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조회를 끝내고 설날 준비가 시작되었고, 보물 같은 아이들도 드디어 설날 당일에 모였다.현대의 아이들은 이미 방학이 되었지만, 촬영 중인 칠성을 기다리고 있었다. 게다가 두 어르신과 큰외삼촌까지 함께 설을 보내러 오기로 했기에, 설날이 될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다섯째도 계획을 세웠는데, 설 이후 조회를 열 때, 그는 태자에게 치국을 맡기겠다고 전할 생각이었다. 그는 황제의 자리에서 물러나지 않고, 매화장으로 옮겨 태상황과 함께 지내면서 병을 돌보고 싶었다. 2~3년간 요양하며 상황을 살펴본 후, 다시 자연스럽게 퇴위할 계획이었다. 그는 세심하게 계획하며, 신하와 북당 백성들이 서서히 이를 받아들일 수 있게 도왔다.3년이라는 시간 동안 만두가 충분히 좋은 업적을 이루면, 백성들과 신하들도 그 모습을 볼 것이고, 그의 실력을 믿어 의심치 않을 것이다.그래서 우문호는 이번 설에 많은 준비를 해 두었다.물론 떨어지는 것이 가장 아쉬운 것은 자신의 딸이었다. 그녀도 이미 일을 하고 있으니, 현대로 따라갈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이제 딸과 함께할 시간이 많지 않았기에, 그는 마음이 다소 무거워졌다. 3년 후 돌아오면 이미 시집을 가 있을 터였기에, 이것이 가장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었다.대부분 일은 마음속으로 차분하게 생각해 보면 마음을 놓을 수 있었지만, 오직 이 문제만은 딸에게 미안한 마음이 계속 남아있을 수밖에 없었다설날 저녁, 그는 딸을 외할머니 곁에 앉혔다. 딸은 외할머니를 살뜰히 챙기고, 장난을 치면서 분위기를 밝게 했다. 과일주를 조금 마신 탓인지, 붉게 물든 볼이 작고 빨간 사과처럼 변했다. 그런 그의 마음을 알고 있는 원 선생은, 그의 귓가에 다가가 속삭였다.“딸은 태어난 날부터 평생 당신의 딸이오. 잠시 떨어져 있거나 나중에 시집가더라도, 부녀 사이가 멀어지진 않소.”역시 원 선생은 사람을 위로하는 솜씨가 탁월했다. 다섯째는 웃으며 그녀의 손을 잡고 말했다.“당신 말이 맞소.”이번 설에는 함께 모인 사람들이 많았기에,
그 뒤로도 다섯째의 안색은 하루가 다르게 변해 있었다. 어떤 날은 창백했고, 또 어떤 날은 누렇고, 심지어는 퍼렇게 질리거나 빨갛게 달아오를 때도 있었다. 어쨌든 건강해 보이지는 않았다.조정에서 정사를 의논할 때에도 태자의 의견을 묻는 일이 잦아졌고, 어떤 일은 아예 태자에게 결정을 맡기기도 했다.연말, 올해의 마지막 조회 날.경조부윤 제왕이 설날 기간에 관아와 민간의 경축 행사 준비 상황을 아뢰던 중, 갑자기 어딘가에서 코 고는 소리가 들려왔다.신하들은 엄숙한 조회 자리에서 감히 졸고 있는 자가 있다는 것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 어찌 이런 불경을 저지른 다는 말인가?다들 침묵을 지키며, 불경을 저지른 사람을 잡아내려 했다. 하지만 주위를 둘러보던 사람들은 이내 시선을 용좌에 앉아 있는 황제에게로 옮겼다.황제는 머리를 살짝 기울고 있었고, 눈을 감은 채, 몸까지 편하게 가누고 있었다. 그리고 코 고는 소리도 그에게서 흘러나오고 있었다.‘황제가 잠들었다고? 황제가 정말 조회 도중에 잠에 드셨다니?’그러자 목여 태감이 다급히 나와, 손가락을 입에 가져다 대며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조용히 하십시오. 폐하께서 어젯밤 기침이 심하셔서, 삼경이 넘도록 잠들지 못하셨습니다. 피곤하여 잠깐 졸리신 듯하니, 오늘 조회는 여기서 마치시지요.”신하들의 마음은 무겁게 내려앉았다. 황제의 병세가 점점 심각해지다니? 처음에는 그저 기침만 한다고 생각했는데, 지금까지도 기침이 낫지 않고, 안색도 갈수록 나빠지고 있었다. 황후의 의술이 그토록 뛰어난데도 불구하고 치료 효과가 없는 것인가?조회가 끝난 후, 신하들이 태자를 에워싸고 자세한 상황을 물었다.태자는 침착히 답했다.“아바마마께서는 그동안 나랏일에 몰두하셨고, 젊은 시절 출정해서 입은 상처로 인해 계속 병을 앓고 계셨습니다. 그간 어마마마의 세심한 보살핌 덕에 버틸 수 있었던 것이지요. 하지만 점점 나이가 든 탓에 작은 병에도 옛 상처가 도지니, 상황이 심각해질 수밖에 없게 된 것입니다.”신하들은 태자의
연말 가연 전, 우문호는 태자에게 그의 뜻을 말했었는데, 당시 태자는 그의 말을 듣고도 놀라거나 충격 받은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저 엄숙하게 말할 뿐이었다.“아바마마, 저에게 중대한 임무를 맡기셨으니… 북당이 지금보다 더 좋아질 것이라 장담할 수는 없지만, 전력을 다해 나라를 강하게 만들고 백성들이 풍요롭게 지낼 수 있게 하겠습니다. 그리고 군대를 계속 강대하게 길러, 북당의 국토가 침범당하지 않도록 지켜내겠습니다.”만두는 변방 요새, 군사 요충지, 지방 주둔 군무를 오래전부터 파악하고 있었다.그래서 그는 최근 2년간 민생과 관료를 연구하기 시작했고, 과거 안풍 친왕이 쓴 제왕술도 여러 번 읽기를 반복했었다. 그리고 시간 날 때마다 유능한 학자들을 찾아가,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그들의 조언을 들었다.그렇게 만두는 1년 전, 정식으로 동궁에 인재를 들였다. 모두가 각지에서 유능한 학자들이었으며, 일부는 조정에, 일부는 재야의 고수들이었다. 그들은 늘 서신으로 의견을 교환했고, 필요하다면 기꺼이 상경할 준비도 되어 있었다.태자는 섭정 동안, 시험 삼아 참신한 생각을 가진 신하들을 발탁했다. 그리고 그들을 각 관아로 보내, 기존의 오래된 제도를 깨뜨리고자 했다.이 모든 것은 아버지가 물러날 뜻이 있음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버지가 물러나려는 첫째는, 어머니와 더 많은 시간을 함께하고 싶어서였다. 게다가 어머니가 하는 일은 세상에서 가장 유익한 일이기에, 아버지도 돕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둘째는, 북당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리기 위해서였다. 이제 북당이 강해졌으니, 조정 신하들은 암묵적으로 안정을 지키려는 정책만 제시하고 있었다. 다들 나라의 발전을 순리에 맡기며, 굳이 큰 변화를 요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을 품고 있었다.지금도 북당은 충분히 부유하고 안정적인 상황이기 때문이었다. 굳이 일을 벌이다가 행여나 문제라도 생긴다면 위험을 감수해야 지 않는가? 그러니 신하들은 차라리 아무것도 하지 않는 편이 낫다고 생각하는 것이었다.그래서 황제와 수보
비록 다섯째가 명확하고 자세하게 설명하긴 했지만, 태상황은 여전히 우문호의 행동이 미인을 위해 강산을 버리는 것과 같다고 여겼다.나라를 다스린다는 것은 나라를 안정적으로 다스리고, 백성의 의식주를 책임지는 것이 아닌가? 태상황은 그 외의 것들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지금 잘하고 있고, 마음과 힘도 있으니, 그는 우문호가 계속 잘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런 국면을 유지하는 것은 문제될 것이 없었다. 그리고 집권자를 바꾸는 것은 위험한 일이었기에, 우문호는 아버지에게 비록 위험은 있지만, 그만큼 얻는 것도 있을 거라고 말했다. 새로운 집권자와 함께하면 분위기도 달라질 것이고, 아마 지금보다 훨씬 좋아질 가능성이 있었다. 게다가 그가 완전히 물러나는 것도 아니었다.그래서 결국 태상황이 말했다.“이미 결정했고, 무상황도 찬성한다면, 아비는 더 말할 것도 없다. 하지만 태자가 아직 젊으니, 반드시 상황을 잘 살펴야 한다.”“걱정하지 마십시오, 아버지.”우문호가 약속했다.태상황은 아들을 바라보다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아비는 네 결정을 이해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널 지지하고 믿는다. 너도 상황을 다 판단하고 내린 결정이겠지.”비록 태상황은 찬성하지 않았으나, 결국 지지하기로 마음먹었다. 이것이 다섯째가 이해한 태상황의 뜻이었다. 그의 행동에 우문호는 가슴이 뭉클해졌고, 문득 원 선생이 돌아오기 전, 어머니를 끌어안으며 사랑한다고 말했던 모습이 떠올랐다. 그 역시 당시에 감정이 북받쳐서 무릎을 꿇으며 말했었다.“아버지, 지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우문호는 멈칫했다. ‘사랑한다’ 라는 말이 도저히 입에서 나오지 않았다. 그 말은 원 선생 앞에서만 말할 수 있기에, 우문호는 그저 무릎 꿇은 채로 앞으로 다가가 아버지를 안으며 말했다.“믿어주셔서 감사합니다.”태상황은 미동도 하지 않고, 그저 그가 그렇게 안게 내버려두었는데, 순간 눈가가 뜨거워지는 것을 느끼며 왠지 모르게 눈물이 날 것 같았다.아들은 황제다. 그가 이렇게 감정을 드
우문호는 여전히 태자에게 섭정을 맡겼다. 그리고 이 일을 무상황에게 서둘러 말하지 않고, 먼저 상황을 지켜본 뒤 말하려 했다. 너무 큰일이라 섣불리 결정할 수 없었다.사실 우문호는 젊을 때 조금 일찍 물러나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역대 군주들을 보더라도, 젊을 때는 힘써 정사를 돌보다가도, 말년이 되면 독단에 빠지는 경우가 많았다.사람은 늙으면 죽음과 잃는 것을 두려워하게 되며, 손에 쥔 권력을 어떻게든 놓지 않으려 하기에 남의 도전조차 참지 못하기 때문이다.태상황도 당시 그런 기미가 보였다. 게다가 처리하는 일에도 조금씩 방향이 틀어지기 시작했었다.그렇게 생각하다 보니, 자신이 지금 그저 변명거리만 찾는 게 아닌가 싶기도 했다. 만약 변명이라면, 조금은 부끄러운 일이었으니 말이다.하지만 따지고 보면, 어찌 원 선생이 꼭 그를 위해 희생해야 한단 말인가? 그녀의 부모와 친척들은 다른 시공간에 있고, 그곳에서의 삶과 일도 있는데, 북당의 가족들이 그녀의 발목을 잡고 있었다. 어쩌면 강제로 그녀를 남겨두는 것이 아닌가?그렇게 뻔뻔할 수는 없었다.이후 반 달쯤 태자를 관찰하자, 그는 물러나겠다는 생각이 더욱 강해졌고, 결국 궁을 나와 무상황과 상의하기로 결심했다.삼대 거두는 항상 함께 지내며, 서로 비밀이 없었다. 그래서 우문호는 무상황만 따로 만나지 않고, 다른 두 사람도 함께 부르게 했다.무상황은 우문호 말을 듣자, 진지한 표정으로 오랫동안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나머지 두 사람 역시 침묵했다. 주 어르신은 깊이 사색하며 머리를 빠르게 굴리고 있었다. 이내 무상황과 소요공도 주 어르신을 바라보았다. 조정의 상황을 그보다 더 잘 아는 이는 없었기 때문이다.주 어르신은 비록 겉으로는 조정 일에 손을 떼겠다고 했지만, 여유를 부릴 성격이 아니었다. 그는 시간만 생기면 유생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고, 빌비를 찾아 신하들의 집을 찾아갔다. 게다가 옛 신하들과도 계속 알고 지냈다.게다가 태자의 동궁에 어떤 사람이 드나드는지도 주목했으며, 상대의 집
북당으로 돌아온 후, 우문호는 곧장 어서방으로 돌아가 밀려 있는 상소문을 확인하려고 했다.무려 열흘이나 자리를 비웠으니, 분명히 탁자 위에 상소문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을 거라 생각했었는데, 막상 들어가 보니, 그저 몇 권만 남아 있었다. 게다가 모두 이미 주필이 되어 있었고, 그가 그냥 도장만 찍으면 되는 상태였다.내용은 각지의 수리 공사와 관련된 상소문이었는데, 평가도 아주 훌륭했다. 처음에는 수보가 처리한 줄 알았지만, 필적을 자세히 보니 태자의 필적이었다.우문호는 한동안 멍하니 있다가, 즉시 목여 태감에게 수보를 불러오게 했다.어서방에서 냉 수보와 한 시진 동안 이야기를 나누며, 우문호는 자리를 비운 열흘 동안 조정에서 일어난 일들과 태자의 섭정 상황을 들었다. 우문호는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아들이 유능하다는 건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심지어 어떤 부분은 자신보다 더 탁월했다.그렇게 그날 밤, 우문호는 한 가지 문제를 곱씹으며 깊은 생각에 잠겼다.하지마 원 선생에게는 말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정말 그렇게 된다면, 이기적이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는 태자가 정말 훌륭하다고 느꼈다. 비록 아직 미숙한 면도 있긴 하지만, 오래 연습하면 훨씬 나아질 것 같았다. 비록 우문호가 자리를 지키고 있는 동안, 태자가 마음 놓고 단련할 수는 있지만, 진정한 단련은 권력을 직접 쥐어야만 가능하다.한참 생각에 빠져 있다가, 원 선생이 계속 방에 돌아오지 않자, 그제야 서재에서 바삐 일하고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는 원 선생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다. 돌아올 때, 그녀는 새로 개발한 약의 실험을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었다. 예전에 실험한 약도 판매가 곧 시작될 수 있었기에, 자료를 한 아름이나 들고 왔다.이런 생각이 들수록, 그는 점점 더 권력을 태자에게 바로 내어주고 싶어졌다. 그래야 원 선생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원 선생은 늘 그 때문에 희생하고 있다. 그녀처럼 똑똑하고 재능 있는 사람은 마땅히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