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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화

Penulis: 임서아
허아연은 바로 눈을 뜨지 않았다. 머리가 너무 아팠다.

"깼으면 일어나."

주현우가 말을 마치고 또 말했다.

"열이 조금 있으니 먼저 해열제 먹어. 열이 계속 안 내리면 내일 병원 가."

주현우의 말에 허아연은 힘겹게 침대에서 일어나 앉았다.

고개를 들어 주현우를 보며 손을 뻗어 물과 약을 받아 들고는 말했다.

"고마워요."

두 사람이 싸우고 난 뒤에도 주현우가 약 먹을 시간을 챙겨줄 줄은 몰랐다.

저녁에 주현우가 화가 많이 나서 오늘 밤에는 방에 있지 않을 거라 생각했었다.

약을 다 먹은 허아연은 빈 물컵을 침대 옆 협탁에 놓았다.

방 안에는 나이트 조명 두 개가 켜져 있어 밝지는 않았지만 너무 조용해서 분위기가 어색했다.

물컵을 들어 책상에 내려놓은 주현우는 침대 왼쪽으로 돌아와 이불을 젖히고 앉았다.

허아연과 다른 얘기는 하지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두 사람 모두 침대에 누웠다.

허아연이 등을 돌리자 주현우는 고개를 돌리고 아무 감정 없이 허아연을 힐끗 쳐다보았다.

이번에 허아연이 등을 돌린 건 다른 이유가 아니라 그저 감기를 옮기고 싶지 않아서였다.

다음 날 아침, 허아연이 깼을 때는 이미 오전 8시가 넘어 있었다.

감기는 많이 나았고 컨디션도 괜찮았다.

두 손으로 침대를 짚고 일어나 앉은 허아연은 주현우가 벌써 회의하러 나갔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상반신은 벗은 채 하반신에는 흰색 타월을 두르고 나른한 얼굴로 욕실에서 나오는 주현우가 보였다.

주현우가 전혀 거리낌 없이 나오자 허아연은 시선을 떨군 채 눈을 피했다.

주현우는 머리를 말리며 아무렇지 않게 인사했다.

"깼네."

허아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응."

머리 말리던 타월을 던져버린 주현우는 침대 옆으로 다가와 오른손을 들어 허아연의 이마를 짚었다.

"다행이네, 열 내렸어."

"오늘은 계속 쉴 거야, 아니면 회의 갈 거야?"

주현우가 아무렇지 않게 행동하는 모습은 마치 어젯밤에 아무 일도 없었던 사람 같았다.

주현우나 허아연도 모두 그런 말들을 하지 않았던 것처럼 보였다.

허아연은 이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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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서 오지은은 돈을 들여 여론을 움직였다. 어제 주현우의 다정함은 다만 허아연을 이용하기 위한 것일 뿐 여전히 여론을 조작하고 있다는 사실을 허아연이 느끼라고 말이다.허아연도 의심하지 않을 것이다. 이건 주현우가 자주 사용하는 수법이었다. 일부러 허아연에게 스캔들의 뒤처리를 맡긴 적도 허다했다.그런데 주현우가 이 일 때문에 신경을 쓸 줄이야. 어차피 다만 주현우를 향한 걱정 때문에 자주 사용하는 방법을 그대로 사용했을 뿐이었다. 주현우만 뚫어져라 한참 바라보다 오지은이 떠보듯이 웃으며 물었다."현우야, 아연이한테 10% 지분을 양도했다는 게 사실이야?"주현우가 말했다."사실이야."주현우의 말에 오지은은 나이프와 포크를 든 채로 얼어붙었다.한참 주현우를 바라보다 여전히 태연하게 식사하는 그의 모습에 오지은은 억지웃음을 지으며 물었다."현우야, 여전히 아연이와 이혼할 생각이야? 설마 이혼하기 싫어진 거 아니지?” 생각에 잠겨 잠시 말이 없던 주현우는 고개를 들어 오지은을 보며 덤덤하게 말했다. "오지은, 앞으로 내 일은 캐묻지 말고 간섭하지도 마."그 말에 다급해진 오지은이 주현우를 보며 물었다."그럼 나는 어떡해? 네가 오예은에게 한 약속은?"주현우는 오예은에게 약속했었다. 오씨 가문과 오지은을 잘 보살펴주고 오지은을 오예은처럼 대하겠다고.아직 오예은의 심장이 오지은의 몸에서 뛰고 있었다. 이 세상에 남은 오예은의 마지막 흔적을 주현우가 포기할 수 있을까? 오예은이 그의 목숨을 구해줬는데.오지은이 다급해하자 주현우가 덤덤하게 바라보았다. 오지은은 오예은의 쌍둥이였고 오예은과 똑같은 얼굴, 똑같은 분위기를 가지고 있었다. 심지어 오예은의 심장마저 오지은 안에서 뛰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오예은이 아니었다.주현우는 오지은의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포크를 내려놓은 뒤 물티슈로 입과 손을 닦으며 태연하게 말했다. "집에 데려다줄게."나이프와 포크를 든 오지은은 고개를 들어 주현우를 바라보았다. 주현우 눈에는 다정함이란 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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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현우는 계속 컴퓨터를 보며 천천히 말했다."정말 내가 힘들지도 않아보여? 내가 안쓰럽지도 않아? 안아주지도 않을 거야?"주현우를 보던 허아연은 말문이 막혔다.주현우가 가끔 꽤 애교를 부리고 기회를 이용할 줄 안다는 걸 발견했다. 허아연이 계속 자신을 보고 있는 걸 발견한 주현우도 허아연을 쳐다 보았다.눈이 마주쳤다. 주현우가 안고 있는 게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걸 보며 허아연이 말했다."그럼 이따 침대에서도 위로해 줘야 해요?"허아연이 드물게 이런 농담을 하자 주현우는 단번에 웃음이 터졌다."네가 그런 생각이 있다면 나야 당연히 더 좋지.""하하." 예의상 웃으며 허아연이 말했다."꿈 깨요."두 손으로 주현우의 팔을 잡고 자신의 허리에서 치우려 할 때 주현우의 옆에 놓인 휴대폰이 울렸다.주현우가 고개를 돌려 휴대폰을 보자 허아연도 무의식적으로 보았다.오지은.화면에 오지은의 이름이 표시되어 있었다.순간 주현우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지고 허아연의 허리를 감쌌던 손도 풀렸다.허아연이 고개를 돌리자 주현우가 말했다."전화 좀 받을게."허아연은 눈치껏 무릎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묵묵히 책상에서 떨어져 침대 옆 테이블로 가서 자신의 휴대폰도 집어 들었다. 아무 일도 없었던 척, 안겨 있지 않았던 척, 무릎에 앉아 있지 않았던 척, 오지은의 전화 표시를 보지 못한 척 행동했다. 이때 주현우는 이미 통유리창 앞으로 걸어가 전화를 받았다."이미 아레아 베이로 돌아왔어.""괜찮아. 문제없어. 걱정 마.""그래, 그럼 내일 만나서 얘기하자."대화 내용은 꽤 정상적이었고 주현우도 허아연을 피해서 전화를 받지 않았다.다만 전화를 끊고 나서 조금 전 분위기는 온데간데없었고 주현우가 몸을 돌렸을 때 얼굴에는 아까의 그 미소도 없었다.시선이 마주쳤을 때 방금 전 통화를 신경 쓰지 않는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허아연이 다시 부드럽게 귀띔했다."시간 늦었으니 너무 늦게까지 일하지 마세요."사실 허아연도 신경 쓰이지 않았다."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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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현우의 농담에 허아연이 불쾌한 듯 말했다."진지하지 않네요."여전히 허아연의 손을 잡은 채 주현우는 천천히 걸으며 약간 나른한 기색으로 말했다."허아연, 나 겨우 스물여섯이야. 한창 왕성한 나이인데 너는 매일 침대에 누우면 바로 잠들고 이거 학대 아냐?"이 말은…… 일리가 있는 것 같기도 했다.고개를 돌려 보니 주현우는 꽤나 기분 좋은 편안한 얼굴이었다. 허아연은 옆의 꽃과 풀을 보며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학대면 학대라고 하라지, 허아연도 3년 동안 학대받았다.허아연이 옆을 보며 더 이상 말하지 않자 주현우는 손을 놓고 팔을 허아연 어깨에 올리고 턱을 꼬집었다."말해봐."말하고는 또 가볍게, 다정하게 목덜미를 잡았다.주현우의 손이 불량하게 쇄골을 어루만지고 심지어 더 아래로 내려가려 하자 허아연이 단번에 손을 막으며 엄숙하게 말했다. "주현우 씨 장난치지 마요. 마당에 CCTV 있어요."허아연의 진지한 모습에 주현우는 웃음이 났다.살짝 몸을 숙여 거의 허아연의 귀에 바짝 붙어서 낮은 목소리로 다정하게 말했다."집 침실에는 CCTV 없어."귀가 간질거리자 허아연은 귀를 긁적이며 주현우의 밀어냈다."제발 좀 그만해요."허아연이 부끄러워하자 주현우 얼굴의 웃음이 더 환해지며 학교 다니던 때 일이 떠올랐다.한 번은 허아연이 주씨 가문에 놀러 왔을 때 허아연에게 숙제를 대신 써달라고 한 적이 있었다. 허아연이 열심히 숙제하고 있을 때 예쁘다고 칭찬했더니 순간 허아연의 얼굴이 빨개지고 귀가 빨개지고 목도 빨개지고 온몸이 다 빨개졌다.옛일을 떠올리자 방금 밀쳐졌던 주현우의 손이 자연스럽게 다시 허아연의 손을 잡았다.고개를 들어 보니 주현우도 뭔가 웃고 있었다. 허아연도 입꼬리를 올리며 가볍게 웃고는 더 이상 손을 밀어내지 않았다.3년 만에 두 사람이 처음으로 이렇게 화목한 순간이었다. 게다가 이렇게 큰일이 일어난 후에 말이다.얼마 지나지 않아 두 사람이 마당 밖으로 나오자 주현우는 허아연을 차에 태우고 돌아갔다. 돌아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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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현우가 물었다."스타라이트 테크는 적응 잘 돼?"주현우의 말에 정신이 팔린 허아연이 답했다."잘 적응하고 있어요. 유건희 대표님도 좋으시고 한민규 과장님도 다들 좋아요. 나도 이 일이 정말 마음에 들어요."새 직장 이야기를 할 때마다 허아연은 마치 다른 사람처럼 특히 밝아졌다.주현우는 허아연이 행복해하는 걸 보며 미소짓고는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두 사람이 이렇게 걸은 지도 오래됐다. 예전 학교 다닐 때는 함께 하교하기도 했다. 특히 허아연이 월반한 후에는 함께 집에 간 적이 여러 번 있었다.분위기가 순간 조용해졌다. 허아연은 주현우의 손에서 힘이 느껴졌다.힘을 많이 주어 손 잡고 있는 건 아니었지만 말이다.마당에는 벌레 소리와 개구리 소리가 들렸다. 오늘 경주 그룹의 주식 변동을 생각하니 허아연은 마치 꿈만 같았다. 주현우가 워낙 태연해서 이 일이 일어나지 않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다만 어렸을 때부터 주현우의 감정은 항상 안정적이었다.밤은 아주 조용했고 주현우는 오늘 밤 빠르게 걷지 않았다. 마치 산책하는 것 같았다.고개를 돌린 허아연이 물었다."주현우 씨, 주가가 이렇게 많이 떨어졌는데 힘들지 않아요?"허아연의 말에 주현우가 웃으며 말했다."괜찮아. 버틸 만해."평소에 주현우는 세상 물정 모르는 것 같고 아무것도 마음에 두지 않는 것 같지만 사실 그저 자신을 잘 표현하지 않을 뿐이었다.남자니까.하늘이 무너지는 일이라도 '괜찮아'라는 말이면 해결됐다."미안해요. 일이 이렇게 심각할 줄 몰랐어요."허아연은 결국 사과의 말을 뱉었다. 주현우는 여전히 웃으며 말했다."받아들일게."주현우가 환한 얼굴로 받아들였다고 하자 순간 허아연은 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주현우만 보느라 길을 안 보다가 오른발이 갑자기 걸린 허아연은 비틀거리며 앞으로 넘어질 뻔했다. 다행히 주현우가 빠르게 주머니에 찔러넣었던 왼손도 꺼내 단번에 붙잡았다.주현우가 잡아주자 중심을 되찾은 허아연은 미안해하며 말했다."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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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현우의 건성건성한 대답에 주민경은 역겨운 마음을 금치 못했다.한쪽에서 허아연은 그저 묵묵히 밥만 먹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식사 후 주건영은 주현우를 따로 서재로 불러 훈계했고 허아연과 주민경은 아래층에서 박민정과 함께 있었다.박민정 스스로 안경을 쓰고 작은 거실에 앉아 짧은 드라마를 보고 있었기에 곁에 있을 필요도 없었다. 드라마에서 나쁜 여자 조연이 나올 때마다 박민정은 이를 갈며 화를 냈다. 오지은이 바로 그 나쁜 여자 조연이고 주현우는 그 멍청한 남자 주인공으로 나쁜 여자에게 속았다고 생각했다.그리고 휴대폰을 들고 허아연과 주민경에게 와서 영상을 주현우에게 보내는 법을 가르쳐달라고 했다.박민정의 진지함에 허아연과 주민경 두 사람은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그래도 박민정에게 드라마 영상을 주현우에게 공유하는 법을 가르쳐주었다. 주민경은 할머니의 앱을 내연녀 막는 법 특집으로 바꿔놓고 박민정에게 하루에도 주현우에게 영상을 다섯 개씩 보내서 절대 나쁜 여자에게 속지 말라고 일깨워주라고 했다.네다섯 개?하하, 주현우가 주건영에게 혼나는 동안 박민정은 벌써 영상 사오십 개를 보냈다. 막장 드라마가 아니면 제삼자가 가정을 파괴하는 영상이었다.위층 서재에서 주현우의 휴대폰이 계속 울리는 걸 본 주건영이 얼굴을 찌푸리며 물었다."오씨 집안 그 애가 메시지 보내는 거냐? 어떻게 된 거야? 네가 우리 주씨 본가에 돌아오지 못하게 해?"말이 없던 주현우가 다리를 꼬고 앉아 웃으며 말했다."할머니가 보낸 스팸 메시지예요."박민정이 보낸 거라는 말에 주건영은 더이상 얘기하지 않고 주현우와 회사 일과 개인적인 일만 이야기했다.……아홉 시가 넘어 주현우가 두 손을 주머니에 찔러넣은 채 천천히 아래층으로 내려오자 허아연과 주민경이 좌우로 박민정의 팔을 끼고 웃으며 함께 드라마를 보는 걸 보게 되었다. 주현우는 걸음을 늦추었다.따뜻한 모습이었다. 순간 마치 허아연과 결혼하지 않았던 과거로 돌아간 것 같았다. 그때 허아연은 거의 매일 주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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