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남자의 목소리는 거짓말이었다

그남자의 목소리는 거짓말이었다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10-08
Por:  에이르Actualizado ahora
Idioma: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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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그저 이상한 전화라고 생각했다. 낯선 번호. 낯선 남자의 목소리. 그리고 너무도 자연스럽게 그녀의 삶 안으로 파고드는 거짓말. 돈을 노리고 시작된 전화였고, 그는 처음부터 그녀를 속이기 위해 접근했다. 그런데 이상했다. 전화를 끊어야 할 사람이 자꾸만 전화를 기다리게 되고, 속여야 할 사람이 어느 순간 지켜주고 싶은 사람이 되어버렸다.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남자에게 마음을 열기 시작한 여자. 그리고 사랑해서는 안 될 상대를 사랑하게 된 보이스피싱범. 하지만 거짓말로 시작된 관계에는 반드시 대가가 따른다. “처음부터 전부 거짓말이었어?” 그녀가 사랑했던 목소리의 정체가 밝혀지는 순간, 두 사람의 관계는 가장 잔인한 진실과 마주하게 된다. 속이기 위해 건 전화 한 통. 그 전화가 두 사람의 인생을 완전히 바꿔버렸다. 범죄로 시작된 관계 끝에서, 그들의 사랑은 진짜가 될 수 있을까. 《그 남자의 목소리는 거짓말이었다》 거짓말과 진심의 경계에서 시작되는 범죄 미스터리 로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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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pítulo 1

01)낯선 번호

오후 4시17분.

한서림은 휴대폰 화면에 뜬 번호를 한참 바라봤다.

010으로 시작하는 누가봐도 평범한 번호였다.

문제는 세 번째 전화라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회의 중이었다.

두 번째는 고객과 통화하고 있었다.

그리고 세 번째.

휴대폰이 책상 위에서 짧게 진동했다.

부우웅.

서림은 모니터 오른쪽 아래에 떠 있는 시간을 확인했다.

퇴근까지 한 시간 사십삼 분.

그녀는 한숨을 내쉬며 전화를 받았다.

“네, 여보세요.”

잠깐의 정적.

곧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한서림 씨 맞으십니까?”

낮고 차분한 목소리였다.

서림의 손이 마우스 위에서 멈췄다.

“그런데요.”

“서울중앙지검 금융범죄수사팀입니다.”

서림은 눈을 가늘게 떴다.

그리고 아무 말 없이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

남자는 계속 말했다.

“현재 한서림 씨 명의로 개설된 계좌가 금융사기 사건에 이용된 정황이 확인돼서 연락드렸습니다.”

서림의 입꼬리가 아주 조금 올라갔다.

아.

이거구나.

“제 계좌가요?”

“네.”

“어느 은행인데요?”

순간 남자의 대답이 반 박자 늦었다.

“확인 절차를 위해서 먼저 본인 인증을—”

“어느 은행이냐고요.”

전화기 너머가 조용해졌다.

서림은 피식 웃었다.

창구 근무만 3년이다.

지금은 본사 금융소비자보호팀에서 일하고 있지만, 고객들이 어떤 수법으로 돈을 잃는지 하루에도 몇 번씩 보고서를 확인했다.

검찰.

금융감독원.

경찰.

택배.

카드사.

이제는 소재조차 뻔했다.

“요즘은 검찰에서 휴대폰 번호로 전화도 해요?”

“한서림 씨.”

“네.”

“장난으로 받아들이시면 안 됩니다.”

남자의 목소리는 놀라울 만큼 침착했다.

보통 이쯤 되면 목소리가 높아졌다.

상대를 압박하거나 겁을 줬다.

그런데 이 남자는 달랐다.

화내지도 않았다.

서두르지도 않았다.

그래서 오히려 조금 신기했다.

서림은 턱을 괴었다.

“그럼 사건번호 불러주세요.”

이번에는 바로 답이 나왔다.

“2026형제 84127호.”

“…준비 많이 했네요.”

“무슨 말씀이십니까?”

“보이스피싱이요.”

정적.

서림은 휴대폰을 귀에서 살짝 떼었다.

통화 종료 버튼을 누르려다가 멈췄다.

이상했다.

보통 정체를 들키면 먼저 끊는다.

그런데 남자는 끊지 않았다.

오히려 낮은 숨소리만 희미하게 들렸다.

그리고 몇 초 뒤.

“눈치가 빠르시네요.”

서림의 눈썹이 올라갔다.

“…네?”

목소리가 달라졌다.

아까의 딱딱한 공무원 말투가 아니었다.

조금 더 낮고,

조금 더 느렸다.

본래 목소리인 것 같았다.

“지금 인정한 거예요?”

“그렇게 들렸습니까?”

“네.”

“그럼 그렇게 생각하시죠.”

서림은 황당해서 웃음이 터졌다.

“미친 사람 아니야?”

“그 말 많이 듣습니다.”

“안 끊어요?”

“한서림 씨가 안 끊고 있잖습니까.”

그 말에 서림은 자신의 휴대폰 화면을 내려다봤다.

통화시간 03:12.

맞았다.

왜 안 끊었지?

“저 신고할 건데요.”

“하세요.”

“번호 추적도 요청하고.”

“그것도 하시고.”

“진짜 겁이 없나 보네.”

이번에는 남자가 작게 웃었다.

처음 듣는 웃음이었다.

아주 짧았다.

그런데 이상하게 귀에 남았다.

서림은 미간을 찌푸렸다.

“뭐가 웃겨요?”

“생각했던 사람이 아니라서.”

“…나를 알아요?”

“자료에는 있습니다.”

서림의 표정이 굳었다.

“무슨 자료?”

남자는 대답하지 않았다.

아까까지 장난스럽던 공기가 단숨에 사라졌다.

“내 개인정보 가지고 있어요?”

“이름 정도입니다.”

“거짓말하지 마요.”

서림은 몸을 일으켰다.

옆자리 직원 승아가 고개를 들었다가 다시 모니터를 바라봤다.

서림은 목소리를 낮췄다.

“내 번호를 알고, 이름을 알고, 아까는 명의 계좌 이야기도 했죠.”

“그건 대본입니다.”

“그 대본에 내 이름이 들어가 있는 거잖아.”

침묵.

서림은 그 침묵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어디까지 알아요?”

“별로 모릅니다.”

“별로가 어디까지인데?”

“한서림. 서른둘.”

그 순간 심장이 철렁했다.

“그리고?”

남자의 목소리가 멈췄다.

서림은 자신도 모르게 휴대폰을 더 세게 움켜쥐었다.

“말해봐요.”

“은행 근무.”

서림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완전히 사라졌다.

“…….”

“이 정도.”

“그걸 어떻게 알았는데?”

“그쪽이 알 필요는 없습니다.”

“지금 당장 경찰에 신고할 거예요.”

“그러세요.”

“계속 그 말만 하네.”

“제가 하지 말라고 하면 안 하실 겁니까?”

서림은 대답하지 못했다.

남자는 이상할 만큼 침착했다.

그 침착함이 서림을 더 불편하게 만들었다.

평범한 사기꾼이라면 돈을 보내라고 해야 했다.

계좌를 물어야 했다.

앱을 설치하라고 해야 했다.

그런데 이 남자는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았다.

서림이 물었다.

“그럼 왜 전화했어요?”

이번에는 남자의 대답이 늦었다.

“…일이니까.”

“사람 속이는 게 일이에요?”

“네.”

너무 간단한 대답이었다.

그래서 오히려 서림은 말문이 막혔다.

“당당하네요.”

“당당한 건 아닙니다.”

“그럼?”

“익숙한 거죠.”

낮은 목소리가 귓가에 가라앉았다.

서림은 이유 없이 입을 다물었다.

순간 전화기 너머로 무언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멀리서 누군가가 말했다.

—야, 다음 번호 넘겨.

서림의 눈빛이 변했다.

남자는 급하게 마이크를 막은 듯했다.

소리가 뭉개졌다.

잠시 뒤 다시 그의 목소리가 들렸다.

“끊겠습니다.”

“잠깐.”

남자가 멈췄다.

서림은 왜 그를 붙잡았는지 스스로도 몰랐다.

그저 궁금했다.

“내가 처음부터 보이스피싱인 거 알아챘잖아요.”

“네.”

“그런데 왜 이렇게 오래 통화했어요?”

잠시 아무 말도 들리지 않았다.

서림은 괜한 질문을 했다고 생각했다.

그때 남자가 말했다.

“그러게요.”

“…뭐?”

“저도 모르겠습니다.”

처음으로 그의 목소리가 흔들렸다.

아주 조금.

서림이 다시 입을 열기도 전에 전화가 끊겼다.

뚝.

“…….”

서림은 한동안 휴대폰을 귀에 댄 채 그대로 있었다.

통화시간.

07:48.

고작 여덟 분도 되지 않았다.

그런데 이상하게 훨씬 오래 통화한 것처럼 느껴졌다.

서림은 곧바로 번호를 캡처했다.

통화기록도 저장했다.

그리고 신고 앱을 열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이상한 전화를 받았다.

개인정보까지 알고 있는 범죄자가 연락했다.

신고해야 했다.

그런데 신고 내용을 입력하던 손가락이 잠시 멈췄다.

마지막에 들었던 목소리 때문이었다.

—저도 모르겠습니다.

“미쳤나 봐.”

서림은 작게 중얼거리며 다시 입력했다.

그때였다.

휴대폰 상단에 메시지 알림 하나가 나타났다.

방금 통화했던 번호였다.

서림은 그대로 굳었다.

문자는 짧았다.

[다음부터 모르는 번호는 받지 마세요.]

서림은 어이가 없어 헛웃음을 흘렸다.

“지가 전화해놓고.”

곧바로 답장을 입력했다.

[그쪽부터 전화하지 마세요.]

전송.

읽음 표시 같은 것은 없었다.

당연했다.

서림은 그대로 번호를 차단했다.

그러고 휴대폰을 책상 위에 뒤집어 놓았다.

끝이었다.

다시는 받을 일 없었다.

그렇게 생각했다.

*

밤 11시42 분.

서림은 침대에 누워 책을 읽다가 휴대폰을 확인했다.

부재중 전화 한 통.

처음 보는 번호였다.

010-73XX-19XX.

서림은 인상을 찌푸렸다.

설마.

그 순간 메시지가 들어왔다.

[차단했네요.]

서림은 벌떡 몸을 일으켰다.

손가락이 빠르게 움직였다.

[누구세요?]

답장은 바로 왔다.

[목소리 들으면 알 텐데.]

서림은 화면을 노려봤다.

그리고 휴대폰이 울렸다.

부우웅.

같은 번호였다.

받지 말아야 했다.

당연히 그래야 했다.

그런데 서림의 손가락은 이미 통화 버튼 위에 올라가 있었다.

잠깐의 망설임.

그리고.

톡.

“……여보세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서림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당신이에요?”

잠시 후.

낮고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이번엔 빨리 받네요.”

서림의 심장이 아주 이상하게 내려앉았다.

그녀는 그때 알지 못했다.

자신이 방금 받은 이 전화가,

돈보다 훨씬 많은 것을 빼앗아 갈 전화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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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낯선 번호
오후 4시17분.한서림은 휴대폰 화면에 뜬 번호를 한참 바라봤다.010으로 시작하는 누가봐도 평범한 번호였다.문제는 세 번째 전화라는 것이었다.처음에는 회의 중이었다.두 번째는 고객과 통화하고 있었다.그리고 세 번째.휴대폰이 책상 위에서 짧게 진동했다.부우웅.서림은 모니터 오른쪽 아래에 떠 있는 시간을 확인했다.퇴근까지 한 시간 사십삼 분.그녀는 한숨을 내쉬며 전화를 받았다.“네, 여보세요.”잠깐의 정적.곧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한서림 씨 맞으십니까?”낮고 차분한 목소리였다.서림의 손이 마우스 위에서 멈췄다.“그런데요.”“서울중앙지검 금융범죄수사팀입니다.”서림은 눈을 가늘게 떴다.그리고 아무 말 없이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남자는 계속 말했다.“현재 한서림 씨 명의로 개설된 계좌가 금융사기 사건에 이용된 정황이 확인돼서 연락드렸습니다.”서림의 입꼬리가 아주 조금 올라갔다.아.이거구나.“제 계좌가요?”“네.”“어느 은행인데요?”순간 남자의 대답이 반 박자 늦었다.“확인 절차를 위해서 먼저 본인 인증을—”“어느 은행이냐고요.”전화기 너머가 조용해졌다.서림은 피식 웃었다.창구 근무만 3년이다.지금은 본사 금융소비자보호팀에서 일하고 있지만, 고객들이 어떤 수법으로 돈을 잃는지 하루에도 몇 번씩 보고서를 확인했다.검찰.금융감독원.경찰.택배.카드사.이제는 소재조차 뻔했다.“요즘은 검찰에서 휴대폰 번호로 전화도 해요?”“한서림 씨.”“네.”“장난으로 받아들이시면 안 됩니다.”남자의 목소리는 놀라울 만큼 침착했다.보통 이쯤 되면 목소리가 높아졌다.상대를 압박하거나 겁을 줬다.그런데 이 남자는 달랐다.화내지도 않았다.서두르지도 않았다.그래서 오히려 조금 신기했다.서림은 턱을 괴었다.“그럼 사건번호 불러주세요.”이번에는 바로 답이 나왔다.“2026형제 84127호.”“…준비 많이 했네요.”“무슨 말씀이십니까?”“보이스피싱이요.”정적.서림은 휴대폰을 귀에서 살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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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목소리를 기억했다
“이번엔 빨리 받네요.”한서림은 휴대폰을 귀에 댄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분명 낮에 들었던 목소리였다.낮고 차분한 목소리. 사람을 안심시키기 위해 일부러 속도를 늦춘 것 같은 말투.그런데 지금은 그보다 조금 더 편안했다.서림은 침대에서 내려왔다.“번호를 또 바꾼 거예요?”“네.”“왜요?”“차단하셨으니까.”너무 당연하다는 듯한 대답이었다.서림은 헛웃음을 흘렸다.“그러니까 왜 다시 전화했냐고요.”전화기 너머가 잠깐 조용해졌다.이번에도 대답하지 않을 생각인가 싶었을 때 남자가 말했다.“확인할 게 있어서.”“뭘요?”“신고했습니까?”서림의 표정이 굳었다.낮에 작성했던 신고 화면이 떠올랐다.그녀는 실제로 신고를 접수했다.통화한 번호와 문자 내용도 캡처해 첨부했다.“했으면요?”“잘하셨네요.”“…뭐라고요?”서림은 어이가 없어 휴대폰을 내려다봤다.“지금 본인 신고한 사람한테 잘했다고 한 거예요?”“네.”“당신 진짜 이상한 사람이네.”“그 말도 아까 들었습니다.”“기억까지 잘하시네요.”남자가 작게 웃었다.그 짧은 웃음이 또 귀에 걸렸다.서림은 미간을 찌푸렸다.이 상황이 이상했다.보이스피싱범과 두 번째 통화를 하고 있다는 것부터 정상이 아니었다.그런데 더 이상한 건,무섭기보다는 궁금하다는 사실이었다.서림은 창가로 걸어갔다.커튼 사이로 늦은 밤의 불빛이 보였다.“나한테 돈 뜯으려고 전화한 거 맞죠?”“처음에는.”서림의 손이 멈췄다.“처음에는?”남자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그럼 지금은 아닌가 봐요?”“그 질문에는 대답 안 하겠습니다.”“왜요?”“대답하면 더 이상해질 것 같아서.”“이미 충분히 이상해요.”서림은 창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바라봤다.“내 번호랑 이름은 어디서 구했어요?”“….”“직장까지 알고 있었잖아요.”“그건 잊으세요.”“내 개인정보를 갖고 있는 범죄자가 잊으라면 내가 네, 하고 잊어요?”목소리가 조금 날카로워졌다.이번에는 남자도 장난스럽게 넘기지 않았다.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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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지우고 있는 이름
“되돌리고 있다고요?”한서림은 건물 입구 앞에 멈춰 섰다.출근하는 사람들이 그녀의 옆을 스쳐 지나갔다.남자는 잠시 말이 없었다.서림이 목소리를 낮췄다.“그게 무슨 뜻인데요?”“말 그대로입니다.”“내 정보가 조직에 넘어갔고, 그걸 다시 없애고 있다는 뜻?”“…네.”서림은 헛웃음을 흘렸다.“그게 가능해요?”“완전히는.”“그럼 왜 가능하다고 말했어요?”“가능하다고는 안 했습니다.”또 그 말투였다.차분하고,감정을 거의 드러내지 않는 목소리.서림은 점점 이 남자의 말버릇을 알 것 같았다.확실하지 않은 건 절대 확실하다고 말하지 않는다.거짓말을 하는 사람인데,이상하게도 일부러 거짓말하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내 정보 어디까지 퍼졌어요?”“이름, 번호, 직업.”“집 주소는?”대답이 없었다.서림의 표정이 굳었다.“알고 있죠?”“제가 가지고 있는 정보에는 없습니다.”“제가 가지고 있는 정보?”“다른 쪽까지는 모릅니다.”서림은 입술을 깨물었다.“신고 다시 할 거예요.”“하세요.”“경찰에도 제대로 이야기할 거고.”“그게 맞습니다.”서림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당신은 내가 당신 잡히게 해도 상관없어요?”이번에는 남자가 곧바로 대답하지 않았다.멀리서 키보드를 두드리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렸다.서림은 귀를 기울였다.“지금 어디예요?”“그건 말 못 합니다.”“뒤에서 키보드 소리 나는데.”정적.“사무실이에요?”“….”“사람들 많아요?”남자가 낮게 말했다.“한서림 씨.”“왜요?”“너무 많이 물어보지 마세요.”“내 개인정보 가지고 있는 사람이 할 말은 아니죠.”이번에는 남자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서림은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이름 알려줘요.”“싫습니다.”“왜?”“알면 안 되니까.”“내 이름은 알면서?”“그래서 더 안 됩니다.”“무슨 논리예요, 그게.”남자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내 이름을 알면 찾아볼 거잖아요.”“당연하죠.”“그러니까요.”서림의 입꼬리가 미세하게 올라갔다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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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 기다린 전화
오후 9시57 분.한서림은 세 번째로 휴대폰 화면을 확인했다.아무 연락도 없었다.“내가 지금 뭐 하는 거야.”소파에 기대앉아 중얼거렸지만, 손에서는 휴대폰을 놓지 못했다.분명 자신이 먼저 물었다.몇 시냐고.그 남자는 짧게 답했다.[열 시쯤.]그뿐이었다.약속이라고 부르기도 애매한 말이었다.그런데 서림은 아홉 시 반부터 계속 시계를 보고 있었다.보이스피싱범의 전화를 기다리면서.말도 안 됐다.오후 열 시 정각.휴대폰이 울렸다.서림의 시선이 즉시 화면으로 향했다.저장되지 않은 번호.또 새로운 번호였다.한 번.두 번.서림은 세 번째 진동이 울리기 전에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잠깐의 정적.그리고 익숙한 목소리.“기다렸습니까?”서림의 표정이 굳었다.“아니요.”“두 번 울리기도 전에 받았는데.”“휴대폰 보고 있었어요.”“왜요?”“그냥.”남자가 낮게 웃었다.서림은 괜히 소파에서 일어났다.“웃지 마요.”“아무 말도 안 했는데요.”“지금 웃었잖아요.”“들렸습니까?”“잘 들려요.”말하고 나서 서림은 순간 멈췄다.잘 들린다.언제부터 이 남자의 아주 작은 웃음까지 구분하게 된 걸까.서림은 화제를 돌렸다.“그래서요. 확인했어요?”“네.”“내 번호 완전히 빠졌어요?”“제가 접근 가능한 명단에서는 없어졌습니다.”“다른 데는?”“확신 못 합니다.”“그럼 또 전화 올 수도 있다는 거네요.”“한동안은요.”서림은 식탁 위에 놓인 물잔을 들었다.“당신이 지운 거 들키면 어떻게 돼요?”이번에는 대답이 없었다.서림의 손이 멈췄다.“위험해요?”“신경 쓰지 마세요.”“그 말 제일 싫어요.”“왜요?”“신경 쓰이게 만들어놓고 신경 쓰지 말라잖아요.”남자가 조용해졌다.서림도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깨닫고 입을 다물었다.신경 쓰인다.그 표현이 너무 솔직했다.“그런 뜻 아니에요.”급하게 덧붙였지만 이미 늦었다.남자가 천천히 말했다.“알겠습니다.”“뭘 알아요?”“신경 쓰인다는 거.”“아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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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 먼저 건 전화
신호음이 한 번 울렸다.두 번.세 번.한서림은 그제야 자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 깨달았다.“미쳤어.”급하게 종료 버튼을 누르려는 순간,딸깍.전화가 연결됐다.아무 말도 들리지 않았다.서림도 입을 열지 못했다.어젯밤 자신이 분명히 말했다.내일은 전화하지 말라고.그런데 하루도 지나지 않아 먼저 전화를 건 사람은 자신이었다.몇 초 뒤.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여보세요.”평소보다 조금 낮았다.그리고 분명히 놀란 목소리였다.서림은 괜히 소파에서 일어났다.“뭐 해요?”말하고 나서 눈을 질끈 감았다.이게 첫마디라고?전화해놓고 뭐 하냐니.남자는 잠시 아무 말이 없었다.그러다 물었다.“지금 저한테 전화하신 겁니까?”“번호 잘못 눌렀어요.”“저장까지 했나 보네요.”서림의 움직임이 멈췄다.“…뭘요?”“번호.”“최근 통화목록에서 눌렀거든요?”“실수로?”“네.”남자가 낮게 웃었다.서림은 입술을 꾹 다물었다.“왜 웃어요?”“아무것도 아닙니다.”“지금 비웃었잖아요.”“비웃은 건 아니고.”“그럼?”“기분이 좀 좋아서.”서림의 심장이 순간 이상하게 뛰었다.“뭐가요?”잠깐의 침묵.“먼저 전화했잖아요.”말투는 담담했지만, 그 안에 숨기지 못한 감정이 있었다.서림은 괜히 창문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그러니까 실수라니까.”“네.”“안 믿죠?”“믿습니다.”“전혀 안 믿는 목소리인데.”이번에는 남자가 웃었다.서림은 그 웃음이 이제 제법 익숙하다는 사실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오늘 전화 안 한다면서요.”“안 했습니다.”“진짜 안 할 생각이었어요?”“네.”대답이 너무 빨랐다.서림은 이상하게 기분이 상했다.“그렇구나.”남자가 바로 물었다.“왜요?”“뭐가요?”“목소리가 갑자기 달라졌는데.”“안 달라졌거든요.”“서운합니까?”“아니요.”“거짓말.”또 저 말이다.서림은 소파에 털썩 앉았다.“본인이 사기꾼이면서 남보고 맨날 거짓말이래.”“사기꾼이라서 더 잘 알죠.”“자랑 아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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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그 사람을 어디까지 압니까
[그 사람 목소리, 많이 익숙하시죠?]한서림은 문자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심장이 빠르게 뛰었다.모르는 번호.그런데 상대는 분명히 알고 있었다.자신이 누구와 통화했는지.서림은 곧바로 답장을 입력했다.[누구세요?]전송.답장은 오지 않았다.일 분.이 분.서림은 기다리다 못해 방금 전화를 끊은 번호로 다시 전화를 걸었다.[전원이 꺼져 있어 연결할 수 없습니다.]여전히 같은 안내음이었다.“대체 무슨 일이야.”서림은 거실을 서성였다.그때 다시 메시지가 왔다.[그 남자가 자기 이름은 알려줬습니까?]서림의 손이 멈췄다.[아니요.]보내려다가 지웠다.이 사람에게 굳이 사실대로 답할 이유가 없었다.대신 물었다.[당신이랑 무슨 상관인데요?]잠시 후.[많이 상관 있습니다.][그 사람이 당신에게 무슨 말을 했는지도요.]서림의 얼굴이 굳었다.그 사람.분명 조직 내부 사람이었다.아니면 적어도 그 남자와 가까운 사람.서림은 천천히 소파에 앉았다.[직접 전화하세요.]이번에는 답장이 빨랐다.[전화 받아줄 겁니까?]서림은 망설였다.그리고 짧게 보냈다.[네.]십 초도 지나지 않아 전화가 걸려왔다.모르는 번호.서림은 숨을 한번 고른 뒤 통화 버튼을 눌렀다.“여보세요.”낯선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한서림 씨?”처음 듣는 목소리였다.조금 거칠고 낮았다.서림은 바로 물었다.“누구예요?”“그건 중요한 게 아닙니다.”“그럼 끊을게요.”“그 사람이 당신 번호 지운 거 알고 있습니까?”서림의 손이 멈췄다.“무슨 말이에요?”“알고 있나 보네.”남자가 짧게 웃었다.기분 나쁜 웃음이었다.서림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 사람한테 무슨 말 들었습니까?”“왜요?”“그 사람이 요즘 일을 제대로 안 해서.”서림의 눈빛이 차갑게 굳었다.“그래서요?”“원래 그런 사람 아닙니다.”“어떤 사람인데요?”“표적 하나 때문에 규칙 어기는 사람은 아니죠.”표적.그 단어가 귀에 꽂혔다.서림은 손끝에 힘을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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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얼굴을 모르는 사람
“이제 전화로 끝날 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한서림은 그 말을 듣고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그게 무슨 뜻이에요?”남자는 대답하지 않았다.서림은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설마 나한테 직접 찾아온다는 뜻이에요?”“…가능성이 있습니다.”“누가요?”“오늘 연락한 사람.”서림의 손끝이 차가워졌다.“그 사람이 내 얼굴도 알아요?”잠깐의 침묵.그것만으로 충분했다.서림의 표정이 굳었다.“알고 있구나.”“회사 근처에서는 조심하세요.”“어떻게 내 얼굴까지 알아요?”“자료에 사진이 있었을 수도 있습니다.”“있었을 수도?”“제가 처음 받은 자료에는 없었습니다.”서림은 입술을 깨물었다.“내 정보 지웠다면서요.”“제가 접근할 수 있는 쪽에서는 지웠습니다.”“그럼 다른 데 복사된 건 못 지운 거네요.”“…네.”순간 화가 치밀었다.“그럼 처음부터 그렇게 말했어야죠.”“겁먹을까 봐.”“지금은 안 무서울 것 같아요?”목소리가 높아졌다.남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서림은 눈을 감았다.“진짜 최악이다.”“…알고 있습니다.”“그 말 좀 하지 마요.”“미안합니다.”서림의 눈이 떠졌다.처음이었다.그가 미안하다고 말한 건.짧은 한마디인데 이상하게 화를 더 낼 수가 없었다.서림은 한숨을 내쉬었다.“그래서 어떻게 해야 해요?”“내일 퇴근할 때 연락하세요.”“당신한테?”“네.”“전화하지 말라면서요.”“상황이 바뀌었습니다.”서림은 헛웃음을 흘렸다.“당신 규칙 되게 자주 바뀌네요.”“이번에는 지키세요.”“싫다면?”남자의 목소리가 낮아졌다.“부탁입니다.”서림은 조용해졌다.명령도 아니었다.경고도 아니었다.부탁.그 단어 하나가 이상하게 마음에 남았다.“알았어요.”“그리고.”“또 뭐요?”“택시는 회사 안에서 부르고, 차량번호 확인하세요.”“네.”“집 근처에서 누가 기다리고 있으면 바로 경찰에 신고하고.”“네.”“엘리베이터도—”서림이 말을 끊었다.“잠깐만.”“왜요?”“당신 지금 나 걱정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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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처음 보는 얼굴
“처음 뵙겠습니다.”한서림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분명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그런데 낯설지가 않았다.낮게 내려앉은 목소리. 말을 끝낼 때 아주 조금 느려지는 습관. 사람을 바라볼 때 먼저 상대의 표정을 읽는 눈.며칠 동안 전화기 너머로만 들었던 사람이 지금 눈앞에 서 있었다.“당신이…”서림의 입술이 천천히 움직였다.“그 사람이에요?”남자가 희미하게 웃었다.“목소리 들었잖아요.”“그래도…”서림은 그를 위아래로 훑어봤다.생각했던 모습과 달랐다.왠지 더 거칠고 위험하게 생겼을 거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실제로 본 그는 지나치게 평범했다.짙은 회색 코트. 검은 셔츠. 단정한 머리.길에서 마주쳤다면 한 번쯤 눈길이 갈 정도로 잘생겼지만, 범죄자라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을 얼굴이었다.그게 더 무서웠다.서림은 한 발 뒤로 물러났다.남자의 눈빛이 바로 달라졌다.“무섭습니까?”“안 무서울 것 같아요?”“그렇겠네요.”그는 더 가까이 오지 않았다.서림과 일정한 거리를 둔 채 뒤쪽을 확인했다.“일단 이동하죠.”“어디로요?”“사람 많은 곳.”“당신 따라가라고요?”남자가 잠시 그녀를 바라봤다.“그건 제가 생각을 못 했네요.”“뭘요?”“지금 내 입으로 누굴 따라가지 말라고 해놓고.”서림은 어이가 없어 웃었다.“이제 알았어요?”“그럼 선택하세요.”남자는 직원 출입구 옆 큰길을 가리켰다.“저쪽 편의점까지 혼자 걸어가든가, 아니면 여기서 경찰 부르든가.”“당신은요?”“뒤에서 따라가겠습니다.”“그게 더 무서운데요?”이번에는 남자가 정말 웃었다.서림은 그 웃음을 듣는 순간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전화로 들었던 것과 똑같았다.당연한데도 이상했다.목소리와 얼굴이 한 사람에게서 나오는 게 아직 어색했다.“아까 그 검은 재킷 남자는요?”남자의 표정이 바로 굳었다.“여기 근처에 있습니다.”“그 사람 누구예요?”“어제 전화했던 사람 쪽.”“그럼 당신 아는 사람이잖아요.”“알죠.”“친해요?”“그럴 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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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 같이 뛰는 사람
“그냥 같이 뛰어요.”남자의 말이 끝나자마자 한서림은 손목이 잡힌 채 편의점 밖으로 끌려 나왔다.문이 열리며 차가운 밤공기가 얼굴을 때렸다.“잠깐, 어디로 가는 건데요?”“뒤쪽 골목.”“왜요?”“차에 타면 안 됩니다.”서림은 숨을 헐떡이며 그를 따라갔다.뒤에서 자동차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남자의 속도가 더 빨라졌다.“뛰어요.”“지금 뛰고 있거든요!”“조금만 더.”“누가 쫓아오는 건데요?”대답은 없었다.서림은 뒤를 돌아보려 했다.그 순간 남자가 잡고 있던 손을 더 세게 당겼다.“뒤 보지 마요.”“왜요?”“얼굴 보여주지 말라고요.”그 말에 서림은 더 이상 뒤를 보지 않았다.골목으로 들어서자 가게 불빛이 급격히 줄었다.남자는 익숙한 듯 방향을 두 번 틀었다.서림은 숨이 차올라 결국 그의 손을 뿌리쳤다.“잠깐만.”남자가 바로 멈췄다.“나 더 못 뛰어요.”“조금만 더 가면 됩니다.”“그 말 아까도 했어요.”서림은 벽에 손을 짚었다.가슴이 빠르게 오르내렸다.남자는 골목 입구를 계속 확인했다.서림은 숨을 고르며 그를 바라봤다.“당신.”“네.”“지금 나 납치하는 건 아니죠?”남자가 서림을 돌아봤다.표정이 묘하게 굳었다.“이 상황에서 그 생각이 듭니까?”“당신 보이스피싱범이잖아요.”“…그건 맞는데.”“그러니까.”남자가 어이없다는 듯 짧게 웃었다.“납치할 생각이었으면 사람 많은 편의점까지 데리고 갔겠습니까?”“범죄자 말을 어떻게 믿어요.”“그러니까 믿지 말라고 했잖아요.”서림은 입을 다물었다.틀린 말은 아니었다.남자는 다시 골목 끝을 확인했다.“곧 나가야 합니다.”“어디로요?”“택시 잡을 수 있는 큰길.”“당신도 같이 가요?”그가 잠시 서림을 바라봤다.“아니요.”“왜요?”“같이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안 좋습니다.”서림의 표정이 굳었다.또 그 말이었다.안 좋다. 위험하다. 엮이면 안 된다.그런 말을 하면서 매번 가장 먼저 자신에게 오는 사람도 이 남자였다.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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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진짜 이름
전화기 너머에서 남자가 웃었다.아주 짧게.그런데 한서림은 그 웃음이 이상하게 오래 귀에 남았다.“왜 웃어요?”“아닙니다.”“또 거짓말.”“…그러네요.”서림은 침대에 기대앉았다.처음이었다.그가 자신의 거짓말을 순순히 인정한 것은.“그런데.”서림이 물었다.“오늘 그 사람들은 어떻게 됐어요?”웃음기가 사라졌다.남자의 목소리가 다시 낮아졌다.“당분간 회사 근처에는 안 올 겁니다.”“어떻게 알아요?”“얘기했습니다.”“누구랑?”“그 사람들하고.”서림의 몸이 바로 일으켜졌다.“직접 만났어요?”“네.”“미쳤어요?”자기도 모르게 목소리가 커졌다.남자가 잠시 조용해졌다.서림은 계속 말했다.“그래서 연락 늦었던 거예요?”“…네.”“다친 데는요?”“없습니다.”“진짜?”“네.”“당신 말 이제 못 믿겠는데.”전화기 너머에서 작은 한숨이 들렸다.“조금 긁힌 정도입니다.”서림의 얼굴이 굳었다.“어디를요?”“별거 아닙니다.”“어디냐고요.”“입술.”서림은 입을 다물었다.아까 편의점에서 봤던 얼굴이 떠올랐다.멀쩡했다.그 이후에 생긴 상처라는 뜻이었다.“왜 그렇게까지 했어요?”“뭘요?”“그 사람들한테 나 건드리지 말라고 한 거잖아요.”남자는 대답하지 않았다.그 침묵이 오히려 확실한 대답이었다.서림이 낮게 말했다.“내가 뭐라고.”한참 뒤,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그러게요.”가슴이 순간 철렁했다.“뭐예요, 그 대답.”“저도 모르겠습니다.”첫날과 똑같았다.왜 통화를 오래 했냐고 물었을 때도 그랬다.저도 모르겠습니다.그때는 이상한 사기꾼이라고 생각했다.지금은 그 말의 뜻이 조금 다르게 들렸다.서림은 괜히 이불 끝을 만지작거렸다.“그럼 이제 괜찮은 거죠?”“며칠은 지켜봐야 합니다.”“또 회사 앞으로 와요?”“제가 확인하겠습니다.”“어떻게요?”“그건 신경 쓰지 마세요.”“또 시작이네.”서림이 한숨을 쉬었다.“왜 항상 나한테는 아무것도 말 안 해줘요?”“알 필요 없는 일이라서.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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