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우가 병풍 뒤에서 걸어 나왔다.그는 여전히 흰 비단 도포를 입고 있었고, 옷깃은 흐트러진 곳 하나 없이 단정했다.나를 본 순간 그의 걸음이 잠시 멎었다. 하지만 이내 동요를 감추고 아무렇지 않은 표정을 지었다.임지헌의 손에서 꽃가지가 바닥으로 떨어졌다.그녀는 순식간에 술이 깬 듯 얼굴이 점점 창백해지더니, 황급히 내 소매를 붙잡았다."서윤아, 내가 술에 취해 정신이 흐렸다. 그저 너와 연우의 사이가 굳건한 게 부러워서 해서는 안 될 착각을 했을 뿐이다."연우라는 이름이 너무도 자연스럽게 흘러나왔다.나는 손가락을 살짝 말아 쥐었지만 그녀를 밀어내지는 않았다."방금 그 사람을 위해 기꺼이 손수 밥을 지어 주고 싶다고 하지 않았느냐. 그 마음도 착각이었느냐?"임지헌의 눈시울이 금세 붉어졌다.그녀가 입을 열기도 전에 김연우가 한 걸음 옆으로 나서며 그녀를 등 뒤로 감쌌다."지헌이가 술을 못 마시는 걸 뻔히 알면서 어찌 말리지 않았느냐?"나는 그를 바라보며 잠시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했다.오늘 연회에서 술을 직접 따른 사람은 임지헌이었다.모처럼 마음 맞는 사람을 만났으니, 오늘만큼은 마음 놓고 즐기고 싶다고 했다.김연우는 내 안색이 좋지 않은 것을 보고 손목을 잡으려 손을 뻗었다.내가 살짝 피하자 그는 손을 허공에서 멈췄다가 천천히 거뒀다."사람이 많으니 일을 크게 만들지 말거라. 돌아가면 내가 설명하마."그 말은 팔 년 전과 똑같았다.당시 후작가가 죄에 연루되자 찾아오던 손님들의 발길이 모두 끊겼고, 사람들은 하나같이 내게 파혼하라고 권했다.열다섯 살의 김연우는 박씨 가문 저택 앞에서 밤을 꼬박 새웠다. 날이 밝은 뒤, 오래되어 닳은 옥 장식 하나를 내 손바닥 위에 올려놓으며 말했다."지금 아무도 나를 믿어 주지 않아도 상관없다. 나를 기다려 주기만 한다면, 이 혼약으로 평생 네가 불행해지는 일은 없게 하겠다."나는 팔 년을 기다렸다.그가 다시 세자의 옷을 입는 날까지 기다렸고, 점점 내 체면을 내세워 다른 여인을 감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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