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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화

Author: 레몬티
지설은 이를 악물고 말했다.

“발목을 삐었나 봐요... 근처까지라도 부축해 주실 수 있을까요?”

“어디 가시는데요? 제가 모셔다드리죠.”

남자는 지설이 제대로 걷지 못하는 걸 보자, 망설임 없이 다가와 팔을 내밀었다.

지설은 그 손을 붙잡을 수밖에 없었다.

두 사람은 곧장 병원으로 향했다.

...

간병인 하희자는 얼굴이 하얗게 질려 연신 고개를 숙였다.

“제가 잠깐만 자리를 비운 건데... 죄송해요, 지설 씨. 정말 죄송해요.”

지설은 숨을 고르며 최대한 침착한 척했다.

“일단 병원 보안팀에 부탁드려요. CCTV 먼저 확인해야 해요.”

보안요원이 바로 발걸음을 옮겼다.

잠시 뒤, 모니터 화면에 잡힌 건 예연숙이 오후 6시쯤 홀로 병원을 나서는 모습이었다.

‘엄마 기억력이 자꾸 흐려지는데... 집에 돌아올 수 있을 리가 없잖아.’

지설의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걱정이 밀려와 눈물이 터져 나왔다.

옆에 있던 남자가 조용히 휴지를 내밀었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경찰서에 아는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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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버림받은 아내, 재혼에 눈물 쏟는 전남편   제268화

    유연은 그제야 만족한 듯 말했다.“오빠, 우리 술 좀 마시자.”유연은 영민과 더 가까워지고 싶었다. 그런데 영민은 늘 먼저 다가오지 않았다.‘그럼 방법은 하나지.’유연은 술기운에 기대 영민의 경계를 풀어 버릴 생각이었다.영민은 거실 한쪽의 와인 셀러에서 와인 한 병을 꺼냈다. 코르크를 따고, 잔 두 개에 각각 따랐다.두 사람은 소파에 앉아 잔을 기울이며 지난 이야기를 꺼냈다.대부분은 유연이 말을 이었다.“오빠, 우리 어릴 때 자주 하던 게임 기억나? 그거 있잖아.”유연은 이것저것 계속 이야기했지만, 영민은 유연의 말을 한마디도 제대로 듣지 못했다.그는 머릿속에 지설과 함께했던 시간만 떠올랐다.지설과 영민이 결혼 초에 둘만 있을 때, 지설은 어색함을 메우려고 일부러라도 주제를 찾아 영민에게 말을 걸곤 했다.그러다 지설은 점점 말이 줄었다.둘이 같이 있어도 대화는 짧아지고, 결국 침묵만 길어졌다.영민은 속이 쓰렸다.‘그때 내가 지설이랑 더 많이 얘기 나눠야 했는데...’뒤늦게 후회가 따라왔다.잔은 몇 번이고 비워지고, 두 사람은 서서히 취기가 올랐다.유연은 그 틈을 타 조용히 말했다.“오빠, 우리... 안방으로 갈까?”영민의 머릿속엔 아직 마지막 남은 이성이 있었다.영민은 유연을 안방으로 데려갈 수 없었다.지난번 유연과 안방에 있었을 때 지설이 보고 크게 화가 났던 게 떠올랐다.영민은 지설이 다시 화내는 꼴을 보고 싶지 않았다.그는 고개를 저었다.“안방은 안 가.”유연은 이를 악물었다. 촉촉한 눈으로 영민을 올려다보며 물었다.“그럼... 거실에서?”영민은 눈을 감았다가 떴다.“그래.”결국 영민은 소파에서 유연을 끌어안았다.유연의 눈에는 영민을 향한 애정이 가득했다. 유연은 영민 귓가에 낮게 속삭였다.“나... 이제 오빠 거야.”하지만 영민은 그때 또렷하지 않았다. 자신의 품에 안긴 사람이 지설이라고 착각했다. 그래서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다.“지설아... 가지 마.”유연의 몸이 굳었다. 유연의 얼굴에

  • 버림받은 아내, 재혼에 눈물 쏟는 전남편   제267화

    유연과 영민이 웨딩촬영하러 가기로 한 날이었다.영민은 억지로 웃는 얼굴을 만들어 함께 나섰다.그런데 도착한 곳은 영민이 지설과 지난번에 왔던 바로 그 스튜디오였다.영민은 웨딩드레스를 갈아입으며 들떠 있는 유연을 바라보다가 지난번 지설이 마지못해 서 있던 모습이 떠올라 속상했다.‘지설이가 아직도 나를 사랑했다면, 나랑 웨딩촬영하러 온다는 말에 유연이처럼 기뻐했을까?’영민은 그런 생각이 들자 가슴이 더 답답해졌다.유연은 웨딩드레스를 여러 벌 입어 보고 영민에게 물었다.“어때? 예뻐?”하지만 영민의 대답에는 마음이 실리지 않았다.유연도 그걸 느꼈고, 마음 한쪽이 불쾌해졌다.그래도 곧 영민과 결혼할 건데, 괜히 분위기 망치고 싶지 않았다.“오빠, 일단 드레스 하나 먼저 고를게. 여기서 사진 찍어 보고 우리 둘이 잘 어울리면, 그거 들고 마라도 가서 야외에서도 찍자.”영민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다 너 하고 싶은 대로 해.”촬영기사가 와서 촬영을 도왔다. 유연은 영민 팔을 다정하게 끼고 환하게 웃었다. 영민은 웃고는 있었지만 어딘가 불편해 보였다.촬영기사는 신랑의 모습이 묘하게 이상하다고 느꼈다. ‘이 신랑... 지난번에도 촬영하러 왔던 것 같은데... 신부는 또 다른 사람이야?!’그래도 쓸데없는 말을 했다가 문제가 생길까 봐 입을 다물었는데, 속으로만 생각했다. ‘돈 많은 사람들은 참... 하는 짓도 다양하네.’촬영이 끝나자 유연은 들뜬 표정으로 사진을 보러 갔다.영민은 소파에 앉아 지루한 듯 손가락으로 무릎만 두드렸다.유연은 그중 가장 잘 나온 한 장을 골라 촬영기사에게 말했다.“이거 보정 좀 해 주세요. 조금 있다가 SNS에 올릴 거예요.”촬영기사는 사진 파일을 컴퓨터로 옮겨 폴더를 열었다.그때 유연의 눈이 번뜩였다.화면에 영민과 지설이 찍은 웨딩사진이 남아 있었다.유연은 마우스를 낚아채듯 잡고 빠르게 카메라 속 사진들을 넘겨 확인했다.영민과 지설이 몸을 밀착하고 찍은 합성 사진이 계속 나왔다.유연의 속이 들

  • 버림받은 아내, 재혼에 눈물 쏟는 전남편   제266화

    지설이 비웃듯 말했다.“어디가 어울려? 뿌리부터 썩어 문드러졌는데, 나랑 어떻게 어울려?”영민은 그 말에 목이 턱 막혔다. 가슴 한가운데가 은근히 욱신거리며 상처가 더 덧나는 듯했다.영민이 쉰 목소리로 말했다.“나랑 유연이 사이에 그 일이 없었어도... 네가 나한테 이렇게 했을까?”지설은 표정을 거의 바꾸지 않았다.“주유연이 없어도 너랑 나는 어차피 안 돼.”지설은 담담하게 영민을 똑바로 바라봤다.“아마 잊었을 거야. 이 가게, 우리 예전에 한 번 왔었잖아. 그때 네가 나한테 드레스 한 벌 입어 보라고 했어. 빈철 삼촌 결혼식 가야 한다고.”지설의 말은 끊기지 않았다.“그때 라희도 있었어. 라희가 장난치면서 그러더라고. 우리 웨딩 촬영도 안 했고, 결혼식도 안 했는데... 나한테 보상이라도 해줄 거냐고. 너한테 물었지.”지설은 시선을 내리지 않고 당당히 영민을 보았다.“그때 네가 뭐라고 했는지, 기억나? 네가 그랬어. 돈 때문에 너랑 결혼한 여자는 드레스 입을 자격이 없다고.”지설이 차분하게 덧붙였다.“부영민. 네가 나에게 했던 그 말... 나도 그대로 돌려줄게. 내가 자격이 없는 게 아니야. 네가 자격이 없어.”영민은 상상도 못 했다. 지설에게 했던 말들이 이렇게 비수로 되돌아와 영민의 가슴을 찌를 줄은.영민은 지금처럼 그때의 말을 후회한 적이 없었다.‘시간을 다시 돌릴 수만 있다면... 난 절대 그렇게 말하지 않았을 텐데...’정말로 다시 돌아간다면, 영민은 똑같이 하지 않았을 것이다.지설이 비웃는 눈으로 영민을 보며 말했다.“지금도 내가 가식적으로 사진이나 같이 봐줘야 해, 부 대표님?”영민은 몸 안의 영혼이 몽땅 빠져나가는 느낌이었다.그가 붙들고 있던 자존심이 지설 앞에서 완전히 부서졌다.남자의 무너진 모습을 보자 지설의 시선은 더 차가워졌다.이번에는 지설이 먼저 영민에게 등을 돌려 걸어 나갔다. 영민도 옆에 있던 비서도 더는 지설을 붙잡지 않았다.영민은 한참을 멍하니 서 있다가 옆에 있던 비서에게 물었다.

  • 버림받은 아내, 재혼에 눈물 쏟는 전남편   제265화

    직원이 말했다.“디자인이 웨딩드레스랑 비슷해 보일 뿐이지, 실제로 웨딩드레스는 아니에요.”은별이 곁에서 말했다.“선생님, 이거 정말 예뻐요. 한 번만 입어보세요.”지설은 반쯤 떠밀리듯 탈의실로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드레스를 갈아입고 나오자 직원이 자연스럽게 메이크업을 도와주고 머리도 올려 주었다.거울 앞에 섰을 때, 지설은 오늘 자신의 모습이 지나치게 신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뭔가 잘못된 거 아닌가요?”누군가에게 물어보려는 순간, 옆 탈의실 문이 열렸다.잘 다린 정장을 입은 남자가 걸어 나왔다.지설은 그 얼굴을 보는 순간 미간을 찌푸리며 돌아서려 했다.그러나 영민이 먼저 다가와 그녀의 손을 붙잡았다.영민은 감탄이 섞인 표정으로 말했다.“지설아, 오늘 정말 예쁘다. 우리 같이 사진 한 장 찍자.”지설은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누가 너랑 사진 찍고 싶대?”주위를 둘러봤지만 주경과 은별은 보이지 않았다.이제야 상황이 명확해졌다.지설은 영민을 노려보며 말했다.“주경이랑 은별이를 이용해서 나 속인 거야?”영민은 숨기지도 않았다.“그래. 맞아. 난 그냥 너랑 웨딩사진 한번 찍고 싶었어. 네가 계속 거절하니까, 다른 방법을 쓸 수밖에 없었지.”“너 제정신이야?”지설의 목소리가 높아졌다.“너 주유연이랑 결혼하잖아. 그런데 나랑 웨딩사진을 찍겠다고?”“난 그냥... 후회가 남아서 그래.”영민은 지설의 손을 놓지 않은 채 고집스럽게 말했다.“우린 3년이나 부부로 살았는데, 제대로 된 로맨스도, 예식도 한번 없었잖아. 지설아, 난 그게 계속 마음에 걸렸어.”지설은 비웃듯 말했다.“네가 후회된다고 내가 거기에 다 맞춰줘야 해?”영민은 그녀를 보내주지 않았다.“그냥 나한테 추억 하나만 남겨주면 안 돼?”지설이 손을 뿌리치려는 순간, 영민은 갑자기 핸드폰을 꺼내 사진 한 장을 열었다.사진 속에는 잠들어 있는 예연숙이 있었다.지설은 눈을 크게 뜨며 말했다.“이게 뭐야. 뭐 하려는 거야?”영민은 부드럽게 웃었다.“사람을

  • 버림받은 아내, 재혼에 눈물 쏟는 전남편   제264화

    우란은 외근이 있었다.지설은 혼자 밖에서 식사할 생각이었다.식당에 막 들어서자마자, 마주치고 싶지 않은 사람을 만나고 말았다.되돌아 나가려는 찰나, 길이 막혔다.“할 말 있어.”지설은 돌아보며 웃음도 아닌 웃음을 지었다.“결혼한다면서? 축하는 아직 안 했네.”영민은 잠시 말을 잇지 못하다가 입을 열었다.“내가 유연이랑 결혼하는 건... 그냥 현실적인 선택이야.”“나와는 상관없는 일이야.”지설은 그대로 지나가려 했다.영민이 그녀의 팔을 붙잡았다.지설은 미간을 찌푸리며 차갑게 말했다.“부 대표님, 또 경찰서 가서 차 마시고 싶어?”영민은 손을 놓았다. 목소리에는 드물게 간절함이 묻어 있었다.“부탁할 게 있어.”지설은 그를 보지도 않고 등을 돌렸다.“심지설!”영민의 목소리가 뒤에서 들렸다.“부탁이야.”‘부탁?’영민이 자기에게 이런 말을 할 줄은 몰랐다.지설은 우스웠다. 뒤돌아보지 않고 그대로 자리를 떴다.영민 때문에 기분이 심란해져서 점심 먹을 생각도 사라졌다.퇴근을 앞둔 저녁 무렵, 도진에게서 메시지가 왔다.저녁식사를 주문해 두었고, 곧 도착할 거라는 내용이었다.지설은 별로 놀라지 않았다.야근하다 보면 식사를 거르는 일이 잦았고, 도진은 그걸 알게 된 뒤부터는 본인 야근할 때마다 지설 몫까지 함께 주문하곤 했다.지금은 진성에 출장 중이면서도 이런 걸 챙기는 걸 보니, 참 쓸데없이 자상한 사람이었다.배달이 도착해 음식을 받아와 먹고, 지설은 다시 일을 이어갔다.밤 9시가 넘어서야 사무실을 나섰다.엘리베이터 앞에서 학부모인 주경을 마주쳤다.지설은 얼굴이 익어 말을 걸었다.“어머님, 무슨 일 있으세요?”주경은 미소를 지었다.“부원장님께 부탁드릴 게 있어서요.”“어떤 일이신데요?”“은별이가 피아노 대회에 나가는데요, 어떤 의상을 골라야 할지 모르겠어요. 부원장님은 경험이 많으시잖아요. 같이 좀 봐주실 수 있을까요?”학생 일이라면 거절하기 어려웠다.지설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같이 매장에 가서 고르시

  • 버림받은 아내, 재혼에 눈물 쏟는 전남편   제263화

    지설은 웃으며 그릇을 꺼내 삼계탕을 그릇에 담았다.한 사람당 한 그릇씩이었다.도진은 딱히 배가 고픈 건 아니었지만, 밤에 따뜻한 삼계탕의 국물을 먹으면 온몸이 편안해졌다.삼계탕은 푹 우러나 깊은 맛이 났고, 도진은 만족한 표정으로 국물까지 남김없이 먹었다.그는 닭고기까지 깨끗이 먹은 뒤 웃으며 말했다.“제 친구네 닭, 확실히 좋아요. Y시 사람들 말로는요, 닭다운 닭 맛이 나야 좋은 닭이라던데요.”지설은 도진이 Y시 음식 문화를 유난히 좋아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B시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생활 습관은 이미 Y시에 완전히 물들어 있었다.도진은 문득 또 다른 생각이 난 듯 이마를 짚었다.“그리고 다른 지역에 사는 친구가 하나 있는데, 한우를 잔뜩 보내주겠다고 하더라고요. 이번 설은 먹느라 바쁠 것 같아요.”지설도 덩달아 긴장한 표정이 됐다. 벌써 그 많은 고기를 어떻게 손질할지 머릿속이 복잡해졌다.도진은 태연하게 말을 이었다.“이주만 더 바쁘면 휴가예요. 그때 제가 맛있는 것을 만들어 줄게요. 한우 고기 굽는 것도 꽤 괜찮거든요.”자연스럽게 명절 계획을 세우는 도진을 보며 지설은 궁금해졌다.“그럼 올해는 B시 안 가세요?”도진은 그릇을 정리해 싱크대에 놓고 설거지를 시작했다.물을 틀며 말했다.“안 가려고요. 집이 너무 시끄러워서 좀 피곤해요.”설거지를 마친 그는 조리대까지 한 번 더 닦고, 손 세정제로 손을 씻었다.지설은 주방 문틀에 기대 밀크티를 마시며 물었다.“가족이 많아요?”도진은 바닥까지 밀대를 꺼내 밀며 대답했다.“적진 않죠. 할머니, 어머니, 형, 형수, 조카 둘...”지설은 웃었다.“그 정도면 많지도 않네요.”도진은 바닥에 떨어진 머리카락을 휴지로 집어 쓰레기통에 버리며 덧붙였다.“이모부님, 숙부님 쪽 친척들까지 다 와요. 사촌, 육촌까지 합치면 백 명 가까이 돼요. 밥상만 열몇 개 차리는 수준이죠.”지설은 도진의 담담한 성격을 떠올렸다.그 많은 친척 사이에 있으면 분명 힘들 것 같았다.“안 내려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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