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전화를 끊고 서지안은 한참 서서, 학교 이름을 왜 줬는지 생각했다.사진 한 장이면 기사는 하나로 끝난다. 그런데 학교를 알면 등교하는 아이도 하교하는 아이도 다 찍힌다. 그건 하나로 끝나지 않는다.윤세라가 그걸 알고 줬는지는 알 수 없었다. 다만 준 사람은 그 여자였다.서지안은 서아 방문을 조금 열어 봤다.아이는 이불을 반쯤 걷어차고 자고 있었다. 발끝이 나와 있었다. 마음 편히 자고 있는 아이의 모습을 계속보길... 그런생각만이 가득해 졌다. 이불을 올려 주고 문을 닫았다.그러고 나서 홍보실장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다."매체하고 기자 이름 알려 주세요.""…밤에 움직이시는 건 위험합니다. 압박으로 보입니다.""압박 안 해요. 누구인지만 알아 두려고요."십 분 뒤에 문자가 왔다. 매체 이름과 기자 이름이 있었다.서지안은 그 매체를 알고 있었다.삼 년 전 주주총회 앞에서 강민호 인터뷰를 실었던 곳이었다. 딸이 보고 싶었을 뿐인데 재벌 회장 힘에 짓밟혔다는 그 인터뷰였다.그 인터뷰를 기획한 사람은 고모였다. 그리고 그 기사를 받아 쓴 곳이 여기 이 매체였다.우연일 수도 있었다. 그런데 고모 쪽은 늘 한 번 써 본 곳을 다시 썼다.아이 걱정에 잠을 설친 서지안은 두 시간 남짓 자고 일어났다.일어나자마자 학교 행정실 열리는 시각부터 확인 후 기다려 학교에 전화를 걸었다. 교장이 직접 받았다."서아 어머니십니까. 이른 시간에 무슨 일로…""어제 학교에 낯선 문의 전화가 오지 않았나요."수화기 너머가 잠깐 조용해졌다."…예. 저녁에 두 통 왔습니다.""뭐 라고 물었는지 알수 있을까요.""학예회가 언제인지, 외부인이 들어갈 수 있는지요.""교장 선생님. 정문에서 신분 확인 좀 강화 해 주실 수 있을런지요.""물론 신분 확인은 합니다. 그런데 서아 어머니."교장의 목소리가 조심스러워졌다."그날은 저희도 인원이 부족합니다. 선생님들이 다 강당에 들어가 계시고 강당에서도 인원체크가 이루어져야 해서요. 정문에 경비 선생님과 추가로
그날 밤 10시에 서지안은 법무팀장에게 전화를 걸었다."사진 보셨죠.""예. 저도 방금 받았습니다.""저 변호사들이 윤세라 씨를 왜 만나요. 저 여자한테 받을 게 뭐가 있어요.""…진술서입니다."법무팀장은 이미 생각해 둔 얼굴로 답했다."고모님은 지금 오태식 씨 살해 지시 하나로 갇혀 있습니다. 그 재판에 저희가 넣으려는 게 조성달 씨 진술입니다. 십오 년 전부터 이런 사람이었다는 정황이요.""…""그쪽은 그걸 못 들어가게 막아야 합니다. 방법은 하나입니다. 그 진술을 회장님이 만들어 냈다고 하는 거예요.""제가 사적으로 복수하고 있다고요.""예. 그러려면 회장님한테 당했다고 말해 줄 사람이 필요합니다. 회사 사람은 안 됩니다."서지안은 창밖을 봤다.어머니 일은 시효가 끝났으니 저쪽은 그 사실을 다툴 필요가 없었다. 조성달의 진술이 재판에 못 들어가게만 하면 됐다.그 이야기에 배역이 하나 비어 있었고, 윤세라가 그 자리에 앉겠다고 손을 든 것이었다."그 여자가 뭐라고 쓸까요.""쓸 건 많습니다. 회장실에 아이를 데리고 갔는데 나가라는 말을 들었다. 아이 몫을 달라고 했더니 남이라고 했다. 면접교섭 자리까지 사람을 붙였다."서지안은 그 세 줄을 들으면서, 세 줄이 다 사실이라는 것을 알았다.거짓말은 하나도 없었다. 그런데 그 세 줄만 모아 놓으면 서지안이 다른 사람이 됐다.이튿날 아침 회의에서 서지안이 먼저 말했다."윤세라 씨는 상대하지 않을게요."법무팀장이 고개를 들었다."그러면 진술서가 그대로 들어갑니다.""그 진술서가 힘을 갖는 조건이 하나예요. 저 아이가 강민호 씨 아이라는 것.""…그건 사실 아닙니까.""서류에는 없어요."방 안이 조용해졌다."출생신고에 아버지 이름이 안 올라갔어요. 아이 성이 윤씨예요.""그게 저 여자한테 왜 약점입니까.""저 여자는 그 아이가 강민호 씨 아이라는 걸 앞세워서 다녀요. 그런데 서류로 그 말을 한 적이 한 번도 없어요."법무팀장이 잠깐 생각하다가 말했다."…법정에 서
이튿날 아침 9시에 법무팀장이 뛰어 들어왔다."정비소에 명도 통보가 갔습니다.""…뭐라고요.""건물주 법인 명의로요. 3일 안에 비우라고 되어 있습니다. 어제 오후 발송입니다."서지안이 날짜를 봤다. 조성달이 검사 앞에 앉아 있던 시간이었다."…네 시간 만에 알았다는 거네요.""그쪽에도 사람이 있는 겁니다."법무팀장이 목소리를 낮췄다."진술 조사 일정은 우리 쪽 여섯 명하고 검찰 쪽 사람들만 알았습니다.""여섯이 정확히 누구예요."법무팀장이 손가락을 하나씩 접었다."저하고 한정우 실장. 진술서 초안 잡은 우리 팀 변호사 둘. 그리고 정비소 골목에 나가 있던 두 사람입니다."서지안은 그 여섯 얼굴을 하나씩 떠올렸다.골목에 나간 둘은 한정우가 직접 골라 보낸 사람들이었다. 변호사 둘은 이번에 처음 이 사건 서류를 읽었다.그러면 남는 얼굴이 둘이었다.떠올리자마자 그 생각을 지웠다. 그런데 지우는 데 시간이 걸렸다.이 여자와 싸울 때는 늘 이랬다. 서로를 믿지 못하게 만드는 것.지난번에 유상증자 초안이 새어 나갔을 때도 재무팀 여섯 명을 놓고 계좌를 뒤졌다. 범인은 나왔고 그 싸움은 이겼다.그런데 그 뒤로 반년 동안 그 팀에서는 아무도 먼저 입을 열지 않았다.이기고도 잃는 것이 있었다."한무현 씨한테 부탁하세요. 여섯 명 계좌하고, 최근 두 달 동선이요. 본인들 모르게요.""…알겠습니다.""저도 넣으세요."법무팀장이 그녀를 봤다."…회장님을요.""제 계좌부터 열라고 하면, 나머지 다섯은 아무 말도 못 해요."3일 안에 비운다는 것은 그 안에 있는 것을 다 치운다는 뜻이었다.그런데 그것만이 아니었다.3일 뒤에 조성달은 정비소를 잃는다. 그러면 재판에서 저쪽 변호인이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이 사람은 가게를 빼앗기고 나서 입을 연 사람이라고. 앙심으로 지어낸 말이라고.어제 법무팀장이 걱정한 것이 그거였다. 그 여자는 그 걱정을 사실로 만들어 주려고 통보를 보냈다. 종이 한 장으로 장부를 없애고, 동시에 증인을 못 믿을
조성달의 진술 조사는 예정대로 진행됐다.네 시간이 걸렸다. 그가 나와서 처음 한 말은 담배를 하나 얻을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끊은 지 오래됐습니다. 그냥 물어본 겁니다."돌아오는 차에서 법무팀장이 말했다."진술 자체는 충분합니다. 다만 상대가 부인하면 결국 진술 대 진술입니다.""계좌하고 등기가 있잖아요.""돈이 오간 건 증명됩니다. 그렇지만 그쪽은 그걸 자문료라고 할 겁니다. 지시가 있었다는 건 저 사람 입뿐입니다.""부인하겠죠.""당연히 그럴 겁니다. 그리고 그쪽 변호인은 회장님이 직접 묘지까지 찾아가신 걸 걸고 나올 겁니다. 정비소가 당신 것이 아니라는 말을 듣고 나서 한 진술이라고요."서지안은 창밖을 봤다. 예상한 답이었다.그래서 그날 묘지에서 정비소가 그의 것이 아니라고 말했고, 어머니 일은 시효가 끝났다는 것도 말했다. 받을 것도 없고 면할 것도 없는 사람의 말에만 무게가 생긴다.그날 오후, 회장실로 강도현이 왔다.같이 저녁을 먹기로 한 날이었다. 그런데 그가 들어오면서 외투를 벗지 않았다."…무슨 일 있어요?""아니."그가 소파에 앉았다. 서류 가방을 무릎에 그대로 올려놓았다.서지안은 그 모습을 잠깐 봤다. 이 사람이 가방을 안 내려놓을 때는 하나였다. 하지 않을 말이 있는 날이었다."선배.""응.""가방 내려놓으세요."그가 잠깐 멈추다가 가방을 옆에 놓았다."…뭐가 있었는지 말해 주세요.""별거 아니야.""그러면 더 말하기 쉽겠네요."강도현이 짧게 웃었다. 웃고 나서 한참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아버지가 사람을 보냈어."서지안은 그 말에 잠깐 멈췄다."…아버지요."십오 년을 알았는데, 이 사람이 자기 집 얘기를 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부도가 났던 집이라는 것도, 그 빚을 이 사람이 스무 몇 살에 다 갚았다는 것도 서지안은 다른 사람 입으로 들었다.이 사람이 일으켜 세운 집이었다. 그 집이 지금 이 사람에게 사람을 보냈다."결혼을 다시 생각해 보라고 하셨겠네요."강도현이 그녀를 봤다.
조성달의 진술 조사는 사흘 뒤로 잡혔다.증언을 하겠다고 했지만, 그 말과 실제로 검사 앞에 앉는 것은 다른 일이었다. 그 사흘 동안 그가 마음을 바꿀 이유는 얼마든지 생길 수 있었다.그때까지 그를 어디에 두어야 하는지가 문제였다. 법무팀장은 안전한 곳에 옮기자고 했고, 서지안은 반대했다."옮기면 저 사람은 오늘 밤에 도망가요. 십오 년 동안 그 자리에 있던 사람이에요. 자리를 빼면 무너져요.""그러면요.""정비소에 그대로 두고, 그 골목에 사람을 붙이세요. 지키는 게 아니라 보이게요."한정우가 그 골목에 사람 둘을 붙였다. 조성달이 아침에 셔터를 올리는 것과 저녁에 내리는 것을 확인하고, 낯선 차가 들어오면 사진을 찍는 조건이었다.이틀째 저녁에 낯선 차가 한 번 들어왔다가 나갔다. 손님 차였다.그 사흘 동안 다른 일이 있었다.토요일이 면접교섭 날이었다.가지 말라고 할 수 없는 날이었다. 지난주에 그 자리에 윤세라가 있었다는 것을 알고 나서, 서지안은 법무팀에 한 번 물어봤다. 면접교섭 자리에 제3자를 데려오는 것을 막을 수 있느냐고.답은 이랬다. 아이가 위험한 상황이 아니면 어렵다고. 불편한 것과 위험한 것은 법에서 다르다고.아이 이름은 서아한테서 들었다.그 밤에 이불 속에서 잠들기 전에 아이가 한 번 더 말했다. 이름이 소이래. 윤소이.여덟 살은 이름을 외웠고, 엄마는 성을 먼저 들었다.윤씨였다. 강민호가 아직 자기 아이로 올리지 않았다는 뜻이었다.그 여자는 회장실까지 아이를 안고 와서 아빠가 누구인지 말했다. 그런데 서류에는 안 올렸다.서지안은 그때 그것이 잠깐 이상했다. 그리고 오래 붙들지 않았다. 그 집 일이었다.서지안은 아이를 카페 앞에 내려 주고 두 시간을 근처에서 기다렸다. 예전
조성달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눈이 그녀의 얼굴에서 장주련 비석으로, 다시 얼굴로 옮겨 갔다."…아닙니다."그가 먼저 한 말이 그것이었다."사람 잘못 보신 겁니다. 저는—""조성달 씨."이름을 부르자 그가 입을 닫았다.서지안은 그가 왜 저러는지 알았다.이 사람은 열다섯 살 여울의 얼굴을 모른다. 그때 정비소에서 마주친 적도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어머니 얼굴은 안다. 차를 맡기러 오던 손님이었으니까.고모도 언젠가 그 얼굴을 두고 소름이 끼친다고 했다. 죽은 새언니와 너무 닮았다고."제 어머니 이름이 저 비석에 있어요.""…예.""그 옆에 있는 이름이 제 본명이에요."조성달의 어깨가 내려갔다. 서 있기가 힘들어진 사람의 움직임이었다."십오 년 전 조사에서 두 문장만 답하셨어요. 정비는 정상적으로 했다. 브레이크 쪽은 손대지 않았다."서지안이 한 걸음 다가섰다."감정서에 이상 소견이 없었어요. 그런데 사고가 났어요. 저는 차를 몰라서, 그게 어떻게 되는 일인지 모르겠어요."조성달이 아주 낮게 말했다."…손을 댄 게 아니라, 안 댄 겁니다."바람에 국화 잎이 한 장 떨어졌다."패드가 다 닳아 있었습니다. 갈아야 하는 상태였어요. 저는 안 갈고, 청구서에는 정상이라고 썼습니다."서지안은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십오 년 동안 그 서류를 아무도 의심하지 않은 이유가 그것이었다. 한 흔적이 아니라 하지 않은 흔적이었다. 그런 것은 종이에 남지 않는다."…빗길이었습니다."조성달의 목소리가 갈라졌다."그 사모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