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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7화 — 직권

Author: 유영실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10-08 13:16:20

형사는 쪽지와 수첩을 담아 나갔다.

"회장님. 잠시라도 눈을 붙이십시오."

"연락은 오는 대로 주세요."

"예."

문이 닫혔다.

강도현이 수첩 사진을 밀어 놓았다.

"눈 붙일 생각도 없으면서."

"지금 붙이면 8시에 더 피곤해요."

서지안은 사진을 들었다. 어머니 수첩 뒷장이었다.

이름이 줄로 적혀 있고 옆에 금액이 있었다.

임영숙 옆 금액이 다른 이름보다 컸다. 세 배쯤이었다.

금액 옆에는 날짜가 있었다. 매달 같은 날이었다.

마지막은 열다섯 해 전 봄, 어머니가 죽은 달이었다.

레슨 도시락을 싸고 쪽지를 쓰는 일로 받는 돈이 아니었다.

"선배. 집안일만 하는 사람이 아니었던 것 같아요."

강도현이 몸을 기울였다.

"그럼 뭘 했을까."

"어머니가 회사 정산 자료를 집에서 받아 봤어요. 그 옆에 있던 사람이면요."

말을 하고 나니 앞뒤가 맞았다.

어머니는 회사에 매일 나가지 않았다. 경영은 아버지 몫이고 어머니는 주주였다.

그런데 아침마다 먼저 집을 비웠다. 어디로 갔는지 열다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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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형사는 로비에 먼저 와 있었다. 차에서 부른 지 10분 만이었다.경찰 둘이 같이 서 있었다."비서실 불은 저희도 밖에서 봤습니다.""누가 켰는지 기록 나와요?""조명은 기록이 안 남습니다. 스위치는 벽에 있습니다."남는 기록과 안 남는 기록을 저쪽은 알고 있었다."올라가기 전에 하나만 정하겠습니다. 제가 먼저 들어갑니다.""그럴게요."서지안이 엘리베이터 버튼에 손을 올리다 멈췄다."한 층 아래로 눌러요.""…왜 그러십니까.""몇 층에 섰는지가 기록에 남아요. 제가 들어온 건 벌써 봤을 테고, 어느 층인지는 늦게 알면 좋고요."형사가 한 층 아래를 눌렀다.비상계단 통은 찼고 조용했다. 구두 소리를 죽이느라 발끝에 힘이 들어갔다.반 층을 올라가는데 위에서 소리가 났다. 둘이 같이 멈췄다.철문이 닫히는 소리였다. 계단 통이 울려서 몇 층인지는 알 수 없었다.형사가 무전기를 입에 댔다."계단 쪽 전부 확인하십시오. 위아래 같이요."층 문을 열자 복도 등이 켜져 있었다. 회장실 문 앞과 비서실 문 앞에 경찰이 하나씩 있었다."불은 켜져 있었습니다. 다만 문은 안 열렸습니다."비서실 문 아래 틈으로 빛이 새어 나왔다.형사가 손짓했다. 따라온 경찰이 문 옆으로 붙었다.형사가 문을 밀었다.비서실 천장 등이 켜져 있었다. 사람은 없었다.공용 컴퓨터 화면도 켜져 있었다. 어젯밤에는 꺼져 있던 화면이었다."회장님. 들어오셔도 됩니다. 손은 대지 마십시오."무전기에서 소리가 났다."계단에 사람 없습니다. 아래까지 봤습니다."서지안이 안으로 두 걸음 들어가다 멈췄다.소

  • 버린 아내가 그룹 회장이었다   제167화 — 직권

    형사는 쪽지와 수첩을 담아 나갔다."회장님. 잠시라도 눈을 붙이십시오.""연락은 오는 대로 주세요.""예."문이 닫혔다.강도현이 수첩 사진을 밀어 놓았다."눈 붙일 생각도 없으면서.""지금 붙이면 8시에 더 피곤해요."서지안은 사진을 들었다. 어머니 수첩 뒷장이었다.이름이 줄로 적혀 있고 옆에 금액이 있었다.임영숙 옆 금액이 다른 이름보다 컸다. 세 배쯤이었다.금액 옆에는 날짜가 있었다. 매달 같은 날이었다.마지막은 열다섯 해 전 봄, 어머니가 죽은 달이었다.레슨 도시락을 싸고 쪽지를 쓰는 일로 받는 돈이 아니었다."선배. 집안일만 하는 사람이 아니었던 것 같아요."강도현이 몸을 기울였다."그럼 뭘 했을까.""어머니가 회사 정산 자료를 집에서 받아 봤어요. 그 옆에 있던 사람이면요."말을 하고 나니 앞뒤가 맞았다.어머니는 회사에 매일 나가지 않았다. 경영은 아버지 몫이고 어머니는 주주였다.그런데 아침마다 먼저 집을 비웠다. 어디로 갔는지 열다섯 살 서지안은 알 수 없었다.집에 남아 도시락을 싸고 쪽지를 쓴 사람이 임영숙이었다.어머니가 받아 본 정산 자료를 같이 본 사람도 임영숙일 것이다."그걸 물어볼 사람이 둘인데, 둘 다 없네요…"강도현이 말이 없었다.열다섯 살 봄에 본가가 조용해졌다.서지안은 자기 장례를 먼 데서 들었고, 누가 남았는지 몰랐다.주머니에서 진동이 울렸다. 3시 2분이었다."형사님."『정류장 카메라 받았습니다. 11시 14분입니다. 다만 등 아래가 아니라 그 옆 그늘에 서서 얼굴은 안 잡혔습니다.』"버스 탔어요?"『안 탔습니다. 11시 17분에 승용차가 서고, 그 차에 탔습니다.』서지안이 의자를 뒤로 밀었다."3분이면 기다리고 있던 차이겠네요."『…예. 서 있던 자리도 정류장이 아닙니다.』"번호 나왔어요?"『뒷번호 세 자리만 보입니다. 지금 돌려 보고 있습니다.』차로 들어와 버리고 밖에서 갈아탔다.태우러 온 쪽은 안에서 있었던 일을 알았을 것이다.『길이는 현장에서 재 봤습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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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쪽문은 산길로 이어졌다. 길은 포장이 안 돼 있었다.경찰이 손전등으로 바닥을 비췄다. 흙에 자국이 남아 있었다."회장님. 여기부터 저 아래까지입니다."서지안이 쪼그려 앉았다. 자국 두 줄이 나란히 내려가고 있었다.하나는 깊고 넓었다. 하나는 그보다 반쯤 작았다.아래로 갈수록 자국 간격이 넓어졌다. 내려가면서 걸음이 빨라진 것이었다."작은 쪽은요.""…여자 발일 수 있습니다. 치수를 떠서 봐야 압니다."관리인은 차에서 내린 사람 하나만 봤다. 관리실 창에서 쪽문은 보이지 않았다.둘이 따로 들어와 여기서 만났을 수도 있고, 하나가 하나를 기다렸을 수도 있었다.우산을 쓴 사람이 그중 하나라면, 나머지 하나는 어디로 들어왔는지도 모르는 사람이었다."이 길 끝은 어디인가요.""큰길입니다. 걸어서 15분쯤입니다.""거기 카메라 있어요?""버스 정류장 쪽에 하나 있습니다. 11시부터 받아 보겠습니다.""우산 쓴 사람이 거기서도 우산을 썼으면 얼굴은 안 나올 수 있겠죠..?""…그래도 몇 시에 지나갔는지는 나옵니다.""저 자국은 지금 떠 주세요. 비 오면 없어져요.""지원 오면 바로 뜨겠습니다."서지안이 일어섰다. 무릎에 흙이 묻었다.차는 큰길로 올라섰다. 2시가 가까웠다.형사가 운전하면서 물었다."회장님. 그 쪽지, 몇 장쯤 됩니까.""세어 본 적 없어요. 손에 쥐면 한 움큼이에요.""어머님이 쓰신 걸로 알고 계셨습니까.""열다섯 살까지 그렇게 알았어요."서지안은 창밖을 봤다. 길이 비어 있었다.학교 급식을 먹고 바로 레슨으로 갔다. 첼로가 끝나면 저녁이었다.

  • 버린 아내가 그룹 회장이었다   제165화 — 아버지 이름

    형사가 종이를 증거물 봉투에 넣었다."회장님. 댁에 있는 종이, 저희가 같이 봐야 합니다.""같이 가요.""…여기 정리되는 대로 모시겠습니다."형사가 꽃과 눌린 흙을 찍었다. 꽃은 그대로 두었다.서지안이 비석 쪽을 다시 봤다.형사가 무전을 받았다."나가는 길은 세 갈래입니다. 정문, 아래쪽 차 대는 데, 산길 쪽 쪽문입니다.""쪽문은 잠겨요?""안에서 걸어야 잠긴다고 합니다. 지금 사람 보냈습니다."형사가 손전등으로 길 아래를 비췄다. 경사가 꺾이는 데서 빛이 끊겼다.그 너머에 창 하나가 환했다."저기는 뭐예요.""관리실입니다. 불이 켜져 있습니다."서지안이 먼저 걸었다.관리실 문을 두드린 것은 형사였다.작업복 입은 남자가 나왔다. 예순은 넘어 보였다."밤에 계세요?""당직입니다. 새벽 2시까지 있습니다."형사가 신분증을 보였다."오늘 밤에 들어온 차 있습니까.""예. 한 대 있었습니다.""몇 시입니까."관리인이 벽에서 공책을 내렸다. 차 번호를 손으로 적는 것이었다."10시 50분입니다."서지안의 등이 굳었다.한 실장은 11시가 넘어 걸어 들어왔다. 10시 50분 차는 다른 사람이었다."나간 기록은요."관리인이 공책을 한 장 더 넘겼다."…없습니다. 아직 안 나갔습니다."관리인이 공책을 책상에 내려놓았다.서지안이 공책 쪽으로 다가섰다."걸어서 들어온 사람은요.""11시 20분쯤에 한 분 들어왔습니다. 양복 입은 분입니다."한 실장이었다."차에서 사람 내리는 건 보셨어요?""봤습니다. 들어와서 바로 안 내렸습니다. 한참 있다가 내렸습니다.""얼마나요.""…십 분은 됐을 겁니다. 물 끓이는 동안이었으니까요.""몇 명이었어요.""하나입니다. 우산 쓰고 올라갔습니다."서지안이 창밖을 봤다."오늘 비 안 왔죠."관리인도 창밖을 봤다."…안 왔습니다."형사가 수첩에 적었다.차 안에서 십 분을 앉아 있다가, 비가 안 오는데 우산을 펴고 올라갔다.한 실장은 회사 카메라 앞에서도 얼굴을 안

  • 버린 아내가 그룹 회장이었다   제164화 — 11월 20일

    차가 큰길을 벗어났다. 가로등이 뜸해졌다.형사가 운전했다. 뒤에 경찰차 한 대가 붙어 왔다."회장님. 도착하면 제가 먼저 내립니다. 부를 때까지 계십시오.""실장님은 혼자라고 했어요."" 그렇다고 혼자라고 한 사람 말은 혼자 확인하지 않습니다."형사가 앞을 보며 말했다."오는 동안 신원 조회 받았습니다. 한정우, 마흔여섯. 입사 7년 전입니다.""7년요.""예. 그 전은 다른 회사 두 곳입니다. 걸린 건 없습니다."계기판 시계가 0시로 넘어갔다.날이 바뀌었다. 아침 8시까지 여덟 시간이었다.서지안이 할 수 있는 것은 셋이었다.아침 8시 예약은 막았고 한무현의 진술은 받고 있었다.남은 것은 한 실장 위에 누가 있는지였다.그걸 아는 사람이 제 발로 전화를 걸었다."형사님. 하나만 부탁할게요.""말씀하십시오.""제가 먼저 물을게요. 조서는 그 뒤에 받아 주세요."형사가 한 박자 뒤에 답했다."…3분 드리겠습니다. 그 뒤로는 제 절차대로 합니다."공원묘지 입구에서 차가 멈췄다. 0시 25분이었다.철문이 반쯤 열려 있었다.형사가 먼저 내렸다. 손전등은 켜지 않았다. 경찰 둘이 양쪽으로 흩어졌다.서지안은 차에서 기다렸다. 밖에서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형사가 손전등을 켜고 손을 들었다."회장님. 혼자입니다. 내려오십시오."서지안이 내렸다.비석은 길 끝에서 세 번째였다. 돌이 두 개 나란히 섰고, 왼쪽이 어머니였다.서지안의 눈이 먼저 간 데는 오른쪽이었다.서여울의 돌이었다.전화로 들은 말이 맞았다.한 실장이 두 비석 사이에 서 있었다. 양복 그대로였고 빈손이었다."실장님.""…회장님.""왜 나가셨어요.""조서에 적히면 회장님이 제일 늦게 듣습니다. 그 전에 말씀드리려고 나왔습니다."서지안의 걸음이 멈췄다. 비석 앞에 흰 것이 보였다.국화였다. 두 비석 앞에 반씩 나뉘어 있었다.열다섯 해 동안 두 비석에 꽃을 반씩 놓아 온 사람은 조성달이었다.오늘 밤 올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실장님. 이 꽃 누

  • 버린 아내가 그룹 회장이었다   제163화 — 10시 31분

    형사가 무전기를 입에 댔다. 말이 급해졌다."한정우 실장, 비상계단으로 내려갔습니다. 1층 로비하고 주차장 출구부터 막아 주십시오.키 170대 중반, 회색 양복, 넥타이 없습니다."형사가 비상계단 문을 열고 아래를 봤다. 발소리는 없었다.서지안은 소파까지 걸어갔다. 방석이 눌린 자리가 남아 있었다.서지안이 회장실 문 앞으로 갔다."과장님. 이 층 비상계단 문 기록 봐 주세요."회장실 안에서 당직 과장이 자판을 쳤다."…10시 31분입니다. 한 실장님 카드입니다.""카드를 찍고 나갔어요?""예. 찍어야 열립니다."찍으면 기록이 남는다. 그걸 알면서 찍었다.숨길 겨를이 없었거나, 숨길 생각이 없었을 것이다.서지안이 휴대전화를 봤다. 10시 37분이었다.6분 전이었다.소파가 빈 것을 본 것은 10시 36분이었다. 나간 지 5분 뒤였다."형사님. 6분이면 어디까지 갈까요.""걸어서면 지하철역이나 정류장 정도입니다.""지하철역은요.""막차가 11시 12분입니다. 지금 보내고 있습니다.""버스는요.""순찰차가 그쪽을 돌고 있습니다. 사람은 역부터 세우게 됩니다."형사가 다시 무전을 했다. 1층 로비 쪽이었다.서지안이 한무현 쪽으로 돌아섰다."한무현 씨.""…예.""오늘 밤에 본 걸 다 말하세요. 아침까지 미루지 마시고요.""…예.""비서실에 앉은 사람 얼굴을 본 건 한무현 씨 하나예요. 그 말이 중요해져요."한무현이 고개를 숙였다."형사님. 한무현 씨 진술, 오늘 밤 안에 받아 주세요.""예. 지원 불러서 여기서 받겠습니다."서지안은 그 사이에 회장실 안으로 들어갔다.첫 번째를 하러 들어왔다."과장님. 내일 아침 8시 예약, 아직 걸려 있죠.""…걸려 있습니다.""그 예약, 취소하려면 뭘 해야 돼요.""회장님 계정으로 로그인해서, 예약을 걸어 둔 화면에서 지워야 합니다.""그러면 제가 그 컴퓨터 설정을 고친 게 되죠.""…됩니다."서지안은 그 길을 접었다.설정을 고치면 아침에 그 컴퓨터를 연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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