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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Author: 보라돌이
백진아는 느긋하게 의자 등받이에 기대어, 담담한 눈빛으로 옥취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옥취는 바르르 떨더니, 안색이 순식간에 창백해졌다. 그리고 “털썩” 소리와 함께 무릎을 꿇더니, 머리를 조아리며 애원하기 시작했다.

“왕비마마, 살려주십시오! 우리 아가씨께서 이미 저를 벌하셨습니다. 넓은 아량으로 용서하시고, 어서 해독제를 주십시오!”

유여매도 나긋하게 애원했다.

“언니, 다 제 잘못입니다… 제가 하인을 잘 다스리지 못한 탓입니다. 그러니, 원망하시려면 저부터 꾸짖으십시오.”

백진아는 냉랭하게 말했다.

“언니요, 동생이니 하지 말거라. 너는 이름도, 신분도 없이 능왕부에서 지내며, 왕야와 혼인도 하지 않고 함께 어울리고 있다. 헌데 대체 무슨 자격으로 날 언니라 부르는 것이냐?”

“왕비 마마… 저는… 흑…”

유여매는 훌쩍이며 울음을 터뜨렸지만, 방 안의 사람들은 다들 아무것도 못 들었다는 듯, 시선을 피하며 애써 모른 척했다.

연천능이 매섭게 말했다.

“백진아, 도를 넘지 말거라! 나와 여매는 아무 사이도 아니다!”

백진아는 그를 경멸스럽게 흘겨보며 말했다.

“두 사람이 무슨 사이인지는 저와 상관없는 일이지만, 유여매의 하녀가 날 찔렀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처벌도 없는 것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게다가 그것도 모자라, 유여매의 맥을 짚으라니요? 대체 제가 왜 그래야 합니까?”

옥취는 억울한 듯 외쳤다.

“마마께서 독을 썼으니, 독을 없애는 것도 모두 마마의 몫이지요.”

백진아의 눈빛이 차갑게 번뜩였다.

“누가 독을 썼는지는, 네가 제일 잘 아는 것 아니냐?”

옥취가 옥에 찾아와 그녀를 죽이려 했으니, 분명 수상한 구석이 있을 것이다.

“풋!”

고지행이 참다못해, 웃음을 터뜨렸다.

“마마께서는 정말 솔직하시군요.”

연천능은 머리가 지끈거린듯, 이내 호통쳤다.

“백진아! 어찌 이리도 천박해진 것이냐?”

백진아는 멋지게 면사포를 불고 태연하게 말했다.

“한 번 죽어본 사람이라, 모든 것을 다 내려놓게 되었습니다. 앞으로는 하루라도 자유로이 살고 싶습니다.”

“콜록... 왕야...! 가슴이 너무 답답합니다...”

유여매는 힘겹게 숨을 헐떡이며,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연천능이 뭐라 말하기도 전, 백진아가 먼저 나섰다.

“옥취를 벌하면, 네 맥을 짚어주마. 네가 스스로 결정하거라.”

옥취의 눈에 두려움이 스쳤지만, 이내 고개를 숙이고 귀를 쫑긋 세웠다.

연천능은 냉랭하게 말했다.

“백진아, 너무 잔인하게 굴지 말거라. 앞으로도 왕부에서 자리를 잡아야지 않겠느냐?”

‘위협이다. 대놓고 협박이라니?’

“자리를 잡다니요? 지금 능왕비인 저한테 하신 말씀입니까? 능왕부에서 자리를 잡아야 할 사람이 누구인지, 정말 몰라서 하는 말씀입니까?”

백진아의 말에는 끝없는 경멸과 조소가 담겨 있었고, 연천능은 거의 피를 토할 뻔했다.

‘대체 이 여자, 언제부터 이렇게 매섭게 말했었지?’

백진아가 하는 말은, 말마다 정곡을 찌르고 있었다!

유여매는 단호한 백진아의 모습에, 흐느끼며 물었다.

“왕비마마… 대체 뭘 원하시는 겁니까?”

백진아는 눈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난 공평한 사람이다. 나를 한 번 찔렀으니, 나도 한 번 돌려주면 끝이 난다!”

“왕야… 마마, 살려주십시오! 아가씨, 제발 살려주십시오!”

옥취는 너무나도 무서웠다. 백진아는 분명 그녀를 찔러 죽이고도 남을 것이다!

유여매도 그 점을 눈치채고 말했다.

“귀하신 마마께서 어찌 직접 하인을 벌하신단 말입니까? 스무 대 곤장을 때리는 것으로 작은 벌을 주시는 건 어떠십니까?”

“좋아!”

백진아가 단번에 허락하자, 옥취는 안도의 표정을 내비쳤다.

하지만 그 모습에 백진아가 다시 입을 열었다.

“곤장 벌을 내리자마자, 직접 확인할 것이다. 내 마음에 들어야지, 벌이 끝나는 법이니. 처벌 흉내만 낼 셈이라면, 지금이라도 생각을 접는 것이 좋을 것이다.”

옥취의 얼굴을 하얗게 질렸고, 순간 눈빛에 독기가 서렸다. 그녀는 더 이상 애원하지 않았다. 옥취는 잠시만 참고, 나중에 복수하겠다고 다짐했다.

연천능은 두 노파에게 눈짓을 보냈고, 그들은 이내 옥취를 질질 끌고 나갔다.

백진아는 청아한 목소리로 말했다.

“마침 긴 걸상이 용도를 찾았구나. 거기 눕혀서 때리거라. 내 마음에 들지 못하면, 처음부터 다시 때려야 한다. 네 아가씨를 위한 일이니, 절대 가벼이 때려선 안 된다.”

곧 마당에서는 곤장 때리는 소리와 옥취의 비명이 울려 퍼졌다.

스무 대를 금방 다 때리고 난 후, 노파가 걸상에 옥취를 싣고 왔다.

“마마, 확인하시지요.”

백진아는 옥취의 이마에 맺힌 땀과 깨문 입술을 보고, 노파들이 힘껏 때렸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녀는 크게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

“그만하거라. 나도 그렇게 매정한 사람은 아니다. 어서 치료하러 데려가거라.”

연천능이 말을 꺼내기도 전, 백진아가 먼저 입을 열었다.

“날 침상 쪽으로 옮기거라. 유여매의 맥을 짚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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