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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화. 사십 일의 오두막

Author: Jino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10-16 18:56:56

가렛은 우물 앞에서 말에서 내렸다.

판자 테두리를 한 바퀴 돌아보았다. 도랑을 보았다. 젖은 판자 아래를 보았다. 루엔이 명부를 펴 보이려 하자 손을 들어 막았다.

“다 봤다.”

그러고는 기사들에게 짧게 말했다.

“덮어라.”

기사 둘이 수레에서 널빤지를 내렸다. 우물 위에 걸쳐 못을 박았다. 그 위에 쇠사슬을 둘렀다. 한 사람은 우물 옆에 남아 섰다. 창을 세우고.

마을 사람들이 몰려나왔다. 웅성거렸다. 아래 우물을 긷던 집이 열넷이었다.

“물은 어디서 긷소!”

“윗 우물과 강물.” 가렛이 대답했다. “끓여서.”

“땔감이 모자라오. 겨울 끝이라.”

가렛이 루엔을 보았다. 루엔은 그 물음을 밤새 셈해 두었다.

“한 집 하루 마실 물을 끓이는 데 장작 한 아름이 조금 안 듭니다. 아래 우물 집 열넷이면 열넷 아름. 성 장작 광에서 날마다 보내 주시면 됩니다. 스무 날이면 이백팔십 아름입니다.”

가렛은 셈을 되묻지 않았다. 기사 하나를 성으로 보냈다.

*

앓는 사람은 그날까지 열둘이 되었다. 아홉 집.

루엔은 마을 위쪽, 바람이 등지는 언덕배기에 빈 양 우리를 찾았다. 돌벽 셋에 지붕이 반쯤 남아 있었다. 코넬과 한스가 지붕을 덮었다. 짚을 깔았다.

“앓는 사람은 여기서 지냅니다. 돌보는 사람도 여기서 지냅니다. 오늘부터 마흔 날.”

“마흔 날이나?” 촌장이 물었다.

“앓는 사람이 다 나은 뒤로도 한동안은 몸에서 병이 나갑니다. 얼마나 오래인지는 병마다 다릅니다. 마흔 날이면 넉넉합니다. 넉넉하게 잡는 건 반올림이 아니라 모르는 만큼 남겨 두는 겁니다.”

오두막 문설주에 루엔은 막대 하나를 박았다. 오스윈의 말뚝처럼. 마흔 칸을 그어 두고, 날마다 해 질 때 한 칸씩 칼로 깊게 파게 했다. 숯으로 긋지 않고 판 까닭은 하나였다. 비가 와도, 누가 손으로 문질러도 지워지지 않게.

칠번 집 아낙이 가장 먼저 짐을 싸서 올라왔다. 딸을 업고.

*

돌보는 사람들에게 루엔은 세 가지를 일렀다.

첫째, 아픈 사람 몸에서 나온 것을 만지고 나면 손을 씻는다. 비누로. 손가락 사이까지.

둘째, 토한 것과 설사를 치울 때는 천을 세 겹 접어 입과 코를 가린다. 튀는 것이 입에 들어가지 않게.

셋째, 수건과 붕대는 한 번 쓰면 뜨거운 물에 담근다.

셋째가 문제였다. 수건은 날마다 수십 장이 나왔다. 그걸 다 삶으려면 땔감이 또 들었다.

루엔은 오두막 앞에 물 한 동이를 떠 놓았다. 손을 동이 위에 펼쳤다.

셋째 고리의 마법이었다. 가을에 셈을 끝내고 겨우내 서고에서 다듬은 것. 물막으로 손을 감싸 씻는 세정에서 한 걸음 더 나간 것이었다. 물을 얇은 막으로 펴서 마나로 데운다. 끓이지는 않는다. 끓는 데까지 가면 마나가 너무 들었다.

속으로 셈한 수가 있었다. 일흔둘. 그리고 열다섯. 전생에 배운, 끓이지 않고도 병을 죽이는 뜨거움과 그 뜨거움을 버티는 동안. 이 세계엔 그 수를 부를 이름이 없었다. 루엔은 이렇게 말했다.

“손가락을 넣으면 하나를 세기 전에 빼게 되는 뜨거움입니다. 거기서 수건을 열다섯 셀 동안 담급니다.”

동이 위에 김이 피어올랐다. 끓어오르지는 않았다. 번쩍임도 소리도 없었다. 코넬이 손가락을 넣었다가 소리를 지르며 뺐다.

“하나도 못 셌다.”

“맞게 데워졌습니다.”

루엔은 이 마법에 이름을 붙였다. 열탕. 뜨거운 물. 이름이 짧아야 사람들이 불렀다.

한 동이에 수건 스무 장. 하루 네 번. 루엔의 그릇으로 하루 여섯 번이 끝이었다. 넉넉했다.

땔감이 모자란 집에는 다른 것을 주었다. 로센 장터에서 사 온 맑은 유리병 열둘. 물을 채워 지붕 널에 눕혀 두었다. 해가 드는 한나절 동안.

“끓이는 게 먼저입니다. 땔감이 정말 없을 때만 이렇게 합니다. 흐린 날은 안 됩니다.”

“해가 병을 죽이오?” 촌장이 물었다.

“맑은 병 속의 물은 죽입니다. 오래 쬐면.”

루엔은 그 말을 하면서 알았다. 해 안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빛이 있었다. 무지개 바깥, 보랏빛 너머. 이 세계 누구도 그걸 몰랐다. 루엔도 아직 재지 못했다. 그래서 더 말하지 않았다.

*

사흘째 아침, 강 건너에서 낯선 깃발이 왔다.

로센 영주였다. 쉰 후반쯤. 얼굴이 마르고 은빛 수염을 짧게 깎았다. 모피 옷깃을 세웠다. 말에서 내리는 몸이 가벼웠다. 기사 넷을 데려왔다.

“하르트 영주.” 로센 영주가 가렛에게 말했다. “이 마을 사람들은 두 해 반 전까지 내 백성이었소.”

“지금은 내 백성이오.”

“알고 있소. 그러니 강물 얘기를 하러 왔지.” 로센 영주가 강 쪽으로 턱을 들었다. “저 강은 내 땅으로 흐르오. 강가에 내 마을이 넷 있소. 벌써 둘에서 애들이 앓는다는 말이 왔소.”

가렛이 루엔을 보았다. 로센 영주의 눈도 루엔에게 갔다.

“그 셈하는 둘째인가. 되를 만든.”

“예.”

“되를 정하는 건 왕의 일이라 편지를 쓴 게 나요.” 로센 영주가 말했다. 표정이 바뀌지 않았다. “물은 왕의 일이 아니오. 말해 보시오.”

루엔은 오두막 앞 땅바닥에 막대로 표를 그었다.

“앓는 사람 하나가 사흘 안에 둘에게 옮기고 누우면, 사흘마다 새로 앓는 사람이 두 배가 됩니다. 하나, 둘, 넷, 여덟.” 막대 끝이 한 칸씩 나아갔다. “열 번이면 천이 넘습니다. 서른 날입니다.”

“천.” 로센 영주가 되뇌었다.

“한 번 마실 때마다 옮는 물이 있으면 두 배보다 빠릅니다. 우물은 한 사람이 아니라 한 마을에 한꺼번에 옮깁니다. 영주님 마을 넷 가운데 도랑 옆에 우물이 있는 곳부터 막으셔야 합니다. 강물은 끓여서.”

로센 영주는 땅바닥의 칸을 오래 보았다. 막대로 그은 칸 열 개. 끝 칸에 천.

“내 마을 우물은 누가 가서 보오.”

“저희 영지 명부처럼 집마다 번호를 붙이고, 앓는 집이 어느 물을 긷는지 세시면 됩니다. 하룻밤이면 됩니다.”

“번호.” 로센 영주가 입꼬리를 비틀었다. 웃음은 아니었다. “이 마을에서 번호를 붙인 게 너였군.”

“예.”

로센 영주는 대답하지 않고 말에 올랐다. 기사 하나에게 무어라 짧게 일렀다. 기사가 먼저 달려갔다. 그날 해 질 무렵, 강 아래쪽 로센 마을 쪽에서 망치 소리가 들렸다. 우물에 널빤지를 박는 소리였다.

가렛이 그 소리를 한참 들었다.

“저 사람이 우리 쪽 말을 따른 건 처음이다.” 가렛이 말했다. “되 때도, 칙령 때도.”

“물은 되보다 빠릅니다.”

가렛이 루엔을 보았다. 그리고 드물게, 짧게 웃었다.

*

이레째 되는 날 정오, 앨드릭이 나룻배로 건너왔다.

새 마을 두 우물가와 오두막 앞에 발 대야를 셋 세운 뒤였다. 나무 기둥 둘에 매단 물통, 발판 끈, 끈에 묶은 비누. 노르벡 것과 같았다. 새 마을 사람들은 줄을 서지 않았다. 대야 앞을 흘끗 보고 지나갔다. 로센에서 들은 설교가 있었다. 물은 살갗 구멍을 연다.

앨드릭은 나룻배에서 내리자 곧장 우물가로 갔다. 발 대야 앞에 섰다.

대낮이었다. 사람들이 보고 있었다.

앨드릭은 사제복 소매를 걷었다. 발판을 밟았다. 물이 흘렀다. 비누를 손에 문질렀다. 손가락 사이까지. 손톱 밑까지. 헹궜다. 천에 닦았다.

그리고 대야 옆에 비켜서서 다음 사람을 기다렸다.

한참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다. 그러다 칠번 집 아버지가 걸어 나왔다. 앨드릭 뒤에 섰다. 그 뒤로 촌장이. 그 뒤로 아낙 둘.

“사제님이 줄을 서셨다.” 누군가 말했다.

그 말이 마을을 한 바퀴 돌았다. 해가 기울 무렵 대야 앞 줄은 처음의 두 배가 되어 있었다.

루엔은 멀리서 보았다. 네 해 전 새벽 노르벡 우물가에서, 앨드릭은 아무도 모르게 손을 씻었다. 오늘은 모두가 보는 데서 씻었다.

앨드릭이 루엔 쪽으로 걸어왔다. 소매를 내리며.

“설교는 바꾸지 않았습니다.” 앨드릭이 말했다. “바꿀 말을 아직 못 찾았습니다.”

“줄은 바꾸셨습니다.”

앨드릭이 잠깐 웃었다. 부끄러운 웃음이었다.

*

새로 앓는 사람은 하루하루 줄었다.

이틀째 셋. 사흘째 둘. 나흘째 둘. 닷새째 하나. 엿새째 하나. 이레째 하나. 여드레째 없음. 아흐레째 없음.

루엔은 날마다 수를 받았다. 새 마을 교회 종탑에서. 칠번 집 아버지가 종 치는 사람이었다. 루엔은 브란에게 하나 더 두드리게 한 놋쇠 거울을 그에게 맡겼다. 해 질 녘 종을 치고 나면 종탑에서 방앗간 망루로 빛을 보냈다. 짧게 센 수만큼. 방앗간 망루에서 코넬이 받아 성 북쪽 망루로 보냈다.

첫날은 어긋났다. 종탑에서 셋을 보냈는데 코넬은 넷을 받았다. 종을 치고 난 팔이 떨려 마지막 빛이 두 번으로 갈라졌다고 했다.

루엔은 규칙을 둘 더했다. 수를 다 보내면 길게 한 번. 끝이라는 뜻. 그리고 같은 수를 한 번 더. 두 번 받은 수가 같아야 적는다.

“한 번 보내면 될 걸 두 번 보내라고?” 칠번 집 아버지가 물었다.

“두 번 보내시면 아저씨 팔이 떨려도 형이 압니다. 두 수가 다르면 형이 「다시 보내라」를 보냅니다.”

이튿날부터 수가 어긋나지 않았다. 코넬은 받은 수를 성 망루 벽에 숯으로 적었다. 날짜와 함께. 칸은 반듯했다. 글씨는 여전히 대충이었다.

앓다 죽은 사람은 하나였다. 스무째 집 할머니. 겨우내 기침을 하던 사람이었다. 루엔은 명부 스무째 칸에 날짜를 적었다. 적는 손이 한 번 멈췄다. 그래도 적었다.

칠번 집 계집아이는 열흘째에 일어나 앉았다. 열이틀째에 제 손으로 사발을 들었다. 아낙이 오두막 문설주 막대에 그날 몫 칸을 파다가 칼을 떨어뜨렸다. 울고 있었다.

방학이 끝나 가고 있었다. 루엔은 떠나기 전날 오두막 막대를 보았다. 열아홉 칸이 파여 있었다. 스물한 칸이 남았다.

“마흔째 칸을 파는 날, 거울을 보내 주십시오.” 루엔이 칠번 집 아버지에게 말했다. “다 됨. 그 신호로.”

“도련님은 그때 학교에 계실 텐데.”

“형이 받습니다. 형이 적습니다.”

코넬은 옆에서 말이 없었다. 다만 거울을 소매로 한 번 닦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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