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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장

Author: 산꼭대기
김연우는 두 달 동안 상단에서 일했다.

예전에는 궂은일에 손 한번 대지 않던 사람이었지만, 이제는 배를 따라다니고 물건을 검수하고 화물을 호위하는 일까지 무엇 하나 마다하지 않았다.

사람들이 그를 회계라 불러도 그는 그저 고개를 숙인 채 물품 목록을 대조할 뿐이었다.

한번은 나루터를 지나다 그가 갑판에 쪼그려 앉아 밧줄을 다시 묶는 모습을 보았다.

손가락 끝이 까져 피가 삼베 밧줄에 스며들고 있었다.

내 시선을 알아차린 그는 무의식적으로 손을 등 뒤로 감췄다.

나는 잠시 멈춰 섰다가 사람을 시켜 상처에 바를 약을 보내 주었다.

그런데 그날 밤, 김연우는 빈 약병을 깨끗이 씻어 내 책상 위에 가지런히 올려놓고 아무 말도 남기지 않았다.

봄이 시작된 뒤, 상단에서 북쪽 강안으로 물건을 보내야 했다.

김연우는 하루라도 빨리 빚을 갚겠다며 자청해 배를 호위하겠다고 나섰고, 황제가 후작 가문에 하사한 문서까지 꺼내 거래의 담보로 삼았다.

황제가 하사한 물건은 본래 사사로이 담보를 잡을 수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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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연우는 두 달 동안 상단에서 일했다.예전에는 궂은일에 손 한번 대지 않던 사람이었지만, 이제는 배를 따라다니고 물건을 검수하고 화물을 호위하는 일까지 무엇 하나 마다하지 않았다.사람들이 그를 회계라 불러도 그는 그저 고개를 숙인 채 물품 목록을 대조할 뿐이었다.한번은 나루터를 지나다 그가 갑판에 쪼그려 앉아 밧줄을 다시 묶는 모습을 보았다.손가락 끝이 까져 피가 삼베 밧줄에 스며들고 있었다.내 시선을 알아차린 그는 무의식적으로 손을 등 뒤로 감췄다.나는 잠시 멈춰 섰다가 사람을 시켜 상처에 바를 약을 보내 주었다.그런데 그날 밤, 김연우는 빈 약병을 깨끗이 씻어 내 책상 위에 가지런히 올려놓고 아무 말도 남기지 않았다.봄이 시작된 뒤, 상단에서 북쪽 강안으로 물건을 보내야 했다.김연우는 하루라도 빨리 빚을 갚겠다며 자청해 배를 호위하겠다고 나섰고, 황제가 후작 가문에 하사한 문서까지 꺼내 거래의 담보로 삼았다.황제가 하사한 물건은 본래 사사로이 담보를 잡을 수 없었다.나는 그 사실을 일러 주었지만, 그는 끝내 계약서에 서명했다."이번 거래만 성사되면 빚의 절반 이상을 갚을 수 있다. 후작 가문에 남은 것도 이제 이것뿐이니, 마지막으로 한번 걸어 보겠다."도중에 도적을 만났을 때 김연우는 화물선을 지키려다 칼을 맞았다.소식을 듣고 객잔으로 달려갔을 때 그는 이미 피를 너무 많이 흘려 의식을 잃은 상태였다.의원이 그의 상처를 꿰매는 동안 나는 침상 곁에 앉아 있었다. 그 사이 약을 두 번이나 다시 데웠다.김연우는 눈을 뜨자 가장 먼저 나를 보았다."물건은 어찌 되었느냐?""지켜 냈습니다."그는 안도의 숨을 내쉬더니 손을 들어 내 옷자락을 붙잡았다.힘은 거의 들어가지 않았지만 놓지는 않았다."서윤아, 예전의 나는 네가 다른 사람보다 강인하니 서러운 일을 조금 겪어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내가 직접 칼을 맞고 나서야 알았다. 아무리 잘 참는 사람이라 해도 아픔이 덜해지는 것은 아니더구나."눈물이 소리 없이 그의 눈가에서 흘러내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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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지헌이 상단에 들이닥쳤을 때 입고 있던 옷은 바로 그 화려한 붉은 옷이었다.그녀는 경성에서 강남까지 나를 쫓아왔고, 곁에는 시녀 한 명만 데리고 있었다.옷자락은 빗물에 젖어 있었지만 금실로 수놓은 문양은 여전히 눈부셔 상단 안팎의 사람들이 모두 그녀를 바라보았다.임지헌은 두 눈이 새빨갛게 충혈된 채 대청 한가운데에 서 있었다."난 한 번도 너와 다툴 생각이 없었어다. 너한테는 가업도 있고, 아버지와 오라버니도 있고, 경성에서 누리는 명망도 있지 않느냐. 그런데 그저 자유롭게 살고 싶은 나를 어찌 이렇게까지 몰아붙이는 것이냐?"뒤이어 김연우가 달려왔다.그가 임지헌을 데리고 나가려 하자 그녀는 손을 뿌리치고 사람들 앞에서 겉옷을 풀어 붉은 옷을 드러냈다."봐. 이제는 이 옷마저 내 잘못이 된 것이냐? 내가 죽어야만 세자를 놓아줄 것이냐?"주변에서 수군거리는 소리가 하나둘 들려오기 시작했다.나는 그녀와 김연우를 두고 다투지 않았다. 그저 장부를 맡은 이에게 지난 팔 년간의 거래 장부를 가져오게 했다.과거 우리는 절친한 벗이었다.임지헌이 마음에 들어 했던 옷이며 나들이에 쓴 마차와 말, 절에 올린 공양까지 대부분 내가 대신 값을 치렀다.하지만 지난 일 년 동안 그녀는 나의 상단 패로 마흔일곱 차례나 외상 거래를 했다.그중 스물한 건에는 김연우의 서명과 인장이 찍혀 있었고, 나머지는 예전에 급한 일이 생겼을 때 쓰라고 내가 그녀에게 맡겨 둔 개인 인장을 사용했다.옷과 장신구, 별원 수리 비용까지 모두 일만 육천삼백 냥이었다.장부를 맡은 이가 사람들 앞에서 모든 내역을 읽고 나자 시끄럽던 대청이 점차 조용해졌다.나는 장부를 그 붉은 옷이 기록된 장까지 넘겼다."예전에 선물한 것들은 따지지 않겠다. 허나 상단 패가 이미 회수된 것을 알면서도 계속 후작 가문 세자빈의 명의로 외상을 달아 두었더군."임지헌이 옷깃을 세게 움켜쥐었다."이건 세자께서 내게 준 것이다.""하지만 내 돈으로 산 것이다!"나는 여집사에게 수수한 옷 한 벌을 병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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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연우가 강남에 도착한 그날 밤, 차가운 비가 내렸다.상단의 문을 닫기 전, 호위가 찾아와 김연우가 문밖에 무릎을 꿇고 나를 한 번만 만나고 싶다고 전했다.나는 아래층으로 내려가지 않았다.빗소리가 밤새도록 이어졌다. 나는 장부를 덮고 창가로 걸어갔다.김연우는 여전히 돌계단 아래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비단 도포는 빗물에 흠뻑 젖었지만 그는 허리를 조금도 굽지 않았다.경성에서 모두가 칭송하던 후작 가문의 세자가 진흙탕에 무릎을 꿇은 채 뒤늦은 답을 기다리고 있었다.나는 휘장을 내렸다.날이 밝아 올 무렵, 김연우가 문 앞에서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하인이 부축하려 했지만, 정신을 차린 그는 그 손을 밀어냈다."박서윤이 나를 만나 주지 않는다면 계속 기다리겠다."결국 나는 아래층으로 내려갔다.발소리를 들은 김연우가 고개를 들었다.그 순간, 그의 눈빛에 너무나 익숙한 빛이 스쳤다.그는 다급히 일어나다 비틀거리면서도 내 손을 잡으려 했다.호위가 칼집을 가로세워 우리 사이를 막았다.김연우의 손이 칼집 앞에서 멈췄고, 손가락 마디가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서윤아, 나와 함께 돌아가자."그는 많이 야위어 있었다. 여전히 반듯하고 수려한 얼굴이었지만, 예전의 여유로운 기색은 빗물에 씻겨 나간 듯 거의 남아 있지 않았다.나는 대답하지 않았다.그의 시선이 내 차림새를 훑다가 머리에 꽂은 나무 비녀에서 멈췄다. 그는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그날 내가 혼례청을 떠난 것은 지헌이가 정말로 출가할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그 일로 지헌이의 평생이 망가진다면 내 마음이 편치 않았을 것이다. 지난날 무슨 일이 있어도 내 곁을 떠나지 않았으니 기다려 줄 것이라 생각했다. "김연우가 자신의 겉옷을 벗어 내 어깨에 둘러 주려 했다.내가 한 걸음 물러나자 겉옷은 그의 팔에 걸렸다."너는 추위를 많이 타지 않느냐.""임지헌은 어디 있습니까?""사람을 시켜 임씨 가문으로 돌려보냈다."그가 반걸음 다가오며 목소리를 낮췄다."앞으로는 지헌이를 만나지 않겠다.

  • 버려진 혼약, 다시 찾은 삶   제5장

    경성을 떠난 지 열사흘째 되는 날, 나는 강남에 도착했다.아버지는 내가 왜 홀로 돌아왔는지 묻지 않았다. 그저 수운을 총괄하는 장부를 탁자 위에 올려놓고 사람을 시켜 강가의 옛 별채를 정리하게 했다.나는 치맛자락이 긴 옷을 벗고 배에 오르내리기 편한 소매가 좁은 옷으로 갈아입었다.긴 머리도 더는 복잡하게 틀어 올리지 않고 나무 비녀 하나로 간단히 틀어 올렸다.처음 배를 점검하러 나간 날, 나는 사람을 시켜 연한 차를 더 준비하게 했다.김연우는 진한 차를 마시지 않았다.밤늦도록 장부를 볼 때면 늘 따뜻한 우전 용정차를 한 잔씩 마시곤 했다.차가 나오자 나는 잠시 바라보다가 치우라고 했다.경성의 소식은 계속해서 전해졌다.후작 가문은 하인들의 월급조차 줄 수 없게 되자 먼저 장원 두 곳을 팔았다.과거 김연우와 형제처럼 지내던 사람들도 그가 박씨 가문과 사이가 틀어졌다는 사실을 알고는 하나둘 문전박대했다.채권자들이 연이어 찾아왔고, 노부인의 장례를 치르며 진 빚까지 들춰졌다.임지헌은 여전히 후작 가문의 별원에 머물고 있었다.처음에는 김연우와 함께 어려움을 헤쳐 나가겠다고 했다. 하지만 식량이 줄어들자 음식이 거칠다며 불평했고, 숯마저 줄어들자 김연우가 일부러 자신에게 화풀이한다고 했다.이는 내가 지어낸 이야기가 아니었다.편지에는 후작가가 잠시 어려움을 겪는 것뿐이니 상단 패를 돌려보내라고 적혀 있었다."지헌이가 크게 놀라 안정을 취해야 하니, 혼례복 일은 더는 따지지 말거라."끝내 치르지 못한 그날의 혼례 이야기도 적혀 있었다."이만큼 소란을 피웠으면 충분하다. 이제 돌아오면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지내면 된다."나는 편지를 화로에 던졌다.두 번째 편지는 더 빨리 도착했다.이번에는 임지헌에 관한 이야기는 한마디도 없었다. 대신 우리가 함께한 지난 팔 년의 일들을 적어 내려갔다.내가 처음 후작가에 들어갔을 때 찬 음식을 먹지 못했던 것도, 천둥을 무서워한다는 것도 기억하고 있었다.심지어 내가 열일곱 살 때 강남으로 가서 봄날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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