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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화 번역보다 중요한 것

Author: 花柳響
last update Petsa ng paglalathala: 2026-08-02 00:26:13

 비서실에서의 첫날은 생각보다 훨씬 차가웠다.

 현강홀딩스 본사 최상층.

 선발된 직원들이 빠르게 움직이는 이 공간에서 나는 지나치게 눈에 띄었다.

 정식 채용 절차가 진행 중인 임시 배치자.

 그것도 대표와 사적인 관계가 있다는 기사가 난 바로 다음 날이었다.

“저기, 이 자료 어디에 스캔하면 될까요?”

 옆자리 선배 비서에게 물었다.

 그녀는 화면에서 눈도 떼지 않은 채 대답했다.

“공용 폴더 구조는 안내문에 있어요.”

“네, 감사합니다.”

“그리고 대표님 개인 일정은 건드리지 마세요. 아직 권한 없으니까.”

 말 자체는 틀리지 않았다.

 하지만 목소리에는 분명한 벽이 있었다.

 조금 떨어진 자리에서 작은 웃음소리가 들렸다.

“기사 난 다음 날 바로 비서실이라니.”

“실무 평가가 필요하긴 하겠네.”

 대놓고 모욕하는 말은 아니었다.

 그래서 오히려 더 아팠다.

 나는 책상 아래에서 손을 꼭 쥐었다.

 그들이 의심하는 것도 이해했다.

 나는 공개 채용으로 들어온 사람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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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몰락한 상속녀, 7년 만에 첫사랑의 전속 하우스키퍼가 되었다   제195화 케이크 가게까지

    “식이 끝나면 곧장 돌아올 거야?” 서린이 넥타이에서 손을 떼자 태윤이 그 손을 잡으려다 멈췄다. 예전 같았으면 이미 손목을 붙들었을 것이다. 서린은 그의 접힌 손가락을 잠깐 내려다보았다. 손을 잡고 싶다면 물어보면 될 텐데. 아직도 태윤에게는 그 한마디가 쉽지 않은 모양이었다.“어젯밤에 얘기했잖아. 학교 끝나고 케이크 가게까지 걸어가기로.”“알아. 사람이 많을 것 같아서.” 태윤에게는 교문 앞 차 한 대도, 낯선 사람의 어깨도 위험해 보였다. 오래전 서린을 잃을 뻔했던 기억이 남긴 두려움이라는 걸 알면서도, 가끔은 그 걱정 속에서 숨이 막혔다. 특히 오늘처럼 해준이 자기 힘으로 새 세상에 들어가는 날에는, 그 아이에게도 마음껏 걷게 해 주고 싶었다.“아빠, 경호원들이 줄지어 따라오면 창피해.” 해준이 가방끈을 쥔 채 아버지를 올려다보았다. 태윤은 당장 반박하려다가 아들의 표정을 보고 말을 삼켰다.“알았다. 눈에 띄지 않게 하마.”“그 정도면 괜찮아. 빨리 가자. 지각하겠어.” 학교 강당은 박수와 아이들의 목소리로 가득했다. 서린은 앞줄로 들어오는 해준을 찾았다. 낯선 아이들 사이에서 등을 곧게 편 아들은 몇 번이나 이쪽을 바라봤다. 마지막 줄에 앉은 태윤은 두 팔을 끼고 정면을 응시했다. 주위 학부모들이 곁눈질할 만큼 굳은 얼굴이었다. 정작 해준이 지나갈 때에는 아들의 가방보다 서린의 얼굴을 먼저 살폈다. 그녀가 웃고 있는지, 긴장하지는 않았는지 확인하는 눈길이었다. 서린은 의자 옆으로 손을 내려 그의 손등을 살짝 덮었다. 태윤의 어깨가 움찔하더니 굳었던 손이 풀렸다.

  • 몰락한 상속녀, 7년 만에 첫사랑의 전속 하우스키퍼가 되었다   제194화 금빛 아침

     봄볕이 거실 바닥에 반듯한 금빛 사각형을 그렸다. 열린 창으로 젖은 흙냄새와 꽃향기가 흘러들었다. 서린은 식탁 옆에서 두 아이를 바라보았다. 입학식을 위해 고른 옅은 남색 재킷과 치마가 어쩐지 낯설었다. 새 옷을 입고 거울 앞에 선 아들을 보며, 서린은 치맛자락을 한 번 쓸어내렸다.“해준 오빠, 멋있어!” 이음이 까치발을 들며 손뼉을 쳤다. 해준은 어깨를 으쓱하면서도 자꾸만 새 책가방의 끈을 만졌다. 가방은 작은 등보다 조금 컸다. 검은 가죽은 아직 뻣뻣했고, 몸을 돌릴 때마다 금속 장식이 작게 울렸다. 어깨에 닿는 감촉이 불편한지 자꾸 끈을 고쳐 올리면서도, 벗을 생각은 없어 보였다. 어젯밤까지 준비물을 거듭 확인하던 아이가 이제 학교에 간다. 서린은 그 뒷모습만 봐도 목이 메었다.“정말 잘 어울려, 해준아.”“엄마, 울어?”“안 울어. 네가 갑자기 다 큰 것 같아서 놀란 거야.” 서린이 무릎을 굽혀 아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차가운 바닥의 감촉이 스타킹 너머로 무릎에 닿았다. 방금 감은 머리에서 어린아이용 샴푸 향이 났다. 해준은 입술을 내밀며 비켜섰지만, 엄마의 손길이 닿은 자리를 다시 만졌다.“나 이제 아기 아니거든.”“그래. 오늘부터 학교 다니는 형이지.” 그때 계단 위에서 낮은 목소리가 내려왔다.“아침부터 신났군.” 말끔한 감색 정장 차림의 태윤이었다. 계단을 내려올 때마다 구두 굽이 낮게 울렸다. 오랫동안 써 온 시트러스 향도 가까워졌다. 이음이 달려가 그의 다리를 끌어안았다. 회사에서는 눈빛만으로

  • 몰락한 상속녀, 7년 만에 첫사랑의 전속 하우스키퍼가 되었다   제193화 내일 아침에 찾을 양말

     아이들 방 문을 조금 열었다. 이불에서 따뜻한 냄새가 흘러나왔다. 이음이가 자기 베개까지 들고 와 해준이 이불에 반쯤 들어가 있었다. 베개 둘이 겹쳐 머리 아래가 높았다. 태윤이 몸을 낮춰 하나를 빼자 딸은 잠깐 찡그렸다가 오빠의 어깨에 얼굴을 비볐다. 해준이는 잠결에 동생을 더 안았다. 바닥에는 양말 한 짝이 떨어져 있었다. 그것을 집어 들자 공룡 그림이 닳고 뒤꿈치가 얇아진 게 보였다.“그거 아직 버리지 마.”“알아. 해준이가 좋아하는 거잖아.” 태윤이 아들의 발끝을 바라봤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는 아이들 이불을 다시 덮었다. 나는 문을 잡고 그가 두 아이를 한 번 더 볼 때까지 기다렸다. 복도로 나오니 아이들의 숨소리가 멀어졌다. 나는 오래된 공룡 양말을 쥔 채 입학식에 신길 남색 양말은 따로 준비했음을 떠올렸다. 이 낡은 한 짝도 당장 버릴 수 없었다. 그가 양말을 들지 않은 내 손을 잡았다.“내일 식 끝나면 조금 걷자.”“넷이서?”“응. 학교 근처 케이크 가게까지. 해준이가 거기 딸기 타르트 먹고 싶다고 했어.” 태윤이 잠깐 생각했다. 내가 먼저 침실 쪽으로 걸어가자 문 앞에서 잡은 손이 살짝 당겨졌다.“이음이는 중간에 안아 달라고 할 거야.”“네가 있잖아.” 그가 곤란한 듯 웃었다. 나는 그제야 입학식이 끝난 뒤 네 사람이 걷는 모습을 떠올릴 수 있었다. 날이 맑아야 할 텐데. 밤이라 내일 하늘은 알 수 없었다. 그래도 케이크 가게에 가는 길에는 해준이가 검은 가방을 메고, 이음이는 어느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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