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지옥 같은 칼날들이 내 뼈와 살을 난도질하는 절망 속에서 나는 사력을 다해 오빠에게 전화를 걸었다. 희미해지는 의식의 마지막 끈을 붙잡고 겨우 버틸 무렵, 마침내 연결음이 끊겼지만 수화기 너머 오빠의 어조는 짜증으로 가득 차 있었다. “왜 또 전화질이야?” “오빠, 살려...” 하지만 내 간절한 애원은 다 끝나기도 전에 오빠의 사나운 목소리에 끊겨버렸다. “넌 왜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냐? 이달 말 소월이 성인식 때 안 오기만 해봐, 내 손에 죽을 줄 알아!” 말을 마친 오빠는 차갑게 통화를 끊어버렸다. 나는 전신을 찢는 극심한 전율과 참혹한 고통을 견디지 못한 채, 영원한 안식 속으로 눈을 감았다. 감긴 내 눈꺼풀 틈새로 피눈물 같은 물줄기가 소리 없이 흘러내렸다. ‘오빠, 굳이 오빠가 날 죽이려고 애쓰지 않아도 돼. 나 이미 죽었으니까.’
더 보기오빠의 핏발 선 눈동자가 허공을 갈랐다. 눈앞에서는 동료들이 하나둘 속절없이 쓰러져 가고 있었다.하지만 사무실에서 지원군이 도착해 가세한 끝에 주혁은 결국 현장에서 사살되었고 도주하던 문소월도 꼼짝없이 덜미를 잡혔다.한편 부상을 입은 조동욱은 급히 병원으로 이송되어 응급 처치를 받았다.오빠는 밤을 새워 문소월을 강도 높게 심문하기 시작했다.“너 도대체 정체가 뭐야? 왜 지민이를 죽였어?”오빠의 날카로운 추궁에도 문소월은 비열한 미소만 지을 뿐 입을 열지 않았다.끝까지 침묵을 유지하려는 심산이었다.분노한 오빠가 책상을 쾅 내려쳤다.“네가 입 다문다고 못 밝혀낼 줄 알아?”잠시 후 형사가 문소월의 인적 사항이 담긴 문서를 들고 들어왔다.“네 본명이 주희연이라고? 그럼 네 아비가 주성재였어?”오빠는 경악에 찬 눈으로 문소월을 바라보았다.“네가 우리 아빠 손에 잡혀 죽은 강도 놈의 딸이었다고?”문소월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그래, 맞아. 그동안 끔찍이 보살펴줘서 정말 고마웠어. 나 하나 때문에 친동생까지 매정하게 버리다니. 하늘에 계신 우리 아빠도 이 사실을 알면 아주 흡족해하시겠는 걸.”오빠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는 듯 허망한 표정을 지었다.“그럼 일부러 나한테 접근한 거였어?”문소월은 실성한 것처럼 광기 어린 웃음을 터뜨렸다.“당연하지. 그런데 너도 참 멍청하더라. 손가락만 살짝 까딱해도 나한테 쪼르르 달려왔잖아.”“그러니까 내가 내 손으로 살인마를 집에 끌어들여 지민이를 죽인 거야?”오빠는 미친 듯이 소리를 지르며 문소월에게 달려들었으나 곁에 있던 형사들에게 제지당했다.문소월은 오빠를 빤히 쳐다보며 잔인한 비수를 한 마디씩 꽂아 넣었다.“어디 그뿐이야? 지난 몇 년 동안 나 때문에 심지민을 사사건건 미워하고 괴롭혔던 건 잊었어? 그 꼴을 지켜보는 게 얼마나 짜릿했는지 몰라. 우리 남매가 복수를 위해 숨죽이고 버틴 보람이 있었지. 드디어 아빠의 원수를 갚았으니까.”오빠는 악을 쓰며 사람들의 손에 이끌려 취조실 밖으로 끌려
문소월이 왜 그렇게 백주대낮에 대담하게 내 펜던트를 들고 다닐 수 있었는지 생각해보면 오빠라는 든든한 뒷배를 믿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문소월의 말이라면 오빠는 단 한 번의 의심도 없이 무조건 믿었으니까.그렇기에 그 애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나와 오빠 사이를 갈라놓았고, 끊임없이 내 몸과 영혼에 더러운 구정물을 끼얹었던 것이다.심지어 바로 지금 이 순간까지도, 오빠는 마음 한구석으로 그녀를 믿고 싶어 했다.한참이 지난 후에야 오빠가 겨우 입을 열었다.“그럼 일단 은밀하게 뒷조사를 시작하죠. 내일 저녁에는 예정대로 소월이를 만나러 갈게요. 괜히 쓸데없는 의심을 사지 않게요.”하지만 생각지도 못하게 문소월은 하룻밤도 참지 못했다.오빠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의 휴대폰이 진동했다.“오빠, 지민이한테 무슨 일 생겼다는 게 진짜야? 오빠는 괜찮아?”수화기 너머 들려오는 문소월의 목소리에는 염려와 공포가 가득 배어 있었다.오빠는 조동욱을 슬쩍 쳐다보고는 덤덤하게 대답했다.“응, 난 괜찮아.”문소월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이내 조심스러운 척 훌쩍였다.“오빠, 아직 범인이 안 잡혔다면서. 나 너무 무서워. 오늘 밤에 집에 와서 나랑 같이 있어 주면 안 돼?”조동욱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자 오빠는 수락했다.“그래, 지금 바로 들어갈게.”전화를 끊자마자 조동욱은 오빠에게 신신당부하셨다.“무슨 낌새라도 보이면 지체하지 말고 우리한테 바로 연락해.”오빠는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오빠가 집에 도착했을 때, 집 안은 온통 칠흑 같은 어둠에 휩싸여 있었다.“소월아? 소월아!”오빠가 몇 번이나 소리쳐 불렀지만, 아무런 대답도 들려오지 않았다.오빠는 즉각 본능적인 경계심을 곤두세우고 구석에서 철제 몽둥이를 하나 집어 들었다.하지만 그때 갑자기 검은 그림자 하나가 오빠의 뒤편에 소리소문없이 나타났다.내 심장이 단번에 목구멍까지 치밀어 올랐다.주혁이었다.나는 공포에 질린 채로 그자가 오빠를 향해 한 걸음씩 다가가는 모습을 속수무책으로 볼 수밖에 없었
“넌 왜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냐? 이달 말 소월이 성인식 때 안 오기만 해봐, 내 손에 죽을 줄 알아!”말을 마친 오빠는 차갑게 통화를 끊어버렸다.목구멍까지 차올랐던 처절한 애원이 허공으로 사라졌고 내 생을 향한 마지막 희망의 끈도 그렇게 뚝 끊겨 나갔다.전화가 끊기자 주혁이 비열한 웃음을 흘렸다.“네 오빠가 내 여동생을 얼마나 끔찍이 여기는지 보이지? 걘 네가 눈앞에서 사라지길 간절히 바라고 있어. 그러니 내가 그 뜻을 친절히 받들어줄 수밖에.”시퍼런 칼날이 허공을 갈랐고 나는 완전히 암흑 속으로 침잠했다.다시 현실로 돌아와 보니 조수가 오빠의 뒤를 바짝 쫓으며 현장 수사 진척 상황을 상세히 보고하고 있었다.“혈흔 채취를 마치고 정밀 분석을 의뢰했습니다. 조만간 감식 결과가 나올 겁니다.”오빠는 바닥에 쪼그려 앉아 범인이 흘렸을지 모를 미세한 단서 하나까지 집요하게 쫓았다.나는 정말 말해주고 싶었다. 사실 범인은 바로 오빠 곁에 있다고 말이다.오빠가 사무실로 돌아왔을 때, 진 팀장이 참담한 낯빛으로 그를 맞이했다.“신원 감식 결과가 나왔어요. 사망자는... 심지민입니다.”순간 오빠의 몸이 크게 휘청였다. 그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부검 보고서를 멍하니 바라보며 고개를 저었다.“아니야, 그럴 리 없어. 지민이가 왜 죽어? 걔가 어떻게 죽을 수가 있어!”오빠는 실성한 사람마냥 부검실로 돌진해 내 시신을 꺼냈다.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훼손된 내 얼굴을 어루만지려 손을 뻗었지만, 그의 손끝은 허공에 멈춰 선 채 파르르 떨렸다.이윽고 그의 뜨거운 눈물이 내 팔 위로 뚝뚝 떨어져 내렸다.오빠는 천천히 내 손을 맞잡았고 이내 내 손목에 남은 희미한 흉터를 만졌다.결국 참아왔던 오열이 그의 목구멍을 찢고 터져 나왔다.“왜? 왜 하필 너야? 심지민! 얼른 일어나, 일어나서 나랑 말다툼도 하고 다시 한번만 나를 오빠라고 불러봐. 나 이제 화 안 낼게. 네가 죽기를 바란 적은 단 한 번도 없단 말이야. 왜 나한테 이러는 건데? 나한테는
오빠는 순간 멍하니 굳어버렸고 눈동자 속에는 극심한 혼란이 스쳐 지나갔다.“무슨 소리야? 심지민 휴대폰이 왜 네 손에 있어?”“서진 형, 저희 최초 범행 현장을 찾아냈습니다. 이 휴대폰도 거기서 발견됐고요. 아무래도 형이 직접 오셔야 할 것 같습니다.”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오빠의 몸이 벼락을 맞은 듯 비틀거렸다. 무언가 급히 되물으려 입을 벙긋거렸지만 목구멍에 돌덩이라도 얹힌 듯 아무런 말도 내뱉지 못했다.그때 조동욱이 다급하게 오빠의 소맷자락을 세차게 잡아끌었다.“멍청하게 서 있지 말고 어서 가자!”그제야 퍼뜩 정신을 차린 오빠는 문소월에게 황급히 말했다.“너 먼저 집에 가 있어. 나중에 연락할게.”문소월은 눈물을 그렁그렁 매단 채 다급히 오빠를 붙잡으려 손을 뻗었다. 하지만 그녀의 손은 오빠의 옷자락조차 스치지 못한 채 허공을 헛되이 움켜쥘 뿐이었다.오빠가 오직 나를 위해 문소월을 매정하게 내팽개쳐 두고 떠난 건, 살면서 이번이 정말 처음이었다.허둥지둥 멀어지는 오빠의 뒷모습을 보며 내 마음속에는 복잡한 감정이 일렁였다.그 찰나, 언제나 나를 가장 아끼고 보듬어 주던 예전의 오빠가 다시 내 곁으로 돌아온 것만 같았다.현장에 도착하자 막내 조수가 내 휴대폰을 들고 다가와 건넸다.“서진 형, 이 휴대폰은 구석에서 발견됐어요. 주변에 피가 잔뜩 묻어있는 걸 보면 피해자가 도망치려다 떨어뜨린 것 같습니다.”익숙한 핑크색 휴대폰 케이스를 본 오빠의 호흡이 급격히 가빠졌다.오빠의 손가락은 미세하게 떨렸고 익숙하게 자신의 생일을 입력하자 휴대폰 잠금이 해제됐다.조동욱은 마른침을 삼키며 오빠의 격해진 감정을 진정시키려 애썼다.“어쩌면 지민이가 휴대폰을 잃어버려서 누군가 주워 온 걸 수도 있어.”오빠는 초점 없는 눈으로 기계적인 고개만 끄덕였다.조동욱은 오빠의 등을 가볍게 쳐주었다.“정신 똑바로 차려야 해. 지레 겁먹고 나자빠질 때가 아니란 말이다.”오빠는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사방을 둘러보았다. 벽에는 마치 먹물을 뿌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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