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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화. 돛은 아래부터 사라진다

Author: Jino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10-16 18:54:08

아버지는 나루에서 돌아갔다.

배에 짐이 오르는 걸 끝까지 보았다. 말 위에서 한 번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다였다. 말머리를 돌려 북쪽 길로 올라갔다. 빗발은 그쳐 있었다.

루엔은 뱃전에 서서 아버지 등이 고개 너머로 사라질 때까지 보았다.

사라지는 데 마르타의 서른 열한 번이 걸렸다. 루엔은 그 수를 수첩에 적지 않았다.

*

배는 양털 상단의 강배였다. 길고 바닥이 납작했다. 돛대 하나에 네모난 돛 하나. 바람이 없으면 선원 여섯이 긴 장대로 강바닥을 밀었다. 짐은 양털 뭉치와 소금에 절인 생선 통, 그리고 루엔의 백스무 근이었다.

선장은 배 삯을 짐 무게로 받았다. 루엔이 방앗간 저울 값을 적은 종이를 내밀자 선장이 한참 보았다.

“누가 달았소.”

“방앗간 주인이 달고, 제가 적었습니다. 눈금은 두 번씩 읽었습니다.”

선장은 종이를 뒤집었다가 다시 보았다. 그러고는 배 저울에 올리지 않고 그 값대로 삯을 받았다.

“북쪽에 셈하는 도련님이 있다더니.” 선장이 말했다. “산적을 셈으로 쫓았다고.”

“셈으로 쫓은 게 아닙니다. 셈한 대로 쏜 겁니다.”

선장이 웃었다. 뒤에서 선원 하나가 따라 웃었다.

*

배가 남쪽으로 내려가는 동안 루엔은 두 가지를 쟀다.

낮에는 배 빠르기.

물가 나무를 셌다. 강둑을 따라 버드나무가 줄지어 서 있었다. 한 그루를 지나 다음 그루를 지날 때까지 맥박을 셌다. 나무 사이는 눈대중으로 열 걸음쯤. 쯤이 걸렸지만 다른 방법이 없었다.

첫날 적은 값이 들쭉날쭉했다. 한 시간에 이 리가 조금 넘었다가, 다음 시간엔 삼 리 가까웠다가, 다시 이 리가 안 됐다. 배는 같은 빠르기로 가는 것 같은데 수가 흔들렸다.

이튿날 아침, 늙은 선원 하나가 뱃고물에서 이상한 일을 했다.

부채꼴 나무판에 긴 줄을 묶어 물에 던졌다. 나무판이 물에 박혀 제자리에 서자 줄이 풀려 나갔다. 줄에는 일정한 간격마다 매듭이 지어져 있었다. 다른 선원이 작은 모래시계를 뒤집었다. 모래가 다 떨어지자 늙은 선원이 줄을 잡아 멈췄다.

“매듭 넷 하고 반.”

그는 뱃고물 기둥에 칼로 금을 그었다. 기둥에는 금이 수백 개 있었다.

루엔이 다가갔다.

“그 매듭 사이는 몇 뼘입니까.”

늙은 선원이 루엔을 위아래로 보았다. 그리고 줄을 한 뼘씩 재어 보였다. 매듭 사이가 모두 같았다. 루엔이 제 뼘으로 재 보았다. 제 손이 작아서 수는 달랐지만, 매듭 사이마다 같은 수가 나왔다.

“모래시계는요.”

“교회 모래시계를 보고 맞췄소. 스무 해 전에.”

루엔은 그날 하루, 선원이 매듭을 셀 때마다 제 나무 값을 옆에 적었다.

저녁에 두 줄을 나란히 놓았다.

선원 쪽 값은 고왔다. 매듭 넷 하고 반, 넷 하고 반, 넷, 넷 하고 반. 물살이 빨라지는 여울에서만 다섯. 배가 실제로 빨라지는 곳에서만 수가 움직였다.

루엔 쪽은 나무 사이가 제멋대로였다. 어떤 버드나무는 여덟 걸음 만에 서 있고, 어떤 건 열네 걸음 만에 서 있었다. 나무를 심은 사람이 걸음을 재 가며 심지는 않았다.

루엔은 뱃고물로 갔다.

“제가 졌습니다.”

늙은 선원은 기둥의 금을 손톱으로 긁으며 대답했다.

“이 줄로 스무 해 먹고 살았소.”

그날 밤 루엔은 수첩에 적었다. 배 빠르기: 선원 줄이 옳다. 내 나무 셈은 나무 심은 사람의 걸음에 달려 있었다. 버릴 것.

그리고 「제가 진 사람들」 쪽을 폈다. 늙은 재단사 아래에 한 줄을 더했다. 늙은 선원. 매듭 줄. 스무 해.

*

밤에는 별을 쟀다.

컴퍼스로 원을 그려 둔 나무판이 있었다. 한 바퀴를 삼백예순 칸으로 나눈 눈금판이었다. 한가운데 구멍에 끈을 꿰고 끝에 작은 돌을 달았다. 판 윗변을 따라 곧은 자를 댔다. 자 끝으로 북쪽 하늘의 한 별을 겨누면, 늘어진 끈이 눈금 하나를 가리켰다.

북쪽 하늘에서 움직이지 않는 별. 밤새 다른 별들이 그 둘레를 돌았다. 이 세계 뱃사람들도 그 별을 보고 북쪽을 찾았다.

나루에서 잰 첫날 밤, 끈은 쉰한 칸 하고 조금을 가리켰다.

사흘째 밤, 쉰 칸이 조금 넘었다.

엿새째 밤, 마흔아홉 칸.

별이 조금씩 낮아졌다. 남쪽으로 내려갈수록.

그날 밤 늙은 선원이 루엔 옆에 와 앉았다. 눈금판을 한참 내려다보았다.

“그걸로 뭘 재오.”

“저 별 높이입니다.”

선원이 팔을 쭉 뻗었다. 주먹을 쥐어 수평선에 대고, 그 위에 다른 주먹을 얹었다. 한 번, 두 번, 세 번. 다섯 번째 주먹 위에 손가락 하나를 세웠다. 손가락 끝이 별에 닿았다.

“주먹 다섯에 손가락 하나.” 선원이 말했다. “우린 이렇게 재오. 바다 뱃사람한테 배웠지. 남쪽 바다로 가면 주먹이 하나 줄어든다고. 그래서 바다 뱃사람은 자기가 얼마나 남쪽에 왔는지 별로 안다더군.”

루엔은 눈을 크게 떴다.

“나루에서도 재셨습니까.”

“재 봤지. 주먹 다섯에 손가락 둘이었소. 손가락 하나가 줄었지.”

루엔은 눈금판을 보았다. 나루에서 쉰한 칸 하고 조금. 오늘 마흔아홉. 두 칸 남짓. 선원의 손가락 하나가 두 칸쯤이었다. 셈이 맞았다.

“몇 리를 내려가면 손가락 하나가 줄어듭니까.”

“그건 모르오.” 선원이 어깨를 으쓱했다. “잴 까닭이 없었으니. 얼마나 왔는지는 매듭 줄이 알려 주고, 어디쯤인지는 강둑이 알려 주오. 별은 바다에서나 쓰지.”

“그 둘을 맞대면 세상이 얼마나 큰지 나옵니다.”

늙은 선원이 루엔을 보았다. 한참.

“세상이 얼마나 큰지 알아서 뭐 하게.”

루엔은 대답을 골랐다. 여러 개가 떠올랐다. 고른 건 가장 짧은 것이었다.

“모르는 게 싫습니다.”

선원이 웃었다. 이번엔 코웃음이 아니었다.

“그건 뱃사람도 마찬가지요.”

펠릭스와 오스윈에게서 들은 말이 있었다. 배운 사람은 세상이 둥근 걸 안다. 월식 때 달에 비친 땅의 그림자가 둥글었다. 여덟 살 봄 망루에서 루엔도 보았다. 그날 밤 수첩 맨 뒷장 「모르는 것」에 둘째 줄이 생겼다. 땅은 얼마나 큰가.

둥글다면, 둥근 땅 위를 남쪽으로 걸어가면 북쪽 별은 발밑 쪽으로 기운다. 얼마나 걸으면 한 칸이 기우는지 알면, 삼백예순 칸이 도는 길이도 나온다.

세상 둘레가.

루엔은 선원의 매듭 값으로 날마다 간 거리를 더했다. 그걸 별이 낮아진 칸 수로 나눴다.

수가 나왔다. 수첩에 적었다. 그 아래 줄을 그었다.

그리고 이렇게 덧붙였다.

강은 곧지 않다. 배는 남쪽으로만 간 게 아니라 동쪽 서쪽으로도 휘었다. 간 거리는 남쪽으로 간 거리보다 길다. 이 수는 너무 크게 나왔다. 얼마나 큰지 모른다.

눈금판 칸 하나가 끈 굵기만큼 흔들린다. 여섯 날에 두 칸 남짓. 두 칸을 셀 때 반 칸이 틀리면 네 할이 틀린다.

거칠다.

다만 한 가지는 적을 수 있었다. 떠나기 전 오스윈이 말해 준 수가 있었다. 청색탑 옛 책에 적힌 세상 둘레. 누가 어떻게 잰 것인지는 책에 없다고 했다. 거친 셈으로도 그 수보다 훨씬 컸다.

틀린 게 강 탓인지, 책 탓인지. 그건 걸어서 곧게 가 봐야 알 것이었다.

루엔은 맨 뒷장 둘째 줄 옆에 작게 적었다. 강배에서 한 번. 거칠다. 줄은 긋지 않았다.

*

열흘째, 강이 넓어지더니 호수가 되었다.

끝이 안 보였다. 선원들은 그냥 긴 호수라고 불렀다. 물빛이 잿빛에서 푸른빛으로 바뀌었다. 바람이 일정해서 선원들이 장대를 내려놓았다.

한낮에 앞서 가던 배 한 척이 멀어지고 있었다. 같은 상단의 배였다. 돛이 더 컸다.

루엔은 뱃머리에 앉아 그 배를 보았다.

배가 작아졌다. 작아지는 건 당연했다. 이상한 건 사라지는 순서였다.

배 바닥이 먼저 사라졌다. 물결 뒤로. 다음엔 뱃전. 선원들 머리. 돛 아랫단.

돛 윗부분만 물 위에 떠 있었다. 배는 없는데 돛만.

루엔은 벌떡 일어났다.

“저 배, 가라앉는 게 아니지요?”

늙은 선원이 코웃음을 쳤다.

“돛대 위로 올라가 보시오.”

루엔은 돛대 줄사다리를 탔다. 선원 하나가 뒤에서 허리띠를 잡아 주었다. 발밑이 흔들렸다. 돛대 꼭대기 가까이, 사람 키 네 배쯤 되는 높이에서 호수를 보았다.

배가 다시 보였다.

뱃전까지. 선원들 머리까지.

내려오니 다시 돛만 보였다.

물이 휘어 있었다. 호수 물이 평평한 게 아니라 아주 조금씩 둥글게 굽어서, 먼 배의 아랫도리를 가렸다. 높이 올라가면 굽은 등 너머가 보였다.

“뱃사람은 다 아오.” 늙은 선원이 말했다. “바다는 더 잘 보이지. 먼 데서 오는 배는 돛 끝부터 올라오고.”

루엔은 수첩에 적었다. 돛: 뱃사람은 안다. 높이와 보이는 거리를 재면 둥근 정도가 나온다. 그런데 물결 때문에 배가 사라지는 때가 흐리다. 나중에.

*

그날 밤, 호수 한가운데에서 선원들이 술을 돌렸다.

바람 좋은 날엔 이야기가 길어졌다. 루엔은 뱃고물 짐 사이에서 눈금판을 들고 별을 쟀다. 이야기는 저절로 들렸다.

“북쪽 산에 있던 레어 말이야.”

“잿빛 봉우리?”

“거기. 우리 할아버지 때만 해도 봄마다 거기서 연기가 났대. 지금은 안 나.”

“죽었나.”

“아니면 떠났거나.”

늙은 선원이 술잔을 비웠다.

“해마다 레어가 하나씩 빈다고들 하지. 어디서는 드래곤이 떠났다고 하고, 어디서는 숨었다고 하고. 누가 세어 보기라도 했나. 비었다는 소리만 해마다 들려.”

“세어 보면 되잖소.”

누군가 말했다. 다들 웃었다. 드래곤 레어를 세러 갈 사람은 없었다.

루엔은 눈금판을 내려놓고 수첩을 폈다. 맨 뒷장, 「모르는 것」. 줄이 셋 있었다. 샌 마나는 어디로 가나. 땅은 얼마나 큰가. 번개를 쓰던 사람은 왜 끝까지 세어 보고 갔나.

그 아래 한 줄을 더 적었다.

레어가 해마다 하나씩 빈다 — 뱃사람 말. 세어 본 사람 없음.

적고 나서 잠깐 보았다. 소문은 셈이 아니었다. 그래도 해마다 하나씩이라는 말엔 수가 들어 있었다. 수가 들어간 소문은 언젠가 세어 볼 수 있었다.

여덟 살 봄 망루에서 펠릭스도 비슷한 말을 했었다. 드래곤은 한 번 날 때마다 가슴속 심장 돌이 닳아서 굴에서 잘 나오지 않고, 해마다 수가 준다고. 수도원 옛 기록과 뱃사람 말이 같은 쪽을 가리켰다. 레어는 드래곤이 사는 굴이었다. 굴이 비는 것과 수가 주는 것은 같은 일일지도 몰랐다.

루엔은 그 줄 옆에 작게 덧붙였다. 펠릭스: 심장 돌이 닳는다.

*

열엿새째 아침, 강 끝에 왕도가 보였다.

먼저 보인 건 성벽이 아니었다.

첨탑 꼭대기였다. 안개 위로 뾰족한 것 몇 개가 솟았다. 흰 것, 붉은 것, 푸른 것. 배가 다가갈수록 첨탑이 길어졌고, 그다음에 지붕들, 맨 마지막에 성벽과 나루가 물 위로 올라왔다.

루엔은 뱃머리에서 그 순서를 보았다.

돛과 같은 순서였다.

“아스테른이오.” 선장이 말했다. “왕립 마법학교는 북쪽 언덕.”

루엔은 수첩을 폈다. 나루에 닿기 전에 오늘 밤 별 높이를 잴 자리부터 정해야 했다. 학교 기숙사 창이 북쪽으로 나 있을지는 가 봐야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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