사과 영상을 올렸다. 그는 질투와 시기로 무술을 모독한 것을 사죄했고, 은퇴를 선언했다. 그리고 직접 그들의 계정을 태그해 진심으로 사과했다.진심 어린 사과는 항상 용서를 가져오는 법이다. 그리고 악성 댓글을 달던 사람들도 마침내 욕설을 멈췄다.
삼대 거두는 늦은 시각이 되어서야 일어났고, 숙취에서 깨어나니, 이미 날이 밝아져 있었다. 그들은 아직 잠에서 깨지 않아, 눈앞의 모든 것이 몽롱해 오늘이 무슨 날인지조차 모를 정도였다.태양이 서서히 떠오르며 하늘에 떠 있는 주황빛 구름은 점점 짙은 금빛으로 변했고, 금빛 가장자리에는 붉은색이 덧씌워져, 눈부시게 아름다웠다.소요공이 눈을 비비며 말했다."꿈을 꿨네."추 어르신과 무상황은 동시에 그를 바라보며 이구동성으로 물었다."무슨 꿈을 꿨는가?""꿈에서 숭이가 사내에게 속았는데, 우리가 직접 나서서 복수를 해줬다네."추 어르신과 무상황은 놀라서 동시에 숨을 들이켜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귀신이 곡할 노릇이네."말이 끝나자,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깜짝 놀라 외쳤다."자네도 꾼 것인가?""그렇네!""그렇네!""설마 우리 셋이 똑같은 꿈을 꾼 것이오?"소요공도 깜짝 놀랐다.그 일은 그렇게 중요한 일도 아니었고, 어떻게 된 일인지 가물가물할 정도로, 그저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만 어렴풋이 기억할 정도였는데, 꿈에서는 그 장면 장면이 또렷하게 떠올랐다.그리고, 이 꿈은 당시 엄청난 부담을 받고 있던 그들에게 정말 훌륭한 감정 해소가 되었다. 그들은 모든 고통과 억울함, 스트레스를 주먹질로 시원하게 풀어냈다.한편, 무상황은 자신이 황후를 소홀히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그때 무슨 상황이었는지 기억하는가?"추 어르신이 흥분한 듯 말했다."물론 기억은 나네. 당시엔 소봉이가 궁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적성루 사람들을 많이 그리워했네. 게다가 나도 자네들과 어울리느라 바빠서 황후를 소홀히 했네. 그래서 적성루 상궁과 숭이를 궁으로 불러, 이야기를 나누게 했지."사실 기억이 가물가물했지만, 꿈속에서 다시 겪은 덕분에 자세히 생각났다.그때 어서방의 회의가 끝나고, 소복이 무심히 물었다."폐하, 황후 마마를 오랫동안 못 뵙지 않으셨습니까?"그는 소복의 말이 소봉을 보러 가자는 암시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차렸다.
개혁은 가장 어려운 일이었다. 특히 나라가 이미 망가진 뒤라, 보수파들은 북당이 더는 흔들림을 견딜 수 없다고 여겨, 더 이상 변화를 원하지 않았다. 그러자 소국공은 소복을 부상으로 임명했고, 소복은 부상이 된 후, 온갖 수단으로 보수파를 하나 하나씩 무너뜨렸다.그는 협박, 욕설, 생떼, 무례, 끈질긴 설득 등 다양한 방식으로 보수파를 공략했고, 심지어 마지막에는 돗자리를 말아, 상대의 대문 앞에 깔고는, 저녁엔 문 앞에서 잠을 청하고, 낮에는 문 앞에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북당의 발전을 가로막는 자라고 비난까지 했다.그렇게 보수파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2년이 지나, 휘 형과 형수가 대주에서 돌아왔다. 그는 드디어 애써 노력한 끝에, 그들에게 기대에 부응할 만한 모습을 보여 줄 수 있었다. 하지만 성공의 길은 여전히 멀었다. 가난 때문에 발생한 난장판은 아직도 평정되지 않았다.휘 형과 형수는 사실 그의 혼례를 치르기 위해 돌아온 것이었다.그는 이제 황후를 책봉해야 할 시기였고, 황후 후보는 일찌감치 정해져 있었다. 바로 숙왕부에서 지낸 적 있는 소복의 딸이었다.소복의 딸이 원래 무슨 이름이었는지, 그는 이미 기억나지 않았다. 왜냐하면 소복이 부상 자리에 오른 뒤, 딸의 이름을 소봉으로 새로 지었기 때문이다.소복의 꿈은 언제나 직설적이었다. 소봉의 이름은 '소가에서 나온 봉황'이라는 단도직입적인 뜻을 담고 있었다.소봉은 아버지 소복과는 달리 성격이 반듯하고 강직했다. 당시 그는 온갖 일로 정신이 없어 남녀 간의 감정 따위는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사모의 감정보다 그에게 나라가 더욱 중요했었다.하지만 황제로서, 그도 후사를 마련하는 것이 북당 안정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그에게 사모의 정에 대해 조금 느낀 적 있는지 묻는다면, 아마도 소가의 셋째 딸, 소낙연의 이름을 들었을 때이다.다만 그도 그녀의 이름만 알고 있었을 뿐, 나중에야 소낙연이라고 자칭했던 여인이, 사실 그의 형수인 라만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그 시절
그렇게 그들은 만취해 하늘을 이불 삼고 땅을 침대 삼으며, 마치 처음 전장에 나섰던 그 시절로 돌아간 기뿐을 느꼈다.그 시절에는 전쟁이 치열해, 종종 땅바닥에 몸을 웅크린 채 잠을 청하곤 했다. 여섯째는 당시에 항상 설사를 했었다. 셋이 몰래 전장에 나가려 했기에, 선생과 형수를 속이기 위해, 스스로 배탈을 자초한 후, 돈을 조금 챙기고는 전장으로 향했었다. 전쟁터에서 정말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다들 마음속으로 두려움이 가득했었다. 가난을 제외하고, 죽음보다 무서운 것은 없었다.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그들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을 거의 본 적이 없었다.하지만 시간이 지나, 그러지 않는 사람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적군이 승전가를 부르며 전우를 죽이고, 나라를 침탈할 때, 그들은 한 번도 죽음을 생각해 본 적 없었다.죽음에 관해 생각한다고 해도, 죽더라도 이 땅을 지켜야 한다는 마음뿐이었다.그들은 그렇게 잠에 들었고, 꿈속에서 막 즉위하던 시절로 시간여행을 떠났다.숙왕부도 여전히 그대로였고, 적성루는 인파로 붐볐으며, 전쟁으로 인해 찢어지게 가난했다. 휘 형과 형수는 대주로 빚을 갚으러 갔다. 북막과의 전쟁을 위해 대주의 30만 대군을 빌려왔지만, 갚을 돈이 없어 휘 형을 인질로 넘겼다.휘 형이 떠난 후, 조정은 서출의 어린 새 황제를 신경 쓰지 않았다.그들은 조정에서 대신들과 첨예하게 대립해야 했고, 매번 언쟁 후에는 식은땀으로 흠뻑 젖은 채, 어서방에 돌아가 주저앉곤 했다.즉위할 때 휘 형은 최선을 다하면 좋은 황제가 될 수 있다고 격려해 주었다.그래서 그도 그렇게 믿었지만, 막상 황위에 올라보니 전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때로는 있는 힘껏 버텨도 소용없었다.하지만 퇴로 또한 없었다. 휘 형이 말했듯이, 퇴로가 없는 것이 오히려 가장 좋은 길이었다. 두 눈 질끈 감고 힘껏 돌진하다 보면, 결국 승리하게 된다.다행히 조정에 그들을 도와주는 이들도 있었다. 장 대인과 소복이 큰 도움을
그들은 사생활을 모조리 보여주는 것 같아, 팬들이 따라오는 것을 막았다.하지만 팬들은 놀랄 만큼 열렬한 애정을 보이며 기어코 그들 뒤를 따랐다.그 모습에 다들 처음엔 못마땅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결국 이해하기로 했다. 모두 예전에 많은 사람이 따르고, 시중을 받으며 전성기를 가졌던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익숙하기도 했다.어쨌든, 그들은 지금 행복하게 차를 몰며 독고 도로를 달리며 아름다운 풍경을 마음껏 만끽할 수 있었다. 팬들도 그들의 모습을 기록했다. 다투기도 하고, 술을 마시며 농담을 주고받고, 무술을 연습하는 모습 등, 그들의 사소한 순간들 모두 영상으로 편집되어 올라갔다 .그리고 곧 사람들은 퇴직 여행 계정에 한 명이 아닌, 세 명이 함께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영상에 등장한 사람은 '십팔매'라 불렸는데, 많은 네티즌이 그 이름을 듣자마자 웃음을 터뜨렸다.얼굴에 약간의 여드름 자국이 있고, 항상 무표정으로 자기를 과인이라고 부르는 노인은 '여섯째'라 불렸다. 비록 엄숙해 보이지만, 실은 장난기가 많아 두 사람을 몰래 놀리고는 입을 막고 웃기도 했다.항상 핸드폰으로 독서하는 노인은 '주대'라고 불렸다. 박학다식하며, 말할 때마다 고사성어를 인용해, 십팔매와 여섯째가 싸울 때 몇 마디로 갈등을 풀어낼 정도로 인품이 뛰어났다.팬들은 이들의 이름만 들어도 웃음이 터질 지경이었다.그리고 그들의 대화를 듣고, 어릴 때부터 함께해왔고, 나이가 들어서도 여전히 함께 여행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많은 사람들이 깊이 감동하였다.그렇게 어느 날 밤, 그들은 야외에서 술을 마시고 반쯤 취한 채, 바닥에 누운 채로 별이 가득한 하늘을 바라보며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이 장면 역시 팬들에게 촬영되었다.늘 털털한 십팔매는 두 손을 머리 뒤에 괴고 은하수를 바라보다가 갑자기 감탄하며 말했다."우리 정말 많이 늙었네. 앞으로 몇 년이나 더 살 수 있을까?"여섯째가 그의 머리를 한 대 가볍게 쳤다."길 위에서는 불길한 말 금지네."십팔매가 입을 열었다."
사건은 결국 크게 번져지고 말았다. 의도가 불순한 사람들이 소요공 일행에게 해명하라고 했지만, 그들은 이미 신시의 유명한 목호에 도착한 뒤였다. 목호의 아름다움에 빠져서 댓글이나 메시지를 볼 시간조차 없었다.지금 추 어르신은 노인이 시를 읊고 글을 짓는 데만 정신이 팔려, 어디를 가든 꼭 한 편의 시를 남긴 후, 돌아가서 희 상궁에게 보여주려고 했다.그들에게 있어 인생은 이미 반 이상 지나온 것이었다. 과거에 300년을 살겠다고 다짐한 만큼, 수많은 일을 겪고 수많은 적을 마주했기에, 이번에 만난 유아독존은 그냥 한 번 겨루었을 뿐이기에 바로 잊혀졌다.목호 여행을 마친 뒤, 그들은 차로 독고 도로로 향했다.그들은 캠핑카를 타고 북쪽으로 쭉 올라가며 길가의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했다. 영상도 많이 찍었지만, 편집할 시간이 없어 업로드는 하지 못 했다. 편집으로 추 어르신의 시간을 많이 빼앗었다 보니, 그가 그동안 풍경을 놓치는 일도 많았었다. 눈도, 손도 한 쌍뿐인 데다, 다른 두사람은 편집을 전혀 몰랐기에 북당의 수보인 추 어르신 혼자 애써야 했다.그래서 영상 업데이트는 잠시 미루고, 길가의 풍경을 잘 감상하기로 한 것이었다. 그들은 짧은 영상 제작에 정신을 빼앗겨 소중한 순간을 놓치고 싶지 않았고 초심을 잃고 싶지도 않았다.하지만, 그들을 진심으로 좋아하는 팬들과 여행 중인 배낭 여행객, 캠핑카 족들이 줄줄이 따라붙으며 영상을 빨리 올리라며 재촉했다.댓글을 작성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쫓아와서 소리치며 재촉하는 모습에 추 어르신은 그만 깜짝 놀라고 말았다. 그리고 내심 이렇게 자신들을 좋아해 주는 팬들의 기대를 저버릴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날 저녁, 추 어르신은 무상황과 십팔매에게 대결을 시켰다. 그리고 편집 없이 원테이크로 촬영해, ‘사나이로 태어나서’라는 배경음악과 함께 바로 영상을 올렸다.영상에 무상황이 처음 등장하기는 했지만, 대부분 등을 돌리고 있었다. 무상황의 무공은 소요공만큼 뛰어나지는 않았지만, 기술이 다양해서
유아독존은 깜짝 놀라 기절할 뻔했다.그는 링 위에서 인생을 마감할 것 같은 공포를 느꼈고, 평생 이렇게 큰 공포를 느낀 적 없었다. 눈앞의 이 노인은 공격할 때, 눈빛에 살기가 서려 있었던 데다가, 전장에서 수많은 사람을 죽인 장군과도 같은 위압감을 뿜어내고 있어, 그저 한 번 눈만 마주쳤을 뿐인데 온몸이 얼어붙을 정도였다.그는 다시는 이런 공포를 겪고 싶지 않아졌다.끊임없이 터져 나오는 박수 소리 속에서 그는 자신의 거만함과 어리석음, 그리고 비열함 때문에 앞으로 모두의 조롱거리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때 소요공이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살려달라고 빌지 않겠다면, 그냥 일어나거라. 난 어린애랑 진지하게 겨룰 생각이 없으니."처음에는 소요공도 유아독존이 꽤 대단한 인물이라 생각했었는데, 알고 보니 그저 밥이나 축내는 무능한 자였다. 이런 사람이 수백만 팔로워를 가지고 있다는 게 어이없을 정도였다. 자신의 팔로워 수가 그보다 적다는 사실을 떠올리자, 괜히 기분까지 상했다.유아독존은 수치와 분노가 치밀어 올랐지만, 소요공의 표정에 갑자기 불쾌한 기색이 드러나자, 다시 겁에 질리고 말았다. 그는 파랗게 질린 얼굴로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터벅터벅 무대를 내려갈 뿐이었다.소요공은 이번 대결로 엄청난 스타가 된 반면, 유아독존은 몰아치는 욕설에 정신을 차릴 수 없었고, 더 이상 아무런 영상도 올리지 않았다. 팬들은 그의 이전 영상이나 D을 통해 사과를 요구했다. 유아독존은 과거 소요공의 영상에 댓글로 욕설을 퍼부었지만, 그는 이 점에 대해서 사과하지 않았고, 마치 죽은 사람처럼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며칠 동안 여러 매체가 어르신들에게 연락을 보내 방송 출연을 요청했지만, 그들은 DM도 보지 않고, 어떤 연락에도 응하지 않았다. 그들은 철저하게 신비주의를 유지하며 인기를 이용하지 않았다.게다가, 이 일로 일정을 늦추지도 않았다. 새로 올라온 영상을 보고 나서야, 팬들은 그들이 이미 새로운 도시로 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영상에는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