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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화. 일곱에서 여덟 할

Author: Jino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10-16 18:59:18

루프레히트 페르난은 학교 정문으로 걸어 들어왔다. 말을 타지 않았다. 호위도 둘뿐이었다.

그래도 복도가 비었다. 학생들이 벽에 붙어 섰다. 적색탑 장로, 옛 전쟁 마법사단장. 국경 싸움 이야기에 빠지지 않는 이름이었다.

쉰 중반의 곧은 사내였다. 오른쪽 뺨에서 목까지 오래된 화상 자국이 번져 있었다. 걸음이 고르고 소리가 없었다. 디트마르와 같은 턱이었다. 다만 디트마르처럼 들지 않았다. 들 필요가 없는 턱이었다.

디트마르는 정문 앞에서 아버지를 맞았다. 허리를 깊이 숙였다. 루프레히트는 아들의 어깨에 손을 한 번 얹었다가 뗐다. 그게 인사의 전부였다.

“시범은 오후다.” 교장이 루엔에게 말했다. “성 밖 옛 사격장. 넷째 고리 이상은 성벽에서 본다.”

“무슨 시범입니까.”

“체인 라이트닝.”

*

옛 사격장은 성벽에서 천 걸음쯤 떨어진 빈 들이었다.

들 한가운데 허수아비 일곱이 한 줄로 서 있었다. 짚으로 만들고 낡은 쇠사슬 갑옷을 입혔다. 허수아비 사이는 고르지 않았다. 어떤 사이는 좁고 어떤 사이는 넓었다. 줄 끝에 하나, 갑옷을 입히지 않은 허수아비가 더 서 있었다.

루엔은 성벽 위에서 원시를 세웠다. 들이 가까워졌다.

루프레히트가 허수아비 줄 앞 서른 걸음에 섰다. 영창이 들리지 않았다. 너무 멀었다. 대신 그의 두 손 사이에서 빛이 부풀어 오르는 게 보였다.

번쩍.

하얀 선이 첫 허수아비에 꽂혔다.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둘째로 튀었다. 셋째. 넷째. 눈이 따라가지 못했다. 한순간에 일곱이 전부 빛났다.

루엔은 번쩍하는 순간 셌다. 하나, 둘, 셋.

천둥이 성벽을 때렸다. 발밑 돌이 울렸다. 학생들이 움찔했다. 누군가 비명을 질렀다.

셋. 천 걸음. 맞았다.

루엔의 눈은 셈하는 동안에도 원시 너머에 있었다. 허수아비 일곱이 연기를 뿜었다. 쇠사슬 갑옷이 벌겋게 달아 있었다.

줄 끝, 갑옷 없는 허수아비는 멀쩡했다.

*

루프레히트는 세 번 더 쐈다. 허수아비를 바꿔 세워 가며.

루엔은 매번 셌고, 매번 적었다. 번쩍과 천둥 사이 박자. 튄 순서. 튀지 않은 허수아비. 허수아비 사이 거리는 원시로 보고 걸음으로 어림했다. 허수아비 한 개 키를 두 걸음 반으로 잡고.

넷째 시범이 끝났을 때 수첩에 이렇게 적혀 있었다.

「튄 거리: 여섯 걸음, 여덟, 아홉, 열하나, 일곱. 열셋 떨어진 데는 안 튐.」

「갑옷 없는 허수아비: 네 번 다 안 튐. 바로 옆에 서 있어도.」

「가장 가까운 쇠로 튄다. 사람이 아니라 쇠로.」

테오가 어깨너머로 보았다.

“그럼 쇠만 안 입으면 안 맞는 거야?”

“그건 모릅니다. 사람은 짚이 아닙니다. 물이 많습니다.” 루엔이 말했다. “다만 번개는 제가 가려는 데가 정해져 있습니다. 가장 쉬운 길로 갑니다.”

거기서 한 줄을 더 적으려다 멈췄다. 가장 쉬운 길을 사람보다 먼저 세워 두면. 어릴 적 영지 성벽에 박았던 쇠막대가 떠올랐다. 그 줄은 적지 않았다. 적색탑 장로가 성벽 아래에 있었다. 이건 적색탑의 마법이었다. 그 마법을 무르는 셈을 그 사람 앞에서 적는 건 예의가 아니었다.

대신 마음속에 적었다.

*

저녁엔 교장의 식탁에 불려 갔다. 디트마르와 루엔, 그리고 교수 몇.

루프레히트는 음식을 조금만 먹었다. 포도주도 한 잔뿐이었다. 대신 오래 루엔을 보았다.

“성벽에서 초를 세던 게 너냐.”

“예.”

“몇이었나.”

“셋입니다. 천 걸음쯤.”

루프레히트가 고개를 끄덕였다. “전장에선 병사들이 그걸 센다. 번개가 치면 셋, 넷 하고. 가까우면 엎드리고.” 그는 잔을 돌렸다. “너는 튄 거리도 셌겠지.”

“셌습니다.”

“가장 가까운 쇠로 튄다는 것도 봤겠군.”

루엔은 대답하기 전에 한 박자 멈췄다. “봤습니다.”

루프레히트의 입꼬리가 아주 조금 올라갔다. 웃음이라기보다 확인이었다.

“적색탑에서 그걸 아는 데 백 년 걸렸다. 너는 오후 한나절.”

식탁이 조용해졌다. 디트마르가 칼을 내려놓았다.

“네가 북쪽에서 번개 한 줄기를 땅에 박았다더군.” 루프레히트가 말했다. 목소리가 낮아졌다. “하겐 로스의 번개.”

루엔은 그 이름을 알았다. 아홉 살 가을부터 수첩 사람 이름 장에 있던 이름이었다. 세 해 전 서고에서 디트마르와 맞대 본 이름이기도 했다.

“그놈은 내 부대에 있었다. 내가 단장이던 때. 전쟁 한가운데서 부대를 버리고 달아났다. 우리 가문의 수치다.” 루프레히트는 루엔을 똑바로 보았다. “네 탓은 아니다. 그놈 번개가 너희 영지를 향한 게 그놈 탓이지. 잘 막았다.”

“고맙습니다.”

“다만.” 루프레히트가 잔을 내려놓았다. “번개를 땅에 박는 셈이 있다면, 번개를 더 멀리 튀게 하는 셈도 있겠지. 셈은 방향을 가리지 않는다.”

교장이 헛기침을 했다. 루프레히트는 개의치 않았다.

“적색탑으로 와라. 졸업하면. 네 그릇은 작지만 네 셈은 탑 하나 값이다. 적색탑은 값을 제대로 쳐 준다.”

식탁의 눈이 전부 루엔에게 모였다. 디트마르의 눈도.

루엔은 셈하지 않았다. 이건 셈해서 나오는 답이 아니었다.

“가지 않겠습니다.”

“까닭은.”

“적색탑의 셈은 맞았는지를 상대가 몇이나 쓰러졌는지로 확인합니다. 저는 그 칸을 채우고 싶지 않습니다.”

루프레히트는 한참 말이 없었다. 화를 내지 않았다. 대신 무언가를 재는 눈이었다. 적의 진지를 볼 때의 눈이 저럴 것 같았다.

“그 칸은 네가 안 채워도 누가 채운다.” 그가 말했다. “그때 어느 쪽에 서 있을지는 생각해 둬라.”

그는 다시 잔을 들었다. 대화는 거기서 끝났다.

한참 뒤, 식탁 끝의 늙은 교수가 분위기를 바꾸려는 듯 말했다.

“체인 라이트닝이 그만하면 드래곤도 잡겠습니다, 장로님.”

루프레히트가 처음으로 소리 내어 웃었다. 짧게.

“드래곤은 번개로 안 잡힌다. 그 비늘이 쇠보다 질기다더군.” 그는 잔을 비웠다. “적색탑 창고에 비늘 한 장이 있다. 삼백 년 전 것. 늙은 탑주들은 드래곤 하트도 결국 마나 덩어리라고 했지. 한 마리 잡으면 탑 하나를 백 년 돌린다고. 본 사람은 없다.”

식당을 나와 기숙사로 가는 길에 디트마르가 루엔 옆으로 왔다. 한참 말없이 걸었다.

“아버지 앞에서 대놓고 거절한 놈은 처음 봤다.”

“죄송합니다.”

“사과하지 마라. 더 기분 나쁘다.” 디트마르가 발끝으로 돌멩이를 찼다. “그 칸. 누가 채운다는 칸. 아버지 말이 틀린 적은 없다.”

루엔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래도.” 디트마르가 말했다. 거기서 멈췄다. 뒷말을 찾지 못한 얼굴이었다. 기숙사 문 앞까지 끝내 찾지 못했다.

디트마르의 그 말은 수첩에 적지 않았다. 루프레히트의 말은 적었다. 식탁에서 수첩을 꺼내는 건 예의가 아니어서, 방에 돌아와서 소문 칸에. 「드래곤 하트는 마나 덩어리 — 적색탑 늙은 탑주들 말. 본 사람 없음.」

적고 나서 루엔은 수첩 맨 뒷장을 넘겼다. 「모르는 것」 넷째 줄, 레어가 해마다 하나씩 빈다. 그 옆에 열한 살 강배에서 붙여 둔 글씨가 있었다. 펠릭스: 심장 돌이 닳는다. 여덟 살 봄 망루에서 들은 말이었다. 드래곤은 날 때마다 가슴속 심장 돌이 닳아 굴에서 잘 안 나오고, 해마다 수가 준다고.

펠릭스 선생님이 말한 심장 돌이 이것인가. 루엔은 그 한 줄을 넷째 줄 옆에 작게 붙였다. 수도원 기록과 적색탑 창고가 같은 것을 두고 다른 이름을 부르고 있는지도 몰랐다. 본 사람은 어느 쪽에도 없었다.

*

그날 밤 디트마르는 기숙사에 돌아오지 않았다.

이튿날 아침, 실습장 구석에서 발견되었다. 눈이 벌겠다. 옆에 촛대 열두 개와 밀랍 조각 한 무더기, 그을린 나무판, 종이 뭉치.

디트마르가 종이를 루엔 앞에 내밀었다. 말없이.

루엔은 읽었다.

세 해 전 첫 결투 뒤, 루엔이 디트마르의 파이어볼을 보며 한 말이 있었다. 「그 빛은 새는 겁니다.」 디트마르는 그때 코웃음을 쳤다. 그 코웃음을 세 해 동안 들고 있었던 것 같았다.

종이에는 밤새 던진 파이어볼 스물세 개가 적혀 있었다. 불덩이가 터질 때 밝기를 촛불 몇 자루와 견주었다. 같은 거리에서 밀랍이 녹는 박자를 쟀다. 부은 마나를 그릇 눈금으로 적었다. 불덩이가 태운 나무판의 그을음 넓이를 손가락 마디로 쟀다.

맨 아래 줄은 크게 적혀 있었다.

「부은 것 가운데 태우는 데 쓴 것은 두에서 세 할. 나머지 일곱에서 여덟 할은 빛·소리·헛열로 샌다.」

“어림이다.” 디트마르가 말했다. 목소리가 쉬어 있었다. “네 식으로 못 쟀다. 촛불하고 밀랍으로 했다. 그래도 스물세 번 다 그 사이에 들었다.”

루엔은 종이를 오래 보았다. 적색탑 방식의 어림이었다. 눈과 손과 촛불. 그런데 방향이 맞았다. 숫자도 맞았다. 루엔이 알고 있는 값이 그 사이에 있었다.

“확인해 보겠습니다.”

*

해가 가장 높을 때, 둘은 실습장 그늘진 창고 안으로 들어갔다. 창고 문을 조금만 열었다.

루엔은 둘째 고리 때 익힌 분광을 세웠다. 공기를 세모 기둥으로 굳혀, 들어온 빛을 색으로 펼치는 마법. 어릴 적 깨진 유리잔 조각으로 벽에 무지개를 띄우던 것과 같은 일이었다.

“던지십시오. 작게. 창고 안쪽 벽에.”

디트마르가 손바닥만 한 불덩이를 던졌다. 퍽.

불빛이 공기 기둥을 지나 반대쪽 흰 벽에 펼쳐졌다.

색 띠였다. 붉은빛에서 주황, 노랑으로 고르게 번지는 넓은 띠. 불이 타는 빛이었다. 그런데 그 위에 가는 줄이 여러 개 겹쳐 있었다. 띠보다 훨씬 밝았다. 붉은 쪽에 둘, 노란 쪽에 하나, 풀빛 쪽에 셋. 칼로 그은 듯 가늘고 날카로웠다.

“저 가는 줄이 새는 빛입니다.” 루엔이 말했다. “불이 타서 나는 빛은 저렇게 끊기지 않습니다. 고르게 번집니다. 저 줄은 마나가 제 모양 그대로 빠져나가며 내는 빛입니다.”

디트마르가 벽을 노려보았다. 줄들이 사라지고 있었다. 불덩이가 꺼지고 있었다.

“한 번 더.”

다섯 번을 더 던졌다. 루엔은 매번 띠와 줄의 밝기를 견주었다. 눈을 가늘게 떠서, 벽에 댄 밀랍판의 흰 칸과 대어 가며.

다섯 번 다, 줄 쪽이 띠 쪽보다 두 배 반에서 네 배 밝았다.

“일곱에서 여덟 할.” 루엔이 말했다. “맞습니다.”

디트마르는 대답하지 않았다. 벽을 보고 있었다. 제 불덩이가 흘린 빛의 줄을. 그러다 아주 천천히 입을 열었다.

“네 말이 맞다.”

루엔은 기다렸다. 디트마르의 턱이 조금 들렸다. 원래 자리로.

“그래도 멋은 내가 낫다.”

루엔은 벽의 색 띠를 보았다. 가는 줄들이 마지막으로 반짝이다 꺼졌다. 붉고 노랗고 푸른, 칼로 그은 듯한 빛.

셈할 필요가 없었다.

“예. 그건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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