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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Author: 임서아
결혼 3년 동안, 집에 돌아오는 일이 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던 주현우였기에 허아연은 너무나 놀란 상황이었다.

허아연은 깜짝 놀라며 물었다.

"어쩌다 돌아왔어요?”

이어 급하게 해명했다.

"돌아오면 안 된다는 말은 아니에요. 현우 씨 집이니 당연히 언제든 돌아올 수 있죠.”

그리고 한 마디 또 덧붙였다.

"욕실은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았어요. 침대에서도 안 잤고 유미 이모가 매일 청소하고 소독도 했어요.”

허아연은 갑자기 전에 있었던 일이 떠올랐다.

그날도 주현우는 검은 정장을 입고 있었다. 허아연이 소매를 한 번 잡았다는 이유로 주현우는 그 정장을 버렸었다.

그 뒤로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허아연은 주현우를 터치하지 않았다.

주현우의 물건도 건드리지 않았다.

해명하는 건 오늘 밤 집에서 쉬려던 주현우가 허아연이 침실을 사용했다고 꺼림칙해 할까 봐였다.

사실 두 사람이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허아연은 이 방을 사용하지 않았다.

줄곧 옆에 있는 게스트룸을 사용해 왔다.

주현우는 허아연의 해명을 들으며 아무 일도 없는 듯 재킷을 벗어 소파에 던졌다.

허아연은 그의 앞을 막을세라 옆으로 걸음을 옮겨 길을 터주었다.

전혀 아랑곳하지 않던 주현우는 허아연이 스킨케어 제품을 안고 나가려 하자 무심하게 물었다.

"호적 등본 받았어?”

허아연은 주현우를 돌아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할아버지가 주셨어요. 당신 집안도 어렵진 않을 거예요.”

허아연은 전에 우리 집안, 당신 집안이라는 말을 쓰지 않았다.

주현우가 항상 선을 분명하게 그었기에 허아연도 자연스레 따라 말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주현우가 오지은을 많이 사랑한다는 것도 듣게 되었다.

다시 생각해 보면 주현우는 정말 오지은을 사랑하는 듯했다.

모든 스캔들 상대가 하나같이 오지은을 닮아있었다.

주현우가 그토록 사랑하는데 허아연이 여전히 버티고 노력하려 하는 건 철이 없고 무례한 일일 것이다.

덤덤하게 허아연을 힐끗 쳐다보던 주현우는 셔츠 깃을 풀어 헤쳤다.

드러난 쇄골과 늘씬한 목선은 거친 분위기를 그대로 드러냈다.

"그런 난 옆방으로 갈게요.”

문을 연 순간, 유미 이모가 문 앞에서 엿듣고 있었다.

"사모님.”

유미 이모가 머쓱하게 웃으며 나지막하게 말했다.

"서희 사모님께서 방금 연락 하셨는데 절대 기회를 놓치지 말라고 하셨어요.”

"시간이 늦었으니 전 이만 가볼게요. 두 분 편히 쉬세요.”

유미 이모는 말을 마치고 친절하게 문까지 닫아주고 떠났다.

허아연은 문 앞에 서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었다.

한참을 고민하던 허아연은 뒤돌아 주현우를 보며 말했다.

"좀 이따가 넘어갈게요.”

주현우는 여전히 허아연을 무시하고 윗옷을 벗은 채 드레스룸을 뒤적였다.

말하면 무시하고, 전화하면 받지 않고, 메시지에 답장하지 않는 주현우에게 이미 익숙해진 허아연이었다.

결혼 3년 내내, 무관심과 냉대를 받아왔다.

처음에는 서럽고 슬펐지만 이제는 무감각해졌다.

주현우가 잠옷을 찾는 거라 짐작한 허아연은 안고 있던 스킨케어 제품을 소파에 내려놓고 드레스룸으로 들어갔다.

다른 옷장 문을 열고 말했다.

"잠옷은 다 이쪽에 있어요.”

허아연은 주현우의 옷을 꺼내주지도, 잠옷에 손을 대지도 않았다.

돌아선 주현우는 허아연을 쳐다보지도 않고 옷장에서 잠옷을 꺼내 들고 욕실로 들어갔다.

주현우가 욕실로 들어가자 허아연은 그제야 숨을 길게 내쉬었다.

너무 답답;;

마치 주현우에게 큰 빚을 지고 있는 기분이었다.

잠시 뒤.

샤워를 마친 주현우는 딥그레이 잠옷 차림에 홀가분한 얼굴로 머리를 털며 나왔다.

허아연은 노트북을 안고 양반다리를 한 채 소파에서 일하고 있었다.

주현우는 차가운 얼굴로 허아연을 바라보았다.

허아연이 정말 호적 등본을 받아온 것이 믿기지 않았다.

‘일과 부대표 자리를 목숨처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정말 이혼할 마음이 있다고?’

허아연은 주현우가 욕실에서 나온 걸 전혀 몰랐다. 심지어 주현우가 집에 있다는 사실조차 잊은 듯했다.

주현우의 서성거리는 발걸음 소리가 들려서야 욕실에서 나온 걸 발견했다.

허아연은 노트북을 알고 일어서며 말했다.

"유미 이모도 잠들었을 테니 휴식하는 거 방해하지 않을게요.”

말을 마치고 일어서자마자 다시 주저앉고 말았다.

그리고 허리를 숙인 채 종아리를 주무르기 시작했다.

헐렁한 잠옷만 입고 있던 탓에 허리를 숙이자 가슴골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하얗게 빛이 나는 피부는 청순하면서도 유혹적이었다.

주현우는 미간이 찌푸려졌다.

‘이혼?’

‘허아연이 이혼을 원한다고? 경계를 풀게 만들어 침대에 기어오르려는 거겠지.’

허아연이 고개를 들며 난처한 표정으로 말했다.

"다리에 쥐가 나서 그래요.”

차갑게 허아연을 내려다보던 주현우가 갑자기 머리를 닦던 수건을 던지며 싸늘하게 말했다.

"허아연, 또 무슨 수작질이야?”

수건에 맞은 오른쪽 볼이 얼얼해졌다.

허아연은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한참이 지나서야 수건을 내리고 저린 다리를 끌며 일어나 담담하게 말했다.

"현우 씨, 걱정하지 마요. 수작 부리려는 거 아니에요. 나 정말 이혼할 거예요.”

결혼 초에는 주현우를 미친 듯이 좋아했었다.

갓 스무 살이었던 허아연은 주현우를 유혹하기도 했었고, 정성껏 국을 끓이기도 했고, 커피 내리는 법을 배우기도 했고 모든 것이 다 주현우가 일 순위였다.

주현우가 허아연 삶의 전부였다.

하지만 지금은 정말 그럴 여유가 없었다.

허아연이 절뚝거리며 문 쪽으로 걸어갔다. 허아연이 옆을 지나자 주현우의 얼굴에는 시답지 않은 기색이 역력했다.

허아연의 표정도 어두워졌다.

옆방으로 돌아온 허아연은 문에 기댄 채 한참을 서 있었다.

그리고 자조적으로 웃었다.

쓸쓸함이 스치고 나자 또 위가 아프기 시작했다. 허아연은 미간을 찡그린 채 손으로 위를 따뜻하게 감싸고 통증이 조금 가라앉은 뒤에서 침대로 돌아갈 수 있었다.

속 쓰림과 메스꺼운 증상은 이미 한동안 지속되었다.

다음날 병원에 가서 몇 가지 검사를 했지만 의사는 별다른 이상이 없다고 했다.

그 말에 허아연은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차를 몰고 회사로 돌아갔다.

"아연아.”

사무실 층에 도착해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들어보니 붉은 원피스 차림의 오지은이 활짝 웃으며 다가왔다.

"지은 언니.”

오지은이 가까이 다가와 위아래로 훑어보며 말했다.

"몇 년을 못 봤더니 아연이도 이제 아가씨가 다 됐네. 점점 더 예뻐지네.”

허아연도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지은 언니도 점점 더 예뻐지네요.”

주현우와 동갑인 오지은은 허아연보다 세 살 많았다.

허아연은 오지은이나 주현우와 붙어 다니며 자란 건 아니었다. 집안 배경 차이 때문에 허아연은 무리에서 변두리의 존재였다.

전에는 가끔 주현우가 데리고 놀기도 했지만 지금 유일하게 가까이 지내고 노는 사람은 주민경 뿐이었다.

오지은은 허아연의 말에 웃으며 말했다.

"아연아, 점심 아직 안 먹었지? 같이 밥 먹으러 가자.”

"아니에요, 지은 언니. 저 이따가……”

허아연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오지은이 말을 잘랐다.

"아연아, 예의 차릴 거 없어. 이따가 먹는다는 말도 하지 마. 방금 네 비서 만났는데 위가 안 좋아서 병원 다녀왔다며? 사람은 밥을 잘 먹어야 해. 밥도 안 먹고 어떻게 일을 해? 가자.”

오지은의 열정적인 손길에 허아연은 도저히 거절할 수 없었다.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 법이었다.

식당에 도착한 두 사람, 오지은이 차를 따라주며 말했다.

"현우가 성격이 모나서 네가 그동안 고생이 많았어.”

허아연은 가볍게 웃었다.

"아니에요. 거의 마주칠 일도 없어서 힘들 것도 없었어요.”

떠보는 듯한 오지은의 말에 허아연도 오지은의 기분을 상하게 할 생각은 없었다.

천생연분인 두 사람 사이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싶지 않았다.

오지은은 차를 따르고 찻주전자를 내려놓으며 물었다.

"그게 해결 방법을 아니잖아. 앞으로 어떻게 할 생각이야?”

허아연은 오지은이 따라준 차를 한 모금 마시고 입을 열었다.

"현우 씨와 이혼할 생각이에요. 저희 할아버지는 이미 호적 등본을 저한테 줬고, 주씨 가문도 큰 문제는 없을 거예요.”

주현우가 원하지 않는 결혼을 허아연도 더 이상 억지로 이어가고 싶지 않았다.

오지은이 한숨을 쉬었다.

"아휴, 나도 잘못이 있어. 그때 내가 숨기지 않았으면 너도 괜히 이혼할 일 없었을 텐데. 그래도 두 사람 아직 아이가 없어서 다행이야. 아이가 없으면 여전히 아가씨야. 너도 걱정 덜어도 되고.”

허아연이 웃으며 말했다.

"그러게요.”

두 사람이 한창 얘기를 나누고 있을 때, 오지은이 갑자기 허아연 뒤쪽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현우야, 여기야.”

고개를 돌리자 짙은 네이비 정장 차림의 주현우가 위풍당당하게 걸어오고 있었다.

주현우는 존재 자체만으로 빛이 나는 듯했다.

등장만으로 주변을 전부 압도해 버렸다.

허아연 앞으로 다가온 주현우의 표정이 살짝 어두워졌다.

허아연도 난감한 표정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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