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전직 특전사 707 전술 요원 강이슬. 그녀에게는 적 제압보다 어려운 게 있었으니, 바로 '육아'였다. 그녀가 간 곳은 아내를 잃고 홀로 세 아이를 키우는 IT 기업 대표 차승우의 저택. 수많은 보모를 거쳤으나 아이들을 감당할 사람을 찾지 못했던 승우는, 압도적인 '육아 작전'을 펼치는 이슬에게 한눈에 반한다. 이슬의 진짜 정체를 모른 채 그녀를 무한 신뢰하고 의지하며 육아의 안정을 찾는다. 삼남매(첫째 민준, 둘째 서아, 막내 예준) 역시 이슬의 군대식 훈육과 다정함에 길들여져 그녀를 '원더우먼 선생님'으로 따른다. 하지만 승우의 회사를 노리는 거대한 음모가 다가오고, 범죄 조직은 승우뿐만 아니라 그의 아이들을 노리는데...
View More* 완벽한 위장
장대비가 쏟아지는 오후였다. 서울 도심의 고급 주택가에 위치한 차승우의 저택은 겉보기엔 평온했으나 그 안은 이미 지옥이나 다름없었다. 거실 바닥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장난감 조각들이 흩어져 있었고, 막내 예준의 자지러지는 울음소리가 천장을 찔렀다.
"오늘만 벌써 세 번째입니다, 대표님. 도저히 못 하겠어요. 이건 보모가 아니라 조련사를 부르셔야 할 것 같습니다."
오늘 새로 왔다던 보모가 가방을 챙겨 도망치듯 집을 나갔다. 승우는 마른세수를 하며 소파에 몸을 던졌다. 잘나가는 IT 보안 기업 '에이전트 실드'의 대표인 그였으나, 세 아이의 육아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
아내가 세상을 떠난 지 2년. 그동안 거쳐 간 보모만 벌써 수십 명이었다. 첫째 민준은 입을 닫았고, 둘째 서아는 신경질적으로 변했으며, 막내 예준은 눈만 뜨면 울었다.
그때 초인종 소리가 들렸다. 승우는 무거운 몸을 이끌고 현관으로 향했다. 모니터에는 빗물에 젖은 채 차분하게 서 있는 한 여자가 보였다. 그녀는 단정한 셔츠에 면바지, 그리고 도수가 높은 안경을 쓰고 있었다.
"누구십니까?"
"오늘 면접 보기로 한 강이슬이라고 합니다."
승우는 미간을 찌푸렸다. 이미 보모 지원자 리스트는 머릿속에서 지워진 상태였다. 하지만 그녀의 목소리는 지나치게 차분했고, 그 고요함이 승우의 신경을 자극했다. 그는 자석에 이끌리듯 문을 열었다.
이슬은 젖은 우산을 갈무리하며 집 안으로 들어섰다. 그녀의 시선이 순식간에 거실 전체를 훑었다. 겉으로는 엉망이 된 집안 꼴을 살피는 것 같았지만, 사실 그녀의 눈은 퇴로와 사각지대, 그리고 위험 요소를 파악하고 있었다.
'CCTV 세 군데, 사각지대는 부엌 쪽 창문. 침입자가 들어오기에 가장 최적의 경로는 2층 테라스군.' 이슬은 무의식적으로 전술 지도를 머릿속에 그렸다.
특전사 707 특수임무단 소속 상사 강이슬. 그녀는 일주일 전 전역했다.
아니, 정확히는 '위장' 중이었다. 국가 기밀 작전 수행 중 노출된 그녀를 보호하기 위해 상부에서 내린 지시는 간단했다. 당분간 민간인으로 살 것. 그리고 이 집, 차승우의 아이들을 돌보며 신분을 세탁할 것.
"보시다시피 집안 꼴이 이렇습니다. 아이들은 까다롭고, 저는 바쁩니다. 할 수 있겠습니까?"
승우의 물음에 이슬은 안경을 치켜올리며 희미하게 웃었다.
"아이들을 다루는 건 작전... 아니, 요령이 필요한 법이니까요. 맡겨만 주십시오."
그 순간, 2층에서 첫째 민준이 장난감 로봇을 아래로 내던졌다. 묵직한 플라스틱 덩어리가 승우의 머리 위로 떨어지려는 찰나였다.
승우가 미처 반응하기도 전, 이슬의 몸이 섬광처럼 움직였다. 그녀는 마치 허공을 가르듯 가볍게 손을 뻗어 로봇을 낚아챘다. 단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정확한 동작이었다.
승우는 눈을 깜빡였다. 방금 무엇이 지나갔나? 여자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로봇을 소파 위에 내려놓았다.
"아이들이 활발하네요. 일단 막내부터 달래야겠습니다."
이슬은 거실 한복판에서 울고 있던 예준에게 다가갔다. 그녀는 아이를 안아 올리지 않았다. 대신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무릎을 굽히고 앉아 특정한 리듬으로 가슴팍을 가볍게 두드렸다. 그것은 특전사들이 극한의 공포 상태에서 동료를 안심시킬 때 쓰는 신경 안정 기술의 응용이었다.
거짓말처럼 예준의 울음이 잦아들었다. 아이는 멍한 표정으로 이슬의 갈색 눈동자를 바라보다가, 이내 그녀의 옷자락을 꽉 쥐었다. 승우는 그 광경을 믿을 수 없다는 듯 지켜보았다.
"어떻게 한 겁니까?"
"아이들은 리듬에 민감하거든요. 심장 박동과 비슷한 박자를 들려주면 안정을 찾습니다."
이슬은 무심하게 대답하며 일어섰다. 그녀의 시선은 이미 창밖, 어둠 속에 주차된 검은색 세단을 향해 있었다.
'미행인가? 아니면 단순한 감시?' 이슬의 감각이 곤두섰다. 차승우는 모르고 있겠지만, 그가 개발한 새로운 보안 알고리즘을 노리는 세력들이 이미 이 집 주위를 맴돌고 있었다.
승우는 그녀의 정체를 전혀 의심하지 못한 채, 오랜만에 느껴보는 평온함에 안도감을 느꼈다.
"좋습니다. 강이슬 씨. 내일부터 바로 출근하시죠. 급여는 원하는 만큼 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최선을 다해 '수행'하겠습니다."
이슬은 정중하게 허리를 숙였다. 그녀의 머릿속에는 이미 이 집의 방어 체계를 어떻게 보강할지에 대한 계획이 세워지고 있었다. 아이들을 돌보는 것보다 적을 사살하는 것이 훨씬 쉬운 일이었지만, 그녀에게 주어진 임무는 이 평화로운 일상을 지켜내는 것이었다.
그날 밤, 승우가 서재에서 밀린 업무를 처리하는 동안 이슬은 아이들의 방을 하나씩 돌았다. 민준은 자는 척을 하고 있었고, 서아는 인형을 껴안고 잠들었다. 이슬은 복도를 지나며 발소리를 완전히 죽였다. 그녀의 발소리는 대리석 바닥에서도 전혀 들리지 않았다.
창가에 선 그녀가 무전기를 꺼냈다.
'코드 네임 '보모'. 위치 확보 완료. 대상 보호 및 감시 시작한다.'
반대편에서 짧은 신호음이 들려왔다. 이슬은 안경을 벗어 책상 위에 두었다. 안경 뒤에 숨겨져 있던 눈빛은 날카로운 맹수의 그것과 닮아 있었다.
'애들이 생각보다 까다롭긴 하지만, 전장보다는 낫겠지.'
그녀는 입술 끝을 살짝 올렸다. 하지만 그것은 오판이었다. 다음 날 아침, 부엌을 폭격 맞은 전장으로 만들어 놓은 아이들의 '환영 인사'를 대면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이슬은 앞치마를 질러 매며 생각했다. '차라리 테러리스트 세 명과 싸우는 게 낫겠어.' 하지만 그녀의 손은 이미 능숙하게 프라이팬을 돌리고 있었다. 아이들을 지키기 위한 위장 보모의 첫날이 그렇게 시작되고 있었다.
저 멀리 대문 밖, 낮에 보았던 검은 세단에서 누군가 고성능 망원경으로 집안을 살피고 있었다. 이슬은 커튼을 치는 척하며 그 방향을 향해 서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너희가 누구든, 이 선을 넘는 순간 끝이다.'
보모의 정체를 숨긴 특전사 상사와, 아무것도 모른 채 그녀에게 의지하기 시작한 아빠. 그리고 그들의 목숨을 노리는 보이지 않는 그림자들. 거대한 폭풍이 다가오고 있었다.
승우의 솔직하고 거침없는 고백에 이슬의 뺨이 발갛게 물들었다. 승우는 이슬의 턱끝을 부드럽게 들어 올리고 그녀의 입술에 깊고 뜨겁게 입을 맞추었다.아틀리에의 화려한 조명 아래서 두 사람의 숨결이 깊게 얽혔다. 다정하면서도 짙은 소유욕이 담긴 스킨십이었다. 이슬은 승우의 단단한 어깨에 손을 올리며 남자의 체온을 온전히 받아냈다.가짜 연인이라는 위장으로 시작된 관계였으나, 지금 이 순간 두 사람의 가슴속에 흐르는 사랑은 그 어떤 진짜보다 뜨겁고 영원했다.---늦은 밤, 저택으로 돌아온 두 사람은 아이들을 먼저 침실로 들여보낸 뒤 2층 서재로 들어섰다.이슬은 편안한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안경을 쓰고 전술 단말기를 점검하고 있었다. 승우는 그 곁에서 이슬의 어깨에 따뜻한 티올을 걸쳐주며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그때, 승우의 암호화 이메일함으로 비밀 주파수를 타고 들어온 문서 한 장이 팝업 되었다.일반적인 회사 업무나 스팸이 아니었다. 유럽 국제 안보 공조 위원회(ICSC)의 최고 권한자 직인이 찍힌 비공식 초청장이었다.[초청: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세계 안보 및 지능형 방산 최고위 정상 회담. 차승우 대표 및 안보 이사 강이슬의 참석을 요청함.]이슬은 특수 콘택트렌즈의 인터페이스를 활성화하여 초청장에 내장된 암호화 코드를 분석했다."일반적인 방산 회담 초청장이 아닙니다. 이 초청장의 백도어 알고리즘에는... 과거 707 시절 국방 기밀 무기 도면의 마지막 잔여 데이터 위치를 나타내는 좌표가 숨겨져 있
"이슬 씨는 내 목숨을 구한 은인이자, 내 아이들의 엄마이고, 내 모든 재산과 에기스를 함께 지배하는 이 저택의 정식 주인입니다. 고모님이 가진 그 썩어빠진 가문 의식 따위로 감히 이슬 씨의 가치를 평가하지 마십시오.""뭐, 뭐라고? 보모 출신 여자한테 가문의 주도권을 넘기겠다는 거냐?""네. 고모님이 무슨 권리로 내 가정을 흔들려 하든 상관없습니다. 만약 한성 재단이 두 번 다시 내 여자에게 무례하게 굴거나 이 집안에 발을 들인다면, 한성 재단에 제공되는 에기스 보안망을 현 시간부로 전면 파기하겠습니다."승우의 단호하고 압도적인 경고에 강 여사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한성 재단의 자산 관리 및 보안 전체가 승우의 에기스 시스템에 의존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승우는 이슬의 손을 꼭 잡으며 강 여사를 향해 차갑게 문을 가리켰다."나가십시오. 내 약혼식에 고모님의 자리는 없습니다."강 여사는 입을 벌린 채 아무런 대꾸도 하지 못하고 비틀거리며 저택을 빠져나갔다.소란이 지나간 자리에 다시 고요가 찾아왔다.승우는 이슬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그녀의 뺨에 살포시 입을 맞추었다. 그의 눈동자에는 방금 전의 사나운 살기 대신 이슬을 향한 감출 수 없는 깊은 애정만이 일렁이고 있었다."괜찮습니까? 내가 조금 더 일찍 나오지 못해서 미안합니다.""괜찮습니다, 승우 씨. 저런 언사에 상처받을 사람이 아니라는 걸 잘 아시잖습니까?"이슬이 부드럽게 미소
그때, 주방 문을 열고 걸어 나온 승우가 자연스럽게 이슬의 뒤로 다가왔다. 편안한 와인색 니트 소매를 살짝 접어 올린 그는, 그 자체로 눈부신 기품과 다정함을 뿜어내고 있었다. 승우는 이슬의 허리를 두 팔로 부드럽게 감싸 안으며 그녀의 어깨 위에 턱을 괴었다."아이들이 만든 상자가 내 다이아몬드 상자보다 훨씬 대접을 받는군요."나직하고 우아한 승우의 목소리가 이슬의 귓가를 간지럽혔다. 그의 단단한 가슴팍이 이슬의 등에 밀착되며 기분 좋은 열기를 전해왔다."시샘하시는 겁니까, 승우 씨?"이슬이 안경 너머의 눈동자를 반짝이며 고개를 살짝 돌리자, 승우는 이슬의 뺨에 살포시 입을 맞추었다. 은은한 우디 향과 그만의 깊은 체온이 이슬의 전신으로 스며들었다."시샘이 아니라 질투입니다. 아이들이 당신의 관심을 다 가져가 버리니까요.""아빠 또 치사하게 엄마 혼자 독차지한다!"서아가 손가락으로 눈을 가리며 키득거렸고, 민준이도 쑥스러운 듯 고개를 돌리며 웃었다. 거실 가득 퍼지는 웃음소리와 따스한 햇살. 음지의 적들이 사납게 덤벼들고 거대한 권력이 가로막았으나, 두 사람이 지켜낸 이 가정의 평화는 이제 그 무엇도 깰 수 없는 단단한 성채가 되어 있었다.---오후가 되자, 저택 정문으로 고풍스러운 검은색 세단 한 대가 들어섰다.일반적인 언론 취재진이나 보안 요원의 차가 아니었다. 차에서 내린 인물은 화려하지만 품위 있는 트위드 투피스를 입고, 눈매가 서늘하게 살아있는 중년 여성이었다.승우의 오촌
다음 날 아침, 대한민국 전체가 폭풍 같은 뉴스 속보로 뒤흔들렸다.국방부 안보 위원장 윤성호 대장의 천문학적인 비자금과 불법 공작 혐의가 전면 폭로되어 구속되었고, 한성 그룹을 비롯한 부패한 정재계 로비스트들이 대거 수사망에 올랐다. 반면, 차승우 대표와 에이전트 실드는 국가 핵심 안보를 지켜낸 최고의 기업으로 다시 한번 입지를 단단히 다졌다.그러나 소란스러운 세상과 달리, 저택의 거실은 화사한 아침 햇살과 따스한 온기로 가득 차 있었다.주방에서는 고소한 생선구이와 따뜻한 단호박 수프 향이 퍼져 나왔다. 이슬은 단정한 앞치마 차림으로 아이들의 아침 식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왼손 약지에 끼워진 약혼반지가 아침 햇살을 받아 영롱하게 반짝였다."엄마! 나 오늘 학교에서 아빠랑 엄마 자랑 엄청 할 거야!"첫째 민준이가 가방을 메고 달려와 이슬의 옷자락을 잡았다. 둘째 서아도 달려와 이슬의 다리를 꼭 끌어안았다."엄마, 이제 나쁜 사람들 다 잡혀갔으니까 우리 어디 안 가고 계속 같이 사는 거지?"아이들의 순수한 질문에 이슬은 가슴이 뭉클해지는 것을 느끼며 무릎을 굴려 세 아이를 품에 꼭 안아주었다."응, 엄마가 약속할게. 이제 그 누구도 민준이랑 서아, 예준이를 괴롭히지 못해. 엄마랑 아빠가 평생 곁에서 지켜줄게.""와! 신난다! 엄마 최고!"아이들의 천진난만한 환호성이 주방을 가득 채웠다.그때, 주방으로 들어온 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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