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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화

Autor: 임서아
그때 허아연이 걸려온 전화를 받으러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제서야 유미 이모가 옆에서 낮은 목소리로 주현우를 나무랐다.

"도련님도 참, 어젯밤에 밤새 오씨 가문 둘째 따님 이름 부르셨어요. 사모님이 얼마나 민망하겠어요."

"앞으로 술 좀 줄이세요. 괜히 실수하지 말고요."

어젯밤 허아연 눈에 비친 쓸쓸함 때문에 유미 이모는 밤새 잠을 설쳤다.

유미 이모의 말에 주현우는 그릇과 젓가락을 든 손을 멈추고 고개를 들어 허아연을 바라봤다.

허아연이 조금 전 아무 일도 없는 사람처럼 인사하던 모습을 떠올린 주현우는 피식 웃었다.

역시 눈꼽만큼도 신경쓰지 않고 전혀 감정 변화도 없었다.

주현우가 대답하지 않자 식탁 옆에 있던 유미 이모가 또 조용히 말했다.

"도련님, 제가 방금 한 말 들으셨어요? 앞으로 술 좀 줄이세요."

주현우가 허아연한테서 시선을 거두고 웃으며 말했다.

"알았어요. 유미 이모 말 들을게요."

"그러셔야죠."

유미 이모가 눈을 찡긋하며 주현우에게 또 당부했다.

"사모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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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버린 건 나였지만, 무너진 건 너였다   제430화

    주현우의 말이 끝나자 오지은은 순간 충격을 받은 듯 눈이 휘둥그레져서 물었다."주현우, 그게 무슨 소리야? 어떻게 이 일을 나한테 뒤집어 씌우려 할 수 있어?"허아연에게 무슨 일만 생기면 늘 자기가 손을 썼을 거라 의심부터 하며 트집을 잡으려 할 줄 예상했었다.주현우가 이렇게까지 안 믿다니.오지은의 놀란 반응에 주현우가 담담하게 말했다."너랑 상관없는 게 좋을 거야."허아연이 그 얼굴로 돌아오지 않았다면 주현우도 오지은을 의심하거나 다른 생각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허아연의 얼굴과 자신을 향한 오지은의 욕심과 집착을 생각하면 의심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직접 마주보며 물은 건 오지은의 순간적인 반응을 살피며 표정에서 뭔가를 잡아내려는 것이었다.의심하는 주현우를 한참 바라보던 오지은은 눈시울이 붉어졌다.그렇게 한참 주현우를 바라보던 오지은이 그제야 입을 열었다."현우야, 그런 의심을 하는 것 자체가 너무 상처야. 그리고 나도 모르겠어, 내가 대체 뭘 했길래 네가 나를 이렇게까지 의심하는 건지.""그렇게 오래 알고 지내며 함께했는데 네 눈에 나는 겨우 그 정도밖에 안 되는 사람이야?""백 번 양보한다 한들 나도 바보처럼 안시연을 해칠 리 없어. 굳이 오씨 집안과 오성 그룹을 불구덩이로 밀어 넣을 이유가 없잖아."오지은의 변명에도 주현우는 그저 담담하게 바라볼 뿐이었다.때로는 가장 위험한 방법이 오히려 가장 안전한 법이기도 했다.주현우가 아무 말 없이 바라보기만 하자 오지은은 더욱 억울한 듯 말했다."현우야, 정신 좀 차려. 안시연은 아연이가 아니야. 설령 아연이라 해도 너랑은 더 가능성이 없어.""그리고 그거 알아? 안시연은 벌써 권승준과 잘 만나고 있어. 어제 권승준 어머니가 밥까지 챙겨다주는 거 봤어.""현우야, 넌 왜 그렇게 과거에만 집착해? 왜 지금 눈앞의 현실은 절대 못 봐? 예은이한테도 그랬고 허아연한테도 그랬잖아. 설마 나도 두 사람 뒤를 따라가야만 내 진심을 알아줄 거야?""왜 나한테는 기회도 한 번 안 주는

  • 버린 건 나였지만, 무너진 건 너였다   제429화

    저녁이 되어 권승준이 다시 병원을 찾았을 때는 박혜숙도 이날은 자리를 뜨지 않았다.그동안 두 사람에게 여러 번 시간과 기회를 줬으니 박혜숙도 권승준이 어떤 사람인지, 허아연에게 잘해주는지 직접 지켜보고 싶었다.하룻저녁 함께 이야기를 나눠본 박혜숙은 권승준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인물이 훤한 것은 물론이고 어느 것 하나 빠지는 게 없다고 생각했다.무엇보다 중요한 건 허아연에게 진심이고 잘해준다는 것이었다.……같은 시각, 주현우의 병실.유서희와 주민경을 돌려보내고 나자 오지은이 음식을 잔뜩 사 들고 다시 찾아왔다.담담한 얼굴로 오지은을 보는 주현우는 기분이 별로 좋아 보이지 않았다.권승준이 허아연 병문안을 오는 것처럼 오지은도 여러 번 문병을 왔다.하지만 주현우는 오지은의 성의를 알아주려거나 가까워지려는 기색도 보이지 않고 전혀 희망도 주지 않았다.이미 분명히 말했는데 오지은이 고집부리는 거였다.오지은은 가져온 국을 내려놓고 웃는 얼굴로 주현우를 보며 물었다."현우야, 오늘은 좀 어때?"주현우가 답을 하기도 전에 오지은이 다시 말했다."방금 올라오다가 어머님이랑 나가시는 거 봤어."주현우는 열정적인 오지은을 무덤덤하게 바라보며 말했다."오지은, 이럴 거 없어. 매일 찾아오지 않아도 돼."주현우가 선을 긋자 잠시 얼굴이 굳어졌던 오지은은 금세 아무렇지도 않은 듯 표정을 가다듬고 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현우야, 너무 선 긋지 마. 나도 다른 생각 있어서 이러는 거 아니야. 이걸로 너 감동받으라고 그러는 것도 아니야.""어차피 너 챙겨줄 사람 부족하지 않은 거 나도 알아."주현우가 입을 열기도 전에 오지은이 다시 말했다."그동안 너 오성 그룹이랑 우리 오씨 집안 많이 챙겨줬잖아. 네가 다쳐서 입원했으니 와서 보는 게 당연한 거야, 예은이도 분명 내가 이러길 바랄 거고."오지은이 또 오예은을 들먹였지만 주현우는 예전 같은 감격 따위 없이 담담하기만 한 표정이었다.주현우가 오지은을 보며 차갑게 말했다."오지은, 오성 그룹과

  • 버린 건 나였지만, 무너진 건 너였다   제428화

    다만 돌아가는 발걸음이 천근만근처럼 느껴져 숨쉬기조차 힘들었다.허아연을 놓아주고 축복한다고 말해주고 싶었지만 마음이 도무지 허락하지 않았다.지금 주현우가 놓치고 있는 것이라면 두 사람 사이에서 주현우가 허아연을 놓아주고 말고 할 게 없다는 것이었다.이미 오래전부터 허씨 가문의 허아연이 아닌 강성시 안씨 가문의 둘째 딸 안시연이었으니까.잠시 후.병실로 돌아온 주현우는 좀처럼 마음이 진정되지 않았고 머릿속에는 여전히 조금 전 권승준과 함께 웃고 떠들던 허아연의 모습이 맴돌았다.그 생각을 하던 주현우는 참지 못하고 헛기침을 터뜨렸다."현우 오빠, 우리 엄마 다시 돌아올까?""현우 오빠, 나도 엄마가 너무 보고 싶어.""현우 오빠, 나 뛰어내릴 거니까 꼭 받아줘야 해.""주현우……"지금 이 순간, 주현우는 허아연이 사무치게 그리웠다.허아연의 일기장과 일기장에 빼곡히 적혀 있던 자신의 이름이 떠올랐다.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다시 허아연과 함께할 기회가 있다면 정말 소중히 여기며 잘 지낼 자신이 있었다.하지만 안타깝게도 허아연은 주현우와 아는 사이라는 것조차 인정하지 않으려 했다.생각에 잠겨 있던 주현우는 또다시 안시연이 허아연이라는 DNA 검사 결과지가 떠올랐다.……같은 시각, 허아연의 병실.허아연은 함께 점심을 다 먹은 뒤 처리할 일이 있어 떠나는 권승준을 배웅하러 나섰다.허아연은 엘리베이터 앞까지 배웅하러 따라갔다.함께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던 중 권승준이 불쑥 몸을 돌리며 허아연에게 말했다."안 선생님, 퇴원하시면 저희 집에서 식사 대접하고 싶어요.""부모님이 너무 마음에 들어 하셔서 정식으로 만나 뵙고 싶어 하세요."권승준의 말은 의미가 분명했다.정식으로 관계를 확정짓고 여자친구 자격으로 식사하러 집에 왔으면 하는 것이었다.2년이라는 시간을 이미 놓친 만큼 이번 만남 때는 절대 놓치고 싶지 않았다.상대가 누구든 절대 허아연을 지켜내고 아껴주고 싶었다.권승준의 초대에 허아연은 눈을 바라보며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 버린 건 나였지만, 무너진 건 너였다   제427화

    사실 오지은이 오늘 문병 온 데는 나름의 속셈이 있었다.주현우와 허아연의 교통사고가 단순 사고가 아니라 고의로 벌인 일이라는 얘기를 듣고 보러 온 것이었다.허아연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보려는 것도 있었다.하지만 한참 이야기를 나눠봐도 허아연의 입에서는 아무 얘기도 들을 수 없었고 반응이 어찌나 차가운지 별로 말을 섞으려고도 하지 않았다.모든 것을 경계하는 기색이 역력했다.결국 오지은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안 선생님, 그럼 푹 쉬세요. 저는 이만 가볼게요."허아연도 예의를 갖춰 자리에서 일어나 배웅했다.하지만 문 앞에 서서 멀어지는 오지은의 뒷모습을 지켜보던 허아연의 표정이 점점 진지해졌다.곧이어 병실로 돌아온 허아연은 휴대폰을 들어 안서준에게 전화를 걸어 조용히 말했다."안서준 씨, 오지은 씨 좀 알아봐요. 혹시 이번 일과 관련 있는지 확인 좀 해줘요."원래는 오지은을 별로 의심하지 않았었다.어차피 안시연이라는 신분으로 돌아온 이상 오지은도 매사에 여러모로 조심할 수밖에 없을 거라 여겨서였다.하지만 오늘 오지은이 병문안 와서 떠보는 듯한 태도를 보니 저도 모르게 생각이 많아져 의심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전화기 너머의 안서준이 허아연의 말을 듣고 말했다."이미 알아보고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마, 오지은은 너 스스로도 조심하고 경계하고 있어.""네."허아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 뒤 안서준과 업무 얘기를 좀 더 나누고 전화를 끊었다.만약 오지은이 허아연을 겨냥한 거라면 십중팔구 주현우와 관련 있을 것이다.하지만 오지은이 정말 허아연을 노렸다면 혼자 운전할 때 사고를 일으키면 될 텐데 왜 하필 주현우까지 얽히게 했을까?설마 두 사람 다 목숨을 노린 걸까?휴대폰을 든 채 식탁 앞에 앉아 한참 생각에 잠겨 있는데 노크 소리와 함께 병실 문이 다시 열리더니 권승준이 도시락을 들고 들어왔다.권승준을 본 허아연의 입가에 절로 미소가 번졌다."오셨어요.""응."권승준이 대답하며 말을 이어갔다."관계자들한테 얘기해 뒀

  • 버린 건 나였지만, 무너진 건 너였다   제426화

    기회를 놓치지 않고 꼭 잡을 거라고 했다.병실 안, 책상 앞에 앉아 있던 허아연은 문이 열리는 소리에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권승준이 온 걸 확인하고는 환하게 웃으며 인사했다."오셨어요."권승준이 환하게 웃는 허아연 앞으로 다가오며 말했다."배고프죠."허아연이 고개를 끄덕였다."네, 좀 고프네요.""이젠 불편한 곳도 없는데 의사 선생님이 언제쯤 퇴원시켜 줄지 모르겠어요."권승준 앞에서는 허아연도 마음이 편했다.다른 사람 앞에서는 이렇게 편할 수가 없었다.그 말에 권승준이 책상 앞으로 다가와 도시락을 펼쳐놓으며 말했다."쉬어가는 셈 치고 서두르지 마요."허아연이 권승준을 거들며 답했다."네."음식을 다 차려놓자 두 사람은 함께 식탁 앞에 앉아 밥을 먹기 시작했다.요즘 권승준은 늘 이렇게 병원에서 허아연과 함께 밥을 먹었다.권승준이 허아연의 그릇에 반찬을 집어주며 대범하게 말했다."주현우 씨 깨어났어요, 시간 되면 한번 찾아가 봐요. 사고 때 대신 막아준 게 정말 결정적이었어요."자신과 허아연의 관계, 그리고 허아연의 이성적인 판단을 권승준은 믿고 있었다.권승준의 당부에 허아연은 밥을 먹으며 자연스럽게 말했다."방금 가서 보고 왔어요, 고맙다는 인사도 했고요."권승준 앞에서는 허아연도 숨기는 것 없이 솔직했다."네."권승준이 대답하며 다시 허아연의 그릇에 반찬을 집어주었다."많이 먹어요."허아연이 고개를 들며 말했다."고마워요, 비서실장님."권승준이 매일 허아연을 보러 온다는 걸 알기에 이 시간이면 박혜숙은 늘 핑계를 대고 자리를 비워 두 사람에게 함께 할 시간을 주었다.안서준을 이어주고 싶은 마음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허아연이 좋아하는 사람이 권승준이라는 걸 알고는 그 생각을 접었다.친딸을 떠나보낸 뒤로 이런 일에 유독 신중해진 박혜숙은 허아연에게 절대 부담을 주지 않았고 자기 생각을 내비친 적도 없었다.그 뒤로도 며칠간 계속 검사를 받던 허아연은 병원 생활이 답답해지기 시작했다.하지만 두 지역 간의 관계를

  • 버린 건 나였지만, 무너진 건 너였다   제425화

    주현우의 물음에 허아연이 차분하게 답했다."저는 별문제 없어요, 의사 선생님이 이틀만 입원해서 지켜보자고 하셔서요.""별일 없다니 다행이네요."말을 마치자 병실 안은 다시 조용해졌고 두 사람 모두 마땅한 화제가 없었다.먼저 정신을 차린 주현우가 허아연을 보며 말했다."안 선생님, 앉으세요.""이번 일로 안 선생님을 많이 놀라게 했네요, 이 자리를 빌려 사과할게요."주현우가 막아서지 않았다면, 굳이 할 얘기가 있다고 잡지 않았다면 허아연이 이런 사고를 당할 일도 없었을 것이다.허아연은 앉지 않고 선 채로 말했다."생각보다 단순한 사고가 아닐 수도 있어요. 혹시 주 대표님도 뭔가 떠오르는 단서가 있으면 경찰에 얘기하세요. 그리고 사고 당시, 대신 막아주셔서 감사했어요."주현우가 막아주지 않았다면 앞차의 철판이 그대로 허아연의 심장을 찔렀을 것이고 지금 이렇게 서 있지도 못했을 것이다.허아연의 인사에 주현우가 말했다."안 선생님도 별말씀을요.""제가 얘기하자고 안 선생님을 붙잡지 않았으면 이런 사고를 당할 일도 없으셨을 텐데요."주현우의 말에 허아연이 답했다."그럼 서로 빚진 건 없는 걸로 하죠. 얼른 쾌차하시길 바랄게요."주현우가 말했다."네, 안 선생님도요."말을 마치자 병실은 또다시 조용해졌다.지금 두 사람 사이엔 더 이상 나눌 얘기가 없었다.어색한 분위기가 한참 이어지자 허아연이 말했다."그럼 푹 쉬세요, 주 대표님. 저는 병실로 돌아갈게요."그 말에 주현우가 허둥지둥 일어나 배웅하려 하자 허아연이 말했다."혼자 돌아갈 수 있어요, 주 대표님은 너무 무리하지 마세요."말을 마친 허아연은 주현우가 침대에서 내려오기도 전에 병실을 나서며 자연스럽게 문도 닫아주었다.병상 위.멀어지는 허아연을 바라보던 주현우는 좀처럼 시선을 거두지 못했다.허아연이 지나치게 예의를 차리며 거리를 두고 있었다.문을 얼마나 오래 쳐다봤을까……의사와 간호사가 회진을 와서야 주현우는 시선을 거두고 허아연이 남긴 여운에서 겨우 빠져나올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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