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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Author: 바람노래
“마음에 들어?”

은혁은 운전대를 한 손으로 잡고 서하를 힐끗 바라보았다. 남자의 눈에는 승리를 확신하는 듯한 여유와 장난기가 어려 있었다.

서하는 한참을 침묵하다가 어렵게 입을 열었다.

“예쁘네.”

좋아한다는 말은 끝내 하지 않았다.

은혁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마음에 안 들어? 한 번 해 봐.”

탁!

서하가 보석함을 소리 나게 닫았다.

“마음에 들어. 고마워.”

“마음에 든다면서 반응이 고작 이 정도야?”

은혁의 힐난에도 서하는 곁눈질조차 하지 않고 앞만 바라봤다.

“얼른 가. 집에 가자고 했잖아.”

“임서하!”

은혁은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끓어오르는 분노를 억눌렀다.

“아직도 화났어?”

서하가 가볍게 웃었다.

“누가? 나? 당연히 화 안 났지.”

“좋아, 그럼 앞으로는 이혼 얘기 꺼내지 마.”

은혁은 서하를 약간 어린애 달래는 투로 말했다.

“우리 이제 화해한 거다.”

‘배은혁이 나를 달래기 위해 선물을 사다 주다니.’

서하는 솔직히 약간 놀라웠다.

예전 같았으면 분명 감동의 눈물을 흘렸을 것이다.

하지만 지난 며칠 동안 너무나 많은 일이 있었다.

산산조각 난 서하의 마음은 그렇게 쉽게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

서하는 은혁의 손길을 피했다.

그 순간 은혁은 마침내 분노를 터뜨렸다.

“나한테 뭘 더 바라는 거야? 당신 너무한 거 아니야?”

서하가 은혁을 쳐다봤다.

신이 불공평하게 모든 것을 몰아주어 흠잡을 데 없이 완벽한 남자의 얼굴은 지금 분노로 가득했다.

민레나에게 보여줬던 온화하고 부드러운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서하와 함께 있을 때 은혁은 단 한 번도 민레나를 대하던 따뜻한 모습을 보여준 적이 없었다.

서하가 피식 웃었다.

“내가 너무하다고? 당신은 모르겠지만 난 귀걸이를 할 수 없어.”

은혁이 놀라 그 보석함을 내려다보았다.

“그게 무슨 말이야?”

“난 귀를 뚫은 적이 없어. 당신이 준 건 귀걸이고.”

서하가 차분히 말했다.

“누구 행동이 더 지나친지 모르겠네. 당신인가, 아니면 나야?”

“귀걸이?”

은혁은 한참 침묵에 잠겼다.

“미안해.”

서하는 대수롭지 않았다.

“괜찮아.”

“그게...”

은혁은 관자놀이를 문지르며 말을 잇지 못했다.

“알았어, 다음에 다른 걸로 사줄게.”

“됐어.”

서하가 단호하게 거절했다.

“나 이런 거 필요 없어.”

서하는 이런 고가의 액세서리에 특별히 관심이 없었다. 더군다나 매일 연구실과 실험실에서 지내는 그녀에게 이런 사치품을 착용하고 나갈 자리도 거의 없었다.

은혁이 말했다.

“그래도 당신은 내 아내야. 남들이 가진 건 당신도 가져야지.”

‘밖에 나가서 내가 자기 망신이나 줄까 봐 걱정하는 건가?’

서하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은혁 역시 침묵에 잠겼다.

...

본가에 가까워졌을 때, 은혁이 불쑥 말을 꺼냈다.

“이혼 이야기는 앞으로 꺼내지 마. 어른들이 들으시면 좋을 것 없으니까.”

서하는 말이 없었다.

은혁의 목소리에 무심함이 묻어났다.

“아니면, 당신이 원하는 걸 말해줘. 내가 사람 시켜서 사다 줄게.”

서하가 드디어 남편을 한 번 바라봤다.

서하의 시선에 들어온 남자의 콧날은 오뚝했고, 턱선은 날렵했다. 흠잡을 데 없이 완벽한 옆모습이었다.

예전 같았으면 은혁이 선물을 주며, 마치 대단한 인심을 쓰는 듯한 말투로 이런 말을 해도 서하는 깊이 감동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서하 자신도 자기 마음이 어떤지 알 수 없었다.

“배은혁.”

서하는 낮은 목소리로 그의 이름을 불렀다.

“내가 원하는 건 그런 게 아니야.”

차가 정원주택 구역으로 들어서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은혁이 차를 세운 뒤 서하를 바라봤다.

“그럼 당신이 원하는 게 뭔지 말해.”

서하와 은혁의 시선이 마주쳤다. 은혁의 눈동자는 새까맣고 깊었으며, 미간에는 늘 찬 서리가 맺힌 듯, 칼날처럼 날카로웠다.

‘내 착각인가?’

그 순간, 서하는 차가운 혐오가 사라진 은혁의 눈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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