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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99화

Author: 김하이
시준은 키가 크고 훤칠했다. 뚜렷한 이목구비와 이국적인 분위기에는 서늘한 기운이 감돌았고, 기세는 위압적이었다.

서로의 시선이 마주치자 두 사람은 단번에 상대를 알아봤다.

한 사람은 화인국의 최정상급 자본을 움직이는 권력자로, 차분하면서도 범접하기 어려운 기품을 지녔다.

다른 한 사람은 외국 재벌가의 후계자로, 차갑고 어두운 기운에 강한 존재감을 풍겼다.

길가에 나란히 선 최고급 승용차 두 대와 그 옆의 눈에 띄는 남자 둘, 순식간에 수많은 시선이 그들에게 쏠렸다.

시준이 먼저 다가와 예의상 미소를 짓고 손을 내밀었다.

“심 대표님, 어젯밤 시아를 집까지 데려다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시아의 오빠, 시준이에요.”

심성빈은 적당히 예의를 갖춰 악수하며 담담하게 답했다.

“별일 아닙니다.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때 강의동 안에서 수업 종료를 알리는 종이 울렸다.

송하나와 허지안은 나란히 강의실을 나왔다가 마침 옆 강의실에서 나오는 시아와 반혜라를 만났다.

송하나를 발견한 시아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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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별이 되어 빛나리   제1157화

    가장 괴로운 건 단연 윌리엄 본인이었다.겨우 첫눈에 반한 사람을 만나 결혼을 앞두고 품에 안을 준비를 하는데 하룻밤 사이에 모든 꿈이 산산조각이 났다.그는 포기할 수 없어 아버지를 찾아가 매달렸다. 어떻게든 시씨 가문 사람들의 마음을 되돌려서 이 혼사를 성사시켜 달라고 애원했다.“아버지, 시아만 얻을 수 있다면 무슨 대가라도 치를게요!”윌리엄 어르신은 요즘 매일 시씨 가문에 찾아가 사과하고 문전박대만 당하던 터라 마음속에 쌓여 있던 화가 완전히 폭발해버렸다.탁자를 쾅 내리치자 찻잔들이 요란하게 흔들렸다.“아직도 정신 못 차렸어? 사진에 영상까지 쫙 깔렸는데, 약혼식 전날 밤에 클럽 가서 여자나 끼고 놀았다는 걸 온 동네 사람들이 다 아는데 대체 무슨 면목으로 시씨 가문에 다시 찾아가란 거냐?”“시준이 그나마 협력할 여지를 남겨둔 건 다 내 체면을 봐서야. 넌 그냥 쥐죽은 듯이 있어! 여기서 더 소란 피우면 협력 관계마저도 유지 못 할 줄 알아!”윌리엄은 처참하게 욕사발을 먹고 목을 길게 빼며 반박하려 했으나 결국 아버지의 격노에 눌려 단 한마디도 내뱉지 못했다.한편 시씨 저택.식탁에 둘러앉은 가족들은 저녁 식사가 한창이었다.시경운은 나이프와 포크를 내려놓으며 옅은 한숨을 내쉬고 목소리에도 아쉬움이 묻어났다.“윌리엄 가문과 혼사를 맺을 줄 알았는데 결국 이렇게 됐네.”사실 시준은 윌리엄 가문과의 파혼을 마친 후에야 비로소 모든 일을 시경운에게 알렸다.“그래도 이번 일은 시준이 네가 잘했어.”“지만, 자네가 잘못한 건 없어.”“어영부영 시아를 시집보냈더라면 사람들은 우리 가문이 밑바닥 없는 집안이라 누구든 함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했을 거야.”시경운이 고려하는 것은 시아가 결혼 후 행복할지 여부 따위가 아니었다. 그녀가 품행이 경박한 남자에게 시집가서 어떤 고통을 받을지에도 관심 없었다.오직 시씨 가문의 체면과 이익만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시경운은 시준을 올려다보며 담담하게 말했다.“이 혼사가 틀어졌으니 앞으로 네가 좀 더 신경

  • 별이 되어 빛나리   제1156화

    다음 날 이른 아침.윌리엄은 숙취로 머리가 깨질 듯 아팠다. 소파에서 번쩍 정신을 차렸지만, 머릿속은 여전히 혼란스러웠다.밤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제대로 파악하기도 전에 아버지가 불같이 화난 목소리로 전화를 걸어왔다. 당장 집으로 돌아오라는 명령이었다.윌리엄은 가슴이 철렁하며 큰일이 생겼음을 직감하고 급히 저택으로 돌아왔다.거실에 발을 들여놓자마자 윌리엄 어르신이 던져버린 신문들이 바닥에 흩뿌려졌다. 헤드라인은 온통 어젯밤 나이트클럽에서 몰래 찍힌 사진들로 가득했다.사진 속 윌리엄은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채 양옆으로 유흥업소 여자들에게 기대어 있었다. 그야말로 꼴사나운 모습이었다.온라인에는 이미 관련 기사가 걷잡을 수 없이 퍼지고 있었다.시우 그룹과 윌리엄 가문의 약혼 소식이 얼마 전 막 발표되었는데 곧바로 예비 신랑의 이런 스캔들이 터진 것이다.여론은 순식간에 들끓었고 온갖 매체들이 벌떼처럼 달려들어 자극적인 헤드라인을 뽑아내며 소식을 막을 수 없었다.윌리엄 어르신은 분통이 터져 온몸을 덜덜 떨며 윌리엄을 손가락질했다. 목소리는 통제할 수 없는 포효처럼 터져 나왔다.“네가 한 짓 좀 봐! 약혼식 하루 앞두고 나이트클럽에서 이런 스캔들이 나? 가문의 평판을 이딴 식으로 구길 거야? 망할 자식!”윌리엄은 신문 사진들을 보며 완전히 얼어붙은 채 넋 놓고 중얼거렸다.“아니... 어젯밤에 본 건 분명 시아인데 어떻게 다른 사람이...”“또 헛소리를 지껄여?”윌리엄 어르신은 버럭 화를 냈다.“시아가 시씨 저택에 안 있고 왜 한밤중에 나이트클럽에 가서 너를 찾아? 술에 취해 정신 못 차리고 사고를 쳐놓고 이제 와서 이런 말도 안 되는 변명을 늘려놓는 거니?”윌리엄은 꾸짖음을 듣고 고개를 숙였다. 억울한 심정을 말할 길이 없었다.정말 너무 많이 마셔서 많은 세부 사항이 기억나지 않았다. 억울함만 가득할 뿐 어떠한 반박도 내놓지 못했다.윌리엄 어르신이 한창 아들 녀석을 나무라고 있을 때, 집사가 황급히 들어와 보고했다.“어르신, 시우 그룹

  • 별이 되어 빛나리   제1155화

    시아는 고개를 저었다. 두 눈에는 막막함이 가득했다.“아직은 딱히 정해둔 곳 없어.”“시씨 가문을 벗어나고 시준만 떠날 수 있다면 어디든 상관없어.”송하나는 그녀의 쓸쓸하고 무력한 모습을 보며 가슴 한편이 저릿했다.위로의 말들이 맴돌았지만, 그 어떤 것도 힘없이 느껴졌다.시야를 돕고 싶은데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너무 한정적이라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는 사실이 답답했다.그저 신중하게 입을 여는 수밖에...“선배, 앞으로 제 도움 필요하면 언제든 얘기해요. 꼭이요.”시아가 고개를 끄덕였다.눈가가 살짝 붉어졌다가도 금세 눈물을 감추며 평정심을 되찾으려 애썼다.“이만 돌아가자.”너무 오래 나와 있으면 시준의 의심을 살까 봐 걱정되었다.송하나는 고개를 끄덕이곤 시아를 따라 불빛 찬란한 연회장으로 다시 들어갔다.만찬이 끝난 지 며칠 지나지 않아 윌리엄 가문의 사람들이 특별히 시씨 가문을 방문했다.시아와 윌리엄의 약혼 날짜를 확정하고 결혼을 추진하기 위함이었다.윌리엄 본인은 시아를 무척 좋아했고 정략결혼에 대해 매우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다.윌리엄 가문 또한 시우 그룹과의 깊은 협력을 중요하게 생각했기에 모두가 순조로운 진행을 바랐다.가문의 중대한 혼사 문제였으므로 이미 은퇴한 시경운은 시준을 본가로 불러 함께 이 일을 논의했다.윌리엄 가문은 충분한 성의를 보이며 약혼식을 일주일 뒤로 정하자고 제안했다.제안을 들은 시경운도 매우 만족스러워하며 즉시 응하려 했다. 그러다 옆에 앉은 시준을 돌아보며 그의 의견을 물었다.“시준이 네 생각은 어때?”시준은 찻잔을 들고 겉으로는 평온한 표정이었지만 마음속에서는 차가운 기운이 일렁였다.그는 두 사람의 결혼을 결코 원치 않았지만, 양가 간의 혼사는 이미 오래전부터 약속된 일이었다.시우 그룹을 막 인수한 시준은 아직 기반이 확고하지 않은 상황이다. 아무런 이유 없이 일방적으로 파혼한다면 윌리엄 가문의 심기를 거스를 뿐만 아니라 아버지 시경운마저도 감당하기 어려울 터였다.게다가 시우 그룹의 미래

  • 별이 되어 빛나리   제1154화

    송하나는 고개를 돌려 심성빈을 바라보며 나직하게 속삭였다.“성빈 씨, 저 그럼 시아한테 다녀올게요.”“그래, 가봐.”심성빈은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뒷모습을 주시했다. 인파를 헤치고 시아에게 다다를 때까지 눈길을 떼지 않았다.“시아 선배.”송하나의 부름에 시아가 퍼뜩 고개를 들었다. 생각지도 못했던 그녀의 등장에 시아는 침울했던 눈빛이 순식간에 밝아졌다. 마치 먹구름 속에서 한 줄기 빛이 새어 나오는 듯했다.그녀는 즉시 자리에서 일어서며 놀라움과 기쁨이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하나야! 네가 여긴 웬일이야?”이 성대한 만찬에서 시아는 시종일관 가면을 쓰고 주위 사람들을 상대해 왔다.오직 송하나를 본 지금 이 순간에야 비로소 얼굴에 진심 어린 생기가 돌았다.“성빈 씨랑 함께 왔어요.”송하나가 나지막이 대답했다.옆에 있던 윌리엄의 시선이 두 사람에게로 향했다.시아를 처음 봤을 때 이미 그녀의 미모에 충분히 감탄했었는데 또 이렇게 아름다운 여인이 나타날 줄이야.서구적인 마스크로 화려하고 매혹적인 시아와 동양적인 이목구비로 단아하고 온화한 송하나.두 여자가 함께 서 있는 모습은 그야말로 눈이 호강하는 한 폭의 그림 같았다.시아는 송하나의 손목을 덥석 잡고는 윌리엄을 돌아보며 담담하게 말했다.“윌리엄, 저는 친구랑 할 이야기가 있어서 먼저 실례하겠습니다.”윌리엄은 아쉬운 기색을 감추지 못한 채 본능적으로 한 걸음 가까이 다가섰다.“저도 끼워주면 안 돼요?”시아는 여전히 담담한 표정이었지만 상대방에게 협상할 여지를 주지 않는 단호한 어조로 일축했다.“여자들끼리 나누는 사적인 대화라 남자분이 계시면 곤란할 것 같아요. 양해 부탁드릴게요, 윌리엄.”이렇게까지 말한 이상 아무리 뻔뻔한 윌리엄이라도 더는 들러붙기 어려웠다. 그는 멋쩍은 듯 대답했다.“알겠어요. 그럼 천천히들 이야기해요. 이따가 또 올게요.”그는 아쉬운 기색을 뚝뚝 흘리며 뒤돌아 떠났다.한편 시아는 송하나의 손을 잡고 시끌벅적한 메인 홀을 빠르게 지나쳐 옆문을 밀고

  • 별이 되어 빛나리   제1153화

    “조만간 시우 그룹 20주년 기념 만찬이 열리는데 이 기회에 각계 파트너들을 초청해서 권력 이양을 대외적으로 발표하자. 시준아, 만찬은 네가 직접 진행하도록 해.”시준은 술잔을 들고 침착하고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네, 아버지. 준비 잘하겠습니다.”잔을 내려놓은 뒤, 시경운은 또 다른 중요한 일을 떠올렸다.“윌리엄의 다리 부상도 거의 나았으니 조만간 시아와 윌리엄의 혼사를 정하고 만찬에서 약혼을 공식 발표하는 게 좋겠구나. 그렇게 해서 우리와 윌리엄 가문의 오랜 협력을 공고히 하면 겹경사 아니겠니?”식탁 위에는 순간 정적이 흘렀다.시아는 나이프와 포크를 쥔 손가락을 꽉 움켜쥐었다.그녀는 고개를 숙인 채 접시 위 음식을 말없이 휘저을 뿐 아무런 반박도 하지 않았다.이 집에서 시아는 결코 스스로 결정할 권리가 없었다.결혼마저도 남들이 정하는 대로였다.그녀는 마치 거래 가능한 물건처럼 남들의 손에 휘둘릴 뿐이었다.시준은 와인잔을 쥔 손에 은근히 힘이 들어갔다. 눈가에도 알아차리기 힘든 불쾌감이 스쳤다.그가 온 힘을 다해 시우 그룹의 오너 자리에 오르고 싶었던 이유 중 하나는 여동생 시아를 곁에 둘 자격을 얻기 위함이었다.절대 다른 남자에게 시집가는 것을 용납할 수 없었다.“아버지, 그건 좀 부적절한 것 같습니다.”시준은 눈가에 담긴 감정을 갈무리하고 태연한 얼굴로 조용히 이의를 제기했다.“제가 막 그룹을 맡은 시점에서 윌리엄 가문과의 혼사를 서둘러 발표하면 외부에서 시우 그룹의 기반이 불안정하여 정략결혼으로 상황을 안정시키려 한다고 쉽게 추측할 수 있습니다. 이는 그룹 이미지에 불리한 영향을 미칠 것 같아요.”“혼사에 관한 일은 나중에 다시 논의하는 것이 좋겠습니다.”시경운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시준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판단하여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그럼 약혼 문제는 잠시 보류하고 만찬에서 네가 시우 그룹의 정식 후계자라는 것만 발표하자.”시아의 입가에 은은한 미소가 번졌으나 끝까지 고개를 들지는 않았다.그녀에게는 이것

  • 별이 되어 빛나리   제1152화

    가정부는 공기 중에 감도는 묘한 기류를 단번에 감지했다. 심성빈의 살짝 침울한 시선과 마주치자 황급히 고개를 숙였다.“드세요, 하나 씨.”결국 안정제를 탁자에 조심스레 내려놓고 급히 물러났다.방 안에 흩어지지 못한 묘한 잔향이 여전히 진동했다. 송하나는 낯 뜨거운 민망함에 몸 둘 바를 몰랐다.그녀는 애써 태연한 척하며 안정제를 마셨다.금세 바닥을 드러낸 빈 병을 탁자에 내려놓으며 심성빈을 힐끔 바라보았다.“시간이 꽤 늦었네요. 내일 일찍 일어나야 하니까 먼저 올라가 볼게요.”그녀는 최대한 침착한 목소리로 말했다.“성빈 씨도 일찍 쉬어요.”심성빈은 자리에서 일어나 그윽한 눈길로 그녀를 바라보며 목소리를 내리깔았다.“그래. 같이 올라가자.”두 사람은 나란히 계단을 오르며 발소리가 엇갈렸다.침실 문 앞에 이르러 송하나는 걸음을 멈추고 몸을 살짝 돌렸다.“잘 자요.”짧고 담백한 두 마디를 남기고 송하나는 방으로 들어갔다.침대에 누워 살며시 눈을 감았더니 좀전의 가벼운 입맞춤이 떠올랐다.마음 한구석에서 묘한 이질감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그녀와 심성빈의 관계는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다정하고 이해심 많고 언제나 그녀를 먼저 생각하는 심성빈.이런 남자라면 마땅히 거리낌 없이 받아들여야 했다.하지만 이상하게도 애틋한 스킨십이 있을 때마다 보이지 않는 장벽이 둘 사이에 가로놓인 것만 같았다.무어라 설명할 수는 없지만, 그 선에 가까워질수록 본능적으로 뒷걸음질 치고 망설였다.그 시각, 옆방.심성빈은 방에 들어서자마자 곧장 욕실로 향했다.샤워기 아래에 서자 차가운 물줄기가 머리 위에서부터 어깨와 등 근육을 따라 흘러내렸다.그는 온몸을 감싸는 냉수에 몸을 맡기며 걷잡을 수 없이 치솟는 마음속 동요를 가라앉히려 애썼다.송하나를 향한 자신의 갈망이 점점 더 강렬해지고 있음을 선명하게 느꼈다.좋아하는 사람과 종일 함께 있는데 육체적 반응이 없다는 게 더 이상한 일 아닐까?그저 이런 감정을 억지로 몇 번이고 억눌러야만 했다.다음 날, 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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