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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화. 끊기지 않는 선

作者: Jino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10-16 18:57:10

늙은 석공은 일흔 가까워 보였다. 무릎을 꿇은 채 돌마당 홈을 손가락으로 쓸어 나갔다. 손가락 마디가 굵고 손톱이 닳아 평평했다.

루엔이 곁에 쪼그려 앉았다.

“두 군데서 멈추셨습니다.”

석공이 고개를 들었다. 눈이 작고 주름이 깊었다.

“봤소?”

“예. 북쪽 작은 원 옆 한 군데, 남쪽 한 군데.”

석공이 손가락으로 그 자리를 짚었다. 홈 가장자리 돌이 다른 데보다 거뭇했다. 서리가 앉았다 녹았다를 오래 되풀이한 자국이었다.

“여기서 끌을 떼오. 해마다.”

*

강당 앞 돌마당에 새겨진 원진은 학교에서 가장 컸다.

지름이 마흔 걸음이 넘었다. 큰 원 하나. 그 안에 작은 원 넷. 원과 원을 잇는 곧은 선들, 가운데서 엇갈리는 선들. 교정을 감싼 방어 결계의 심장이었다. 실습장에서 튄 불덩이, 밤중에 담을 넘는 손님. 결계가 그것들을 막았다.

돌바닥 홈은 겨울마다 서리에 갈라졌다. 그래서 봄마다 석공들이 옛 홈을 따라 새로 팠다. 끌을 한 번 대면 끝까지 떼지 않고 파야 했다. 마나는 홈을 따라 흐르는데, 끊긴 데서는 넘치고 샜다.

해 뜨는 쪽 끝에 여는 자리가 있었다. 해 지는 쪽 끝에 닫는 자리. 교관들이 새벽마다 여는 자리에 마나를 부으면 홈을 타고 흘러 닫는 자리까지 갔다.

“그런데 한 번에는 못 파오.” 석공이 말했다. “도면대로 가면 꼭 두 번 끌을 떼야 해. 북쪽에서 한 번, 남쪽에서 한 번. 백 년 동안 누가 해도 그랬소. 내가 마흔 번을 팠는데 마흔 번 다 그랬고.”

“떼신 자리는 어떻게 하십니까.”

“다시 대고 이어 파지. 그래도 이음매는 이음매요. 겨울밤에 거기서 서리가 반짝거려. 새는 거지.”

석공이 끌 자루로 거뭇한 자리를 두드렸다.

“원래 그렇소.”

루엔은 수첩을 폈다. 앞쪽, 원래 그렇다 쪽. 서른여덟. 대마법진은 두 군데서 끊긴다. — 석공. 일흔 가까움. 열세 살 봄.

석공이 수첩을 흘끗 보았다.

“그건 뭐요.”

“고칠 것들입니다.”

*

도면은 교장실 궤짝에 있었다. 헤일로크 교수가 꺼내 주었다.

백 년 전 황색탑이 그린 것이라고 했다. 두꺼운 양피지 넉 장을 이어 붙였다. 선이 가늘고 반듯했다. 여백에 탑의 글씨로 새기는 차례가 적혀 있었다. 여는 자리에서 시작해 북쪽 원을 돌고, 가운데로 들어와, 남쪽으로.

“베껴도 됩니까.”

“사흘. 주지.” 헤일로크가 말했다. 한 해 전 보정표를 내줄 때와 같은 말이었다.

루엔은 도면을 종이에 옮겼다. 그리고 선이 만나는 자리마다 점을 찍었다. 원과 원이 닿는 자리. 곧은 선이 원에 붙는 자리. 선끼리 엇갈리는 자리.

점마다 몇 개의 선이 모이는지 셌다.

대부분 넷이었다. 두 선이 엇갈리면 넷. 원 위에 곧은 선 하나가 붙으면 셋. 원 위에 선 둘이 붙으면 넷.

루엔은 점 옆에 수를 적어 나갔다. 넷, 넷, 넷, 여섯, 넷, 셋.

*

한붓으로 긋는다는 건 무엇인가.

끌이 한 점을 지나간다. 들어오는 선이 하나 있으면 나가는 선이 하나 있다. 한 번 지나갈 때마다 선 둘을 쓴다. 두 번 지나가면 넷. 그러니 지나가기만 하는 점엔 선이 둘, 넷, 여섯. 짝을 이루어 모여야 한다.

선이 홀수 개 모인 점은 다르다. 짝이 맞지 않는다. 하나가 남는다. 남은 하나는 거기서 끌을 대기 시작하거나, 거기서 끌을 떼고 끝나야 한다.

시작은 한 번, 끝은 한 번이다.

그러니 홀수 점이 둘이면 한 번에 긋는다. 하나에서 시작해 다른 하나에서 끝난다. 홀수 점이 없으면 시작한 데서 끝난다.

홀수 점이 넷이면 한 번에 못 긋는다. 끌을 한 번은 떼야 한다. 뗀 자리에 끝이 둘 더 생긴다.

셈은 그뿐이었다. 선을 세기만 하면 됐다. 루엔은 전생에 이걸 다리 일곱 개짜리 옛이야기로 배웠다. 이 세계엔 그 이야기가 없었다. 대신 해마다 두 군데서 끊기는 돌마당이 있었다.

*

루엔은 도면의 점을 다 셌다. 홀수 점을 골라 동그라미를 쳤다.

여는 자리. 셋.

닫는 자리. 셋.

남쪽, 석공 손가락이 멈춘 자리. 셋.

동그라미가 셋이었다.

루엔은 펜을 멈췄다.

홀수 점이 셋일 수는 없었다. 선 하나에는 끝이 둘 있다. 모든 점에 모인 선을 다 더하면 선 수의 두 배, 반드시 짝수다. 짝수를 만들려면 홀수 점도 짝을 지어 있어야 한다. 둘, 넷, 여섯.

셋이 나왔다면 루엔이 하나를 빠뜨린 것이었다.

루엔은 처음부터 다시 셌다. 점 하나하나. 이번엔 손가락으로 짚어 가며. 북쪽 작은 원. 석공이 멈춘 다른 한 자리. 처음엔 넷으로 적었다. 원이 그 점을 지나가니 둘, 곧은 선이 둘 붙으니 둘.

도면을 창가로 가져가 햇빛에 비춰 보았다. 곧은 선이 하나 더 있었다. 머리카락처럼 가는 선. 원 안쪽 작은 원에서 뻗어 나와 그 점에 닿아 있었다. 먹이 바래 거의 보이지 않았다.

원이 지나가며 둘. 곧은 선 셋. 다섯.

다섯. 홀수.

동그라미가 넷이 되었다. 여는 자리, 닫는 자리, 북쪽, 남쪽.

석공 손가락이 멈춘 두 자리가 정확히 나머지 둘이었다.

루엔은 한참 그 종이를 보았다. 백 년 동안 석공들이 끌을 뗀 자리는 석공들 솜씨 탓이 아니었다. 도면이 거기서 떼라고 하고 있었다.

*

고치는 법은 짧았다.

북쪽과 남쪽, 두 홀수 점을 선 하나로 잇는다. 그러면 두 점에 선이 하나씩 더 모인다. 셋은 넷이 되고 다섯은 여섯이 된다. 짝이 맞는다. 홀수 점은 여는 자리와 닫는 자리 둘만 남는다.

여는 자리에서 끌을 대면, 닫는 자리까지 한 번도 떼지 않고 갈 수 있다.

두 점 사이는 멀었다. 원을 돌아가면 길었다. 루엔은 가운데 엇갈리는 선들 사이로 곧게 지나가는 길을 찾았다. 다른 선과 엇갈리는 자리가 둘 생겼다. 엇갈리면 넷이니 짝은 그대로였다.

새로 긋는 선은 스물두 걸음이었다.

*

루엔은 도면을 들고 가기 전에 늙은 석공부터 찾아갔다. 돌마당 가장자리 그늘에서 끌을 갈고 있었다.

루엔은 흙바닥에 네모를 하나 그렸다. 그리고 모서리에서 모서리로 대각선 하나.

“이걸 끌을 떼지 않고 한 번에 그어 보시겠습니까.”

석공이 막대기를 들었다. 한 모서리에서 시작했다가 막혔다. 다른 모서리에서 시작했다가 또 막혔다. 세 번째에 대각선 한쪽 끝에서 시작하자 한 번에 끝났다. 끝난 자리는 대각선 반대쪽 끝이었다.

“됐소.”

루엔은 옆에 네모를 하나 더 그렸다. 이번엔 대각선 둘. 가운데서 엇갈리는 두 줄.

석공은 오래 그었다. 모서리마다 시작해 보았다. 가운데서 시작해 보았다. 끝내 막대기를 한 번은 떼야 했다.

“이건 안 되오.”

“앞의 것은 선이 셋 모인 모서리가 둘입니다. 뒤의 것은 넷입니다. 선이 홀수 개 모인 자리가 둘이면 한 번에 되고, 넷이면 안 됩니다. 되는 것도 꼭 홀수 자리에서 시작해야 합니다.”

석공이 두 네모를 번갈아 보았다. 모서리마다 손가락을 대고 입술로 셌다. 셋. 둘. 둘. 셋.

그러고는 돌마당을 돌아보았다. 마흔 번을 판 원진을.

“그럼 저것도.”

“저건 넷입니다. 선 하나를 더 그으면 둘이 됩니다.”

석공은 한참 말이 없었다. 끌 가는 손이 멈춰 있었다.

“마흔 해 동안 내 손이 모자란 줄 알았소.” 석공이 말했다. 화난 목소리가 아니었다.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목소리였다. “셈이 모자랐던 거군.”

“손은 모자라지 않으셨습니다. 끌을 뗀 자리가 해마다 손톱만큼도 안 틀렸습니다.”

*

헤일로크 교수는 루엔의 종이를 오래 보았다. 두툼한 손가락으로 점을 하나씩 짚었다. 루엔이 적은 수를 제 입으로 세었다. 넷. 넷. 셋. 다섯.

“선 하나를. 더 그으면.”

“원을 새로 닫지 않습니다. 곧은 선입니다. 결계의 둘레는 그대로입니다. 마나가 가는 길만 하나 더 생깁니다.”

“마나가 가는 길이 하나 더 생기면. 마나가 거기로 새지 않나.”

“새지 않습니다. 끝이 없는 길은 새지 않습니다. 끝이 있어서 새는 겁니다.”

교수는 보정표를 꺼냈다. 새 선이 지나는 자리의 원 크기들을 찾아 셈해 보았다. 오래 걸렸다. 루엔은 기다렸다. 교수가 제 표로 검산하는 동안.

“맞군.” 교수가 말했다. “그런데. 이건 내가 정할 일이. 아니네.”

교장 마그누스 할베르크는 종이를 한 번 보고 루엔을 보았다.

“틀리면.”

“새 선을 메우고 옛 도면대로 다시 파면 됩니다. 한 해 늦어질 뿐입니다.”

“틀린 걸 어떻게 아느냐.”

“새벽마다 교관님들이 붓는 마나를 재겠습니다. 결계 여는 자리에서. 올해와 지난해를.”

교장은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허락이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대신 헤일로크에게 말했다.

“석공들한테 말해라. 올해는 이 아이 차례대로 판다고.”

*

그 한 달 동안 루엔은 빵도 쟀다.

학교 언덕 아래 구스타프의 빵집. 동화 한 닢에 한 덩이. 루엔은 날마다 한 덩이씩 사서 장터에서 산 작은 접시 저울에 달았다. 반대쪽엔 동화를 쌓았다.

첫날 삼백열 닢. 이튿날 삼백열둘. 그리고 조금씩 내려갔다. 스무째 날쯤엔 이백여든 닢 언저리에서 멈췄다. 한 달 동안 한 덩이의 열에 하나가 사라졌다.

한 달째 되는 날 루엔은 표를 들고 빵집에 갔다.

구스타프는 둥글고 붉은 얼굴이었다. 밀가루 앞치마. 팔뚝에 화덕에 덴 자국이 여럿. 표를 받아 들고 한참 보았다. 서른 칸. 날짜, 무게, 날씨까지.

“한 달 내내 우리 빵만 먹었냐.”

“예. 날마다 한 덩이.”

“다른 빵집 거는.”

“섞으면 표가 틀립니다.”

구스타프가 크게 웃었다. 빵집 안이 울렸다. 그러다 표를 탁자에 내려놓았다.

“지난가을 밀이 흉년이었다. 밀 값이 두 할 올랐어. 빵 값을 올리려면 한 닢 하고 조금을 받아야 하는데, 그 조금짜리 동전이 어디 있냐. 반 닢짜리도 없다. 그래서 빵을 줄였지.”

틀린 말이 아니었다.

“그러면 무게를 적어 붙이십시오. 동화 한 닢에 이만큼이라고. 줄이셔도 사는 사람이 압니다. 알고 사면 속은 게 아닙니다.”

구스타프가 루엔을 보았다. 오래.

이튿날 아침 빵은 삼백열 닢으로 돌아와 있었다. 빵집 문에 널빤지가 걸렸다. 한 덩이. 동화 한 닢. 무게는 루엔 글자로. 그리고 구스타프가 빵 한 덩이를 더 얹어 주었다.

“덤이다. 표 값.”

루엔은 기숙사에 돌아와 덤을 따로 달았다. 이백육십 닢.

테오가 들여다보았다. “덤이 더 작네.”

“덤은 덤입니다.”

루엔은 표 맨 아래에 따로 한 줄을 적었다. 덤: 이백육십. 덤이라 적지 않았다면 틀린 칸이 될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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