เข้าสู่ระบบ아무래도 주현우에게 완전히 실망한 모양이었다. 허아연을 소중히 여기지 않으면 나중에 반드시 후회할 거라고 전서진도 말한 적이 있었다. 결국 인과응보로 그 업보를 맞은 셈이었다.두 사람이 다시 잘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전서진도 아무 말 하지 않았다. 그런 말로 주현우를 위로하지도 않았다. 현실적이지 않으니까. 몇 년간의 결혼 생활 동안 주현우는 여지를 남기지 않았다.전서진의 위로에 주현우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계속 3년 전 일들이 떠올랐다. 허아연에게 못되게 굴었던 일들, 예전에 자신을 좋아했던 허아연이, 허아연의 일기장에 적혀 있던 글귀들이 자꾸만 생각났다.잠시 침묵하던 주현우가 전서진을 보며 말했다."늦었다, 이제 가서 쉬어."전서진이 미덥지 않다는 듯 물었다."진짜 내가 여기 없어도 돼? 괜찮겠어?"그 말에 웃음이 터진 주현우가 힘없이 말했다."나 그렇게 나약하지 않아. 게다가 마지막이 오기 전까지는 나랑 권승준 중에 누가 이길지 모르는 일이야." 그 말에 마음이 놓인 전서진이 말했다."그래, 그렇게 생각하면 됐어. 그럼 나 먼저 갈게."말을 마친 전서진은 소파에 걸쳐둔 겉옷을 챙겨 자리를 떴다.전서진이 떠나자 원래도 조용하던 병실이 더 조용해졌다.혼자 병상에 남은 주현우는 여전히 잠이 오지 않았고 머릿속엔 온통 허아연 생각뿐이었다."주현우, 나 이제 아빠 없어.""주현우, 나 계속 너와 친구 하면서 같이 놀아도 돼?""주현우……"예전 일들을 떠올릴수록, 허아연이 전에 자신과 주씨 가문에 얼마나 의지했는지 떠올릴수록, 허아연을 오해했던 일들을 떠올릴수록 주현우는 죄책감이 점점 커져만 갔다.고개를 돌려 창밖을 보니 쟁반처럼 둥근 달이 떠 있었다. 얼핏 허아연의 얼굴이 보이는 것 같았지만 이제 영영 돌아갈 수 없는 사이가 되어버렸다. ……다음 날 오전.허아연이 호텔 레스토랑에서 조식을 먹고 있을 때 주민경이 찾아왔다.의자를 당겨 허아연 맞은편에 앉은 주민경은 바람 빠진 공처럼 테이블 끝에 힘없이 턱을 괴
다급하게 들려오는 노크 소리에 일어난 허아연이 문 앞으로 걸어가 나직이 물었다."누구세요?"허아연의 물음에 문밖에서 부드러운 남자 목소리가 들려왔다."나야."안서준의 목소리임을 알아챈 허아연이 문을 열고 물었다. "이틀 뒤에나 교진시로 돌아온다고 하지 않았어요? 왜 이렇게 빨리 왔어요?"허아연의 다정한 목소리에 안서준이 말했다."일 다 끝내서 바로 왔지."허아연이 얘기를 나누며 문을 좀 더 열자 안서준이 안으로 들어왔다.그 모습에 허아연도 문을 열어둔 채 안서준의 뒤를 따라 방으로 들어갔다.허아연의 책상 앞까지 걸어간 안서준이 갑자기 돌아서더니 말했다."장 아저씨가 10시쯤에 호텔 입구에서 권승준과 주현우를 봤대."허아연이 입을 열기도 전에 안서준이 이어 말했다."주현우가 이미 네 정체를 알고 있는 것 같아."안서준의 말에 허아연은 크게 놀라거나 감정 변화도 없이 그저 웃으며 말했다."알든 말든 상관 없어요. 허아연은 이미 죽었고 신분도 말소됐잖아요.""내가 인정하지 않으면 알아도 의미 없어요. 인정한다 해도 마찬가지고요."안서준은 허아연의 침착한 모습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아무리 큰일이 닥쳐도 흔들림 없이 태연한 모습이 좋았다. 이렇게 할 수 있는 여자는 흔치 않았다.안서준이 두 손을 주머니에 찔러넣고 말했다."신경 안 쓰고 너한테 영향 없다면 제일 좋지." 잠시 더 얘기를 나누던 안서준은 시간이 늦었으니 그만 쉬라고 하며 너무 밤낮없이 야근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늦은 밤에 허아연을 방해할 생각이 없었지만 밑에서 불이 켜진 걸 확인하고 문을 두드린 것이었다.안서준을 배웅한 뒤, 허아연은 문을 닫았다.방으로 돌아온 허아연은 침대 위 얇은 이불을 젖히고 기대앉아 머리맡에 놓인 책을 들었다.잠시 후 졸음이 몰려오자 불을 끄고 잠이 들었다.……같은 시각, 병원.막 수술실에서 나온 주현우는 술을 너무 급하게 많이 마셔서 위 출혈이 온 것이었다. 막 위세척을 마쳤고 열도 조금 있었다.몸에 다른 문제가 좀 있다며 의
전에 허아연에게 한 번 또 한 번 실망을 주고 상처 준 순간부터 주현우는 이미 기회가 없었다.한참 권승준을 바라보던 주현우는 비웃음 섞인 미소를 띠며 차갑게 물었다."허아연 정체, 언제부터 알고 있었어요?"권승준도 주현우의 말을 바로 알아들을 수 있었다. 주현우가 이미 허아연의 정체를 알았고 짐작이 맞다면 DNA 샘플로 검사를 했을 것이다.다만 안시연이 허아연인지 아닌지는 이제 중요하지 않았다.무표정하게 주현우를 한참 바라보던 권승준이 웃으며 말했다."처음 만났을 때부터 저한테는 숨기지 않았어요."권승준이 말을 마치자 주현우는 그저 바라보기만 했다.한참 권승준을 바라보던 주현우는 두 손을 주머니에 찔러넣고 몸을 옆으로 틀고 다른 곳을 바라보았다.허아연은 권승준을 전혀 경계하지 않았다. 이번에 돌아와서 처음 만났을 때부터 정체를 숨기지 않았다.권승준은 말없이 씁쓸한 미소만 짓는 주현우의 어깨에 손을 얹고 가볍게 툭툭 두드리며 말했다. "주현우 씨, 한때 곁에 뒀었다는 걸로 후회하지 마세요. 어차피 이런 결말을 맞이한 데는 주현우 씨도 반은 책임이 있으니까요."이미 충분히 예의를 지켜 한 말이었다.권승준의 말에 주현우가 몸을 돌리며 싸늘하게 웃었다."권승준 씨, 아직 끝난 거 아니에요. 누가 이길지는 두고 봐야죠."하지만 권승준은 그저 짧게 대꾸했다. "그 사람 힘들게만 하지 말아요."주현우는 무표정하게 권승준을 바라보다 손을 치우고 돌아서서 차 문을 열었다. 그리고 차에 올라타 액셀을 밟고 호텔을 떠났다.돌아가는 내내 주현우는 마음이 너무 답답했다.허아연과 얘기를 나누고 사과하고 오해를 풀고 싶었다.하지만 허아연은 절대 주현우에게만은 기회를 주지 않았다.열어둔 차창으로 불어온 바람이 귓가를 스치는 동안 주현우는 예전 허아연의 다정한 모습과 방금 권승준과 가까이 있던 모습을 떠올렸다.마음이 착잡해진 주현우는 전서진에게 전화를 걸어 술을 마시자고 불렀다. 술집에 도착해서도 아무 말 없이 연거푸 술을 들이켰다.그 모습에 놀란
호텔 입구.두 손으로 가방을 든 허아연이 고개를 들어 권승준을 보며 말했다."비서실장님, 오늘 감사했어요. 데려다주셔서 감사해요."허아연의 인사에 권승준이 웃으며 말했다."안 선생님, 그렇게까지 예의 차리실 필요 없어요.""참, 저 내일부터 이틀간 지방 출장이 있으니 주말에 돌아오면 같이 식사해요."모든 일을 빈틈없이 챙기고 계획적인 권승준의 말에 허아연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 비서실장님."허아연은 호텔 입구에서 잠시 더 얘기를 나누다가 호텔로 들어갔다.권승준은 호텔 입구에 서서 허아연이 들어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몸을 돌려 걸음을 옮기던 허아연은 사실 일찍부터 옆 주차장에 세워져 있는 마이바흐를 눈치채고 있었다. 원래도 눈에 띄는 차인 데다 구석진 곳에 있는 게 더 시선을 끌었다.하지만 눈길이나 관심 한 번 주지 않았다.방금 권승준과 나눈 대화도 의도적인 행동이 아니라 진심에서 우러난 것이었다.권승준은 사람을 편안하게 해주었고 평소 특별히 연락하지 않아도 걱정할 게 없었다.엘리베이터 앞에 도착한 허아연은 버튼을 누르고 안으로 들어갔다.주현우가 미련을 갖게 하거나 다시 엮일 생각은 꿈에도 없었다. 주현우와의 인연은 2년 전에 이미 깨끗이 정리되었다. 그때 분명 기회를 충분히 줬었다.오랜만에 지난 일을 떠올린 허아연은 문득 2년 전 그날 밤, 꼭 가야 하냐고 물었던 자신과 그런 자신을 뒤로한 채 떠났던 주현우가 생각났다.곧 돌아오겠다던 주현우는 화재가 날 때까지도 끝내 돌아오지 않았다. 그때 도착한 엘리베이터에 올라탄 허아연은 담담한 눈빛으로 앞을 바라보며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다시 예전으로 돌아가서 허아연으로 살고 싶지도, 주현우와 어떤 식으로든 엮이고 싶지도 않았다.주현우에게 남았던 정도, 과거의 고마움도 이미 다 내려놓은 지 오래였다.……같은 시각, 호텔 입구.허아연이 호텔로 들어가는 걸 지켜보다 돌아선 권승준은 본능적으로 주현우한테 눈길을 돌렸다. 멀지 않은 곳에 세워진 주현우의 차를 사실 진작부터
주현우가 아무 말 없이 바라보기만 하자 유건희도 더는 날을 세우지 않고 차분하게 말했다."그때 허아연 씨 우울증이 정말 심각했어요. 교진시를 떠나기로 결심할 무렵엔 이미 깜빡깜빡 기억을 못 하고 말도 더듬기 시작했었고요.""다시 발작해서 버티지 못할까 봐 두려웠던 거예요. 그리고 주현우 씨와 더는 얽히고 싶지 않아서 떠나는 걸 택한 거고요.""주현우 씨, 아연 씨가 정말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은 걸 다행으로 여겨야 해요. 아니면 평생 더 힘들었을 거예요."평소 말수가 적은 유건희였지만 오늘따라 말이 아주 많았다.과거 일을 변명하려는 게 아니라 제삼자인 유건희도 허아연의 결혼 생활은 도저히 봐줄 수 없는 지경이었기 때문이다.허아연이 깜빡깜빡 기억을 잃고 말을 더듬기 시작했다는 유건희의 말에 주현우의 표정이 굳었다.그 모습을 본 유건희가 다시 말했다."허아연 씨 정체를 밝히든 말든 그건 주현우 씨가 결정할 일이에요. 제가 관여할 문제는 아니에요."유건희가 솔직하게 다 털어놓자 주현우는 씁쓸하게 웃었다."고맙습니다, 유 대표님."자리에서 일어난 주현우는 유건희에게 짧게 인사를 건네고 사무실을 나섰다.차로 돌아온 주현우는 담배에 불을 붙였다. 연기가 입에서 새어나오며 미간이 잔뜩 일그러졌다.유건희도, 권승준도 허아연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그런데 주현우와 엮인 사람들, 주현우 편에 있는 사람들은 아무도 몰랐다.허아연은 정말 주현우를 꺼려하며 필사적으로 피하고 있었다.답답한 마음에 담배를 한 모금씩 태우던 주현우는 유건희의 말을 곱씹다가 저도 모르게 2년 전 그날 밤을 떠올렸다. 허아연은 한밤중에 나가려던 주현우를 붙잡고 꼭 가야 하냐고 물었다. 그때 주현우는 곧 돌아오겠다고 했었다.하지만 그날 나간 뒤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다시 돌아왔을 때 허아연은 자취를 감춘 뒤였다.안시연은 허아연이 맞았다. 안시연이 허아연이라는 진실을 알아냈지만 주현우는 마음이 홀가분해지기는커녕 오히려 더 무거워졌다. 차라리 몰랐던 때보다 더 답답했다.
……오후 2시, 식사 자리가 마무리되었다. 차에 돌아온 주현우는 좌석을 뒤로 젖히고 고개를 젖힌 채 눈을 감았다.오른손을 들어 손가락으로 콧등을 문지르던 주현우의 마음이 답답해졌다.눈을 감고 전에 확인한 DNA 보고서를 떠올리자 미간이 더 팍 찌푸려졌다.기분이 다운된 주현우를 룸미러로 살피던 기사는 감히 차를 출발시키거나 말을 걸지도 못했다.한참 뒤 다른 차들이 다 떠나는 걸 보고서야 기사가 조심스레 물었다."대표님, 이제 회사로 돌아갈까요?"기사의 물음에 콧대를 문지르던 주현우가 느긋하게 말했다."택시 타고 들어가요. 차는 내가 몰고 갈게요."지금 이 순간만큼은 혼자 있고 싶었다."네, 대표님." 기사는 그 말에 얼른 차 문을 열고 먼저 자리를 떴다.주현우가 오늘 기분이 안 좋다는 건 기사도 아침부터 눈치채고 있었다.차 안에 혼자 남으니 주현우는 오히려 마음이 한결 차분해졌다.혼자 차 안에 잠시 앉아 있던 주현우는 다시 보고서를 들고 꼼꼼히 훑어보았다.한참 보고서를 조용히 바라보던 주현우는 보고서를 다시 넣어두고 뒷문을 열고 차에서 내려 운전석 문을 열고 올라탄 뒤, 시동을 걸고 자리를 떠났다.회사나 허아연에게 가는 게 아니라 차를 몰고 스타라이트 테크로 향했다."주 대표님.""주 대표님."스타라이트 테크와의 협력이 많아서 거의 자기 회사 드나들듯 하는 주현우를 직원들도 다 알아보았다. 무표정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한 주현우는 한 손은 주머니에, 한 손은 서류를 든 채 성큼성큼 2층으로 올라가 유건희 사무실로 향했다.사무실 문을 두드리자 유건희가 고개를 들고 바라보며 태연하게 물었다."주 대표님이 오늘 어쩐 일이세요?"유건희의 태연한 모습에 주현우도 빙빙 돌리지 않고 손에 든 보고서를 건네고 맞은편 의자를 끌어당겨 앉았다.유건희는 DNA 보고서를 건넨 주현우를 잠시 바라보다가 서류를 펼쳐 확인했다.안시연이 곧 허아연이라는 DNA 대조 결과를 보고도 유건희는 전혀 놀라지 않았고 감정 변화도 없었다.진실은 언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