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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3화

Author: 임서아
허아연의 다정한 태도에 권승준이 부드럽게 말했다.

"그럼 먼저 푹 쉬어요, 이따 다시 와서 같이 있어줄게요."

허아연이 고개를 들어 권승준을 올려다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권승준을 문 앞까지 배웅한 뒤, 방으로 돌아와 노트북을 켜고 일을 시작했다.

요 며칠은 병원에 있느라 일이 좀 밀려 있었고 내일은 일단 스타라이트 테크에 한 번 다녀와야 했다.

사실 스타라이트 테크 프로젝트를 빼면 동승과 다른 회사들의 협력 건은 다른 기술자들이 맡고 있었다.

이번에 동승 그룹에서도 온 사람이 꽤 많았는데 다들 교진시에서 자리를 잡으려 했다.

지일우와 전화로 실험 데이터를 논의하던 중 문득 옆방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고 안서준이 화를 내는 소리까지 전해졌다.

방금 안서준 방에 갔을 때만 해도 자리에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들려오는 소란스러운 소리에 허아연은 바로 하던 일을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나 옆방으로 갔다.

문이 열려 있었고 안으로 들어서자 안서준이 두 손을 바지 주머니에 넣은 채 진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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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버린 건 나였지만, 무너진 건 너였다   제434화

    통유리창 앞에 서 있던 안서준은 진태호 부장의 말을 듣고서야 허아연이 온 걸 깨달았다.돌아선 안서준은 손에 든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 끄고 고개를 들어 허아연을 바라보았다.진태호 부장도 더 이상 안서준을 설득하기 위해 머물고 싶지 않았는지 허아연을 보며 말했다."시연 씨, 오빠 좀 설득해 봐요, 나는 다른 일이 있어서 먼저 가볼게요."진태호 부장의 부탁에 허아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부드럽게 답했다."네, 알겠습니다."설득해 보겠다는 허아연의 대답에 진태호 부장도 더 말을 하지 않고 바로 자리를 떴다.진태호 부장이 떠나자 안서준의 시선이 허아연에게 향했다.두 사람의 눈이 마주치자 허아연은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가 천천히 내쉬었다.안서준에게 뭐라도 말하고 싶었지만 무슨 말부터 꺼내야 할지 몰랐다.박혜숙이 여기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그러면 모녀가 함께 상의라도 할 수 있을 텐데 아쉽게도 박혜숙은 그저께 이미 강성시로 돌아갔다.허아연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난처한 표정을 짓자 안서준이 먼저 입을 열었다."이 일은 네가 설득할 거 없어. 저 사람들 말도 너무 신경 쓸 필요 없고."안서준의 말에 허아연은 어쩔 줄 몰라 하며 말했다."나도 어떻게 설득해야 할지 모르겠어요."허아연의 말이 끝나자 갑자기 테이블 위에 놓여 있던 안서준의 휴대폰이 울렸다.시선을 내려 휴대폰 화면을 확인하니 아버지 안형욱에게서 온 전화였다.안서준은 미간을 살짝 찡그리며 전화를 받았다."아버지"라고 한 마디 하자마자 약간 위압적인 안형욱의 목소리가 들렸다."서준아, 경주 그룹과의 계약 진행해."안형욱의 명령에 휴대폰을 들고 잠시 침묵하던 안서준이 말했다."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말을 마친 안서준은 안형욱의 대답을 기다릴 새도 없이 전화를 끊었다.꼼짝 않고 바라보던 허아연은 아무것도 묻지 않았지만 다 알아챌 수 있었다.지금은 안서준을 방해하거나 간섭하고 싶지 않았다.허아연은 아무 말도 없는 안서준에게 다가가 위로했다."오빠, 어떤 결정을 내리든 나는

  • 버린 건 나였지만, 무너진 건 너였다   제433화

    허아연의 다정한 태도에 권승준이 부드럽게 말했다."그럼 먼저 푹 쉬어요, 이따 다시 와서 같이 있어줄게요."허아연이 고개를 들어 권승준을 올려다보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리고 권승준을 문 앞까지 배웅한 뒤, 방으로 돌아와 노트북을 켜고 일을 시작했다.요 며칠은 병원에 있느라 일이 좀 밀려 있었고 내일은 일단 스타라이트 테크에 한 번 다녀와야 했다.사실 스타라이트 테크 프로젝트를 빼면 동승과 다른 회사들의 협력 건은 다른 기술자들이 맡고 있었다.이번에 동승 그룹에서도 온 사람이 꽤 많았는데 다들 교진시에서 자리를 잡으려 했다.지일우와 전화로 실험 데이터를 논의하던 중 문득 옆방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고 안서준이 화를 내는 소리까지 전해졌다.방금 안서준 방에 갔을 때만 해도 자리에 없었다.그런데 갑자기 들려오는 소란스러운 소리에 허아연은 바로 하던 일을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나 옆방으로 갔다.문이 열려 있었고 안으로 들어서자 안서준이 두 손을 바지 주머니에 넣은 채 진태호 부장을 옆에 두고 화난 얼굴로 말하고 있었다."안 될 일입니다. 위에서 뭐라 하든 이번 프로젝트는 경주 그룹과 협력하지 않을 겁니다."그러자 옆에 있던 진태호 부장이 안서준을 설득했다."서준 씨, 사업하는 사람이면 큰 그림을 봐야지. 이익이 우선이잖아요, 왜 이렇게 고집을 부려요. 위에서 벌써 몇 번이나 연락 왔고 장민석 부장도 내일 직접 올 겁니다.""다들 차세대 제어 시스템 분야는 경주 그룹과 협력하기를 바라고 있으니 이성적으로 판단해요."안서준이 이번 협력을 왜 거절했는지 진태호 부장은 며칠을 고민해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두 회사 모두에게 이득인데 안서준이 왜 거절하는 걸까?윗선도, 교진시 관계자들도 그 이유를 헤아릴 수 없었다.그래서 진태호 부장이 직접 안서준을 설득하러 온 것이었다.진태호 부장의 설득에도 안서준은 통유리창 쪽으로 걸어가 주머니에서 담배와 라이터를 꺼내 불을 붙였다.담배 연기를 급하게 내뿜던 안서준이 한참 침묵하다가 말했다."안 하겠다면

  • 버린 건 나였지만, 무너진 건 너였다   제432화

    순간 두 사람의 발걸음이 동시에 멈추었다.평소에 입던 캐주얼한 외출복 차림인 허아연을 본 주현우가 부드럽게 물었다."퇴원하는 거예요?"주현우가 먼저 인사를 건네자 허아연이 나긋나긋하게 답했다."네, 오늘 퇴원해요.""주 대표님도 얼른 나으셔서 빨리 퇴원하시길 바랄게요.""주 대표님"이라는 호칭에 주현우의 눈빛이 순간 어두워졌다.하지만 이내 평소처럼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그래요, 안 선생님 덕담 감사히 받을게요."지금 다시 보니 한없이 거리감을 두고 선을 긋는 허아연이 왠지 너무 낯설게만 느껴졌다.잠시 어색한 침묵이 흐른 뒤 허아연이 말했다."그럼 먼저 병실로 돌아갈게요. 주 대표님도 푹 쉬세요."말을 마친 뒤, 주현우가 길을 비켜주자 허아연은 예의 바르게 답했다."고마워요."하지만 허아연이 옆을 스쳐 지나가는 순간 주현우가 갑자기 오른손을 뻗어 팔을 덥석 붙잡았다.허아연은 큰 감정 변화도 없이 특별한 반응도 없이 손을 뿌리치지도 않고 천천히 몸을 돌려 주현우를 올려다보며 담담히 물었다."주 대표님, 다른 볼일이 남았나요?"허아연이 선을 긋자 주현우는 팔을 잡은 손에서 서서히 힘을 뺐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놓아주지도 않았다.고개를 숙여 허아연을 바라보던 주현우는 DNA 검사 결과와 속에 담아둔 얘기를 시원하게 털고 싶었다.그런데 무슨 말부터 꺼내야 할지 알 수 없었다.허아연이 팔을 잡고 있는 주현우의 손을 내려다보며 말을 하려던 순간 권승준이 다가왔다.늘씬한 다리로 바람이 휘날릴 정도로 성큼성큼 걸어왔다.엘리베이터에서 코너를 돌아오던 권승준은 주현우가 허아연을 잡고 있는 걸 발견하고 아무렇지 않은 척 불렀다."안 선생님."낮고 듣기 좋은 다정한 목소리였다.권승준이 나타나자 허아연은 자연스럽게 손을 빼내며 인사했다."권 비서실장님."허아연의 말이 끝나자 권승준이 여유로운 걸음으로 다가왔다.주현우를 바라볼 때도 권승준은 방금 상황은 신경 쓰지도 않는 듯 아무렇지 않게 여유롭게 인사했다."현우도 와 있었네, 몸은

  • 버린 건 나였지만, 무너진 건 너였다   제431화

    방금 전까지 대화에서 권승준이 꽤 마음에 들었지만 그래도 박혜숙은 따로 좀 더 얘기를 나눠보며 알아가고 싶었다.엘리베이터 앞에서 박혜숙과 권승준이 함께 엘리베이터에 타는 걸 지켜보던 허아연이 다정하게 말했다."엄마, 호텔 도착하면 문자 보내줘요.""알았어, 시연아. 걱정하지 마."이어 권승준과도 인사를 나눈 뒤 엘리베이터가 내려가는 걸 지켜보다 그제야 몸을 돌려 병실로 돌아왔다.며칠 전과 마찬가지로 병실로 돌아가는 길은 여전히 주현우의 병실 앞을 지나쳤다.병실 문이 제대로 닫히지 않은 탓에 무심코 시선을 돌린 허아연의 눈에 오지은과 주현우가 서로 끌어안고 있는 모습이 들어왔다.분위기를 보아하니 뭔가 얘기를 나누는 것 같았다.아무렇지 않은 척 시선을 거두려는 순간 오지은이 허아연을 발견했다.두 사람의 눈이 마주쳤지만 오지은은 평소처럼 살갑게 굴거나 인사도 건네지 않았고 주현우는 더더욱 놓아주지 않았다.오히려 주현우를 더 세게 끌어안았다.그리고…… 발끝을 세워 주현우의 뺨에 입을 맞췄다.병실 밖에서 오지은의 도발을 지켜본 허아연은 대수롭지 않게 시선을 거두며 참 유치하다고 생각했다.너무 초등학생 같은 수준이었다.이보다 더 자극적인 장면도 숱하게 봐온 허아연이었다.주현우와의 결혼 생활 동안 이미 면역이 생긴 지 오래였다.시선을 거둔 허아연은 서두르지 않고 느긋하게 병실로 돌아갔다.……주현우의 병실.오지은이 불쑥 다가와 끌어안자 주현우는 두 손으로 허리를 밀어내며 미간을 찌푸린 채 뒤로 밀쳤다.그런데도 오지은은 떨어지려 하지 않고 오히려 발끝을 세워 주현우의 뺨에 다시 입을 맞췄다.그 순간 주현우의 표정이 어떻게 변했을지는 보지 않아도 뻔했다.주현우는 오지은의 손을 잡아 그대로 밀쳐내고 단호하게 말했다."오지은, 선 넘지 마."주현우가 화를 내자 오지은은 바짝 엎드려서 올려다보고 말했다."현우야, 미안해.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어, 네가 너무 좋아서 그래."오지은이 잘못을 인정하는 듯하자 주현우는 차갑게 굳은 얼굴로 문을

  • 버린 건 나였지만, 무너진 건 너였다   제430화

    주현우의 말이 끝나자 오지은은 순간 충격을 받은 듯 눈이 휘둥그레져서 물었다."주현우, 그게 무슨 소리야? 어떻게 이 일을 나한테 뒤집어 씌우려 할 수 있어?"허아연에게 무슨 일만 생기면 늘 자기가 손을 썼을 거라 의심부터 하며 트집을 잡으려 할 줄 예상했었다.주현우가 이렇게까지 안 믿다니.오지은의 놀란 반응에 주현우가 담담하게 말했다."너랑 상관없는 게 좋을 거야."허아연이 그 얼굴로 돌아오지 않았다면 주현우도 오지은을 의심하거나 다른 생각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허아연의 얼굴과 자신을 향한 오지은의 욕심과 집착을 생각하면 의심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직접 마주보며 물은 건 오지은의 순간적인 반응을 살피며 표정에서 뭔가를 잡아내려는 것이었다.의심하는 주현우를 한참 바라보던 오지은은 눈시울이 붉어졌다.그렇게 한참 주현우를 바라보던 오지은이 그제야 입을 열었다."현우야, 그런 의심을 하는 것 자체가 너무 상처야. 그리고 나도 모르겠어, 내가 대체 뭘 했길래 네가 나를 이렇게까지 의심하는 건지.""그렇게 오래 알고 지내며 함께했는데 네 눈에 나는 겨우 그 정도밖에 안 되는 사람이야?""백 번 양보한다 한들 나도 바보처럼 안시연을 해칠 리 없어. 굳이 오씨 집안과 오성 그룹을 불구덩이로 밀어 넣을 이유가 없잖아."오지은의 변명에도 주현우는 그저 담담하게 바라볼 뿐이었다.때로는 가장 위험한 방법이 오히려 가장 안전한 법이기도 했다.주현우가 아무 말 없이 바라보기만 하자 오지은은 더욱 억울한 듯 말했다."현우야, 정신 좀 차려. 안시연은 아연이가 아니야. 설령 아연이라 해도 너랑은 더 가능성이 없어.""그리고 그거 알아? 안시연은 벌써 권승준과 잘 만나고 있어. 어제 권승준 어머니가 밥까지 챙겨다주는 거 봤어.""현우야, 넌 왜 그렇게 과거에만 집착해? 왜 지금 눈앞의 현실은 절대 못 봐? 예은이한테도 그랬고 허아연한테도 그랬잖아. 설마 나도 두 사람 뒤를 따라가야만 내 진심을 알아줄 거야?""왜 나한테는 기회도 한 번 안 주는

  • 버린 건 나였지만, 무너진 건 너였다   제429화

    저녁이 되어 권승준이 다시 병원을 찾았을 때는 박혜숙도 이날은 자리를 뜨지 않았다.그동안 두 사람에게 여러 번 시간과 기회를 줬으니 박혜숙도 권승준이 어떤 사람인지, 허아연에게 잘해주는지 직접 지켜보고 싶었다.하룻저녁 함께 이야기를 나눠본 박혜숙은 권승준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인물이 훤한 것은 물론이고 어느 것 하나 빠지는 게 없다고 생각했다.무엇보다 중요한 건 허아연에게 진심이고 잘해준다는 것이었다.……같은 시각, 주현우의 병실.유서희와 주민경을 돌려보내고 나자 오지은이 음식을 잔뜩 사 들고 다시 찾아왔다.담담한 얼굴로 오지은을 보는 주현우는 기분이 별로 좋아 보이지 않았다.권승준이 허아연 병문안을 오는 것처럼 오지은도 여러 번 문병을 왔다.하지만 주현우는 오지은의 성의를 알아주려거나 가까워지려는 기색도 보이지 않고 전혀 희망도 주지 않았다.이미 분명히 말했는데 오지은이 고집부리는 거였다.오지은은 가져온 국을 내려놓고 웃는 얼굴로 주현우를 보며 물었다."현우야, 오늘은 좀 어때?"주현우가 답을 하기도 전에 오지은이 다시 말했다."방금 올라오다가 어머님이랑 나가시는 거 봤어."주현우는 열정적인 오지은을 무덤덤하게 바라보며 말했다."오지은, 이럴 거 없어. 매일 찾아오지 않아도 돼."주현우가 선을 긋자 잠시 얼굴이 굳어졌던 오지은은 금세 아무렇지도 않은 듯 표정을 가다듬고 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현우야, 너무 선 긋지 마. 나도 다른 생각 있어서 이러는 거 아니야. 이걸로 너 감동받으라고 그러는 것도 아니야.""어차피 너 챙겨줄 사람 부족하지 않은 거 나도 알아."주현우가 입을 열기도 전에 오지은이 다시 말했다."그동안 너 오성 그룹이랑 우리 오씨 집안 많이 챙겨줬잖아. 네가 다쳐서 입원했으니 와서 보는 게 당연한 거야, 예은이도 분명 내가 이러길 바랄 거고."오지은이 또 오예은을 들먹였지만 주현우는 예전 같은 감격 따위 없이 담담하기만 한 표정이었다.주현우가 오지은을 보며 차갑게 말했다."오지은, 오성 그룹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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