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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화 고개 들고 걷는 법

Autor: 花柳響
last update Data de publicação: 2026-08-02 00:25:55

“죄송합니다…….”

 커피를 내려놓으려는데 손끝의 떨림이 멈추지 않았다.

 잔과 받침이 가볍게 부딪쳤다.

 태윤이 서류에서 눈을 들었다.

“서린아.”

 회사 안인데 처음으로 이름을 그렇게 불렀다.

“이리 와.”

 나는 잠시 망설이다 책상 가까이 갔다.

 태윤은 내 손을 보더니 손바닥을 위로 내밀었다.

“잡아도 돼?”

 그 질문에 목이 메었다.

 나는 손을 올렸다.

 따뜻한 손가락이 차가워진 내 손을 감쌌다.

 이번에는 세지도, 아프지도 않았다.

 그냥 단단했다.

“……무서워요.”

“알아.”

“사람들이 다 저렇게 생각하면 어떡해요.”

“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그래도 기사에는……”

“기사보다 네가 여기서 무슨 일을 하는지가 결국 더 오래 남아.”

 태윤이 나를 똑바로 봤다.

“그리고 아까 관계를 부정하지 않은 건 널 숨기고 싶어서가 아니야.”

 나는 숨을 멈췄다.

“회사 이름으로 네 사생활을 해명하는 순간, 네가 진짜 내 부속품처럼 돼. 그건 싫어.”

“그럼 사람들이 뭐라고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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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몰락한 상속녀, 7년 만에 첫사랑의 전속 하우스키퍼가 되었다   제218화 내일도 문을 열어야 해

    “강해준 씨가 끼어들면 더 심해져. 우리 집은 내일부터 장사해야 해. 부탁이야.” 하윤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졌다. 수화기를 내려놓은 아버지도 해준을 바라봤다.“마음은 고맙네. 하지만 우린 이 작은 가게 하나로 먹고살아. 경찰에 알리고 기록도 남겼는데 아직 누가 그랬는지 확인이 안 됐어. 더는 일이 커지지 않았으면 좋겠네.” 해준은 달걀이 굳은 유리문과 텅 빈 테이블을 번갈아 봤다. 김기석에게 보인 자신의 잔인한 얼굴이 떠올랐다. 그 뒤를 감당하는 사람은 정작 하윤과 아버지였다. 하윤의 아버지는 다시 울리는 전화기를 그냥 두었다. 손님 전화일 수도 있다는 걸 알면서도 받지 못하는 듯했다. 가게를 오래 지켜 온 사람의 손이 계산대 위에서 작게 떨렸다. 해준이 알던 학교의 다툼은 이 가족에게 생활 전체가 걸린 일이었다.“해결할 방법을 찾아볼게.” 하윤의 표정이 굳는 것을 보면서도 그는 가게를 나섰다. 등 뒤로 전화벨이 다시 울렸다. 경찰서 민원실에서 해준은 휴대전화에 저장한 악성 리뷰와 가게 앞 사진을 보여 줬다. 하윤의 아버지가 이미 신고한 내용도 확인해 달라고 했다.“가게 앞에 달걀을 던진 흔적도 있어요. 김기석이 저와 다툰 바로 다음 날 시작됐고요.” 담당자는 화면을 살펴본 뒤 말했다. 해준은 악성 글이 한꺼번에 올라온 날짜를 짚었다. 하지만 화면의 글만으로는 작성자를 확인할 수 없었다. 발신자가 누군지 확인된 통화 기록도, 달걀을 던지는 장면을 찍은 영상도 없었다.“가게 피해는 접수돼 있습니다. 다만 그 학생이 전화를 걸고 글을 썼다는 증거는 아직 부족합니다. 신고인에게 통화 기록과 현장 영상을 추가로 제출해 달라고 해 주세요. 온라인

  • 몰락한 상속녀, 7년 만에 첫사랑의 전속 하우스키퍼가 되었다   제217화 되돌아온 대가

     어머니가 고비를 넘긴 지 사흘째. 해준은 다시 낡은 원룸의 싱크대 앞에 섰다. 냄비에 숙주나물을 데쳤다. 소금만 뿌려 먹는 데도 슬슬 질렸다. 아버지가 병원 복도에서 떨던 모습을 본 뒤로 자꾸 마음이 걸렸다. 그렇다고 본가로 돌아가 아버지에게 생활을 맡길 생각은 없었다. 자기 이름으로 방을 얻고, 자기 손으로 밥을 챙기는 일. 그것만큼은 끝까지 해 보고 싶었다. 알루미늄 냄비의 바닥은 이미 몇 군데 까맣게 변했다. 숙주나물의 물기를 털어 그릇에 담아도 끼니라기보다 급히 배를 채우는 음식 같았다. 본가에 있었다면 영양을 따져 차린 밥상이 나왔을 것이다. 그러나 식탁에 앉을 때마다 아버지가 병원에 간 시간을 헤아리던 일도 함께 돌아올 터였다. 해준은 나물을 한 젓가락 집었다. 대학 강의 시간표를 보던 손가락이 하윤의 연락처 앞에서 멈췄다. 그날 이후로 눌러 본 적이 없었다. 다신 가까이 가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해준은 화면을 껐다.◇ 강의실 뒤편에서 판례를 받아 적던 중, 앞줄 학생들의 이야기가 들려왔다.“역 뒤쪽에 있는 하윤네 식당 알아? 요즘 리뷰가 난리야.”“왜?”“벌레 나왔다, 주인이 손님한테 소리 질렀다. 비슷한 글이 한꺼번에 쏟아졌대. 손님도 끊겼고.” 말을 나누던 학생들은 식당 이름을 한 번 더 말하고 다른 주제로 넘어갔다. 해준에겐 그럴 수 없었다. 도서관에서 젖은 서류를 안고 있던 하윤의 모습, 그날 자신이 다가갈수록 뒤로 물러나던 얼굴이 떠올랐다. 집에 돌아간 하윤이 그 가게에서 아버지와 함께 일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볼펜이 손가락 사이에서 삐걱거렸다. 하윤의 집이었다.

  • 몰락한 상속녀, 7년 만에 첫사랑의 전속 하우스키퍼가 되었다   제216화 복도에 주저앉은 사람

     태윤의 눈은 충혈됐고, 입술에는 핏기가 없었다.“해준이 왔구나.”“엄마는?”“안에서…….” 아버지는 말을 끝내지 못하고 두 손으로 얼굴을 덮었다. 손가락이 떨렸다. 해준은 아버지에게 따지고 싶은 말이 많았다. 어머니만 바라보느라 두 자녀를 보지 못한 지난날을, 병원 앞에서는 꺼낼 수가 없었다. 복도 끝에서 가벼운 발소리가 몰려왔다.“아빠! 해준 오빠!” 이음은 잠옷에 얇은 카디건만 걸친 채 달려왔다. 태윤의 셔츠 소매를 잡았다.“엄마는? 어떻게 됐어?” 해준은 이음의 딸기 무늬 잠옷을 보고 그녀도 전화를 받자마자 뛰쳐나왔다는 걸 알았다. 늘 머리를 단정히 올리고 다니던 동생의 앞머리가 이마에 붙어 있었다. 누구도 옷차림을 지적하지 않았다. 이음은 태윤의 대답을 기다리며 소매를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태윤이 딸의 어깨에 손을 얹으려다 허공에서 멈췄다. 이음은 그 손이 떨리는 걸 보고 울기 시작했다.“아빠가 뭐든 할 수 있잖아. 엄마한테 해 줄 수 있는 거 없어?”“……미안하다.” 태윤은 벽에 기대어 주저앉았다. 해준은 여동생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이음은 그의 팔에 얼굴을 묻었고, 두 사람 모두 중환자실 문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얼마나 지났을까. 문이 열리고 땀에 젖은 의사가 나왔다. 태윤이 급히 일어나 앞으로 갔다.“선생님. 서린이는…….”“고비는 넘겼습니다.” 이음이 숨을 들이

  • 몰락한 상속녀, 7년 만에 첫사랑의 전속 하우스키퍼가 되었다   제215화 위태로운 심장

     깊은 밤, 병실에는 장비가 움직이는 소리만 낮게 깔려 있었다. 태윤은 가죽 의자에 앉아 서린의 손을 두 손으로 감쌌다. 손등에 입을 맞춰도 돌아오는 반응은 없었다. 매일 갈아 꽂는 백합의 두꺼운 꽃잎이 환기 바람에 조금 흔들렸다. 12년이 지났다. 그날 횡단보도에서 멈춘 서린의 시간과 달리 창밖의 차들은 쉴 새 없이 달리고 있었다. 태윤은 매일 같은 시간에 이 방에 왔다. 가장 싱싱한 백합을 고르고, 누군가 대신해도 될 일을 직접 확인했다. 서린이 손끝을 한 번 움직일지도 모른다는 기대가 아침마다 되살아났다. 지금은 그 작은 기대조차 입 밖에 내지 않았다. 침대에 기대어 앉아 있으면 아직 같은 공간에 있다는 것만은 분명했으니까. 갑자기 경고음이 울렸다. 모니터의 심박 리듬이 흐트러지며 빨간 표시가 번쩍였다. 태윤이 일어나는 바람에 의자가 뒤로 넘어졌다.“서린. 서린, 들려?” 어깨에 손을 얹었으나 아무 반응이 없었다. 그는 호출 버튼을 눌렀다. 간호사와 당직의가 뛰어 들어오자 태윤은 침대 옆에서 비켜섰다.“보호자분, 밖에서 기다려 주십시오.” 의료진이 장비를 확인하고 응급 처치를 시작했다. 태윤은 문가까지 밀려나서도 안쪽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심실세동이라는 말, 제세동기를 준비하라는 말이 엇갈렸다. 그의 귀에는 서린의 이름만 남았다. 간호사가 그의 앞을 막으며 복도로 안내하려 했다. 태윤은 방해가 된다는 걸 알면서도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결국 문턱 바깥으로 한 걸음 물러났다. 누가 무엇을 지시하는지, 모니터 수치가 무슨 뜻인지 이해하려 애썼으나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불과 조금 전까지 자신의 손안에 있던 서린의 손이 이제

  • 몰락한 상속녀, 7년 만에 첫사랑의 전속 하우스키퍼가 되었다   제214화 받지 못한 기타

    “집어넣어.” 낮고 낯선 목소리였다. 이음은 열린 케이스를 내려다봤다.“왜? 마음에 안 들면 다른 걸로 바꿀게. 소리가 취향이 아니면…….”“그런 얘기가 아니야. 내가 좋아할 거라고 생각했어?”“어제 줄이 끊어져서 다쳤잖아. 네 기타도 많이 낡았고.” 레이는 자기 기타의 목을 쥐었다. 굳은 손가락 끝에 아직 작은 상처가 남아 있었다.“그래서 네 돈으로 좋은 걸 사 주면, 내가 넙죽 받을 줄 알았어?”“노래하는 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어.”“내 노래를 돈으로 사겠다는 것처럼 들려.” 주변으로 달려가던 열차가 사라지고서도 이음은 한동안 레이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카드로 결제할 때는 한 번도 망설이지 않았다. 그것이 선의라면 받는 사람도 기쁠 거라고 생각했다. 레이가 처음으로 자신을 바라보지 않고 기타만 쥔 채 말하는 지금에야, 선물이 아니라 요구처럼 보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음의 얼굴에서 웃음이 지워졌다. 레이가 상처 난 악기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이건 내가 처음으로 내 힘으로 산 기타야. 줄이 끊어지면 갈아 끼우면 돼. 다친 손도 내 거고. 이렇게 쌓인 시간이 내 음악이야.” 빨간 벨벳 위 기타가 갑자기 낯설어 보였다.“정말 내 노래를 위해서 가져온 거야? 나한테 어울리는 모습으로 꾸며 두고 싶은 건 아니고?” 이음의 목이 막혔다. 어머니의 병실에 날마다 새로 꽂히는 비싼 백합. 입을 사람 없이 옷장에 걸린 드레스들. 아버지는 어머니를 사랑했지만, 살아 있는 자신에겐 좋은 물건

  • 몰락한 상속녀, 7년 만에 첫사랑의 전속 하우스키퍼가 되었다   제213화 살 수 없는 마음

     팽, 하는 소리가 콘크리트 벽에 부딪혔다. 기타 줄 하나가 끊어져 레이의 왼손 손가락을 스쳤다. 붉은 피가 배어 나왔다.“레이, 손!”“괜찮아. 자주 있는 일이야.” 레이는 손가락을 입에 잠깐 넣었다가 바지에 닦았다. 기타 몸통은 긁힌 곳이 많았고, 픽가드 옆엔 칠이 벗겨진 나무가 드러나 있었다.“새 줄을 사면 되잖아.”“오늘은 돈이 없어. 내일 아르바이트비 받으면 갈아 끼우려고.” 돈이 없다. 이음에겐 좀처럼 듣지 못한 말이었다. 다친 손을 다시 보자 생각이 빨라졌다. 레이가 더는 손을 베지 않도록, 그의 노래가 더 좋은 소리로 울리도록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있었다. 그 마음이 레이에게 어떤 의미로 보일지는 생각하지 못했다. 레이는 벌써 기타를 케이스에 넣고 있었다. 이음은 줄만 선물하면 되는지 물으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낡은 악기에서는 언젠가 또 다른 곳이 고장 날 것이다. 그가 매번 손가락을 다치는 걸 바라볼 수는 없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차에서도 이음의 눈앞에는 피가 묻었던 손끝이 자꾸 나타났다. 다음 날 저녁, 이음은 청담동의 오래된 악기점에 들어갔다. 이동훈은 가게 밖에 기다리게 했다. 나무와 니스 냄새가 나는 벽에 빈티지 기타들이 걸려 있었다. 주인은 그녀의 시계와 유리문 밖 경호원을 보고 곧장 자세를 고쳤다.“어쿠스틱 기타를 찾고 있어요. 제일 좋은 것으로 보여 주세요. 가격은 괜찮아요.” 잠시 뒤 붉은 벨벳 위에 놓인 것은 수십 년 묵은 호박빛 기타였다. 주인이 줄을 한 번 뜯자 낮고 깊은 울림이 났다. 이음은 검은색 카드를 내밀었다. 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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