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uk배우진과 성민우의 안색이 동시에 변했다.성민우가 굳은 얼굴로 먼저 입을 뗐다.“송나겸의 야심이 보통이 아니군.”그의 말에 연지아가 덧붙였다.“송나겸은 분명 부한의 기술을 노리고 텐휘에 흡수시키려는 거예요. 오빠, 임강민 씨랑 다시 잘 얘기해 봐요.”배우진은 휴대폰을 꺼내 임강민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상대방은 바로 전화를 끊어버리자 배우진이 일어서며 말했다.“지금 바로 그놈 집으로 찾아가 봐야겠어.”연지아가 고개를 끄덕였다.“응, 마침 주말이니까 이번 이틀 안에 임강민이랑 꼭 매듭을 지어야 해요.”임강민이 이번 일을 너무 충동적으로 저질렀다 해도 결국 두 사람이 힘을 합쳐 키워온 회사였기에 포기할 수 없었다.“알고 있어.”성민우가 거들었다.“나도 같이 가요.”배우진이 고개를 끄덕였다.강진연은 걱정이 가득했지만 자신이 딱히 도울 일이 없다는 사실에 안절부절못했다. 배우진은 그녀의 걱정을 눈치챘는지 곁을 지나가며 나직이 위로했다.“걱정하지 말아요. 잘 해결될 거예요.”강진연은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며 작게 대답하더니 이내 순수하게 덧붙였다.“저기, 혹시 투자가 필요하면 나한테 말해요. 나도 투자할 수 있으니까.”그녀에겐 지금 써도 써도 줄지 않는 돈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배우진은 그 말에 살짝 미소를 지었다.“지아야, 엄마한테 말씀 좀 드려줘.”“응, 둘 다 조심해서 다녀와요.”배우진과 성민우는 서둘러 연씨 가문을 나섰다. 연지아는 두 사람이 떠나는 뒷모습을 보며 일이 잘 풀리기를 바랐고 그나마 일찍 발견해서 다행이었다.오후, 연지아와 강진연은 아이들을 데리고 쇼핑을 나갔다. 집에만 있으면 잡념만 생길 것 같아 손재인까지 불러냈다.손재인도 강현수가 한공에 간 사실을 알고 있었다.“성유원이 동화를 공매도하겠다고요? 참 꿈도 야무지네.”손재인이 분을 참지 못하고 씩씩거렸다.강진연은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서야 전말을 알게 되었다. 다행히 성시하와 아연은 앞쪽 수조에서 뜰채로 물고기를 건지며 노느라 정신이 없었다.“쉿, 시하
강현수는 딱히 숨기지 않고 털어놓았다.한공 쪽의 자본 회사 두 곳이 갑자기 동화의 주식을 1300만 달러 가까이 투매했다는 소식이었다.강현수는 일찌감치 그쪽 동태를 살피며 경계하고 있었는데 이는 운성 그룹의 수작이었으며 성유원이 동화를 공매도하려는 속셈이었다.이렇게 빨리 손을 쓸 줄은 몰랐다.“내가 여기서 처리해야 할 것 같아. 다음 주 해성시에 가서 안홍걸과 계약하는 건 너랑 고 대표가 같이 다녀와.”“네, 교수님 쪽은 잘 해결될 수 있을까요?”연지아는 벌써 걱정이 앞섰다.강현수가 답했다.“운성이 어제 갑자기 움직인 게 의외긴 하지만 동화도 아예 준비가 없었던 건 아냐. 다만 신경을 좀 써야 할 것 같네.”“알겠어요.”특히 최근 2년 사이 두 자본 회사 간의 경쟁이 유독 치열해졌고 이전에 큰 갈등을 빚어 정부 면담까지 진행된 적이 있었다.“참, 한 가지 더 있어.”강현수가 덧붙였다.“오늘 막 들어온 소식인데, 송나겸이 부한을 인수할 의사가 있다는구나.”“네?”연지아는 경악했다.보통 인수 계획은 기업 기밀에 해당하는데 이번에는 안홍걸 쪽과 협력하는 과정에서 강현수가 정보를 입수한 모양이었다.“내가 여 상무에게 말해둘 테니, 너도 배우진에게 주의하라고 일러둬.”영은은 이전에 부한에 투자를 한 상태였고 부한을 담당하는 이는 여 상무였다.“네.”통화를 끝내자 강진연은 연지아의 굳은 안색을 보고 걱정스럽게 물었다.“지아야, 무슨 일이야?”연지아가 답했다.“오빠한테 먼저 가봐야겠어.”강진연도 함께 따라나섰고 도우미를 불러 두 아이를 돌보게 했다. 거실로 내려오니 배우진과 성민우가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오빠, 성민우.”배우진은 연지아의 표정이 심상치 않은 것을 보고 물었다.“왜 그래?”연지아는 소파에 앉으며 물었다.“오빠, 전에 임강민 씨랑 협력 건으로 말이 잘 안 통한다고 했잖아요. 지금은 해결됐어요?”임강민은 배우진과 처음 회사를 세울 때 함께했던 동업자로 고등학교 때부터 대학교까지 줄곧 동창이며 무
연지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그럼 성시하가 지금 너를 의심하거나 그러진 않니?”연무현의 물음에 연지아는 가볍게 고개를 가로저었다.“아직 어려서 아무것도 몰라요.”성시하가 아빠와 자신의 관계가 좋지 않다는 건 느낄지 몰라도 어른들 사이의 복잡한 얽힘까지는 이해하지 못했다. 아이는 그녀가 엄마라는 사실은 모르지만 그저 그녀가 자신의 엄마가 되어주길 바라고 있었다.저녁 식사 시간이 되었지만 배우진은 돌아오지 않았던지라 연지아가 물었다.“오빠는 오늘 저녁 안 먹으러 와요?”배난화가 답했다.“오늘 회사 일이 바빠서 야근한대. 기다리지 말고 우리끼리 먼저 먹자.”“네.”오후에 잠을 꽤 오래 잔 탓에 성시하는 밤 열 시가 넘어서야 잠자리에 들었다.자기 전 성시하는 성유원과 영상 통화를 했다. 연지아는 우유 한 잔을 타러 아래층으로 내려왔다가 갓 귀가한 배우진을 마주쳤다.“오빠, 왜 이제 와요? 오늘 그렇게 바빴어?”배우진이 고개를 끄덕였다.“좀 일이 있었어. 강진연한테 들으니까 오늘 아연이랑 시하가 학교에서 다른 애를 때렸다던데, 시하는 괜찮아?”강진연과 배우진은 연락처를 주고받은 뒤 사적으로 꽤 자주 연락을 주고받는 사이가 되어 있었다.비록 서로 명확하게 밝히지는 않았지만 연지아는 오빠가 강진연에게 분명 호감이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오빠 같은 전형적인 공대남에게는 강진연처럼 열정적이고 밝은 여자가 제격이었다. 연지아는 두 사람의 진전 상황이 무척이나 흐뭇했다.연지아가 말했다.“응, 이제 괜찮아요. 오늘 시하 데리고 왔는데 저녁 되니까 다시 밝아졌어요.”배우진이 고개를 끄덕였다.“다행이네. 하지만 아이 입에서 엄마가 없다는 말이 나온 건, 분명 공연히 나온 소리는 아닐 거야.”저녁을 먹기 전에 연지아는 강진연과 채팅을 하며 사건의 전말을 이야기해주었다.강진연은 바로 씩씩대며 화를 냈다.“분명 그 안연청이라는 여우가 뒤에서 시하 험담을 한 게 틀림없어. 어떻게 그렇게 사악할 수가 있니? 성유원은 시하를 그렇게 아낀다면
연지아는 설민성에게 전화를 걸어 업무 관련 사항들을 지시하고는 성시하를 데리고 곧장 연씨 가문 본가로 향했다.가는 길 내내 연지아는 성시하와 대화를 나눴다.성시하는 여전히 분이 풀리지 않는지 씩씩거리며 콧소리를 냈다.“난 엄마 없는 아이가 아니에요. 나한테는 이제 에블린 이모가 있단 말이에요. 에블린 이모, 그냥 이모가 내 엄마 해주면 안 돼요?”딸아이의 간절한 부탁을 듣는 연지아의 가슴이 갈기갈기 찢어지는 듯 아파져 왔고 코끝이 자꾸만 찡해졌다.당장이라도 성시하에게 내가 네 엄마라고, 넌 엄마가 없는 아이가 아니며 엄마는 단 한 번도 너를 버린 적이 없다고 말해주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하지만 그녀는 끝내 그 말을 참아냈다.연씨 가문에 도착하자 배난화와 연무현은 연지아가 데려온 성시하를 맞이했다. 평소와 달리 기운 없이 축 처진 아이의 모습을 본 두 사람은 깜짝 놀랐다.배난화가 걱정스럽게 물었다.“시하야, 왜 이렇게 기분이 안 좋니?”연지아가 성시하를 안아 들며 말했다.“아빠, 엄마. 제가 일단 시하 데리고 위층으로 올라갈게요.”두 사람은 더 캐묻지 않았다.“그래, 얼른 가서 시하 좀 쉬게 해줘라.”성시하가 자주 놀러 왔던지라 본가 연지아의 방에는 아이의 생활용품과 아이가 좋아하는 토끼 인형들이 많이 준비되어 있었다.연지아는 침실에서 성시하 곁을 지키며 아이가 한숨 잘 수 있도록 달래주었다.아이가 잠든 뒤에도 연지아는 침대에 함께 누워 그 작은 몸을 품에 꼭 안았다. 마음속에는 끝없는 죄책감과 고통만이 휘몰아쳤다.그녀는 고개를 숙여 성시하의 이마에 입을 맞추며 쉰 목소리로 속삭였다.“아가, 미안해. 다 엄마 잘못이야. 엄마가 정말 많이 사랑해.”그렇게 잠시 성시하 곁에서 눈을 붙였다가 깨어났을 때도 아이는 여전히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연지아는 아이를 깨우지 않고 조심스럽게 이불을 걷어내어 아래층으로 내려왔다.거실에서 TV를 보고 있던 배난화와 연무현이었다. 이때 연무현이 내려오는 딸을 보고 물었다.“지아야, 시하에게 대
성유원의 시선이 자신에게 머물고 있음을 느낀 연지아는 고개를 들어 그를 한 번 쓱 훑어보았다.“에블린 씨, 아무리 그래도 너무 과한 거 아니에요? 아무나 막 때려도 된다고 생각하는 거예요?”안연청이 분노 섞인 목소리로 외쳤다.연지아는 비웃음을 흘리며 대꾸했다.“때린 게 뭐 어때서요? 난 지금 저 여자의 아이가 왜 남의 엄마가 없다는 식의 말을 내뱉었는지 그게 아주 궁금한데요. 도대체 누가 뒤에서 함부로 입을 놀린 걸까요?”그 말에 안연청의 안색이 순식간에 변했다.“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예요?”안연청의 눈동자 속에 스치는 당혹감을 포착한 연지아는 자신의 짐작이 틀리지 않았음을 확신했다.그녀는 풋 하고 실소를 터뜨렸다.“좋아요, 그럼 저 여자의 아이를 이리로 오라고 해서 직접 물어보죠. 그 얘기를 누구한테 들었는지 말이에요.”안연청은 연지아를 노려보며 곁에 서 있는 남자의 눈치를 살폈다.성유원은 처음부터 끝까지 침묵을 지켰으나 지금 그의 얼굴은 눈에 띄게 싸늘하게 식어 있었다.안연청은 가슴이 조여드는 긴장감을 느끼며 서둘러 입을 열었다.“유원 오빠, 시하랑 지연이 사이에 분명 무슨 오해가 있었을 거야. 지연이도 절대 고의로 그런 말을 하지는 않았을 거고.”교장은 무심결에 성유원을 바라보며 이 여자가 성시하와 성유원 사이에서 도대체 어떤 관계인지 가늠하느라 애를 썼다.‘이 여자의 말을 들어보니까... 설마 이 사람이 성시하의 어머니인 건가?’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교장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자세히 보니 성시하와 그녀는 확실히 닮은 구석이 있었다. 이곳에 서 있는 사람들은 학교 측에서 감히 누구 하나 거스를 수 없는 거물들이었다.교장은 서둘러 분위기를 누그러뜨리며 말했다.“성 대표님, 지연이 어머니. 이 일은 학교 측에서 제때 대처하지 못하고 아이들에게 올바른 교육을 하지 못한 탓입니다. 저희의 책임이 크니, 학교 차원에서 깊이 반성하고 두 학부모님께 납득할 만한 답변을 드리겠습니다.”교장은 전형적인 공무원 말투로 모든 책임을 학교
온몸에 명품을 휘감은 여자는 의자에 앉아 냉소적인 눈으로 연지아를 바라보았다.선생님은 서둘러 두 사람을 만류하며 말했다.“에블린 씨, 지연이 어머니. 우선 두 아이를 교실로 돌려보낸 뒤에 차분히 이야기를 나누시죠. 아이들에게 영향을 주어서는 안 됩니다.”연지아는 성시하를 달랬다. 아이가 안정을 찾자 선생님은 성시하를 데리고 교실로 향했다. 조수정은 경호원을 시켜 최지연을 차로 데려다주게 했다.연지아는 담임인 진유리와 따로 교무실 밖에서 구체적인 상황을 파악했다.알고 보니 오늘 연지아가 성시하의 학부모 상담을 마친 뒤 아이들이 성시하의 엄마가 너무 예쁘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던 모양이다. 성시하는 기쁘고 뿌듯한 마음에 딱히 부정하지 않았다.그런데 최지연이 갑자기 끼어들어 말했다.“저 예쁜 이모는 성시하 엄마가 아니야. 성시하는 원래 엄마가 없어. 엄마가 버리고 갔거든.”그 한마디에 폭발한 성시하가 달려들어 최지연을 때렸고 아연이도 성시하를 도와 함께 최지연을 때렸다는 것이었다. 선생님의 설명을 들은 연지아의 마음은 몹시 쓰라렸다.연지아가 교무실로 돌아오자 조수정은 다리를 꼬고 앉아 오만한 태도로 눈썹을 치켜뜨며 그녀를 보았다.눈빛에는 조소와 기만이 가득했다.“당신이 바로 그 에블린이었군. 남자 꼬시는 것만 좋아하는 줄 알았더니, 남의 자식 엄마 노릇 하는 것도 좋아하나 보네? 아니지, 보모 노릇이라고 해야 하나!”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교무실 안에 있던 선생님들은 깜짝 놀랐다. 예전에는 에블린이라는 여자를 본 적이 없었는데 요즘 들어 그녀가 수시로 성시하를 등하교시키고 있었다. 안연청의 모습은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정말로 에블린이 안연청을 밀어내고 자리를 차지한 것인가? 재벌가의 가십은 정말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롭네’선생님들은 저마다 같은 생각을 하며 입을 다문 채 조용히 상황을 지켜보았다.연지아는 조수정에게 다가가더니 책상 위에 놓인 물컵을 집어 들어 그녀의 얼굴에 그대로 끼얹었다.“악!”조수정은 비명을 지르며 벌떡 일어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