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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Author: 바람노래
[뭘 그렇게 따지는 게 많아.]

은혁은 짜증이 묻어난 목소리로 말했다.

“됐어. 별일도 아니고, 나 회의 들어가야 해.”

민석이 피식 웃었다.

[야, 배은혁 네가 이런 소릴 하는 날이 오네? 여자 달래는 것도 다 방식이 있어. 누군데? 나도 알아야 방법을 알려주지.]

[설마 서하 씨? 에이, 아니겠지? 뭐야, 한 침대 쓰다 보니까 정이라도 들었냐?]

은혁은 순간 멈칫했다.

“당연히 임서하 아니야.”

민석은 호탕하게 웃어댔다.

[하하, 알았어, 알았어. 안 놀릴게. 그럼, 레나? 그거야 쉽지. 어린 애들은 다 똑같아. 쇼핑이면 돼. 옷, 가방, 보석. 비싼 거 하나 골라주면 싹 풀린다니까?]

은혁은 인내심의 끝에 다다른 듯 짧게 내뱉었다.

“됐어. 끊는다.”

[야! 배은혁! 배은혁 이 자식은 또 이렇게 사람 그냥 버리네? 필요할 땐 써먹더니...]

민석 쪽에서 고함이 이어졌지만, 은혁은 전화를 단호하게 끊어버렸다.

그때, 비서 나재도가 문을 두드리며 들어왔다.

평소처럼 업무 보고가 이어졌고, 은혁은 몇 가지 지시를 내린 뒤 마지막에 덧붙였다.

“주 회장님 쪽 자선 경매 있지? 거기서 보석 하나 낙찰받아 와.”

재도가 메모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돌아서려던 그를 은혁이 다시 불러세웠다.

“잠깐. 보석... 두 개로 해.”

...

오후가 되어 재도가 보석을 가져왔다.

은혁은 외부에서 저녁 약속이 있었고, 모든 자리를 끝내고 돌아오자 이미 저녁 여덟 시를 훌쩍 넘긴 시각이었다.

본가에 들른 은혁의 예상대로 서하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한 10분쯤 머무른 뒤, 그는 다시 집을 나서 차를 몰았다.

...

서하는 애초에 연구원에서 시간을 질질 끌며 일부러 늦게 움직였다. 본가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아침부터 시아버지 배효산이 전화를 걸어왔다.

어젯밤에 어디서 잤는지, 은혁과 다퉜는지 꼬치꼬치 캐묻고, 오늘은 제발 일찍 들어오라는 부탁까지 있었다.

‘굳이 가고 싶진 않지만...’

‘구름바다’에 있는 집이라면, 몇 시에 들어가든 상관없었다.

은혁과도 방을 따로 쓰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본가는 달랐다.

배효산은 분명 서하에게 시아버지였고, 늘 따뜻하게 대해준 사람이었다.

서하 역시 존경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배효산에게 약속했다.

오늘은 꼭 일찍 들어오겠다고.

그런데도 서하는 연구원에 머물며 시간을 흘려보냈다.

결국 시계를 보니 밤 9시가 다 되어 있었다.

서하가 연구원 건물 계단을 내려오자마자 은혁이 서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는 그저 아무 데나 서 있기만 해도 눈에 띄는 존재였다.

주변 사람들 속에서 단연 돋보이는 군계일학이었다.

지나가는 이들의 시선은 모두 은혁에게로 쏠렸다.

검은색 세단 자체는 소박했지만, 거기에 달린 엠블럼과 번호판은 절대 평범하지 않았다.

마치 은혁을 그대로 드러내는 듯했다.

겉모습은 차분하지만, 귀티가 줄줄 흐르는 사람.

‘배은혁이 여기 웬일이지? 설마... 날 데리러 온 건 아니겠지.’

서하에게 이 남자는 늘 예상 밖이었다.

은혁이 눈을 들어 그녀를 바라봤다. 늘 차가웠던 눈빛에 오늘은 묘하게 담담한 기운이 스며 있었다.

“퇴근했어?”

서하는 연구원 정문 앞에서 그와 말다툼하고 싶지 않았다.

“무슨 일 있어?”

“타.”

은혁이 그녀의 손을 잡으려 했다.

서하는 은혁에게서 몸을 피하며 말했다.

“내 차 가져왔어.”

“내 차 타.”

은혁은 움직이지 않는 그녀를 보며 말을 보탰다.

“내일 아침에 내가 데려다줄게.”

그래도 서하가 응하지 않자, 은혁의 미간이 좁아졌다.

“여보, 말 좀 들어. 아니면... 안아서 태워줄까?”

연구원 앞,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졌다.

서하는 더 이상 망설이지 않고 조용히 발걸음을 옮겨 조수석에 올랐다.

은혁도 운전석에 앉았다.

그녀가 벨트를 매자, 그는 준비해 둔 선물 봉투를 그녀 쪽으로 던지듯 내밀었다.

서하는 반사적으로 그것을 받아 들고 멍하니 분홍색 쇼핑백을 바라봤다.

“이게 뭐예요?”

“열어봐.”

봉투 안에는 같은 색감의 작은 보석함이 들어 있었다.

정성스럽게 포장된 상자를 열자, 안에는 다이아몬드 귀걸이가 한 쌍 들어 있었다.

찬란히 빛나는 광채가 눈부시게 반짝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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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버림받은 아내의 화려한 귀환   제582화

    서하는 웃으며 말했다.“그럼 난 못 사겠네.”이한이 급해졌다.“살 수 있어, 살 수 있어! 나 엄청 싸!”서하가 자기를 안 사 갈까 봐 걱정하는 눈치였다.서하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그럼 얼마인데?”“오천 원!”이한은 잠깐 생각하더니 말을 바꿨다.“아니, 천 원!”이한은 세 돌 생일을 막 지났지만 숫자에 유난히 민감했다.백 단위 안에서의 덧셈과 뺄셈은 이미 다 할 줄 알았다.은혁은 이한이 자기 어릴 때처럼 매우 똑똑하다고 말하곤 했다.서하는 그럴 때마다 은혁이 괜히 자기 자식 자랑한다고 핀잔을 주었다.하지만 사실은 부정할 수 없었다.이한의 지능은 확실히 높았다.서하도 학생 시절 성적이 좋은 편이었지만, 이한은 분명 좀 더 타고난 편이었다.이건 서하가 이한에게 무언가를 가르칠 때마다 느끼는 일이었다.무엇을 가르치든 한 번 말해주면 바로 이해했고, 거기서 끝이 아니라 스스로 더 넓게 받아들였다.‘천재라고 부르기엔 조금 과장일지도 모르지만, 공부 때문에 걱정할 일은 없겠구나.’이건 분명했다.세 사람은 웃으며 한동안 장난을 쳤고, 그 사이 이한은 졸리기 시작했다.이한은 원래 생활 리듬이 아주 정확해서 시간이 되면 자연스럽게 졸렸다.은혁은 서하가 피곤해지는 걸 원치 않았고, 또 아이에게 그동안 부족했던 아버지 역할을 채워주고 싶었다.그래서 은혁이 이한과 함께 있을 때는 이한의 모든 걸 은혁이 직접 챙겼다.이한을 재우고 나니 시간은 이미 아홉 시를 훌쩍 넘기고 있었다.은혁이 이한의 방에서 나왔을 때, 옷을 단정하게 다 입고 있었다.집에서 입는 옷이었지만 단추는 맨 위까지 모두 잠겨 있었다.은혁은 소파에 앉았고, 서하와의 거리는 대략 1미터쯤이었다.“계속 책 볼 거야?”은혁은 물 한 잔을 따라 서하에게 건넸다.서하는 고개를 끄덕였다.“응, 조금만 더. 당신은 처리할 서류 있어? 당신 할 일 있으면 가서 해. 나 신경 안 써도 돼.”“아직 예전에 쓰던 방에서 잘 거야?” 은혁이 말했다.“당신은 안방에서 자. 내가

  • 버림받은 아내의 화려한 귀환   제581화

    사실 서하는 이전에 은혁의 차 안에서 군밤을 먹은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런 것들과 김밥은 본질적으로 다를 수밖에 없었다.서하는 은혁을 한번 바라보고는 어쩔 수 없이 도시락을 열었다.김밥 특유의 냄새가 차 안에 은근히 퍼졌다.서하는 김밥을 먹으며 은혁에게 물었다.“당신은 먹었어?”“아직.”은혁은 사실대로 말했다. “급하지 않아. 하나 더 샀어. 돌아가서 이한이랑 같이 먹으려고.”서하는 이 집 김밥을 정말 좋아했다. 은혁은 세 가지 맛을 골랐고, 서하는 각각 하나씩 다 먹었다.곧 학교에 도착했다. 은혁은 서하의 안전벨트를 풀어주고, 손을 뻗어 서하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었다.“가. 너무 무리하지 말고, 쉬엄쉬엄해.”서하는 차에서 내려 얌전히 손을 흔들었다.“그럼 당신도 돌아갈 때 운전 조심해.”“알겠어. 오후에 데리러 올게. 우리 밖에서 밥 먹자.”서하는 차창에 손을 짚고 안을 들여다봤다.“당신 바쁘면 굳이 안 와도 돼. 내가 택시 타고 갈게.”“안 바빠.”은혁은 서하를 보고 웃었다.서하는 두 걸음 물러나며 말했다.“알겠어. 그럼 오후에 봐.”하루 종일 바쁘게 지내다 보니, 서하는 전화받고서야 시간을 확인했다. 어느새 6시가 가까웠다.또 시간을 잊고 일에 몰두한 것이다.세 사람은 함께 밖에서 식사했다. 이한은 말할 것도 없이 무척 즐거워했다.은혁이 자신의 아버지라는 사실을 알게 된 이후로, 이한의 기분은 눈에 띄게 계속 좋아 보였다.사실 예전에도 늘 밝았지만, 지금의 기쁨은 분명 다른 종류였다.서하는 그런 이한을 보며 괜히 미안하고, 더 마음이 쓰였다.식사를 마친 뒤, 두 사람은 아이를 데리고 은혁의 별장으로 돌아왔다.마당에는 불이 켜져 있었고, 이한은 집에 들어가기 싫다며 마당에서 장난감 굴착기를 몰고 놀았다.은혁은 밖에서 이한과 함께 놀아주며 서하에게 말했다.“당신은 먼저 들어가. 밖이라 추워.”서하는 고개를 끄덕였다.“응.”“오늘 밤은 정말 안 가는 거야?” 은혁이 물었다.서하는 웃으며 은

  • 버림받은 아내의 화려한 귀환   제580화

    서하 집.“그래.”서하는 웃음이 살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아까 나한테 메시지 보내려고 했지?”[응.]은혁은 숨기지 않았다.[사과하고 싶었는데, 괜히 당신 마음 더 불편하게 할까 봐.]“난 괜찮아.”서하가 말했다.“애초에 당신 잘못도 아니었고.”두 사람은 잠시 더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시간을 확인한 은혁은 더 이상 서하를 붙잡고 싶지 않았다.[이제 자.]은혁이 말했다.[내일 아침에 내가 일찍 갈게.]전화를 끊는 순간, 서하 마음속에 누르던 무거운 돌이 사라진 듯했다.몸도 마음도 한결 가벼워졌다.입가에 웃음이 남은 채로 침대에서 몸을 굴려이불을 끌어안았다.머릿속에는 계속 은혁만 떠올랐다.‘이렇게 편해질 수도 있구나.’그렇게 생각하다가 언제 잠들었는지도 모른 채 깊이 잠에 들었다.아침에는 알람도 없이 눈이 저절로 떠졌다.세수를 마치고 나오자마자 전화가 울렸다.구나린이었다.[딸, 일어났어?]“네, 엄마.”서하가 말했다.“무슨 일이에요, 이렇게 아침 일찍?”[엄 시장이 감기에 걸렸는데, 출장 일정이 앞당겨졌어.]구나린이 말했다.[내가 좀 걱정돼서 같이 가려고. 그래서 미리 말해두려고 전화했어.]“그럼 다녀오세요.”서하가 말했다.“엄 시장님 많이 아프세요? 엄마도 몸조심하시고요.”[알아.]구나린이 말했다.[몸 상태는 괜찮은데, 가서 쉬지도 않을까 봐 내가 같이 가는 거야.]잠시 멈췄다가 덧붙였다.[너는? 어제 배 대표랑 지냈다며, 잘 잤어?]“어제는 집으로 왔어요.”서하가 답했다.“은혁 씨 집에서 자진 않았어요.”[왜?]구나린이 의아해했다.[무슨 일 있었어?]“아니에요.”서하가 웃으며 말했다.“집에 필요한 책이 있어서요. 자료 좀 볼 게 있어서 그냥 왔어요. 걱정 마세요. 오늘은 은혁 씨 집에서 잘 거예요.”두 사람이 다투지 않았다고 하자 구나린의 목소리가 한결 가벼워졌다.[그래, 알았다. 무슨 일 있으면 언제든 전화하고.]“엄마도 꼭 몸 챙기시고요.”서하가 말했다.“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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