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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화 매수된 기사

Author: 花柳響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9-02 05:00:37

 다음 날 아침, 식탁 위에는 종이 잡지 대신 태블릿이 놓여 있었다.

 박현석이 새벽부터 정리해 보낸 기사 목록이었다.

 제목만 읽어도 속이 서늘해졌다.

‘현강 대표를 흔든 전직 하우스키퍼, 한명금융 후계자와의 관계는.’

‘감금 피해 주장 뒤에 숨은 거래 의혹.’

‘임신설까지 번진 현강의 사적 리스크.’

 기사들은 결정적인 사실을 거의 쓰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일각에서는’, ‘가능성이 제기된다’는 말 뒤에 추측을 쌓아 올렸다.

 어젯밤 행사장에서 찍힌 내 사진도 있었다. 상대와 대화하던 순간만 잘라내 마치 말다툼을 벌인 것처럼 보이게 편집돼 있었다.

 태윤이 화면을 내렸다.

“법무팀에서 허위사실 부분부터 삭제 요청 넣고 있어. 포털에도 정정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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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몰락한 상속녀, 7년 만에 첫사랑의 전속 하우스키퍼가 되었다   제97화 증거까지 닦지 마

     택시 뒷좌석에서 빗물이 옷자락을 타고 떨어졌다. 태윤은 내 손을 잡았다가 곧 힘을 풀었다.“세게 잡았어?”“아니.”“습관이 남아 있네.” 그가 쓴웃음을 지었다.“네가 사라질까 봐 손에 힘부터 들어가.” 나는 손가락을 움직여 그의 손바닥을 가볍게 눌렀다.“이제 안 사라져. 적어도 말도 없이 가는 건 안 할게.”“그 말이면 됐어.” 창밖으로 젖은 서울이 흘렀다. 성북동 집에 도착했을 때 둘 다 몸이 차가워져 있었다. 태윤이 먼저 욕실 쪽을 가리켰다.“씻어. 감기 걸리면 안 돼.”“너부터.”“서린아.”“대표님 내일 아침 재무회의 있죠?” 내가 일부러 업무 말투를 쓰자 그가 미간을 찌푸렸다.“그게 지금 무슨 상관이야.”“대표가 쓰러지면 회사가 더 위험해집니다.” 태윤이 나를 몇 초 보다가 결국 고개를 저었다.“이럴 때만 비서야.”“평소에도 비서거든.” 그가 욕실로 들어간 뒤 나는 주방에 물을 올렸다. 생강차를 만들며 테이블 위 태블릿을 켰다. 기사들은 여전히 현강을 물어뜯고 있었다. 확정되지 않은 회계 의혹, 거래처 이탈 가능성, 대표의 사생활 리스크. 예전 같았으면 태윤은 모든 기사에 반박하려 했을 것이다. 지금은 법무팀이 허위 부분만 표시하고, IR팀이 투자자 질문을 분류하고 있었다. 나는 화면을 내리다가 문득 생각했다. 청소를 오래 하면 이상한

  • 몰락한 상속녀, 7년 만에 첫사랑의 전속 하우스키퍼가 되었다   제96화 서울역에서 돌아오다

     서울역 대합실은 이른 시간인데도 사람들로 빠르게 채워지고 있었다. 전광판에 부산행 첫 열차가 떠 있었다. 나는 표를 사지 못한 채 의자에 앉아 있었다. 어디로 갈 것인지조차 정하지 않았다. 멀리 가면 해결될 거라는 막연한 생각뿐이었다. 휴대전화 화면에는 태윤의 이름이 여러 번 떴다. 받지 못했다. 대신 메시지를 보냈다.‘안전해. 병원 일정도 지킬게. 조금만 생각할 시간을 줘.’ 곧 답이 왔다.‘어디야.’ 나는 화면을 껐다. 그 순간, 스스로에게 화가 났다. 연락은 하겠다고 써 놓고 정작 필요한 정보는 숨기고 있다. 내 선택을 존중해 달라고 하면서, 상대에게 선택할 정보는 주지 않고 있었다. 캐리어 손잡이를 놓았다. 다시 집으로 돌아갈까. 그렇게 생각한 순간, 멀리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서린아!” 사람들 사이를 헤치고 태윤이 뛰어왔다. 검은 스웨트 셔츠에 운동화, 머리는 제대로 말리지도 못한 상태였다. 그는 내 앞까지 와서 숨을 고르며 멈췄다. 손부터 뻗지 않았다.“……괜찮아?”“응.”“어디 아픈 데 없어?”“없어.” 그제야 태윤이 눈을 감았다 뜨며 길게 숨을 내쉬었다.“내가 네 위치를 뒤진 건 아니야. 박 실장한테 연락했고, 네가 택시 결제 내역을 회사 복지카드로 잘못 찍었더라.” 그 말에 어이가 없어 웃음이 나올 뻔했다.“나 정말 바보네.”“그건 지금 중요하지 않아.” 태윤

  • 몰락한 상속녀, 7년 만에 첫사랑의 전속 하우스키퍼가 되었다   제95화 떠나는 사람의 착각

     금요일 저녁, 퇴근 준비를 하던 중 휴대전화가 울렸다. 발신자 표시 제한. 한 번 끊겼다가 다시 걸려왔다. 나는 바로 받지 않고 박현석에게 화면을 보여 줬다.“녹취 기능 켜고 받으시죠. 필요하면 제가 옆에 있겠습니다.” 회의실 문을 닫고 통화 버튼을 눌렀다.“윤서린입니다.” 몇 초간 정적이 흐른 뒤, 기계로 변조된 듯한 목소리가 들렸다.‘철벽 비서님. 회사 하나 지키는 게 생각보다 쉽죠?’ 말투는 바뀌어도 조롱하는 호흡은 익숙했다. 서유라.“용건만 말씀하세요.”‘당신 때문에 현강이 어디까지 버티는지 궁금해서. 곧 알게 될 거예요.’ 통화는 짧게 끊겼다. 그리고 십 분도 지나지 않아 경제 매체 여러 곳에서 알림이 쏟아졌다.‘현강홀딩스 일부 투자 건 회계처리 적정성 논란.’‘기관투자자, 현강 지배구조 리스크 재검토.’‘서진물산, 현강과의 모든 협력 논의 중단.’ 기사 대부분은 익명 제보와 ‘업계 관계자’를 근거로 했다. 그러나 시장은 사실이 확정될 때까지 기다려 주지 않는다. 태윤은 곧바로 재무·법무·IR 회의를 소집했다. 나는 자료를 정리하며 밤늦게까지 회사에 남았다. 집에 돌아온 건 새벽이 가까워서였다. 태윤은 넥타이도 풀지 못한 채 소파에 앉아 있었다.“감사법인에서 다시 검토 들어갔어. 문제 될 건 없어.”“거래처는?”“세 곳이 신규 발주 결정을 미뤘고. 내일 설명하러 간다.” 그는 담담하

  • 몰락한 상속녀, 7년 만에 첫사랑의 전속 하우스키퍼가 되었다   제94화 궁지에 몰린 다음 수

    “기록?” 서유라가 낮게 웃었다.“윤서린 씨, 회사 명함 하나 달았다고 정말 뭐라도 된 줄 아나 봐.”“명함 때문에 말씀드리는 게 아닙니다.” 나는 목소리를 높이지 않았다.“지금 직원들의 업무를 방해하고 있고, 승인 없이 통제 구역 출입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계속하시면 보안 절차에 따라 퇴실을 요청하고, 필요하면 경찰에 신고하겠습니다.” 유라의 수행직원이 주변을 살폈다. 휴대전화를 들고 있던 몇몇 직원은 보안 안내를 받고 카메라를 내리고 있었다.“감히 나를 경찰에 넘기겠다고?”“누구든 같은 절차를 적용합니다.”“나는 서진물산 회장 딸이야.”“알고 있습니다.”“아버지가 마음만 먹으면 현강 거래처 몇 군데쯤은 하루 만에 돌릴 수 있어.” 그 말이 떨어지는 순간, 옆에 있던 변호사의 얼굴이 굳었다. 나도 놓치지 않았다.“방금 말씀하신 내용도 공식적인 의사 표시로 이해하면 될까요?”“뭐?”“최근 현강 거래처에 동일한 계약 재검토 요구가 전달되고 있습니다. 서진물산과 관계가 있다는 취지로 말씀하신 거라면, 법무팀에서 확인할 수 있도록 정확히 남기겠습니다.” 유라의 얼굴에서 핏기가 빠졌다.“내가 언제 그런 뜻으로…….”“그렇다면 더 말씀하지 않으시는 편이 좋겠습니다.” 처음으로 그녀 옆 변호사가 앞으로 나섰다.“서유라 씨, 오늘은 돌아가시죠.”“놔요.”&ldqu

  • 몰락한 상속녀, 7년 만에 첫사랑의 전속 하우스키퍼가 되었다   제93화 로비에 나타난 서유라

     오후 두 시가 조금 지난 시각, 현강홀딩스 본사 로비에서 연락이 올라왔다.“서유라 씨가 대표님 면담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박현석이 태윤에게 태블릿을 내밀었다. 로비 CCTV 화면에는 베이지색 수트 차림의 서유라가 보였다. 옆에는 변호사로 보이는 남자와 수행직원 한 명이 서 있었다. 그녀는 소리를 지르지는 않았지만, 출입 게이트 앞에서 한 발도 물러서지 않았다.“약속은?” 태윤이 물었다.“없습니다. 본인은 대표님의 약혼자라며 즉시 면담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회의실 안 공기가 묘하게 굳었다. 최근 기사에서 반복된 ‘원래 정해진 약혼녀’라는 프레임을 본인이 직접 확인시키러 온 셈이었다. 태윤이 자리에서 일어났다.“내려가서 끝내지.”“잠깐.” 내가 말했다. 그가 나를 봤다.“대표가 직접 내려가면 저쪽이 원하는 그림이 될 수도 있어. 약혼 여부를 놓고 대표와 협상하는 사람처럼.”“그럼 계속 로비에 세워 둬?”“방문 절차대로 처리하면 돼.” 나는 목에 걸린 사원증을 확인했다.‘현강홀딩스 비서실 윤서린.’ 처음 이 회사에 들어왔을 때와 달리, 이제 그 카드가 누구에게 받은 임시 장식이라고 느껴지지 않았다. 일정 조정도, 해외 파트너 응대도, 오늘 같은 위기 대응도 내 업무였다.“내가 내려갈게.” 태윤의 표정이 즉시 굳었다.“몸은?”“괜찮아. 박 실장하고 보안팀 같이 내려가면 돼.”“내가 같이 가면?&

  • 몰락한 상속녀, 7년 만에 첫사랑의 전속 하우스키퍼가 되었다   제92화 증거로 가자

     오후가 되자 첫 번째 공식 입장이 나갔다. 수사 중인 한지후 사건과 윤서린의 회사 업무는 별개이며, 확인되지 않은 임신·친자 관련 정보와 사생활 추측에 대해서는 대응하지 않는다. 명백한 허위사실과 조작 자료는 법적 절차에 따라 정정과 삭제를 요청한다는 짧은 내용이었다. 태윤은 처음 작성된 초안을 세 번이나 줄였다.“이 정도면 돼?”“응. 화난 티도 안 나.”“엄청 화났는데.”“그래서 잘했어.” 나는 기사 묶음을 다시 살폈다. 그중 병원 사진 하나가 눈에 걸렸다. 지후와 내가 병원 정원에서 마주 앉은 모습. 실제로 있었던 장면이지만 기사에는 ‘사건 직전까지 이어진 은밀한 접촉’이라는 설명이 붙어 있었다. 사진만으로는 촬영 날짜도, 대화 내용도 알 수 없다. 그런데 같은 사진을 쓴 다른 매체에는 촬영 시간이 서로 다르게 적혀 있었다.“이상해.”“뭐가?”“여기는 오후 두 시라고 하고, 다른 기사는 오전이라고 해. 원본이 같은데 설명이 달라.” 태윤이 곧바로 박현석에게 연락하려 했지만 내가 손을 들었다.“사진 원본을 우리가 먼저 확보할 수는 없잖아. 병원 쪽 기록부터 보자.” 당시 나는 진료와 처치를 받았고, 병동 출입 기록과 간호기록이 남아 있다. 병원 보안영상이 보존 기간 안에 있다면 더 좋다. 법무팀은 즉시 병원에 관련 자료 보존을 요청했다.“사진 자체가 조작됐는지는 디지털 포렌식에 맡기고, 우리는 확실한 시간부터 맞추면 돼.” 내가 말하자 태윤이 한참 나를 바라봤다.“왜.”&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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