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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Penulis: 바나나
“어, 우리 소월이. 오빠 보고 싶었어?”

오빠의 미소는 한없이 다정했다. 굳이 보지 않아도 수화기 너머의 상대가 문소월이라는 것쯤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예전에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다며 온 세상을 내게 다 주어도 아깝지 않다고 하던 오빠였다. 하지만 이제 그의 눈 속엔 오직 가식적이고 여우 같은 저 입양된 여동생뿐이었다.

“소월아, 오빠 조금만 기다려. 일 얼른 끝내놓고 우리 소월이 보러 갈게. 응, 알았어. 내 몸은 내가 알아서 잘 챙길 테니까 걱정 마.”

수화기 너머에서 무슨 말을 했는지 조잘조잘 대화를 나누던 오빠의 안색이 별안간 서늘하게 굳었다.

“걱정 마. 졸업 논문 표절 건은 내가 반드시 심지민 입에서 네 논문을 훔쳤다는 자백을 받아낼 테니까. 끝까지 자백 안 하면, 인정할 때까지 두들겨 패서라도 자백하게 만들 거야! 그러니 소월아. 더는 속상해하지 말고 집에서 얌전히 오빠 기다려. 요즘 밖이 흉흉하니까 나갈 땐 꼭 오빠한테 미리 말하고, 알았지?”

오빠의 부드럽고 다정한 위로를 들으며, 나는 자조 섞인 헛웃음을 지었다.

‘엄연히 피를 나눈 친오빠이면서 어떻게 내 말은 손톱만큼도 믿지 않고 어디서 굴러들어온 애 말만 철석같이 믿는단 말인가. 그 논문은 명백히 문소월이 내 걸 표절한 것이었다고. 도대체 왜, 내 말은 단 한 번도 믿어주지 않는 건데!’’

“아, 참 오빠. 일요일 저녁에 꼭 와야 해. 내가 오빠를 위해 서프라이즈 선물을 준비해 뒀거든.”

수화기 너머로 문소월의 간드러지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내 머릿속에서 강렬한 경고음이 비명을 질렀다. 나는 다급하게 오빠의 팔을 세차게 흔들며 공포에 질려 외쳤다.

“안 돼! 가지 마, 오빠! 문소월... 쟤 미쳤어!”

하지만 오빠는 내 존재를 전혀 느끼지 못했다.

그는 그저 다정하게 웃으며 눈빛 가득 애정을 담고 말했다.

“걱정 마. 이쪽 사건 빨리 정리하고 돌아갈게.”

통화를 끝낸 오빠의 눈에 여전히 미간을 찌푸린 채 고민에 잠긴 조동욱의 모습이 들어왔다.

오빠가 가볍게 웃어 보였다.

“됐어요, 아저씨. 제가 다시 가서 시신 좀 확인해 볼게요. 다른 단서가 나올지도 모르니까요. 너무 걱정 마세요.”

조동욱이 급히 오빠의 팔을 붙잡았다.

“잠깐만, 내가 방금 지민이한테 전화했는데 안 받더라. 네가 한 번 걸어봐. 네 전화는 꼭 받을 거야.”

오빠는 건성으로 손사래를 쳤다.

“시간 없어요, 바빠 죽겠는데 걔를 찾을 정신이 어딨어요.”

조동욱은 고집을 꺾지 못하고 결국 한숨을 내쉬었다.

오빠는 몸을 돌려 부검실로 들어가 다시 내 시신과 마주했다.

그는 눈을 감고 심호흡을 하며 한참 동안 마음을 가다듬은 후에야 비로소 장갑을 끼고 내 몸을 꼼꼼하게 살피기 시작했다.

별안간 오빠의 안광이 예리하게 빛나더니 내 손을 움켜잡았다.

그 순간 내 심장도 순간 목구멍까지 튀어 올랐다.

‘드디어 나를 알아보는 걸까?’

내 손목 안쪽에는 옅은 초승달 모양의 흉터가 있었다. 어릴 적 같이 산에서 길을 잃었을 때 나뭇가지에 긁혀 남은 상처였다.

당시 오빠는 죄책감에 어쩔 줄 몰라 하며 자신의 작은 손수건으로 상처를 감싸주고는 나를 업은 채 집으로 가는 길을 찾아 헤맸다.

시간의 흐름 속에 희미해진 흉터였지만, 내게는 세상 무엇보다 소중한 추억이었다.

이 흉터를 보기만 하면 오빠가 분명 나를 알아볼 것이라 믿었다.

하지만 바로 그때, 고모의 전화가 걸려왔다.

“서진아, 지민이 너한테 있니? 이 계집애가 왜 전화도 안 받고 문자도 안 본대니?”

고모는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 나를 진심으로 걱정해 주는 유일한 혈육이었다. 그녀를 생각하자 가슴 한구석이 아릿해졌다.

그 말에 오빠의 목소리가 갑자기 거칠어졌다.

“고모, 걔 신경 쓰지 마세요. 갈수록 제멋대로라 눈에 뵈는 게 없는 애예요.”

“아이고, 너희 남매는 또 왜 그러니? 서진아, 고모가 잔소리하려는 게 아니라, 지민이는 네 위가 안 좋다는 걸 알고 일부러 영양사 자격증까지 따서 요리를 배웠어. 그 문소월이라는 애는 아무리 그래 봐야 남남인데...”

고모는 오빠를 타이르려 애썼다.

하지만 오빠는 고모의 말을 뚝 자르며 혐오감이 가득한 얼굴로 쏘아붙였다.

“고모, 걔를 소월이랑 비교하지 마세요. 속이 시커멓고 입만 열면 거짓말인 애예요. 지금도 관심을 끌려고 숨어서 실종된 척 쇼하는 건데, 제가 왜 그런 애한테 신경을 써야 해요. 됐어요, 고모. 저 바쁘니까 끊을게요.”

고모가 대답할 틈도 주지 않고 오빠는 그대로 통화를 종료했다.

아마 또 내 이름이 언급된 탓인지, 오빠는 내 손목을 건성으로 한 번 흘낏 보더니 짜증스럽게 장갑을 벗어 던졌다.

그렇게 오빠는 나를 알아볼 수 있었던 마지막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그때 갑자기 밖이 시끌벅적해졌다. 오빠가 나가보니 고등학생쯤 되어 보이는 남학생 하나가 눈이 벌게서 울고 있었다.

“제발 저희 누나 좀 찾아주세요, 누나가 사라졌어요, 흑흑...”

울음 섞인 목소리에는 깊은 절망이 배어 있었다.

오빠의 얼굴이 즉시 굳어졌다.

“학생, 진정하고 천천히 말해봐. 대체 무슨 일인데 그래?”

“누나가 올해 스물한 살인데 타지에서 일하거든요. 그런데 벌써 며칠째 연락이 안 돼요.”

남학생이 목이 메어 말했다.

“저한테는 이제 누나밖에 없어요. 제발 부탁드려요, 누나를 꼭 찾아주세요!”

남학생이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울부짖는 모습을 보자 내 마음마저 미어졌다.

겨우 이틀 연락이 닿지 않은 누나를 위해 저 남학생은 온 세상을 잃은 듯 애태우고 있는데 나는 벌써 나흘째 행방불명임에도 내 유일한 오빠는 아직도 내가 수작을 부리며 꾀를 쓰고 있다고만 원망하고 있으니 말이다.

나는 지그시 눈을 감았지만 이제 더 이상 흘릴 눈물조차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한때 나를 세상에서 가장 아껴주던 오빠는 이미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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