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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화

Penulis: 임서아
거실에 가보니 역시나 전서진도 도착해 있었다.

두 사람 모두 술을 마신 상태였다.

허아연이 2층에서 내려오는 것을 본 전서진이 양손을 주머니에 찔러넣은 채 고개를 들어 허아연을 향해 웃으며 말했다.

"아연아, 데리고왔어."

허아연이 웃으며 다가갔다.

"수고했어요, 서진 씨."

허아연이 미소 지으며 말하자 주현우가 약간 나른한 모습으로 고개를 돌려 전서진을 보며 말했다.

"서진아, 들어가. 나 괜찮아."

"알았어."

웃으며 대답한 전서진이 허아연을 보며 팔을 톡 쳤다.

"아연아, 그럼 나 먼저 갈게. 현우 부탁해."

전서진의 말과 행동에는 인사 외에도 위로와 안쓰러움도 있었다.

무시당한 것에 대한 안쓰러움과 아내이면서도 주현우 생활에서 철저한 외부인이라는 것에 대한 안쓰러움이었다.

허아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한쪽에서 주현우가 담담하게 말했다.

"서진아, 세 살짜리 애도 아니고 달래줄 필요 없어."

고개를 휙 돌려 주현우를 한참 쳐다보던 전서진이 웃으며 말했다.

"그래,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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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버린 건 나였지만, 무너진 건 너였다   제412화

    다만 아직 관계를 확정짓지는 않았기에 여전히 친구처럼 지내고 있었다.권승준은 주현우가 허아연의 정체를 알아내고 DNA 검사까지 했다는 얘기를 하지 않았다.마음을 복잡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그날 저녁, 허아연이 스타라이트 테크에서 호텔로 돌아오자 진 부장이 불러 세웠다."시연 씨."허아연은 돌아서서 웃으며 인사했다."진 부장님."허아연의 인사에 진 부장이 말했다."오후에 몇 번이나 전화했는데 계속 꺼져 있길래 호텔에서 기다리고 있었어요."허아연이 말을 하기도 전에 진 부장이 이어서 말했다."오늘 저녁 정부 만찬이 있어요. 여러 첨단 기술 기업들이 다 모이는 자리라 서준 씨는 벌써 갔고 시연 씨 기다렸다가 같이 가려고 기다리는 중이었어요." 하루 종일 실험실에 있느라 좀 피곤했던 허아연이 말했다."진 부장님, 저 오늘은 안 갈게요. 이런 자리는 저희 오빠만 참석하면 되잖아요." 하지만 진 부장은 여전히 물러서지 않았다."지금 시연 씨는 교진시 정부와 기업들이 다 탐내는 인재예요. 우리보다 훨씬 중요한 사람인데 안 가면 오늘 밤 만찬이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게다가 다들 시연 씨한테 전문 지식 가르침 받고 싶어 해요. 조금만 힘내서 얼굴만 비추고 바로 돌아와서 쉬면 되잖아요, 어때요?"정부 관계자인 진 부장이 이렇게까지 부탁하는지라 허아연도 결국 고개를 끄덕이고는 지친 몸을 이끌고 함께 따라나섰다.만찬은 교진시 경찰서 근처의 한 영빈관에서 열렸는데 참석 인원은 주로 첨단 기술 기업들과 견학차 방문한 타지 기업들이었다.만찬장에 도착한 허아연은 옆 사람들 얘기를 듣고서야 내일 있을 간담회 전에 오늘 미리 서로 인사를 나누는 자리라는 걸 알게 되었다. 진 부장과 함께 만찬장에 들어선 허아연은 자연스럽게 스타라이트 테크 동료들과 함께 앉았다. 요즘 가장 많이 함께 일한 사람들이었다.권승준은 메인 테이블 쪽에, 주현우도 앞쪽 테이블에서 정부 관계자들과 함께 앉아 있었다.오늘 자리는 나름 편안한 분위기라 다들 자유롭게 얘기를 나

  • 버린 건 나였지만, 무너진 건 너였다   제411화

    "그 뒤에 새언니가 큰 화재로 변을 당하고 오빠가 도무지 마음을 추스르지 못하고 1년 만에 새까맣던 머리가 하얗게 세어버렸어요.""지금은 집에서 누구도 오빠한테 감히 뭘 묻거나 무슨 얘기를 꺼내지도 못해요."주민경이 말을 하며 다시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허아연을 빤히 쳐다보았다.눈이 마주쳤지만 허아연은 대꾸하지 않고 그저 웃기만 했다.그 모습에 주민경이 정색하며 말했다."시연 씨, 그거 알아요? 우리 새언니 허아연이랑 진짜 거의 똑같이 생겼어요. 시연 씨가 진짜 우리 아연이 아닐까 의심이 들 정도라니까요." "나는 시연 씨가 우리 오빠랑 잘되길 바라는 게 아니에요. 설령 시연 씨가 진짜 어릴 때부터 알던 우리 아연이라 해도 다시 만나라고 설득할 생각은 없어요. 그냥 오빠가 영혼 나간 사람처럼 지내는 게 너무 답답해서 그래요.""그러니까 시연 씨, 우리한테 진실을 말해줄 수 없어요? 오빠 만나서 얘기라도 좀 나눠서 그만 정신 차리게 하면 안 될까요?""안 그러면 오빠 조만간 폐인 될 것 같아요."주민경의 부탁에 허아연은 고개를 숙이고 계속 식사를 이어갔다.아침 식사를 다 마치고 차를 한 모금 마신 뒤에야 고개를 들어 주민경을 보며 말했다."민경 씨, 나를 친구로 생각해서 이런 얘기까지 숨기지 않고 다 얘기해줘서 사실 좀 감동이에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나는 민경 씨 새언니 허아연 씨가 아니에요.""그리고 새언니가 떠나기로 결심한 가장 큰 이유는 더 이상 민경 씨 오빠랑 엮이고 싶지 않아서였을 거예요. 죽어서도 다시 보고 싶지 않았던 거죠.""사실 전이나 지금이나 민경 씨 오빠의 문제는 본인한테 있는 거지, 다른 사람 탓이 아니에요. 이런 말 좀 그렇지만 설령 내가 민경 씨 체면 봐서 민경 씨 오빠를 다독여준다 한들 마음속 응어리가 절대 풀리지 않을 거예요." "바꿔놓고 내가 예전의 허아연 씨라 쳐도 민경 씨 오빠를 용서하는 건 너무 너그럽게 봐주는 거잖아요. 하물며 허아연 씨도 아닌데요."주민경이 아무리 진심을 담아 명확하게 말을 해도

  • 버린 건 나였지만, 무너진 건 너였다   제410화

    아무래도 주현우에게 완전히 실망한 모양이었다. 허아연을 소중히 여기지 않으면 나중에 반드시 후회할 거라고 전서진도 말한 적이 있었다. 결국 인과응보로 그 업보를 맞은 셈이었다.두 사람이 다시 잘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전서진도 아무 말 하지 않았다. 그런 말로 주현우를 위로하지도 않았다. 현실적이지 않으니까. 몇 년간의 결혼 생활 동안 주현우는 여지를 남기지 않았다.전서진의 위로에 주현우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계속 3년 전 일들이 떠올랐다. 허아연에게 못되게 굴었던 일들, 예전에 자신을 좋아했던 허아연이, 허아연의 일기장에 적혀 있던 글귀들이 자꾸만 생각났다.잠시 침묵하던 주현우가 전서진을 보며 말했다."늦었다, 이제 가서 쉬어."전서진이 미덥지 않다는 듯 물었다."진짜 내가 여기 없어도 돼? 괜찮겠어?"그 말에 웃음이 터진 주현우가 힘없이 말했다."나 그렇게 나약하지 않아. 게다가 마지막이 오기 전까지는 나랑 권승준 중에 누가 이길지 모르는 일이야." 그 말에 마음이 놓인 전서진이 말했다."그래, 그렇게 생각하면 됐어. 그럼 나 먼저 갈게."말을 마친 전서진은 소파에 걸쳐둔 겉옷을 챙겨 자리를 떴다.전서진이 떠나자 원래도 조용하던 병실이 더 조용해졌다.혼자 병상에 남은 주현우는 여전히 잠이 오지 않았고 머릿속엔 온통 허아연 생각뿐이었다."주현우, 나 이제 아빠 없어.""주현우, 나 계속 너와 친구 하면서 같이 놀아도 돼?""주현우……"예전 일들을 떠올릴수록, 허아연이 전에 자신과 주씨 가문에 얼마나 의지했는지 떠올릴수록, 허아연을 오해했던 일들을 떠올릴수록 주현우는 죄책감이 점점 커져만 갔다.고개를 돌려 창밖을 보니 쟁반처럼 둥근 달이 떠 있었다. 얼핏 허아연의 얼굴이 보이는 것 같았지만 이제 영영 돌아갈 수 없는 사이가 되어버렸다. ……다음 날 오전.허아연이 호텔 레스토랑에서 조식을 먹고 있을 때 주민경이 찾아왔다.의자를 당겨 허아연 맞은편에 앉은 주민경은 바람 빠진 공처럼 테이블 끝에 힘없이 턱을 괴

  • 버린 건 나였지만, 무너진 건 너였다   제409화

    다급하게 들려오는 노크 소리에 일어난 허아연이 문 앞으로 걸어가 나직이 물었다."누구세요?"허아연의 물음에 문밖에서 부드러운 남자 목소리가 들려왔다."나야."안서준의 목소리임을 알아챈 허아연이 문을 열고 물었다. "이틀 뒤에나 교진시로 돌아온다고 하지 않았어요? 왜 이렇게 빨리 왔어요?"허아연의 다정한 목소리에 안서준이 말했다."일 다 끝내서 바로 왔지."허아연이 얘기를 나누며 문을 좀 더 열자 안서준이 안으로 들어왔다.그 모습에 허아연도 문을 열어둔 채 안서준의 뒤를 따라 방으로 들어갔다.허아연의 책상 앞까지 걸어간 안서준이 갑자기 돌아서더니 말했다."장 아저씨가 10시쯤에 호텔 입구에서 권승준과 주현우를 봤대."허아연이 입을 열기도 전에 안서준이 이어 말했다."주현우가 이미 네 정체를 알고 있는 것 같아."안서준의 말에 허아연은 크게 놀라거나 감정 변화도 없이 그저 웃으며 말했다."알든 말든 상관 없어요. 허아연은 이미 죽었고 신분도 말소됐잖아요.""내가 인정하지 않으면 알아도 의미 없어요. 인정한다 해도 마찬가지고요."안서준은 허아연의 침착한 모습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아무리 큰일이 닥쳐도 흔들림 없이 태연한 모습이 좋았다. 이렇게 할 수 있는 여자는 흔치 않았다.안서준이 두 손을 주머니에 찔러넣고 말했다."신경 안 쓰고 너한테 영향 없다면 제일 좋지." 잠시 더 얘기를 나누던 안서준은 시간이 늦었으니 그만 쉬라고 하며 너무 밤낮없이 야근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늦은 밤에 허아연을 방해할 생각이 없었지만 밑에서 불이 켜진 걸 확인하고 문을 두드린 것이었다.안서준을 배웅한 뒤, 허아연은 문을 닫았다.방으로 돌아온 허아연은 침대 위 얇은 이불을 젖히고 기대앉아 머리맡에 놓인 책을 들었다.잠시 후 졸음이 몰려오자 불을 끄고 잠이 들었다.……같은 시각, 병원.막 수술실에서 나온 주현우는 술을 너무 급하게 많이 마셔서 위 출혈이 온 것이었다. 막 위세척을 마쳤고 열도 조금 있었다.몸에 다른 문제가 좀 있다며 의

  • 버린 건 나였지만, 무너진 건 너였다   제408화

    전에 허아연에게 한 번 또 한 번 실망을 주고 상처 준 순간부터 주현우는 이미 기회가 없었다.한참 권승준을 바라보던 주현우는 비웃음 섞인 미소를 띠며 차갑게 물었다."허아연 정체, 언제부터 알고 있었어요?"권승준도 주현우의 말을 바로 알아들을 수 있었다. 주현우가 이미 허아연의 정체를 알았고 짐작이 맞다면 DNA 샘플로 검사를 했을 것이다.다만 안시연이 허아연인지 아닌지는 이제 중요하지 않았다.무표정하게 주현우를 한참 바라보던 권승준이 웃으며 말했다."처음 만났을 때부터 저한테는 숨기지 않았어요."권승준이 말을 마치자 주현우는 그저 바라보기만 했다.한참 권승준을 바라보던 주현우는 두 손을 주머니에 찔러넣고 몸을 옆으로 틀고 다른 곳을 바라보았다.허아연은 권승준을 전혀 경계하지 않았다. 이번에 돌아와서 처음 만났을 때부터 정체를 숨기지 않았다.권승준은 말없이 씁쓸한 미소만 짓는 주현우의 어깨에 손을 얹고 가볍게 툭툭 두드리며 말했다. "주현우 씨, 한때 곁에 뒀었다는 걸로 후회하지 마세요. 어차피 이런 결말을 맞이한 데는 주현우 씨도 반은 책임이 있으니까요."이미 충분히 예의를 지켜 한 말이었다.권승준의 말에 주현우가 몸을 돌리며 싸늘하게 웃었다."권승준 씨, 아직 끝난 거 아니에요. 누가 이길지는 두고 봐야죠."하지만 권승준은 그저 짧게 대꾸했다. "그 사람 힘들게만 하지 말아요."주현우는 무표정하게 권승준을 바라보다 손을 치우고 돌아서서 차 문을 열었다. 그리고 차에 올라타 액셀을 밟고 호텔을 떠났다.돌아가는 내내 주현우는 마음이 너무 답답했다.허아연과 얘기를 나누고 사과하고 오해를 풀고 싶었다.하지만 허아연은 절대 주현우에게만은 기회를 주지 않았다.열어둔 차창으로 불어온 바람이 귓가를 스치는 동안 주현우는 예전 허아연의 다정한 모습과 방금 권승준과 가까이 있던 모습을 떠올렸다.마음이 착잡해진 주현우는 전서진에게 전화를 걸어 술을 마시자고 불렀다. 술집에 도착해서도 아무 말 없이 연거푸 술을 들이켰다.그 모습에 놀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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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텔 입구.두 손으로 가방을 든 허아연이 고개를 들어 권승준을 보며 말했다."비서실장님, 오늘 감사했어요. 데려다주셔서 감사해요."허아연의 인사에 권승준이 웃으며 말했다."안 선생님, 그렇게까지 예의 차리실 필요 없어요.""참, 저 내일부터 이틀간 지방 출장이 있으니 주말에 돌아오면 같이 식사해요."모든 일을 빈틈없이 챙기고 계획적인 권승준의 말에 허아연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 비서실장님."허아연은 호텔 입구에서 잠시 더 얘기를 나누다가 호텔로 들어갔다.권승준은 호텔 입구에 서서 허아연이 들어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몸을 돌려 걸음을 옮기던 허아연은 사실 일찍부터 옆 주차장에 세워져 있는 마이바흐를 눈치채고 있었다. 원래도 눈에 띄는 차인 데다 구석진 곳에 있는 게 더 시선을 끌었다.하지만 눈길이나 관심 한 번 주지 않았다.방금 권승준과 나눈 대화도 의도적인 행동이 아니라 진심에서 우러난 것이었다.권승준은 사람을 편안하게 해주었고 평소 특별히 연락하지 않아도 걱정할 게 없었다.엘리베이터 앞에 도착한 허아연은 버튼을 누르고 안으로 들어갔다.주현우가 미련을 갖게 하거나 다시 엮일 생각은 꿈에도 없었다. 주현우와의 인연은 2년 전에 이미 깨끗이 정리되었다. 그때 분명 기회를 충분히 줬었다.오랜만에 지난 일을 떠올린 허아연은 문득 2년 전 그날 밤, 꼭 가야 하냐고 물었던 자신과 그런 자신을 뒤로한 채 떠났던 주현우가 생각났다.곧 돌아오겠다던 주현우는 화재가 날 때까지도 끝내 돌아오지 않았다. 그때 도착한 엘리베이터에 올라탄 허아연은 담담한 눈빛으로 앞을 바라보며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다시 예전으로 돌아가서 허아연으로 살고 싶지도, 주현우와 어떤 식으로든 엮이고 싶지도 않았다.주현우에게 남았던 정도, 과거의 고마움도 이미 다 내려놓은 지 오래였다.……같은 시각, 호텔 입구.허아연이 호텔로 들어가는 걸 지켜보다 돌아선 권승준은 본능적으로 주현우한테 눈길을 돌렸다. 멀지 않은 곳에 세워진 주현우의 차를 사실 진작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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