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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소녀와 소년, 그리고 신부 - 02

last update Veröffentlichungsdatum: 17.07.2026 15:22:10

“뭐?”

혹시 지금 시비를 거는 건가?

물론 내 행실이 바르지 못하다는 건 자각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이 이런 소녀에게(심지어 처음 만난 사이에) 듣게 된 것이 여간 충격이 아니었다.

“신부님, 저를 꽤 어리게 보시는 거 같은데… 저, 그렇게 어리지 않아요.”

“내가 봤던 앙큼한 소녀들은 모두 짠 듯이 그런 말을 했지.”

“음… 진짠데.”

여기서 소녀와 말장난을 더 했다가는 그나마 남은 기력도 모조리 사라질 판국이다(당연하지만 도망치는 게 아니다.). 잘게 숨을 쉬고는 대충 손을 펄럭이며 소녀를 등지고 발걸음을 재촉했다. 기억상 다음 마을은 그나마 가까이 있으니, 저녁쯤이면 도착할 수 있을 것이다.

탁. 탁. 탁. 탁.

터벅터벅한 무거운 발걸음 뒤에 가벼운 소리가 따라왔다.

이번에는 정말로 위험을 감지했다.

“마을로 돌아가. 왜 날 따라와?”

“난 마을 사람이 아닌걸요!”

“뭐?”

그제야 다시 훑어본 소녀는, 확실히 그 시골에서는 구할 수 없는 값비싼 옷을 입고 있었다.

금빛의 눈동자와 어울리지 않는 새카만 머리카락 사이로 보이는 귀걸이도 그 옷값에 지지 않을 기세로 반짝이고 있었다.

“제안 하나 할 게요!”

이 당돌함은 부에서 나오는 당돌함인가?

“시끄러워. 네 갈 길 가.”

“그러지 말고! 저의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갈 수 있도록 보디가드를 해주세요!”

“난 몸값이 비싸. 딴 녀석을 알아봐.”

“나쁘지 않을 텐데? 악마의 매개체를 찾고 있는 거 아닌가요?”

두어 발짝 앞서던 걸음이 그 말에 멈췄다.

“알고 있냐?”

이번은 분명하다.

이 소녀는 알고 있다.

“난 손해 보는 거래를 싫어해.”

“손해 보지는 않을 거예요.”

직감이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눈을 가늘게 뜨며 야시시하게 웃는 소녀는 짓궂었다.

***

“신부님은 생각보다 무능력하네요.”

“이럴 땐 지붕이 있는 곳에서 자게 된 것만으로도 천만다행이라고 말하는 거야.”

소녀가 가고자 한 곳은 그다지 먼 길은 아니었다.

다만, 뒤에서 졸졸 따라오는 발걸음이 자주 딴 곳으로 새는 터에 시간이 지체됐다.

“뭐랄까, 하늘을 휙~ 날아가거나 눈을 감았다가 뜨면 순식간에 도착하거나!”

“그건 악마라도 안될 듯싶은데.”

“그래요?”

점점 확신이 사라지고 있었다.

이 소녀는 정말로 악마가 있는 곳을 아는 걸까?

악마와는 전혀 연관 없어 보이는데, 혹 이 똘랑똘랑한 소녀에게 사기라도 당한 건가?

그렇다면 이 자존심이 버틸 수 없었다.

⁠⁠

“저기, 신부님. 신부님은 악마를 많이 봤어요?”

“꽤.”

“어때요?”

“이상한 걸 묻는군. 악마에 관심이 많나 봐?”

“음… 없다면 거짓말이죠. 게다가 요즘 온 곳이 뒤숭숭하잖아요.”

걱정 어린 말투를 하고 있지만, 표정은 흥미로운 장난감을 발견한 강아지 같아 보였다. 어린아이의 속은 정말이지 알 수가 없다.

“그럼, 신부님은 왜 악마를 퇴치하게 됐어요?”

“그만 쫑알거리고 자.”

더 이상 대화는 거부하겠다는 의미로 불을 끄고 낡은 소파에 몸을 눕히고 머리까지 담요를 덮었다. 그럼에도 쉴 새 없이 쫑알거리는 소리를 무시하자, 제풀에 지친 건지 방에는 적막함만 남았다.

“뭐야.”

아니, 소녀의 쫑알거림이 멈추자 들리지 않던 웅성거림이 위아래서 들렸다. 담요를 내리자, 이 소녀는 창문을 닫는 것도 깜빡하고 잠들어 있었다.

“어휴.”

절로 나온 앓는 소리와 함께 몸을 일으켜 창문을 닫기 위해 시선을 옮기자, 창밖에는 이 밤중에도 선명하게 보일 정도로 사람들이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이 방을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뻔했다.

이 근방에서는 볼 수 없는 값비싼 옷과 장신구, 그리고 신부의 조합.

눈에 띌 수밖에 없었지만, 그 시선들 속에는 그것과 별개의 부정함도 느껴져 거칠게 문을 닫고 목을 가볍게 돌렸다.

아무래도 새벽이 오기 전에 나서야 할 듯했다.

타닥, 탁.

끼익….

편히 자본 것이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았다. 방을 감싸는 조심스러운 인기척에 주위를 둘러봤다. 이곳은 4층, 그대로 뛰어내린다면 다리뼈가 부러질 것이다. 그렇다면 저 사람들 위로 뛰어내리면? 적어도 내 다리는 부러지지 않을 것 같은데.

“신부님.”

“뭐야, 언제 깼냐?”

“저기 건물이 좀 낮은 거 같은데.”

사실은 자는 척을 했던 건가?

소녀는 이 상황을 설명해 주기도 전에 파악한 건지, 손끝으로 가리킨 곳으로 시선을 옮기자, 어찌 가능할 것 같기는 한 거리였다. 굳게 잠긴 문이 조금씩 균열을 일으키며 소리를 냈다.

아무리 악마를 봉인하면 무엇 하나? 사람들에게는 손 하나 될 수 없는 처지인데. 아무래도 역시 진로 선택을 잘못한 것 같다. 일단은 소녀를 둘러업고 미끄러지지 않게 발을 디디자, 아래서 작은 돌멩이들이 날아왔다.

“널 저기에 던지면 난 무사히 나갈 수 있을 거 같은데.”

“내게 고용된 입장이잖아요.”

“아무리 봐도 내 손해야.”

“아하하!”

웃으라고 한 소리가 아닌데 말이다.

조심스레 한 발짝 내딛고 중심을 잡았다. 살짝 긴장된 건지 신체가 뻣뻣하게 굳어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이 컴컴한 밤 중에 이런 좀도둑 같은 짓을 해야 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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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별은 대답하지 않는다   3부. 붉은 빛과 황금 빛 - 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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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별은 대답하지 않는다   3부. 붉은 빛과 황금 빛 - 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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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별은 대답하지 않는다   3부. 붉은 빛과 황금 빛 - 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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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별은 대답하지 않는다   3부. 붉은 빛과 황금 빛 - 05

    ⁠⁠잠을 들 수 없었다. 들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소녀는 어느새 다가온 소년과 아무렇지 않게 까르르 웃으며 장난을 쳤고,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소년은 분명 우리 사이의 기묘한 분위기를 분명 눈치챘지만, 역시 아는 척하지 않았다. 낡은 리볼버를 만지며 어느새 새벽이 된 정원을 바라보다 손에 쥔 담배도 두 동강을 냈다.똑똑이 시간에 내 방문을 두드리는 사람은 단 한 사람이다. 들어오라고 하지도 않았는데, 소년은 벌컥 문을 열고 들어와서는 조심스레 문을 닫고 한참을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땅에 처박고 있었다.⁠“이 시간에 무슨 일이지?” “돌아가.” “뭐?” “당신의 세상으로 돌아가, 돌아가요. 신부님.”⁠고개를 겨우 든 소년의 두 눈은 부릅뜨며 나를 바라보고 있었지만, 눈시울이 붉어져 붉은 눈동자가 더욱 핏빛을 돌며 빛이 났다.⁠“나랑, 베가는… 여기서… 원래대로 없던 사람들처럼 살 테니까…. 그냥, 그냥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돌아가. 돌아가요.”⁠소녀는 참 잔인했다. 이런 소년을 두고 그런 악랄한 계획을 꾸미고 있다니.⁠“우리 쥐 죽은 듯이 살게. 내가 베가를 잘 감시할 테니까. 혹여나 악마가 폭주한다고 해도 내가 죽일 테니까…!!” “죽일 수는 있고?” “있어. 죽일 수 있어.”⁠소년의 눈은 강렬하게 불타고 있었다. 제 나름대로 생각하고 고민한 끝에 내린 결정인 듯했다. 소녀의 곁을 떠나지 못하는 소년은 결국 둘만의 세상에 들어온 나를 내보내는 결심을 했다. 하지만 나는 악마를 퇴치하는 신부. 악마를 보고 그냥 돌아갈 수 없었다. 소녀가 악마의 매개체인 이상 나는 분명 확실

  • 별은 대답하지 않는다   3부. 붉은 빛과 황금 빛 - 04

    ⁠⁠멱살을 움켜쥔 소년의 손아귀에서 힘이 점점 빠져나갔다.⁠“그리고 이건 내 예감인데, 자신이 죽고 난 이후… 너를 내게 맡기려고 하는 것 같기도 하고, 말이야.” “뭐라고…?” “아가씨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걸 전혀 눈치채지 못했나?”⁠소년은 대답이 없었다.⁠“모르는 척한 거지?”⁠일부로 자극했다. 소녀와 달리 소년은 자극하는 대로 반응이 오니까.⁠“그, 그럴 리…!!” “충분해. 애초에 하나뿐인 가족이 늘 자신을 죽일 준비를 하고 있다면, 아가씨의 처지도 이해는 돼.” “그런 게…! 그딴 게 아니라고!!”⁠소년은 분노했다.이번에는 내게 한 방 먹일 기세로 주먹을 뻗었다.물론 그 주먹은 막판에 힘이 빠져 내 손바닥으로 향했지만 말이다.고개를 푹 숙인 소년은 말도 안 된다고 중얼거리면서도 그 눈은 어느 정도 외면했던 사실을 마주한 것 같이 흔들렸다.⁠“그래서 나는 이 일에 대해 너와 아가씨와 함께 이야기하고 싶다.” “그딴 걸 왜…!? 당신은 정말로 베가를 죽일 생각이야!?” “아가씨 안에 악마가 있다고 한 건, 처음 만난 순간 총을 겨눴던 건 너야.” “그건…!!” “그러면 묻지, 넌 아가씨 속에서 악마가 나온다면 아가씨를 망설임 없이 죽일 수 있나?”⁠그 말에 소년의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그래, 이 행동에 확신했다. 죽일 수 있도록 노력은 했다. 하지만 소년은 소녀를 죽일 수 없다.⁠“그럼, 당신은!! 베가는 당신을 잘 따랐는데, 그렇게 쉽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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