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을 먹기로 한 레스토랑은 내가 예약했다. 바로 집 근처로 말이다.레스토랑에 모인 뒤, 나는 잔을 들고 세 누나한테 말했다.“누나들, 지난 1년 동안 돌봐줘서 고마워요. 그동안 도와준 것도 고마워요. 고마움을 담아 내가 먼저 원샷할게요.”나는 말하면서 세 사람과 잔을 부딪쳤다.그때 남자 누나가 웃으며 말했다.“난 너 도와준 거 없어. 욕구 해소한 것밖에는.”“하...”남주 누나는 여전히 변함없이 장난기가 심했다.“네가 우리 애교랑 끝까지 갈 줄 알았는데 의외네. 아쉽다.”남주 누나는 애교 누나를 보며 아쉬운 듯 말했다.하지만 정작 애교 누나는 아무렇지 않은 모습이었다.“아쉬울 거 뭐 있어. 수호 씨는 내가 가장 절망스러울 때 곁을 지켜줬어. 난 그것만으로도 기뻐.”“그리고 나도 결혼이 가장 좋은 귀결점이 아니라고 생각해. 우리는 예쁘게 만나다 평화롭게 헤어졌어. 이거면 좋은 거 아닌가?”남주 누나는 애교 누나의 어깨를 와락 끌어안았다.“우리 자기 언제 갑자기 말을 이렇게 잘했지? 그동안 책 많이 봤나 봐?”“하하. 맞아. 많이 보긴 했지.”애교 누나는 웃으며 맞장구쳤다.그때 형수가 잔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이번에 우리 셋만 짠하자, 수호 씨는 빼고.”“왜 빼는데요?”나는 살짝 어이없었다.“이건 우리 여자들 일이니 남자가 끼는 건 적합하지 않아.”세 사람은 뭔가 말하며 서로 잔을 부딪쳤다.‘이젠 완전히 미움 샀네.’‘하.’하지만 나는 전혀 괴롭지 않다. 세 누나가 나를 상처 주려는 게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나 역시 그렇게 쪼잔한 사람은 아니다.우리의 관계는 현재 아주 편했다.마음껏 농담도 하고, 다른 건 연연하지 않고 마음 터놓고 대화도 했다. 세 사람도 예전처럼 내몸만 바라지 않고 말이다.식사를 마친 뒤, 우리는 1년 전처럼 함께 노래하러 갔다.노래방에서 우리는 카드 게임과 주사위 게임을 하면서 진 사람이 옷을 벗기로 했다.실력이 어느 정도 향상한 덕에 나는 1년 전처럼 처참하게 지지는
그렇게 돌고 돌았지만 결국에는 우리가 가장 잘 맞았다.윤지은은 그제야 꽉 쥔 주먹을 내렸다.나는 윤지은을 꼭 끌어안은 채로 말을 이었다.“우리 약혼하면 집부터 사요.”“필요 없어.”“왜요?”“나 집 있어.”“그럼 결혼해도 여기서 살자고요?”“안돼?”“돼요. 당연히 되죠. 지은 씨가 어디가 좋으면 어디서 살아요. 난 지은 씨 의견에 따를게요.”나는 단지 남자로서의 책임을 다하고 싶었지만, 윤지은이 필요 없다고 하니 나도 강요할 필요가 없었다.나는 또 윤지은을 끌어안고 약혼식에 관한 사소한 것들을 의논했다. 다만 윤지은은 이런 일에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마음대로 해. 네가 알아서 하면 돼.”“어떻게 그래요. 다른 여자들은 결혼할 때 엄청 신중한데, 지은 씨는 어떻게 아무렇지 않다는 듯 굴어요?”“희망이 없으면 실망할 것도 없어. 내가 너무 들떠 있다가 실망할까 봐 그래.”“그게 무슨 뜻이에요? 아직 결혼도 안 했는데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어요?”나는 윤지은이 안 좋은 생각을 하는 걸 금지했다.사실 윤지은은 자신이 언젠가 결혼할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그녀는 지금껏 자유로운 연애와 결혼을 추구했다.심지어는 서로 좋아해도 생활은 각자 하는 걸 원했다.그랬던 자신이 어쩌다 갑자기 결혼하고 싶어졌는지 윤지은은 알 수 없었다.결혼은 많은 걸 의미한다. 때문에 그녀로서도 이게 맞는 건지 가늠이 가지 않았다.‘그냥 될 대로 되라지.’...다음 날.나는 이 사실을 알리려고 일부러 형수 집에 들렀다.내 말을 들은 형수는 전혀 놀라지 않고 오히려 축하해줬다.“수호 씨, 축하해요. 드디어 수호 씨한테 어울리는 짝을 만났네요.”“형수는 갑작스럽다는 생각 안 들어요?”“아니요. 수호 씨도 어린 나이는 아니잖아요. 이제 결혼할 때도 됐죠. 지은 씨 집안과 외모라면 수호 씨한테 오히려 아까워요.”나는 형수의 말에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몰랐다.“지금 저 칭찬하는 거예요? 헐뜯는 거예요?”형수는 웃으며 말했다.“당연
나는 싱긋 미소 지었다.“갑작스럽지 않아요. 지은 씨 부모님도 우리 일 알고 계셨어요. 그리고 계속 우리가 만나기를 바랐잖아요.”“하지만 어떻게 말씀드려야 할지 모르겠어. 아니면 네가 해. 너도 두 분 잘 아니까.”“그래요.”나는 두말없이 윤해철에게 전화를 걸어 인사를 한 뒤 곧바로 본론을 말했다.내 말을 들은 윤해철은 껄껄 기분 좋은 웃음을 지었다.[정말이야? 너무 잘됐네. 내가 이날을 얼마나 바랐는지 몰라. 이제 내 소원대로 됐네.]‘이것 봐. 역시 윤씨 가문에서 좋아할 줄 알았다니까.’나는 웃으며 말했다.“아버님, 제 부모님이 모레 아침에 도착하는데, 그때 친척과 친구들을 불러 간단한 약혼식을 올리는 게 어때요? 호텔과 각종 비용은 저희 측에서 부담할 테니 상관하지 마세요.”“이왕 윤... 지은 씨랑 결혼하려고 했으니 반드시 최선을 다해 가장 좋은 걸 해줄 거예요.”나는 윤해철에게 내 성의를 보여주고 싶었다. 적어도 두 분한테 내가 진심이라는 건 알려야 했으니까.[어려운 일도 아니지...]윤해철과의 대화는 매우 편했다.이것도 내가 윤지은과 결혼하려는 이유 중 하나다.윤해철과 이태웅은 완전히 극과 극이다.한 명은 요구가 너무 높고, 한 명은 아무것도 바라는 게 없다.또 한 명은 나를 친구로 대하고, 한 명은 나를 무시한다.게다가 애교 누나와 점점 멀어지고 있었기에, 누나와 나는 끝까지 함께할 수 없다.결혼은 어린애 장난이 아니다. 반쪽을 찾아 평생 함께 살아야 하는 중대한 일이다.나는 애교 누나도 좋아하고 윤지은도 좋아하지만 윤지은과 있을 때 더 편안하고 자유롭다.만약 평생을 함께해야 한다면 나는 윤지은 쪽에 더 치우친다.때문에 윤지은과 결혼할 수 있다는 사실이 나는 너무 기뻤다. 그리고 내 모든 걸 쏟아부어서라도 윤지은에게 만족스러운 결혼식을 선물하고 싶었다.윤지은의 부모님과 기분 좋은 대화를 해서인지, 전화를 끊었는데도 여운이 가시지 않았다.나는 웃으며 윤지은 옆으로 다가갔다.“봐요. 해결했어요.”윤지은은
“헐. 그건 망설인 게 아니라 미처 반응하지 못한 거예요.”나는 다급히 해명했다.하지만 윤지은은 여전히 내 말을 믿지 못한 채 차가운 얼굴로 나를 봤다.“내가 원하는 건 나만 바라봐 주는 사람이야. 그걸 못하겠으면 나한테서 떨어져. 조금이라도 망설이거나 고민해도 안 돼.”윤지은은 내가 본 여자들 중 감정에 대한 요구가 가장 높은 사람이다.반쪽은 언제나 자기를 바라봐야 하고 절대 딴마음 품어서는 안 된다.약간의 다른 마음을 품어도 윤지은은 동의하지 않는다.그런 그녀의 귀여운 모습에 나는 웃으며 말했다.“정말 망설인 거 아니에요. 미처 반응하지 못해서 그런 거예요. 맹세해요.”윤지은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나는 얼른 말을 이었다.“그럼 내가 어떻게 하면 믿을래요?”윤지은은 여전히 아무 말도 없었다.잠깐 생각하던 끝에 나는 윤지은에게 몰래 반지를 끼워주려고 시도했다.윤지은은 싫다는 듯 살짝 반항했지만 동작이 크지는 않았다. 그건 거절하기보다는 오히려 밀당하는 듯했다.나는 그 틈에 얼른 반지를 끼워줬다.“이것 봐요. 얼마나 예뻐요. 정말 잘 어울려요. 내가 지은 씨 손가락 사이즈는 어떻게 아는지 안 궁금해요?”나는 화제를 전환하려고 얼른 말머리를 돌렸다.윤지은은 차갑게 손을 뒤로 빼더니 손가락에 낀 반지를 빤히 바라보며 물었다.“어떻게 알았는데?”“눈대중으로 계산했어요.”“그렇게 대단해?”“그럼요. 지은 씨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인걸요.”윤지은은 나를 홱 째려봤지만 입꼬리는 저도 모르게 씰룩거렸다.윤지은이 드디어 웃는 모습을 보이자 나는 얼른 그녀 얼굴에 쪽 하고 뽀뽀했다.그러자 윤지은은 나를 살짝 꼬집으며 말했다.“우선 밥부터 먹어.”“네.”솔직히 윤지은이 꼬집은 건 하나도 아프지 않았다. 오히려 연인 사이의 장난 같았다.나는 윤지은의 옆에 앉아 싱글벙글 웃으며 말했다.“그럼 이제 내 청혼 받아준 거죠? 우리 언제 시간 내서 지은 씨 부모님과 우리 부모님께 말씀드려요.”나는 매우 진지했다. 그 때문에 윤지은에게 필
뭐가 됐든 이건 피할 수 없는 결과이기에 나는 스스로 극복하도록 설득할 수밖에 없었다.적어도 부부나 연인은 될 수 없어도 친구로 남을 수 있으니까.그렇게 생각하니 내 기분도 한결 나아졌다....그날 저녁.나는 특별히 풍성한 저녁상을 준비하고 윤지은을 기다렸다.집에 돌아오자마자 식탁을 가득 메운 요리와 가운데 떡하니 놓인 꽃다발을 본 윤지은은 이상한 눈빛으로 나를 봤다.나는 얼른 웃으며 말했다.“뭘 그렇게 봐요? 나를 못 알아보겠어요?”“오늘 무슨 일이야? 이 요리들은 직접 한 거야?”윤지은은 나를 뚫어져라 바라보며 물었다.나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네. 꽃도 내가 준비했어요.”“그건 알겠는데. 뭐 하러 그렇게 차려입었어?”나는 내가 입은 양복을 내려다보고는 싱긋 웃으며 말했다.“이래야 진심이 잘 보일 거 아니에요. 어때요? 멋있어요?”윤지은은 고개를 끄덕였다.“멋있긴 한데 이해가 안 되네. 말해 봐. 대체 뭐 하자는 거야?”“우선 앉아요.”나는 얼른 윤지은을 끌어당겨 의자에 앉혔다.그러고 나서 미리 준비한 꽃다발을 윤지은에게 건넸다.“안에 서프라이즈가 있으니 열어 봐요.”꽃다발 안에는 작은 카드 외에 작은 선물 상자가 있었다. 그건 내가 윤지은을 위해 정성껏 준비한 선물이다.윤지은은 먼저 카드를 열어 보더니 그걸 옆에 놓고 선물 상자를 열어 봤다.상자 안에는 다이아몬드 반지가 놓여 있었다.나는 얼른 무릎 한쪽을 꿇고 말했다.“지은 씨, 나랑 결혼해 줄래요?”윤지은은 한참 동안 멍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며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내가 상자 속 반지를 꺼내 끼워주려던 찰나, 윤지은은 갑자기 정신을 차린 듯 다급히 손을 뒤로 뺐다.“잠깐. 너, 너랑 애교 씨 일은...”“이미 처리했어요. 원래는 잘 얘기해 보려고 했는데 오히려 누나가 먼저 헤어지자고 하더라고요.”“뭐? 애교 씨가 먼저 헤어지자고 했다고? 정말이야?”윤지은은 믿지 않았다.“믿지 못 하겠으면 지금 누나한테 전화할 수 있어요. 그런데 이게 좀
“누나, 왜 그래요?”애교 누나는 무척이나 고통스러운 표정이었다. 다급히 다가가 확인했더니 누나의 얼굴은 어느새 창백하게 질려 있었고 이마에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혀 무척 괴로워 보였다.나는 누나를 병원에 데려가려고 번쩍 안아 들었다.“수호 씨, 병원까지 갈 필요 없어요. 따뜻한 물 좀 마시면 돼요.”애교 누나는 불안한 표정으로 말했다.누나의 말을 비추어 보면 생리통이 가장 의심됐다.나는 얼른 근처에서 따뜻한 물을 구해와서 애교 누나에게 건넸다.따뜻한 물을 마신 누나의 안색은 확실히 조금 나아졌다.“누나 예전에 생리통이 이렇게 심하지 않았잖아요. 그런데 지금은 왜이래요?”나는 애교 누나가 너무 걱정되었다. 방금 전 고통스러워하던 누나의 표정이 뇌리에서 떠나지 않아 걱정이 앞섰다.그때 애교 누나가 웃으며 말했다.“생리통이 없다가 갑자기 생기는 사람도 있잖아요. 나도 이유는 모르겠어요.”“하지만 이제 괜찮아요. 너무 걱정하지 마요.”한결 나아진 듯한 누나의 상태를 보니 나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누나, 제가 집까지 바래다줄게요.”애교 누나가 이렇게 아픈데 계속 산책하는 건 무리였다. 때문에 나는 누나가 편히 쉬도록 집에 바래다줄 생각이었다.애교 누나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누나가 몸이 불편해 운전할 수 없었기에, 돌아갈 때는 내가 운전했다.다행히 손목이 어느 정도 괜찮아져 운전하는 데 무리는 없었다.가는 내내 옆을 흘끗거리며 봤더니 누나는 눈을 감은 채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누나가 휴식하고 싶어 하니 나는 자연스럽게 방해하지 않았다.얼마 지나지 않아 애교 누나 집에 도착했다. 하지만 누나 혼자 집까지 올려보내는 게 마음이 놓이지 않아, 내가 직접 누나를 위층까지 바래다줬다.“수호 씨, 들어와서 앉았다가 갈래요?”애교 누나는 나를 집안으로 초대했다. 누나는 아직도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다.내가 고개를 저으며 거절의 뜻을 표하자 누나는 이내 웃으며 말했다.“부모님 두 분 다 안 계세요. 무서워할 거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