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 connecter하지만 확대된 화면 속 손목시계는 오늘 아침 이준이 차고 나간 것이었다.
하린은 사진을 더 크게 벌렸다.
검은 가죽줄과 은색 잠금쇠, 오른쪽 검지 아래의 작은 흉터까지 자신이 너무나 잘 아는 손이었다. 그 손이 지금 다른 여자의 허리를 감싸고 있었다.
하린은 의자에 앉으려다가 무릎에 힘이 풀려 의자 끝에 걸터앉았다. 식탁 위의 케이크가 흔들렸지만 촛불은 아직 켜지지 않은 상태였다.
그녀는 화면을 껐다가 다시 켰고, 한 번 더 같은 행동을 반복했지만 사진은 사라지지 않았다.
사진 속 여자는 오세린이었다.
남편의 회사에서 일하는 여자였고, 이준은 그녀를 유능한 사람이라고 했다. 하린이 회사 행사에서 세린에게 인사를 건넸을 때도 이준은 그녀를 소개하며 웃었다.
"우리 회사에 꼭 필요한 사람이야."
그날 하린은 자신도 남편에게 필요한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집에 돌아와 오래된 연구 노트를 꺼냈다. 한때 자신이 무엇을 하던 사람인지 조금이라도 떠올릴 수 있다면 남편에게 도움이 될 것 같았지만, 노트에 적힌 수식들은 낯설었고 몇 줄을 읽다가 머리가 아파 결국 덮어야 했다.
이준은 그런 하린을 보며 말했다.
"괜히 건드리지 마. 네가 지금 이해할 수 있는 게 아니야."
그 말이 떠오르자 하린은 사진을 내려다보았다.
세린은 남편과 함께 회사에 다닐 수 있었고, 남편이 무슨 일을 하는지 이해하며 어려운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었다. 그리고 지금은 남편의 품에 안겨 있었다.
하린은 자신도 모르게 붕대 감은 손을 가슴에 가져갔다. 숨을 들이마셨지만 공기가 충분히 들어오지 않아, 그녀는 정유나가 알려 준 방법대로 눈앞의 사물을 세며 호흡을 가다듬으려고 했다.
하얀 접시와 은색 포크, 흰 장미를 차례로 바라보던 시선이 남편의 빈 의자에 닿는 순간 눈물이 흘렀다.
"사모님?"
가정부가 다가오자 하린은 서둘러 화면을 뒤집었다.
"괜찮아요. 그냥 조금 어지러워요."
가정부는 창백해진 하린의 얼굴을 걱정스럽게 살폈지만, 그녀가 더 묻지 말라는 듯 고개를 숙이자 물을 가져오기 위해 자리를 비켰다.
하린이 다시 사진을 켰을 때 두 번째 메시지가 도착했다.
*오늘이 결혼기념일이라는 건 알고 계시죠?*
그 문장을 바라보는 동안 하린은 사진을 보낸 사람도 오늘이 무슨 날인지 알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남편과 세린이 함께 있다는 사실을 자신에게 알려 주려고 일부러 보낸 것인지 생각하는 사이 또 한 장의 사진이 도착했다.
이번에는 식당 테이블이었다.
오세린이 이준의 어깨에 기대어 있었고, 두 사람 앞에는 작은 케이크가 놓여 있었다. 촛불은 세 개였으며, 하린이 준비한 케이크에도 똑같이 세 개의 촛불을 꽂을 예정이었다.
결혼 3주년.
남편은 그 날짜를 기억하고 있었다.
그런데 왜 다른 여자와 케이크를 나누고 있는 것일까.
하린은 사진 속 테이블을 확대하다가 케이크 옆에 놓인 꽃다발을 발견했다. 흰 장미였다.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꽃이자 남편이 결혼식 날 건네주었던 꽃과 같은 종류였다.
그 순간 하린은 자신이 준비한 식탁이 부끄러워졌다.
세린과 함께 있는 남편은 웃고 있었지만, 자신은 집에서 남편이 좋아하는 음식을 차려 놓고 돌아오지 않는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붕대 감은 손으로 케이크 상자를 닫았다. 남편이 돌아왔을 때 자신이 얼마나 기대했는지 들키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리본을 묶으려다가 손바닥의 통증에 상자를 놓쳤고, 식탁 모서리에 부딪힌 케이크 상자의 뚜껑이 열리면서 하얀 크림이 손등에 묻었다.
"안 돼……."
하린이 급하게 손을 뻗는 과정에서 촛대가 넘어졌고, 은색 촛대가 유리컵을 치면서 날카로운 파열음이 울렸다.
그녀는 반사적으로 몸을 숙여 떨어지는 상자를 붙잡으려 했지만 발밑에 흩어진 유리 조각을 보지 못했다. 맨발이 조각을 밟는 순간 날카로운 통증이 올라왔고, 몸이 기울면서 이마가 식탁 모서리에 부딪혔다.
"아!"
하린은 바닥에 주저앉았다. 눈앞이 잠깐 하얘졌다가 다시 돌아왔을 때 이마를 짚은 손끝에는 따뜻한 피가 묻어났고, 발밑에도 붉은 방울이 떨어지고 있었다.
"사모님!"
가정부가 달려왔지만 하린은 한 손으로 이마를 누른 채 다른 손을 뻗었다.
바닥에 떨어진 것은 선물 상자였다. 리본이 풀려 있었고, 상자 안에서 수리한 시계가 굴러 나와 있었다.
*이준 씨는 내 말을 들었다고 했다.**내 손에서 다시 피가 났다.*마지막 문장을 적은 뒤 하린은 한참 동안 화면을 바라보았다.사진 속 남편과 세린이 어떤 관계인지 아직도 정확히 알 수 없었다.남편은 오해라고 했고, 하린은 그 말을 믿고 싶었지만, 자신이 싫다고 말한 사진을 그가 지웠다는 사실만큼은 누구의 설명도 필요하지 않았다.가정부가 병원에서 안내받은 내용을 전하려고 다가왔을 때 하린은 메모장을 닫지 않았다."사모님, 손은 다시 진료를 받아야 한대요. 제가 같이 가겠습니다."하린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녀는 침대 아래에 떨어진 선물 상자도 집어 들었다. 오래된 손목시계는 뚜껑이 열린 채 카펫 위에 놓여 있었고, 손편지 한쪽에는 전날 밤 묻은 피가 말라붙어 있었다.하린은 시계를 집어 상자에 넣었다.사고 전 남편이 그 시계를 처음 받았을 때, 그는 손목에 직접 채워 달라며 웃었다. 하린은 그때의 얼굴을 떠올리려고 애썼지만, 지금 눈앞에는 자신의 피가 묻은 구두를 내려다보며 얼굴을 찌푸리던 남편의 모습만 선명했다.그녀는 상자 속 편지를 꺼냈다.*우리 오래오래 같이 살아요.*글씨를 여러 번 고쳐 쓴 흔적이 남아 있었다. 사고 이후 긴 문장을 쓰는 일이 어려워졌지만, 하린은 그 한 줄만큼은 틀리지 않으려고 며칠 동안 연습했다.남편에게 그 편지를 보여 주면 기뻐할 줄 알았다.그러나 오늘 아침 이준은 선물을 열어 보지도 않았고, 피가 흐르는 손을 보고도 자신을 안아 주지 않았다.하린은 편지를 찢지 못한 채 다시 상자 안에 넣었다.그때 휴대전화에 비서실 메시지가 도착했다.*사모님, 대표님 요청으로 오늘 오후 두 시 재활 상담 일정 변경을 병원에 문의했습니다.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며, 병원 측에서 본인 확인을 요청할 수 있습니다.*하린은 메시지를 읽고 병원 번호를 찾았다.남편에게 허락받지 않고 연락하면 화를 낼지도 몰랐다. 그러나 오늘 상담을 놓치면 자신이 겪은 일을 또 혼자서 되짚어야 할 것 같았고, 그동안 남편의 말에 맞춰 자신의 기억
이준은 그 틈에 비서실로 전화를 걸었다."오늘 오후 일정부터 확인해 주세요. 아내 재활 상담 두 시로 잡혀 있죠?"하린은 고개를 들었다.오늘은 정유나와 상담하기로 한 날이었다. 어젯밤 있었던 일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라 몇 번이나 메모를 고쳤고, 자신의 기억이 잘못된 것인지 확인받고 싶어 상담 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그 일정 변경 요청하세요. 지금 상태로는 상담을 받아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할 겁니다."하린은 남편에게 다가가려다 손바닥의 통증 때문에 멈췄다."이준 씨, 저 오늘 가야 해요."이준은 통화 중이라는 듯 손을 들어 그녀의 말을 막았다."병원 쪽에는 상태가 좋지 않다고 전달하고, 변경이 확정되기 전에 제게 알려 주세요."통화를 마친 남편은 하린을 바라보았다."지금 네 상태를 봐. 손에서 피가 나는데 무슨 상담이야."하린은 가정부가 받쳐 주고 있는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피가 나는 손을 치료받아야 한다는 사실과 재활 상담을 받고 싶다는 의사는 서로 모순되지 않았다. 그러나 남편은 부상을 이유로 상담을 막으면서도 정작 상처를 다시 진료받는 일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손은 병원에서 치료받을게요. 유나 선생님도 만나고 싶어요."그녀가 어렵게 말을 마치자 이준은 피곤하다는 듯 미간을 눌렀다."네가 지금 무슨 말을 하는지도 제대로 알고 있어?"하린은 입술을 깨물었다.그녀는 자신이 하는 말을 알고 있었다. 오늘 두 시에 상담이 있다는 것도, 손바닥이 아프다는 것도, 남편이 사진을 지웠다는 것도 분명히 알고 있었다.그런데 남편은 그녀가 말을 할 때마다 그 사실부터 의심했다."저는 알아요."하린은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이준은 그 말을 듣고 한동안 그녀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저었다."사고 전에는 이렇게 고집부리는 사람이 아니었는데."하린의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졌다.사고 전 그녀는 연구실에서 복잡한 자료를 검토하고, 다른 사람들이 놓친 작은 오류를 찾아내는 사람이었다.그러나 지금은 남편이 정해 준 약속 시간 하나를
남편이 피를 싫어한다는 사실을 떠올린 탓이었다. 그녀는 아픈 손을 잠옷 자락으로 감싸 피가 더 떨어지지 않도록 하면서도, 다른 손으로는 휴대전화를 향해 손바닥을 펼쳤다."사진은 돌려주세요. 제가 지울지 말지 정할게요."이준은 대답하지 않았다.그의 손가락이 화면을 눌렀고, 확인 창이 사라지는 것과 동시에 사진 두 장도 목록에서 없어졌다.하린은 눈앞에서 일어난 일을 이해하는 데 잠시 시간이 걸렸다.남편이 휴대전화를 침대 위에 내려놓자 그녀는 아픈 발을 끌며 다가가 사진첩을 열었다.방금 전까지 두 사람이 보이던 자리를 몇 번이나 훑었지만 화면에는 다른 사진들만 남아 있었고, 하린은 혹시 자신이 잘못된 앨범을 열었을까 봐 손가락을 움직이다가 피 묻은 손으로 화면을 짚고 말았다.붉은 자국이 유리 위에 길게 번졌다.하린은 얼른 소매로 닦으려 했지만 손바닥의 통증 때문에 기기를 놓쳤고, 휴대전화는 침대 아래로 떨어졌다.이준은 그것을 주워 주지 않았다."이제 끝났잖아. 그만해."하린은 남편을 올려다보았다."제가 싫다고 했어요."그녀의 목소리는 작았지만 분명했다."지우지 말라고 했잖아요."이준은 손목시계를 확인하며 외투를 집어 들었다."들었어."하린은 남편이 그다음에 무슨 말을 할지 기다렸다. 자신이 너무 아파 보였으니 이제라도 미안하다고 할지 모른다고 생각했고, 적어도 손을 다친 이유가 자신의 잘못만은 아니라고 인정해 주기를 바랐다.그러나 이준은 차갑게 말을 이었다."그런데 네가 싫다고 하는 걸 전부 들어 줄 수는 없어. 네 상태를 생각해야지."그 순간 하린은 자신이 무슨 말을 잘못했는지보다, 남편이 자신의 말을 분명히 알아들었다는 사실 때문에 더 깊이 상처받았다. 사진을 지우지 말라는 부탁은 이해하지 못한 것이 아니었다.이준은 아내가 거부했다는 사실을 알고도 자신에게 그 거부를 무시할 권리가 있다고 여겼다.그때 침실 문이 열렸다.가정부가 아침 식사를 알리러 들어왔다가 바닥의 핏자국과 하린의 손을 발견하고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그런 여자가 지금은 눈앞에 있는 사진을 설명하기 위해 남편의 허락을 기다리고 있었다.하린에게는 그 사진이 단순한 질투의 대상이 아니었다. 사고 전 연구실에서 일할 때 그녀는 관찰한 사실과 추측을 구분해야 한다고 배웠고, 지금도 그 습관만큼은 희미하게 남아 있었다.사진 속 손목시계와 흉터, 촛불 세 개는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이었으며, 두 사람이 어떤 관계인지는 아직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었다.그런데 이준은 사실을 확인하려는 아내의 태도 자체를 문제 삼았다."네가 보고 있는 건 사진 한 장이지, 그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전부가 아니야."그는 목소리를 낮추며 아내에게 가까이 다가왔다."내가 아니라고 하면 아닌 줄 알아야지. 내가 네 남편이잖아."하린은 그 말을 듣고 남편의 손을 바라보았다. 손등에 있는 작은 흉터는 결혼 전 그녀가 약을 발라 주던 상처였고, 그때 이준은 자신이 아프면 가장 먼저 하린에게 오겠다고 웃으며 약속했다.그 손이 지금은 휴대전화 화면을 가리고 있었다."저도 이준 씨 아내잖아요."하린은 힘겹게 말을 이었다."그래서 물어보는 거예요."이준의 얼굴에서 마지막 남은 부드러움이 사라졌다."네가 정말 내 아내라고 생각하면 이런 사진부터 지워야지."그는 사진 두 장을 선택했다.하린은 화면 아래에 삭제 표시가 나타나는 것을 보고 다급히 남편의 소매를 붙잡았다."그건 아직 지우지 마세요."이준은 아내의 손을 내려다보았다.붕대 끝에는 어젯밤 스며든 피가 검붉게 말라 있었고, 손가락은 부기 때문에 제대로 펴지지 않았지만, 그는 그 손을 걱정하기보다 자신의 소매에서 떼어 내려 했다."이런 걸 가지고 있으면 네 상태만 더 나빠져.""제가 받은 사진이에요. 제가 결정할게요."하린은 말을 마치고도 두려워 남편의 표정을 살폈다.사고 이후 자신의 뜻을 분명하게 말할 때마다 이준은 고집을 부린다고 했고, 그녀는 그가 자신에게 실망할까 봐 대부분의 일을 양보해 왔다.하지만 사진만큼은 당장 지우고 싶지 않았다.그 안에는 남편이
"그건 네가 그렇게 이해한 거겠지."이준은 사진첩을 닫고 침대 쪽으로 걸어갔다. 탁자 위에는 전날 밤 먹지 못한 진통제와 병원에서 받아 온 안내문, 결혼기념일 저녁을 준비하며 적어 둔 메모지가 함께 놓여 있었다.그는 메모지를 집어 들었다.*저녁 여덟 시쯤 이준 씨 귀가. 수프 데우기. 스테이크 굽기.*"여기에도 '쯤'이라고 적혀 있네. 내가 정확히 여덟 시에 온다고 했다는 증거는 없잖아."하린은 자신이 적은 글씨를 바라보았다.사고 이후 그녀는 중요한 일을 잊지 않으려고 남편이 한 말을 되도록 그대로 적어 두었다.약속을 잘못 기억해 그를 곤란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고, 결혼기념일만큼은 실수 없이 보내고 싶어 전날 아침부터 몇 번이나 메모를 확인했다.그런데 남편은 그 메모를 보며 자신이 약속을 어긴 것이 아니라 아내가 말을 잘못 이해했다고 설명하고 있었다."그래도 결혼기념일이었잖아요."하린은 침대 아래에 놓인 선물 상자를 바라보았다. 그 안에는 며칠 동안 수리점에 맡겼다가 찾아온 남편의 오래된 손목시계와, 글씨를 여러 번 고쳐 쓰며 완성한 편지가 들어 있었다."제가 음식도 준비했고, 시계도 고쳤어요. 이준 씨가 좋아하던 거라서……."이준은 그녀가 상자를 꺼내기도 전에 탁자 위의 분홍색 스카프를 집어 들었다."선물 보냈잖아. 그것도 못 받았어?"비서실에서 보낸 스카프였다.하린은 남편이 직접 고르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자신을 잊지 않았다는 뜻으로 받아들이려고 애썼지만, 이준은 그 상자를 그녀 앞에 내려놓으며 자신이 할 일을 다 했다는 듯 말했다."비서실에서 챙겼으면 됐지. 꼭 내가 직접 편지를 쓰고 케이크 앞에 앉아 있어야 결혼기념일이 되는 거야?"하린은 대답하지 못했다.전날 밤 촛불 세 개가 모두 짧아질 때까지 남편을 기다렸다.크림버섯수프 표면에는 식은 막이 생겼고, 로즈메리 스테이크는 몇 번이나 데우는 동안 질겨졌지만, 그가 돌아오면 함께 먹고 싶어 끝내 버리지 못했다.그런데 사진 속 세린의 앞에도 촛불 세 개가 있었다.
강이준이 결혼기념일 다음 날 아침 가장 먼저 한 일은 아내의 피 묻은 붕대를 살피는 것이 아니라, 비서에게 사진을 보낸 사람을 추적하라고 지시하는 것이었다.서하린은 침실 문밖에서 들려오는 남편의 목소리에 잠을 깼다.전날 밤 병원에서 두 번째 진료를 받고 돌아온 뒤에도 손바닥이 욱신거려 거의 잠들지 못했지만, 이준이 돌아왔다는 사실만으로 반가움이 밀려와 서둘러 몸을 일으켰다.그러나 다친 발바닥을 바닥에 딛는 순간 날카로운 통증이 치솟았고, 침대 기둥을 붙잡고 겨우 균형을 잡는 사이 남편의 낮고 냉정한 목소리가 문틈으로 흘러들었다."사진 두 장이야. 누구한테서 보냈는지 알아내고, 다른 데 퍼졌는지도 확인해."잠시 상대방의 말을 듣던 이준이 다시 입을 열었다."아내한테 연락하지 마. 내가 처리할 테니까."하린은 문손잡이를 잡으려던 손을 멈췄다.남편이 자신의 일을 처리해 준다는 말은 원래 안심이 되는 말이었다. 사고 이후 복잡한 서류나 예약을 혼자 처리하기 어려울 때마다 이준이 대신해 주었고, 하린은 그럴 때마다 자신을 버리지 않은 남편에게 고마움을 느꼈다.그런데 지금은 그 말이 이상하게 가슴을 짓눌렀다.어젯밤 자신이 받은 사진에 관해 남편이 누구와 이야기하는지, 왜 사진을 보낸 사람부터 찾으려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그가 돌아왔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했다.하린은 잠옷 소매로 눈가를 닦고 침실 문을 열었다."이준 씨."복도에 서 있던 이준이 고개를 돌렸다. 그는 아내의 얼굴을 잠시 살폈지만, 이마에 붙은 거즈와 밤새 부어오른 눈가를 확인하고도 통화를 끝내는 데만 신경 썼다."사진은 내가 확인할게. 연락 기다려."통화를 끊은 이준은 아내에게 다가오지 않은 채 손을 내밀었다."휴대전화 줘."하린은 남편의 얼굴을 올려다보았다."어제 많이 기다렸어요."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이준의 시선이 휴대전화 쪽으로 움직였다. 하린은 그가 듣지 못했을까 봐 다시 말하려다가, 남편이 자신의 붕대 감긴 손을 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손도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