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근영과 일행의 첫 인상마차에 탄 여인도 내렸는데 아름답고 영웅의 기세가 얼굴에서 풍겨 나왔다. 헐렁한 비단 옷을 입고 있는 게 배가 불러 있는 듯 했고 자기가 스스로 마차에서 뛰어 내리더니 여전히 멍하니 대장군을 바라봤다.마차에서 한 명 더 내렸는데 대략 스무 살 남짓 된 여자로 포니 테일 머리에 입고 있는 옷도 비교적 헐렁하고 허름한 것이 약간 피곤한 기색이다.원경릉의 눈은 두번째로 내린 여자에게 쏠렸는데 특히 그녀의 머리스타일이나 옷, 그리고 마차에서 내리는 걸 자세히 보니 긴 치마 밑에 드러난 그녀의 구두는 무려 토오픈 슈즈다.원경릉은 그녀의 전체적인 차림을 보니 야릇한 기분이 들어서 자기도 모르게 몇 번이고 보게 되었다.이 사람은 예쁘게 생긴 건 아니지만 깔끔하고 시원스런 느낌으로, 이런 느낌은 진정정 부인 진근영에게서도 느껴졌지만 약간 다르다.일종의 말할 수 없는 친숙한 느낌이다.“진근영이 태자비를 뵙습니다!”원경릉이 넋을 놓고 있는 사이 진근영이 나와서 예를 취하자 원경릉도 얼른 답례하며 진근영의 손을 잡고, “군주 예는 됐어요, 오시느라 고생이 많으셨죠?”진근영도 원경릉을 훑어보고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는, “아뇨, 태자비를 만나 뵈니 기뻐요.”“군주를 뵙게 돼서 저도 기뻐요.”두 여인은 서로 바라보며 웃었다.일행은 우문호가 앞장을 서서 위풍 당당하게 입성하여 바로 초왕부로 갔다.예부에서 원래 객잔을 마련해 사람들이 도착하자 마자 우선 객잔에서 쉬게 하려고 했으나 태자가 조급하게 초왕부로 이끌고 가니 예부에서도 대처하기 난감해서 우문호를 쫓아가 물어보는 수밖에 없었다.우문호가 크게 손을 흔들며: “우선 초왕부로 모셔갈 테니 자네는 입궁해서 그렇게 보고하도록.”예부 시랑은 그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어: “예!”우문호는 오늘 나오면서 탕양에게 대장군이 여독을 풀도록 연회를 준비하라고 시켜 놨다.그래서 초왕부에 도달하자 음식이 이미 준비되어 있었다.아직 점심때라 일단 술은 마시지 않기로 했는데 이는 우문호가 상당히
질투에 불타는 제왕“사람은 계속 그 사람인데……” 우문호가 이리저리 생각하더니, “하지만, 그 사람이 아니기도 해.”진정정이 웃으며, “우문 형(宇文兄), 그게 도대체 무슨 소리야?”우문호가 웃으며 손을 내젓더니, “나중에 다시 이 일에 대해 설명할 게. 이리 와, 우리 아들 보러 가자.”진정정이 흥미롭다는 듯 기뻐하며: “그래.”그리고 이때 원경릉도 진근영을 데리고 아이를 보러 가서 네 사람이 같이 똑같은 세 녀석을 보더니 대주의 진정정 부부는 경탄을 금치 못했다.세 아가도 대주의 손님을 보고도 표정이 별로 달라지지 않는 것이 이렇게 사람들이 들여다보는 것에 익숙해져서 신경이 쓰이지 않는 모양이다.저녁 연회 때 제왕 부부가 왔다.원용의가 오고 싶다고 해서 제왕은 하는 수없이 따라온 거지만 말이다.원용의는 진근영을 존경해서 자연스럽게 와서 봤다.서로 안면을 트고 원용의가 계속 정정 대장군을 바라보며 개인적으로 제왕에게 “대장군이 이렇게 젊고 잘생기셨을 줄 몰랐어요, 우리 북당에도 대장군에 견줄 만한 남자가 드물 거 같은데요? 잘 사귀어 두셔야 할 거예요.”제왕이 삐쳐서 입을 실룩거리며, “누가 젊지 않다는 말 같네, 잘 생긴 것도 남자한테는 절대 칭찬이 아니거든. 난 오히려 저 사람 여자 같기만 하네.”원용의가 의아하다는 듯 제왕에게, “여자 같다고요? 뭘 어떻게 보면 그렇게 보여요? 심지어 당신보다 키도 크고, 당신보다 건장한데. 숨소리 좀 들어보세요, 침착하고 내향적인 것이 딱 봐도 내공의 고수인 데다 이 뿐만이 아니에요, 저 무쇠 같은 팔뚝 봐요, 무공이 얼마나 높은 지 알 수 있잖아요.”제왕이 비웃으며, “무공이 높으면 팔이 잘리지 않았겠지, 무공이 안되니까 잘린 거 아냐.”원용의는 그 말이 듣기 싫어서, “그건 저 사람이 그만큼 많은 전쟁을 겪어왔다는 거예요, 듣자 하니 아주 어릴 때부터 전장에 나가기 시작해서 수십 차례 전투에서 이겼다고 하더라고요. 진짜 대단해요.”“다섯째 형도 아주 어릴 때부터 전장을 누볐잖아? 왜 다
대장군 환영 술자리그리고 제왕이 도발하며 지켜보는 가운데 진정정이 힘도 들이지 않고 대충 한 사발을 마셨다.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은 게 물 한 사발 들이킨 것 같다.제왕이 입술을 깨물며 진정정이 겉으로만 그렇게 꾸미는 거라고 생각하고 다시 한 사발을 따라, “존경의 의미는 자고로 세 잔 아니겠습니까, 또 마십니다!”말을 마치고 고개를 들더니 또 꿀떡꿀떡 한 사발을 마셨다.진정정은 제왕을 칭찬하며, “제왕 전하 주량이 좋으십니다!”제왕은 약간 비틀거린 게 너무 급하게 마셔서 벌써 하늘이 뱅뱅 돌았지만 사발에 술을 가리키며, “대장군 차례입니다, 제 체면을 봐서 드시지요.” “제왕께서 정성을 다해 주시는데 어찌 감히 거절하겠습니까?” 진정정이 또 술 한사발을 마셨지만 여전히 얼굴색도 안 변하고 심지어 실실 웃고 있다.제왕은 이번엔 자신이 경솔했음을 깨달았다. 자만심에 차서 상대방의 주량이 이렇게 센 줄 상상도 못했다.하지만 방금 세 잔을 약속했으니 아직 한 사발 남았다. 그러나 그 한 사발을 마시면 취할 게 틀림없다. 사내대장부는 눈 앞에 손해를 절대 보지 않는 법이라고, 제왕은 눈을 굴리더니 우문호에게 “다섯째 형, 와서 대장군에게 건배 안하고 뭐해.”제아무리 진정정도 건배를 돌다 보면 취하지 않을 리 없다.우문호가 어찌 제왕의 꿍꿍이를 모를 수가 있을까? 곧 아무렇지도 않게 “술은 천천히 마셔야 제 맛이지. 넌 술고래라 밑 빠진 독에 술 붓기도 아니고. 우선 요리부터 먹고 있다가 다시 마시자.”“그건 안 돼지, 세 잔이라고 약속했으니 한 잔이라도 빼 먹으면 쓰나.” 제왕이 고집을 부렸다.진정정이 이 말을 듣고 스스로 술을 따르니 맑은 액체가 잔에 가득한 게 반 근은 족히 넘을 양이다. 웃으며 사발을 들더니, “제왕 전하의 보살핌을 받았으니 소장이 왕야께 한 잔 올립니다!”진정정은 말을 마치고 단숨에 비우고 술잔을 아래로 털더니 웃으며 제왕을 바라봤다.제왕은 순간 경악해서 어쩔 줄 몰라 하더니: “그…..그 너무 급하게 드시는 거
주연의 하이라이트말하는 사람이 더 흥분해 있고, 듣는 사람은 귀에 못이 박힐 지경이다.진근영이 아예 “두 분이 싸우기 전엔 몰랐다가 맞서 싸운 뒤 서로를 알아보게 되셨으니, 그때 기분을 되살려 한바탕 싸워 보시는 게 어떠 신지요.”우문호와 진정정이 듣더니 안성맞춤 제의라는 생각에 얼른 마당을 치우고 장검 두 개를 가져오라고 해서 옛날의 꿈을 되살리고자 했다.마당에는 풍등이 여럿 걸려 있어 몽롱하고도 부드러운 분위기를 연출했다.우문호는 흰색 옷을 입었고 진정정은 푸른 색 옷을 입었는데 두 사람이 날아올라 장검이 허공에서 아름다운 소리를 내고 검무가 꽃처럼 피어나는 가운데 살기는 한 가닥도 없이 오직 말할 수 없는 진심만이 오고 갔다.원경릉이 나지막하게, “그만 좀 하라고!”마침 진근영이 쳐다보자 원경릉은 뻘쭘한데 진근영은 오히려 회심의 일소를 날리며, “진짜 그만 좀 하라고.” 사식이와 원용의는 평생에 한 번 볼까 말까 한 엄청난 비무를 볼 수 있을 거라 기대했는데 어라, 줄곧 두 사람의 검무를 봐도 누가 더 우아하게 춤을 추나 같은 느낌이라 전혀 흥이 나질 않았다.결국 진근영이 참다 못해 탁자를 치고 일어나 사식이의 허리에 찬 칼을 들고 날아오르며, 두 사람을 떼어놓고 낭랑하게 “제가 어떻게 싸우는지 두 분께 알려드리죠.”진근영의 장검이 우문호를 향하자 진정정이 얼른 칼을 뻗어 막아 서고 진근영이 뒤를 돌아 진정정을 찌르려고 하자 우문호가 얼른 앞으로 나와 진정정을 돕는데 이렇게 주고 받는 게 오히려 두 사람과 진근영이 대결하는 것처럼 보였다.진근영이 화가 치밀어서 한풀이라도 하듯이 아이를 벤 것도 잊고 입신의 경지로 검을 휘두르는데 두 사람은 그저 피하기만 할 뿐이라 진근영은 우위를 점했다.이렇게 몇 초식을 하다 보니 흥이 올라서 두 사람이 실력 발휘를 시작해 맹렬한 검법과 내공이 넘쳐흘렀다. 검법이 스쳐지나는 곳마다 낙엽이 미친듯이 춤을 추고 검에 차가운 빛이 섬광처럼 번뜩이며 순간 오르락 내리락 했다.진근영이 칼을 거두고 내려오자
썸 타는 두 사람제왕은 두 사발을 마신 후 사실 밤새 골아 떨어졌다.원용의는 제왕을 마차에 태우고 “마차에 타세요, 제가 말 탈 게요.” 둘이 외출할 때는 대체로 이렇다. 원용의는 말 타는 걸 좋아하지 막힌 마차안에 갇혀 있는 건 질색이다.원용의가 가리개를 젖히고 나가려 하자 제왕이 갑자기 그녀의 손목을 잡아 끌고, “기다려.”원용의가 고개를 돌려, “왜요?”원용의는 빛을 등지고 있어 얼굴이 잘 보이지 않고 그저 어슴푸레 눈빛만 반짝였다. 제왕은 용기를 끌어 모았지만 순식간에 푸시시 꺼지며, “아, 아니 그냥 좀 어지러워서.”원용의가 어이없다는 듯 웃으며, “누가 그렇게 마시라고 했어요? 세 사발 권한다고 큰 소리 치더니, 만약 제가 대신 한 사발 안 마셨으면 당신은 오늘밤 업혀갔어요.”“넌 왜 내 대신 마셨어?” 제왕이 원용의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물었다.원용의가 손을 펼치며, “어쨌든 당신이 취해서 쓰러지는 걸 볼 수 없으니까요, 당신은 진대장군의 적수가 아닌 게 분명하거든요.”제왕이 욱해서, “넌 왜 항상 날 무시해?”원용의가 놀라며, “그랬다고요? 제가 언제 무시했는데요?”“그럼 아니야?” 제왕이 반문했다.원용의가 “당연이 아니죠, 제가 어떻게 당신을 무시해요?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 수가 있죠?”제왕이 옆에 빈 자리를 툭툭 치며, “여기 앉아 봐, 오늘밤 너랑 얘기하고 싶으니까.”원용의는 술을 마셔서 바람을 쐬며 술기운을 좀 날리고 싶어서 “제왕부 가서 얘기해요, 저 답답해요.”말을 마치고 바로 말을 타려고 마차에서 뛰어 내렸다.제왕은 자기가 성심성의껏 오라고 했는데, 원용의가 조금도 체면을 살려주지 않은 점에 화가 나서 씩씩거리며 “얘기 하기 싫으면 하지 마, 누가 신경 쓴데.”마차가 움직이자 휘날리는 가리개 사이로 말을 달리는 원용의의 자태가 보이는데, 자세에서 영웅의 기백이 느껴지는 것이 제왕의 마음이 두근거렸다. 제왕은 화난 것도 잊고 몰래 가만히 원용의의 뒷모습을 바라봤다.그러다 원용의가 부득부득 가려고 한 게
제왕의 고백원용의는 화장대 앞에 앉아 온통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에 가슴도 쿵쾅쿵쾅 뛰어 댔다.작게 한숨을 쉬고 얼굴을 만지며,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설렘은 한순간일 뿐 원용의가 원한 것은 이런 느낌이 아니다.제왕에게 시집올 땐 아직 어리석고 순진해서 이 일을 마치면 세상을 자유롭게 다니며 마음대로 지낼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제왕 곁에서 많은 일을 겪으며 원용의의 마음 상태도 천천히 변해갔다.원용의는 남을 수 없는 게 아니라, 성실한 보증과 진실한 사랑이 필요했다.주명취는 그들에게 큰 난제를 남겨준 셈이다.주명취는 계속 제왕의 마음 깊은 곳에서 떠나지 않아 제왕과 원용의 두 사람은 어떻게도 할 수 없었다.원용의는 자신이 제왕에게 설레고 있는 걸 인정했다.하지만 원용의는 이성적이라 설렌다고 일생을 맡겨도 좋다는 뜻이 아니라는 건 안다. 일생을 맡기는 것은 말 그대로 평생이 달린 문제니까 말이다.원용의는 원경릉과 태자의 감정 같은 것을 지향했다. 둘의 마음속에 오직 서로만 있고 다른 누구도 용납하지 않는 것 말이다.원용의는 자신의 감정과 혼인도 이렇기를 바랬다. 제왕의 마음 속에 아주 옅게 라도 주명취의 자리가 남아있어서는 안된다.원용의의 사랑에 타협이란 없으며, 대충 참고 견디지도 않을 것이다.이때 밤바람을 몰고 커다란 사람 그림자가 성큼성큼 문을 밀고 들어왔다. 제왕이다.제왕은 밖에서 찬바람을 맞으며 한참동안 자기비하를 해도 여전히 마음이 안정되질 않는 것이 한가지 답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곁으로 가서 자신의 큰 그림자 안에 원용의를 가두더니 그윽한 눈초리로, “원용의, 우리 얘기 좀 해.”제왕은 그녀의 이름을 직접 부르는 경우가 매우 드물어서 이름을 부른다는 건 제왕이 심각하다는 뜻이다.원용의는 작게 고개를 끄덕이고 고개를 들어 제왕을 보지 않고 작은 소리로 “앉으세요.”제왕은 의자 하나를 옮겨와서 원용의 옆에 앉아 사람을 짓누를 기세로, “고개를 들고 나를 봐.”원용의는 무릎 위에 두 손을 비비 꼬며 천천
제왕이 무술을?원용의는 마음이 어지러워 밤새 거의 한숨도 못 자고 날이 밝아서야 까무룩 잠이 들었다.하지만 오늘 원경릉 언니와 외출하기로 해서 졸려 죽을 것 같지만 꼭두새벽부터 일어났다.아채가 들어와 시중을 드는데 이상하다는 듯이 “왕야께서 오늘 일찌감치 일어나셔서 지금 마당에서 무술 연습을 하시지 뭐예요.”원용이는 이 말을 듣고 웃음을 터트리며, “며칠이나 가는지 두고 보자, 3일을 넘기면 왕야께서 이긴 거로 하지.”절대로 제왕을 무시해서가 아니라 단지 제왕은 무술을 연마할 재목이 아니며, 고생도 못하고 과로도 못하는 체질이라 서책을 보고 시를 짓거나 산수화나 그리게 하는 편이 그나마 쉽지 계속 무공을 수련하게 하는 건 목숨을 갉아먹는 짓이다.원용의는 옷을 갈아 입고 나가보니 과연 제왕이 마당에서 권법을 연습하고 있었다.보아하니 벌써 상당 시간 수련을 해서 온몸은 땀으로 흠뻑 젖었고 이마엔 구슬땀이 배어 나와 햇살에 빛나고 있었다.주먹을 뻗는 힘이 상당해서 말뚝을 때릴 때 ‘팍팍’ 소리가 나고 주먹과 관절이 푸르스름한 흙빛에서 붉게 부어 오른 게 꽤 힘이 들었던 모양이다.원용의가 나오는 것을 보고 그녀에게 미소를 짓는데, 땀방울이 맺힌 벌건 얼굴에 하얗게 빛나는 이빨을 드러내고 웃는 것이 이상하리 만치 매력적이다.“나가는 거야?” 제왕이 무공을 거두고 물었다.“네, 초왕부에 원 언니 보러요.” 원용의가 어젯밤 얘기가 떠올라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그래, 그럼 조심하고, 일찍 돌아와.” 제왕이 웬일로 따라오겠다고 하지 않는다.원용의가 대답하고 제왕의 손가락을 보며 “손이 부었어요, 좀 쉬세요.”제왕이 손을 흔들어 보더니 웃으며 “괜찮아, 무공 수련이 그렇지 뭐, 안 아파, 그리고 땀을 쫙 흘리고 나니까 기분이 상쾌해지고 활력이 생기는데.”원용의가 웃으며 “그럼 계속 하세요.”“좋아!” 제왕이 원용의를 보고, “넌 먼저 가 난 네가 가는 거 볼 게.”원용이가 돌아서서 몇 걸음 가다가 뒤를 돌아 보니 제왕이 주먹에 호호 바람을 불며
문이가 수상해사식이는 오늘 오지 않고 우문호와 진정정 대장군을 모시고 원씨 집안에 인사를 드리러 갔다. 사식이는 진정정 대장군을 보는 드문 기회라 옳다구나 하고 같이 친정으로 돌아갔다.원경릉 생각에 비록 군주가 무장 출신이긴 하지만 여자는 대부분 장신구를 좋아할 것 같이 진근영과 문이를 데리고 장신구점에 갔다.주인이 열정적으로 호객을 하고, 갖가지 아름다운 상품이 가득 한데 원경릉은 어떻게 골라야 할지 몰라 진근영을 보고 “군주는 마음에 드시는 게 있나요?”하고 물었다.척 보니 진근영도 가게를 돌아다니며 쇼핑하는 것에 익숙한 사람이 아니다. 잠시 멍하니 이거 저거를 보다가 겨우 팔찌 하나를 집어 들었다.원경릉이 돈을 내고 사는데 가격을 깎으려고 100냥에서 95냥까지 깎았다. 그런데 군주와 주인이 잠깐 나갔다 오더니 주인이 50냥만 받는게 정말 이상했다.원경릉은 자신의 식견이 얄팍한 게 무안했는데 마침 그 때 문이가 진근영에게 원경릉이 깎을 줄 모른다고 하는 걸 들었다. 원경릉은 귀가 좋아서 사람들이 목소리를 낮춰 귓속말 하는 것도 들을 수 있었는데 문이의 귓속말을 듣고 나니 더 창피했다.구경하며 문이가 도자기를 보러 가고 싶다고 목소리를 낮추어 투덜거리길, “대주로 돌아가면 집에 돌아가야 하는데 만약 도자기를 몇 개 가져갈 수 있으면 부자가 될 거야, 전부 골동품이니까.” 원경릉은 이 말을 잘 기억해 두고 의아하다는 듯 문이를 몇 번 쳐다봤다. 원경릉은 이 말때문에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서 구경할 마음이 전혀 들지 않았다.도자기 가게는 사실 무슨 귀한 도자기를 파는 곳도 아니고 일반 백성이 들르는 가게지만 정교한 물건이 있는 곳이었다.문이가 들어가더니 흥분해서 도자기 그릇을 두 개 골라 들고 위쪽 무늬와 유약 색깔을 자세히 들여다보더니, “좋은 물건이네요, 정말 좋은 물건이에요.”“이 길에 있는 게 다 이런 건데 어떻게 좋은 거라고 하세요?” 원경릉이 참지 못하고 가서 문이에게 물었다.문이가 신비스런 미소를 지으며, “태자비께선 잘
남강에 며칠 머무는 동안, 아홉째와 함께 남강의 풍경을 둘러보고, 북강에도 다녀왔다.지금 북강 백성들은 조정에 대한 소속감이 아주 강했다. 지난 몇 년 동안 남강을 다스린 정책이 정말 훌륭했기에, 백성들 모두 좋은 날을 보낼 수 있었기에, 자연스레 황제에 대한 존경심도 깊어진 것이었다.황제와 황후가 지나가는 곳마다 백성들은 길가에 모여서 열렬히 환영했다.그들은 이번 순행 내내 오계부에서 신분을 밝힌 것 외에는 항상 미복으로 다녔다. 하지만 남강에서 우문호는 황제의 신분을 드러냈다.우문호는 백성들의 신뢰와 경외심에서 큰 성취감을 느꼈고, 매우 기뻤다. 그는 줄곧 원경릉의 손을 잡고 얼굴에 웃음을 띠고 있었다.과거 북강은 방어를 위해 무술 함정이 많았지만, 이제는 모두 제거되었다. 그리고 많은 백성이 산 아래 평원으로 이주하여, 새로운 마을을 이루었다. 정화를 구하러 왔을 때와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기쁜 마음과 함께 우문호는 감사함도 느꼈다. 이것은 결코 그 혼자만의 공로가 아니기 때문이었다.남강을 떠나야 하는 날이 다가오자, 원경릉은 만아와 여덟째를 떠나는 것이 못내 아쉬웠다. 하지만 곧 변성으로 가야 했기에, 아쉬움을 느낄 수 있는 것도 잠시였다. 남강을 벗어나자마자, 그녀는 아이들과 만날 생각에 들뜨기 시작했다."원 선생, 그들에게 말했소?"길에서 우문호가 물었다."아니, 몰래 가는 것이오."원경릉은 웃으며 말했다."교활하구먼. 그래도 만두가 이미 알려줬을 수도 있을 텐데."지금은 경단과 찰떡, 그리고 계란이 셋만 그곳에 있었다."셋이 다섯 개 성을 다스린다니, 분명히 힘들 것이오."원경릉이 안타까운 표정으로 말했다."그렇소. 그래도 예전보다는 나아졌네. 이제는 태평해 보이니."우문호도 아이들이 안쓰러웠다."이번에 가서는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며 충분히 쉬게 해줘야 하오."사실 성하나를 다스리는 것과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본질적으로 다른 점 없이, 매우 힘든 일이었다.한편, 강북부에서는 최근 강북부 무구산 주변에 신비한 상단
그러자 홍엽이 그를 바라보며 멈칫했다."자네가 중매를 서겠다고?""안 되오?""말도 안 되는 소리 말게. 자기 혼사도 해결 못 하는데 중매는 무슨. 난 못 믿네!"냉정언이 어깨를 으쓱였다."못 믿으면 말고. 이래 봬도 내가 명문가 아가씨나 협녀를 많이 알고 있소."홍엽은 손으로 그의 목을 움켜잡으며 소리쳤다."알고 있는 아가씨가 있으면 진작 말했어야지! 경성으로 돌아가자마자, 당장 소개해 주시게!"냉정언은 웃으며 그의 손목을 옆으로 밀어냈다."중매 값이 워낙 비싸서. 십만 냥 아니면 쉽게 안 나서오.""돈이 대수요?"홍엽이 교활하게 웃으며 말했다."우린 지금 한집에 살고 있소. 그러니 자네가 돈을 어디에 숨겼는지, 다 알고 있네. 그동안 꽤 많이 챙겼으니, 돌아가서 돈은 두둑이 주겠네."그 말에 냉정언이 깜짝 놀랐다."내 돈을 노리고 있었소? 진짜 도둑을 집에 들였군! 늙어서 쓸 돈이네, 그 돈을 혼사에 쓸 생각은 하지 마시오!""명여가 우리를 챙길 테니, 그렇게 쩨쩨하게 굴지 마시오."홍엽이 새침하게 말했다."나도 돈이 많소. 다만 남의 돈을 쓰는 게 훨씬 재밌을 뿐이네."냉정언이 숨을 들이쉬었다."안 되겠네. 경성에 돌아가자마자 자네를 쫓아내야겠소."홍엽이 말했다."쫓아낼 수 있으면 쫓아내 보시게. 게다가 자네가 나를 청할 때, 뭐라고 했는가? 얼마든지 살아도 된다고 했잖소. 이제 와서 후회하는 것이오?""이야, 홍엽, 어찌 이리 뻔뻔스러워진 것이오?""뻔뻔하지 않으면, 어찌 당신 집에서 이렇게 공으로 먹고살 수 있겠나?"홍엽은 크게 웃으며 그의 어깨에 팔을 얹었다."수보, 신을 모시는 건 쉬워도 보내는 건 어렵다고 하잖소. 이미 집안에 들어갔으니, 쫓아내기는 힘드네. 후회해도 소용없소. 수보의 등골 빼먹다 죽을 것이오. 관에 수의까지 얻어 쓸 생각이라, 죽으면 자네가 장례식까지 마련해줘야 하네."수보는 그를 한참 바라보다가, 애써 이를 악물며 말했다."진짜 뻔뻔하오!"홍엽은 박장대소했다.멀리 복도 끝에
“예, 그립습니다. 하지만 이곳에서 놀고 싶기도 합니다.”그는 말하다가, 갑자기 신이 난듯 몸을 들썩이며 말을 이어갔다.“여긴 정말 재미있습니다. 아홉째와 나가면 큰 산도 있고, 꽃도, 나무도 많습니다. 물고기도 많고, 사람도 많고, 뭐든지 엄청 많았습니다.”우문호는 웃으며, 못내 안쓰러움을 느꼈다. 예전에 그를 궁 안에 가두고, 거의 밖으로 데리고 나가지 않았다. 게다가 다른 사람이 그를 데리고 나가는 것도 신경 쓰였다.“이곳이 마음에 들면, 좀 더 오래 있어도 된다.”우문호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예, 정말 좋습니다. 다만, 형님과 형수님이 그리웠습니다. 이렇게 오셔서 정말 다행입니다.”여덟째는 흥이 오른 상태로 그의 팔짱을 끼며 말했다.“어서 들어가시지요! 아홉째가 형님이 내일 오신다고 맛있는 음식을 많이 준비했습니다.” 그는 뒤돌아 원경릉에게 외쳤다.“형수님, 빨리 따라오십시오. 맛있는 거 많습니다.”미색은 웃으며 꾸짖었다.“이 무심한 녀석, 다섯째 형수님만 챙기고, 여섯 형수가 배고픈지는 묻지도 않는 것이냐?” 여덟째는 그제야 미색을 본 듯, 놀라서 눈을 크게 뜨고 말했다.“여섯째 형수님도 오셨습니까? 여섯째 형님도 오신 것입니까? 와, 너무 좋습니다!”“질투하다니?”원경릉은 미색의 어깨를 가볍게 토닥이며 미소를 지었다.“여덟째는 너보다 나를 더 좋아하는 것이다.”“아유, 참!”미색은 일부러 그렇게 말했다.여덟째는 바로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항상 그림과 책자를 선물하는 여섯째 형수님도 좋아했기 때문이다.그는 말을 더듬으며 말했다.“그... 그럼 같이 드시지요. 음식 많습니다.”“장난이다. 난 질투 안 해.”미색은 기쁘게 말했다.여덟째는 그제야 마음을 놓았고, 다들 웃으며 안으로 들어갔다.원경릉이 만아에게 말했다.“정말 이곳에서 즐겁게 지내고 있구나. 예전보다 훨씬 활발해졌고, 말도 많이 하네. 이 모든 게 아홉째 덕분이다.”만아는 웃으며 말했다.“예, 둘이 시간이 날 때마다 밖으로 나가, 더
원경릉은 발끝을 들어 그의 뺨에 입을 맞추고는, 환한 미소를 지었다.우문호는 그런 그녀를 와락 끌어안으며 말했다.“원 선생, 행복하오?”“행복하오.”“하하하. 지금이 아닌, 나와 함께했던 모든 날이 행복했냐고 물어보는 것이오.”“모든 순간이 당연히 행복하고, 기쁘오!”원경릉은 스스로를 자조하듯 웃었다.“나 같은 집순이가 이렇게 결혼생활이 행복할 줄 누가 알았겠소?”한때 그녀는 자신이 평생 결혼하지 못할 거라 생각했고, 사랑 없는 삶도 부족함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그녀는 사랑을 중요하지 않다고 여겼었지만, 사랑은 사실 정말로 중요했다.산꼭대기에 앉아, 차가운 바람을 맞고 있었지만, 추위는 느껴지지 않았다. 그녀는 지금의 풍경을 눈에, 그리고 마음에 깊이 새기고 싶었다.그리고 함께 늙어간 후, 다시 천천히 되새기고 싶었다.영산에서 내려온 후, 그들은 다시 여정을 이어나갔다. 이번 목적지는 바로 남강이었다.명절이 지난 뒤, 아홉째는 여덟째를 데리고 먼저 남강으로 돌아갔다. 다들 그가 그곳에서 잘 지내고 있는지 궁금했다.남강 땅은 오랜만이었다. 마지막으로 발을 디딘 건, 정화를 구하러 갔을 때였다.남강으로 가는 내내 홍엽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냉정언이 물었다.“남강에 가면, 못난이를 만날 것이오?”“만나야지.”홍엽이 답했다.“물론 만나야지!”못난이는 오랜 시간 그와 함께했던 사람이니, 만나야 했다. 못난이가 종종 편지를 보내오긴 했지만, 자기 상황은 거의 말하지 않았다.반면 아홉째는 편지에서 북강의 소식을 자주 전해주었다.지금의 남강은 어느 정도 통일되어 있었고, 북강과 남강도 평화롭게 공존하고 있었다. 그동안 이익 문제로 양측의 왕래가 더욱 빈번해졌다.아홉째는 편지에서 못난이가 북강의 민심을 얻었고, 성격도 예전보다 훨씬 밝아져, 마치 다른 사람이 된 듯하다고 전했다.홍엽의 마음엔 기대와 기쁨이 섞여 있었다. 그도 지금 잘 지내고 있으니, 못난이도 잘 지내길 바랐다.우문호는 남강에서 돌아온 후, 변방으로 갈
그 일을 떠올리자, 꿈에서 본 일이라 그런지 마치 얼마 전에 있었던 일처럼 느껴졌다.그때 그들은 죽을 만큼 힘든 소년들이었는데, 지금은 한없이 한가한 노인이 되었다.세월은 덧없이 흘러갔고, 그동안 그들은 많은 사람들을 잃었다.무상황은 자신의 황후였던 소봉을 떠올렸다.그들은 줄곧 전형적인 황제와 황후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는 나라를 다스렸고, 그녀는 후궁을 다스렸다. 비록 그가 그녀를 괴롭히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많은 애정을 주지도 않았다.그렇게 평범하게 평생을 함께했지만, 그녀가 떠나는 날, 그는 마음속 한 조각이 떨어져 나간 듯한 슬픔을 느꼈다.평생 함께했던 사람이 자신보다 먼저 떠날 거라 생각하지 못했기에 더욱 아팠다.세 사람은 한참 동안 넋을 잃고 있다, 다시 길을 나섰다.유아독존과 관련된 일이 생각보다 커졌지만, 모든 소란은 결국 가라앉게 될 것이다. 모든 소문도 점점 사그라들기 마련이니, 그들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하지만 세 사람이 여행하는 영상이 점점 유명해지면서, 유아독존은 더 심하게 비난을 받았다.현실에서 함부로 욕설을 내뱉으면 얻어맞을 수도 있지만, 인터넷에서는 당당한 명분이 있었기에 악성 댓글을 다는 자들은 마음껏 욕을 퍼부었다.그리고 어느 날, 추 어르신이 오래도록 인터넷의 댓글을 훑어보면서 잠시 생각에 잠긴 듯했다. 그는 이내 해가 지는 장면을 찍어 짧은 영상을 올렸다. 그리고 영상에 한마디만 덧붙였다.“분쟁 없이, 오직 평화만 있기를.”그는 모든 다툼이 끝나길 바랐고, 누군가를 벼랑 끝으로 몰지 않기를 바랐다. 단지 말로만 승부를 겨루는 사람은 그들의 적이 아니기 때문이다.음... 무엇보다 적이 될 자격도 없었다!영상이 올라간 지 이틀 뒤, 유아독존은 마침내 사과 영상을 올렸다. 그는 질투와 시기로 무술을 모독한 것을 사죄했고, 은퇴를 선언했다. 그리고 직접 그들의 계정을 태그해 진심으로 사과했다.진심 어린 사과는 항상 용서를 가져오는 법이다. 그리고 악성 댓글을 달던 사람들도 마침내 욕설을 멈췄다.
삼대 거두는 늦은 시각이 되어서야 일어났고, 숙취에서 깨어나니, 이미 날이 밝아져 있었다. 그들은 아직 잠에서 깨지 않아, 눈앞의 모든 것이 몽롱해 오늘이 무슨 날인지조차 모를 정도였다.태양이 서서히 떠오르며 하늘에 떠 있는 주황빛 구름은 점점 짙은 금빛으로 변했고, 금빛 가장자리에는 붉은색이 덧씌워져, 눈부시게 아름다웠다.소요공이 눈을 비비며 말했다."꿈을 꿨네."추 어르신과 무상황은 동시에 그를 바라보며 이구동성으로 물었다."무슨 꿈을 꿨는가?""꿈에서 숭이가 사내에게 속았는데, 우리가 직접 나서서 복수를 해줬다네."추 어르신과 무상황은 놀라서 동시에 숨을 들이켜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귀신이 곡할 노릇이네."말이 끝나자,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깜짝 놀라 외쳤다."자네도 꾼 것인가?""그렇네!""그렇네!""설마 우리 셋이 똑같은 꿈을 꾼 것이오?"소요공도 깜짝 놀랐다.그 일은 그렇게 중요한 일도 아니었고, 어떻게 된 일인지 가물가물할 정도로, 그저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만 어렴풋이 기억할 정도였는데, 꿈에서는 그 장면 장면이 또렷하게 떠올랐다.그리고, 이 꿈은 당시 엄청난 부담을 받고 있던 그들에게 정말 훌륭한 감정 해소가 되었다. 그들은 모든 고통과 억울함, 스트레스를 주먹질로 시원하게 풀어냈다.한편, 무상황은 자신이 황후를 소홀히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그때 무슨 상황이었는지 기억하는가?"추 어르신이 흥분한 듯 말했다."물론 기억은 나네. 당시엔 소봉이가 궁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적성루 사람들을 많이 그리워했네. 게다가 나도 자네들과 어울리느라 바빠서 황후를 소홀히 했네. 그래서 적성루 상궁과 숭이를 궁으로 불러, 이야기를 나누게 했지."사실 기억이 가물가물했지만, 꿈속에서 다시 겪은 덕분에 자세히 생각났다.그때 어서방의 회의가 끝나고, 소복이 무심히 물었다."폐하, 황후 마마를 오랫동안 못 뵙지 않으셨습니까?"그는 소복의 말이 소봉을 보러 가자는 암시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차렸다.
개혁은 가장 어려운 일이었다. 특히 나라가 이미 망가진 뒤라, 보수파들은 북당이 더는 흔들림을 견딜 수 없다고 여겨, 더 이상 변화를 원하지 않았다. 그러자 소국공은 소복을 부상으로 임명했고, 소복은 부상이 된 후, 온갖 수단으로 보수파를 하나 하나씩 무너뜨렸다.그는 협박, 욕설, 생떼, 무례, 끈질긴 설득 등 다양한 방식으로 보수파를 공략했고, 심지어 마지막에는 돗자리를 말아, 상대의 대문 앞에 깔고는, 저녁엔 문 앞에서 잠을 청하고, 낮에는 문 앞에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북당의 발전을 가로막는 자라고 비난까지 했다.그렇게 보수파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2년이 지나, 휘 형과 형수가 대주에서 돌아왔다. 그는 드디어 애써 노력한 끝에, 그들에게 기대에 부응할 만한 모습을 보여 줄 수 있었다. 하지만 성공의 길은 여전히 멀었다. 가난 때문에 발생한 난장판은 아직도 평정되지 않았다.휘 형과 형수는 사실 그의 혼례를 치르기 위해 돌아온 것이었다.그는 이제 황후를 책봉해야 할 시기였고, 황후 후보는 일찌감치 정해져 있었다. 바로 숙왕부에서 지낸 적 있는 소복의 딸이었다.소복의 딸이 원래 무슨 이름이었는지, 그는 이미 기억나지 않았다. 왜냐하면 소복이 부상 자리에 오른 뒤, 딸의 이름을 소봉으로 새로 지었기 때문이다.소복의 꿈은 언제나 직설적이었다. 소봉의 이름은 '소가에서 나온 봉황'이라는 단도직입적인 뜻을 담고 있었다.소봉은 아버지 소복과는 달리 성격이 반듯하고 강직했다. 당시 그는 온갖 일로 정신이 없어 남녀 간의 감정 따위는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사모의 감정보다 그에게 나라가 더욱 중요했었다.하지만 황제로서, 그도 후사를 마련하는 것이 북당 안정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그에게 사모의 정에 대해 조금 느낀 적 있는지 묻는다면, 아마도 소가의 셋째 딸, 소낙연의 이름을 들었을 때이다.다만 그도 그녀의 이름만 알고 있었을 뿐, 나중에야 소낙연이라고 자칭했던 여인이, 사실 그의 형수인 라만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그 시절
그렇게 그들은 만취해 하늘을 이불 삼고 땅을 침대 삼으며, 마치 처음 전장에 나섰던 그 시절로 돌아간 기뿐을 느꼈다.그 시절에는 전쟁이 치열해, 종종 땅바닥에 몸을 웅크린 채 잠을 청하곤 했다. 여섯째는 당시에 항상 설사를 했었다. 셋이 몰래 전장에 나가려 했기에, 선생과 형수를 속이기 위해, 스스로 배탈을 자초한 후, 돈을 조금 챙기고는 전장으로 향했었다. 전쟁터에서 정말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다들 마음속으로 두려움이 가득했었다. 가난을 제외하고, 죽음보다 무서운 것은 없었다.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그들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을 거의 본 적이 없었다.하지만 시간이 지나, 그러지 않는 사람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적군이 승전가를 부르며 전우를 죽이고, 나라를 침탈할 때, 그들은 한 번도 죽음을 생각해 본 적 없었다.죽음에 관해 생각한다고 해도, 죽더라도 이 땅을 지켜야 한다는 마음뿐이었다.그들은 그렇게 잠에 들었고, 꿈속에서 막 즉위하던 시절로 시간여행을 떠났다.숙왕부도 여전히 그대로였고, 적성루는 인파로 붐볐으며, 전쟁으로 인해 찢어지게 가난했다. 휘 형과 형수는 대주로 빚을 갚으러 갔다. 북막과의 전쟁을 위해 대주의 30만 대군을 빌려왔지만, 갚을 돈이 없어 휘 형을 인질로 넘겼다.휘 형이 떠난 후, 조정은 서출의 어린 새 황제를 신경 쓰지 않았다.그들은 조정에서 대신들과 첨예하게 대립해야 했고, 매번 언쟁 후에는 식은땀으로 흠뻑 젖은 채, 어서방에 돌아가 주저앉곤 했다.즉위할 때 휘 형은 최선을 다하면 좋은 황제가 될 수 있다고 격려해 주었다.그래서 그도 그렇게 믿었지만, 막상 황위에 올라보니 전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때로는 있는 힘껏 버텨도 소용없었다.하지만 퇴로 또한 없었다. 휘 형이 말했듯이, 퇴로가 없는 것이 오히려 가장 좋은 길이었다. 두 눈 질끈 감고 힘껏 돌진하다 보면, 결국 승리하게 된다.다행히 조정에 그들을 도와주는 이들도 있었다. 장 대인과 소복이 큰 도움을
그들은 사생활을 모조리 보여주는 것 같아, 팬들이 따라오는 것을 막았다.하지만 팬들은 놀랄 만큼 열렬한 애정을 보이며 기어코 그들 뒤를 따랐다.그 모습에 다들 처음엔 못마땅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결국 이해하기로 했다. 모두 예전에 많은 사람이 따르고, 시중을 받으며 전성기를 가졌던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익숙하기도 했다.어쨌든, 그들은 지금 행복하게 차를 몰며 독고 도로를 달리며 아름다운 풍경을 마음껏 만끽할 수 있었다. 팬들도 그들의 모습을 기록했다. 다투기도 하고, 술을 마시며 농담을 주고받고, 무술을 연습하는 모습 등, 그들의 사소한 순간들 모두 영상으로 편집되어 올라갔다 .그리고 곧 사람들은 퇴직 여행 계정에 한 명이 아닌, 세 명이 함께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영상에 등장한 사람은 '십팔매'라 불렸는데, 많은 네티즌이 그 이름을 듣자마자 웃음을 터뜨렸다.얼굴에 약간의 여드름 자국이 있고, 항상 무표정으로 자기를 과인이라고 부르는 노인은 '여섯째'라 불렸다. 비록 엄숙해 보이지만, 실은 장난기가 많아 두 사람을 몰래 놀리고는 입을 막고 웃기도 했다.항상 핸드폰으로 독서하는 노인은 '주대'라고 불렸다. 박학다식하며, 말할 때마다 고사성어를 인용해, 십팔매와 여섯째가 싸울 때 몇 마디로 갈등을 풀어낼 정도로 인품이 뛰어났다.팬들은 이들의 이름만 들어도 웃음이 터질 지경이었다.그리고 그들의 대화를 듣고, 어릴 때부터 함께해왔고, 나이가 들어서도 여전히 함께 여행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많은 사람들이 깊이 감동하였다.그렇게 어느 날 밤, 그들은 야외에서 술을 마시고 반쯤 취한 채, 바닥에 누운 채로 별이 가득한 하늘을 바라보며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이 장면 역시 팬들에게 촬영되었다.늘 털털한 십팔매는 두 손을 머리 뒤에 괴고 은하수를 바라보다가 갑자기 감탄하며 말했다."우리 정말 많이 늙었네. 앞으로 몇 년이나 더 살 수 있을까?"여섯째가 그의 머리를 한 대 가볍게 쳤다."길 위에서는 불길한 말 금지네."십팔매가 입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