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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화. 미는 자

Autor: Jino
last update Data de publicação: 2026-10-16 18:59:06

목수 조합장은 나무 자 두 개를 손바닥에 올려놓고 한참 보았다.

자 두 개는 길이가 같았다. 둘 다 한 뼘 반. 결 고운 배나무였다. 한쪽 면에 눈금이 새겨져 있었다. 그런데 눈금 사이가 고르지 않았다. 왼쪽 끝에선 넓고, 오른쪽으로 갈수록 좁아졌다. 끝에 가서는 거의 붙어 있었다.

“자가 삐뚤게 새겨졌소.” 조합장이 말했다.

“일부러 그렇게 새겼습니다.” 루엔이 말했다.

조합 회관 탁자 둘레에 목수 여남은 명이 모여 있었다. 지난해 봄에 교구 모래 물통을 짠 사람들이었다. 루엔이 그린 층 그림대로 통 삼백 개를 짰다. 그 뒤로 조합 사람들은 이 깐깐한 학생이 하는 말을 한 번은 들어 주었다.

한 번은.

“곱셈을 해 보겠습니다.” 루엔이 자 두 개를 나란히 붙였다. “열일곱에 스물셋.”

아래 자의 첫 눈금에 위 자의 열일곱을 맞췄다. 아래 자에서 스물셋을 찾았다. 그 위에 있는 위 자의 눈금을 읽었다.

“삼백아흔하나.”

조합장이 셈판을 끌어당겼다. 조약돌을 놓았다. 한참 걸렸다.

“… 삼백아흔하나.”

탁자 둘레가 웅성거렸다.

*

로그표는 곱셈을 덧셈으로 바꾼다. 두 수의 칸을 찾아 더하고, 그 합의 칸을 거꾸로 찾으면 곱이 나온다.

더하기는 길이로도 할 수 있었다. 막대 두 개를 이어 붙이면 길이가 더해진다.

그래서 루엔은 로그표의 값을 길이로 바꿨다. 자에 눈금을 새기되, 수 자체가 아니라 로그표의 값만큼 떨어진 자리에. 그러면 자 두 개를 밀어서 길이를 더하는 것만으로 곱셈이 되었다. 거꾸로 밀면 나눗셈이 되었다.

셈판도 표도 필요 없었다. 자 두 개와 눈.

“글을 몰라도 됩니까.” 늙은 목수 하나가 물었다.

“숫자만 읽으시면 됩니다. 조합에서 쓰는 숫자 표시 그대로 새겼습니다.”

“끝자리는.”

“끝자리는 안 나옵니다.” 루엔은 그 말을 할 때 조금 괴로웠다. “셋째 자리까지만 믿을 수 있습니다. 삼백아흔하나는 맞았지만, 자로 읽으면 삼백구십 조금 넘게까지만 보입니다. 끝자리가 필요한 셈은 표로 하십시오.”

“목수한테 끝자리는 필요 없소.” 조합장이 말했다. “톱날 두께가 끝자리요.”

탁자 둘레에서 웃음이 났다. 루엔은 웃지 않았다. 그 말이 맞았기 때문이었다.

*

조합은 자 서른 개를 원했다. 루엔은 한 달에 서른 개를 새길 수 없었다. 수업이 있었다.

조합장이 말했다. “본은 있으니 우리가 새기겠소. 우리 손이 학생 손보다 빠르오.”

틀린 말이 아니었다. 조합 목수들은 루엔보다 훨씬 빠르게, 훨씬 곱게 나무를 다뤘다.

루엔은 본을 빌려주었다.

석 주 뒤, 조합 회관에서 사람이 왔다. 조합장이었다. 얼굴이 굳어 있었다.

“자가 틀렸소.”

회관 뒷마당에 헛간 하나가 서 있었다. 새로 지은 것이었다. 지붕 한가운데가 눈에 보일 만큼 처져 있었다.

“들보 굵기를 새 자로 셈했소. 들보 길이가 옛 헛간보다 길어서. 새 자로 셈하니 이 굵기가 나왔소.”

루엔은 조합 사람들이 새긴 자 서른 개를 탁자에 늘어놓았다. 하나씩 나란히 붙여 보았다.

서른 개가 전부 달랐다.

첫 눈금은 모두 같았다. 끝 눈금도 거의 같았다. 그 사이가 달랐다. 어떤 자는 가운데 눈금이 손톱 두께만큼 왼쪽에 있었다. 어떤 자는 오른쪽에 있었다. 본을 보고 옮겨 새기면서 사람마다 조금씩 어긋났다. 앞 눈금에서 재서 다음 눈금을 새기니, 어긋남이 쌓였다.

헛간 들보를 셈한 자는 그 가운데 가장 많이 어긋난 자였다.

“다친 사람은 없습니까.”

“없소. 짐 넣기 전에 처진 걸 봤소.”

루엔은 서른 개의 자를 한참 보았다.

“제 잘못입니다.”

조합장이 루엔을 보았다.

“본을 빌려드리면서 어떻게 옮겨 새기라는 걸 말씀드리지 않았습니다. 앞 눈금에서 재서 다음 눈금을 새기면 틀린 게 쌓입니다. 영지에서 되를 만들 때 이미 겪은 일입니다. 여기서 또 잊었습니다.”

*

루엔은 대장간에 갔다.

아스테른 조합 대장장이에게 쇠 자 하나를 부탁했다. 휘지 않는 두꺼운 쇠. 거기에 루엔이 직접 눈금을 새겼다. 한 눈금에 반나절이 걸렸다. 눈금마다 로그표를 다시 찾고, 컴퍼스로 거리를 떠서, 한 번에 새기지 않고 세 번 대 보고 새겼다. 열이레가 걸렸다.

쇠 원본 자였다.

다 새긴 날 밤, 클라리사가 컴퍼스를 들고 도서관 뒤 방에 왔다. 누가 부르지도 않았다.

“내가 볼게.”

클라리사는 눈금마다 컴퍼스를 대고, 그 거리를 로그표의 값과 맞댔다. 루엔이 새긴 순서가 아니라 거꾸로, 끝에서부터. 루엔이 틀렸다면 루엔이 셈한 순서로는 못 찾을 거라고 했다.

새벽까지 걸렸다. 하나도 틀리지 않았다.

클라리사는 조금 실망한 얼굴로 컴퍼스를 내려놓았다.

루엔은 쇠 자를 뒤집었다. 뒷면 한쪽 끝에 정으로 작게 새겼다.

「검산: 클라리사 보움.」

클라리사가 그 글씨를 오래 내려다보았다. 쇠에 새긴 글씨는 장부 여백의 잉크처럼 지울 수도 없었다.

“… 이건 좀 반칙이다.”

“원본입니다. 원본에는 누가 검산했는지 남아야 합니다.”

규칙은 셋이었다.

하나. 나무 자를 새길 때는 반드시 쇠 원본 옆에 붙여 놓고, 원본 눈금에서 금긋개로 곧장 옮긴다. 앞 눈금에서 재지 않는다.

둘. 다 새긴 자는 원본 옆에 다시 붙여 눈금마다 맞는지 본다. 맞으면 뒷면에 조합 검인을 찍는다.

셋. 해마다 한 번, 조합의 모든 자를 원본 옆에 다시 붙여 본다.

조합장이 규칙을 들으며 웃었다.

“되하고 똑같구먼. 상인 조합이 하는 거.”

“같은 겁니다. 자도 되도 원본이 하나여야 합니다.”

새로 새긴 서른 개는 원본 옆에서 전부 맞았다. 헛간 들보는 새 자로 다시 셈해 굵은 것으로 바꿨다. 지붕이 폈다.

*

석공 조합은 목수 조합보다 한 달 늦게 왔다. 석공들은 늘 한 박자 늦게, 대신 오래 믿었다.

석공 조합장은 머리가 하얀 노인이었다. 셈판을 옆구리에 끼고 왔다. 조합 회관 탁자에 셈판을 내려놓고 말했다.

“겨뤄 봅시다. 그 자하고 내 판하고.”

루엔은 자를 견습 석공 하나에게 건넸다. 사흘 배운 아이였다.

첫 문제는 조합장이 냈다. 열둘에 일곱.

조합장의 조약돌이 먼저 멈췄다. 여든넷. 아이는 아직 자를 밀고 있었다.

둘째 문제. 삼백열일곱을 스물아홉으로 나눈 것.

아이가 자를 밀고 읽었다. “열하나가… 조금 안 돼요.” 조합장의 조약돌은 아직 움직이고 있었다. 한참 뒤에 멈췄다. 열 하고, 스물아홉 가운데 스물일곱.

“작은 수는 판이 빠르고,” 루엔이 말했다. “큰 수와 나눗셈은 자가 빠릅니다. 끝자리는 판이 맞고, 셋째 자리까지는 자도 맞습니다.”

석공 조합장은 한참 제 셈판을 보았다. 그러고는 셈판을 도로 옆구리에 꼈다.

“둘 다 들고 다니면 되겠군.”

루엔은 그 말을 수첩에 적었다. 적고 나서 보니 어릴 적 펠릭스와 겨루던 날이 생각났다. 그때도 작은 수는 셈판이 이겼다. 도구마다 잘하는 칸이 있었다.

*

그 무렵부터 조합 사람들이 그 자를 다르게 부르기 시작했다.

“루엔 공방 자 하나 더 새겨 주쇼.”

“루엔 공방 원본에 대 봤나.”

루엔은 처음 들었을 때 고치려 했다.

“공방이 없습니다.”

“그럼 저 도서관 뒤 방은 뭐요. 학생들 여섯이 두 해 동안 표를 판 데.” 조합장이 말했다. “우린 거기를 그렇게 부르오. 표가 나오고 자가 나오니 공방이지.”

루엔은 그 말을 셈해 보았다. 공방은 물건을 만드는 곳이었다. 도서관 뒤 방에선 표가 나왔고, 표에서 자가 나왔다. 만드는 건 조합 목수들이었지만 원본은 거기서 나왔다.

틀린 이름은 아니었다. 그래서 고치지 않았다.

*

오토 브래그는 조합에서 가장 어린 견습 목수였다.

열여섯. 루엔보다 한 살 많았다. 주근깨가 코를 덮었고, 손이 몸에 비해 너무 컸다. 말이 없었다. 조합 회관에서 루엔이 설명할 때마다 맨 뒤에서 들었다. 질문을 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어느 날 조합장이 루엔에게 물었다. 창고 들보였다. 옛 창고는 스무 뼘 들보에 굵기가 한 뼘 두 마디. 새 창고는 들보가 스물일곱 뼘. 조합에서 쓰던 규칙대로 하면 굵기가 얼마여야 하나.

규칙은 목수들이 백 년 동안 다듬은 것이었다. 들보가 길어지면 굵기는 길어진 만큼보다 조금 더 굵게. 그 「조금 더」가 몇 대 몇인지 조합 늙은이들은 손으로 알았다. 다만 처음 해 보는 길이에선 손이 헤맸다.

루엔은 머릿속에서 셈을 시작했다. 스물일곱을 스물로 나누고, 그걸 조합 규칙대로 한 번 더 곱하고—

“한 뼘 여섯 마디 조금 넘습니다.”

오토였다.

맨 뒤에서, 새로 받은 자를 두 손에 든 채였다. 자 두 개를 벌써 밀어 놓고 있었다.

회관이 조용해졌다.

루엔은 셈을 끝냈다. 한 뼘 여섯 마디 하고, 한 마디의 오분의 일쯤.

오토가 맞았다. 그리고 루엔보다 빨랐다.

루엔은 오토를 보았다. 오토는 루엔을 보지 않았다. 자를 보고 있었다. 제가 방금 무슨 일을 했는지 모르는 얼굴이었다.

“제가 졌습니다.” 루엔이 말했다.

회관의 목수들이 일제히 오토를 돌아보았다. 오토의 귀가 빨개졌다. 주근깨보다 빨갛게.

“저는… 그냥 밀었는데요.”

“예. 그래서 이기셨습니다. 저는 머리로 했고, 오토 님은 자로 하셨습니다. 이 셈은 자가 더 빠릅니다.”

조합장이 크게 웃었다. 오토의 등을 철썩 쳤다. 오토가 앞으로 반 발짝 밀렸다.

그날 저녁, 조합 회관 불이 꺼질 때까지 오토는 혼자 남아 있었다. 루엔이 책을 챙겨 나가다 돌아보았다.

오토가 작은 칼로 자 뒷면에 무언가를 새기고 있었다. 조합 검인 옆에. 삐뚤지 않은 글씨였다. 목수 손이었다.

오토 브래그.

오토가 루엔의 눈길을 느끼고 고개를 들었다. 칼을 멈췄다.

“… 새기면 안 됩니까.”

“됩니다.” 루엔이 말했다. “원본에 대 보실 때 이름이 가리지 않게만 새기십시오.”

오토는 고개를 끄덕이고, 이름을 반 마디 옆으로 옮겨 다시 새겼다.

그날 밤 루엔은 수첩에 적었다. 「셈판, 자, 머리. 칸마다 빠른 것이 다르다. 들보 굵기 — 오토 브래그, 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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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색탑의 수학자   83화. 열일곱과 일흔하나

    요스트는 명령서를 두 번 읽었다.창고 마을은 본진에서 서쪽으로 반나절 거리였다. 메를 강 지류 가에 곡식 창고 여든 채가 줄지어 서 있었다. 여섯 영지에서 보낸 곡식, 말먹이, 화살 다발이 전부 여기 모였다. 요스트는 그 창고 열쇠를 쥔 창고지기였다. 하르트령에서 온 사람이었다. 쉰 살, 한쪽 다리를 조금 절었다.명령서는 새벽에 왔다. 본진에서 출발한 전령이 중간 역참에서 명령을 옮겨 적어 다음 전령에게 넘겼고, 그 전령이 요스트에게 가져왔다.「71번 창고를 열어 곡식 이백 자루를 본진 빵 굽는 곳으로 보낼 것. 레오폴트.」번호 옆에 작은 글자가 하나 더 붙어 있었다. 「71-9」.요스트는 입속으로 셈했다.앞자리 일곱에 둘을 곱하면 열넷. 뒷자리 하나를 더하면 열다섯. 열다섯을 열하나로 나누면 하나에 넷이 남는다.넷이어야 했다.명령서에는 아홉이 적혀 있었다.요스트는 열쇠 꾸러미를 허리에 도로 걸었다. 창고 문을 열지 않았다. 대신 마구간 소년을 불렀다.“본진으로 가라. 가장 빠른 말로. 루엔 도련님께 이 종이를 드려라. 끝자리가 안 맞는다고.”소년이 떠나고 얼마 안 되어, 빵 수레를 몰고 온 보급 기사가 창고 앞에 섰다. 동쪽 영지 사람이었다. 말에서 내리지도 않았다.“왜 안 여나. 장군님 명령이다.”“끝자리가 안 맞습니다.”“끝자리?” 기사가 명령서를 낚아채 보았다. 번호 옆 작은 글자를 한참 보다가 코웃음을 쳤다. “이 꼬랑지 말이냐. 이게 뭐라고.”“번호가 제대로 옮겨졌는지 보는 겁니다.”“번호는 71이라고 적혀 있다. 장군님 서명도 있다. 본진에선 병사들이 빵을 기다린다. 창고지기가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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